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1191 - Chapter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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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1화 온화하고 상냥하던 그때

성혜인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곧이어 반승제는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았고 성혜은은 여전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솔직히 저는 BH 그룹이 반승우 씨에게 넘어가는 게 싫어요.”반승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액셀도 밟지 않았다.“반승우 씨의 몸에는 또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모습은 예전이랑 너무 달라요. 예전에는 온화하고 부드러웠다면 지금은 난폭하기 그지없잖아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너무 이상해요. 사라진 6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어요.”성혜인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말했다.조심하라고 충고할 의도로 꺼낸 말이었으나 돌아오는 건 반승제의 싸늘한 말투뿐이었다.“예전에 어땠는지 아주 잘 아나 봐?”그 말에 성혜인은 정신을 번쩍 차렸고 차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반승우와의 관계가 떠오른 그녀는 뭔가 찔리는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한편으로는 괜한 말을 꺼낸 스스로를 자책했다. 반승우의 친동생인데 어떻게 그 사람의 변화를 모를 수 있겠는가?그녀가 고개를 죽이자마자 반승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입에서 그 사람이랑 관련된 그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아.”차가 포레스트에 멈출 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혜인은 앞장서서 대문을 들어서자, 그 순간 겨울이가 달려왔다.“멍멍!”겨울이는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성혜인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있었다.그녀는 몸을 숙이고 두 손으로 겨울이의 얼굴을 감싸안은 채 쓰다듬듯 문질렀다.곧이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고, 뒤돌아보지 않아도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겨울이의 외침 소리를 듣고 재빨리 달려 나온 유경아는 반승제를 보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다.“대표님도 오셨네요.”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성혜인은 겨울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겨울이는 반승우가 선물해 준 강아지기에 지금으로선 그 의미가 남다르다.그녀는 외투를 벗자 유경아가 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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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2화 편파적인 마음

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풀고선 곧장 옷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승제 씨, 기분 안 좋아요?”어젯밤 얼마 하지 못하고 잠들었으니 아마 지금까지 참고 있는 게 틀림없다.“아니야, 회사로 나가봐야겠어.”그는 샤워를 마치고 현관으로 걸어갔다.“푹 쉬어.”성혜인은 아직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목에는 그가 흥분에 겨워 빨아들인 자국으로 가득했다.“승...”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승제는 이미 떠났다.또 무슨 일 때문에 기분이 상한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던 성혜인은 머리가 아픈 듯 한숨을 내쉬었다.반승제가 거실 문을 나설 때, 겨울이가 달려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물어뜯으려고 했다.하지만 그의 눈빛을 마주하고선 엄두가 나지 않는지 그저 옆에 앉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반승제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갔다.성혜인에게 하는 것처럼 애교를 부릴 수 없었던 겨울이는 꼬리를 흔들며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반승제가 대문을 나서자 아쉬운 듯 철문 앞에서 멍멍하고 몇 번이나 짖었다.어젯밤 한숨도 못 잔 반승제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운전해서 회사에 도착한 그는 엘리베이터를 나서자마자 반승우를 마주쳤다.회사에서 반승우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반승제는 회사 임원들이 배신할 거라는 걱정이 없었다. 왜냐하면 전부 그를 따르는 믿을만한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반씨 가문에서는 반승우를 전력지지하는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중에는 반희월과 임경헌도 있다.반희월은 지난번 반승제와 반기범의 경쟁에서 반승제의 미움을 샀다. 그러니 자연스레 반씨 가문에서의 지위가 걱정되었고, 심지어 손에 지분이 없었기에 반승우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때다 싶어 노선을 변경해 아부를 떨었다. 그녀는 반승우가 대표 자리에 앉기를 희망하고 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의 반승우가 예전의 그 반승우가 아니라는 걸 몰랐다.배현우는 반승제와 눈을 마주치고선 눈썹을 치켜올리며 가볍게 웃었다.“승제야, 왔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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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3화 원한을 품고 있을 거야

백연서마저도 반승우를 더 좋아했다.그녀는 항상 큰아들을 자랑스러워했고, 누군가 반승제라는 작은아들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하면 어색하게 웃으며 얼렁뚱땅 넘기기 일쑤였다.“승제라는 이름만 들어도 답답하네요. 걔는 말수가 너무 적어서 딱히 할말도 없어요.”“정말요? 그래도 부대에서는 실력이 아주 좋았다면서요? 어르신이 엄청 칭찬하시잖아요.”백연서는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그냥 운이 좋은 거죠. 엄마인 내가 그걸 모르겠어요? 쟤는 다 형 따라 하는 거예요.”이 모든 대화는 반승제와 임경헌이 지켜보는 곳에서 이뤄졌다.반씨 가문의 편파적인 사랑을 느낀 그는 뭐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너무 어렸던 탓에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반승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김경자와 백연서는 기절한 정도로 흐느껴 울었다.그 후 백연서는 반승제에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자 반승우처럼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천재가 되기를 바랐다.반승제는 부대에서 돌아오는 걸 반대했다. 반태승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면 절대 반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에 앉지 않았을 것이다.백연서는 남은 아들마저 잃지는 않을까 늘 불안감을 느꼈고 그렇게 감시는 점점 더 심해졌다. 하지만 초반에는 매일같이 울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승우가 있었다면 반씨 가문은 지금보다 더 나았을 텐데.”그런데 반승우가 정말 살아있을 줄이야?임경헌은 소파에 앉아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머뭇거렸다.그 모습에 반승제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용돈 필요해?”임경헌은 그 말 한마디에 울컥했다.하지만 낯간지러운 말을 할 수 없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다 썼어요.”반승제는 카드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요즘은 연애 안 해?”임경헌은 어려서부터 반승제를 무서워했지만 이제 자연스럽게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저번에 헤어지고 나서 지금까지 안 했어요. 엄마가 계속 지켜보고 있거든요.”반승제는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훑어보며 차분하게 말했다.“내가 용돈 줬다고 얘기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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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4화 야박한 사람

“엄마, 그날 이후로 많이 변한 거 알아요? 예전에는 이러지 않으셨잖아요. 전 BH 그룹에 남을 생각이 없어요. 하고 싶은 일 할 거니까 더 이상 강요하지 말아요.”“BH 그룹에 남을 생각이 없다니?”반희월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며 있는 힘껏 손으로 그의 팔을 꼬집었다.“그럼 뭐 할건데? 나도 이제는 지분이 없는데 너까지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면 우린 BH 그룹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 되고 나중에는 한푼조차 받지 못할 거야. 왜 이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거냐?”임경헌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눈시울을 붉혔다.“도대체 무슨 근거로 형이 우릴 내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승우 형이 그동안 추잡스러운 일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저질렀는데 승제 형은 그냥 묵묵히 혼자 다 참고 있잖아요. 엄마, 그리고 말끝마다 승제 형이 마음이 모진 사람이라며 핀잔을 주는데 제가 봤을 땐 가장 야박하고 문제가 많은 사람은 엄마랑 저 사람들이에요.”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고 답답함이 밀려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솔직히 왜 승제 형한테만 이렇게 매정하게 구는지 이해가 안 돼요. 승제 형은요, 제가 용돈이 없다고 할 때 주저하지 않고 카드를 건네는 그런 사람이에요. 인턴 생활하면서 모르는 게 있다고 연락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해도 승제 형은 제 마음속에서 완벽한 사람이에요. 앞으로 레이싱할 거니까 제 일에 간섭하지 마세요.”“경헌아!”깜짝 놀란 반희월은 그의 팔을 꽉 붙잡았다.동시에 그녀는 반승제에게 매우 화가 났다. 그의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임경헌이 레이싱을 할거라며 강력주장하니 무조건 반승제가 옆에서 부추겼다고 생각했고 이 모든 건 그들은 반씨 가문에서 내쫓으려는 그의 작전이라고 생각했다.“경헌아, 승제를 너무 좋게 생각하지 마라. 넌 지금 걔한테 현혹된 거야. 네가 BH 그룹을 그만두는 순간 우린 반씨 가문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이 되는 거야. 넌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승제는 지금 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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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5화 연기 그만해요

그 시각 반현우는 성혜인에게 연락하고 있었다. 차단했다는 알림을 듣고서도 포기하지 않고 여러 번호로 바꿔가며 전화를 걸었다.방해를 참지 못한 성혜인이 통화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혜인아, 같이 점심 먹을까?”“그쪽이 선배 아닌 거 다 알고 있으니까 연기 그만해요.”그 말에 핸드폰 너머에서는 정적이 흘렀고 배현우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그럼 예전에 네가 울고 있을 때 휴지를 건넨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거야?”그건 성혜인과 반현우의 첫 만남이다. 그때의 성혜인은 제원에서 서천으로 향했고, 임지연이 너무 그리워 혼자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훈훈한 장면이었는데 이 남자의 입에서 나오자 오싹하게 느껴졌다.배현우는 할말을 이어갔다.“우리 서천에서 길거리 음식도 많이 먹었잖아. 네가 스케치할 때마다 옆에 있어 줬는데 잊은 거야? 가끔 너랑 대화를 주고받으면 내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 했었잖아. 이제는 싫어?”성혜인은 역겹다는 느낌이 들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었으나 배현우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그리고 그날 밤, 넌 엄청 적극적이었어. 네 몸 곳곳에 내가 흔적을 남겼거든.”“그 입 닥쳐요!”그 말을 들은 성혜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배현우와의 그날 밤은 잊고 싶은 흑역사나 다름없었다.배현우는 여전히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반응을 보니까 신경 쓰는 모양인데? 내가 승제한테 그날 밤 일에 대해서 얘기하면 엄청 속상해하겠지? 안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가족한테 무시당하며 살아왔는데 사랑하는 여자가 자기 형이랑 관계를 맺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성혜인은 그가 일부러 이런 얘기를 꺼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심장이 요동쳤다.의자에 한가로이 앉아있는 배현우의 얼굴에서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 엿보였다.“참 불쌍한 동생인 건 맞아. 매번 가족들 선물을 챙겨주면서 정작 선물을 받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 생일 때마다 혼자 조용히 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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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6화 첨예한 대립

배현우가 차 한 잔을 따라 성혜인 앞에 내려놓았다.“오늘 새로 가져온 찻잎이래. 그나저나 여기 참 인적도 드물고 사람도 적다. 우리 혜인이 나랑 하는 데이트 어디 들킬까 봐 가게 열심히 골랐나 보네?”성혜인은 그가 건네주는 차를 마시지 않았다.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한 채 차갑게 물었다.“대체 뭘 어쩌려고요?”배현우가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성혜인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그리곤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불쾌한 시선이 얼굴을 훑기 시작했다.성혜인은 확실히 아름답고 맑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혜인아, 너한테서 그런 말을 들으니 너무 슬퍼. 우리 전엔 할 말 못 할 말 다 했던 사이였잖아.”성혜인이 망설임 없이 테이블 위의 찻물을 배현우의 얼굴에 뿌렸다.배현우는 눈을 감았고 찻물은 얼굴을 따라 아래로 뚝뚝 흘러내렸다.그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옆의 휴지를 가져다 찻물을 닦을 뿐이었다.그런 배현우가 성혜인은 역겹기만 했다.“그 얼굴로 저한테 역겨운 말 하지 마세요. 전 당신이 선배가 아니라 악마라는 걸 알고 있어요.”그녀의 말이 끝나기에 바쁘게 배현우의 손이 다가오더니 목을 졸랐다.힘은 점점 세졌고 눈빛은 죽일 것처럼 이글거렸다.성혜인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몸부림치자, 그는 그는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살짝 몸을 숙이니 입술이 성혜인의 귓불에 닿을 뻔했다.성혜인이 역겨움에 옆으로 피하니 턱이 그의 손아귀에 의해 잡아당겨졌다.“악마라니? 그 말은 좀 듣기 싫네.”턱이 빠질 것 같은 고통에 성혜인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그러나 절대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눈물이 고인 눈은 더욱 사슴 눈망울같이 맑고 유리같이 투명해 보였다.잠시 정신이 팔린 배현우가 저도 모르게 성혜인을 놓아주었다.그리고 놓아주었음을 의식했을 때 성혜인은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는 성혜인의 얼굴을 자기 쪽으로 잡아끌더니 입술을 가져다 댔다.성혜인은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랐다.그러나 턱이 여전히 붙잡혀 있었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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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7화 형 이미 갔는데, 안 따라가?

“아니에요. 승제 씨 앞에서 헛소리 하지 말라고 경고하려고 만난 거예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반승제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비웃음이 섞인 냉랭한 웃음이었다.“내 앞에서 헛소리할까 봐 두려워?”성혜인은 입술을 짓씹으며 고개를 숙였다. 해명하려면 반승우와 보냈던 그날 밤의 일을 말해야 했기에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려웠다.반승제가 전부터 조사하는 거로 보아서 그날 밤을 몹시 신경 쓰는 것 같았다. 반승제뿐만 아니라 사실 성혜인이 더 그 일을 신경 쓰고 있었다.“그 사람이 헛소리하는 걸 원치 않아서 같이 밥을 먹고, 키스하게 하고, 껴안게 한다?”그가 몸을 살짝 기울이며 비아냥거렸다.“참, 거룩한 희생이네.”“반...”방금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가 몸을 곧추세우더니 입을 열었다.“형 이미 갔는데, 안 따라가?”그의 말은 성혜인의 가슴을 쥐어뜯는 듯 아프게 했다.성혜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갑자기 목구멍이 아파지고 두통이 느껴졌다.그러나 반승제는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돌아서서 떠났다.한편 배현우는 자기 손가락에 묻어있는 약을 보고 있었다.반승우는 유명한 연구원의 소위 말하는 천재였다. 그가 연구한 약은 적어도 앞으로 20년 이내의 기술보다 앞서 있었다. 그의 손에 묻어있는 이 약은 사람의 피부에 닿기만 하면 경직되어 짧은 시간 동안 아무 말도 움직임도 있을 수 없었다.그는 냉소하며 수도꼭지를 틀고 물약을 깨끗이 씻었다.반승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배현우, 너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이제 약을 만드는 과정까지 알게 된거야?손을 천천히 씻고 난 배현우가 씩 웃었다.“이제 겁나기 시작한 거야? 내가 널 완전히 대신할까 봐 겁나?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혐오 가득한 얼굴로 널 보면 괴롭지 않아? 네가 연구기지에서 그렇게 고생해도 아무도 슬퍼해 주지 않아. 게다가 네 동생은 네가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와서 제 여자를 뺏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할 거야. 난 네 기분이 다 느껴져. 너 사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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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8화 첫사랑을 놓지 못했을 거라는 의심

가게에 한 시간 동안 머무른 성혜인이 밖으로 나갔을 때 반승제의 차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그녀는 오늘 자기 행동이 반승제의 의심을 샀음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반승제는 아마 제가 반승우를 놓지 못했을 거로 생각할 것이다.그러나 반승우가 자신을 협박하던 그 이유를 도대체 어떻게 반승제에게 알려야 한단 말인가?성혜인은 매우 난감했다.게다가 반승제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니, 그 난감함은 배가 되었다.성혜인은 그날의 일이 사람들에게 얼른 잊히고 아무도 언급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이 점이 배현우에게 약점으로 잡히게 되었다.운전대를 잡은 성혜인의 두 눈이 텅 빈 듯했다.심장은 마치 총에 맞은 것처럼 아팠다.그녀는 반승제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괴롭고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이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져 왔다.이때 갑자기 연령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혜인 씨, 제가 어떻게 해야 온수빈 씨를 이 일에서 빼낼 수 있을까요?”정신을 차리고 이성을 되찾은 성혜인이 자신의 볼에 흐른 눈물을 닦아냈다.회사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보니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었다. 온수빈과 S.M은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을 듣고 있었고, 심지어 정의감에 취한 사람들이 회사 앞에 몰려와 온수빈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시위하기 시작했다.성혜인은 우선 온수빈더러 SNS에 게시물을 올리도록 했다.--저는 결백하며,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입니다.성혜인은 또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경찰서에서 공식적인 번호로 대중들의 물음에 확실한 대답을 하도록 했다.몇 분 후 공식 계정에서도 게시물 하나를 올렸다.--아직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니 섣부른 판단으로 회사나 연예인 측에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이 두 게시물로 들끓던 여론은 잠시 안정되었다. 적지 않은 이성적인 사람들이 이 일에 오해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중립을 유지하겠다 했으나, 더 많은 여론은 온수빈, 성혜인, 그리고 회사에 대한 꾸중이었다.여론을 확인한 성혜인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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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9화 남자들은 믿을 게 못 된다

상상하다 보니 연령은 신이 나고 심지어 마음이 뿌듯해지기까지 했다. 이미 성혜인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만 같았다. 흥분된 마음에 얼른 다른 사람을 찾아 자신의 곧 생길 업적을 자랑하고 싶기까지 했다.그러나 성혜인이 도와주지 않을지 걱정되었기 때문에. 우선은 지금의 감정을 참고 손경민이 가정으로 돌아오면 S.M과 성혜인을 쌍으로 지옥으로 날려버릴 것이라고 다짐했다....성혜인은 본래 연령과의 거래에 성심성의껏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 하지만 연령이 이런 수작을 부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분수를 모르고 마구 날뛰는 연령이 마침 성혜인의 심기를 건드렸다.성혜인은 우선 유시은의 오늘의 행적을 조사하도록 했고 곧이어 유시은이 오늘 산전 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 타이밍에 손경민은 연령을 만나러 가는 길에 있었다. 보아하니 그는 지금 유시은이 싫증이 났고 연령과 다시 화해하려는 것 같았다.성혜인은 곧바로 차를 몰고 유시은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막 산부인과로 들어서니 복도에 유시은의 성 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말 좀 들어! 네 아빠는 다른 여자 찾으러 갔는데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창피해 죽겠네, 진짜.”그는 아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동시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아이는 겨우 다섯 살이었다. 비록 평소에는 장난꾸러기였지만, 엄마가 슬프게 우는 모습에 아이는 겁을 먹은 채 곁에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유시은도 엄연히 공인이었으므로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들킬지 두려워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그녀는 모자를 푹 눌러썼다. 그래도 마음이 아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멀지 않은 곳에서 이를 바라보던 성혜인은 잠시 고민하고는 곧바로 다음 대책을 생각해 냈다.성혜인은 가방에서 휴지를 찾고는 유시은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건넸다.잠시 어리둥절한 유시은은 정신을 차린 뒤,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다며 얼버무리려 했다.팬이 알아보고 건네는 것으로 생각했던 유시은이 고개를 들자 본 것은 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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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0화 정이나 사랑이나 모두 믿을 수 없는 것들이야

성혜인은 그녀가 한 말이 얼마나 진심인지 알고 싶었다. 연령에게서처럼 뒤통수를 맞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시은 씨가 리즈 시절에 은퇴하고 아이를 낳은 건 정말 바보 같은 선택이었어요. 애초에 그 사람과 함께 하지 않았다면 지금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 텐데.”유시은이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정말이지 과거로 돌아가 자기 뺨을 쳐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었다.그녀와 손경민의 첫 잠자리는 술에 취한 후였다. 연애를 해본 적도 없는 유시은은 손경민의 타이름에 홀라당 넘어가고 만 것이었다.손경민은 그녀보다 나이도 많고 성숙했으므로, 콩깍지가 쓰인 그녀는 이 남자가 자신에게 둘도 없이 잘해준다고 생각했다.이미 한번 결혼했다 해도 뭐 어때.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의 결혼은 유명무실하니 조만간 이혼하고 자신에게 올 것이다.그렇게 몇 년을 기다렸고, 첫 아이가 다섯 살이 되었어도 손경민은 이혼하지 않았다.유시은은 당연히 견딜 없이 화가 났다.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성혜인이 스크롤을 내리며 휴대폰 메시지를 보다 한마디 던졌다.“두 사람의 관계가 폭로되면 연령이 또 딸을 들먹일 거예요. 그럼 대중들은 시은 씨가 손경민을 꼬셨다고 생각할 거고 당신은 욕받이가 되겠죠. 손경민은 자기 사업을 위해서 당신과의 관계를 청산할 거고요.”유시은이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손톱에 의해 깊게 파인 손바닥에서 피가 방울방울 흘러내렸다.“절대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을 거예요. 더 이상 그 사람 때문에 제 사업을 망치고 싶진 않아요.”성혜인이 멀지 않은 곳의 베란다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럼 우리 얘기 좀 할까요?”유시은이 성혜인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조용히 베란다로 향했고, 성혜인은 그녀를 도와 현재 상황을 분석해 주었다.유시은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결국엔 온수빈을 구해달라는 거네요.”“시은 씨, 제 말대로만 하면 S.M은 전적으로 시은 씨를 도울 겁니다. 그리고 서브여주 자리도 몇 개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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