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1021 - Chapter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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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1화 나를 좋아하느냐 안 좋아하느냐가 아니라

그는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고, 이내 설인아의 질문이 들려왔다.“오빠 성혜인이랑 사이가 좋은가 봐?”설우현은 조용히 그녀의 옆에 앉았다.“인아야, 너도 방금 반승제 그 득의양양한 말투 들었지? 반승제는 너를 좋아하지 않아. 이미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너 굳이 가서 소란을 피워야겠어?그러자 설인아가 피식 냉소하며 입가를 천천히 오므렸다.“오빠, 중요한 건 승제 여보가 나를 좋아하느냐 안 좋아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은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에 달렸어. 오빠가 안 도와주면 나는 큰 오빠한테 도움을 청할 거야.”설우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큰형은 막내 여동생을 무한대로 도와줄 것이고 게다가 설인아의 옆에는 엔디까지 있으니, 그녀는 성혜인의 목숨은 쉽게 쥐락펴락할 수 있었다.“오빠도 그 빌어먹을 년한테 홀린 거야? 이만 가봐, 앞으로 다시는 찾지 않을 거니까.”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설우현은 다시 실의에 빠졌다. 설인아는 가문의 보배이자 심장도 좋지 않아 모든 사람의 총애를 받고 있었으니 말이다.“약 먹었어? 엔디가 너 몸이 안 좋다던데? 오빠가 약 먹여줄까?”그는 능숙하게 탁자에 있는 약과 설인아에게 먹일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왔다. 그러나 그녀는 매몰차게 뿌리쳤다.“오빠 성혜인 좋아해?”“그냥 친구야.”그러자 설인아가 시선을 아래로 푹 늘어뜨렸다.“오빠한테는 성혜인이 나보다 더 중요해? 그년을 위해서라면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해도 상관없어?”설우현은 손안의 따뜻한 물잔을 바라보며 잠시 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리고 오빠 줄곧 나 별로 안 좋아했지? 내 병 때문에 식구들이 모두 나만 지켜보고 있으니까... 예전에 오빠 열났을 때 3일 동안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잖아. 모두 나를 병원에 데려가느라고 말이야.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나를 많이 미워할지도 모르겠네.”그 말에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설우현은 손에 든 물잔을 탁자 위에 놓고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인아야, 너는 내 친여동생이야. 나 지금까지 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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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내가 왜 너랑 헤어져?

두 사람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했고 그전에는 침대에서 하는 것 말고는 커플끼리 해야 할 일은 한 적이 없었다.“신분”이 갑자기 바뀌게 되자 성혜인은 약간 적응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그녀 역시 연애를 한 적이 없었다. 예전에는 그 아름다운 약속을 위해 다른 이성들을 거절해왔던 것이다.그다음에는 반승제에게 시집을 갔는데, 3년 동안 성혜인은 살아있는 “과부”로 지내며 역시 이성과 거리를 두었다.그녀는 반승제가 오기 30분 전에 커플들 간의 데이트 장소를 확인하기도 했다.하지만 요즘 너무 바쁜 나머지 밥을 함께 먹는 것 외에 영화를 보거나 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반승제는 성혜인의 뒤로 다가가 몸을 구부려 그녀를 끌어안았고, 컴퓨터 모니터에 빽빽한 데이터가 있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정말 열심히 하네.”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칭찬을 받자, 성혜인의 마음속에는 왠지 모를 수치심과 또 말하기 어려운 만족감이 동시에 들었다.사실 여자들은 대부분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자신을 칭찬해 줄 줄 아는 배우자가 있으면 될 뿐.그러나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것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성혜인이 차가운 얼굴로 아무 말 하지 않자 반승제는 몸을 좀 낮추었다.“6시 반이야. 이제 출발해야지.”그러자 성혜인이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고 힘껏 밀어냈고 반승제는 웃으면서 몸을 똑바로 피더니 뒷걸음질 쳤다.이윽고 성혜인은 옆에 있던 가방을 잡고 그의 뒤를 따랐다.사무실을 나와서야 그녀는 꼭대기 층에 여전히 많은 직원이 야근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는 것을 보고 직원들은 이내 한데 모여 귓속말을 나누기 시작했다.그때, 반승제는 성혜인을 끌어당겨 볼에 뽀뽀하더니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조금 이따 제가 요리사를 모셔 와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그러니 야근하시는 분들은 30분만 더 남아주시길 바라요.”뒤이어 현장에 그를 아는 사람들은 바로 “감사드립니다, 반 대표님.”이라고 답하였다.그 말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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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그러니까 나랑 헤어지지 말자

“성혜인, 내가 너랑 처음 잠자리를 가졌을 때, 나는 너한테 남편이 있는 줄 알았어. 설마 내가 남편하고 안 해봤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너랑 잤을 거라 생각해? 귀국해서 우리 했을 때 나는 네가 처음이 맞나 의심했었지. 그런데 네가 먼저 결혼한 몸이라고 인정했잖아. 그래서 나는 당연히 혜인이 네가 남편이랑 몇백 번은 해봤다고 생각했어. 그렇지만 이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 나는 그렇게 도덕적인 사람이 아니거든.”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말했다.“예전에 화가 났던 건 네가 쉬운 여자인 것 같아서 그랬어. 그냥 선입견이었던 거지. 그때의 나는 네가 다른 남자들과 자발적으로 어울리는 줄 알았어. 네 마음속에 내 자리는 없는 것처럼 보였으니 당연히 화가 날 만하지 않았겠어?”반승제는 이런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시선을 푹 늘어뜨린 채 그녀를 꼭 붙잡고 있었다.“너에 대한 내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어. 그러니까 나랑 헤어지지 말자.”그가 말을 끝마치자, 성혜인은 순간 주변의 모든 산소가 사라진 듯 숨을 쉴 수 없었다.반승제는 매우 외로운 사람이라 누군가 그의 곁에 있어 주어야 한다.다만 교만한 성격이 문제라 그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않는다.성혜인은 순간적으로 그가 늘 무시당하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씨 집안사람들은 전부 천재 반승우만을 좋아했으니 말이다.심장이 찔리는 듯한 통증과 함께 성혜인의 마음에 있던 죄책감이 사라졌다.그녀는 반승제의 손을 더욱 세게 꼭 잡았다. 그러자 반승제가 성혜인의 손에 또다시 입을 맞췄다.“네가 찾지 말라고 하면 나도 찾지 않을게. 그 남자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나는 그저 네 말을 듣고 싶을 뿐이야.”성혜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예전에 그녀는 반승제라는 사람이 정말 끔찍할 정도로 나쁘다 생각했다. 특히 침대에 있을 때 독한 말이란 말은 전부 내뱉었으니 말이다.‘그런 것만 할 줄 알았더니 또 이렇게 섬세한 면도 있었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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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남녀 단둘이 룸 안에서

메뉴판을 건네받고 설우현은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그러던 그때 반승제가 옆에서 비아냥거렸다.“설 대표 아직 솔로라고 들었는데, 솔로만을 위한 세트 요리가 있지 않을까요? 그걸로 추천해 드려요. 없다면 주방장한테 제가 특별히 부탁드려 볼게요.”그 말에 화가 불끈 난 설우현은 메뉴판을 한쪽으로 확 던지며 소리쳤다.“반 대표,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반승제는 눈썹을 올리며 이보다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했으나 성혜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설우현 씨,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그리고 그전에 우리가 했던 계약에 관해 얘기를 좀 나눠볼까 해서 오늘 뵙자고 한 거예요. 제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위반한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사과드릴게요. 괜찮으시다면, 그에 마땅한 보상을 해드리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설우현은 지금 반승제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다.그 눈빛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반승제는 눈썹을 올리며 여유롭게 뒤로 몸을 젖혔다.“혜인아, 내가 배상하기로 했잖아.”그러자 성혜인은 몰래 그의 허벅지를 꼬집었고 밀려오는 아픔에 반승제는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했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성혜인을 바라보며 불만이 가득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이에 성혜인은 멋쩍은지 헛기침을 두 번 하더니 부드러운 손을 다시 내밀어 그의 허벅지를 어루만졌다.얼굴이 일그러졌던 반승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간 얼굴이 확 펴졌다.두 사람이 테이블 밑에서 꽁냥거리고 있다는 것을 설우현이 모를 리가 없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아니요. 배상할 필요 없어요. 페니 씨만 좋으시다면 할리우드 티오 세 명 정도는 얼마든지 선물로 드릴 수 있어요.”그 말에 반승제는 또다시 얼굴이 차가워졌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그런 반승제의 반응을 보고 설우현은 주도권을 다시 앗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설우현은 기회를 틈타 성혜인에게 덧붙여 말했다.“친구 사이에 이 정도는 충분히 해줄 수 있다고 봐요. 페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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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반승제의 밑도 끝도 없는 질투

반승제가 미처 그의 말에 반응을 하기도 전에 설우현은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떠났다.지금 반승제는 기분이 매우 언짢은데 그는 이럴 때마다 입을 오므리곤 한다.그런 그를 바라보며 성혜인은 주스 한 잔을 건네주며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계약을 위반한 사람은 저예요. 안 그래도 많이 불리한 상황인데, 왜 그런 말들로 자극하고 그러는 거예요? 그리고 그냥 하는 말인데 설우현 씨 꽤 괜찮은 사람이에요.”반승제는 눈앞에 놓인 음식을 바라보고 있으나 입맛이 뚝 떨어졌다.그뿐만 아니라 설우현이 계산한 음식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더더욱 당기지 않았다.이때 성혜인이 그의 손등을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왜 그래요? 입맛이 없어요?”“음.”반승제가 말하지 않아도 성혜인은 그가 왜 갑자기 입맛이 없어졌는지 뻔히 알고 있다.‘보아하니 또 밑도 끝도 없이 질투하고 있어.’‘저 정도면 병이야... 그것도 말기...’하지만 성혜인은 더 이상 자세히 물어보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여유작작하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반승제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성혜인은 그냥 그를 가만히 놔두기만 하면 스스로 풀리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과연 반승제는 한참 동안 삐쳐있더니 묵묵히 티슈를 뽑아 성혜인의 입을 정성껏 닦아 주었다.그렇게 8시 30분이 되어서야 두 사람은 식당에서 나왔다.성혜인의 핸드폰 벨소리는 끊이지 않았는데 모두 회사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M에서 여러 업무를 새로 들이고 난 뒤,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고 모든 결책을 내려야 하는 성혜인은 숨을 고를 시간조차 없게 되었다.“승제 씨,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있어서 가 봐야 할 거 같아요.”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나서 갖게 된 첫 외식인데 마음껏 즐기지는 못했다.바삐 도는 성혜인과 달리 반승제는 마침 한가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얼마 전 BH 그룹을 제대로 바로잡았기에 그쪽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반태승에게만 신경 쓰면 되는 상황이다.세상 그 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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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사랑에 푹 빠진 너한테서 악취가 나

‘페니 씨는 과연 어떤 여자일까? 무슨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저 녀석이 저렇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걸까?’눈앞에 증거가 뻔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혜인의 편을 들어주는 반승제의 모습에 온시환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그러나 만약 성혜인에 관한 나쁜 말을 계속하게 된다면 반승제와 친구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여 그는 생각을 접고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웃으면서 내려놓았다.“내가 알고 있던 반승제 맞아? 너 원래 이렇게 연애에 올인하는 사람이었어?”비아냥거리는 온시환의 말에 반승제는 대꾸하지 않았다.성혜인과 마음을 확인하고 난 뒤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마저 변하게 되었다.모든 것이 분홍색으로 물들어 보이고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보였다.진정한 연애를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바람둥이 온시환은 지금 반승제가 하고 있는 “진지한 연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뿐만 아니라 몹시나 깔본다는 듯이 그를 하찮아하며 뒤로 밀쳤다.“멀리 떨어져 앉아. 사랑에 푹 빠진 너한테서 악취가 나.”이에 반승제는 피식하고 웃더니 성혜인의 얼굴이 떠올랐는지 절로 표정이 부드러워졌다.“너 그거 질투다.”“질투? 내가 뭘 질투하고 있다는 건데? 여자한테 단속받는 거? 아니면 앞으로 재산 절반 나눠서 가져야 하는 거?”“나 온시환은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연애 따위 하지 않아. 그냥 지금처럼 원나잇이나 하면서 깔끔하게 서로 이용하는 사이가 좋아.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얼마나 편한 세상이야.”온시환은 자기 술잔에 술을 따르며 계속 비아냥거렸다.“그리고 끝까지 간다는 보장도 없잖아. 운명이었다면 이혼까지 가지 않았겠지. 잠깐, 엄격히 따져보면 이혼도 페니 씨한테 속아서 한 거 아니었어? 제3자인 거 뻔히 알면서도 관계를 유지한 너도 참 대단해. 만약 페니 씨가 정말로 네 아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너 순순히 이혼했을 거 같아?”이는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반승제의 “아픈 곳”이다.말을 하고 난 뒤 온시환도 스스로 깨달으며 더는 말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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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그때 팝박으로 어쩔 수 없이 반승제와 결혼함

반승제는 네이처 빌리지로 돌아와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배현우에 대해서 알아보세요.”그 일에 대해 더 이상 알아보지 않겠다고 성혜인과 약속을 했었지만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고 심지어 성혜인에게 약까지 먹였으니 더더욱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반드시 찾아내서 갈기갈기 찢어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다.같은 시각.성혜인은 아직도 포레스트에서 야근을 하고 있다.그녀 또한 반승제와 마찬가지로 배현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렸다.반승제에게 알아보지 말라고 당부했던 건 그 일을 잊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아니면 그 일은 영영 두 사람 가슴 속의 응어리로 남게 될 것이다.하여 반드시 어찌 된 일인지 알아내야만 했다.왠지 모르게 이상이 들었고 배현우가 자기한테 왜 그런 짓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그뿐만 아니라 그 칩은 또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성혜인은 심지어 포레스트의 개인 의사를 찾아보라고 시켰었다.만약 개인 의사가 아니라면 배현우는 포레스트에 들어갈 자격도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개인 의사는 배현우의 일에 대해서 일절 모른다고 했었다.다른 의사를 부른 건 사실이나 그 의사는 누군가에게 맞아 기절했다고 했다.같은 시각.제원과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모습을 숨긴 작은 실험실이 있다.실험실 안에서 남자는 컴퓨터를 통해 데이터를 보면서 분노하며 테이블을 치고 있다.연구 실험에 관해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는 반승우와 달리 그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하여 데이터를 알아본다고 한들 직접 조작할 능력이 없다.실험에 관해 반승우는 제일 으뜸으로 가는 천재이다.고작 열 몇 살 밖에 되지 않는 어린 나이에 막강한 실력을 지닌 연구원들과 함께 어깨를 겨루었으니 말이다.“반승우 씨! 저 좀 도와주세요.”남자는 이미 칩을 손에 넣었다. 만약 칩 안에 들어있는 내용만 장악하게 된다면 반승우라는 인간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고 그가 이 몸의 주인이 된다.그럼 깨어날 때마다 왜 또 다른 곳에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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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저 여자들이 제 몸에 손대는 게 싫습니다

남자는 소문을 퍼뜨리고 나더니 속이 다 시원해졌다.그는 칩을 작은 상자 안에 놓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왜 이딴 걸 연구하고 그래요? 난 또 무슨 세상을 쥐고 흔들 수 있는 무기인 줄 알았는데, 쓸모없는 물건이잖아요. 이런 걸 연구하는 당신들도 참 변태가 따로 없네요.”“아니요, 그거 무기 맞아요. 여러 큰 나라들 사이에서는 화기로 전쟁을 벌릴 수 없어요. 모두 핵무기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방면에서 손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에요. 만약 실험에 성공하여 한 사람에게 다른 인격이 나타날 수 있게 한다면 딱 마침 그들이 필요한 인격으로 만들 수 있어요. 그럼, 그 인격은 아주 손쉽게 한 나라의 고관을 책동하여 모반할 수 있는 것이죠.”이에 남자는 피식하고 웃었다.“별 쓸데도 없네요.”반승우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한참 지나고 나서야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그럼, 저 또한 그들에게 컨트롤 당하고 이용당하고 있다는 거예요? 제가 나타난 이유도 단지 그것 때문인가요?”“네.”“반승우 씨 말만 듣고 믿을 수 없어요. 어찌 된 일인지 저 혼자서 알아낼 거예요.”반승우는 한참동안 침묵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혜인이한테 상처 주지 마세요.”그러자 남자는 또다시 피식 웃었다.“상처 범벅인 당신이 걱정할 바는 아닌 것 같네요.”“제가 어떤 모습이든 혜인이 걱정하는 마음만은 변치 않을 거예요.”반승우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추게 된다.뼛속까지 부드러움이 배 있는 반승우에게 언성을 높이면 마치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남자는 반승우의 부드러움을 무척이나 싫어하며 그가 내숭을 떨고 있다며반감했다.반승우가 몸가짐을 깨끗이 하는 점도 무척이나 싫었다.여자와 잠자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지만, 가장 관건이 되는 순간마다 그로부터 제재를 당했었다.그때 반승우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한없이 어둡고 무거웠었다.“저 여자들이 제 몸에 손대는 게 싫습니다.”두 사람은 같은 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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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연애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

반승제는 확실히 성혜인을 기다리고 있다.어제 성혜인이 차에서 내리기 전에 네이처 빌리지로 와서 함께 저녁을 먹겠다고 약속을 했었기 때문이다.하여 그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와서 기다리기 시작했다.설레는 마음에 집으로 오기 전부터 미리 연락해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하라고 하기도 했다.집으로 돌아오고 난 뒤, 그는 줄곧 소파에 앉아 있었다.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정원에 꽃이 예쁘게 피어난 것을 보고 그만 참지 못하고 스토리를 올리게 된 것이다.올리고 나니 부끄러움이 밀려와서 게시물을 삭제 하려고 했었다.하지만 스토리에 달린 댓글을 보고 가만히 놔두기로 했다.‘연애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예쁜 물건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상대방이 먼저 떠오른 것.이 순간 사랑하는 그 사람과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반승제에게 있어서 이상하기만 한 정서가 아닐 수 없었다.갑자기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 그는 한쪽에 있는 노트북을 펼쳤다.그렇게 저녁 7시가 되었고 성혜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뿐더러 전화 한 통 없었다.성혜인은 오늘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삐 보내고 있었다.어젯밤에도 밤을 지새우며 업무를 보았고 5시가 넘자마자 또다시 회사로 와서 업무를 처리했다.새 직원들은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졌지만 회사 성립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고 TJ 엔터 4분의 1 업무까지 소화하고 있어 그들에게 많이 버거웠다.요즘 회사 직원들은 같은 마음으로 야근을 하면서 건물 전체가 등불이 환했다.성혜인은 회의를 시작으로 매 프로젝트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직접 체크하여 매사에 최선을 다했다.어느덧 어둠이 내려앉았을 무렵 성혜인은 온몸에 힘이 쫙 빠지는 것이 살아있는 송장과 같았다.과한 업무로 정신이 해롱해롱해졌고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무거운 머리를 겨우 치켜든 채 남은 업무를 보고 있을 때 장하리가 사무실로 들어왔다.장하리가 온 것을 보고 성혜인은 이미 완성한 자료를 넘겨 주었다.“장 비서가 좀 신경 써줘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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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용기 없던 쪽이 첫걸음을 내디디게 된다면

장하리는 성혜인의 사무실로 다시 들어갔다.살금살금 책상 앞으로 다가와 성혜인을 깨우려고 했으나 편히 좀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한편, 네이처 빌리지에서 저녁 음식은 이미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음식 준비를 마치고 난 뒤로 주방장은 식은 음식을 여러 번 데워 다시 올리고 했었다.여러 번 반복하고 나더니 주방장은 감히 반승제에게 물어볼 용기조차 없었다.그렇게 음식은 또다시 식게 되었고 반승제는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는데 어느덧 저녁 10시가 되었다.성혜인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는 한 통도 없었고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예전에 반승제도 성혜인만큼 바쁜 적이 있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은 적은 없었다.아무리 바빠도 성혜인의 전화는 꼭 받고 그랬었다.속이 타들어 가는 반승제는 그만 참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려 했으나 때마침 성혜인이 돌아올까 봐 걱정되었다.담배 냄새에 입맛이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여 이미 꺼낸 담배를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였는데, 10시 30분이 될 즈음에 끝내 담배를 태우고 말았다.주방장이 퇴근함에 따라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다시 데워줄 사람도 없게 되었다.반승제는 오기가 생긴 듯이 입을 꾹 다문 채 조용히 식탁에 앉아 기다렸다.지금 거실에 감돌고 있는 분위기는 더없이 무겁다.심인우마저 감히 반승제 곁으로 다가가지 못한 채 멀리서 묵묵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저녁 11시가 되었을 때 심인우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다가갔다.“대표님, 인제 그만 들어가서 쉬세요.”심인우는 문 앞으로 다가와 위로도 해주고 싶었지만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그리고 반승제라는 인간을 어느 정도 알 것 같기도 했다.자기 마음을 알기 전에 반승제는 늘 억지로 우기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자기 마음을 알고 나서 반승제는 세상 그 누구보다 마음이 여린 사람으로 되었다.이는 극단적인 변화이지만 서로 모순되지는 않는다.사랑에 있어서 용기를 내지 못했던 쪽이 일단 첫걸음을 내디디게 된다면,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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