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능은 기씨 어멈을 보며 물었다.“어떤 불편함을 말하는 것이냐?”원경능의 몸은 온갖 불편함을 다 호소했었다. 그저 궁에서 너무 큰 부담감에 짓눌려 감지하고 자세히 생각해볼 틈이 없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앉아 있거나 엎드려 있을 때 오장육부가 다 뒤틀려 한데 뭉친 듯한 느낌에 상처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 기씨 어멈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사실 소인도 자세한 것은 잘 모릅니다. 어쩌면 탕 대인이나 서 시위께서 더 잘 아실 수도 있습니다. 소인은 그저 자금탕을 마시면 오장육부가 손상되고 피를 토하며, 기침이 나고 놀라서 꿈에서 깨는 정도까지만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머슴애 하나가 왕부의 골동품을 훔쳐다 판 적이 있는데 죽어도 인정하지 않고 벽에 머리까지 박으며 자살을 시도 했었습니다. 탕 대인께서 그에게 자금탕을 먹이셨습니다. 후에 자백은 받아냈지만, 아마 보름 뒤에 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원경능은 들을수록 간담이 서늘하였다.“보름 만에 죽었다고? 자금탕 때문에?”“탕 대인의 말로는 자금탕을 마신 후 반드시 일년 반 정도는 몸을 잘 관리해야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하였습니다. 그저 그 머슴이 너무 가증스러워 탕 대인이 관리를 잘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죽어버린 겁니다. 죽기 전에 피도 토하고 배도 아파하고 기침도 심하게 했습니다. 한번 기침하면 멈추지 못했고요. 죽을 땐 얼굴이 자주색이었다 합니다.” ‘산소가 부족할 정도로 기침을 한다고?’기씨 어멈은 조금 주저하다가 말을 이었다.“뿐만 아니라 그가 죽기 전에 늘 귀신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저승에 데려다가 단죄한다며 아주 무서워했습니다. 하여 자금탕을 ‘황천길을 꿈꾸는 탕’이라고도 하옵니다. ”원경능은 멍하니 기씨 어멈을 바라보다 서서히 쓴 웃음을 지었다. ‘우문호, 당신 도대체 원경능을 얼마나 미워하는 거야?’더 역설적인 건 그녀의 ‘대역’인 자신은 또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 우문호를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었다.만약 정말 윤회라는 게 존재한다면, 자신과 이 몸의
원경능은 그에게 수액을 놓고는 처소로 돌아가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돌아왔다. 이때 저명취가 시녀를 데리고 정원으로 들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구름모양을 수놓은 옅은 보라색의 비단 치마를 입고 있었다. 넓은 소매엔 푸른 테를 둘렀고 허리엔 같은 색의 허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허리가 한 손에 잡힐 듯 하늘거리는 모습이 뭇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머리 위에는 금과 옥으로 만들어진 봉미채(凤尾钗-봉황꼬리모양의 비녀)를 꽂고 있었고 새하얀 귀에는 금으로 투조한(镂空) 작은 등불 모양의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귀걸이가 피부에 닿으면서 옥이 부서지는 듯한 청아한 소리를 냈다.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본 제왕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달려나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마차에 앉아있느라 피곤하진 않았어?”저명취도 온화한 기색으로 화답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피곤하지 않아요.”두 사람은 서로 손에 깍지를 끼고 돌계단을 올라 갔다. 원경능은 문 앞에 서서 차분한 기색으로 저명취를 바라보았다.저명취는 슬그머니 제왕이 잡은 손을 빼면서 원경능에게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초왕비, 안녕하세요.”“네!”원경능이 짧게 대답했다. 제왕은 기가 막혔다. 예의에 따르면 ‘네’ 한마디가 아니라 응당 제왕비에게 인사를 해야 했다.‘네’가 말인가? 너무 거드름 피우는 것 아닌가?저명취는 손으로 제왕의 손등을 내리누르며 그를 향해 머리를 가로 저었다. 원경능과 똑같이 굴지 말라고 눈으로 말했다.제왕은 저명취의 사리에 밝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섯째 형님이 불쌍해졌다. 하필이면 원경능 같은 여인을 왕비로 맞이하다니. 전생의 원수나 다름없어 보였다.“들어가지.”제왕은 다시 저명취의 손을 잡으려 했으나 저명취는 벌써 먼저 집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원경능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그저 문가에 기댄 채 조용히 보고 듣기만 했다.침대 옆으로 다가간 저명취가 근심스러우면서도 조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왕야, 괜찮으신 가요?”그녀의 눈길은 초왕
서일은 원경능이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왕비가 어떤 일로 왕야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뺨을 맞다니요.”탕양은 오히려 재빨리 걸어 들어갔다. 우문호의 눈썹 위에는 다시 피가 배어 나왔고 창백한 얼굴에도 손바닥 자국이 역력했다. 그가 다급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일, 빨리 가루약을 갖고 오게.”재빨리 걸어 온 서일이 이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왕비가 감히 왕야를 때리다니요!”“빨리 가서 가루약을 갖고 오게!”탕양이 그를 밀치며 말했다.우문호가 담담하게 말했다.“되었다.”탕양은 그냥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서일이 가루약을 갖고 오자 우문호가 말했다.“필요 없다. 그녀가 전에 약을 발라 줬느니라.”서일은 도무지 이해가 안돼 불만의 소리로 말했다.“왕야, 왕비는 감히 왕야께 손을 댔습니다. 그런데도 왕비의 약을 사용하십니까? 왕비는 지금 갈수록 거만해지고 있습니다.”우문호는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그저 탕양에게 말했다.“왕비에게 약을 가져다 주거라. 자금탕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모양이더구나. 본왕이 금방 그녀가 귀신이 보인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환각이 생긴 겁니까?”탕양은 바로 무슨 영문인지 알아 차렸다.“왕비께서 왕야를 오해하셨군요.”우문호가 차갑게 말했다.“오해는 무슨 오해란 말이냐? 왕비를 정신차리게 하려고 한 것이지. 본왕이 건강해지면 그녀를 아주 호되게 팰 것이다.”서일이 한쪽에서 머리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당연합니다.”왕야께선 정말 위풍이 넘쳤다. 그날이 기대 되었다.탕양은 그런 그를 어이없게 바라보고는 말했다.“자넨 여기서 왕야를 지키고 있게. 내 얼른 다녀오겠네.”“네!”서일이 대답했다. ***원경능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봉의각으로 돌아왔다.탁자를 닦고 있던 녹아는 그녀가 돌아오자 이상해서 물었다.“왕비, 왕야 곁에 계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원경능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문호가 다쳤다는 사
원경능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뜻이예요?”우문호는 대답하지 않고 되려 물어왔다.“그대는 어찌하여 기왕이 손을 쓴 거라고 생각하지?”원경능은 한참 생각하다 말했다.“직감이죠.”그녀는 당연히 직감으로 일을 풀어 나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머리에 떠오르는 지금의 상황을 조금씩 분석하여 얻은 결론이 기왕이었다. 우문호는 이를 한눈에 알아봤다.“본왕은 직감이란 말은 안 믿는다. 괜찮으니 한번 말해봐.”원경능은 담담하게 말했다.“확실히 직감이에요.”그녀는 방금 자신이 입을 잘못 놀려 한 말이 후회스러웠다. 자신은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분석한 것들을 말해도 그녀에게 득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그가 자신이 경후부에 있을 때부터 이 일을 알고 있었다고 여길 수 있었다. 사서를 읽는 사람으로써, 그녀는 시국에 대해 예민했다. 기왕은 장자였으며 전쟁에서 공도 세웠었다. 황제도 그를 꽤 알아봐주고, 대신들도 매수해 두었다. 그는 태자 자리에 욕심을 내고 있었다.기왕의 세력이 이렇게 드센데, 다른 친왕들도 야심은 있지만 발벗고 나서서 굳이 우문호를 제거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우문호가 살아 있다는 것은 기왕이 태자 직위를 얻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이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렇다고 다른 친왕들이 우문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아니었지만 아직 황위 다툼이 그 정도로 열띤 상태는 아니었다.우문호는 더 묻지 않았다. 다만 마음속으로 조금 놀랐다. 이 아둔한 여인이 기왕이라는 것을 눈치 채다니.보아하니 경후부도 적잖이 시국을 논의하는 모양이었다. 경후부는 그가 더욱 싫어하는 대상이 되었다.원경능은 방석에 엎드린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요즘 너무 힘들어서 눕기만 하면 잠이 쏟아졌다.하지만 머리에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 때문에 그녀는 몸이 나른하고 눈꺼풀이 아무리 무거워도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어이, 못난이!”침대 위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원경능은 바깥 방향으로 머리를 돌려버렸다. 그녀는 이렇
깜짝 놀란 와중에 그는 원경능이 면도칼 한 자루를 꺼내는 것을 발견하였다. 우문호는 화를 내며 물었다.“또 무엇을 하려는 거지?”“털을 밀어야 해요. 털을 밀지 않으면 어떻게 소독하고 치료하나요?”원경능은 그의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다리를 좀 벌리세요.”우문호는 온몸의 혈액이 머리에 솟구치는 것 같았다. 귀에는 윙윙 소리가 났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이어 면도칼이 살갗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더부룩한 것이 허벅지를 스치며 떨어졌다. 곳곳이 느껴지는 촉감은 치욕감을 주었다.사실 원경능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녀가 원해서 보는 것인가? 원해서 음모까지 밀고 그곳의 상처를 처치하는 것인가? 하지만 만일 감염으로 인해 그것이 떨어진다면 태상황과 자신에게 할 말이 없었다. 비록 그것이 떨어진다 하여도 자업자득이지만 말이다.상처는 다행스럽게도 아슬아슬하게 허벅지의 대동맥을 빗겨갔다. 상처는 매우 깊었는데 무슨 방법으로 지혈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 우문호가 혼자서 지혈하는 약 가루를 뿌렸을 것이다. 허벅지 옆에 찐득찐득한 약이 발라져 있었다.만일 조금만 더 중심으로 베었다면 분명 그 물건을 비스듬히 잘라냈을 것이다. 만일 잘라냈다면 정말로 좋았을 것이다! 이는 온갖 죄악의 근원이었다.원경능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몰래 고개를 들어 우문호를 흘끔 보았다. 우문호가 주먹을 휘두르자 원경능은 재빨리 목을 움츠렸다. 그리고는 홍시처럼 빨개진 그의 얼굴을 발견하였다.“그래도 봉합해야 되겠네요!”원경능은 소독한 뒤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싫다!”우문호는 단번에 거절하고 천천히 다리를 오므렸다. 그러나 원경능은 그보다 먼저 그의 허벅지를 밀어내면서 두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게 하였다. 우문호는 머리칼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머리칼 끝에는 분노의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알겠어요!”원경능은 약상자를 꺼내 바르는 마취약을 꺼내며 말했다.“지혈하는 약을 좀 발라 줄게요. 상처가 빨리 회복되게 할 수 있어요.”“빨리빨리 좀 해!”우문호는
원경능은 탕양과 함께 대청(正厅)에 도착하였다. 도착하기 전, 탕양은 그녀에게 목여공공이 온 이유를 말해주었다.원경능이 몰래 태상황을 치료해준 일을 황제가 알게 된 것이다. 황제가 크게 노하셔서 목여공공에게 직접 초왕부에 가라고 명한 것이었다. 원경능을 황궁에 들여 문책하기 위해. 원경능은 황궁의 규칙을 알고 있는지라 당연히 당황했다. 그녀는 어의도 의원도 아니었다. 애초에 태상황을 치료해줄 자격이 없었다.목여공공은 엄숙한 얼굴로 대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원경능이 들어오자 몸을 일으키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초왕비, 폐하께서 궁으로 부르십니다.”원경능은 한마디 물었다.“태상황께서는 괜찮으십니까?”“태상황께서는 중독되어 혼절한 상태입니다.”목여공공은 쌀쌀하게 대답했다. 원경능은 눈을 내리깔았다. 이래서 황제가 자신에게 죄를 묻는 것이었다. 만일 치료 후에 아무 일도 없었더라면, 자신은 과오도 공로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착오가 생기면 모든 잘못은 자신의 것으로 전가된다.태상황은 더욱이 중독 상태였다.그녀는 목여공공을 따라 초왕부 문앞까지 나와서야 어전부시위장 고사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고사는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왕비, 마차에 오르십시오.”바닥에는 발 디딜 걸상이 없었다. 원경능은 힘겹게 마차에 올랐다. 발이 드리워지는 순간 탕양에게 우문호가 열이 나는지 가서 지켜보라고 말 했었던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원경능은 발을 휙 올리며 고사에게 말했다.“탕양에게 할 말이 있네.”고사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왕비,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입궁만 하시면 됩니다.”원경능은 잠시 멍해졌다.“쓸데없는 일? 무슨 뜻인가?”“왕비 자신만 생각하시고 왕야를 진흙탕에 끌어들이지는 말라는 말입니다.”고사는 싸늘하게 말했다. 그러자 원경능도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런가? 그렇다면 고 대인이 수고스러우신 대로 탕양에게 말을 전해주게. 왕야께서 열이 나는지 가서 확인하라고 말이네. 혹시 고열에 시달린다면 내가 왕
만약 이 일이 경후부에 연루된다면, 원경능은 가족 사이에서 경멸의 대상이 될 것이다.그녀는 자리에 천천히 앉았다. 고사는 바로 앞에 서서 두 팔을 낀 채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황제의 명대로 원경능을 감시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는 고사에게 물었다.“태상황께서 무슨 독에 중독되셨는 지 알려줄 수 있겠나?”고사는 입술을 꾹 다물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원경능은 시위(侍卫)들의 입이 천금보다도 더 무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입을 벌리지 않을 것이다.원경능은 복보에게 발생했던 일을 생각하니, 태상황이 독에 중독되었다는 말이 어느정도는 신뢰가 갔다. 태상황을 눈엣가시로 여기면서 죽기만 바라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으니.다만 건곤전의 보안은 철통 같았기 때문에 음식에 손을 쓸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또한 태의가 처방한 약은 모두 시약을 거쳤기에 약에 독약을 썼을 가능성도 크지 않았다. 만일 약에 독을 탔다면 범인은 자연스레 상공공이나 희씨 어멈일 것이다. 시약 할 때 희씨 어멈과 상공공 중 한 명이 지켰기 때문이었다. 시약을 거친 뒤 바로 건곤전으로 가져가 태상황에게 복용시켰다.음식과 약물에 독을 탄 것이 아니라면 피우는 향 밖에 없었다. 그러나 태상황 혼자 건곤전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공공은 늘 태상황 곁을 지키고 있었다. 태상황이 중독된다면 상공공도 함께 중독될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건곤전에는 시중을 드는 환관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태후, 명원제, 예친왕도 자주 문안인사를 드리러 왔었다. 그러니 향로에 독을 타는 건 매우 미련한 방법이었다.목여공공은 태상황이 혼절하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가 황제에게 원경능이 약으로 태상황을 치료했다고 말했을까? 상공공일까? 그러나 상공공은 자신이 우문호와 함께 들어갔을 때 치료하던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우문호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우문호는 말하고 싶어도 말할 기회가 없었다. 요 며칠간 입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다른 사람에게
소월각은 오랫동안 적막 속에 빠졌다. 우문호는 다시 한번 심사숙고를 거친 후 고개를 들어 탕양에게 말했다.“태상황께서 무슨 독에 중독되셨는지 알아보거라.”“왕야, 알아내기 힘들 겁니다.”“고사는 알 것이야!”우문호가 말했다.“고사는 현재 어전에서 명을 받들고 있어 나올 수조차 없을 겁니다. 그리고 왕비를 모시러 왔을 때 고사가 함께 왔었습니다. 만약 말할 수 있었다면 그때 방법을 댔을 겁니다.”탕양이 말했다. 우문호의 눈 속에서 악랄한 빛이 번뜩였다.“입궁하여 보고 하거라. 본왕이 죄를 인정한다고 말이다.”“왕야!”서일과 탕양이 동시에 깜짝 놀라면서 외쳤다. 왕야께서 미치신 것인가? 죄를 인정하다니?“원경능이 한 모든 것은 다 본왕이 시킨 것이다. 본왕은 이 죄를 인정하는 것이다.”우문호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서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왕야께서 자신이 자객을 보낸 것이라고 인정하겠다는 줄로 알았다. 하지만 왕비더러 태상황을 치료하라고 지시했다고 인정하는 것도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왕야, 안됩니다. 왕야께서는 현재 처벌을 기다리고 계신 몸입니다.”서일이 말했다. 탕양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왕야, 왕비를 믿으십니까?”“이 방법밖에 없구나.”우문호는 싸늘하게 말했다. 탕양은 우문호를 쳐다보았다."왕야께서 이렇게 하시면 왕비와 운명을 같이 하시는 겁니다. 만일 왕비께서 이 상황을 뒤엎지 못하신다면 왕야의 처지는 더 비참해지실 겁니다. 왕야, 깊이 생각하셨습니까?"“다른 방법이 있느냐?”우문호는 속으로 격분했다. 목구멍에서는 피가 올라왔다. 억지로 삼켰지만 그래도 비릿한 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기왕의 일 처리는 허점이 없고, 실수조차 한 적이 없었다. 자객도 이미 자결하였으니 아무런 꼬투리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일은 자신이 벙어리 마냥 입을 다물고 손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 일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의논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원경능이 다시 황조부를 완치하기만을 바랐다. 그래야만 자신이
이 문제에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왜냐하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씨가 임신한 뒤로부터 그의 눈과 마음에는 다른 것들을 담지 못했었다.현재 제왕이 물으니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디 그렇게 많은 왜가 있어, 놓으면 놓는 거지.'"다섯째 형님."제왕은 우문호가 머뭇거리자 조금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혹 아직도 명취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우문호는 그를 흘겨보았다."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네 다섯째 형수는 속이 매우 좁아.""형님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좋아하지 않아.""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빨리 명취를 잊다니."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한참 뒤에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는데 빛이 반짝였다."너의 다섯째 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지.""그 말인즉, 다른 사람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건 아마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하군요. 다른 여인을 찾아야 되지요, 맞나요?"제왕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연구해본 적도 없는 걸.'허나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으로 말했다."맞아, 넌 동그란 얼굴의 계집애와 자주 있도록 시도해봐. 아마 곧 잊을 수 있을 거야."원영의를 말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말했다."이번에 영의가 조태의를 데리고 돌아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네 다섯째 형수가 보낸 거다."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공을 쟁취했다. 일곱째는 늘 원씨에게 편견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을 쟁취하여야만 했다.그러나 제왕은 그 말을 흘려 보내고 홀로 중얼거렸다."사실, 동그란 얼굴도 괜찮아요. 자상하게 왕비를 소개해줄 것이라 했거든요."우문호가 불현듯 물었다."참, 오늘밤 돌아갈 거야?"제왕은 생각에 잠겼다."돌아갈 거예요. 동그란 얼굴이 있으니 절 괴롭히
우문호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황...."부황께서 합의 이혼을 동의하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 말투에 불쾌한 느낌이 상당했다."그대로 하면 되느니라."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저명취가 시집온 뒤로부터 사단이 끊인 적이 없었다. 작은 일은 저수부의 체면을 보아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이렇게 방임했더니 결국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실의 체면을 깎는 건 괜찮으나 사적으로 친황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니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애당초 그녀의 명성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는 다들 그녀가 현명하고 정숙하며 대가의 풍격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오늘 저씨 노태부인의 그 말을 해 이미 화가 치밀었었다. 저씨 가문의 체면이 참으로 대단했다."부황."우문호가 정색하더니 재빨리 물었다."부황의 뜻은 일곱째의 요구를 동의한다는 겁니까?""동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무기를 휘두르기까지 하는데."명원제가 아비로써의 인내를 보여주었다."합의 이혼한 뒤 각자 재혼한다면 두 가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매우 우러러보았다. 부황의 이 말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어서 전혀 가식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 같았다."이 일을 일주일 내에 해결하거라. 해결하지 못하면 곤장을 맞으러 와야 한다. 꺼지거라."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고 제왕을 찾으러 들어갔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출궁했다.그러나 명원제는 계속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군주로써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의자가 있는 이외에 뭐가 나은 것이 있던가?황제란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옆에서 묵을 갈던 목여공공이 기쁘게 말했다."제왕과 초왕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음을 보셨으니 폐하께서도 시름을 놓으실 수 있습니다."명원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는 떳떳하고 일곱째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부터 크게 다투었을 것이다. 다투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암투를 벌일 것이지.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만 소리 질러, 부황 앞에서도 네가 계속 신음소리를 낸다면 네가 겁쟁이라고 꾸짖으실 거야."제왕은 아픔에 말도 하지 못했다. 끙끙 신음소리와 함께 발을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실로 참을 수 없어 말했다."형님, 절 업어줘요.""상처가 앞에 있는데 내가 널 없으면 더 아프지 않을까?"우문호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근심스러워졌다. '왜 이렇게 아픔을 참지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 원씨는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입궁하여서도 억지로 버텼었는데, 일곱째는 여인보다 못하는군.""다쳐서 아픈 것이 낫지 이렇게 상처가 찢기는 고통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은 걸음을 멈추고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입술에도 혈색이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는 그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고 나니 제왕이 또 "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우문호가 물었다."되겠어?"제왕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목여공공을 바라 보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나를 들고 가게."목여공공은 이미 성지를 전하러 출궁한 궁인에게 물어보았었다. 부상 정도가 그렇게 엄중하지 않다고 조태의가 말했다고 전했다. 가슴팍의 상처는 괜찮고 복부의 상처가 조금 깊다고 했다.그리하여 제왕의 이러한 모습을 본 목여공공은 근심을 금할 수 없어 물었다."태의가 확실하게 진찰한 게 맞습니까? 내장이 상한 건 아닙니까?"제왕은 숨을 들이쉬었다."내장이 상한 건 아니네."목여공공은 제왕의 이런 모습으로 실로 궁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말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들고 갑시다."어깨 가마와 들것이 없으니 한 사람은 어깨를, 한 사람은 두 다리를 들고 갔다. 제왕의 머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입에 초롱 손잡이를 물로 있었다. 허나 자신이 걷는 것보다는 나았다.제왕은 칠흙같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등불의 빛은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는 그저 딴 세상에 온 듯 하였다.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
황후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 죄명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죄명이 실증되고 정말 백관 앞에서 죄를 심의 받는다면 절로 미래를 망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일의 진위를 막론하고 재빨리 답했다."합방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이야 말로 전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태노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명취의 낯빛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다만 바보가 아닌 태노부인은 멍해졌다. '측비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합의 이혼하려고 하려는 걸까? 설마, 그 원측비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명취와 초왕 사이가 애매하단 말인가?'태노부인의 얼굴은 당장에 어두워졌다. 다만 태후가 자리에 있는지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어 일단 이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나 태후는 태노부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 한마디 묻겠네. 한 여인이 처로써 작은 일로 자결하고 또 낭군을 중상한 뒤 회개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노부인의 부중에서는 어떻게 처단하는가?"태노부인은 실로 체면이 깎였으나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제왕부부는 예전에 화목했었고 측비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억지를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태노부인은 그저 기가 죽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아둔했습니다. 명확하게 묻지 않고 입궁하여 태후마마와 황후를 귀찮게 했습니다. 다만 젊은 부부가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쉽게 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합의 이혼이네."태후가 차가운 낯빛으로 곧 시정했다."황실의 체면이 중요하나 황실의 혈육도 잃을 수 없네. 제왕은 황제의 적자네. 부부가 작은 일로 모순이 생겨 무기를 휘두른다면 철로 만든 몸이라 하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태후는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 보았다."너의 며느리고 또 너의 조카니 네가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
황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안절부절하여 명원제를 흘깃 보았는데 명원제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이에 황후는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하라고 태노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태노부인이 싸늘하고도 딱딱하게 말했다."폐하, 황후마마, 제왕은 황실자손으로써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렸습니다. 비록 명취가 충동한 것은 잘못이나 모든 잘못이 명취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제왕이 측비로 인해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소문이 퍼진다면 실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이에 황실과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겁니다.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왕의 상처가 호전되면 백관들 앞에서 죄를 심의 받고 합의 이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태노부인의 이 말은 절대 사정의 의미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태노부인이 황실의 체면과 저씨 가문의 체면을 함께 논할 때 황후의 낯빛이 돌연 변했다. 크게 경악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명원제를 바라 보았다.아까만 해도 낯빛이 어둡던 명원제는 태노부인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화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 조급해하지 말게. 이 일은 짐이 자세하게 물어볼 것이네. 노부인의 신체가 편찮다고 수부에게 들었으니 돌아가 푹 쉬게. 자손들은 자연히 자손들만의 복이 있을 것이니 노부인이 염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네."말을 마친 명원제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나가기 전에 담담하게 저명취를 흘깃 보았다.태노부인은 기가 차 멍해졌다. 명원제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자신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명원제는 나간 뒤 목여공공에게 분부했다."초왕과 제왕을 부르거라."목여공공은 잠시 머뭇거렸다."폐하, 제왕은 아직 부상 당한 몸입니다.""죽지 않을 거다."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일 중상이라면 일찍이 부중에서 보고를 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 아뢰거라. 태후께 한 번 들리라고 전하고."목여공공은 명을 받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