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원경능은 조용히 서있기만 했다. 화가 난 표정도 아니었다. 심지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저명취는 그녀가 정말로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여 계속 도발했다.“그분이 왜 제게 그런 말들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이때 원경능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그녀를 끌고 안으로 걸어갔다.“궁금해요. 하지만 저는 네 사람이 앉아서 못 나눌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해요.”원경능은 우문호와 제왕이 안에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이해한 바에 의하면, 제왕 부부가 우문호를 찾은 목적을 그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랬기에 저명취는 문 밖에서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그녀는 원경능을 만난 뒤로 계속해서 도발하고 끊임없이 모욕하며 원경능을 분노하게 했다. 저명취는 그녀가 더는 궁에 머물지 못하게 함으로써 태상황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이 손 놓으세요!”그러나 저명취는 그녀의 이런 행동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대경실색하며 새끼 손가락으로 원경능을 그어 버렸다. 뾰족한 새끼 손가락의 끝이 원경능의 팔목을 할퀴었다. 그녀는 강제로 원경능의 손을 자신에게서 떼어놓으려 했다.원경능은 어려서부터 집요한 구석이 있었는데, 할 일은 목숨을 걸어서라도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저명취를 끌고 들어가다가 피가 떨어져 바닥은 어느새 석류꽃 모양의 핏자국으로 물들어 있었다. “초왕, 제왕!”원경능은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굳이 예의를 차리고 싶지 않았기에 저명취를 질질 끌어와 의자 위에 앉혔다. 그러고는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상처를 싸맸다. 그녀는 잊지 않고 덧붙여 말했다.“제왕비가 할 말이 있다고 하네요.”우문호는 저명취를 거칠게 대하는 그녀를 어두운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게 무슨 짓이지?”방금 전까지 낭패를 보았던 저명취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의 차림새를 가다듬고는 차분한 얼굴로 원경능을 쳐다봤다.저명취는 그녀가 민망함
우문호는 젓가락을 들어 식어버린 반찬을 입에 가져가며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끔 바라봤다.“싸우자는 건가? 배불리 먹어야 싸울 힘도 생기지.”원경능은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닫고 조금 민망해졌다. 그녀는 다시 머리에 비녀를 꽂고 자리에 앉았다. 사실 그녀는 심하게 허기진 상태였다. 이 곳에 도착해서부터 줄곧 배가 고팠었다.마음속에 계속 경계심을 품고 있었기에 그녀는 허겁지겁 빠른 속도로 음식을 먹었다.한편 우문호는 매우 평온하게 느릿느릿 먹었지만 여전히 어두운 표정을 풀지 않고 있었다. 평온함은 마치 요동치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만 같았다.마음을 졸이며 식사를 마친 원경능은 병풍 뒤에 숨어 자신에게 주사를 놓고 약을 꺼냈다.명주실로 만든 병풍은 빛을 투과시킬 수 있었기에 우문호는 그녀가 안에서 뭘 하고 있는지 전부 볼 수 있었다.그는 뚫어지게 관찰했다. 요 며칠, 상황은 그가 통제할 수 없는 범위로 번져갔다. 원경능의 변화는 궁내 기존의 형세도 개변시켰다. 그는 다시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게 되었다.이건 결코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황조부의 병을 낫게 할 수만 있다면 그는 개의치 않았다.원경능의 변화는 왕부로 돌아가 천천히 지켜보며 조사해도 될 일이었다. 어짜피 그녀가 갑자기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건 아닐 테니.주사를 다 맞은 원경능은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찬물로 삼켰다.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 우문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침전으로 돌아가 얌전히 있도록 해. 아무것도 묻지 말고, 상관하지도 말고, 변명도 하지 말고. 본왕은 궁 밖으로 나가야 한다.”원경능은 그가 왜 갑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바꿨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쩐지 나쁜 마음을 감추고 있는 것만 같았다.“제가 상처를 동여매 드릴게요.”원경능이 뻔뻔하게 말했다. 그의 못된 행동들을 떠올리니, 실로 마음이 내켜서 한 소리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원경능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상하다 생각했다. 사실 그는 이
석양이 정원을 뒤덮을 때까지 우문호는 입궁하지 않았다.원경능은 오늘 하루가 순조롭게 지나갔다는 것이 다소 불안했다. 이곳에 타임슬립 해 온 이후로 한 번도 이런 평온한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복보의 상처를 소독했다. 상공공은 그녀에게 서난각으로 돌아가 쉬라고 하였다.건곤전 밖으로 나간 원경능은 명원제의 난(銮-천자가 타는 수레)이 건곤전 대문 앞에 당도한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서둘러 자리를 떠날지 아니면 그가 오기를 기다려 문안인사를 하고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호위 복식을 한 사람이 다가가 몇 마디를 했다. 명원제는 안색을 바꾸더니 몸을 돌려 가버렸다.‘문 앞까지 오고도 다시 돌아가다니,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걸까?’원경능은 정신이 다른 곳에 팔린 채로 서난각으로 돌아왔다. 희씨 어멈이 붕대를 갈아주고 뜨거운 물을 주었다. 몸을 닦고 세수를 하니 한결 개운해졌다. 소염제를 먹고 그녀는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요 며칠간 계속 먹은 소염제로 인해 그녀는 정신이 쇠약해지고 온몸에는 기운이 없었다. 침대에 몸이 닿자 마자 눈꺼풀이 감겼다. 명원제가 왜 왔다 그냥 돌아갔는지조차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한밤중에 희씨 어멈이 들어와 그녀를 깨웠다.원경능은 눈을 비비며 등불을 들고 한 쪽에 서있는 희씨 어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희미한 슬픔이 묻어있는 것을 본 원경능은 벌떡 일어나 쉰 목소리로 물었다.“태상황께서…”“아닙니다, 아닙니다!” 희씨 어멈이 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왕비, 어서 일어나시지요. 환복하고 출궁하셔야 합니다. 고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출궁?” 원경능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한밤중에 출궁이라니.“묻지 마시고 얼른 준비하시지요!” 희씨 어멈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불을 걷고 고개를 돌려 침착하게 분부했다.“왕비의 환복을 거들거라.”원경능의 눈에 그제서야 침전에 희씨 어멈말고도 두 명의 궁녀가 더 있는 것이 보였다.차가운 물수건을 그녀의 얼굴에 갖다 대며 희씨 어멈이 말했다. “왕비께선 필히
그녀는 가볍게 그의 뺨을 쳤다.“우문호, 우문호.”“건드리지 말거라. 이미 기절했다.”제왕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원경능은 여전히 그의 뺨을 쳤다. “우문호, 정신차려요. 눈 한번 떠볼래요?”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가볍게 펼쳤다. 그리고는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잡아당겼다.“눈 좀 떠봐요.”“이 여인이 정말, 황조부께서 왜 당신을 보내셨는지 모르겠군.”제왕이 급히 다가오며 손을 뻗어 그녀를 떨어트리려 했다. 그런데 이때 우문호가 천천히 눈을 뜨는 것이었다.원경능은 제왕을 밀어젖히며 조금 화를 냈다.“저리가요. 방해하지 말고.”제왕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 여인은 어찌 이리 사나운 것인가?원경능은 두 손으로 우문호의 머리를 감싸며 질문했다.“우문호, 날 봐요.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요?”우문호는 눈앞이 흐릿했지만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못난이.”원경능의 입술 끝이 삐딱하게 올라갔다. “당신은 누구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나요?”“본왕은 습격을 당했다…”의식은 또렷했다.“좋아요. 지금부터 간단한 검사를 진행할 거예요. 아프면 나한테 말해요. 뇌출혈과 다른 출혈 상태를 파악하는 거예요.”원경능의 두 손이 가볍게 머리를 눌렀다. 이어서 심장과 폐부에 손을 가져갔다.우문호의 흉강에서 천명(哮鸣)소리가 났고 그가 몸을 떨었다. 그의 얼굴이 붉어지며 호흡이 가빠졌다. 내상이 있었고, 기침에 의해 기흉(气胸)이 발생했다고 그녀는 신속하게 판단했다.“다섯째 형님….”“왕야….”뭇사람들이 우문호가 갑자기 위독해지자 앞으로 달려 나와 놀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원경능은 이미 빠른 걸음으로 병풍 뒤로 가서 약상자를 열고 그 안에서 바늘을 갖고 나왔다.“탕양, 왕야를 꽉 잡아주게. 왕야께선 기흉 증상을 보이고 있네, 이대로는 목숨이 위험할 수 있으니 공기를 빼내야 하네.”“네?”탕양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녀의 손에 든 바늘을 보고 경악했다. 설명을 길게 하고 싶지
원경능은 일어서서 자신의 시큰한 손을 움직였다. 어깨와 경추 모두 아픈 나머지 견디기 힘들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인턴이나 간호사 자격을 갖추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릴 수도 없었다.“왕비마마, 너무 힘드시면 기씨 어멈에게 도와달라고 하십시오. 그녀의 바느질 솜씨가 꽤 괜찮습니다.”서일이 멋쩍게 말했다. 그는 조금 전 구겨진 체면을 이번엔 어떻게 해서라도 만회하고 싶었다.“만약 초왕이 옷감이라면, 기씨 어멈을 불러 도와 달라고 해도 무방하겠군.”원경능이 담담하게 말했다.제왕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도대체 뭘 하는 거지? 상처는 자연히 아물텐데, 도대체 왜 꿰매는 거야?”제왕이 보아하니 이 여인은 의술을 좀 아는 듯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의술이 아니라 무의(巫醫-무술로 병을 치료하는 의원)같은 거였다. 저 약상자가 바로 무의의 약상자였다.만약 태상황의 명령이 없었다면, 그는 절대 그녀가 이렇게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가장 웃기는 건 그녀가 제왕 자신의 피를 다섯째 형님께 드릴 수 없다고 말한 것이었다. 자신과 다섯째 형님은 한 아버님 밑에서 태어난 형제이고 한 핏줄인데 어찌 쓰이지 못한단 말인가?원경능은 제왕을 상대할 마음이 없었다. 그녀는 돌아서서 천천히 목을 돌리고 몸에서 힘을 뺐다.제왕은 화가 나서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명취의 말이 맞았다. 이 원경능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해댔고 거만했으며 안하무인이었다.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다섯째 형님의 상태가 호전된 건 자신의 자금단 덕이지 절대 원경능 때문이 아닐 거라고.하지만 이 밉살스러운 원경능은 계속해서 상처를 꿰매고 있었다.우문호는 중간에 깨어났었지만, 의식이 불분명하여 어렴풋이 원경능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원경능은 초왕이 매우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의식은 없었지만, 그의 몸은 통증으로 인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약상자에는 마취약이 없었기 때
원경능은 기씨 어멈을 보며 물었다.“어떤 불편함을 말하는 것이냐?”원경능의 몸은 온갖 불편함을 다 호소했었다. 그저 궁에서 너무 큰 부담감에 짓눌려 감지하고 자세히 생각해볼 틈이 없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앉아 있거나 엎드려 있을 때 오장육부가 다 뒤틀려 한데 뭉친 듯한 느낌에 상처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 기씨 어멈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사실 소인도 자세한 것은 잘 모릅니다. 어쩌면 탕 대인이나 서 시위께서 더 잘 아실 수도 있습니다. 소인은 그저 자금탕을 마시면 오장육부가 손상되고 피를 토하며, 기침이 나고 놀라서 꿈에서 깨는 정도까지만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머슴애 하나가 왕부의 골동품을 훔쳐다 판 적이 있는데 죽어도 인정하지 않고 벽에 머리까지 박으며 자살을 시도 했었습니다. 탕 대인께서 그에게 자금탕을 먹이셨습니다. 후에 자백은 받아냈지만, 아마 보름 뒤에 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원경능은 들을수록 간담이 서늘하였다.“보름 만에 죽었다고? 자금탕 때문에?”“탕 대인의 말로는 자금탕을 마신 후 반드시 일년 반 정도는 몸을 잘 관리해야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하였습니다. 그저 그 머슴이 너무 가증스러워 탕 대인이 관리를 잘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죽어버린 겁니다. 죽기 전에 피도 토하고 배도 아파하고 기침도 심하게 했습니다. 한번 기침하면 멈추지 못했고요. 죽을 땐 얼굴이 자주색이었다 합니다.” ‘산소가 부족할 정도로 기침을 한다고?’기씨 어멈은 조금 주저하다가 말을 이었다.“뿐만 아니라 그가 죽기 전에 늘 귀신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저승에 데려다가 단죄한다며 아주 무서워했습니다. 하여 자금탕을 ‘황천길을 꿈꾸는 탕’이라고도 하옵니다. ”원경능은 멍하니 기씨 어멈을 바라보다 서서히 쓴 웃음을 지었다. ‘우문호, 당신 도대체 원경능을 얼마나 미워하는 거야?’더 역설적인 건 그녀의 ‘대역’인 자신은 또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 우문호를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었다.만약 정말 윤회라는 게 존재한다면, 자신과 이 몸의
원경능은 그에게 수액을 놓고는 처소로 돌아가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돌아왔다. 이때 저명취가 시녀를 데리고 정원으로 들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구름모양을 수놓은 옅은 보라색의 비단 치마를 입고 있었다. 넓은 소매엔 푸른 테를 둘렀고 허리엔 같은 색의 허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허리가 한 손에 잡힐 듯 하늘거리는 모습이 뭇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머리 위에는 금과 옥으로 만들어진 봉미채(凤尾钗-봉황꼬리모양의 비녀)를 꽂고 있었고 새하얀 귀에는 금으로 투조한(镂空) 작은 등불 모양의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귀걸이가 피부에 닿으면서 옥이 부서지는 듯한 청아한 소리를 냈다.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본 제왕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달려나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마차에 앉아있느라 피곤하진 않았어?”저명취도 온화한 기색으로 화답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피곤하지 않아요.”두 사람은 서로 손에 깍지를 끼고 돌계단을 올라 갔다. 원경능은 문 앞에 서서 차분한 기색으로 저명취를 바라보았다.저명취는 슬그머니 제왕이 잡은 손을 빼면서 원경능에게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초왕비, 안녕하세요.”“네!”원경능이 짧게 대답했다. 제왕은 기가 막혔다. 예의에 따르면 ‘네’ 한마디가 아니라 응당 제왕비에게 인사를 해야 했다.‘네’가 말인가? 너무 거드름 피우는 것 아닌가?저명취는 손으로 제왕의 손등을 내리누르며 그를 향해 머리를 가로 저었다. 원경능과 똑같이 굴지 말라고 눈으로 말했다.제왕은 저명취의 사리에 밝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섯째 형님이 불쌍해졌다. 하필이면 원경능 같은 여인을 왕비로 맞이하다니. 전생의 원수나 다름없어 보였다.“들어가지.”제왕은 다시 저명취의 손을 잡으려 했으나 저명취는 벌써 먼저 집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원경능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그저 문가에 기댄 채 조용히 보고 듣기만 했다.침대 옆으로 다가간 저명취가 근심스러우면서도 조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왕야, 괜찮으신 가요?”그녀의 눈길은 초왕
서일은 원경능이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왕비가 어떤 일로 왕야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뺨을 맞다니요.”탕양은 오히려 재빨리 걸어 들어갔다. 우문호의 눈썹 위에는 다시 피가 배어 나왔고 창백한 얼굴에도 손바닥 자국이 역력했다. 그가 다급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일, 빨리 가루약을 갖고 오게.”재빨리 걸어 온 서일이 이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왕비가 감히 왕야를 때리다니요!”“빨리 가서 가루약을 갖고 오게!”탕양이 그를 밀치며 말했다.우문호가 담담하게 말했다.“되었다.”탕양은 그냥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서일이 가루약을 갖고 오자 우문호가 말했다.“필요 없다. 그녀가 전에 약을 발라 줬느니라.”서일은 도무지 이해가 안돼 불만의 소리로 말했다.“왕야, 왕비는 감히 왕야께 손을 댔습니다. 그런데도 왕비의 약을 사용하십니까? 왕비는 지금 갈수록 거만해지고 있습니다.”우문호는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그저 탕양에게 말했다.“왕비에게 약을 가져다 주거라. 자금탕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모양이더구나. 본왕이 금방 그녀가 귀신이 보인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환각이 생긴 겁니까?”탕양은 바로 무슨 영문인지 알아 차렸다.“왕비께서 왕야를 오해하셨군요.”우문호가 차갑게 말했다.“오해는 무슨 오해란 말이냐? 왕비를 정신차리게 하려고 한 것이지. 본왕이 건강해지면 그녀를 아주 호되게 팰 것이다.”서일이 한쪽에서 머리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당연합니다.”왕야께선 정말 위풍이 넘쳤다. 그날이 기대 되었다.탕양은 그런 그를 어이없게 바라보고는 말했다.“자넨 여기서 왕야를 지키고 있게. 내 얼른 다녀오겠네.”“네!”서일이 대답했다. ***원경능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봉의각으로 돌아왔다.탁자를 닦고 있던 녹아는 그녀가 돌아오자 이상해서 물었다.“왕비, 왕야 곁에 계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원경능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문호가 다쳤다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