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1201 - 챕터 1210

2278 챕터

제1201화 이제 날 아끼기까지 해

초인종이 울리자 연령은 얼른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손경민 일 줄이야!“여보!”그녀가 깜짝 놀라며 기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손경민은 자신을 반기는 이러한 눈빛을 꽤 맘에 들어 했다. 그는 쇼핑몰을 지나다니다 사 온 선물을 옆에 두었다.연령은 얼른 남편을 집 안으로 초대하고 싶었지만 처음엔 열정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던 성혜인의 조언을 떠올리고 현관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된 지 10분 되었을 무렵, 손경민의 뒤에 여자 한 명이 나타났다. 유시은이 한쪽에 아들의 손을 잡고 찾아온 것이었다.연령의 표정은 금세 백지장이 된 듯 창백해졌다. 이는 유시은이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두 사람의 집에 찾아온 것이었다.돌아서서 두 모자를 본 손경민의 얼굴에 기분 나쁜 기색이 역력했다.유시은이 점점 분수를 모르고 날뛴다. 감히 두 사람이 살던 집까지 찾아오다니.역시 평소에 너무 봐주고 산 것 같았다.그가 마침 유시은을 타일러 돌려보내려고 할 때, 유시은이 입을 열었다.“부인께 할 말이 있는데, 잠시만 자리 비켜주시겠어요?”유시은은 손경민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집 안으로 들어와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손경민을 밖에 세워둔 채.손경민이 자리에 없게 되자 연령도 더 이상 본색을 숨기지 않고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야, 이 천한 년아. 너나 성혜인이나 다 한통속이야. 두고 봐, 성혜인 처리하면 그다음은 너야.”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시은이 문을 걸어 잠가 손경민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그녀의 시선이 집 안을 한바퀴 훑더니, 곧 침실 입구에서 멈췄다. 그곳에는 두 사람을 보고 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다.아이는 뼈가 앙상했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듯했다.“연령 씨, 애한테 밥도 제대로 안 먹인 거예요?”이에 연령이 눈을 싸늘하게 희번덕거렸다.“내가 밥을 먹였으면 손경민이 우릴 퍽이나 보러 왔겠다. 유시은, 괜히 여기 찾아와서 착한 척 하지 마.”유시은도 손경민을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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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뒤바뀐 여론

“이 녹취록은 회사 사람들한테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할 테니 그때 트위터에 올려요. 시은 씨, 미리 말하지만 이 녹음본을 올리면 손경민, 그리고 연령에 대한 여론은 되돌릴 수 없을 거예요. 전 시은 씨는 도와줄 수 있지만 그 두 사람은 도와줄 수 없어요. 그때 가서 손경민 씨 돌려놓으란 부탁 해도 전 못해요.”유시은이 냉소했지만, 눈시울이 붉어졌다.“대표님, 대표님께선 저랑 한 약속만 지켜주세요.”고개를 끄덕인 성혜인은 바로 녹취록을 회사로 보냈고 유시은에게 또 당부했다.“홍보팀이 곧 시은 씨에게 장문의 글을 보낼 거예요. 시은 씨와 손경민, 그리고 연령 세 사람의 관계를 상세히 설명할 것이고 시은 씨가 미숙했던 것, 손경민의 성숙함에 반했던 것, 그리고 술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를 강조할 거예요. 그러니까 시은 씨를 사랑에 미쳐 잠시 콩깍지가 쓰인 것으로 해명할 텐데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네.”“아, 그리고 한 가지 더.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 사랑에 미친것이든 어떻든 결국 시은 씨는 한 가정에 끼어든 거예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니까 주연은 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조연으로 공백기 없이 쭉 연기할 수 있게 할 수 있어요. 시은 씨 연기도 꽤 잘하니까 시간이 있을 때 잘 다듬어봐요.”유시은이 후회하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잘 알고 있어요. 주연은 안 되겠죠.”성혜인의 일 처리 속도는 매우 빨랐다. 그녀는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홍보팀에서 정리한 문건과 녹음을 유시은에게 보냈다.그리고 유시은은 성혜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단 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10분 후에 트위터에 올릴 것이라 메시지를 보냈다.성혜인도 시간을 주시하고 있었다.한편, 연령은 끝내 참지 못하고 지인에게 성혜인에 대한 험담을 하고 있었다.“그래. 그래. 그 온수빈 회사 대표. 너도 온수빈이라는 연예인 알지? 내 덕분에 위에서 끌어져 내린 사람. 지금 인터넷만 봐도 욕하는 사람이 넘쳐나. 꼬시다, 꼬셔. 그 대표라는 사람도 나한테 와서 굽신거리면서 부탁하는데.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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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다

성혜인이 회사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 전화기 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연령이라는 분이 만나고 싶답니다.”“돌아가라 해요.”성혜인의 말투는 아무런 기복 없이 담담했다. 전화를 끊은 성혜인은 인터넷에 올라온 피드백을 지켜보았다.예상치 못한 반응에 연령은 당황하며 그제야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녀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로비 직원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정말 실례지만 위층에 가서 대표님 찾아봐 주면 안 될까요. 저 정말 중요한 할 말이 있어서 그래요!”연령이 막무가내로 요청하자 직원은 겁을 먹고 경비원을 불렀다.그리고 회사 밖으로 내쫓겨 난 연령은 원망의 화살을 성혜인에게로 돌렸다.성혜인 하나 때문에 그녀는 지금 이렇게나 많은 사람에게 욕을 먹고 있다.그녀는 계속해서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온수빈을 모함하려 했다.하지만 네티즌들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오히려 정신 나간 미치광이 취급을 했다.손경민마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마구 따졌다.“너 어디서 미움 산 거 아니야? 아무리 돈을 써도 실검을 내릴 수 없어. 아니, 넌 네 딸한테 밥도 안 주냐? 독한 것.”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심한 욕설을 들으니 연령은 급격하게 슬퍼지며 무너질 것 같았다.“당신도 할 말 없어요! 우리 딸이 이렇게 된 건 다 바람피운 당신 때문이에요!”“이미 사람 시켜서 딸 데려오라고 했어. 이제 넌 딸 볼 자격도 없어. 이혼해. 어차피 이제 평판도 망한 마당에 이혼 안 할 이유도 없지.”연령은 남편이 절대 자신과 이혼할 수 없다고 굳게 믿었었다. 그는 유명인이었고 평판이 나빠질까, 늘 걱정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믿었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이혼하자 하니 연령은 극히 당황스러웠다.“여보, 내가 잘못했어. 이혼만은... 이혼만은 제발 하지 말자.”하지만 손경민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하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기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손경민의 평판은 심각하게 나빠졌다. 어쨌든 자폐증 아이를 두고 바람을 피웠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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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술 마시고 지금 그쪽 이름 부르고 있어요

스카이웨어 룸의 소파에 반승제가 앉아 있다. 그 앞 테이블 위에는 얼마나 마셨는지 모를 술병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다.서주혁은 그의 곁에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는데 아마 반승우에 관한 말을 하는듯했다.반승우는 상류층에게 자신이 실험당하던 일부분 기억과 칩을 숨긴 위치를 잊었다며 전에 친했던 사람들과 많이 접촉해야 기억이 떠올 수 있다고 했다.그리고 그가 말하는 친했던 사람은 서주혁, 반승제, 성혜인이었다.그리고 모든 반씨가문의 사람들도 포함.서주혁은 초조하게 핸드폰을 내려놓았고 반승제는 곁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상사의 답답한 모습에 서주혁이 울분을 터뜨렸다.“정말 이대로 이렇게 쉽게 반승우가 집안에 들어오게 할 거야? 오늘 밤 반씨가문 사람들이 환영회를 연단다. 네가 여기에서 이렇게 허송세월만 하고 파티에 얼굴도 비치지 않으면 불화설이 돌 거야. 듣기론 사모님께서도 오고 계신다는데!”반승제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가 와인잔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서주혁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승우 형이 살아있다는 걸 몰랐을 때도 여기저기 소식을 알아보긴 했지만, 정말 돌아왔을 때는 분명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녔어. 승우 형은 BH 그룹의 대표 자리를 되찾으려 하고 있고 특히 널 가문에서 배척하려고 해. 승우 형은 확실히 변했어. 겉모습은 변함없지만 확실히 너에 대한 공격성이 늘었어.”말을 마친 그는 옆에 놓여있는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인상을 찡그리며 말을 보탰다.“승제야, 전엔 둘 관계가 이렇게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했는데. 전에 승우 형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을 때, 네 엄마는 네게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아지를 입양해 왔고, 그 사실을 모르던 승우 형이 오히려 나중에 알고는 다시 보냈잖아. 어렸을 때 네가 친구와 싸우고 와서 울면 널 위로해 주던 사람도 항상 네 형이었어. 어릴 때 네가 맞고 다니면 형이 와서 도와주기까지 했었는데.”그러나 어제 본 반승우의 분위기는 전과 많이 달랐다.반승제가 들고 있던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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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나랑 살자

“다 오해예요. 일단 돌아가서 얘기해요.”반승제는 여전히 뒤돌아서 화난 듯 가라앉은 어투로 말했다.“싫어. 난 여기 있을 거야. 돌아가면 네 눈에 거슬릴 거 아니야.”성혜인이 아예 일어서더니 화난 척 언성을 높였다.“자꾸 이러면 저 진짜 갈 거예요.”반승제가 눈동자만 슬쩍 굴려 성혜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성혜인이 떠나려고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자 서둘러 일어났다.그러나 쫓아가지는 않고 마치 심문받는 범죄자처럼 엉거주춤 서 있었다.성혜인이 푹 한숨을 쉬었다.“손 잡아요. 데려다줄 테니까.”그제야 반승제가 제대로 성혜인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신발을 벗었다.“이거 신어.”술에 취했어도 성혜인이 신을 안 신고 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성혜인은 마음이 저렸다. 도대체 반승제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배현우가 그에게 그날 밤 일을 모두 알려준다면 자신은 반승제를 볼 낯이 없을 것 같았다.“안 신을 거예요. 승제 씨 신발은 내 발에 비해 너무 커요.”그가 다시 제 신발을 신고 살짝 상체를 숙였다.“그럼 업어줄까? 그날 소풍 갔을 때처럼.”두 사람이 보냈던 몇 번 되지 않는 오붓한 시간이었다.“승제 씨 취했잖아요.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안 돼. 네가 신을 안 신었잖아.”반승제가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내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는 여성 신발 한 켤레를 준비해 오라고 명령했다.그리곤 말 한마디를 덧붙였다.“혜인이 발 사이즈로.”성혜인이 의심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왠지 취한 것 같지 않아 보였다.그런데 전화가 끊기자마자 손에 힘이 풀린 건지 전화를 떨구었다.성혜인이 휴대폰을 주우려고 허리를 굽혔다. 그런데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반승제가 끌어안더니 자기 다리 위에 앉히는 것이었다.그는 테이블 위의 티슈를 뽑아 발바닥을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성혜인은 왠지 겸연쩍은 마음이 들었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깨끗이 닦고 난 후 반승제는 쓰레기통에 티슈를 버렸다. 그리곤 성혜인의 허리를 껴안고 어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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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나중에 정말 실망하게 된다면

심인우는 성혜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대표님을 많이 아끼시는듯하니 더 말 얹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결국 포레스트에는 성혜인이 홀로 들어갔고 심인우는 관리자를 시켜 흰둥이와 겨울이를 데려오게 했다.누군가 겨울이를 데려가려 하자 도우미 아주머니가 막으며 불안해했다.이에 성혜인이 급히 설명해 주었다.“아주머니, 제가 네이처 빌리지에서 앞으로 승제 씨랑 함께 살게 됐어요.”그 한마디에 유경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설득하고 싶었지만 이건 두 사람 사이의 일이었다.유경아는 그저 겨울이를 보내기에 아쉬워 자꾸만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또 두 사람이 결혼한 지 3년 동안 소외당하던 성혜인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사모님, 전 사모님을 거의 제 친손녀로 여기고 있어요. 전 사모님이 괜히 그 사람 곁에서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사모님이 행복하다면야 기꺼이 보내드릴 수밖에요.”성혜인이 아주머니를 품에 꼭 안았다.“아주머니, 전 절대 당하고 살지 않아요. 나중에 정말 그 사람한테 실망하고 함께 살기 싫어진다면 제 발로 나올 거예요.”유경아가 소매로 눈물을 쓱쓱 닦고 성혜인의 손등을 토닥였다.“네. 그럼 됐어요.”필요한 서류를 다 챙기고 성혜인이 거실 문을 나서려고 할 때 유경아가 문득 당부했다.“그쪽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돌아와요. 반승제 씨가 잘해주지 않아도 그대로 뒤돌아 포레스트로 와요. 우린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네. 그럴게요. 저도 자주 찾아뵐게요.”물건을 바리바리 들고 자동차로 향하던 그녀의 눈에 반승제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물건을 들어주려 했다.“혜인아, 내가 할게.”S자 모양으로 엉거주춤하게 걷는 그의 모습에 성혜인이 풉 웃음을 터뜨렸다.“아뇨, 제가 할 수 있어요.”“내가 한다니까.”그가 딱 버티고 서서 가방을 가로채 가려고 했다.성혜인이 결국 성화를 못 이겨 가방을 건넸다. 넘어질 듯 몸을 못 가누던 그가 물건을 받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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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말보다는 행동으로 감동을 준다

방에 돌아온 성혜인은 반승제가 아직도 신발을 신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분명히 슬리퍼가 발 옆에 떡하니 있었음에도 그는 신지 못했고 결국 거꾸로 신은 채 욕실로 가려 했다.성혜인은 그의 손목 하나에 수갑을 채우고, 다른 한쪽은 침대에 걸어놓았다.“푹 쉬고 있어요. 얼른 샤워하고 올게요.”다시 침대에 앉은 반승제는 제 손목에 채워진 것을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혜인아, 나 이거 좋아.”성혜인:“...”응큼한것.성혜인은 속으로 욕하고는 바로 옷가지들을 챙겨 샤워하러 갔다.이제 반승제가 마구 돌아다니다 다칠 걱정은 안 해도 된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성혜인은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렸다.반승제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성혜인을 주시하고 있다.머리를 다 말린 성혜인이 가까이 다가와 수갑을 풀어주었다.“찰칵.”수갑이 풀리는 순간, 그가 몸을 돌려 성혜인을 덮쳤다. 그리곤 이성을 잃은 듯 다급히 잠옷의 단추를 풀려고 했다.하지만 너무 취했던 탓인지 단추가 자꾸 손에 잡히지 않았다.성혜인이 그의 손을 잡고 타일렀다.“저 졸린데... 자면 안 돼요?”성혜인의 말 한마디에 반승제가 순순히 물러나더니 성혜인을 품에 안고 1분이 안 되어 잠에 들었다.요즘 통 잠에 못 든 그는 다크써클이 진했다.성혜인은 잠에 들지 못하고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 여론을 살폈다. 회사에 대한 영향이 확실히 적어졌음을 확인해서야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귓가에 반승제의 맑은 숨결이 느껴졌고 머릿속엔 서주혁의 말이 떠올랐다.반승제가 원하는 건 혜인 씨의 태도 뿐이에요.혜인 씨가 달래주기만 한다면 그게 거짓이라도 믿어줄 거예요.성혜인이 몸을 기울여 반승제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았다.속눈썹은 길고 짙었으며 잠든 그의 모습은 말 잘 듣는 어린아이같이 예뻤다.그 얼굴을 감상하다 보니 성혜인은 마음이 나른해졌다....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성혜인은 우선 노트북을 켜서 메일들을 처리한 뒤 주방의 셰프에게 위장을 녹일만한 수프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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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뽀뽀의 느낌

성혜인의 곁으로 다가선 반승제는 화판 위의 흰둥이 그림을 발견했다. 그림 속의 흰둥이는 위풍당당한 자세로 의자에 엎드려 있었다.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한쪽에 앉았다.“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길 왔대?”성혜인의 붓을 든 손이 멈칫했다. 하룻밤 사이에 태도가 변한 그를 보니 성혜인은 그저 웃기기만 했다.성혜인은 아무 대답 없이 그림을 이어서 그렸다.그러자 반승제는 담배 한 대를 꺼내 라이터 불을 붙이려 했다.이전에 성혜인 앞에서 담배를 꺼내지도 피우지도 않던 그는 최근 들어 점점 담배를 피우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었다.오직 니코틴만이 그의 슬픈 마음을 마비시킬 수 있는 것 같았다.“집 안에서 담배 피우지 마세요.”반승제가 성혜인을 힐끗 바라보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왜? 심기가 불편해? 아, 인정.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비흡연자니까.”성혜인이 붓을 들고 있다가 또 멈칫했다. 그제야 성혜인은 그가 아마 어제 필름이 끊겼을 거로 추측했다. 아마 어젯밤 동거하자던 말도 다 잊은 것 같았다.말은 밉살스럽게 했어도 반승제는 끝내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았다.그는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옆에 있는 책을 들었다.그러나 자신이 책을 거꾸로 들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성 대표님은 오늘 안 바쁜가 보지? 아침 일찍부터 여기 온 걸 보니, 설마 BH 회사 대표 자리 내놓으라고 하러 온 건 아니겠지?”반씨가문의 다른 사람들처럼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반승우에게 넘기도록.짐짓 냉랭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성혜인이 한참 응시하더니 붓을 내려놓았다.“어제 누가 스카이웨이에서 취해서는 자꾸 같이 살자고 조르길래, 그러자고 했어요.”반승제 손에 들려있던 책이 땅바닥을 향해 쿵 내리찧었다.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성혜인을 쳐다보았다.성혜인은 이미 그를 일으켜 세워 자기 그림을 보게 하고 있었다.“똑같죠. 진짜 강아지 같지 않게 위풍당당하게 앉아있어요.”“누가 흰둥이가 강아지래?”“그럼요?”“늑대야.”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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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뽀뽀 하나에 넋을 잃다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는 심인우는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성혜인은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수도 없고 냉랭해 보이지만 대표님과 함께 있을 때라야만 여타 사람들처럼 기쁨과 슬픔이 얼굴에 드러나는 평범한 모습이 된다.대표님 역시도 성혜인과 함께 있을 때만 설렘을 느낄 줄 아는 사람처럼 이렇게 뽀뽀 하나에 넋을 잃게 된다.반승제는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다리가 뻣뻣해질 때까지 서 있다가 한참 후에야 성혜인을 향해 걸어갔다.성혜인은 흰둥이를 데리고 앞마당을 몇 바퀴나 돌았다. 흰둥이도 자신도 기진맥진 해서야 수영장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숨을 돌리기 시작했다.수영장은 큰 것 하나, 작은 것 하나로 총 두 개였는데 작은 수영장은 지름 3미터의 크기로 동물 전용 목욕탕이었고 안의 물은 하루에 한 번씩 갈았다.성혜인은 흰둥이를 이 작은 수영장에 밀어 넣고 고용인이 준비해 둔 샴푸로 목욕시키기 시작했다.정장을 입은 반승제가 곁으로 슬쩍 오더니 언질 줬다.“눈에 거품 안 들어가게 조심해.”아니나 다를까 성혜인이 급히 눈을 감았다. 눈에 거품이 튀는 바람에 아려서 눈물까지 찔끔 났다.“승제 씨, 생수 한 병만 빨리요!”깜짝 놀란 반승제는 재빨리 거실로 들어가 생수를 들고나왔다. 그리고 자기 바지가 반쯤 물에 젖은 줄도 모르고 손으로 성혜인의 얼굴을 받쳐주며 거품을 씻었다.눈 주위의 거품을 다 씻어낸 뒤에도 눈은 충혈된 채로였고 눈물은 계속 흘러내렸다.반승제는 고용인에게서 손수건을 받아 성혜인의 얼굴을 닦아주었다.“목욕 직접 해주지 마. 다른 사람 시키면 되는데.”성혜인은 여전히 눈물을 흘렸다. 눈가는 이미 하도 닦아 불그스름해졌다.“괜찮아요. 재밌어서 그래요.”반승제는 생수와 손수건을 곁에 있는 고용인에게 맡기고 그대로 수영장으로 내려갔다.“옆에 쉬고 있어. 내가 씻길게.”성혜인이 잔디에 올라와 반승제를 바라보았다. 그는 정장을 입은 채로였는데 바지가 다 젖은 줄도 모르고 열심히 흰둥이의 몸에 거품을 내고 있었다.흰둥이가 물을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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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거래를 위함

한편 북아메리카에서.시간은 저녁 8시다.설의종은 검은 정장을 입은 채 지하 격투장 룸에 앉아 있다.그 아래로는 광란의 군중들, 하늘땅을 뒤흔드는 함성, 그리고 공중에 흩뿌려진 지폐들이 휘날렸다.아무도 관할하지 않는 땅의 지하 격투장. 이곳에서 하루에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북아메리카의 수많은 명문가가 이곳을 이용해 보려 했지만 이 사업에 성공한 사람은 반승제 뿐이었다.지하 격투장은 총 일곱 층으로, 매 층은 3천 평이 되었고 매 층의 놀이 방법은 다 달랐다.수많은 엘리트가 이곳으로 몰려들어 인간성은 버린 채 활개를 치고 다녔다.설의종은 두 손을 깍지 끼고 조용히 아래층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보고 있었다.룸 문이 열리더니 장미가 검정 나시 원피스를 입고 요염한 모습으로 걸어들어왔다.“회장님, 존함은 오래전부터 들어왔는데 이곳까지 걸음 하실 줄 몰랐습니다.”장미는 직원을 시켜 가장 좋은 차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그녀는 예쁘게 웃어 보이며 설의종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설의종은 가져온 차를 마시지 않았고 계속하여 아래층에서의 격투 과정을 보고 있었다.이런 큰 인물이 갑작스럽게 방문하는 일은 흔치 않았기에 장미는 정신을 꽉 잡고 응대했다.하지만 10분이 지나도 설의종은 줄곧 아무 말 없이 격투를 구경했다.장미도 흥분된 마음을 점차 가라앉히고 고상한 듯 천천히 차를 마셨다.아래층에서 승부가 갈린 후에야 설의종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감명받은 듯 엄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만졌다.“제가 오늘 온 목적은, 거래하기 위해섭니다.”장미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설씨 가문에 북아메리카에서 최고 명문가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전 세대의 가주로서 설의종은 다른 사람과 거래라는 것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회장님, 혹시 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닌지요.”설씨 가문과 지하 격투장의 관계는 그리 좋지 못했다. 전에 설의종은 연회에서 God는 미친개라는 발언까지 했었다.반승제가 지하 격투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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