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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1화

일단 이 혈령단을 받게 되면 곧 무도 학원 전체의 공적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순순히 받아내다니! 혈령단을 품에 안은 한지훈의 모습에 동방 설령은 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감히 이런 귀중한 보물을 받아들이려는 거야!“이번에는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는 저놈을 알아서 처리할 것 같네.”장령풍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이상, 차라리 죽게끔 놔두는 게 좋겠어. 어차피 이제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야!”동방 설령 역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한군림 학생은 이제 며칠 후 진법루에서 반드시 자랑스러운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 모두들 뜨거운 박수를 보냅시다!”여청양은 이를 악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웃음 속에는 다소 음산한 빛이 드리워져있었다. 게다가 그의 그 말속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혈령단은 진법루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기에 유용한 귀한 보물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일깨워 준 것이다. 크나큰 강당에서는 낮은 박수 소리만 울렸고,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두 무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주시하고 있었다. 실력이 다소 약한 소수의 학생들만이 한지훈을 위해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뚫어져라 한지훈을 볼 뿐이었다. 현장에는 무도 학원의 교사들과 고위층들이 있었기에, 학생들은 질투심만 품고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 고위층들이 자리를 떠나게 되면 곧 쟁탈전이 시작될 기세였다. 개학 축제가 막 끝나자마자 동방 설령은 한지훈에게로 향했다. 사실 동방 설령은 필칸트 덕에 여태 주목을 받아온 것이다. 그런 그녀가 한지훈에게 다가가자,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바샤크, 동방 설령 저 여자 설마 한군림을 도와주려는 건 아니겠지?”찰스 왕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동방 설령이 필칸트의 여자친구라고 해도, 찰스가 그녀를 전혀 건드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찰스의 가족은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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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2화

“한군림, 너 여기가 어딘 줄 알아? 유럽에 그렇게나 많은 강대한 가문과 젊은 세대 강자들이 있는데 네가 정말 혈령단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때가 되면 너는 혈령단을 지키기는커녕, 아마 목숨도 지키지 못할 거야!”동방 설령은 결코 혈령단을 반드시 얻으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모든 사람들에게 한지훈은 자신과는 다르다는걸, 심지어 용국의 다른 학생들과도 매우 다르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어떤 사고를 당하더라도 자신은 그를 도우지 않을 거라는 것을. 다시 말해서, 그녀의 행동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없애고 그들이 거리낌 없이 한지훈에게 손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넘길지 말지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내가 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 적 있어?”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동방 설령의 표정은 매우 보기 흉해졌다. 한지훈의 태도는, 마치 그녀가 비천하다고 비꼬는 것 같았다. 이때 몇몇 유럽 학생들은 심지어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동방 설령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비웃음에, 동방 설령은 몸 둘 바를 몰라했다. “한군림! 넌 정말 내 호의를 모르는구나. 난 현재 무도 학원의 제1고수야. 게다가 필칸트의 약혼녀 신분으로서 너한테 충고를 하는 거라고!”동방 설령의 언성은 다소 높아졌고, 그녀의 눈빛 속에서는 어느새 살기가 가득했다. 만약 방금 한지훈이 상자를 낚아챔으로써 자신의 실력이 적어도 천왕계 강자라는 것을 증명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동방 설령은 진작에 한지훈에게 손을 댔을 것이다. 그녀가 여태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결코 한지훈의 경지를 꿰뚫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겉으로만 보면, 한지훈은 아직 5성 용급 사령관의 실력일 뿐이었다. “무도 학원 제1고수? 누구야, 대체 누가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거야? 아니면 스스로 자칭한 건가?”한지훈은 더욱 건방진 태도를 보였다. 그의 태도에 모두들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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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3화

“왜, 너의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네가 혈령단만 내놓으면 네 목숨은 지킬 수 있어. 적어도 네가 살아서 유럽을 떠날 수 있게 해 줄 수 있어!”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동방 설령은 계속하여 비꼬았다. 아무리 강경하게 굴어도, 뭇사람들로부터 겨냥이 되는 건 당연히 두렵지 않겠어? “꺼져!”그러나 한지훈은 차갑게 두 글자를 내던졌다. 순간 강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났다. 게다가 한지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방 설령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방금 마치 끈질긴 개 한 마리를 쫓듯이 소리쳤다.단호한 태도에 동방 설령은 물론, 다른 교사들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어리둥절해 있었다. 상대는 무려 필칸트의 약혼녀잖아. 무도 학원 교사들 중에서도 무려 70% 가 필칸트를 모시면서 살고 있는데! 그런데 한지훈은 오히려 큰소리치면서 그의 약혼녀더러 꺼지라고 하다니? “어머! 얘는 정말 미친놈이네. 어쩐지 여청양이, 혈령단 한 알을 대가로 해서라도 그를 사지로 몰아넣으려 하더라니!”“그러게나 말이야. 필 칸트로부터 미움을 사는 건 우리 교사들한테 미움을 사는 것보다 그 후과가 훨씬 심각한데!”교사 몇 명은 잇달아 고개를 돌리고는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강당을 떠나기만 하면, 학생들의 대전이 불가피할 거라는 것을 내심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지훈은 필연적으로 살아서 이 강당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동방 설령은 처음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는 차갑게 한지훈을 훑어보며 말했다. “한군림, 네가 하는 꼬락서니 하나하나가 어쩜 한지훈이랑 매우 흡사하지?” “안타깝게도 실력은 미치지 못하지만, 생떼를 부리기 좋아하는 특징은 아주 똑같네.” “자고로 실력이 없는 사람들이 뽐내기를 좋아하는 거야. 용국에서는 너한테 굳이 따지는 사람이 없을지는 몰라도 여기는 엄연히 유럽이야. 네가 우리의 도움을 구걸하지 않으면 몰라도, 우리와 적이 되면 정말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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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4화

잠시 멍하니 있던 동방 설령은 이내 몸을 돌려 에밀리를 살펴보았다. “에밀리, 로드 가문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설령 네가 로드 가문을 등에 업고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과 적이 되려 해서는 안 되지!” 그 말에 에밀리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녀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 속에는, 놀라움 외에 차가운 한기도 가득했다. 평소 에밀리는 일반인들로부터도 우러러볼 정도로 지위가 높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 중 어디 평범한 사람이 있겠는가. 로드 가문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무도 학원 전체를 대적할 수는 없었다. 에밀리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입을 떼려는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밀리, 로드 가문이 그렇게 대단해?”찰스 왕자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물었다. 동시에 그의 탁자 위 술잔은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바로 삼성 지급 천신의 기세가 강당 전체에서 폭발한 것이다. “찰스 왕자님, 일단 진정하세요! 그렇지 않았다가 펼쳐질 결과는, 감당하시기 힘드실 수 있습니다!”에밀리는 분명히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지만, 한지훈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심지어 칸트 가문의 생일파티에 온 안드레마저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흥! 감당이 안 될 거라고?”찰스 왕자의 얼굴에는 음산한 웃음이 떠올랐다. 유럽에서 감히 찰스 왕자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심지어 그의 할머니는, 유럽의 모든 국왕과 국주의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말은 즉, 누가 감히 찰스에게 불경하게 대했다가는 바로 유럽의 모든 국왕과 국주의 적이 되는 셈인 것이다. “한군림, 너 남자가 맞긴 해? 계속해서 그렇게 여자 등 뒤에 서 있을 거야?” 찰스는 삼성 지급 천왕계의 기세와 위압으로 한지훈을 제압시키려 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의 눈빛은 한지훈에게로 떨어졌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상 더 이상 반전의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교사들조차도 벌써 모두 멀리 피했다. 이때 교사 중 한 명이 심상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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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5화

“흥, 계속해서 억지로 침착한 척만 하네. 그 자리에 앉아있기만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넌 오늘 이 강당을 나갈 수 없어!”동방 설령은 한지훈을 가리키며 비꼬았다. 찰스도 덩달아 웃으며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마 모든 용인들이 다 너처럼 이렇게 찌질해? 아무 말도 못 하고 벙어리처럼!”“이렇게 된 이상, 네가 굳이 기어코 그 혈령단을 받을 이유가 있을까? 이렇게 스스로 모욕을 자초하는데!”찰스의 말이 떨어지자, 에밀리는 한숨만 길게 내쉬었다. 곧바로 그녀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된 이상, 한지훈이 절대 그들을 떠나게 놔둘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이상, 자신이 더 이상 굳이 쓸데없이 나설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때, 동방 설령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문자를 확인한 동방 설령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 “한군림, 너한테 아주 안 좋은 소식을 들려줄게. 내 남편이 곧 온다고 하네. 우리 남편이 오기만 하면 넌 그냥 죽음이야!”동방 설령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검은색 양복을 걸친 키 큰 잘생긴 한 남자가 강당 입구에 나타났다. 그가 나타난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로 쏠렸다. “필칸트다!” “용인이 이젠 죽게 됐네!”적지 않은 사람들은 단번에 그 젊은 남자를 알아보았다. 바로 필칸트였다. 필칸트를 보자마자 동방 설령은 더욱 의기양양해났다. “필칸트, 마침 잘 왔어. 여기 상스러운 놈이 네 약혼녀한테 불경하게 굴고 있어!”찰스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스쳤다. 그 말을 들은 필칸트는 저도 모르게 멍해졌고, 이내 동방 설령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잠시 몇 초동안 시선이 머물 뿐, 곧바로 그녀의 곁에 앉아 있는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필칸트가 앞으로 나가 한지훈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동방 설령이 먼저 다가가 입을 열었다. “필, 방금 이놈이 나더러 꺼지라고 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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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6화

한껏 어두워진 필칸트의 안색에, 동방 설령은 내심 기뻐났다. 그는 필칸트의 분노가 이미 극에 달했을 거라 믿었다. 이제 약혼녀인 자신을 위해 복수를 해줄 거라 생각했다. 한 씨 집안사람들이 아무리 미쳐봤자 지금 뭘 할 수 있겠어? 약혼자인 필칸트 앞에서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한군림, 오늘 난 너한테 다른 사람에게 따귀를 맞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알게 해 줄게! 조금 있다가 나는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호되게 너의 따귀를 때릴 거야! 너의 그 천한 입을 때려 부수겠어!”말이 끝나자마자 동방 설령은 필칸트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그녀가 이 말을 뱉은 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필칸트의 표정은 더욱 보기 흉해졌다. “필, 굳이 용인 때문에 화를 낼 필요는 없어. 네가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돼.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이내 찰스는 한지훈 쪽으로 걸어왔다. “어? 너희들이 나서겠다고?”필칸트는 찰스와 바샤크를 흘깃 쳐다보았다! 찰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매우 신사적인 미소를 보였다. “사실 단지 너를 위해서만은 아니야. 이 천한 용인이 감히 혈령단을 독차지하려 하니 화가 나서 그러지. 누구처럼 고귀한 혈통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이놈처럼 천한 혈통은 우리 같은 진정한 귀족들에게 신발 밑창을 핥아 줄 수밖에 없는 존재야!”“내가 이놈을 처단하려는 이유는, 마찬가지로 똑같이 천한 사람들이 무도 학원에서의 자신들의 지위를 똑똑히 알게 하기 위해서야!”찰스의 차가운 눈빛은 나머지 몇 명의 용국 젊은이들에게 떨어졌다. 찰스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여청양은 무리를 비집고 나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한군림, 어때? 내가 너를 학교에서 자른다는 건 사실상 네 목숨은 지켜주는 거야!”“만약 애초에 네가 그렇게까지 고집이 세지 않았다면, 오늘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겠지!”한편 필칸트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이를 꽉 악물었다. “좋아! 네가 이놈의 따귀를 때리겠다고 한 이상, 내가 저 입이 찢어질 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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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7화

“팍!”전보다 힘이 더욱 많이 들어간 따귀에, 동방 설령은 순간 공중으로 날아오르다가 다시 땅에 떨어졌다. “한 선생이 너더러 그냥 꺼지라고 한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 당장 썩 물러가!”필칸트는 한껏 쉰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필칸트의 발밑에서부터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살기는, 강당 위의 샹들리에마저 아예 깨뜨려버렸다. 한... 선생? 이 세 글자에 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들은 필칸트의 등장이, 한지훈의 상황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만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필칸트는 한지훈의 편을 들기 위해, 자신의 약혼녀에게 손을 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필, 너 미친 거야!”찰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필칸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필칸트는 몸을 돌려 번개처럼 찰스를 향해 돌진했다. 찰스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한줄기의 흰 빛이 그에게로 정면으로 다가왔다. “빵!”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에, 찰스는 그 한 방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하물며 필칸트는 그보다 한 경지 더 높았기에, 설령 필칸트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안다 하더라도 쉽게 피할 수는 없었다. 이 강한 주먹 한 방은, 찰스를 순식간에 20여 미터 밖으로 날려버려 사람 크기만 한 한 기둥에 부딪혀버리게 됐다. 털썩. 찰스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땅에 쓰러졌고,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필 칸트를 바라보았다. 필칸트가 한군림을 위해, 자신한테 손찌검을 하다니? “필... 너... 죽고 싶은 거야!”2성 천왕계의 젊은 남자 몇 명이 잇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경계하는 눈빛으로 필칸트를 바라보았다. 지켜보고 있던 교사들조차도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지만, 아무도 감히 직접 앞으로 나가 막지는 못했다. 한편 한지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아웃사이더처럼 조용히 와인과 견과류를 음미하면서 담담한 눈빛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제야 에밀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그녀와 그녀의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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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8화

에밀리의 말에, 모두들 멍해졌다. 특히나 여청양은 더욱 마음이 흔들렸다. 에밀리는 직접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고는 큰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 선생은 처음부터 너희들을 상대하기도 귀찮아하신 거야. 그런데 너희들은 설마 한 선생이 너희들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한 거야? 너희들이 뭐가 대단하길래 한 선생이 두려워하시겠어? 정말 천박하기 그지없네!”에밀리는 대놓고 저격을 했지만 사실이긴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은 종래로 이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찰스 왕자든, 동방 설령이든. 그중에서도, 한지훈은 여청양이 가장 상대하기 귀찮았다. 게다가 한지훈은 이젠 유럽 무도 학원의 비밀에 대해 어느 정도 조사를 마친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무도 학원과 역외에 대하여, 한지훈은 이미 속셈이 있었다. 만약 여청양과 찰스 일행이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면, 한지훈은 진작에 귀국할 계획이었다. 필경 역외 강자가 곧 돌아오게 될 상황에, 용국 묘당은 아직 전혀 영문을 모르고 있었기에, 한지훈은 반드시 그전에 달려가 국왕에게 보고를 올린 후 일찍이 준비하려 했다. 역외 강자가 강림하게 되면 다른 나라들은 몰라도, 용국은 절대 혼란에 빠져서는 안 됐기 때문이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동안 한지훈이 보인 무뚝뚝한 표현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하찮아하는 그의 태도였다. “흥! 필칸트, 설마 너 고작 이 용인 때문에 우리 영륜 왕족과 적이 되려는 거야! 우리 할머님, 진작에 유럽을 다스리는 왕족의 공주였어. 그런데 너 정말 저놈을 위해 유럽의 미움을 사려는 거야!”찰스는 발버둥 치며 땅에서 일어나고는, 원망하는 눈빛으로 필칸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필칸트가 그에게 뺨을 때렸다고 해도 절대 일이 이렇게 끝날 리는 없었다. 비록 찰스의 실력은 필칸트보다 한 단계 낮긴 하지만, 유럽에는 칸트 가문 일가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찰스의 배후에는 10대 가문이 있는데, 그중에서 5성 용급 천왕계 고수가 아무나 나서더라도 필칸트의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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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9화

한지훈의 한마디에, 필칸트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찰스의 눈앞에 다가갔다. 비록 실력은 단 한 경지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필칸트 앞에서 찰스는 감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내 살기 어린 눈빛의 필칸트가 두 주먹을 들어 찰스를 향해 내려치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그만해!”곧이어 안드레는 빠른 걸음으로 강당까지 들어와 숨을 헐떡이며 한지훈에게 다가갔다. “한 선생님, 이번 일은 이 정도만 하는 건 어떨까요? 제 체면을 봐서라도 조금만 너그럽게 봐주시죠!”안드레는 소란 피우는 동방 설령을 막으러 온 것이다. 그는 이번 일이 이렇게 크게 번질 줄은 몰랐고, 기껏해야 찰스를 잡아갈 거라고만 예상했다. 그런데 한지훈이 찰스에게 살기를 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체면? 나한테 보여준 체면이 있기나 해?”한지훈은 안드레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그의 말에, 무도 학원 강당 전체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여청양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안드레를 상대로, 한지훈이 감히 이런 건방진 말투로 말을 하다니? 크게 놀란 장령풍은 아예 바지에 오줌까지 싸버렸고, 내심 더없이 후회가 됐다. 한편으론 한지훈의 미움을 받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한지훈이 찰스를 처단하고 나서 자신을 찾기라도 한다면 도망갈 곳도 없을 테니까. 동방 설령 역시 단단히 큰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줄곧 업신여기고 비웃어왔던 사람이 뜻밖에도 거물이었다니? 이럴 수가? 안드레는 한지훈의 반문에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그는 한지훈 앞에서 제대로 보여준 체면은 없었다. 설령 한지훈이 당장 그의 따귀를 때려도 그는 감히 한 마디도 할 용기가 없었다. “오늘 이 일, 제대로 깔끔하게 해결해서 나한테 만족스러운 대답을 주기를 바래.”한지훈의 차가운 눈빛이 안드레의 몸에 떨어졌다. 그 말에 필칸트는 급히 몇 걸음 물러나 한지훈의 뒤쪽에 섰다. 한참을 침묵하던 안드레는 천천히 몸을 돌려 찰스를 살벌하게 쳐다보았다. “찰스,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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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0화

“철컥!”우렁찬 소리와 함께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가슴을 파고드는 심한 통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찰스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고 그의 팔은 어느새 완전히 부러지게 됐다. 무려 8개의 갈비뼈가 부러지게 됐다. “푸!”이내 찰스는 엄청난 피를 뿜어냈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그는 안드레 앞에서 한지훈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내... 내 뼈가 부러졌어!”찰스는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안드레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간절하게 쳐다봐도 소용없어. 안 믿기면 직접 물어봐 봐, 도와줄 의향이 있는지!”한지훈은 머리도 돌리지 않고, 안드레를 애써 무시하였다. 곧바로 또 발을 굴려 마치 공을 차듯이 직접 찰스를 날려버렸다. 그 모습에 필칸트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당시 그 또한 한지훈으로부터 이러한 공격을 받았었다. 다만 지금 보이는 이 파워에 비하면 매우 약했다. 한지훈의 발차기의 여파는, 찰스의 온몸 여러 곳의 뼈마디를 깨뜨렸고 끊임없이 탁탁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유럽 공주? 그게 그렇게 대단해?”“나더러 혈령단을 내놓으라고? 난 그걸 가질 자격도 없다고? 용인은 혈통 자체가 비천하다고? 대체 넌 누굴 믿고 감히 내 앞에서 용인을 욕하는 거야!”“뭘 믿고 네 혈통은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건데? 과연 얼마나 고귀한 건지 한번 제대로 알아보자고!”이내 한지훈은 찰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찰스는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뼈 부러지고 살까지 벗겨져 그 모습이 참담했다. “한... 한군림, 너... 잘 생각해. 너... 네가 나를 죽였다가는 10대 가문이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게다가 너는 살아남아서 유럽을 떠날 수 없어!”“그러니 살려줘, 제발 살려줘! 그럼 앞으로 너의 과실은 따지지도 않을게!”찰스는 여전히 명령하는 어투로 한지훈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몸이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목숨을 잃는 것과 비교했을 때 이 정도의 통증을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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