어느 일요일, 정승우는 돈을 꼭 쥔 채 백인서를 찾아갔다.처음에는 백인서에게 밥을 사주고 싶었지만, 지금의 백인서는 예전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맛있는 건 이미 다 먹어봤을 테니, 한 끼 식사가 백인서에게 그다지 특별할 리 없었다.그럼에도 정승우는 이 돈으로 어떻게든 백인서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결국 정승우는 백인서에게 이렇게 제안했다.“백 선생님, 우리 놀이공원 가요! 제가 살게요.”백인서는 원래 거절하려 했지만, 정승우의 간절한 부탁에 결국 놀이공원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사실, 백인서도 놀이공원은 처음이었다.오랜 시간 오성에서 살았지만, 이런 곳에 대해선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었다. 여긴 웃음과 즐거움이 넘쳐흐르는 곳이었고 왠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세상처럼 느껴졌다.늘 자신에겐 잿빛 하늘이 어울린다고 생각해 왔으니까.최지용을 만난 후에도 이곳에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커플들이 관람차를 타면 결국 헤어진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백인서는 최지용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었기에 그 소문이 괜히 두려워 오지 않았던 것이다.“백 선생님, 무슨 생각 해요?”맑고 발랄한 목소리가 백인서를 현실로 끌어당겼다.백인서는 정승우의 미소 가득한 눈을 내려다보았다.“제가 이미 자유 이용권을 사뒀어요.”정승우는 백인서에게 자유 이용권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자유 이용권이 뭔지 아세요? 그거 있잖아요, 놀이공원의 모든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통행증 같은 거요! 따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해요!”“생각보다 똑똑하네.”백인서는 미소를 지었다.“적응력도 빠르고.”“똑똑하지 않으면 선생님을 즐겁게 해드릴 수 없잖아요!”“그래, 오늘은 네 말에 따를게.”백인서는 정승우를 바라보며 물었다.“먼저 어떤 걸 타볼까?”남자애들은 자극적인 놀이기구를 특히 좋아하곤 했다. 정승우는 백인서를 데리고 롤러코스터, 자이로드롭, 급류타기 같은 놀이기구들을 함께 탔다.하지만 백인서는 오히려 회전목마를 타고 싶었다.두 사람은 떠들썩한 놀이공원에서 땀을
Last Updated : 2024-11-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