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871 - 챕터 880

916 챕터

제871화

백아영은 제이슨과 몸을 섞기를 원했다...문손잡이를 부숴버릴 듯이 꽉 움켜쥐고 있던 이성준은 두 시간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차 문을 열고 별장에 발을 내디뎠다. 뚱보 아줌마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도련님, 돌아오셨군요.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뜨거운 물을 받아놨으니 먼저 씻고 몸을 풀어요.”이성준은 어두운 안색으로 뚱보 아줌마의 말을 뒤로한 채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도련님께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뚱보 아줌마가 의아해서 물어오자, 위정은 고개를 저었다.“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어젯밤 사장님은 밖에서 돌아온 뒤로부터 계속 이상했다. 후과를 생각하지 않고 제이슨을 죽이라는 무모한 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백아영을 기다리지도 않고 혼자 남원으로 돌아왔다.큰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위정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이성준은 차가운 얼굴로 방문을 열었다. 불을 켜려고 할 때 형형색색의 리본 끈이 그의 몸에 날아들었다. 그리고 바닥과 벽에 반짝이는 별 모양의 등이 켜지며 방 전체가 아름다운 밤하늘을 재현했다. 백아영은 이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에 서서 손에 꽃다발을 들고 활짝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성준아, 축하해. 이제 더 이상 한곳에 묶여있지 않아도 돼. 완치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어.”꽃 위에는 정교한 크리스털 상자가 놓여 있었고 상자 안에는 액체 약병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생화학 바이러스 해독제였다. 그동안 이성준은 해독제를 고대하고 있었지만, 막상 해독제가 눈앞에 놓이자, 목에 가시가 걸린 것 같았다.“왜 그래?”상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며 심지어 얼굴이 침울한 이성준을 보고 백아영은 의아해서 앞으로 다가갔다.“너 요즘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그녀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한 달 동안이나 연락을 하지 못했는데 그새 또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몹시 두려웠다. 이 말 한마디에 이성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더욱 험악해지고 머릿속에는 백아영이 제이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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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이성준의 방에서 나온 백아영은 현무의 곁에 가서 자지 않고, 마음을 억누르며 자신이 잠시 머무르고 있는 방에 들어왔다. 발로 의자를 걷어차서 넘어뜨린 백아영은 화가 나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이성준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거야 뭐야,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백아영은 이성준을 위해 밤낮으로 잘 쉬지도, 자지도 못하고 드디어 해독제를 연구해 냈건만 왜 이성준은 이런 식으로 보답하는 걸까.조신하지 못하다느니 몸을 함부로 굴린다느니 듣기 거북한 말을 쏟아냈다. 백아영이 오늘 이 캐미솔을 입는데 얼마나 큰마음을 먹고 수치심을 극복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분노와 함께 서글픔이 밀려와 한바탕 난리를 치던 백아영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펑펑 울었다. 한참을 울던 그녀는 갑자기 문밖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울음을 뚝 그쳤다.이성준이 온 건가? 드디어 자기 잘못을 깨달은 걸까?그러나 이미 늦었다. 백아영은 이성준을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 그녀는 문을 등지고 소파에 가서 냉담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남자는 방문을 열고 불을 켜고는 한발 한발 백아영에게로 걸어갔다. 백아영은 고개를 홱 돌리고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진짜 울었어?”그러나 들려온 건 선우경진의 목소리였다. 그는 눈썹을 찡그렸다.“이성준 그 자식이 은혜를 원수로 갚아? 설마 널 괴롭힌 거야?”백아영은 흠칫 놀라며 어리둥절해서 고개를 돌렸다.“오빠는 어떻게 알고 왔어요?”선우경진은 울어서 눈이 팅팅 부어오른 백아영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반 시간 전 현무가 울먹거리며 전화 와, 엄마 아빠가 심하게 다툰다며 그더러 와서 싸움을 말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선우경진은 분명 백아영이 해독제 연구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방금 접했다. 두 사람은 드디어 아무런 방해 없이 서로를 마음껏 껴안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마땅히 기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럴 때 다툰다는 건 뭔가 석연치 않았다. 그리고 비참하게 울고 있는 백아영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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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점심이 되자 백아영은 일부러 조금 시간을 끌다가 떨리는 마음으로 주방으로 갔다.현무는 고분고분하게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이성준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뚱보 아줌마는 겸연쩍은 얼굴로 안절부절못했다.“도련님은 아직 배가 고프지 않다네요. 두 분이 먼저 드세요.”백아영의 마음은 삽시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런 줘도 못 받아먹는 놈을 봤나, 굶으면서까지 나를 내버려둘 작정인가?백아영은 식탁을 엎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쭈뼛거리는 현무를 보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였다.“아빠는 배가 안 고프다니까, 우리끼리 먹자.”백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현무는 따라서 웃을 수 없었다. 솔직히 엄마의 이 억지 미소는 우는 얼굴보다 보기 힘들었다.저녁 식사 때에도 이성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백아영은 화도 나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발 두발 물러서며 이성준을 이해해 보려 했지만,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아무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밤이 되어 백아영은 이성준이 서재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물을 버리러 가는 척 물컵을 들고 그를 마주 향해 걸어갔다. 물컵을 꼭 잡은 백아영은 화난 표정으로 입술을 감쳐물고 그가 말을 건네오기를 기다렸다.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쳤으면 뭐라도 말해야 할 게 아닌가, 하지만 이성준은 입도 꿈쩍하지 않고 그대로 백아영을 지나쳐갔다. 차가운 눈빛에는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무심함이 깃들어있었고 몹시도 시큰둥했다. 백아영은 화가 치밀어 가슴까지 아파왔다. 그녀도 도도하게 자리를 떠났다. ‘ 무시할 테면 무시하고 냉전 할 거면 냉전하라지 뭐, 다시 뒤로 물러서면 내가 개다 개!’백아영은 화가나 발걸음을 재촉했다. 등 뒤에서 이성준이 차분하고 냉정하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쨍그랑컵이 바닥에 세게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화가나 눈이 빨개진 백아영은 더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성준, 너 도대체 왜 이래?” 순간 굳어지며 곧게 펴진 그의 등에서 괴리감이 느껴졌다. 한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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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강원에서 돌아온 뒤로 이성준 사장님은 쭉 이상했다. 우울하고 어두운 안색에 마음에는 근심 걱정이 가득해 보이며 온몸이 침울한 안개에 휩싸여 그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것 같았다.매사에 결단력 있게 행동하는 이성준의 이런 모습을 위정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밤새 취해있을 정도로 술을 퍼마시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누구 때문에 비롯된 일이면 그 당사자가 나서서 해결하는 게 답일 것이다. 위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등렁큰 스테이션 바에요.”말을 꺼내기 무섭게 위정은 돌연 등 뒤에서 덮쳐오는 서늘하고 차가운 살기를 느꼈다. 흠칫 놀라며 돌아선 그는 음침하고 험악한 이성준의 눈빛을 보았다.술을 엄청나게 들이마셨지만, 이성준은 완전히 취하지 않았고, 분노가 치솟아 오른 모습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독단으로 결정을 내린 위정을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기세였다. 위정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사장님, 아영 씨가 많이 걱정하고 계세요...”표정이 더욱 차갑고 험악해진 이성준을 본 위정은 두려움에 다리가 떨려오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독단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두 분 사이에 문제가 있으면 터놓고 얘기하셔야 해결할 수 있잖아요. 계속 말하지 않으면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멀어질 수밖에 없어요.”얘기를 하라고?이성준은 비꼬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지만, 눈은 절망이 가득 차 붉은빛을 띠며 밑으로 축 처져 있었다.그와 백아영 사이에 무슨 할말이 더 있을까?백아영이 바람을 피운 사실을 말하고 결별해야 한단 말인가 아니면 이를 악물고 용서해야 한단 말인가?그에게는 그럴 자격이나 있을까.백아영이 처음 제이슨에게 모욕당한 건 이성준이 오만해서 그녀를 찾지 않고 구하러 가지 않은 그의 잘못이다. 그래 그가 잘못했다.이성준은 자책하고 후회했다. 자기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고 백아영이 몹시도 가슴 아팠을 뿐이다.하지만 이 일은 그 한 번뿐이 아니었고 뒤에 두 번은 백아영이 말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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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이성준, 너 미쳤어?”백아영은 화가나 온몸이 떨려왔지만, 냉정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다.“나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고 내가 믿을 것 같아? 너 이런 사람 아니잖아. 도대체 무슨 일인지 말해줘. 우리 같이 마주하기로 약속했잖아. 더 이상 이런 유치한 방법으로 내가 네 곁을 떠나게 하지 말란 말이야.”이성준의 눈에는 차가운 기색이 감돌았다. 주먹을 꽉 움켜쥔 그는 한참 후에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백아영, 나 몇 달 동안 아무도 만지지 못하며 문득 깨달은 사실이 있어. 원할 땐 바로바로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는 거야. 자신을 억누르며 살 게 뭐가 있어. 안 그래?”백아영을 쏘아보는 이성준의 진한 눈동자에는 어떤 단단한 각오와 갈망이 깊숙이 숨겨져 있었다.“결혼은 너랑 할게. 하지만 나를 옭아매지는 않을 거야. 이런 나라도 괜찮아?”만약 백아영만 괜찮다고 한다면 이성준은...짝!뺨을 맞은 이성준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가며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공기는 순식간에 가라앉고, 백아영의 두 눈은 빨갛게 물들었다.“이성준, 방금 네가 한 말 그냥 치유된 지 얼마 안 돼서, 제정신으로 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할게. 만약 계속 나랑 살고 싶으면, 술 깨고 어젯밤이랑 똑같은 꽃을 들고 와서 사과해. 다시는 너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백아영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밖으로 달려 나갔다. 위정은 제자리에 멍해 있었다.“사장님,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여자는 금방 불러왔고 위정은 이성준이 조금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이성준은 백아영이랑 같이 살고 싶지 않은 것일까. 굳이 이런 일로 그녀에게 자극을 주면서까지 말인가?고개가 돌아간 채로 있던 이성준의 어둡고 차가운 눈에 은은한 분노와 서러움이 피어올랐다. 똑같은 상황이 아직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백아영은 받아들이지도 못하면서 그는 어떻게 이미 발생한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란 말인가!그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별장으로 돌아간 백아영은 이성준을 1박 2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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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감염된 이후로 이성준은 내내 집에만 있었고 제이슨과 접촉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아니다. 백아영이 강원에 있는 마지막 며칠 이성준은 나갔다. 그녀는 아직도 이성준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설마 그때 이성준이 제이슨과 접촉한 걸까? 하지만 이성준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강원에서 돌아온 후로 이성준과 제대로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고 아주 가까웠던 두 사람은 돌연 서먹서먹해졌다. 백아영의 가슴에 뭉클한 서글픔이 안겨 들었다. 이때 귓가에 제이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에게 해독제를 가져다줘요.”거절하지 못하도록 제이슨은 아예 백아영을 위협했다.“한 시간만 기다릴게요. 안 오면 바로 저수지로 뛰어들 거예요.”저수지로 뛰어들면 바이러스는 온 도시는 물론이고 전국, 전 세계로 퍼질 것이다. 제이슨은 지금 이동하는 바이러스원이나 마찬가지였다.백아영은 증오가 서려 이를 악물었다.“어디에요?”제이슨이 주소를 알려주자 백아영은 캐리어를 뚱보 아줌마에게 건넸다.“저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처리하고 다시 가지러 올게요. 일단 방에 가져다 나 줘요.”말을 마친 백아영은 문을 열었다.이미 밤이 깊어져 야경 속의 냉기를 흠씬 머금은 찬바람이 얼굴에 덮쳐왔다. 백아영은 코트를 여미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길가에 걸어 나와 차에 오르려던 그때 이성준의 차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고요하던 심장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차 옆으로 걸어가 보니 차 안에는 위정만 있었다. 커다란 실망이 비수가 되어 그녀의 가슴을 찔러왔지만, 백아영은 여전히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성준이는요?”위정은 눈을 껌뻑이며 정원의 어두운 곳을 바라보았다. 문이 열리는 찰나 이성준은 어둠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는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지만, 어둠 속에서 희번덕이는 차가운 경고의 눈빛을 마주하고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안 왔어요.”예상했던 일이지만 속절없이 덮쳐 오는 실망감에 슬픔이 밀려왔다. 백아영은 침묵하고 자기 차로 걸어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백아영이 떠나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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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백아영은 조심스럽게 제이슨 앞으로 다가갔다. 눈썹을 찡그린 제이슨은 거의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서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백아영이 다가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애초에 진짜로 뛰어내릴 마음도 없었다.“알았어요, 알았어. 진짜 당신한테는 한 번도 못 당해내겠단 말이야.”제이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대신 제 요구를 하나만 들어줘요. 아니면 여기서 손목을 그어버릴 거야.”손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물에 떨어지면 직접 물에 뛰어들었을 때보다 바이러스가 많이 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피해가 있을 것이다.백아영은 이를 악물며 참았다.“뭔데요?”“절 안아줘요.”제이슨은 그녀를 향해 팔을 벌렸다. 순간 백아영은 거부감 때문에 더 이상 한발도 앞으로 내딛기가 싫었다. 하지만 이성적인 판단으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걸어갔다. 그녀가 가까이에 다가가자, 제이슨은 그녀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낯선 냄새가 코를 찔러와 백아영은 언짢아서 미간을 찌푸리며 해독제를 그의 옆구리에 찔러 넣었다. “당신을 안는 건 정말 아프네요.”제이슨은 입술을 그녀의 귓가에 대고 야유했다.“하지만 그것조차도 달콤해.”저수지 옆 롤스로이스 차 안에서 서늘하고 어두운 눈빛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성준은 하늘을 찌를 듯한 잔혹한 살의가 치솟아 올랐다. 제이슨이 도발하며 빈정거리던 그 한마디가 끊임없이 귓가에 맴돌았다.저 여자는 정말 한결같구나.“가자.”이성준의 차가운 목소리에 위정은 식은땀을 흘리며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차를 몰고 떠났다. 차가 떠난 자리에는 꽃다발이 흩어져 있었다.한편 백아영은 제이슨을 밀치고 싸늘하게 돌아섰다. 제이슨은 품에서 사라져가는 포근한 향기를 아쉬워하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 “어떡해, 나 진짜 자기를 좋아하나 봐. 그래서 말인데 충고 하나만 해줄게요. 얼른 해독제를 더 제조해야 할 거야.” 급히 발걸음을 멈춘 백아영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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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마음이 조급해져 왔지만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었고 그저 선우경진의 전화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는 이내 이성준의 위치를 알아냈다.“문화로?”백아영이 있는 곳과 그리 멀지 않았다. 백아영은 요행이라 생각하며 서둘러 차를 몰고 그곳으로 갔다.빠른 속도로 질주해 목적지에 이르렀을 때 이성준의 차가 금방 한 술집 앞에서 멈췄다. 그는 차에서 내려 술집으로 걸어갔다.또 술집에 즐기러 왔나 보지.운전대를 꽉 움켜쥔 백아영은 칼로 마음을 저미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예전 죽을 만큼 사랑하고 다정했던 눈앞에 남자는 지금은 너무나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다.지금의 그는 그녀의 기억 속 남자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너무나 변했다.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콱 막혀왔지만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백아영은 차 문을 열고 그에게로 다가갔다.둘 사이가 어떻게 되었던 그녀는 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K7 바이러스는 전 세계의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이성...”백아영은 재빨리 길을 건너가 그를 불러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말을 내뱉는 찰나 급발진한 스포츠카가 그녀에게로 돌진해 왔다.쾅.차에 부딪힌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이내 사정없이 아래로 내리꽂혔다. 그녀가 쓰러져 있는 땅바닥은 피바다가 되었다.서서히 어둠에 집어 먹히며 백아영은 힘겹게 눈을 치켜올려 이성준을 바라보았다.“성준아...”“조심해요, 사장님!”돌발 사고가 발생하며 위정은 다급히 이성준을 끌어당겼다. 그들을 바로 등진 길에서 급발진한 스포츠카로 인해 7, 8대의 차량이 연달아 추돌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 광경은 그야말로 참담했다.위정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정도 규모의 큰 사고라면 아마 사상자가 적지 않을 겁니다. 사장님, 먼저 들어가세요. 전 가서 사람들을 돕겠습니다.”이성준은 들어가지 않고 사고 현장으로 걸어갔다. 그는 무거운 시선으로 첫 사고 발생 현장의 스포츠카 앞에 피바다가 되어버린 땅바닥을 보았다.불편한 느낌이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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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자기야, 일단 치료해야지.”제이슨은 죽그릇을 들고 다정하게 죽을 백아영의 입에 떠줬다.“자, 먹어요. 착하지.”백아영은 소름이 끼쳐 그를 피해 고개를 돌렸다.“당신은 그날 저수지에서 죽어버렸어야 했어.”사고 이후 깨어난 백아영은 이곳에 손과 발이 매달려 고정된 채로 있었다. 제이슨은 자신이 그녀를 구해줬다고 하지만 그녀는 믿지 않았다.급발진 의심 차량은 분명 그녀를 추돌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그녀가 이성준에게 K7 바이러스 전파에 대해 알리지 못하게 하려고 제이슨은 일부러 사고를 위장해 그녀를 여기에 묶어두고 있었다.“제가 며칠이나 실종됐는데, 그들은 아마 금방 저를 찾을 거예요.”바이러스는 이미 여기저기로 퍼졌을 거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길지 않아 아직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백아영을 빨리 구해내기만 한다면.해독제를 가져가면 어느 정도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제이슨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아쉽겠지만 안 올 거예요. 치료에나 전념해요. 잘 먹어야 빨리 나을 거 아니에요. 그래야... 스스로 도망칠 힘이라도 있겠지. 치유되면 큰 싸움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그가 차분하게 말하자 백아영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더욱 불안해졌다. 구하러 오지 않는다는 건 무슨 말일까?이성준과 헤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실종되면 그는 무조건 사람을 시켜 찾을 것이다.제이슨, 이 개자식이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선우 일가.이성준은 침울한 얼굴로 거실에서 사람을 기다렸다.오랜 기다림으로 인내심은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직접 사람을 찾아 나서려고 할 때 선우경진이 난처한 표정으로 위층에서 내려왔다.“아영이가 당신을 만나기 싫대요.”이성준의 분위기는 더없이 가라앉았고 낯선 사람은 끼어들지 말라는 냉랭함이 감돌았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중요한 일이에요.”그 말은 보기 싫어도 꼭 만나야겠다는 말과 같았다.선우경진은 답답해서 한숨을 내쉬었다.“아영이가 내일이면 강원에 돌아가서 해독제를 제조할 거예요. 이런 해독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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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현재 상황을 보면 일단 제조법을 제이슨에게 건네는 순간 자신을 사지로 내모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제조법의 소유권을 독점하기 위해 제이슨은 절대 백아영을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발설하지 못하게 죽여버릴 수도 있겠지.“안 줘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전 이 사람들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거든.”제이슨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사람들의 목숨을 대수로이 생각하지 않았다.시간은 충분했고 천천히 백아영이랑 기 싸움을 하며 언제든지 제조법을 손에 넣으면 된다.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백아영은 결국 무너져내려 타협하게 될 것이다.제이슨은 긴 싸움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 밖의 반응에 흠칫 놀랐다.“제조법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먼저 중환자실에 있는 사람들부터 구해줘요.”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백아영의 확고한 눈빛에는 자기 목숨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이 일로 자신이 곤경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처지가 더욱 악화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제이슨은 어안이 벙벙해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분명 초췌했지만 몸에서 빛을 발산하는 것 같았다.정말... 아름답다.보면 볼수록 좋아 미치겠고 잠시도 손에서 놓아버리고 싶지 않다.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당신 뜻대로. 이 사람들은 살아있는 광고가 될 거예요.”제조법을 건네받은 제이슨은 방을 나갔다. 그리고 안가연에게 건네줬다.“가서 만들어요.”안가연은 제조법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백아영은 진짜 천재네요.”안가연의 연구팀이 몇 년 동안 연구에 매진했지만, 지금까지 이런 해독제를 개발해 내지 못했다. 하지만 백아영은 고작 몇 개월 만에 연구에 성공했다.이런 천부적인 재능을 자신을 위해썼더라면...“저 여자를 죽여버려요.”결정을 내린 안가연은 싸늘하게 말했다.“이제 제조법을 손에 넣었으니, 저 여자는 더 이상 쓸모없어요.”몰래 따라 나와 벽모퉁이에 숨어있던 백아영은 온몸이 경직되어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예상했던 바와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를 죽여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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