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821 - Chapter 830

916 Chapters

제821화

백아영은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더니 가운 끈을 질끈 묶고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비록 싸움으로 이길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손쉽게 제압당할 생각도 없었다.그녀에게 굴욕을 안겨주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공격해!”여자가 소리를 지르자 사내들이 일제히 백아영을 향해 돌진했다.병풍 뒤의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움직이려는 찰나 가녀린 그림자가 잽싸게 앞을 가로막았다.이때, 능글거리는 경박한 목소리가 문득 울려 퍼졌다.“이런 곳에도 절세미인이 있다니?”북적이는 인파 틈으로 건장한 사내들이 길을 터주었다.이내 빨간 실크 가운을 걸친 사람이 제일 끝에 나타났는데, 끈을 느슨하게 묶은 탓에 가슴팍이 훤히 드러났고, 아래로 보일 듯 말 듯 한 복근까지 더해 섹시한 남자가 무슨 말인지 가감 없이 보여줬다.또한, 외모도 출중했고 길게 뻗은 눈꼬리는 매력적이면서도 요염했다. 핑크빛이 감도는 입술은 예쁜 호를 그렸는데 마치 만개한 벚꽃처럼 화사한 느낌이 들었다.그는 역대급 미모를 자랑하는 남자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긴장감이 감돌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와장창 깨졌고, 감탄하기 급급한 여자들은 그를 쳐다보느라 눈을 떼지 못했다.“뭐야? 너무 잘생겼잖아. 완전 요물 같아.”“제이슨 백작님이셔! 세상에, 이 분이 여긴 어쩐 일이지? 백작님께서 오실 줄 알았더라면 노출이 제일 심한 비키니를 입었는데!”“백작님께서 누구한테 절세미인이라고 한 거야? 대체 어떤 행운아가 백작님의 눈에 들었단 말이지? 이건 완전히 벼락출세할 수 있는 기회잖아.”백작 제이슨은 여왕 다음으로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로서 진정한 2인자였다.뛰어난 정치적 업적은 물론 항상 국민을 위해 애를 쓰고 있기에 뭇사람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그와 동시에 고상함과 거리가 먼 취미를 가졌다.그는 예쁜 여자만 좋아했다.안가연의 미남 수집벽과 달리 여러 명을 건드리는 대신 오로지 외모에 집착했다.그동안 단 두 명의 미인을 찾아냈는데, 둘 다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절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Read more

제822화

사람들의 안색은 제각각 달랐다. 비록 이해도 안 가고, 화도 났지만 하나같이 입을 꾹 닫고 찍소리도 못 냈다.제이슨은 그제야 흡족한 표정으로 백아영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입가에 웃음꽃을 피웠다.이내 젠틀하게 한 손을 내밀며 물었다.“아름다운 아가씨, 혹시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영광을 저한테 주실 수 있으신가요?”백아영은 착잡한 눈빛으로 제이슨을 바라보았다.아무리 분장한 얼굴이라고 해도 제 분수는 알고 있지 않은가? 물론 실물이 예쁜 편에 속하긴 했으나 절대로 세계 3대 미인에 속할 정도는 아니었다.대체 뭐 하자는 거지? 혹시 지시한 사람이 따로 있는 건가?“백작님, 도와주셔서 감사하지만 중요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백아영은 가운을 걸치고 이성준이 있는 병풍으로 다가갔다.이번에 이를 바득바득 갈며 두 눈을 부라리던 여자들도 감히 막아서지는 못했다.풀리지 않은 의혹 때문에 마음이 심란한 나머지 한시라도 빨리 이성준을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묻고 싶었다. 그러나 헐레벌떡 뛰어간 게 무색하도록 병풍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냥 갔다고?좀처럼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 그녀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볼일 끝났나 봐요?”제이슨은 싱글벙글 웃으며 백아영의 곁으로 다가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유혹적인 미소와 우아한 몸짓,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매력이 철철 흘러넘쳤으며 저도 모르게 빠져들 지경이었다.비록 절세미인을 찾아 헤맨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어디 하나 뒤지지 않았다.도움을 받아 고마운 것과 별개로 백아영은 단호하게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두었다.“백작님, 전 애 엄마예요. 올해 5살이 되었거든요.”제이슨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죄송해요.”백아영은 미련 없이 온천 리조트를 나섰고, 제이슨은 더는 쫓아오지 않았다.밖으로 나오자 안가희의 차를 발견했는데 아직 안 간 듯싶었다.차창이 스르륵 내려가더니 안가희는 동정 어린 표정으로 다정하게 위로했다.“인성이란 원래 그런 거예요. 유혹을 뿌리치는 사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Read more

제823화

온천 리조트 스위트룸.안가연의 예쁘장한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고, 언뜻 노기가 스쳐 지나갔다.“진짜 안 간대?”부하가 대답했다.“네, 둘째 아가씨께서 얘기하길 아무런 타격이 없었대요. 마치 별장에서 성준 씨를 끝까지 기다릴 기세였다고...”“골치 아프네.”안가연은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짜증 난 듯 투덜거렸다.“어쩜 하나같이 성가시게 구는지... 어차피 본인이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일단 내버려 둬. 서로 마주치게만 하지 마. 시간이 지나면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되돌릴 수는 없을 거야.”그때가 되면 이성준과 백아영도 감정의 골 때문에 언젠간 등을 돌리게 되어 있다.반면 이성준은...자신만만한 표정의 안가연은 호시탐탐 노리는 눈빛으로 푹신한 슬리퍼를 끌고 다른 방으로 걸어갔다.안가희는 똑똑한 여자였다. 비록 외모는 여성스럽고 착해 보였지만, 목적의식만큼은 명확했다.백아영이 떠날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부터 돌아가는 내내 침묵을 유지하며 더는 무의미한 설득을 늘어놓지 않았다.결국, 차 안은 정적이 감돌았다.점점 가까워지는 호화로운 별장을 바라보며 차에서 내리려고 준비하는 순간 고통스러운 신음이 들려왔다.이내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로 구슬 같은 땀방울을 뻘뻘 흘리는 안가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허리를 숙이고 다리를 감싼 그녀는 아픈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질끈 깨문 입술은 핏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창백했다.“가희 씨? 다리가 또 아파요?”김범준이 아연실색했다.“약은요? 어서 약 드세요.”이내 능숙하게 차에 비치된 상비약을 꺼냈지만, 안가희가 탁 쳐서 떨어뜨렸다.그녀는 힘든지 목소리마저 떨렸다.“소용없어.”이 약은 이미 거의 효력을 잃었다.김범준이 초조한 나머지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또? 그럼 어떡하죠? 죽을 듯이 아프잖아요.”땀은 금세 옷깃을 적셨고, 고통에 시달리는 그녀의 모습은 손대면 마치 깨질 것 같은 유리 인형처럼 나약해 보였다.백아영은 의사로서 무의식중으로 맥박을 확인하고 싶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Read more

제824화

그러고 나서 다음 날도 발코니에 앉아 꼬박 하룻밤을 새웠다. 찬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머리가 살짝 어지러우며 관절도 쑤셨다.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본채를 바라보았다.이내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에 내려갔다.사람이 100명 가까이 사는 저택은 시설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7성급 호텔에 버금갈 정도였다. 게다가 식사할 수 있는 깔끔한 다이닝룸도 있고, 방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했다.물론 이런 귀한 대접은 백아영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식사가 필요한지는 물어보지도 않았다.따라서 밥때가 되면 알아서 다이닝룸으로 가서 먹어야만 했다.다들 일찍 일어난 편은 아닌지라 다이닝룸에 사람이 적었다. 백아영은 일부러 구석진 곳을 찾아 앉았다.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누군가 맞은편에 나타났는데 다름 아닌 에릭이었다.그는 손에 사과 하나를 들고 느긋하게 한입 베어 물더니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그쪽 오빠 어제 돌아왔던데요?”어젯밤에 이미 알고 있었는지라 백아영은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안 했다.에릭은 사과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여유로운 어조로 놀리는 듯 비꼬는 듯 말했다.“당신을 찾아오지 않았다는 자체가 마음이 변했다는 뜻이 아닐까요?”백아영은 입맛이 뚝 떨어진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나 다이닝룸을 나섰다. 그러나 다시 방에 돌아가는 대신 밖으로 걸어갔다.에릭은 먹다 남은 사과를 들고 별채 대문 기둥에 기대어 서서 비아냥거렸다.“가게요?”백아영은 그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멀어져갔다.등 뒤에서 에릭의 충고가 들려왔다.“다시는 돌아오지 마요. 누나의 남자를 빼앗아 간 여자는 여태껏 없었으니까.”본채.안가연은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분이 좋게 말했다.“이제 갔어. 성준아, 너희 둘 사이도 고작 별거 아니네.”이성준이 창가에 서 있었다. 비스듬히 내리쬐는 아침햇살이 커튼에 가려져 그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분위기 또한 눈에 띄게 어두웠지만, 말투만큼은 싸늘할 정도로 무심했다.“난 지금 우리 거래밖에 관심 없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Read more

제825화

이는 백아영이 하지연에게 쓴 편지였다.방시운은 편지를 대충 훑어보더니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서원이 눈살을 찌푸렸다.“도련님, 너무한 거 아니에요? 지연 씨가 알게 된다면 화를 낼지도 몰라요.”“그럼 모르게 해.”그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다. 얼마나 어렵게 하지연을 곁에 붙잡아두었는데, 이대로 백아영에게 빼앗길 리가 있겠는가?그리고 백아영 따위는 알 게 뭐람? 이참에 안가연에게 당하면 더 좋았다.도시락통을 다시 정리하고 나서 서원은 하지연의 방을 찾아갔다.그녀를 강제로 데려온 이후 방시운은 태교를 운운하며 방씨 일가 별장에 거의 감금하다시피 했다. 혹시라도 움직임을 보인다면 귀신같이 튀어나와 방해했다.매번 시도할 때마다 덜미를 붙잡혔는데, 하지연은 이제 슬슬 지쳐가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고 하게 눈치 싸움하는 것도 귀찮아 아예 손을 놓고 여기서 백아영과 이성준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하지만 약속된 시간이 지났지만, 두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아줌마도 최근에는 잠잠했기에 도시락을 보는 순간 그녀에게 주는 사인이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이내 도시락통을 열고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별다른 단서를 눈치채지 못했다.하지연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서원을 쏘아보았다.“내 물건에 손댔어?”서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제 발 저린 듯 동공이 흔들렸다. 들통이 나도 어찌 이렇게 빨리 날 수 있는가? 게다가 범인은 자신도 아닌 도련님인데 말이다.서원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녀는 당장 서재로 달려갔다.“내 물건 내놔!”뒤따라온 서원은 차마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열심히 눈짓으로 방시운에게 사인을 주었다.펜을 쥔 방시운의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이내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무슨 물건?”“모른 척하지 마. 도시락통에 들어있던 물건 말이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놓인 재떨이에 있는 잿더미를 발견했는데, 화가 나서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설마 태웠어?!”테이블이 흔들리며 잿가루가 폴폴 날렸다.방시운은 먼지 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Read more

제826화

그녀가 정말 떠난다면 그는 얼마나 무너져 버릴지, 또 얼마나 미쳐버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시운 도련님, 지연 씨를 붙잡을 수 있는 이유를 조금 더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서원이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그는 방시운 곁을 따라다니며 방시운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사로잡혀 있는지 매우 잘 알고 있다.방시운의 성격은 매우 고집이 세고 베베 꼬여 있으며 절대 하지연을 놓아주도록 자신을 설득할 수 없다.그 어떤 수단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말이다.방시운이 고개를 돌려 서원을 바라보았다.서원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오늘 밤 지연 씨께 약을 먹이고 임신 테스트 기간을 다시 한번 기다리세요.”...하지연의 동네를 떠나 백아영은 골목 입구에 서서 번화하지만 낯설기만 한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하지연을 제외하면 이곳에는 그녀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 없다.게다가 하지연에게 언제 그녀를 만나러 와줄 시간이 있을지 모르기에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아름다운 아가씨, 이런 거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니 우린 운명인가 봐요.”그때 레드 컬러의 최고급 로드스터 한 대가 그녀의 눈앞에 멈춰 섰고 제이슨이 운전석에 앉아 기분 좋은 듯 매혹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온 거리의 시끌벅적함을 모두 더해도 그의 미소만큼 찬란하지 않았다.백아영은 잠깐 그의 찬란함에 매혹되었다가 곧이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차분하고 예의 바른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백작님.”정말 딱딱하기 그지없었다.제이슨은 투덜거리며 입맛을 다셨지만, 그녀의 쌀쌀함은 백아영에 대한 그의 열광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제이슨은 줄곧 절세미인에 대해 세계 최대의 관용을 베풀었다.“어디에 가는 겁니까? 데려다줄게요.”백아영은 더는 제이슨 백작과 엮이기 싫었고 그의 질척임을 받아줄 생각도 없었다.“제 아들이 이제 벌써 5살이에요. 화목한 가정도 이미 이루었고요.”“네. 믿어요.”비록 백아영의 말에 충격을 받은 건 사실이었지만 절세미인에 대한 제이슨의 관용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Read more

제827화

이성준과 안가연이 돌아와 체결한 건 몸을 파는 거래가 아니라 순이익 거래였다. 그저 안가연이 멋대로 무수히 많은 자신의 사심이 담긴 조건을 넣은 것 뿐이다.그 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이성준이 솔로가 되자마자 그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그 때문에 안가연은 백아영이 스스로 포기하고 떠나게 하도록 애썼던 것이다. 백아영이 떠나게 되면 이성준도 이제 그녀를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밥 지어줘서 입에 넣어주기까지 했는데 이 남자는 더는 도망칠 곳이 없다.“아영은 떠나지 않을 거야.”이성준이 뒤로 한걸음 물러서더니 순식간에 안가연과의 거리를 넓혔다.눈앞이 텅 비고 안가연이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사냥감을 노리고 있는 늑대처럼 날카로웠고 당장이라도 이성준을 삼켜버리려는 듯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끝까지 발버둥 치겠다는 거야? 너희들이 그동안 많은 걸 함께 겪어오며 서로에 대한 감정이 깊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결국 현실을 못 이기고 변하기 마련이야. 오늘날 넌 이씨 가문 재산권을 잃은 것도 모자라 백아영도 선우 일가의 버팀목을 잃었어. 둘 다 한순간에 빈털터리로 전락하였는데 검소에서 사치로, 사치에서 검소로, 풍요로운 천국에서 천박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많지 않아.”“백아영도 그 도리를 아니까 네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는 거야. 백아영이 널 떠나리라고 마음을 먹었다는 건 정말 이제 너에 대한 마음을 버리고 널 버렸다는 거야. 믿기 싫어도 어쩔 수 없어. 이게 바로 현실이야.”안가연이 단호하게 입을 열고는 다시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 이성준을 몰아세웠다.“성준아, 내가 널 편애하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나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어. 지금은 내가 이겼으니 넌 약조를 지켜야 하지 않겠어?”안가연은 웃음기를 거두고는 조금 강압적인 말투로 그를 협박했다.“네가 싫다면 우리 사이의 거래도 이제 파기되는 거지.”이윽고 안가연이 이성준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Read more

제828화

“제이슨한테 찍힌 여자 중에 그를 벗어난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어.”안가연은 자신만만한 얼굴을 한 채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이성준을 바라보았다.“마치 내가 널 반드시 얻을 수 있는 것처럼.”...백아영은 돈이 없었기에 하지연의 아파트에서 나와 지금까지 몇 시간을 걸어왔다.하지만 귀공자인 제이슨 백작이 그토록 인내심이 있는 사람일 줄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말대로 몇 시간 동안 함께 걸어 기어코 그녀를 여섯 번째 별채의 입구에 데려다주었다.제이슨의 집착과 꺾이지 않는 고집은 백아영의 골칫거리였다.하여 백아영은 요 며칠 동안 제이슨의 관심이 식고 사라질 때까지 잠시 방 안에 숨어 집 밖에 나가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하지만 이튿날 아침, 그녀가 아침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기 위해 방문을 열자마자 화려한 장미꽃 한 송이를 맞이하게 되었다.꽃을 가져다준 사람은 6호 별채의 벨보이였다.“안녕하십니까. 이 꽃은 제이슨 백작께서 아영 아가씨께 드리는 선물입니다.”꽃에는 하트 모양의 카드까지 꽂혀있었는데 그 위에는 만년필로 남긴듯한 화려한 필체가 적힌 문구가 있었다.「나의 어여쁜 아가씨, 좋은 아침입니다.」백아영은 장미꽃을 들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아침부터 기분이 더러워졌다.“난 안 받을 거니까 다음에 또 가져오면 그때는 대신 전해주지 말아요.”벨보이가 난해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제이슨 백작께서는 별채의 귀빈이십니다.”결국, 벨보이의 말은 제이슨 백작의 뜻은 어길 수 없다는 뜻이었고 백아영은 아무 신분이 없는 이방인일 뿐이기에 양쪽의 신분 차이가 크다는 말이다.같은 처마 밑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순식간에 증폭되자 백아영이 손가락을 꽉 움켜쥐고 더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녀는 성큼성큼 식당으로 걸어갔다. 백아영은 이곳이 싫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하루 세끼를 얻어먹기도 싫었다. 하지만 백아영은 아직 이곳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잘 알고 있다.식당에 도착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Read more

제829화

순간, 백아영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리고 짜증이 났다.백아영이 별채 안에 숨어있거나 외출을 해도 제이슨은 계속 질척거렸고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그리고 이미 사흘이 지났지만, 하지연은 여전히 백아영을 데리러 오지 않았고 그 어떤 소식도 없었다.하여 백아영은 하지연의 아파트에 다시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백아영은 제이슨의 질척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대로 그를 지나쳐 밖으로 나갔다.제이슨은 이미 외면당하는 데 익숙해졌기에 자연스레 백아영의 뒤를 따랐다. 분명 백아영한테 질척이기 위함이었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은 채 그녀와 함께 산책했다.남들이 보기에 두 사람은 사이가 매우 좋아 보였다.“아영 씨 계속 제이슨 백작과 함께 들어오고 함께 외출하는 것을 보니 조만간 6호 별채에서 나가겠는걸.”“부럽다. 남자 잘 만나서 순식간에 계 탔네.”부러운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며 의논하던 정원사는 순간 옆에서 전해오는 싸늘한 한기에 몸을 흠칫 떨었다.그들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반쪽 가면을 쓴 이성준과 마주하게 되었다.이성준은 안가연의 차에서 내려 백아영이 필수로 지나게 되는 코스에 서 싸늘한 눈빛으로 제이슨 백작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성준아!”백아영이 깜짝 놀라 이성준의 이름을 불렀다. 요즘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고 또 포기도 해보았지만, 이성준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이성준을 만나게 된 것이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의 존재는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서프라이즈와도 같았다.백아영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성준을 향해 총총 달려갔다.“너...”목구멍까지 올라온 많은 말들을 입 밖에 꺼내기도 전에 백아영은 이성준의 뒤에 세워져 있던 자동차의 차창이 내려오더니 안가연이 창가에 엎드려 도발적인 어투로 이성준을 재촉하는 모습을 보았다.“성준아, 다 됐어? 빨리 가자. 급하단 말이야.”일부러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는 안가연에 백아영은 징그러운 나머지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입가에서 맴돌던 말들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Read more

제830화

하지연이 임신했다.이 결과는 정말 아무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결과이다.혈액 검사 보고서를 바라보고 있는 하지연의 손은 벌벌 떨려왔고 그녀의 안색도 창백하기 그지없었다.남들은 임신하면 만세를 부르는데 하지연에게 있어 임신 소식은 오히려 그녀를 나락으로 보내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어떻게 방시운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단 말인가?“지울 거야.”이성을 되찾은 뒤, 그녀의 첫마디는 냉담하기 그지없었다.그러자 방시운의 미소가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졌다.“절대 안 돼.”이건 그와 하지연 사이의 아이이고 그들 사이에 있어 유일한 연결고리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하지연의 곁에 남아있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도 했다.아무리 비열하고 파렴치한 행동일지라도 방시운은 손을 놓을 수 없었다.“하지연, 우리 아이 낳자. 대신 조건으로 내가 백아영과 이성준을 도울게.”독버섯 사건이 발생하고부터 방시운은 줄곧 어리광을 부리며 도움을 주지도 거절하지도 않았었다.누가 봐도 속으로는 싫지만, 체면을 위해 좋아하는 척하는 나쁜 남자였다.지금 드디어 하지연이 그토록 바라던 확답을 받게 되었다.그리고 백아영과 이성준에게 있어 이는 구세주와도 같은 말이다.하지만...잠시 머뭇거리고는 하지연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난 최선을 다해서 그들을 도울 수 있어. 하지만 절대 날 희생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난 아이를 지우고야 말겠어.”하지연의 눈빛 속에는 단호한 살기가 비쳤다.“그게 당신이라도 날 막을 수는 없어.”...이튿날, 아침 식사를 마친 백아영이 자리를 뜨려 하자 바로 그때, 어디에선가 가라앉은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상대는 기침을 억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순식간에 너무 거세게 다가왔는지라 완전히 참는 건 불가능했다.백아영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러자 백아영은 에릭이 입을 틀어막고 식당을 향해 다급히 달려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의 훤칠한 뒷모습이 기침으로 들썩거렸다.“에릭, 괜찮아요? 어젯밤에 밖에서 돌아올 때부터 기침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1
Read more
PREV
1
...
8182838485
...
92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