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교수님은 상황을 알고 노발대발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것이 도윤지의 소행이라고 확신했지만, 한편으로는 도윤지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믿기 어려워했다.CCTV를 확인해 보니, 도윤지가 수액을 갈기 전에 약국에 다녀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 진실은 명백했다.곧 도윤지는 성연신 앞에 강제로 끌려왔다."왜 이러시는 거예요! 이거 놔요!”도윤지는 고집이 세서 큰 재난이 닥친 상황에서도 자신의 계획이 탄로 난 줄 모르고 당당하게 소리쳤다.그녀가 이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심지안에게 아무런 위급상황도 일어나지 않았고, 병실의 경보장치도 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기껏해야 뭔가를 발견했을 수도 있겠지만, 심지안이 멀쩡하니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그만이라 생각했다.엄 교수님은 한걸음에 그녀 앞으로 달려가 엄숙하게 물었다.“심지안 씨의 수액에서 정상 용량의 몇 배가 넘는 진정제가 검출됐는데, 어떻게 된 일이야?”“교수님,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릅니다.”그녀는 겁에 질린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병상의 멀쩡한 심지안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심지안 씨는 지금 멀쩡하지 않나요?”“그건 성연신 대표님이 일찍 발견했기 때문이지! 아니었으면 심지안 환자는 지금 당장...”엄 교수는 말하다 멈췄다. 환자가 견딜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다량의 진정제를 주사하면 당장 죽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대생인 도윤지가 그런 상식을 모를 리가 없었다.“그러면 심지안 씨는 운이 좋았네요.”그녀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진유진은 화가 나서 그녀의 뺨을 여러 번 때렸다.도윤지는 뺨이 얼얼해졌지만 무고한 척하며 말했다.“당신 미쳤어요? 이거 폭행인 거 아니에요?”정욱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CCTV 화면을 그녀 앞에 두고 재생했다.“엄 교수님께서는 오늘 하루 동안 지안 씨 말고는 진정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없다고 했어요. 약국에 가서 여분의 진정제를 어디에 쓰려고 챙긴 겁니까? 또한, 지안 씨의 수액은 오직 당신만이 접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살인
일부러 사고를 낸 운전기사는 아주 노련하고 뛰어난 기술로 도윤지의 두 다리를 정확하게 노렸다.도윤지는 5미터나 날아가 그 자리에서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렇게 앞으로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운명이 되었다.민채린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얼마 전 성연신과 통화했을 때 느꼈던 그의 냉정하고 단호한 태도를 떠올렸다. 방금 도윤지가 연구소에서 내동댕이쳐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까지 했으니, 많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도윤지는 별로 인상 깊지 않았지만, 전에 같은 대학에 다녔기에 얼굴은 익었다. 게다가 고청민은 대학시절 학교에서 워낙 유명했던 인물이라 대충 어떤 사이인지 짐작이 갔다. 도윤지, 그녀도 소민정처럼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민채린은 심리 연구소로 들어가 엄 교수와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방금 일어난 모든 일을 알게 되었다.민채린은 크게 체감하지 못했지만, 엄 교수의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니, 심지안은 기껏해야 3일 안에 깨어날 것이라 장담했다. 하지만 얼마나 빨리 의식을 되찾을지는 온전히 그녀에게 달려 있었다.최면술은 정의하기 어려운 의술이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꼭두각시로 조종될 가능성이 컸고, 조종자가 무엇을 시키든 무조건 따르게 되었다.어떤 면에서 보면, 고청민은 심지안을 최면에 걸리게 하면서 그에게 불리한 기억만을 잊게 하려고 했을 뿐, 그녀를 직접 사랑에 빠지게 만들지는 않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최면술이 결국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만약 정말로 최면술을 이용해 심지안을 그에게 완전히 헌신적인 상태로 만들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슬픈 일이었을 것이다.민채린은 시간을 확인하고 심지안이 있는 진료실로 갔다.“다들 잘 지냈어요?”성연신은 민채린이 어젯밤의 불쾌한 일을 모두 잊고 그런 일은 없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여긴 왜 온 거죠?”“사실 딱히 이유는 없어요.”민채린은 새로 한 네
고청민이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갑작스럽게 충격으로 걷잡을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희귀암은 전 세계에 100명도 없을 수 있는데, 하필이면 그녀가 가장 아끼는 친구가 걸리다니...민채린은 도저히 그를 구할 수 없었고, 기껏해야 병세를 늦출 수 있을 뿐이었다.앞으로 그녀는 그가 화학요법으로 항암치료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될 것이다. 탈모가 되어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몸이 수척해지며, 각종 기능이 교란되고 파괴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겨우 스무 살 남짓한 젊은 나이에 한창때였다.제경을 떠나면서도 민채린은 자신이 고청민을 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때로는 슬펐다. 한의학도 물론 좋지만, 희귀암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화학요법으로 하는 항암치료였다.E국에 이 분야의 의학 전문가가 있다고 들었고, 그녀는 그곳에서 배우고 싶어 했다.성연신은 눈을 내리깔아 눈 밑의 표정 변화를 감췄다.“안 되는 건 아니지만, 당신의 성의를 봐야겠습니다.”솔직히 말해서, 성연신은 고청민을 정말로 철저하게 짓밟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성동철이 절대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민채린은 눈꺼풀이 떨리며, 의혹이 섞인 눈으로 성연신을 바라보았다.“간단해요, 남자 한 명을 구워삶아 주세요.”“누구 말입니까?”민채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무 못생긴 남자는 곤란한데요?”그녀는 노는 것을 좋아하고 개방된 섹스 문화를 즐기지만, 아무 남자나 갖고 놀지는 않았다.“채린 씨도 아는 사람입니다.”“네?”“하지원의 오빠,하지웅이요.”민채린은 어리둥절했다.“하지웅을 유혹하라고요?”“네.”최근 며칠 동안 이사회의 사람들이 이미 협박받았다는 것을 증언하기로 동의했지만, 그들이 전매한 계약서를 누군가가 가져와야 했다.‘계약서는 하지웅의 손에 있을 것이다. 물론, 고청민 손에 있을 가능성도 있어...’“당신 제정신이에요? 하지웅과 고청민은 한 편이에요. 제가 고청민과 친구인데, 제가 하지웅을 꼬시
“그래요... 채린 씨 말이 맞네요.”정욱이 옆에서 보기에도 고청민이 심지안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대표님이 심지안과 얽힌 지 5년, 고청민이 심지안을 쫓아다닌 시간도 적지 않지...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한 사람에게 낭비하지 않았을 거니까.’“그러니까 성연신 씨 말대로라면, 제가 하지웅을 꼬시는 것은 오히려 고청민을 도와주는 셈이겠네요?”민채린은 성연신을 보며 다소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반박할 수는 없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청민이 세움 그룹을 하씨 집안에 넘길 리는 없었다. 세움 그룹이 성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였으니, 조금 일찍 돌려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미리 고청민과 의사를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만약 고청민이 허락하면 그녀도 동의할 의향이 있었다.“몇 시간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성연신은 민채린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지만, 별다른 말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민채린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유진과 정욱도 일을 보러 떠났다.시간이 지나 성우주의 방과 시간이 되었고, 그는 방과 후 활동을 마친 후 저녁 8시 반쯤 연구소에 도착할 예정이었다.정말로, 8시 반이 막 지나자마자, 치료실 문이 열리고 작은 그림자가 조용히 들어왔다.성우주는 귀족 학교의 교복을 입고, 목에는 파란 넥타이를 맸으며, 얼굴은 귀엽고 앳된 모습으로 마치 드라마에서 나온 어린 스타 같았다.그는 심지안이 조용히 누워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눈가가 빨개졌지만,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며 조심스럽게 심지안의 링거 맞은 손을 잡았다.“엄마, 우주 왔어요. 아빠가 곧 깨어날 거라고 했어요. 제가 ‘호’ 하고 아픈 곳에 마법의 바람을 불어줄게요, 그러면 안 아플 거예요.”맑은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지만, 애써 강한 척하며 너무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엄마가 꿈속에서 울음 섞인 소리를 듣고 걱정할까 봐 겁이 났던 것이었다.성연신은 가슴이 찌릿했고, 큰 손으로 성우주의 작은 머리
“아빠가 엄마에게 해 준 것처럼, 나도 할 수 있어요.”성우주는 지난 5년 동안 엄마에게 주지 못했던 사랑을 채워주고 싶어 했다. 만약 심지안이 이 말을 들을 수 있었다면, 틀림없이 감동해서 울컥했을 것이다.분명 심지안이 엄마로서 우주에게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을 보상해야 할 일이었지만, 우주는 너무나도 어른스럽고 이해심이 깊어서 자신이 엄마를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성우주를 '이해심이 깊다'는 말로만 표현하기에는 너무 부족했다.성연신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연구소의 규정에 따르면 병실마다 밤에는 단 한 명의 보호자만 상주할 수 있다고 해. 아빠는 엄마를 도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고, 음식도 먹일 수 있지만, 우주는 아직 힘이 너무 약해서 그런 일을 할 수 없잖아. 억지로 하려다 보면 엄마를 다치게 할 수도 있어.”성우주는 작은 주먹을 꽉 쥐고, 침대에 누워있는 심지안을 바라보며 결국 타협했다.“그러면 아빠가 꼭 엄마를 잘 돌봐주세요. 저는 내일 다시 올게요.”성연신은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내일? 지안 씨가 깨어난다면 이 녀석은 헛걸음하게 될 거야.'그러나 곧 심지안에게 ‘자극적인’ 행동해야 그녀를 깨우는 데 도움이 된가는 생각에 성연신의 눈빛은 더 깊어졌다. 자극적이면서도 그녀를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은 사실 쉽지 않았다.오래 생각한 끝에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성연신은 병실 문을 잘 닫고 심지안을 안아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그는 심지안이 과거에 특정한 행동에 큰 반응을 보였던 것을 기억했다...큰 손을 천천히 그녀의 엉덩이에 올리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목소리를 낮췄다.“지안 씨, 미안해요...”말을 마치고 손을 높이 들었다가 강하게 내리쳤다.“짝!”그 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다.심지안은 예쁜 얼굴을 갑자기 찌푸리고, 입술을 불만스럽게 오므렸다. 비록 혼수상태에 있었지만 그녀의 강한 불만이 느껴졌다.성연신은 효과가 있음을 보고 내심 기뻤다. 이어서 큰 손으로 심지안의 엉덩
심지안은 원래 성연신에게 화를 내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과 마주치자, 심장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두근두근 뛰었다. 특히 방금 두 사람이 그렇게 친밀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참, 정말 얼굴만 잘생기면 다야?’인제 와서 발뺌하는 건, 마치 다 해놓고 책임지기 싫어하는 여우 같았다!“에헴... 저는 괜찮아요.”심지안은 불편한 듯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땀이 좀 나서 몸이 끈적끈적할 뿐이었다.성연신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는 그녀의 이불을 잘 덮어주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엄 교수를 불러올 테니까, 우선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네”심지안은 고분고분 대답하고 그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진료실 안은 따뜻한 조명의 빛이 구석구석까지 비추고 있었고,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은 부드럽고 편안하며, 약간의 상쾌한 향이 느껴졌다. 매우 익숙한 냄새였다.심지안은 이불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의 시트와 베개가 모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의 것임을 알아차렸다. 성씨 가문의 주방에 있는 것과 같은 브랜드였다.‘아... 잠깐, 이거 성연신이 쓰던 거잖아. 나를 편하게 해 주기 위해 집에서 이불까지 가져온 거야?’심지안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연신 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세심했던 거지?’“심지안 씨, 대표님이 연구소와 병원이 비슷하다고 하시면서, 기본 제공되는 이불이 깨끗하지 않고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해서 특별히 집에서 가져오라고 하셨어요.”정욱이 언제 문 앞에 서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설명해 주었다.“대표님께서는 지안 씨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안 된다고 걱정하셨어요. 지안 씨를 아주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요.”심지안은 시선을 내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네, 저에게 진 빚이 있으니, 잘해주는 게 당연하죠.”정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맞아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 대표님께 한 번 더 기회를 주셔서, 지안 씨 곁
심지안은 눈을 깜빡였다.“당연히 제 본가인 성씨 가문으로 가죠.”성연신의 눈에는 잠시 어둠이 스쳤지만, 곧 사라졌다. 그는 심지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요.”‘그녀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 건 당연해. 그때 난 정말 나빴으니까.’“기사님께서 운전해 주면 돼요.”성연신은 침대 옆에 서 있었다. 185cm나 되는 훤칠한 키와 태평양같이 넓은 어깨는 심지안에게 안정감을 주었다.성연신이 내려다보며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운전 실력을 따라올 수 있겠어?”어느 때나 어디서나 성연신은 심지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녀의 생명은 그의 생명보다 소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게까지 헌신할 수 없었다.심지안은 그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무언의 웃음을 지었다....성씨 가문의 장원.성동철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성연신과 심지안은 함께 들어가 이틀 동안 엄 교수를 찾아가 최면술에 대해 치료받은 일을 설명했다. 그러자 성동철은 얘기를 들으면서 미간을 찌푸렸고, 심지안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애틋함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겉으로는 담담하게 몇 마디 했지만, 그 속에는 너무나도 많은 후회가 내포되어 있었다.‘고청민... 내가 잘못 키웠어.’성동철은 스스로가 잘못 키운 것을 탓하며, 모든 에너지를 회사 경영에 쏟느라 사춘기 시기의 감정적 결핍을 간과했던 것을 후회했다.“지안아, 정말 고생 많았구나. 할아버지가 널 지켜주지 못했어.”수많은 말이 짧은 몇 마디로 요약되었지만, 심지안만이 할아버지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너무 미안해하고 자책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일부러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두 팔을 벌리고 성동철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 치맛자락이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며 매 순간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다.“보세요, 저 이렇게 멀쩡하잖아요! 아무 일도 없어요!”성동철은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고 눈가가 붉어졌다.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아무 일 없으면 됐다, 아무 일
심지안은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할아버지...”“어서 타, 같이 가자.”성동철은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손짓해 불렀다.심지안은 일단 의문을 잠시 뒤로 미루고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랐다.차 안은 고요했다. 그녀는 여러 번 할아버지에게 성연신과 어떻게 한 차를 타게 되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두 사람 다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하씨 집안에 도착하기 10분 전, 성동철은 그동안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회색빛 감도는 눈동자에는 한 줄기의 맑은 빛이 스며들어 있었다.“이 녀석과 재결합할 거야?”“아니에요.”심지안은 손사래 치며 아니라고 해명했다.“재결합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들을 봤어. 이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다 허락할 거야.”성동철은 나이가 들었기에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지만, 가끔 인터넷을 통해 제경에서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났는지 살펴보곤 했다.성연신과 심지안이 재결합을 공식 발표하면서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들의 합사진이 대대적으로 퍼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사진을 커플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소식을 모르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웠다.하지만 성동철은 화내지 않았다. 그는 이미 생각을 정리했다. 꼭 자신이 계획한 대로만가는 것이 최선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예로부터 딸을 가진 집안에서는 딸이 잘못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두려워해 왔다. 그의 딸이 바로 그 생생한 예였다. 그래서 그는 외손녀가 남자를 고르는 문제를 신중하게 대하길 바랐고 평생의 행복을 망치지 않기를 바랐다.특히 심지안과 성연신의 이전 관계가 이미 산산조각이 났었기 때문에, 그는 심지안을 백지와도 같은 고청민에게 시집보내는 것이 무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성동철은 고청민을 너무 신뢰했고, 고청민의 성장 과정을 간과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상황을 초래했다.그도 신이 아니기에, 자녀의 연애 문제에 있어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