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1011 - 챕터 1020

2278 챕터

제1011화 말하지 않으면 화낼 거야

반승제는 그녀의 대답이 필요했다.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었고 성혜인도 승낙했는데 왜 전화를 하니 묵묵부답인 걸까?반승제의 안색과 함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성혜인, 말하지 않는다면 화낼 거야.”성혜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대답하려 했다.하지만 목이 너무 아팠다. 마치 큰 손에 목이 졸린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웠고 눈물도 더 많이 흘렀다.성혜인은 몸을 심하게 떨면서 저도 모르게 쭈그리고 앉았다. 그녀는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혹시라도 울음소리가 새어 나올까 봐 말이다.성혜인은 서둘러 옆에 있는 겉옷을 움켜쥐고 그곳을 떠나려는데 다리에 뭔가가 부딪혔다.그러나 성혜인은 아픈 것도 느끼지 못했다. 마치 그 순간 몸의 모든 감각을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이곳은 그녀를 구역질 나게 했다.전화 건너편에서 또다시 반승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또 인정하지 않으려는 거야?”이번에는 조금 억울한 듯했고 곧이어 전화를 끊었다.성혜인은 그 방에서 나온 뒤에야 그곳이 호텔임을 알았다. 하지만 BH그룹 산하의 호텔은 아니었다.그녀는 서둘러 장하리에게 연락해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했다.그리고 성혜인은 길가에 서 있었다. 머리 위 햇빛이 유독 눈이 부셔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장하리는 아주 빨리 도착했다. 장하리는 그녀를 보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성 대표님, 며칠 쉴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성혜인은 대답하지 않고 뒷좌석에 앉았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포레스트로 가요.”장하리는 백미러로 그녀의 표정을 힐끗 보았다. 이번에는 흔적이 더 심했다. 설마 또 반승제와 잠자리를 가진 것일까?하지만 반승제는 해외로 가지 않았는가?차가 포레스트에 멈춰 선 뒤, 성혜인은 아무 말도 없이 차에서 내려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뒤 오랫동안 샤워를 했다. 거의 가죽을 벗길 기세였다.그녀는 배현우가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지 못했다. 그저 과거의 아름다운 꿈이 산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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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고충이 있어

유경아는 그 의사의 손놀림이 조금 숙련되어 보이고 진짜로 성혜인에게 링거를 놓아주는 걸 보고 그제야 안도했다.젊은 의사가 계속해 말했다.“요즘 걱정이 많은가 봐요? 밥 잘 챙겨 먹는지 지켜보세요. 위가 안 좋아서 지금부터 잘 관리해야 해요.”그는 손가락으로 성혜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잠깐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고 있었다.“한 시간 뒤에 열이 내릴 거예요. 주방으로 가서 위에 자극이 가지 않는 음식 좀 준비해 주세요. 이틀 동안 밥을 먹지 못했을 테니 말이에요.”유경아는 조금 답답했다. 젊은 의사는 너무 다정하게 굴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게 문제 될 것도 없었다.그녀는 복도 밖의 감시카메라를 가리켰다.“의사 선생님, 여기 처음 오시는 거죠? 이곳에는 감시카메라가 24시간 돌아가요.”그 말은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간 사이에 성혜인에게 무슨 해코지라도 한다면 오늘 밤 포레스트를 떠나지 못할 거라는 뜻이었다.의사는 싱긋 웃었다.“전 친구의 일을 망칠 생각이 없어요.”유경아는 그의 목소리가 아주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부드럽고 맑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곧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성혜인이 먹을 건 보통 유경아가 직접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도우미 두 명을 보내 성혜인의 문 앞을 지키게 했다.“새로 온 의사가 감히 무슨 짓을 하려 한다면 바로 내게 알려. 내가 경호원을 올려보낼게.”포레스트의 모든 사람이 반태승이 남겨둔 사람이었기에 다들 성혜인에게 충성을 다했고 배려심도 깊었다.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젊은 의사는 성혜인의 침대 곁에 앉아서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몇 번이나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주고 싶었지만 선 넘는 행동이라 성혜인이 불안해할까 봐 걱정되었다.그녀는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고 마음도 굳건히 먹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그의 잘못이니 더는 그녀를 방해해서는 안 됐다.그러나 그의 몸속에 있는 다른 인격체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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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질투하게 하다

그가 떠난 뒤 성혜인은 손등 위에 꽂혔던 바늘을 빼고 욕실에 들어가서 양치할 생각이었다. 입 안에서 온통 피비린내가 났다.유경아가 마침 국을 끓여 들어오면서 원망스레 말했다.“사모님, 위가 안 좋으신 거 뻔히 알면서 이틀 동안 밥을 안 드시면 어떡해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몸조리 잘하셔야 한다고. 앞으로 삼시 세끼 잘 챙기셔야 해요. 절대 일 때문에 끼니 거르시면 안 돼요!”성혜인은 유경아가 건넨 미지근한 물로 입을 헹구었다. 그러나 테이블 위 음식을 봐도 입맛이 돌지 않았다.“사모님, 좀 드셔야 해요. 위병이라도 도졌다가는 더 힘드실 거예요. 이것 보세요, 그 사이 또 살이 많이 빠지신 것 같아요.”성혜인은 가족의 정이라는 걸 별로 느껴보지 못했지만 유경아가 자신을 손녀처럼 대한다는 건 분명히 알고 있었다.그녀의 잔소리에 성혜인은 마음이 시큰하면서 억울함을 어디에 토로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성혜인은 자신에게 아름다운 약속이 있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줄곧 열심히 앞으로 달려갔고 믿으려고 했다.그러나 배현우가 모든 걸 망쳐버렸다. 그녀가 행복을 얻기 직전에 그녀를 수렁으로 빠뜨렸다.유경아는 한숨을 쉰 뒤 숟가락을 그녀의 손에 쥐여줬다.“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밥은 드셔야 해요. 아까 겨울이가 아래층에서 계속 짖었어요. 사모님의 기분이 안 좋은 걸 눈치챘나 봐요. 휴, 반승제 씨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비록 성격은 안 좋아도 사모님이 꽤 좋아하셨잖아요.”성혜인의 눈물이 순식간에 그쳤다. 그녀는 이 일을 어떻게 반승제에게 설명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비록 두 사람은 서로를 좋아했지만 둘 사이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서로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반승제는 감정 기복이 심했고 소유욕도 강해서 성혜인이 협력업체를 만나러 가도 무척 질투했다.만약 그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성혜인은 감히 상상할 수 없었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쩌면 모욕적인 말을 할지도 몰랐다.그녀는 조용히 음식을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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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나도 좋아해요

그는 반승우와 싸우고 싶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비록 그가 반승우의 덕을 보면서 자란 건 맞았다. 그리고 예전에 그를 이기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무모한 시기가 지나자 그 방면에서는 많이 담담해졌다.반승제는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깐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반승우의 존재가 확실히 할아버지의 목숨에 위협이 된다면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그와 반승우의 관계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애가 돈독하지도 않았다.반승제는 고개를 숙여 성혜인이 보낸 메시지를 보았다. 사라졌던 웃음기가 다시 나타났다.그가 성혜인에게 답장했다.[내 SNS 봤어?]같은 시각, 성혜인은 반승제의 SNS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그런 사진을 찍었을 줄은 몰랐다. 대표라는 그의 신분에 잘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마치 막 연애를 시작한 어린 소년 같았다.심지어 깍지를 낀 사진까지 있었다. 성혜인은 그 사진을 보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러나 지난 이틀간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달콤함이 씁쓸함으로 변했다.[봤어요.][무슨 하고 싶은 말 없어?][잘 찍었네요.]그 다섯 글자에 반승제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는 천천히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바로 앉았다.잘 찍었다고?일반인이라면 그 사진들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성혜인은 당사자가 아닌가.[다른 할 말은 없어?]반승제와 마주 보고 있는 건 아니지만 성혜인은 그의 표정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그는 분명 차가운 얼굴로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그의 옆에 있었다면 그는 분명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지켜봤을 것이다. 만약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 반승제는 그녀의 목을 조르려고 할지도 몰랐다.3분을 기다렸지만 새 메시지가 없자 반승제는 불쾌해졌다.[정말 다른 할 말은 없어? 후회하지 마.]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메시지를 보냈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 없이 SNS 게시물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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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사랑은 사람을 눈 멀게 만들어

반승제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서주혁은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꼴불견이네. 사랑은 사람을 눈 멀게 만든다더니, 너도 결국엔 본심을 잃게 될 거야.”그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여자란 생물은 침대 위에서 성욕을 발산할 때만 쓰면 되지 진짜 보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이 점에 있어서 서주혁은 온시환과 같은 관점이었다. 그러나 온시환은 각자 원하는 것을 얻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고 침대에서는 신사적이었다.그러나 서주혁은 달랐다. 그는 능력도 없이 몸으로 이익을 보고자 하는 여자를 혐오했다.반승제는 그를 무시하고 몇 분 고민한 뒤 성혜인에게 답장했다.[좋아. 그러면 깨지 마. 일 다 끝내면 연락할게.]성혜인은 그 메시지를 보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나 고개를 들었을 때 거울을 통해 보이는 흔적에 웃음기가 점점 사라졌다.썸을 탈 때 분위기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반승제는 이렇게 달콤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뒤에도 성혜인이 새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았는지 이따금 휴대전화를 힐끗댔다.서주혁이 이때 미간을 구겼다.“어르신의 신호가 또 다른 나라에서 나타났어. 북아메리카에서 한참 떨어진 곳인데, 우리 농락당한 건 아닐까?”어떻게 이렇게 빨리 움직인 걸까?반승제는 바로 앉은 뒤 휴대전화를 거두어들였다.“그쪽에 대단한 실력의 해커가 있는가 봐. 서주혁, 넌 일단 귀국해.”서주혁은 이미 노려졌다. 이곳에 오래 남아있는다면 상부의 의심을 받을 수 있었고 그렇게 되면 서씨 가문 전체가 감시받을 것이다.서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들고 있던 서류로 테이블을 톡톡 쳤다.“그러면 난 먼저 돌아갈게. 난 심지어 이 신호들이 우리를 유인하기 위한 것인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어. 우리를 끌어내기 위해서 말이야. 설마 승우 형에게 칩에 관한 정보가 있는 걸까?”서주혁은 국내에 있을 때만 해도 칩을 주시했다.반승제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난 내 사람을 시켜 신호가 나타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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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유언비어

백지영은 반승제와 설인아에 대해 말하고 나서 다시 성혜인에 관한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성혜인이 반승제한테 차인 건 바로 깨끗하지 못해서야. 남자관계가 복잡했거든. 몰래 얼마나 많은 남자랑 만났는지 몰라.”“반승제랑 이혼하기 전에도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하는 걸 몇 번이나 봤어.”“반씨 집안 회장님도 지금 성혜인 편이 아니야. 듣자 하니 최근에 또 한 남자랑 이틀 동안 뒹굴었다 하더라고. 원인은 바로 반승제한테 차여서 스스로 타락한 거지.”백지영은 성혜인에게 약을 먹여 몸도, 명예도 전부 망가뜨릴 생각이었지만 그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그때문에 그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모두들 “씹고 뜯을” 가십거리가 필요하지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니 말이다.그렇게 눈 깜짝하는 순간 반승제와 설인아의 소문뿐 아니라, 성혜인의 사생활 논란도 급속도로 퍼져나갔다.이 단톡방에서 저 단톡방으로, 마지막에는 결국 임경헌이 있는 단톡방에도 이 소문이 전달되었다.임경헌은 단톡방 속 여자들이 거리낌 없이 성혜인에 대한 험담을 나누는 것을 보고, 곧장 화가 치밀어올랐다.“누가 이런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거야?! 성혜인은 내 미래 사촌 형수 될 사람이야. 만약 우리 사촌 형이 보게 된다면, 그 유언비어를 퍼뜨린 사람은 반시체가 되어버릴걸?”최근 반씨 집안의 혼란한 내부 상황을 다들 알고 있었는지라, 어떤 사람들은 임경헌에게 더 이상 공손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설인아가 직접 SNS에서 인정했어. 그날 밤 반승제랑 함께 있었던 사람이 바로 자기라고.”“웃기고 있네! 이 여자 왜 이렇게 뻔뻔해?!”계속해서 올라오는 문자들에 임경헌은 화를 참지 못하고 결국 단톡방에 분노를 표출했다.“우리 사촌 형이 그 여자를 좋아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한 거야. 이렇게 저급한 수단을 써서 아직도 성혜인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다니... 허허. 그날 밤 사촌 형이랑 함께 있었던 건 분명히 성혜인이었어. 형은 처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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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달콤한 말

다음 날 아침, 반승제가 탄 비행기가 제원에 착륙했다.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마중 나오라 하거나, 서주혁과 함께 가지 않고 바로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공항에 도착했는데, 데리러 와줄 수 있어?”이런 말을 하는 것이 어색하기는 했지만, 빨리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고 다그치는 듯한 느낌이 가득했다.하지만 그 전화는 성혜인이 받지 않았다. 이 시각 그녀는 회의 중에 있었고 핸드폰은 장하리의 손에 있었으니 말이다.장하리는 반승제의 말에 그저 화가 치밀어올랐다.‘뭐가 이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물어?’그녀의 말투도 따라서 많이 차가워졌다.“반 대표님, 사장님은 지금 회의 중에 계십니다. 회의는 점심까지 계속될 거예요.”그 말에 반승제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조금 실망스러워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할 수 없이 반승제는 심인우에게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고 했다. 그러던 중 온시환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무리 안에 돌고 있는 소문을 아느냐고 물었다.“무슨 소문?”“성혜인 씨에 관한 거 말이야. 첫사랑이 있다던데?”잠시 흠칫하더니, 반승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누가 그래?”“글쎄, 그런 소문이 돌던데? 그리고 네가 출국한 이틀 동안 혜인 씨 호텔에 묵었어. 그동안 포레스트도, 회사도 가지 않고 말이야. 다들 말로는 첫사랑을 만났대.”반승제는 순간적으로 핸드폰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누가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려?”“승제야, 그게 유언비어인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백지영 쪽에서 호텔 체크인한 증거를 제시했고 나도 호텔에 전화해서 확인했어. 진짜 이틀 동안 혜인 씨 호텔에 묵은 거 맞아. 요즘 회사 일도 그렇고 도송애 쪽이랑 분쟁도 심해서 바쁜 줄 알았는데, 호텔에 갈 틈은 어떻게 생겼는지...”이윽고 반승제는 차가운 말투로 온시환에게 경고했다.“백지영의 말은 믿으면 안 돼.”“승제야, 백지영의 말을 믿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직접 성혜인 씨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잖아.”통화를 마친 후, 반승제는 손을 들어 미간을 어루만졌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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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쉽게 사람의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재주

성혜인은 그와 함께 누웠지만 여전히 긴장한 듯 온몸이 굳어있었다.얼마 뒤, 귓가에 가벼운 숨소리가 들리고서야 그녀는 반승제가 잠들었다는 것을 알았고.반승제는 성혜인의 어깨에 턱을 대고 두 손으로 그녀를 꽉 안은 채 잠이 들었다.창문 밖의 풍경과 따스한 햇빛을 보며 성혜인의 심장이 시큰거려왔다.반승제라는 사람은 걸핏하면 화를 낼 정도로 성격이 매우 나쁘다.외부인에게는 덧없이 냉담하지만, 반승제에게는 쉽게 사람의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특히 반승제는 무방비한 상태일 때 더욱 사람의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곧이어 성혜인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몸에 난 흔적 때문에 어젯밤 줄곧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지금 반승제의 기운이 느껴지니 성혜인은 안도감이 들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이 2인용 소파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도중에 사무실로 들어온 장하리는 성혜인이 없는 것을 보고 그녀가 쉬러 갔을 것으로 추측했다. 휴식실 문도 여전히 닫혀 있으니 말이다.장하리는 손에 든 서류를 책상 위에 놓고, 휴식실 문을 열려고 하며 성혜인을 불렀다.벌써 두 시간이 훌쩍 넘었으므로 이제는 오후의 서류들을 처리해야만 했다.하지만 살짝 열린 문틈을 향해, 장하리는 한 남자가 여자를 품에 꼭 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두 사람은 얇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었고, 반승제에게 완전히 덮인 것처럼 성혜인은 앙증맞게 잠들어있었다.그러자 장하리는 뱉으려던 말을 즉시 삼키며 재빠르게 문을 닫고 사무실을 떠났다.오후에 웬 사람이 성혜인을 찾아오자 장하리는 “사장님이 몸이 불편하셔서요, 무슨 일 있으시면 내일 다시 얘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그렇게 성혜인은 밤 8시까지 푹 잤고 꼭대기 층의 사람들이 전부 떠나가고 나서야 유유히 잠에서 깼다.하지만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반승제는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었다.‘영원히 이 손 풀지 않았으면 좋겠다...’성혜인은 덧없는 안도감을 느꼈다.바깥의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고, 네온사인이 온 도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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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너 나한테 많이 달라붙는 것 같다?

그녀는 갑자기 두 손을 뻗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승제 씨.”아직 차 밖에 서 있던 반승제는 갑자기 그녀에게 안기자 마음이 나른해졌다.“혜인아, 어쩐지 이번에 돌아온 이후로 너 나한테 많이 달라붙는 것 같다?”‘이 바보.’성혜인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묵묵히 그를 놓아주었다.반승제는 차 밖에 서 있었고 조수석의 차 문은 닫히지 않았다.이내 그는 성혜인의 얼굴을 받쳐 들고 1분 동안 바라보다가 머리를 숙여 살짝 입을 맞췄다.“혜인아, 나는 단지 너를 믿으려고 노력할 뿐이야.”이 한마디 말에 성혜인은 온몸이 굳어졌고 반승제는 다시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너를 내 품에 안았을 때 내 모든 세포가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어. 이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니 나도 너를 믿어야지, 안 그래? 나는 너와 더 이상 어떠한 예외의 상황도 만들고 싶지 않아.”뒤이어 조수석의 문을 닫자 그의 눈동자가 갑자기 어두워졌다.“네가 첫사랑을 만났든 만나지 않았든 상관 안 할 거지만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 순간부터 너는 그 사람이랑 선을 그어야 해! 지난번의 일은 더 말하지 않을게. 앞으로는 나 속이지 마.”성혜인은 억울하고 난감했지만, 더 말을 꺼낼 수 없었다.반승제는 차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가 네이처 빌리지로 차를 몰았다.시간이 이미 새벽 5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한 시간 뒤에는 또 일어나야 했다.욕조에서 성혜인은 반승제의 시중을 받으며 목욕을 해 매우 편안했지만, 다른 남자와 보낸 이틀 밤은 그녀의 마음에 있는 가시였다. 생각만 해도 아플 정도였으니 말이다.침대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괴로움에 이리저리 뒤척이었다. 사실을 고백하고 싶었지만, 그가 곧 헤어지자고 말할까 봐 두려웠다.사람은 가진 것이 없을 때 더욱 강해지며 일단 한번 가지면 누구나 다 잃기 싫어한다.반승제는 그녀를 꼭 안고 눈을 감았다.“6시 반에 일어나자. 아직 한 시간은 더 잘 수 있어.”...한편.반승제가 귀국했다는 소식에 모두 그와 설인아가 꽁냥대는 모습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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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연애 중이십니다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던 반승제는 성혜인에게 이렇게 뽀뽀를 받자 입꼬리가 한껏 구부러진 채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심인우는 반승제의 옆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떨어뜨리려 애썼다.그 덕분인지 반승제도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얼굴에 줄곧 웃음기를 띤 채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오전 회의가 열리고, 임원들은 웬일로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최근 BH 그룹에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라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특히 갓 발탁된 임원들은 지난번 회의에서 반승제가 도중에 뛰쳐나갔기 때문에 대표가 자신들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하지만 결과적으로 오늘 회의는 내내 순탄하게 진행되었고, 반승제의 말투 역시 매우 부드러웠다.그렇게 반승제가 사무실에 들어가고 나서야 다른 임원들이 심인우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대표님한테 요즘 무슨 경사라도 생기셨어요?”“그러게 말이에요. 조금 전에 제가 한 줄의 데이터들을 잘못 말해서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대표님께서 그냥 바로잡으시고 계속하라 말씀하신 거 봤죠? 평소 같으면 진작에 그 날카로운 눈빛으로 저를 죽이셨을 분인데...”한 무리의 임원들에게 둘러싸여 아예 나갈 수 없게 되자 심인우는 부득이하게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연애 중이십니다.”“어머! 어쩐지! 정말이에요?”몇 명은 비명을 지르며 재빨리 심인우에게 그 여자가 누구인지 말하라고 했다. 나중에 다른 장소에서 만나게 되면 실수할 일을 만들지 않도록 말이다.“요즘 회사에 자주 나오는 그 설씨 집안 작은딸인가요?”“아니요. 페니 씨입니다.”예상 밖의 인물에 사람들은 잠시 침묵했지만 이내 또 그럴 줄 알았다며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대표가 항상 그 디자이너를 특별하게 대했으니 말이다....설인아는 BH 그룹 로비에서 그 장면을 본 후 바로 도시락을 들고 돌아갔다.그러고는 몸을 숙여 자신의 차 안에 들어가려고 할 때,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눈빛이 한껏 어두워지더니 설인아는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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