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놈, 고작 이런 허술한 수갑으로 언제까지 날 붙잡아 둘 거로 생각해?”걸걸한 목소리는 귀에 거슬릴 지경이었고, 말투에는 배 째라는 식의 자포자기가 담겨 있었다.깜짝 놀란 백아영은 입구에 서서 넋을 잃었고, 심장이 싸늘하게 식어갔다.하지연이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연락이 안 닿을 거라는 생각은 어렴풋이 했지만, 이렇게 처참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방시운은 정녕 피도 눈물도 없는 건가?!“나도 이 정도로 하고 싶지는 않았어. 기어코 아이를 지우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어.”방시운이 수갑 열쇠를 백아영에게 건네주었다.“잘 설득해 봐. 아니면...”이내 하지연을 바라보았고, 그녀에게 들으라는 식으로 말했다.“너랑 아이 둘 중에서 한 명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백아영은 죽었어.”그는 하지연이 백아영의 목숨까지 끌어들이지 않을 거로 확신했다.열쇠를 건네받은 백아영은 서둘러 다가가 하지연의 수갑을 풀어주었다. 그와 동시에 방문을 닫고 둘만의 공간을 확보했다.백아영은 안쓰러운 얼굴로 하지연의 손목을 어루만졌고,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비록 큰 상처는 없었지만, 컨디션이 많이 저하된 상태였다.꽤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것 같은데, 현재 상황에서는 스스로 단식을 택했을 가능성이 컸다.“지연 씨,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거죠?”하지연은 착잡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았고, 여유가 철철 흘러넘치던 자신만만한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이내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아영 씨를 도와주기 힘들 것 같아요.”“제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백아영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 그래도 만신창이인데, 어찌 그런 사람한테 빌붙어서 단물을 쪽쪽 빨아먹겠는가?지금은 오히려 하지연을 먼저 도와주고 싶었다.“지연 씨도 시운 씨에 대한 감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잖아요. 이제 아이도 생겼고, 시운 씨도 책임지겠다고 하는데 적어도 서로를 위해, 더욱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그럴 일은 없어요.”하지연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