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컥!”우렁찬 소리와 함께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가슴을 파고드는 심한 통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찰스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고 그의 팔은 어느새 완전히 부러지게 됐다. 무려 8개의 갈비뼈가 부러지게 됐다. “푸!”이내 찰스는 엄청난 피를 뿜어냈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쳐다보았다. 그는 안드레 앞에서 한지훈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내... 내 뼈가 부러졌어!”찰스는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안드레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간절하게 쳐다봐도 소용없어. 안 믿기면 직접 물어봐 봐, 도와줄 의향이 있는지!”한지훈은 머리도 돌리지 않고, 안드레를 애써 무시하였다. 곧바로 또 발을 굴려 마치 공을 차듯이 직접 찰스를 날려버렸다. 그 모습에 필칸트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당시 그 또한 한지훈으로부터 이러한 공격을 받았었다. 다만 지금 보이는 이 파워에 비하면 매우 약했다. 한지훈의 발차기의 여파는, 찰스의 온몸 여러 곳의 뼈마디를 깨뜨렸고 끊임없이 탁탁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유럽 공주? 그게 그렇게 대단해?”“나더러 혈령단을 내놓으라고? 난 그걸 가질 자격도 없다고? 용인은 혈통 자체가 비천하다고? 대체 넌 누굴 믿고 감히 내 앞에서 용인을 욕하는 거야!”“뭘 믿고 네 혈통은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건데? 과연 얼마나 고귀한 건지 한번 제대로 알아보자고!”이내 한지훈은 찰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찰스는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뼈 부러지고 살까지 벗겨져 그 모습이 참담했다. “한... 한군림, 너... 잘 생각해. 너... 네가 나를 죽였다가는 10대 가문이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게다가 너는 살아남아서 유럽을 떠날 수 없어!”“그러니 살려줘, 제발 살려줘! 그럼 앞으로 너의 과실은 따지지도 않을게!”찰스는 여전히 명령하는 어투로 한지훈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몸이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목숨을 잃는 것과 비교했을 때 이 정도의 통증을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한지훈이 이번에 유럽에 온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안드레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감히 묻지도 못했다.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평안하게 있다가 평안하게 돌아가도록 협조해 줘야 유럽이 평화를 유지할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지훈은 영륜 왕족을 멸할 거라고 직접 포부까지 밝혔다. 이는 유럽에게 있어서 매우 큰 영향을 끼칠 일이었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기만 하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10대 가문은 반드시 그 전쟁 속에 말려들 테고, 그중에서도 4명의 일성 천신계 강자들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결은 유럽의 모든 것을 건 피 터지는 싸움이 될 것이다. 만약 패한다면, 앞으로 유럽은 더 이상 고개를 들 수조차 없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찰스라는 멍청한 놈으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한지훈이 보는 앞이라 안드레가 겨우겨우 화를 억누르고 있는 게 아니었다면, 찰스는 진작에 안드레의 손에 죽게 됐을 것이다. “안드레, 너 지금 유럽을 배신하는 거야?”단단히 절망에 빠진 찰스는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내가 유럽을 배신했다고? 네가 건드린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해? 상대는 단 한 손으로도 유럽의 절반을 몰살시킬 수 있는 사람이야!”“그런데도 내가 유럽을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거야?”“대놓고 말해서 설령 10대 가문의 숨어진 고수들이 다 나오더라도, 유럽은 전혀 승산이 없는데, 넌 하필 그런 거물을 건드리려 해?”안드레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숨까지 거칠게 몰아쉬었다. “뭐? 승산이 없다고?”그 말에 찰스는 완전히 멍해졌다. 바로 그때, 안드레는 갑자기 주먹을 꽉 쥔 채 찰스에게로 달려들었다. “쾅!”역시나 천신계 강자의 주먹은 일반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심지어 주위의 기장과 자기장마저 동시에 이끌리게 되어, 무도학원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주먹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강력한 자기장이 힘을 이끌어내더니 곧바로 찰스를 시체로 만들어
에밀리와 필칸트는 멍하니 서 있었다. 안드레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오륙의 최강자가 이렇게 한지훈 앞에 무릎을 꿇다니!무도 학원의 모든 교직원과 고위층 인사들도 안드레가 무릎을 꿇는 순간 일제히 땅에 엎드렸다!세계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조차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그가 누구든 간에, 우리 용국인을 업신여기는 자는 단 하나의 결말, 즉 죽음뿐이다!”한지훈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무도 학원 사람들을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똑똑히 기억해라. 용국은 모욕당할 수 없고, 용국인은 모욕당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도 찰스의 뒤를 따를 것이다!”“너희 뒤의 가문이 그렇게 강력한가? 오늘, 나 한지훈이 너희에게 보여주겠다. 우리 용국을 모욕하는 자는 어떤 가문이든 모두 멸망할 것이다!”한지훈?!이름을 들은 순간 안드레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용국에서 온 여청양은 더욱 그 자리에서 숨이 멎을 듯 놀라워했다.한지훈? 하지만 그는 분명 한군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그러나 다음 순간, 한지훈은 천천히 가면을 벗어던지며 본래의 얼굴을 드러냈다.“북... 북양왕?!”여청양이 무의식적으로 외치자, 한지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모든 일은 내가 책임진다. 한지훈은 절대 다른 사람, 더구나 용국을 끌어들이지 않을 것이다. 오륙의 어느 인물이든, 어느 가문이든 복수하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한다!”안드레는 완전히 절망했다. 한지훈의 명성을 그는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것이다.한지훈 앞에서 오륙을 위해 탄원한다고?그야말로 우스운 일이다!“한 선생님, 당신의 진면목을 뵙게 되어 감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에게 패한 것이 한 점 후회 없습니다!”안드레는 몸을 일으켜 한지훈에게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가자!”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안드레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한지훈과 함께 강당을 떠났다.여청양은 한지훈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문득 중요한 사
노인의 마음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며,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곁에 있던 집사도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고, 사성 천왕계의 기운이 번개처럼 폭발해 눈 깜짝할 사이에 대청의 정중앙에 나타났다!동시에, 두세 명의 이성 현급 천왕계의 검은 옷을 입은 고수들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나타나 일제히 창가 쪽을 노려보았다!“누가 감히 우리 영륜 왕족의 고성을 침범하는가!”찰리가 냉랭하게 소리쳤다.시시한 졸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오륙의 일인자 안드레라 해도 자신을 만나려면 사전에 예약해야만 했다.한 나라의 국왕이라도, 허락 없이 함부로 침입할 수는 없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아예 왕족 고성에 가까이 갈 자격조차 없었다!하지만 찰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문의 대문이 날아와 찰리 앞의 찻상을 산산조각 내버렸다!집사는 급히 앞에 몸을 날려 그를 보호하며, 양옆의 호위들에게 눈짓을 보냈다.네댓 명의 호위가 즉시 집사의 바로 앞에 서서 단단한 방벽을 형성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개의 실루엣이 성문 입구에 나타났다.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차가운 눈빛으로 찰리를 노려보며 살기를 내뿜었다!“너... 너는 누구냐! 감히 왕족 금지 구역을 침범하다니!”집사는 그가 용국의 젊은이라는 걸 보고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한지훈이다!”한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한지훈?! 네놈이 용국의 북양왕 한지훈이라고?!”찰리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경악하며 물었다.한지훈이 곤륜 뇌해에서 죽었다는 소식은 이미 전 세계에 퍼져 있었고, 최첨단 장비조차 그 초고온 지역에 접근할 수 없었는데, 한지훈이 살아남을 수 있다니?!“그렇다!”한지훈은 차분하게 찰리를 바라보았다.이제야 이해가 갔다. 오륙에서 감히 이런 방식으로 영륜 왕족을 방문할 사람이 누구겠는가?!“흥! 건방지군!”말이 끝나기 무섭게 집사는 손을 들어 강력한 힘을 발산했고, 하얀빛의 구체가 총알처럼 한지훈을 향해 날아갔다!그 빛 속에는 수많은 날카로운 검기가 아른거렸다!집사가 공격을 가하자, 검은
찰리의 이 분노의 포효는 단순한 고함이 아니었다.그의 목소리 속에는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으며, 마치 거대한 홍수처럼 한지훈을 향해 휘몰아쳤다!찰리 자신도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였으며, 이 경지에 머무른 지 이미 사십 년이 넘었다!그 실력은 일반적인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를 훨씬 능가했다.보통 사람이나 천왕계 아래의 고수라면, 이 한 번의 포효만으로도 피를 쏟으며 즉사했을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한지훈 앞에서는 이 포효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비록 용국의 사자후와 비슷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두 사람의 경지 차이가 너무 컸다!설령 천왕계의 정점에 도달한다 해도, 천신계 강자의 손가락 하나조차 막을 수 없다!이것이 바로 절대적인 실력의 차이였고, 그런 차이는 시간으로도 절대 메울 수 없었다!찰리의 포효가 한지훈에게 닿는 순간, 그 힘은 마치 가벼운 산들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뿐, 한지훈에게 털끝만큼의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찰리 씨, 더 이상 애쓸 필요 없습니다.”그 순간, 문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드레였다!“안드레! 너... 네가 그를 돕는 것이냐?!”찰리는 눈썹을 찌푸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는 자신의 운뢰호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천신계 강자가 방어하지 않는 이상 한지훈이 멀쩡히 서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찰리 씨, 솔직히 말씀드리죠. 한지훈 선생님께서 당신을 죽이고 싶다면, 당신은 죽어야 합니다.”“그리고 오늘, 한지훈 선생님께서는 당신과 말다툼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영륜 왕족을 이 자리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러 온 겁니다.”안드레는 담담한 얼굴로 대청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찰리는 이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안드레를 노려보며 외쳤다.“안드레! 네 말이 무슨 뜻이냐? 설마 네가 나를 공격하겠다는 것이냐?!”안드레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고, 그는 찰리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찰스가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는데, 찰리
아직 찰리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오릉군 가시는 한 줄기 유성처럼 빛을 뿜으며 찰리의 미간을 그대로 꿰뚫었다!찰리의 시신이 뒤로 넘어지며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안드레는 눈을 질끈 감았다.하늘을 뒤흔들 대재앙이 시작된 것이다!오륙 전역에 거대한 재앙이 덮쳐올 조짐이 보였다!한 시간 후, 고성 전체는 불길에 휩싸였다.영륜 왕족 700여 명 중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고성이 불길에 휩싸이는 순간, 이 소식은 순식간에 오륙 전역에 퍼져나갔다.그날 밤, 아시란치 가문의 고성에서는 밤새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아시란치 어르신은 중앙에 앉아, 손에 쥔 기밀문서를 바라보며 오랜만에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한지훈! 네가 살아있다면 조용히 숨는 편이 나았을 텐데!”“안타깝게도, 넌 너무 자신만만하고 지나치게 오만했군!”아시란치 어르신의 눈동자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광채가 반짝였다.그 순간, 밤하늘을 가르며 은백색의 빛줄기가 솟아올라 오륙의 밤하늘을 환히 밝혔다.멀리 폐허가 된 고성 안, 3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석관이 덜컥 소리를 내며 열렸다.그 안에서 창백하고 핏기 없는 중년 남자가 천천히 일어나 앉았고, 그가 깨어나는 순간 고성 전체가 강력한 진동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그와 동시에, 네 갈래의 압도적인 기운이 오륙 전역을 뒤덮으며 심지어 밤하늘조차 핏빛으로 물들었다!그 시각, 필칸트는 긴급하게 칸트 가문으로 소환되었다.원래 칸트 가문은 한지훈의 힘을 빌려 가문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지만, 영륜 왕족이 전멸했다는 소식은 가문의 판단을 뒤흔들어 놓았다.“할아버지, 이렇게 급하게 저를 부르신 이유가...?”“필, 내가 널 부른 건 더 이상 한지훈 곁에 남아 있다가는 네 목숨이 위험해질 거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였다.”엘칸트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할아버지! 어젯밤의 일을 저는 직접 목격했고, 안드레조차 한지훈 선생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오륙에 그분을 감당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필칸트가 눈살을 찌푸
안드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평선 너머에서 네 갈래의 각기 다른 빛줄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 순간, 무겁고도 압도적인 위압이 오륙 전역을 뒤덮었다!아시란치 가문 외에도, 오륙에는 무려 세 명의 은거한 천신계 강자가 더 있었다!그들은 근 200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순간 오륙의 모든 이들이 그들의 존재감을 뼛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이성 현급 천신계 강자!안드레는 그 엄청난 압박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얼굴이 창백해졌다.네 명의 천신계 강자들이 동시에 한지훈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그들의 위압이 대륙 전체를 휘감은 것은 오륙의 패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선언이었다.천신계 강자들도 각자의 영역이 있었고, 한지훈이 아무리 강해도 그 경계를 넘는다면 그들은 가차 없이 그를 짓밟을 터였다. 심지어 한지훈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수도 있었다!그러나 한지훈은 그저 안드레에게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일 뿐, 아무렇지 않게 무술 학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 시각, 무도 학원은 이미 소란이 극에 달했다.영륜 왕실이 전멸했다니!그것도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한 채 멸족했다는 소식은 오륙 학생들 사이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조차 흥분과 두려움에 휩싸였고, 모두가 입을 모아 영륜 왕실을 멸문시킨 자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지 수군댔다.하늘에는 전운이 가득했고, 모두가 숨조차 편히 쉴 수 없을 만큼 긴장된 분위기였다.그런데도, 평소 한지훈을 증오하며 없애버리려 했던 동방설령은 그날따라 유난히 조용했다.그녀는 강당 창가에 서서, 멀리 떠오른 네 개의 빛줄기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동방 가문이 그녀를 오륙에 보낸 이유가 가문의 부흥을 위해서였지만, 한지훈과 적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안드레조차 무릎 꿇은 상대가 과연 동방 가문이 감당할 수 있는 존재란 말인가?!동방설령은 처음으로 동방 가문의 실력에 의문을 품었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그녀는 필칸트와 결혼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지훈은 도서관으로 가서 계속해서 역외에 관한 자료를 훑어보았다.천신계 강자와 천왕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심성에 있다.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하며, 어떠한 파문도 일으키지 않는 것이었다. 다음 날 오전이 될 때까지 한지훈은 모든 자료를 전부 읽은 뒤 천천히 손에 든 문서를 덮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도서관 밖으로 걸어 나갔다.문 앞에 다다르자, 안드레가 여전히 극도로 공손한 자세로 서서 한지훈을 향해 밤새 보초를 서고 있었다.“한 선생님, 이번 전쟁을 피할 수는 없겠습니까?”안드레는 한지훈이 도서관에서 나오자 즉시 다가가 물었다.어떤 결말이 나든, 천신계 강자들 간의 전투는 오륙 전체에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심지어 오륙을 피바다로 만들어 죽음의 땅으로 변하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피한다? 그건 나한테 물어볼 일이 아니겠지.”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에 떠 있는 몇 개의 빛기둥을 바라보며 냉소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 오륙을 떠나신다면...”“내가 왜 떠나야 하지? 그날 라이언 킹 찰리가 용국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우리 용국의 고위 장군을 죽이려 했을 때, 그는 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나?!”한지훈이 싸늘한 어투로 안드레의 말을 끊어버렸고, 안드레는 이 말을 듣고 난감하게 고개를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한지훈이 천천히 도서관 계단을 내려오자, 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기세가 한층 더 강렬해졌다.열 계단을 내려섰을 때, 그의 등 뒤에서 황금빛, 붉은빛, 흰빛이 뒤섞인 하나의 빛기둥이 솟구쳤다!이것은 분명, 네 명의 천신계 강자들에게 보내는 한지훈의 메시지였다.한지훈이 전쟁을 받아들인 것이다!이 광경을 본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질려 한지훈의 빛기둥을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할 말을 잃고 말았다.그 빛기둥이 솟아오르자, 한지훈의 몸이 순식간에 번쩍이며 무도 학원에서 자취를 감췄다. 장령풍은 한지훈이 내뿜은 빛을
“됐어, 그럼 이젠 확실해졌네!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어!”장홍학은 두소령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끊어버렸다. 더 이상 말도 말라고? 건방진 그의 태도에 자리에 있던 손님들은 미간을 찌푸렸고, 그들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불만스러운 기색이 있었다. “아저씨, 전 정말 그 사람 몰라요. 대학교 다닐 때부터 하루 종일 저한테 귀찮게 굴고, 저희 여학생 기숙사 입구에까지 찾아와서 손목도 베고, 저더러 여자 친구가 돼달라고 강요하긴 했지만 전 줄곧 한 번도 그 사람을 상대한 적이 없어요!”두소령은 나계홍을 바라보고는 급히 변명했다. 그러나 나계홍이 입을 떼기도 전에 장홍학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자, 이젠 모든 게 분명해졌어. 넌 유소봉의 약혼녀여야 해. 그러니 지금 당장 나한우와의 결혼식도 정리해. 그리곤 우리랑 같이 천산으로 돌아가서 소봉이랑 결혼을 올리고, 오늘 저녁같이 합방해!”“뭐라고요? 제가 대체 왜 저놈이랑 결혼해야 돼요? 전 저 놈 여자 친구가 아니라니까요. 대학 4년 동안 한 번도 말을 섞지도 않았는데, 제가 왜 낯선 사람이랑 합방해야 돼요? 천산이면 뭐가 대단한데요? 천산이면 평범한 여자를 빼앗아갈 수도 있냐고요? 저는 때려 죽어도 저 못생긴 변태 놈이랑은 함께 하지 않을 거예요!”두소령은 화가 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렸다. 그 말에 유소봉은 험상궂은 얼굴로 소리쳤다. “두소령! 이 천한 년 같으니라고! 내가 너한테 꽃을 선물하기 위해 차까지 모두 팔았어! 그동안 내가 널 위해 바친 게 얼마나 많은데? 고작 저놈이 나보다 잘생기고 돈 많다는 이유로, 나는 아예 무시하는 거야?”그 순간, 장홍학은 조용히 유소봉을 노려보았다. 그제야 사람들은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소령은 한 번도 유소봉을 상대한 적이 없었다. “이젠 당신도 알아 들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우리 조카며느리, 그동안 유소봉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의 여자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거야?” 나계홍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건
나한우는 호족 도련님이긴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일찍이 나 씨 집안을 떠나 줄곧 해외에서 발전해 왔으며 평소에는 거의 돌아오지도 않았기에, 어릴 때부터 나계홍이 그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에 나계홍은 의외로 소심한 사람이었다. 필경 반년 전까지만 해도 나 씨 집안은 강중에서 일반적인 가문이었으니까. 그리하여 그는 나한우에 대한 요구가 매우 엄격하여, 제멋대로 행동하기는커녕 조금도 엉뚱한 행동도 감히 하지 못하게 했다. 그렇기에 나한우는 가세가 남보다 조금 나은 것 외에는 일반 가정에서 자란 남자아이들과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더욱 겸손하고 예의 바른 남자였다. 사실 그와 두소령은 대학 신입생으로 입학할 때부터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 후 나한우는 대학을 졸업한 지 1년이 넘도록 자신의 능력으로 나 씨 집안 회사에서 사장의 자리까지 차지하고서야 결혼의 전당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만큼 그는 20여 년의 인생동안 한 번도 엉뚱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떤 이유로 감히 시비를 거는 걸가? 그러나 나한우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장홍학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한 대 때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넌 아직도 궤변을 늘어놓아?”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조카가 얻어맞게 되자, 나계홍은 급히 앞으로 나아가 나한우의 몸 앞을 가로막고는 말했다. “이봐, 뭐가 됐든지 옳고 그름을 따지고 움직여야지. 대체 우리 조카가 뭘 잘못했다는 건지 그걸 묻고 싶네!”“만약 정말 잘못한 게 있다면, 난 결코 단점을 감싸주지는 않을 거야. 그러나 만약 잘못이 없다면, 나도 가만있지 않아. 우리 나 씨 집안사람들, 아무나 괴롭힐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그 말에 장홍학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차갑게 나계홍을 흘깃 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유소봉에게 말했다. “이 놈이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그러자 유소봉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리를 비집고 나와 두소령
그런데 그런 나계홍더러, 입을 열 자격도 없다고 하다니? 그제야 나계홍은 눈치를 챘다. 느닷없이 찾아온 이들은 바로 유 씨 집안에서 파견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에 그는 급기야 소리쳤다. “각하,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함부로 간섭하실 수는 없죠. 저희 나 씨 집안이 여기서 결혼식을 올리는 게 각하와 뭔 상관인 겁니까?”“느닷없이 들어오셔서는 저희 조카를 건드리다니, 이건 제대로 해명해 주시죠!”이내 나계홍은 주위에 있던 몇 명의 경호원에게 눈짓을 했고, 시선을 받은 경호원들은 급히 앞으로 나가 나한비를 일으켜 세웠다. 비록 나한비는 골절을 입은 건 아니었지만, 이미 그는 일어날 수도 없는 상태였다.“뭐? 감히 나더러 해명하라고? 흥, 내가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면 너희가 감당할 수 있기는 해?”바로 그때, 쌀쌀한 기운이 감돌더니 즉시 장내를 압도하였다. 순간 강심 광장 공기가 얼어붙은 듯 싸늘해졌다.더욱이 강에는 강풍이 불었고, 하늘의 먹구름은 더욱 짙어졌다. 한창 놈들을 바라보던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상대는 분명 일성 준천신계의 강자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단번에 하늘을 뒤흔들 수는 없었다. 그러나 천신계 강자라는 사람이 일반인과 시비를 걸고, 또한 자신의 강력한 기세로 한 사람을 압박하려 하자 한지훈의 마음은 매우 불쾌해났다. “여보, 이 사람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 나 씨 집안 대신해서 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강우연은 나계홍의 안위가 다소 걱정됐다. 비록 한지훈이 자리에 있긴 하지만 상대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만약 그가 갑자기 나계홍에게 손을 댔다가 혹여 한지훈이 제때에 나서지 못한다면 오히려 나계홍만 해치게 된다. “급할 거 없어.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고! 난 저 사람이 대체 뭘 하려 하는 건지 궁금해!”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장홍학을 쳐다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나 씨 집안을 괴롭히려 한다는 것을
한편 그 시각, 강심 광장에서는 나계홍이 강중 부자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공중에 날아오른 두 대의 헬리콥터에는 한쌍의 신혼부부 결혼사진이 높이 드리워져 있었다. 다정하게 껴안고 있는 한 쌍의 부부를 보면서, 강우연은 진심으로 축복을 보냈다. 나계홍은 살면서 강우연의 두둑한 돈 봉투를 받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여 너무 기쁜 나머지 입이 다물어지지도 않았다. 강우연의 돈 봉투는 사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한 푼만 들어있더라도, 그것은 1억만큼 가치 있었다. 이는 한지훈과 강우연이 나 씨 집안에 대한 인정을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두 사람, 입장해 주세요!”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 한 쌍의 젊은 남녀가 레드 카펫을 밟고는 조심히 강심 광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바로 동심문을 지나는 순간, 화창했던 하늘은 갑자기 광풍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더니 뜻밖에도 먹구름이 가득 끼기 시작했다. “응? 이럴 리가 없는데. 보름 전에 기상청에 직접 확인할 때까지만 해도 오늘은 맑은 날이라고 했는데!”나계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날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먹구름이 덮이자, 사람들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당황한 사람들은 잇달아 수군대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비록 오늘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천 명이나 되긴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나 씨 집안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다. 그런데 다가오는 저 무리의 맨 앞에 선 사람은 분명히 무자였다. 그동안 나 씨 집안과 무종 사이에는 줄곧 아무런 왕래가 없었기에, 이런 손님이 초대될 리는 없었다. “혹시 청첩장 있으세요?”나한비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예의 바르게 물었다. 동시에 나 씨 집안의 경호원들도 일제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 우두머리 무자를 쳐다보았다. 일단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그들은 당장 손을 쓸 기세였다. 오늘은 엄연히 나 씨 집안 둘째 도련님의 결혼식 피로연이 있는 중요한 날인데
장홍학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고, 사존님. 제가 어찌 감히 거짓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 파렴치한 집안은 두소령을 빼앗기 위해 거의 집안의 모든 재산을 털어버려 지금 저희 유 씨 집안의 경영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리고 사실 두소령은 저희 소봉이한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 친구였고 대학에 가서는 같이 자주 점심 식사도 했죠! 게다가 주말이면 늘 함께 쇼핑하러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소령이 이 계집애가 나 씨 집안의 나한우한테 홀라당 반하고는, 잇달아 금전 공세까지 받으니 아예 속아 넘어간 겁니다!”“사존님께서 모르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나 씨 집안은 하도 사업이 크고 게다가 재력까지 넘치지, 저희 소붕이는 어떻게든 소령을 되찾기 위해 제가 전에 새로 사준 차까지 전당포에 맡겼습니다!”“하지만 어쨌거나 저희 집안의 재력은 나 씨 집안과 비교했을 때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이죠! 그래서 지금 저희는 탈탈 털리게 된 지경인 겁니다! 그러니 부디 사존님께서 저희의 주인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유세위는 우렁찬 소리로 말했다. 만약 이전의 그였다면, 절대 이렇게 허튼소리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필경 그들 유 씨 집안은 작은 소상인일 뿐이기에, 나 씨 집안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천산이라는 든든한 배후가 있은 후로부터 유세위는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반면 여전히 침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장홍학의 모습에 유세위는 한마디 덧붙였다. “사존님, 제가 한가지 더 말씀드리죠. 사실 두소령은 지금까지도 저희 소봉이한테 미련이 남아 있습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소봉이한테 짧은 메시지까지 보냈었습니다!”“제가 보기에는 틀림없이 나 씨 집안이 두 씨 집안에 압박을 가해서, 소령이가 혼사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한 것 같습니다!”그때 장홍학은 유세위를 흘겨보았다. 천산의 서검원장인 그는 눈치 하나는 빨랐다. 그렇기에 유세위의 고작 몇 마디 말로 그는 속을 리가 없었다. 현실은 틀
나 씨 집안은 현재 강중에서, 이미 으뜸가는 가문이었다. 때문에 청첩장이 만들어지자마자, 강중에 있는 거의 모든 거물들이 전부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이것은 단지 나 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나 씨 집안과 한지훈이 가장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며칠 전 라이브를 통해, 모든 사람들은 한지훈이 절대 무너지지 않았고 화산의 고수들을 제패하게 된 거로부터 한지훈에 대한 경외심이 더욱 커졌다. 한편 오늘의 신랑 나한우는 신부와 함께 화장을 하고 있었다. 두소령은 용모가 청초한 데다가, 아리따운 차림새까지 더해져 더욱 사람을 매료시켰다. 두 씨 집안은 비록 큰 영향력은 없지만, 그래도 중위층이라고는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비록 작은 장사를 하는 집안이긴 하지만, 나 씨 집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돈은 지금의 나 씨 집안에게 있어서 그저 하나의 숫자에 불과했다. 영향력을 따지자면, 용국 전체에서 한지훈보다 영향력이 높은 사람이 있을까? 심지어 나 씨 집안과 한지훈의 관계가 긴밀한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나 씨 집안은 최대한 성의를 보이기 위해, 강중시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직접 전세까지 냈다. 게다가 관계를 들먹이며 부탁하여, 직접 강심 공원까지 통으로 빌려 장강에서 이 신혼부부를 위해 결혼식을 준비하기도 했다. 나 씨 집안의 큰 손에 강중의 거물들은 모두 감탄했다. 짧디 짧은 반년 사이에 나 씨 집안은 이젠 그들이 초월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단지 나계홍이 애초에 내린 정확한 결정 덕이었다. 일시에 사람들은 수군수군 열띤 토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어느새 강중 방송국은 또 직접 이곳까지 달려와 실황 중계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각, 강중 시구 한 낡은 저택에서는 뚱뚱하고 추하기 그지없는 한 젊은 남자가 두꺼운 안경을 걸친 채 긴장한 표정으로 눈앞의 한 중년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중년 남자의 주변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
용운은 한지훈을 따라 함께 2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위층에 도착하니, 나계홍은 수심에 찬 얼굴로 앉아 강우연에게 하소연하고 있었다. 그는 한지훈을 보자마자 급히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에게 다가갔다. “한 선생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오래간만에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저도 용기나 생기네요.”나계홍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의 손을 덥석 잡았다. 한지훈은 그런 나계홍을 흘깃 보고는 소파 앞에 다가가 앉았다. “나 대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나계홍은 강우연의 눈치를 살피더니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은 오직 나 씨 집안의 일이었고 한지훈과는 일절 아무런 연관이 없었기에 나계홍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사실 나 대표님한테 조카 하나가 있어요. 이름은 나한우라고 하고요. 작년에 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최근에는 두 집안이랑 같이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바로 3일 전에 유세위라는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어요.”“나한우의 약혼녀인 두소령이, 자신의 아들인 유소봉의 여자친구라고 하면서 나 씨 집안더러 당장 두 씨 집안과 파혼하라고 강요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나 대표님께서도 이 일을 신경도 쓰지 않고 단지 무례하게 소란을 피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오후 천산 쪽에서 글쎄 뜻밖에도 사람이 찾아와서 나 씨 집안에게 협박을 하더라고요. 만약 예정대로 결혼식을 거행한다면 나 씨 집안을 멸망시킬 거라고.”말을 마친 강우연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나계홍을 흘깃 보았다. 사실 강우연은 어제 이미 두소령을 만나, 그녀와 나한우 사이는 대체 어떤 관계인지 자세히 물었었다. 그 질문에 두소령은, 자신은 나한우가 아니면 시집가지 않겠다고 강우연에게 장담까지 했다. 유소봉이라는 남자는 사실 대학 시절부터 줄곧 그녀를 귀찮게 했다. 이전의 유 씨 집안은 나 씨 집안을 전혀 건드리지 못하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유 씨 집안은 천산이라는 큰 나무에 의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유 씨 집안은, 나 씨 집안이 오히려
뭐야? 그 말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나 씨 집안은 강중에 있는데,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는 이상 대체 누가 감히 나 씨 집안에 손 대려 한다는 거지? ”나 대표, 나 씨 집안은 강중에서도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그런데 대체 어떤 사람이 당신들한테 위협이 된 거야?“”한 선생님, 그게 사실... 천산 사람이에요!“나계홍은 떨리는 목소리가 말했다. 천산? 그러자 한지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나 씨 집안은 모두 일반인들이었기에, 천산이 굳이 그들을 위협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던 한지훈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나 곧 강중으로 돌아갈게!“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돌려 도청 전인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강중으로 달려갔다. 원래 한지훈은 먼저 용경으로 향하여 국왕을 만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더욱 급한 일이 생겼기에 당장 가서 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계획을 바꾸어 강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찍이 한지훈과 화산의 일전이 있을 당시, 용월은 강우연을 데리고 강중으로 향했다. 용경도 좋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위험천만한 상황이었기에 용경에 남는 것이 절대적인 우선은 아니었다. 강우연은 TV 라이브를 통해 한지훈과 화산 11로의 대결을 직접 목격하고서야 한지훈의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이젠 사태가 조금 안정된 이상 강우연은 당연히 강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필경 막내아들은 이제 겨우 4개월 밖에 안되였기에 계속하여 용경에서 지내기는 확실히 불편했다. 한지훈과 도청 전인이 한 씨 공관으로 돌아왔을 무렵, 용월과 용운은 한 무리의 신룡전 고수들을 데리고는 조용히 공관을 지키고 있었다. ”전주님, 돌아오셨습니까!“용운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한지훈을 맞이하였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용운과 용월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 두 사람의 성장은, 3대 용존 중에서도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선배님, 칭찬 감사합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바로 그때, 뒷산 동굴에서는 이따금 굉음이 들려왔다. 산골짜기에서는 천둥 번개 소리가 울리더니, 무수한 먹구름이 온 천수동천을 덮어버렸다. “에휴, 내가 한평생 얻어낸 깨달음은 앞으로는 이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 같네!”호천은 무덤덤히 말했다. 산속에 울려 퍼진 천둥소리로부터, 호천은 틀림없이 도청 전인이 검경을 끌어들여 석벽의 기록을 전부 지워버린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호천에게 있어서, 과거의 깨달음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하찮은 것이었다. 마지막 한 번의 천둥소리와 함께 산속에는 곧바로 광풍이 세차게 불더니 비까지 억수로 퍼붓기 시작했다. 무수한 빗물은 한곳에 모여 천수동천 앞의 강물을 더욱 세차게 만들었다. 그러자 호천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이내 한 줄기 흰빛이 반짝이더니 온 하늘의 먹구름을 흩어버렸고 그제야 큰 비가 그쳤다. 그 광경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크게 놀라 충격을 금치 못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과 호천 사이의 차이는, 단지 심성 차이일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방금 호천이 손가락 하나로 비구름을 물리친 수법은, 한지훈이라면 도무지 따라올 수 없었다. 사실 호천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남다름을 과시한 것이었고, 그의 눈빛에는 어린 후배를 나름 깔보는 오만함도 있었다. 기왕 한지훈을 받아들이기로 한 거라면, 우선 그가 자신을 우러러보게끔 하고 싶었다. 이렇게 해야만 한지훈을 자신의 수중의 바둑돌로 둘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깊은 깨달음이 필요한 것도 아니거든. 자세히 생각해 봐 봐, 방금도 내가 이미 분명하게 얘기했어!”호천은 말하면서 하늘을 가리켰다. 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설령 한지훈이 그 원리와 오묘함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자기장에 대한 장악력은 호천의 이러한 경지에 미치지는 못한다. “선배님은 역시 깊은 깨달음을 갖고 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