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Chapter 1021 - Chapter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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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청민 선배는 아직도 심지안을 좋아해

엄 교수는 처음으로 환자로부터 위로를 받았고, 그로 인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을 느꼈다. 심지안이 현재 상황이 되기까지, 그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었다. 만약 제자에 대한 믿음이 없었더라면, 고청민의 말만으로 절대 진료하지 않았을 것이다.이때 도윤지가 들어와서 알렸다.“교수님, 예약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진행하셔야 합니다.”엄 교수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컨디션을 조절하며 진료 준비에 들어갔다....최면을 깨우는 일은 긴 시간이 걸리는 진료에 속했다.오전 내내 진료를 보고 난 후, 최면 해지술이 종료된 후에는 심리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3일 동안 병원에 머무르게 된다.성연신은 정욱에게 노트북을 가져다 달라고 하며, 밖에 앉아 업무를 보며 심지안을 기다렸다.도윤지는 진료실에서 밖으로 나오자마자,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탁자 앞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는 성연신을 마주하게 되었다.셔츠의 단추를 가장 위까지 단정하게 채운 성연신이 일에 집중한 프로패셔널한 모습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심리학 연구소 전체가 그로 인해 빛나는 듯했다.그런데 그의 안색은 어두웠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때때로 고개를 들어 심지안의 병실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도윤지는 한참 동안 성연신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녀는 고청민과 같은 따뜻한 남자를 좋아하지만, 눈앞 남자의 잘생긴 얼굴과 품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일반인들이 감히 넘보지도 못할 대상이었다.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명의 뛰어난 남자의 마음은 모두 심지안을 향해 있었다.도윤지는 자기 얼굴을 어루만지며, 자신이 예쁘장하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남자들을 만나지 못하는 현실이 정말로 야속하다고 탄식했다.그녀는 한쪽으로 가서 휴대전화를 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하지원의 SNS를 보게 되었다.며칠 동안 하지원은 몇 장의 사진을 더 업데이트했는데, 모두 고청민과의 행복한 일상을 과시하는 것들이었다. 일부는 고청민을 위해 만든 요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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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1화 나중에는 우리가 서로의 경쟁상대가 되는 거겠네요?

도윤지는 놀람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놀란 이유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고청민은 정말로 심지안을 잊지 못한 채로 지내고 있었고, 하지원과 함께한 것은 모두 연극에 불과했다.그럼에도 슬펐던 이유는 고청민의 마음속에 여전히 심지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청민은 아직도 전혀 좋아할 만한 가치가 없는 여자를 좋아하고 있었다.도윤지는 쑥스러워하며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청민 선배,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언제부터 엄 교수님과 연락하기 시작했던 거야?”고청민은 그녀의 안부를 무시하고 바로 물었다.“음... 어제였어요.”“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알고 있어?”“그 부분은 모르겠어요,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어서 엿들을 기회가 없었어요. 단지 그들이 오랫동안 이야기 나누었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심지안 씨가 떠난 후로 교수님의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리고 바로 오늘의 수술을 준비하고 수술실을 세팅하셨어요. 심지안 씨에게 직접 시술하려고 한다는 것 외에는 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요.”그녀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선택했다. 지금까지는 업계의 엘리트로 간주하지 않았지만, 업계의 일부 전문 용어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는 깊이 있는 심리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고청민은 매우 오랫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청민 선배? 듣고 계세요?”“...”“괜... 괜찮으세요?”그의 숨결에서 설명할 수 없는 억압감이 느껴졌다. 마치 태양을 가린 검은 구름이 늘어져, 한 줄기도 빛조차 새어 나갈 수 없는 영원히 어둠 속에 잠긴 사람처럼 느껴졌다. 햇빛을 보고 싶지만, 동시에 기꺼이 어둠 속에 잠식되고 싶다고 심정을 대변하듯 말했다.“괜찮아...”다음 순간, 고청민은 평온을 되찾았다. 그저 목소리가 이전보다 더욱 부드럽고,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심지안이 치료를 마치면 나에게 알려줄 수 있겠어?”고청민의 요청에 대해 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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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심지안을 제거하기 위한 동맹

작고 습하고 낡아빠진 숙소는 꿉꿉한 냄새를 풍겼다.임시연은 회색 린넨 롱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화장기가 없는 얼굴로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이미 바랜 테이블을 손가락 끝으로 쓸어내며 서서히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눈물이 고인 두 눈에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넘쳐났다.“심지안이 선을 넘은 거예요. 성연신을 놓아줬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지긋지긋한 이 싸움을 끝내지 않고 저와 석환 씨 사이를 강제로 갈라놓으려고 해요. 덕분에 저는 집도 없이 떠돌고 있어요. 이 세상에서 심지안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저일 것입니다. 이래도 저를 믿지 못하겠어요?”소민정은 시선을 돌리며 얼굴에 두려움이 스쳤다.“당신이 심지안을 싫어하는 걸 알고 있고, 나도 그녀를 싫어하지만, 우리에겐 심지안을 적대할 만한 힘이 없어요.”“우리의 손에 피를 묻힐 필요는 없죠.”“세부적으로 말해봐요.”“안철수 씨가 민정 씨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지금 그는 성연신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부하죠. 안철수 씨를 이용해 보아요.”이 말을 들은 소민정은 단번에 임시연의 뜻을 알아챘다. 그리고 어제 안철수가 망설이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분노를 느꼈고 경멸하는 어투로 대답했다.“안철수 씨는 그저 겁쟁이일 뿐이에요. 연신 오빠 앞에서는 방귀도 못 뀔 거예요. 그에게 큰 기대를 걸 수는 없어요.”“그것은 민정 씨가 그에게 준 유혹이 부족해서 성연신을 배신할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죠.”“하하하, 안철수 씨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어요. 그는 연신 오빠의 하인인데, 어떤 개가 주인을 배반하겠어요?”임시연의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개가 주인을 물어 죽인 사례는 끊임없이 나타났어요.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자신의 매력을 믿어요.”소민정은 그녀를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저에게 위험을 감수하라고 요구하면서 스스로는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거예요?”“그럴 리가요... 저도 안철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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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위험한 생각

엄 교수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머리를 흔들었다.“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진정제를 주사했습니다. 정확한 상태는 깨어나서야 알 수 있습니다.”“대략 언제 깨어나나요?”성연신이 다그치며 물었다.“하루에서 사흘 정도 걸릴 수도 있습니다.”엄 교수가 말을 이었다.“여기서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집에 가서 쉬세요. 환자가 깨어나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괜찮습니다.”엄 교수는 성연신이 쉽게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 느끼고,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도윤지에게 심지안의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지시했다.성연신은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하고, 심지안의 침대 옆으로 빠르게 걸어가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귀 뒤로 넘겼다. 그는 심지안의 입술이 갈라진 것을 보고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간호사에게 면봉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적셔주었다.“듣고 있어? 멍때리고 무슨 생각하는 거야?”엄 교수가 도윤지를 바라보며 언짢은 기색을 띠고 말했다.그러자 도윤지는 급히 성연신에게서 시선을 떼고, 주의 사항을 메모하기 위해 노트를 꺼냈다.“계속 말씀해 주세요.”“그게 다야. 주로 환자의 심전도 변화를 관찰해야 해. 이상이 발생하면 반드시 즉시 나에게 알려야 해. 약물은 세 시간마다 교체해야 하고, 탁자 위에 있는 병들을 모두 사용한 후에는 주삿바늘을 뽑아야 해.”“네, 알겠습니다.”엄 교수님은 지시를 내리고 떠났다. 그는 도윤지의 의미심장한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도윤지도 성연신이 있는 쪽을 응시하다가 뒤이어 떠났다.휴게실.도윤지가 막 앉았을 때, 집에서 부모님이 전화를 걸어왔다.“지난번에 말한 맞선 상대는 마음에 드니? 마음에 든다면 만나보렴. 이제 나이도 적지 않으니, 결혼할 때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도 낳아야 하지 않겠니? 너희 아빠와 내가 너를 도울 수 있을 때 서둘러 결혼해야지...”“엄마, 그만 하세요. 그 남자는 서른 살이나 됐는데, 월급으로 고작 300만 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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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상대적 박탈감

“아직 밥 안 먹었죠? 이건 제가 대표님에게 드린 건데, 한 그릇이 남았으니 괜찮다면 드세요. 수고스럽겠지만 심지안 씨를 잘 돌봐줘요.”정욱은 들어오는 도윤지를 보고 테이블 위에 있는 초밥 세트를 손에 쥐고 건넸다.작은 구름 모양의 마크가 붙어 있는 정교한 손잡이가 상자 위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도윤지는 이 가게가 제경에서 유명한 일식집인 것을 알고 있었다. 가게의 식재료는 모두 당일 외국에서 공수해 오는데, 가격도 음식 퀄리티만큼 비쌌다. 정욱이 준 이 도시락만 해도 10만 원 이상일 것이었다.도윤지는 한 번 가서 먹어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괜히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도시락을 건네받았다.“고맙습니다.”정욱은 웃으며 말했다.“참, 저번에 연구소에 왔을 때 미안했어요. 제가 너무 조급해서 태도가 좀 별로였죠.”도윤지는 눈썹을 약간 치켜세웠다가, 다시 표정을 숨겼다.“그랬었나요? 벌써 잊어버렸어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지안 씨가 아플까 봐 걱정되네요, 주삿바늘을 뽑을 때 좀 살살해 주세요.”도윤지는 정욱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가 도시락까지 챙겨준 것은 심지안에게 잘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함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거야…’다른 환자의 보호자가 이렇게 챙겨주었다면 그녀는 기뻤을 것이다. 그러나 심지안에게는 깊은 질투만 느꼈다.약을 갈고 나서 성연신은 눈을 치켜들고 도윤지가 떠나는 쪽을 흘겨보았다.이때 정욱이 급히 설명했다."대표님, 뭔가 언짢아 보여서 듣기 좋은 말 몇 마디 했습니다.”정욱은 보광 그룹이 발전하기 전부터 성연신과 함께 해왔고, 성연신이 처음에 만인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아니었을 때부터 그의 곁에 있었다.창업 초기에는 항상 어려움이 많았다. 성연신의 오른팔로서 정욱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 때로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때로는 아부도 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정욱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게 되었고, 성격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상대방의 기분이 좋고 나쁨을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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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봉쇄된 연구소

정욱은 어째서인지 눈앞의 여자가 수상하다고 느꼈다. 그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도윤지는 그의 눈빛을 눈치채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건가요? 왜 계속 저를 쳐다보시는 거죠?”정욱은 머쓱하게 웃으며 아무 일 아니란 듯 말했다.“아니... 다름이 아니라...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 없었어요.”정욱은 속으로 자기 뺨을 후려갈겼다.‘양심 없는 짓이야! 눈 뜨고 거짓말하는 것보다 더 양심 없는 짓이야! 벼락 맞지는 않겠지?’도윤지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얼굴에 수줍음을 띠고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자신이 심지안보다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고작 비서 따위는 성이 차지 않았다.“정욱 씨, 무슨 소리예요!”진유진은 언제 왔는지, 그녀는 병실 입구에 서서, 두 손을 허리에 짚고, 화난 얼굴로 그에게 소리쳤다. 그녀는 거의 그 자리에서 정욱을 때릴 뻔했다.‘예뻐? 어디가 예뻐! 어젯밤에 고백해 놓고 오늘 바로 딴 여자에게 작업이야? 이런 미친X!’정욱은 진유진의 눈빛을 마주치자,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스스로도 이 상황을 해명할 길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괜한 소리를 해서... 이제 어떡하지?’도윤지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지만, 오히려 허영심이 배가 되었다. 일부러 가슴을 펴고 진유진 앞을 지나가는 것은 소리 없는 자랑 같았다.“화내지 마세요, 전 이런 타입을 좋아하지 않아요. 걱정하지 마세요.”진유진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정욱을 내보내고 혼자 심지안을 보살피려 했다.정욱은 어쩔 수 없이 병실에서 나갔다.진유진은 의자를 끌고 심지안의 병상 곁으로 가서 하소연했다.토라진 눈빛으로 링거 튜브에 공기가 있는 것을 힐끗 쳐다보더니, 그녀는 사람을 찾기 위해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고 문 쪽으로 향하다가 밖에서 성연신과 부딪혔다.그녀는 링거 튜브를 짚으며 말했다.“때마침 잘 왔네요. 빨리 의료진을 불러요. 링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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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살인미수

엄 교수님은 상황을 알고 노발대발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것이 도윤지의 소행이라고 확신했지만, 한편으로는 도윤지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믿기 어려워했다.CCTV를 확인해 보니, 도윤지가 수액을 갈기 전에 약국에 다녀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 진실은 명백했다.곧 도윤지는 성연신 앞에 강제로 끌려왔다."왜 이러시는 거예요! 이거 놔요!”도윤지는 고집이 세서 큰 재난이 닥친 상황에서도 자신의 계획이 탄로 난 줄 모르고 당당하게 소리쳤다.그녀가 이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심지안에게 아무런 위급상황도 일어나지 않았고, 병실의 경보장치도 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기껏해야 뭔가를 발견했을 수도 있겠지만, 심지안이 멀쩡하니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그만이라 생각했다.엄 교수님은 한걸음에 그녀 앞으로 달려가 엄숙하게 물었다.“심지안 씨의 수액에서 정상 용량의 몇 배가 넘는 진정제가 검출됐는데, 어떻게 된 일이야?”“교수님,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릅니다.”그녀는 겁에 질린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병상의 멀쩡한 심지안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심지안 씨는 지금 멀쩡하지 않나요?”“그건 성연신 대표님이 일찍 발견했기 때문이지! 아니었으면 심지안 환자는 지금 당장...”엄 교수는 말하다 멈췄다. 환자가 견딜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다량의 진정제를 주사하면 당장 죽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대생인 도윤지가 그런 상식을 모를 리가 없었다.“그러면 심지안 씨는 운이 좋았네요.”그녀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진유진은 화가 나서 그녀의 뺨을 여러 번 때렸다.도윤지는 뺨이 얼얼해졌지만 무고한 척하며 말했다.“당신 미쳤어요? 이거 폭행인 거 아니에요?”정욱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CCTV 화면을 그녀 앞에 두고 재생했다.“엄 교수님께서는 오늘 하루 동안 지안 씨 말고는 진정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없다고 했어요. 약국에 가서 여분의 진정제를 어디에 쓰려고 챙긴 겁니까? 또한, 지안 씨의 수액은 오직 당신만이 접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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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무력한 순간

일부러 사고를 낸 운전기사는 아주 노련하고 뛰어난 기술로 도윤지의 두 다리를 정확하게 노렸다.도윤지는 5미터나 날아가 그 자리에서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렇게 앞으로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운명이 되었다.민채린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얼마 전 성연신과 통화했을 때 느꼈던 그의 냉정하고 단호한 태도를 떠올렸다. 방금 도윤지가 연구소에서 내동댕이쳐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까지 했으니, 많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도윤지는 별로 인상 깊지 않았지만, 전에 같은 대학에 다녔기에 얼굴은 익었다. 게다가 고청민은 대학시절 학교에서 워낙 유명했던 인물이라 대충 어떤 사이인지 짐작이 갔다. 도윤지, 그녀도 소민정처럼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민채린은 심리 연구소로 들어가 엄 교수와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방금 일어난 모든 일을 알게 되었다.민채린은 크게 체감하지 못했지만, 엄 교수의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니, 심지안은 기껏해야 3일 안에 깨어날 것이라 장담했다. 하지만 얼마나 빨리 의식을 되찾을지는 온전히 그녀에게 달려 있었다.최면술은 정의하기 어려운 의술이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꼭두각시로 조종될 가능성이 컸고, 조종자가 무엇을 시키든 무조건 따르게 되었다.어떤 면에서 보면, 고청민은 심지안을 최면에 걸리게 하면서 그에게 불리한 기억만을 잊게 하려고 했을 뿐, 그녀를 직접 사랑에 빠지게 만들지는 않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최면술이 결국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만약 정말로 최면술을 이용해 심지안을 그에게 완전히 헌신적인 상태로 만들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슬픈 일이었을 것이다.민채린은 시간을 확인하고 심지안이 있는 진료실로 갔다.“다들 잘 지냈어요?”성연신은 민채린이 어젯밤의 불쾌한 일을 모두 잊고 그런 일은 없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여긴 왜 온 거죠?”“사실 딱히 이유는 없어요.”민채린은 새로 한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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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고청민과 하지원의 청첩장

고청민이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갑작스럽게 충격으로 걷잡을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희귀암은 전 세계에 100명도 없을 수 있는데, 하필이면 그녀가 가장 아끼는 친구가 걸리다니...민채린은 도저히 그를 구할 수 없었고, 기껏해야 병세를 늦출 수 있을 뿐이었다.앞으로 그녀는 그가 화학요법으로 항암치료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될 것이다. 탈모가 되어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몸이 수척해지며, 각종 기능이 교란되고 파괴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겨우 스무 살 남짓한 젊은 나이에 한창때였다.제경을 떠나면서도 민채린은 자신이 고청민을 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때로는 슬펐다. 한의학도 물론 좋지만, 희귀암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화학요법으로 하는 항암치료였다.E국에 이 분야의 의학 전문가가 있다고 들었고, 그녀는 그곳에서 배우고 싶어 했다.성연신은 눈을 내리깔아 눈 밑의 표정 변화를 감췄다.“안 되는 건 아니지만, 당신의 성의를 봐야겠습니다.”솔직히 말해서, 성연신은 고청민을 정말로 철저하게 짓밟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성동철이 절대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민채린은 눈꺼풀이 떨리며, 의혹이 섞인 눈으로 성연신을 바라보았다.“간단해요, 남자 한 명을 구워삶아 주세요.”“누구 말입니까?”민채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무 못생긴 남자는 곤란한데요?”그녀는 노는 것을 좋아하고 개방된 섹스 문화를 즐기지만, 아무 남자나 갖고 놀지는 않았다.“채린 씨도 아는 사람입니다.”“네?”“하지원의 오빠,하지웅이요.”민채린은 어리둥절했다.“하지웅을 유혹하라고요?”“네.”최근 며칠 동안 이사회의 사람들이 이미 협박받았다는 것을 증언하기로 동의했지만, 그들이 전매한 계약서를 누군가가 가져와야 했다.‘계약서는 하지웅의 손에 있을 것이다. 물론, 고청민 손에 있을 가능성도 있어...’“당신 제정신이에요? 하지웅과 고청민은 한 편이에요. 제가 고청민과 친구인데, 제가 하지웅을 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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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마음이 아프다

“그래요... 채린 씨 말이 맞네요.”정욱이 옆에서 보기에도 고청민이 심지안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대표님이 심지안과 얽힌 지 5년, 고청민이 심지안을 쫓아다닌 시간도 적지 않지...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한 사람에게 낭비하지 않았을 거니까.’“그러니까 성연신 씨 말대로라면, 제가 하지웅을 꼬시는 것은 오히려 고청민을 도와주는 셈이겠네요?”민채린은 성연신을 보며 다소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반박할 수는 없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청민이 세움 그룹을 하씨 집안에 넘길 리는 없었다. 세움 그룹이 성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였으니, 조금 일찍 돌려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미리 고청민과 의사를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만약 고청민이 허락하면 그녀도 동의할 의향이 있었다.“몇 시간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성연신은 민채린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지만, 별다른 말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민채린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유진과 정욱도 일을 보러 떠났다.시간이 지나 성우주의 방과 시간이 되었고, 그는 방과 후 활동을 마친 후 저녁 8시 반쯤 연구소에 도착할 예정이었다.정말로, 8시 반이 막 지나자마자, 치료실 문이 열리고 작은 그림자가 조용히 들어왔다.성우주는 귀족 학교의 교복을 입고, 목에는 파란 넥타이를 맸으며, 얼굴은 귀엽고 앳된 모습으로 마치 드라마에서 나온 어린 스타 같았다.그는 심지안이 조용히 누워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눈가가 빨개졌지만,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며 조심스럽게 심지안의 링거 맞은 손을 잡았다.“엄마, 우주 왔어요. 아빠가 곧 깨어날 거라고 했어요. 제가 ‘호’ 하고 아픈 곳에 마법의 바람을 불어줄게요, 그러면 안 아플 거예요.”맑은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지만, 애써 강한 척하며 너무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엄마가 꿈속에서 울음 섞인 소리를 듣고 걱정할까 봐 겁이 났던 것이었다.성연신은 가슴이 찌릿했고, 큰 손으로 성우주의 작은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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