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능은 몰래 태상황의 안색을 살폈다. 입술은 적홍색에 호흡은 순조로운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일단 목숨은 살려낸 것이었다.우문호는 자신을 보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태상황의 등 뒤에 재빨리 담요를 넣어 지탱했다.“다섯째야, 너의 부인은 과인이 처음 보는 것 같구나.”태상황의 목소리는 방금 전 보다 기력이 있어 보였지만 정상적인 사람에 비하면 아직 많이 허약했다. 우문호는 착잡했다. 태상황이 깨어난 후 먼저 이 여인에 대해 물었기 때문이었다.태상황은 최근 일 년의 대부분을 병상에서 보냈다. 태상황이 편찮았던 지라 우문호는 혼인한 후 원경능을 데리고 문안인사를 드리러 오지는 않았다.원경능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무표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태상황이 엄청난 통찰력으로 그녀를 꿰뚫어 보는 듯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태상황의 위엄은 권력이 고도로 집중된 이 시대에서 삼십 팔 년간 재위하면서 다져진 것이었다. “황조부, 왕비의… 몸이 좋지 않아 문안인사를 드리러 오지 않았었습니다. 혹여나 황조부께 병이라도 옮길까 두려웠습니다.”우문호는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과인은 곧 죽을 노인인데 무슨 병을 두려워하겠느냐?”태상황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는데, 그 말투가 매우 부드러웠다. 원경능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태상황의 예리한 눈빛과 마주치고는 화들짝 놀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황조부,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괜찮아지실 겁니다.”우문호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명원제와 예친왕도 옆에서 말했다.“하늘이 부황을 도우실 겁니다.”환관이 좁쌀죽을 올리자 상공공이 시중을 들었다. 태상황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왜, 과인은 젊은 사람의 시중 받을 가치도 없단 말이냐? 이 영감탱이야, 네 눈 밑이 얼마나 검은지 보았느냐? 과인이 너의 몰골에 놀라 죽겠구나. 나가거라, 돌아가서 자. 이곳은 초왕비가 시중을 들면 되느니라.”상공공은 오랫동안 태상황의 시중을 들어와서 태상황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태
Last Updated : 2023-06-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