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851 - Chapter 860

916 Chapters

제851화

“죄송하지만 궁전에 다시 가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마음을 굳게 먹고는 지하실 밖으로 뛰쳐나갔다.“잡아!”친위대가 재빨리 뒤쫓았다.백아영은 도망가면서 이성준에게 연락했다. 이 지경이 된 이상 즉시 유럽을 떠나야만 했다.데리러 온 사람이 이미 안씨 일가 별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지하실을 벗어나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고, 백아영이 서둘러 말했다.“성준아, 시간 없어. 후문에서 봐.”“아쉽게도 성준은 못 가.”휴대폰 너머로 안가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아영은 흠칫 놀라더니 등골이 오싹하며 식은땀이 났다.“왜 당신이 성준 휴대폰을 갖고 있어?”설령 이성준이 거래 때문에 발목이 붙잡혔다고 한들 절대로 휴대폰을 넘겨주지는 않았을 것이다.텅 빈 연구실이 문득 머릿속으로 떠오르자 백아영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안가연! 당신 무슨 짓을 한 거야?”“궁금하면 직접 확인해 보든지?”안가연은 영상통화로 바꾸었다. 화면에는 유리 벽으로 이루어진 연구실에 갇힌 이성준이 나타났는데 손발이 수술대에 묶여 있었고, 주위에 뿌연 독가스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이성준의 안색은 극도로 창백했고, 설령 강철처럼 강한 멘탈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언정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 듯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성준아!”백아영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당장 멈춰! 감히 성준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널 죽여버릴 거야!”“방금 막 연구에 성공한 생화학 바이러스라서 아직 인체 실험은 못 해봤거든? 이대로 계속 독가스에 노출되면 10시간 뒤에 장기부전으로 목숨을 다할 테니까 되살릴 방법은 없어.”안가연은 마치 만반의 준비를 마친 사냥꾼처럼 느긋하게 사냥감이 덫에 걸려들기를 기다렸다.“이제 3시간 남았네? 백아영, 구하러 올 거야? 말 거야?”이내 주소를 불러주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백아영은 온몸이 싸늘해지며 저도 모르게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마치 휴대폰을 부술 기세로 꽉 움켜쥐었고, 난생처음 느껴보는 공포에 잠식당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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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며칠 전, 방시운이 백아영 대신 온씨 가문을 공격한 탓에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닌지라 두 가문은 이미 원수지간이 되었다.이제 공통의 목표인 백아영을 노리기 위해 이유 불문하고 대뜸 싸움이 벌어졌다.곧이어 격렬한 전투가 시작되었다.백아영은 간신히 차에 기대어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는 그녀가 이미 예견한 상황이다.안씨 일가를 나서는 순간 그녀는 온시혁이 찾아오도록 자신의 위치를 일부러 노출했다.그리고 두 세력이 다투는 틈을 타서 도망칠 기회를 엿볼 심산이었다.이제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 얼른 이성준에게 가야만 했다.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유심히 관찰한 끝에 백아영은 드디어 허점을 발견했다. 비록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도망쳤다.“잡아! 절대 놓치지 마.”온시혁이 큰 소리로 명령했다.싸늘한 눈빛으로 백아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방시운은 흡사 저승사자를 연상케 했다.“어차피 도망치지 못할 거야.”왜냐하면 그녀는 죽은 목숨과 다름없었다.이때, 치명타를 향해 백아영의 등 뒤로 단검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바닥에는 선혈이 낭자했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보닛에 걸터앉은 방시운은 단검에 묻은 피를 여유롭게 닦아냈다.이내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하지연은 이미 도심을 벗어났을 거야. 수사 범위를 넓혀서...”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입이 떡 벌어졌다.쏜살같이 달려오던 차가 우뚝 멈춰서더니 하지연이 내려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꿈속에서라도 그리던 아름다운 광경에 마치 환각인 듯싶어 방시운은 리액션하는 것조차 잊었다.“백아영은?”하지연은 조급한 나머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내 방시운의 손에 든 단검에 피가 잔뜩 묻은 걸 보자 목소리마저 떨렸다.“백아영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그녀는 이미 멀리 도망갔지만,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격렬한 전투 현장을 가로지르며 뛰어가는 백아영은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였고, 등 뒤로 단검이 날아왔으나 본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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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위치적 우위를 선점한 덕분에 그는 단검을 꺼내더니 대뜸 하지연을 향해 휘둘렀다.이미 눈물범벅이 된 탓에 시야가 흐릿한 하지연은 아무리 반응이 빨라도 온전히 피하기는 힘들었고, 간신히 치명타는 면할 수 있었다.단검에 찔리는 순간 적어도 중상일 게 뻔했다.날카로운 단검이 살에 깊숙이 박혔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뜨거운 피가 하지연의 몸에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앞을 가로막은 방시운을 바라보았다.이 남자가 왜...?단검이 꽂혀 있는 부위는 다름 아닌 그의 심장이었다.“하하하! 방시운은 이미 죽은 목숨이야. 얘들아! 철수해.”온시혁은 의기양양하게 말하며 홀연히 자리를 떴다.하지연은 부들부들 떨며 방시운을 끌어안았다. 고작 하루 만에 심장은 만신창이가 되었다.분명 그가 죽도록 원망스럽고 백아영 대신 직접 복수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고통스러운 나머지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왜... 대체 왜...?”방시운은 왜 수도 없이 그녀를 괴롭히는 거지? 어떻게 매번 아무렇지 않게 지옥으로 밀어 넣어 평생 고통 속에서 허덕이게 할 수 있냐는 말이다.방시운은 창백해진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이내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하지연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나 원망하지 마. 백아영은 살아 있어.”그녀에게 몇 번이고 버림당하고 외면받은 탓에 단지 벌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하지연은 흠칫 놀랐고,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죽더라도 내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려고? 정녕 그렇게 미워...”“사랑해.”힘이 빠진 목소리로 단호하게 내뱉은 세 글자에 하지연은 말문이 턱 막히더니 넋을 잃고 말았다.방시운의 입가에서 선혈이 흘러내지만, 그는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 냈다.“날 싫어하는 줄 알고 어떻게든 곁에 묶어두려고 했을 뿐이야.”참으로 서툴면서도 고집스러운 방법이다. 사랑하다 못해 집착으로 바뀌다니.하지연은 입맛 벙긋하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뒤죽박죽된 감정에 매몰당해 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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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백아영은 제일 빠른 속도로 목적지에 도착했다.이곳은 교외의 별장 단지로서 부자들의 휴양지였다.겉보기엔 별반 특이한 점이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밖에 경호원들이 수두룩했다.백아영은 모습을 드러내는 대신 구석진 곳에 숨어서 상황을 살피면서 몰래 잠입할 방법을 찾았다.사실 베스트는 아무도 모르게 이성준을 구하는 것이다.별장 단지는 임시로 대여한 듯 보안 시스템이 미비했고, 백아영은 순식간에 허점을 발견했다.이내 몰래 접근해 잠입 시도했다.별장 단지와 7~8m를 앞두고 별안간 쾅 하는 굉음이 내부에서 들려오더니 곧이어 강력한 충격파가 뒤따랐다.백아영의 몸도 충격에 못 이겨 뒤로 튕겨 나갔고, 눈앞이 삽시간에 캄캄해졌다.한동안 머릿속이 윙윙거렸고, 뒤늦게 서서히 정신을 차린 그녀는 간신히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 자리에서 까무러칠 뻔했다.“아니... 아닐 거야...”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멘탈이 붕괴되기 직전 눈물이 저도 모르게 왈칵 쏟아졌다.“아니! 아니야! 성준아! 이성준!”이내 절망에 빠진 얼굴로 폐허를 향해 뛰어갔다.물론 머릿속으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쩌면 여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행여나...별장 단지는 모조리 무너져 폐허나 다름없었고, 주위를 경호하던 경호원도 폭발의 여파에 멀리 떨어져 나가 크게 다쳤다.이때, 폐허 속 잔해물이 들썩이더니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된 사람이 비틀거리며 기어 나왔다.백아영이 급히 다가갔고, 폭발에 반쪽 얼굴이 뭉개진 여자를 알아보았다.“안가연! 성준은? 안에 있는 거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안가연마저 폭발에서 목숨을 건졌는데 능력이 뛰어난 이성준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이성준?”안가연의 피범벅이 된 반쪽 얼굴이 대뜸 일그러졌고, 걷잡을 수 없는 증오가 활화산처럼 폭발했다.“미친놈! 진짜 정신 나간 새끼야! 이미 함정을 파놓고 나한테 일부러 붙잡히다니. 일찌감치 폭탄을 설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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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챙!비수가 장검에 부딪히면서 귀에 거슬리는 마찰음이 들렸다.이내 튕겨 나간 장검은 백아영의 눈앞에서 떨어져 바닥에 꽂혔다. 그와 동시에 가죽 옷 차림의 하지연이 옆에 나타나 그녀를 바닥에서 일으켜 순식간에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하지연?”온시혁이 의외라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병원에서 방시운을 돌봐주지 않고 여기는 뭐 하러 왔지?”나중에 방시운이 아직 살아있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적어도 단검으로 몇 번은 더 찔렀어야 했는데 말이다.응급수술 중인 방시운은 생사를 오가는 상황이라 누가 봐도 옆에서 돌봐줘야 하는 상황이지만...하지연은 백아영을 가로막으며 말했다.“아무도 내 딸을 다치게 할 수는 없어.”한편, 완전 무장한 경호원들이 우르르 뛰어와 하지연의 앞에 섰다.온시혁은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으며 부하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려고 했다.“지금 싸워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 결국은 너 죽고 나 죽고 할 텐데, 이만 철수해! 얼른 날 병원으로 데려다줘.”안가연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백아영을 노려보았고, 그녀를 죽이지 못해 한스러울 지경이었다.온시혁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비록 이대로 철수하고 싶지 않았지만, 생화학 바이러스의 데이터 일부분이 아직 안가연의 머릿속에 남아 있기에 이대로 죽게 해서는 안 되었다.결국 한참을 망설인 끝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부하에게 안가연을 데려가라고 시켰다.“성준이 너랑 같이 죽을 각오를 했으니...”백아영의 걸걸한 목소리가 유유히 울려 퍼졌고, 그녀는 자리에서 조심조심 일어섰다. 안가연을 바라보는 두 눈에 핏발이 서렸고 언뜻 광기가 엿보였다.“너도 죽어야 해.”이내 안가연을 향해 전력을 다해 뛰어갔다.“아영 씨!”하지연의 손은 미처 그녀를 붙잡지 못하고 간발의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결국 자살 행위가 따로 없는 백아영의 모습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지켜보기만 했다.백아영은 일찌감치 목숨 따위 안중에도 없었던 건가?안가연은 목을 옥죄어 오는 죽음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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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나야.”미세하게 들리는 두 글자는 백아영에게 용기를 주었다.그녀는 눈물범벅인 채로 이성준에게 달려가기 위해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다행이야,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야.’안으려던 순간 이성준은 잔뜩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지 마. 바이러스에 감염됐어. 가까이 오면 너도 위험해져.”백아영은 영상을 통해 이미 그걸 알았기에 가슴이 더 미어졌다.“두렵지 않아.”바이러스든 불치병이든 두려울 게 없었다.이성준이 살아있다면, 그와 함께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고통도 견뎌낼 준비가 되었다.그는 재빨리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겨우 두 걸음 만에 중심을 잃었고 위태롭게 쓰러질 듯 몸을 휘청였다.“성준아!”백아영이 부축하려고 하자 이성준은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었다.“넌 절대 감염되면 안 돼.”그는 한없이 단호했다.“건강해야 해독제를 연구해서 날 구하지 않겠어?”그 말에 백아영은 자리에 얼어붙었다.극심한 상실감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재빨리 이성을 되찾고 입에서 느껴지는 피비린내를 삼키며 다짐했다.“내가 꼭 해독제를 연구해낼게.”...“성준아!”비명과 함께 백아영은 악몽에서 벌떡 깨어났다.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몸에 났던 상처들이 하나둘씩 찢어졌고 새빨간 피가 거즈에 스며드는 동시에 극심한 고통이 밀려와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하지만 상처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을 찾았다.“옆방에서 회복 중이에요.”하지연은 방안으로 들어오며 부드럽게 위로했다.“이성준이 연구실에서 바이러스 해독제를 가져왔어요. 이미 사용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해독제를 손에 넣었다니!긴장하던 마음이 풀리던 찰나 순간 뭔가가 떠올라 또다시 미간을 찌푸렸다.“해독제를 손에 넣었으면서 의식을 잃기 전에 왜 해독제를 연구하라고 했을까요?”일부러 겁을 주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하지연은 혐오감을 감출 수 없었다.“안가연 욕심 때문이죠 뭐. 그 여자가 연구해 낸 해독제는 바이러스 발병만 억제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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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백아영은 안가연에 대한 처벌이 생각보다 약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속눈썹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성준이 눈을 떴고 백아영은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주고받았다.백아영은 분노를 감추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디 불편한 건 없어?”“응, 없어.”목소리는 잠겨 있었지만, 그의 대답은 확고했다.이성준은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몸을 움직였으나 부상을 심하게 입은 탓에 그것마저도 힘들었다.“내가 부축해 줄게.”백아영이 도와주려고 다가가자, 이성준은 재빨리 몸을 피했고 어찌나 급하게 움직였는지 상처가 터져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렇게 백아영은 손이 허공에 얼어붙은 채로 괴로움과 죄책감이 뒤범벅되어 눈시울이 붉어졌다.“미안해...”“미안하다고 해야 할 사람은 나야. 넌 이제 이런 일에 익숙해져야 해.”이성준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이제는 눈물을 닦아줄 수도 없네.”피할 수 없는 얘기다.백아영은 심호흡하며 눈물을 참았다.“난 네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그런데...”말끝을 흐리던 백아영의 표정은 매우 진지해졌다.“앞으로 또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다시는 안 봐. 죽든 말든 절대 신경 안 쓸 거고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야.”화가 나서 뾰로통한 백아영의 모습을 보니 이성준은 마치 먹구름이 걷히는 듯 기분이 좋아졌고 당장이라도 백아영의 볼을 꼬집고 싶었다.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다시는 안 그럴게.”...생화학 바이러스 연구실이 파괴되고 안가연도 완전히 무너졌으니 이로써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다. 방시운도 우호적인 관계로 돌아선 덕분에 백아영과 이성준은 방씨 일가에 머물면서 요양했다.동시에 안씨 일가의 지지를 잃은 온씨 가문은 방시운에 의해 유럽에서 쫓겨났다.또한 방시운은 온씨 가문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이성그룹을 갑작스럽게 인수하여 가뜩이나 서투른 데다가 장기적인 계획조차 없었으니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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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헬기는 어느새 남원에 착륙했고 선우경진은 이현무와 함께 일찌감치 활주로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백아영은 헬기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이현무를 안고 싶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기세였다. 그녀와 두 좌석이나 떨어져 않은 이성준은 눈빛에서 다급함이 느껴졌지만, 미동도 없이 자리에 앉아있었다.“먼저 가. 난 나중에 내려갈게.”이동 동선이 겹치지 않게 움직이는 건 그들이 두 달 동안 암묵적으로 지켜온 룰이다.이제는 적응될 만도 한데 백아영은 여전히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래.”마음을 가다듬고 활짝 웃는 표정으로 헬기에서 내렸다.“엄마!”찹쌀떡 같은 아이가 그녀의 품으로 달려와 꼭 안겼다.“너무 보고 싶었어요.”어찌나 그리웠는지 목소리마저 울먹이고 있었다.마음이 약해진 백아영은 이현무를 안고 연신 입맞춤했고 그렇게 한참이나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이성준이 헬기에서 내려왔다.그는 먼발치에서 부드러운 눈빛으로 모자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아빠...”이현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이성준을 바라봤고 많이 보고 싶은 듯 울먹였다.그러나 평소에 애정 표현을 나누지 않았던 탓에 이성준은 무뚝뚝하게 고개만 끄덕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 모습에 이현무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백아영은 재빨리 그를 번쩍 안아 올려 웃으며 집으로 향했다.“엄마랑 아빠한테 줄 선물을 준비했다며? 뭔데? 너무 기대돼.”화제를 돌리자 이현무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웃음꽃이 피었다....바이러스는 억제되었지만, 여전히 전염성이 남아있어 집으로 돌아와서도 이성준은 줄곧 방안이나 서재에만 머물러 있었다.이성그룹을 막 되찾아와 할 일이 태산이지만 직접 나서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백아영에게 맡기고 그는 뒤에서 도와줬다.비록 백아영도 회사 운영 경험이 있었지만 온씨 가문 때문에 엉망진창이 된 회사를 다시 처음부터 일으켜 세우려고 하니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고 난이도가 배로 높아졌다.그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밤 11시가 되어 집에 돌아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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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백아영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성준도 그제서야 다른 방으로 향했다.방안의 이현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백아영을 바라봤다.“다른 집은 엄마랑 아빠는 같이 잔다고 하는데, 엄마는 왜 아빠랑 따로 자요? 돌아온 이후로 아빠가 우리랑 같이 밥도 안 먹잖아요.”이현무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잔뜩 긴장하며 물었다.“설마 또 아빠랑 헤어지는 거예요?”백아영은 이현무의 엉뚱한 생각을 멈추기 위해 재빨리 입을 열었다.“그런 거 아니야. 엄마랑 아빠는 평생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 거야. 같이 자지 않는 건... 아직 결혼식을 안 해서 그래. 그전까지는 서로 떨어져서 자야 하는 거야.”이현무는 알듯말듯했다.“그럼 언제 결혼식 하는데요?”백아영은 말문이 막혔다.입에서 나오는 대로 거짓말을 했으니 또 다른 거짓말로 이를 메꿀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두 사람은 아직 결혼할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만 한다.“날짜는 아직 안 정했어. 엄마가 요즘 많이 바쁘거든. 아기들이 신경 쓸 일 아니니까 얼른 자. 내일 유치원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이현무는 억지로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했지만, 머릿속에는 두 사람의 결혼식으로 가득 찼다.힘겹게 재결합한 가족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여 평생을 약속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다음날 이현무는 유치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오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할머니? 지금 시간 괜찮아요? 중요한 일이 있는데 할머니의 도움이 필요해요.”오미란은 부드럽게 물었다.“우리 똥강아지 무슨 일이야?”“엄마랑 아빠가 지금 너무 바빠서 결혼식을 못 한대요. 할머니가 대신 도와주면 안 돼요?”30분 후 오미란은 행복한 얼굴로 별장에 도착하여 재빨리 서재로 향했다.“성준아, 아영이랑 결혼한다며? 날짜는 정했어? 언제야?”집중해서 업무를 보던 이성준은 흠칫하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누가 그랬어요? 저랑 아영이 결혼한다고?”“현무가 말하던데?”오미란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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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서재.위정이 입을 열었다.“사모님이 아영 씨를 찾아갔다고 합니다.”키보드를 두드리던 이성준의 손가락이 움찔했다.“아영이가 뭐라고 했어?”이성적으로는 백아영과 결혼할 상황이 아닌 걸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내심 그녀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다.만약 백아영이 결혼하고 싶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상처 주지 않고 그녀를 설득할지 생각했다.“아영 씨도 동의하지 않았고 일이 끝나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예상했던 답이지만 마음속으로는 왠지 모를 허무함이 밀려왔다.이성준의 기분을 알아챈 위정은 다급하게 그를 위로했다.“아영 씨는 절대로 사장님의 몸이 신경 쓰여서...”말을 하던 위정은 서재에 퍼진 싸늘한 기운에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오미란이 결혼식을 언급할 때 거절한 건 맞지만, 이미 결정을 내렸어도 두 사람의 일인만큼 백아영은 이성준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고 생각했다.9시 45분.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백아영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밥도 먹지 않고 부랴부랴 서재로 달려갔지만, 예상과 달리 불이 꺼져있었다.“성준이는요?”뚱보 아줌마가 답했다.“방으로 들어가셨을 겁니다.”백아영은 곧바로 그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칠흑 같은 어둠과 정적이 흘렀다.열린 창문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비쳐 희미하게나마 방 안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미 잠든 채 침대에 누워있는 이성준이 보였다.생각보다 일찍 잠자리에 든 그의 모습이 의아해서 한참 동안 방안에 머물렀다가 연이은 야근으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결국 밖으로 나왔다.백아영은 애틋하게 십여 분 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았다.결혼식은 급한 일이 아니니 다음날에 얘기해도 됐었다.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자, 이성준은 눈을 떴고 그는 침울한 눈빛으로 방문을 바라봤다....유치원에서 돌아온 이현무는 재빨리 서재로 달려가더니 긴장하면서도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아빠, 할 말이 있는데 이따가 저희랑 같이 식사하면 안 돼요? 엄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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