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난 미모의 여대표와 결혼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776 챕터

제421화

”하지만 은침으로 명문을 열고 은침을 머리뼈 속에 남겨두면 어떻게 됩니까?”남지훈의 말을 들은 한 신의가 황급히 강 신의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그러자 그는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순식간에 손을 뒤로 내빼며 외쳤다.“신의님 머리 위에 정말 은침 한 개가 있어요! 근데 딸랑 이 은침 하나로 어떻게 이런 증상을 일으킬 수 있지?”“이 개자식!”남지훈의 말을 들을 틈도 없이 유지아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여기 와봐라!”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양복을 입은 남자 몇 명이 들어왔다.유지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가서 표 씨를 잡아 와! 반항하면 팔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여기로 끌고 와!”그녀가 바로 이런 강압적인 사람이다.서울에서 왔다고 자부하는 베테랑 신의들 앞에서도 그녀는 조금도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보아하니, 표진성의 혐의가 제일 컸다.여러 명의 남자가 떠난 후, 현장은 오히려 조용해졌다.남지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표 신의가 와서 대질하기를 기다렸다.한 전문의가 안타까운 마음에 서둘러 물었다.“문제가 뭔지 알아냈으면서 왜 구조를 하지 않는 거죠? 더는 지체해서는 안 돼요!”그도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모를 리가 있겠는가?특히 그 몇몇 노신의 들은 남지훈이 아무 반응을 안 하는 것을 보고 이미 ㄷㅐ충 짐작했다.남지훈이 슬픔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이제 소용없어요. 이 침은 한 번 찌르기만 하면 바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단명침’ 이라고 불리는 침이죠. 스승님께서 봉침 하신 날 표 신의께 전해준 침보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었어요. 은침을 뽑는다고 해도… 아무 쓸모가 없어요… 그 침에 찔린 사람은 반드시 24시간 안에 죽는다고요!”남지훈은 침보안의 모든 내용을 아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매우 명확했을 뿐만 아니라 매우 깊이 있게 공부하기도 했었다.그는 표진성이 처음부터 강 신의의 목숨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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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유씨 가문 몇몇 경호원들이 표진성을 향해 다가오자, 표진성이 연신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뭐 하는 짓이야?”“경찰관님! 이들이 내 허락 없이 몸을 수색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 일이요?”침보가 곧 그의 목숨인데, 다른 사람이 가져가도록 허락할 리가 없었다.그러나 제복을 입은 남자가 단호하게 말했다.“이분이 하면 불법이니까, 그럼, 우리가 하면 합법이 되겠네요, 이제 됐죠?”표진성은 이 모든 사람이 왜 자기만을 적대시하는지 의아해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욕을 하고 싶어질 정도였다.그는 반항할 용기조차 없었다. 여기에는 쪽수가 더 많기 때문에 반항하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거랑 다름없었다. 더불어 그가 강 신의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걸 입증하는 꼴이었다.마침 유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표진성의 몸에서 그 침보를 찾아냈다.침보를 건네받은 남지훈은 곧바로 그 중 한쪽을 펼치며 말했다.“여기 계신 선배님들이 와서 이걸 봐주세요.”“잠깐만!”남지훈이 침보를 여러 명의 전문의에게 넘기려는 것을 보고 표진성은 필사적으로 거부했다.“그건 내 물건이야! 저자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 절대 안 돼!”그는 아직 남지훈이 해당 침술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찾아냈는지 미처 이해하지 못했다.몇몇 전문의들은 표진성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들 하나같이 그 침보를 바라보았다.그중 한 노신의가 침보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단명침, 침은 인체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기문을 뚫고 들어가며, 침을 맞으면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12시간 안에 반드시 죽게 되며, 불사 할머니도 침을 맞은 자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글을 읽고 나서 그는 고개를 번쩍 들어 표진성을 한사코 노려보며 말했다.“역시 당신이었어!”표진성은 몹시 초조했다.그가 남지훈을 가리키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왜 나지? 저 사람도 침보를 본 적이 있는데, 저 사람이 아니란 법이 있어?”“정신이 나간 게야? 매우 급한 모양이지?”유지아가 냉정하게 말했다.“지훈이는 오늘 오후에야 서울에 도착했어. 강 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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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표진성이 큰 목소리로 웃었다.“그래, 어디 한 번 해봐! 내가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볼게! 의술을 배운 지 한 달 반밖에 안 된 네가 어떻게 나를 뛰어넘는지 두고 볼게!”남지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은침 하나를 가져와서 펜치로 은침을 잘라 2인치 정도 길이의 침 끝을 남겼다.그러고는 강 신의 옆으로 다가갔다.이 모든 과정을 표진성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았다.‘남지훈이 정말 삼일연명침을 쓸 수 있을까? 나도 모르는데?’만약 강 신의가 깨어나면 그가 아무리 궤변을 늘어놓아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남지훈이 삼일연명침을 쓸 줄 모르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스승을 바라보는 남지훈의 눈에는 슬픔이 서려 있었다.남지훈은 별다른 말 없이 손바닥을 강신의의 머리 위에 얹었다.이 순간에야 표진성을 비롯한 서울 노신의 들도 남지훈의 솜씨를 보게 되었다.그의 손은 강 신의의 머리에 닿지 않고, 내면의 기로 가느다란 은침을 빨아들였다.은침의 길이는 약 2인치도 안 되었고, 침 끝은 이미 사라진 게 아마도 특수 처리를 한 것이 분명했다.게다가 이 은침은 다른 흔한 은침보다 가늘기 때문에 발견하기도 훨씬 더 어려웠다.여러 명의 노신의 들은 한의학계의 인재가 앞으로도 끊기지 않을 것이라고 감탄을 서슴지 않았다.“표진성!”감탄하고 있을 때쯤 남지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내 제침술을 당신과 비교해 보니, 어때?”표진성이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그는 남지훈이 다루던 은침이 갑자기 강 신의의 머리 위에서 떠 있는 것을 보았고, 그 후 천천히 떠다니다가 강 신의의 머리 위의 다른 경혈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기를 사용하여 침을 다루다니!”여러 명의 노신의 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탄성을 질렀다.심지어 표진성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기를 사용하여 제침 하는 것은 은침에 내면의 기를 사용하는 첫 번째 단계에 불과했으며, 더 깊은 단계는 기를 사용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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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한 시대를 주름잡던 신의가 3일밖에 살지 못한다니, 이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강 신의도 침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는 아직 남지훈이 한의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을 보지 못했고, 남지훈이 출세하는 것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그는 항상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과시하지도 않았다.그러나 남지훈의 재능을 고려하면, 그의 길은 남지훈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슬픔 뒤에는 기쁨도 함께 찾아오기 마련이다.표진성이 그에게 손을 대는 순간, 그는 이미 자신은 죽은 목숨이라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지금은 남지훈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그는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흥분한 목소리로 남지훈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지훈아, 얼른 일어나! 스승님은 네가 참 대견스러워! 너는 스승님도 해내지 못한 일을 네가 해냈어! 나 강상훈에게도 드디어 뒤를 이을 사람이 있으니, 이제 편히 눈 감을 수 있을 것 같아!”강 신의는 남지훈이 삼일연명침으로 목숨을 유지한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영영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이걸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이 정도 나이에 이르기까지 그는 이미 생사를 아주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었다.한때, 그는 남지훈이 침보속의 침술을 깨닫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자신이 틀린 것 같았다.이에 그는 굉장히 뿌듯했다.운명이라는 것은 원래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강 신의는 하늘이 그를 불쌍히 여겨 말년에 남지훈을 보내 자신의 뒤를 잇게 해준 것으로 생각했다.이것이야말로 그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했다.죽음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누구나 다 죽을 수 있다, 그저 누가 더 빨리 죽느냐의 문제였다.평생 후회 없이 살아왔거늘, 죽음을 당당하게 마주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남지훈은 여전히 슬펐다.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도 스승을 되살리지는 못하기 때문이었다.오히려 강 신의가 마음을 내려놓은 듯했다.그는 표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우야, 내 제자가 결국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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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남지훈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먼저 나가 보겠습니다. 내일 일찍 스승님 뵈러 꼭 오겠습니다. 소연 너는 어머님이랑 같이 있어”말을 마치고 남지훈은 떠났다.남지훈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알면서도 강 신의는 그를 말리지 않았다.남지훈은 아직 젊고 혈기 왕성해서 이 화를 분출하지 못하면 확실히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 게 뻔했다.그는 표진성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기에 얼마든지 L 가문을 찾아갈 수 있었다.남지훈에게는 그럴 힘이 넘치고도 남았다.유지아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윤범과 윤호를 보낸 외에도 여러 명의 고수들을 보내 남지훈을 따르게 했다.L 가문의 집에는 등불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이선호의 계획은 차근차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조상우를 남지훈의 모습으로 성형수술을 시키는 한편, 남지훈과 유지아의 힘을 약화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봉침식에서 남지훈의 능력을 본 후, 그는 남지훈으로부터 위기의식을 느꼈다.이 계획의 첫 단계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표진성은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내일 아침 일찍, 강 신의의 사망 소식이 전해질 것이고, 이것으로 말미암아 남지훈과 유지아의 앞길이 막힐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사람이 떠나가면 인정도 사라지는 법, 강 신의가 죽으면 남지훈과 유지아를 도와주겠다고 나설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이선호가 따뜻한 커피를 들고 ‘후’ 불었다.“허허, L 가문의 족보에 들어오겠다고? L 가문의 재산을 나누겠다고? 꿈도 야무지네!”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커피를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그러나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삼키기도 전에 한 남자가 꽁지가 빠지게 뛰어 들어왔다.“어르신, 큰일 났어요! 누가… 누가 쳐들어왔어요.”이선호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떤 놈이야? 감히 우리 집에 쳐들어오다니!”L 가문 모든 사람이 벌떡 일어나며 하나같이 분개했다.얼마 전에 유지아가 느닷없이 들이닥쳐 이신재가 자기 뺨을 두 대 때리게 하고, 강제로 고개 숙여 자기 잘못을 인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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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서울에서 명문 가문으로 군림해 왔건만, 지금은 누군가가 들이닥친 것도 모자라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스스로 문밖을 걸어 나갔으니, L 가문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이선호는 아무 조치도 취하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단지 그럴 엄두를 못 냈을 뿐이었다.지난번에 유지아가 왔을 때도 그는 스스로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감히 선뜻 나서지 못했다. 싸워봤자 이득을 얻을 게 없다는 걸 알았다.이번에는 남지훈이 유씨 가문의 고수들을 데리고 쳐들어왔던 것이었다.남지훈은 그 사람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고수였다.이선호를 더욱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것은 남지훈의 호소력이었다.강 신의의 유일무이한 제자라는 신분은 결코 쉽게 넘어갈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곧 이선호를 더욱 불안에 떨게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표진성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이었다.죄명은 강 신의를 살해한 살인죄였고, 뜻밖에도 강 신의의 죽음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이선호는 좀처럼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사태가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표진성의 말에 따르면 그가 강 신의를 죽였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그런데 지금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한의학계가 점점 L 가문을 멀리하고 있으며, L 가문과 거래하기를 꺼린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몰랐다.비록 이선호의 혐의가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모두의 마음은 확고했다.강 신의를 죽이는 것도 모자라 장차 그들마저 죽이려고 할까 봐 지레 겁이 났던 것이었다.돌연 L 가문에게 상황이 다소 불리하게 흘러갔다.그리고 강 신의의 이곳 분위기는 어딘가 모르게 약간 침울했다.강 신의가 간신히 목숨은 부지했지만, 3일 뒤에는 죽게 될 운명이었으니까 말이다.한 시대를 주름잡던 신의가 결국에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아무리 화려한 업적을 남겼어도 결국에는 먼지가 되고, 흙으로 돌아갈 뿐이었다.남지훈이 침통한 얼굴로 울부짖었다.“스승님, 그들이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하겠습니다!”이게 무슨 운수대통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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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알겠습니다, 스승님!”남지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듯 눈시울을 붉혔다.‘스승님은 정말로 마음을 비우신 걸까?”그 후 이틀 동안 남지훈과 소연은 별장에 머물면서 강 신의의 곁을 지키며 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이 무렵 남지훈과 소연은 스승님이 정말로 마음을 비웠다는 것을 알아차렸다.3일째 되던 날 저녁, 유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모여들었다.서울에서도 몇몇 노신의들이 제자들을 데리고 강 신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고 왔다.“강 씨…”노신의 한 명이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이제 편히 쉬게나, 내가 표진성에 대해 알아봤는데 이번 생에는 아마 영영 나오지 못할 것 같다더군. L 가문쪽에도 이미 얘기해 놓았어. 앞으로 한의학계는 L 가문과 일절 왕래하지 않는다고!”오늘날 한의학계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위 있는 신의들은 여기에 있는 몇몇 노신의들 뿐이었다.가장 심오한 의술은 전부 그들의 장악하에 있으며, 한의학 발전 또한 그들에게 의존해야 했다.L 가문은 비록 세력이 막강했지만, 여기에 있는 노신의들도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들의 호소력은 L 가문보다 훨씬 컸다.비록 전국에서 재력가라면 셀 수 없이 많지만, 이런 노신의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특히 삼일연명침을 통달한 남지훈은 소문만 퍼지면 사람들에게 더욱 인기가 많아질 것이다.무탈하게 3일을 더 살 수만 있다면 그 유혹은 정말 너무나 크기 때문에 쉽게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강 신의는 유달리 평온한 얼굴을 한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를 걱정하게 할 사람과 일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남지훈도 삼일연명침을 놓을 수 있었고, 의술 또한 어떠한 결점도 없었다.“강 신의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남지훈을 바라보았다.“내가 네게 했던 말 기억하지? 꼭 겸손을 몸에 달고 살아야 해! 알겠지?”“네, 스승님! 명심하겠습니다!”남지훈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강 신의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에 인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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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한의학계의 본보기가 어떤 것인지 예전에는 몰랐어도 지금은 알게 되었다.강 신의가 바로 한의학계의 본보기였다.그는 뛰어난 의술을 자랑했지만, 단지 권력자만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권력자든 일반인이든 특별대우랄 것 없이 그의 눈에는 전부 다 똑같은 환자였다. 즉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로 여겼다.의사로서의 의덕은 그에게서 유감없이 드러났다.그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없었다.서울 재력가와 정계 인사들,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 모두 강 신의를 매우 존경했다.그런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는데 장례는 그렇게 간소하게 치러질 운명이 아니었다.하루 종일 아직 빈소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이 수두룩했다.조문객이 넘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이틀이 지나서야 강 신의의 시신이 매장될 수 있었다.장지는 유지아가 전에 찾아 놓았던 곳으로 다른 사람에게서 거금을 드려 매입한 묘지였다.이곳은 강 신의가 살아생전에 정해놓은 장소로 이미 이곳으로 사전답사를 왔었고, 매우 마음에 들어 했었다.유지아는 또 거금을 들여 도교 스승을 초청하여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이렇게 강 신의의 일생은 막을 내렸지만, 남지훈의 슬픈 마음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도사님, 천천히 살펴 가십시오.”남지훈은 강 신의의 처소로 돌아온 후 장 도사의 배웅에 나섰다.장 도사는 유지아가 초대한 도교 스승으로서 출장비 또한 만만치 않았다.도복을 갖춰 입은 모습이 선풍도골 (仙风道骨) 같이 말끔하고 매우 점잖아 보였다.그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지훈 씨가 숨결이 고른 것을 보니, 다른 무예 수련자들과는 확실히 달라요. 분명 내가공법을 수련한 게 틀림없고, 실력도 낮은 편은 아닌 거 같아요. 나중에 시간이 되실 때 우리 천사부로 한번 놀러 오세요.”“물론이죠!”장 도사는 줄곧 그를 관찰해 왔고, 남지훈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일찍이 소연에게서 기본 호흡법을 다루는 데는 도교가 최고이며,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면 도교의 스승을 찾아가면 된다고 들었었다.보아하니 이 장 도사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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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이모님, 안으로 모시세요.”남지훈이 말했다.잠시 후, 가정부가 한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이 여자는 남지훈과 소연 둘 다 아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바로 J 도시의 남씨 가문을 방문했던 하연진이었다.소연이가 입을 열었다.“아침은 먹었어요? 아직 안 먹었으면 와서 같이 먹어요. 이모님이 금방 만드신 거예요.”하연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괜찮아요, 저는 이미 먹고 왔어요.”소연은 더 묻지 않고 자리에 앉아 조용히 아침을 먹었다.남지훈은 이따금 맛있는 음식을 소연의 그릇에 덜어주었다.하연진은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아침 식사를 마친 남지훈이 다가왔다.그가 하연진을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집안에 누가 아픈 건가요?”며칠 전 강 신의의 장례식에 하연진과 하씨 가문이 조문을 다녀갔지만, 남지훈은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심지어 지금까지도 남지훈은 하연진의 정체를 몰랐다.자기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이니, 정체가 뭐든 간에 추호의 관심조차 없었다.다만 하연진의 혈색이 좋은 걸로 보아 하연진의 몸은 전혀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다.아마도 하씨 가문의 누군가가 아플 것이라고 짐작했다.하연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집에는 아픈 사람 없는데요. 제가 아파서 찾아온 거예요. 맥박 좀 재 줄 수 있어요?’그러고는 손을 쭉 내밀었다.옥같이 예쁜 손과 손가락은 매우 가늘고 부드러웠다.남지훈은 한 번 살펴보고는 검지와 중지를 하연진의 맥박에 올려놓았다.잠시 뒤, 그가 입을 열었다.“연진 씨, 건강에 아무 이상 없어요.”남지훈의 마음은 투명한 거울처럼 맑고 깨끗했다.역시나 하연진은 진료받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단지 하연진의 진짜 속셈이 무엇인지 남지훈은 당장은 알 수 없었다.이때 소연이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둘이 먼저 얘기 나누고 있어. 난 가서 방을 좀 치울게.”남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J 도시에 있을 때도 방을 치우는 일은 소연의 몫이었다.가정부가 매일 집에 와서 청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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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2층으로 사라진 남지훈을 보며 하연진은 연신 발만 동동 굴렀다.하연진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아무리 생각해도 출신이든, 미모로든 소연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느꼈다.소연의 얼굴은 사람을 놀라게 할 뿐이었다.하연진은 괜히 바보가 된 기분이 들면서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났다.별장을 나서자마자, 입구에 있는 수조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마당에는 화초가 심겨 있었고 이 수조는 단지 단수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하연진은 수조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와 수조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수조에 가득 담긴 물과 물에 비친 자진 얼굴이 떡하니 보였다.문득 뭔가 깨달은 듯 분노에 찬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남지훈! 이 망나니 같은 놈!”지금이라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바보가 따로 없었다.남지훈은 거울을 보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대신 수조를 비추어 보라고 했다.‘내가 소연보다 못났다는 거야 뭐야? 아주 상스러운 놈이야, 아주!”그리고 2층에서는 소연도 청소가 막 끝나가던 참이었다.남지훈이 2층으로 허겁지겁 도망치듯 뛰어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미인 환자를 혼자 내버려 두고 여기까지 달려오면 어떡해? 네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근데 연진 씨는 무슨 병에 걸린 거야? 이수한테서 허씨 가문도 아주 대단한 가문이라고 들었거든, 유씨 가문과 L 가문 못지않다고 그랬어. 그렇게 대단한 가문의 따님이 아파서 어떡해? 너한테 봐 달라고 한 걸 보면 가벼운 병은 아닐 거 같은데?”“확실히 가벼운 병은 아니지!”남지훈이 말을 이어서 했다.“그리고 아주 구제 불능이야! 적어도 내가 고칠 수 있는 병은 아니야!”그는 하연진이 확실이 아프긴 몹시 아프다고 느꼈다.그러나 소연은 뭔가 다른 뜻이 있을 것 같은 느낌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대체 뭔데? 무슨 병인데 너도 치료를 못 해?”남지훈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게 병이 있는 게 아니면 뭐야?”소연이가 손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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