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801 - Chapter 810

916 Chapters

제801화

선우경진은 얼떨떨해져서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성준 씨, 미쳤어요?”그에게 돌아오는 답은 자비 없는 이성준의 주먹뿐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허둥지둥 대응하던 선우경진은 이내 이성준의 발에 밟혀 허리가 부러졌고 순간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동시에 강제로 우유를 마신 이현무는 중독된 듯 입에서 하얀 거품을 내뿜으며 힘없이 심보라의 품에 안겨 의식을 잃었다.“현무야!”선우경진은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발악하며 소리쳤다.“이성준!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요?”이성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의 허리를 세게 짓밟았고 싸늘한 눈빛에서는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선우경진의 질문에도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했다.“당연히 알겠죠. 달라진 게 있다면 이성준은 이제 당신들에게 관심이 없거든요.”심보라는 쓰레기를 버리듯 이현무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곧이어 우아하게 티슈 뽑아 손에 묻은 우유를 닦으며 이성준에게 다가가더니 다정하게 그의 팔짱을 꼈다.힘 풀고 몸을 이성준에게 맡기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성준이의 눈에는 이제 저밖에 없거든요.”“그게 무슨 개소리야?”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선우경진은 소리 지르며 몸부림쳤고 그럴 때마다 쉴 틈 없이 피가 뿜어져 나왔다.심보라는 만족스러운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성준아, 뽀뽀해 줘.”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린 이성준은 싸늘함이란 온 데 간 데 찾아볼 수 없었고 애정어린 눈빛으로 심보라를 바라보더니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 모습을 보고 울화가 치밀어 오른 선우경진은 화가 나서 또 피를 토했다.“이성준, 당신 미쳤어요? 아영이가 이걸 알게 되면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이성준이 움찔하자 심보라의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사라지며 싸늘하게 돌변했다.“성준아!”마치 마법을 쓴 듯 심보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망설임은 눈 녹듯 사라졌고 이성준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했다.한편 백아영은 창백한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로 방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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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선우 일가는 별장에 위치했고 별장 건물은 대문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평소 같으면 경호원들이 막을 수 있겠지만 수백수천에 달하는 사람들이 몰려오니 역시나 역부족이다.그들은 어느새 떼를 지어 별장 아래까지 몰려왔고 선우 일가의 모든 경호원들이 달려와서야 가까스로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얼마 버티지 못할 게 분명하다.이 사람들은 이미 선우 일가와 대치 상태를 이루고 있기에 자칫하다가는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전부 다 이성준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에요. 기술직도 있고, 임원도 있고, 일반인까지 있으니 저 사람에게 손을 쓰는 순간 선우 일가는 법정에 오르게 될 거예요.”심보라는 절망에 빠진 백아영의 모습을 감상하듯 여유롭게 바라봤다.“온시혁 쪽에서는 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몰래 안으로 잠입했을 거예요. 아영 씨를 지킬 수 있는 선우 일가 경호원들이 하나도 없으니 지금 처지가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네요.”백아영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고 목소리마저 떨고 있었다.“이게 다 당신의 계획인가요?”일부러 회사 직원을 남겨두고 승진시키거나 연봉을 올리며 중책을 맡긴 다음 경계심이 완전히 풀릴 때쯤 큰 문제를 일으켜 막대한 빚을 짊어지게 만들어 인생을 망쳐버리는 게 그들의 계획이다.또한 모든 화살을 이성준에게 돌려 그를 증오하고 원망하게 만들었다. 그 후 사적으로 인간질을 하면서 그들을 세뇌했고 어느덧 대규모 시위를 할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이 모이자 곧바로 선우 일가에 쳐들어왔다.경찰들이 와서 체포한다고 해도 이미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뿐이라 두려울 게 없었다.반면 온시혁은 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선우 일가에 잠입했다.“정말 악랄하네요.”백아영은 시위대 속에 섞인 온씨 가문 사람들이 별장 쪽으로 다가오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온몸이 떨려왔다.“아영아, 얼른 가자...”선우경진은 피를 머금은 채로 다급하게 소리쳤다.“간다고요? 이미 늦었어요.”심보라는 부드럽게 이성준에게 명령했다.“성준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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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선우 일가의 뒷 정원.피비린내 나는 살기로 가득 찬 십여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길을 막아섰고 백아영은 중앙에 포위되어 이도 저도 못 하는 처지가 되었다.“내가 말했잖아, 넌 절대 도망칠 수 없고 조만간 내 손에 들어올 거라고.”온시혁이 사람들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더니 먹이를 노려보는듯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백아영을 훑어봤다.“다치면 피를 낭비하는 거나 다름없잖아. 그러니까 더 이상 애쓰지 말고 그냥 순순히 네 운명을 받아들여. 나랑 같이 자면서 애를 낳아준다면 사람답게 살게 해줄게.”오랫동안 도망을 친 탓에 이미 많이 지쳤고 가녀린 어깨를 들썩이며 거친 숨을 내쉬던 백아영은 자신을 막아선 사람들을 보더니 ‘툭’하고 손에 있던 단검을 바닥에 내려놓았다.“상황 판단이 아주 빠르네. 백아영, 역시 넌 똑똑한 여자야.”온시혁은 만족스럽게 웃고선 백아영을 향해 걸어갔다.그의 손에 들린 은색 수갑은 석양에 비춰지자 싸늘한 빛을 번뜩였다.오늘부터 백아영은 그에게 농락당하는 출산 기계로 전락할 뿐만 아니라 피연꽃에게 혈액 영양분을 공급하는 먹이 신세가 된다.피연꽃이 만개하는 순간 온씨 가문의 오랜 계획인 세계 지배도 마침내 실현될 수 있다.“하하하!”온시혁은 웃으며 손을 뻗어 백아영의 어깨를 잡았다.그러나 궁지에 몰려 겁을 먹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백아영은 오히려 침착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가벼운 미소를 머금었다.“아직 기고만장할 타이밍이 아닌 것 같은데?”태연한 그녀의 모습에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손을 빼려고 했지만,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저릿한 느낌은 어느새 팔을 타고 빠르게 온몸으로 퍼져나갔다.온시혁은 충격받은 기색이 역력했다.“감히 수작을 부려?”승리가 코앞까지 다가왔는데 또다시 놓치게 되었다.“이게 끝일 것 같아? 넌 절대 도망 못가.”온시혁의 말과 함께 사방에 있던 남자들이 재빨리 백아영을 향해 달려들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또 포위되었다.끌려가야 만하는 운명인 건가?그러나 백아영은 조금도 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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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온시혁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표정이 점점 더 험악해졌다.“지금 당장 선우 일가 모든 사람을 잡아서 라이브 방송 켜. 백아영이 나타날 때까지 하루에 한 명씩 죽여. 언제까지 숨어있을지 지켜보자고.”이런 피비린내 나는 잔인한 수법은 온씨 가문에게 밥 먹듯 익숙했지만 부하들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백아영 씨를 잡는데 모든 인력이 쏠리는 바람에 선우 일가의 다른 사람은 그 틈을 타 전부 도망쳤습니다. 단체로 자취를 감춘 걸 보면 어쩌면 처음부터 계획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부하는 간신히 말을 이었다.“추적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마치 증발한 것처럼 그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선우 일가는 숨는데 아주 능한 사람들입니다. 20년 전과 동일한 수법으로 숨어버린다면 그들을 찾는 건...”작정하고 숨은 선우 일가를 찾는 건 바다에서 바늘 찾는 겪이나 다름없다. 온시혁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이 세상의 모든 땅을 뒤져서라도 반드시 선우 일가 찾아내.”“하지만...”부하의 표정은 엄숙했다.“저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선우정현 씨의 피가 없으니 피연꽃도 시들기 시작했습니다.”피연꽃은 온씨 가문의 희망이자 전부나 다름없는 존재다. 피연꽃이 시드는 순간 온씨 가문의 계획은 물거품 되는 거나 다름없고 어쩌면 조직에서 버림받아 살해될 수도 있다.그 강한 온씨 가문도 조직 앞에서는 개미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절대 내 손으로 온씨 가문을 망칠 수 없어.”온시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마치 죽음의 피바다에서 기어 나온 악귀처럼 흉악하기 그지없다.절대 온씨 가문을 망하게 할 수 없었다....이씨 가문의 본가.한때 이씨 가문의 번영과 명예를 상징했던 저택은 오늘날 많이 달라졌다. 이씨 가문의 로고가 제거됐을 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조각상과 인테리어들이 파괴되어 어느새 폐허로 변했고 새 단장을 하기에 급급했다.본채 홀에서는 파티가 열리는 듯 흥겨운 소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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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온시혁의 카리스마는 순식간에 모든 사람을 사로잡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겁을 먹은 백채영은 저도 모르게 손을 덜덜 떨었다. 곧이어 와인 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치마가 흠뻑 젖었다.난처한 상황에 체면이 짓밟혔으나 성질을 참으며 애써 미소를 짓더니 위엄있고 우아하게 온시혁에게 걸어갔다.“누가 시혁 씨를 이렇게 화나게 만들었죠? 그 사람 아주 혼쭐나야겠네. 우린 최고의 파트너잖아요.”직원들을 이용해 소란을 피우고 그 틈을 타 선우 일가에 침입하는 건 백승구의 아이디어다. 세부 사항까지 꼼꼼하게 조사해 주는 백승구는 온시혁에게 매우 유용한 존재였기에 백채영도 자연스레 이로 인해 돈과 권력을 얻었고 남원에서 위세를 떨치며 살았다.웃는 얼굴로 아부하는 백채영의 모습에도 온시혁은 전혀 자비를 베풀지 않았고 손을 들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들어 올렸다.백채영은 목이 뒤틀리는 느낌에 숨이 가빠져서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공포에 떨며 발버둥 쳤다.“시혁 씨... 뭔가 오해가...”“당신의 그 입 때문에 백아영이 도망칠 계획까지 준비했다고요.”온시혁은 죽일 듯한 기세로 손가락에 힘을 주어 그녀의 목을 졸랐다.“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어요?”백채영은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눈이 뒤집히더니 금방이라도 목이 부러져 죽을 것만 같았다.그러나 정신을 잃고 있는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온시혁의 말이 떠올랐다.‘백아영이 도망쳤다고?’그 생각에 눈을 번쩍 떴다.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숨이 막혔지만 그 순간에도 백아영이 지옥에 가기 전에 자신이 먼저 죽게된 상황이 억울하여 원망하고 있었다.죽여야만 하는 사람은 백아영이니까.“이제 그만하시죠.”어린 소년의 미숙하지만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내 백승구가 짧은 다리를 내뻗으며 우아하고 차분하게 걸어왔다.고개를 들자 흉악한 온시혁의 얼굴이 보였지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침착하게 말했다.“제가 피연꽃 시드는 걸 늦출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놔주시죠.”온시혁은 여전히 손을 풀지 않은 채 고개를 숙여 자신의 허리춤에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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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말이 끝나자마자 두 경호원은 백채영을 붙잡고 위층으로 강제로 끌고 갔다.“이거 놔! 백승구, 너 뭐 하는 짓이야? 설마 감금이라도 하겠다는 거야?”백아영은 놀라서 공포에 질려 노발대발했지만, 자리에 있는 수많은 사람 중 선뜻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이 자리에 그녀의 편은 없었다.그리고 백승구는 이미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황사가 자욱한 뜨거운 사막 속에서 7인승 지프차 한 대가 앞을 가로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차 안의 심보라는 ‘쿵쿵쿵’ 여기저기 머리를 부딪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고통 속에서 눈을 떴다.“아파.”괴로움에 머리를 지그시 누르자 순간 손에 피가 묻어났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분노에 사무쳐 고개를 번쩍 든 심보라는 자신이 제일 뒷 좌석에 앉아있고 바로 앞 좌석에 이성준이 앉아있는 걸 발견했다.“성준아!”흥분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이성준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다음 순간 곧바로 얼어붙었다.머릿속에는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온시혁이 별장에 쳐들어와 사람들을 잡고 있을 때, 그녀는 이성준과 함께 선우정현의 방으로 가서 그들 부부를 죽이려고 했다.그런데 항상 순종적이던 이성준이 갑자기 그녀에게 손을 썼다.오싹함이 밀려오면서 눈빛이 싸늘하게 돌변한 심보라는 몸을 덜덜 떨며 이를 악물었다.“처음부터 통제된 적이 없었던 거야? 아니,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내 약이 잘못됐을 수가 없다고. 그동안 보였던 반응은 예상하던 거랑 똑같았는데 설마...”심보라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갈피를 못 잡았다.말하는 동안 차는 심하게 흔들렸고 심보라는 몸이 앞으로 기울어져 앞좌석에 머리를 부딪혔다. 동시에 이성준의 무릎 위에 누군가 누워있는 걸 보았다.이성준은 그녀가 편히 잘 수 있게 두 팔로 머리를 감싸주었고 평화롭게 자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 심보라는 증오의 감정이 물밀듯 밀려왔다.“백아영!”그녀는 이를 악물더니 뭔가를 깨달은 듯 표정이 흉측하게 변했다.“다 당신이 계획한 일이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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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솔직히 도망가는 상황인 건 맞지만 그게 평생 이어질 리가 있겠는가?백아영은 이성준의 허벅지를 짚고 일어났다. 요동치는 차 안에서 이성준에게 안정적으로 기대어 싸늘한 눈빛으로 심보라를 바라봤다.“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이상 아무도 날 다시 지옥으로 끌어들일 수 없을 거예요. 남 신경 쓸 바엔 보라 씨 앞날부터 걱정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백아영은 고개를 들더니 매정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봤다.“이런 지옥에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사막을 달리던 차가 서서히 멈춰서자 창밖의 풍경이 선명해졌다. 이곳은 수많은 쿵쿵 소리가 연달아 들려오는 거대한 사막 광산이다.검은 피부의 아프리카인이 웃통을 벗고 땀에 흠뻑 젖은 채 광석을 나르며 뙤약볕 아래를 뛰어다니고 있었다.“왜 여기로 데려왔죠?”심보라는 잔뜩 긴장하며 물었다.“보라 씨는 육체적인 고통을 느껴본 적 단 한 번도 없죠? 부디 이곳에서 더러운 마음까지 씻겼으면 좋겠네요.”갑자기 나타난 은침이 심보라에게 꽂히자 비명 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입을 크게 벌렸으나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갑자기 왜 이러지?’심보라는 겁에 질린 채로 표정이 돌변하여 백아영에게 달려들었으나 그녀에게 닿기도 전에 경호원의 손에 이끌려 차에서 내렸다.백아영은 편안하게 이성준에게 기대어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목소리를 잃으면 곧 청력도 잃게 될 거예요. 보라 씨, 앞으로 다시는 다른 사람을 해치치 못할 거예요.”심보라는 두려움에 떨며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에는 광산에 던져졌다.곧이어 건장한 아프리카 남자가 다가와 그녀를 붙잡더니 조금의 자비도 없이 거칠게 그녀의 목에 쇠사슬을 걸어 잠그며 위협적으로 협박했다.“여기 왔으면 일해야지. 도망쳤다가는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이대로 당할 수가 없었던 심보라는 도망치려고 애썼지만 2초도 안 되어 남자에게 붙잡혀와서는 뺨을 세게 맞았다.“말 안 들으면 때려죽일 거야.”남자는 그녀를 연달아 발로 걷어찼고, 심보라는 피를 토하며 바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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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버스에 탄 승객들은 정신없이 문으로 몰렸지만 사람이 빠져나가는 속도는 버스가 가라앉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절망과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현장을 가득 채웠고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이성준과 백아영은 문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맨 뒷줄에 앉아있었다. 이런 경우 문으로 내려서 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성준아...”백아영은 창백한 얼굴로 잔뜩 긴장한 채 이성준의 손을 붙잡았다. 눈앞에 펼쳐진 짙은 어둠을 바라보자 떨어지는 순간 차에 타고 있는 모든 사람이 죽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창문으로 뛰어내리자.” 결심한 이성준은 재빨리 유리창을 깨뜨리고 백아영과 함께 뛰어내렸다.버스 뒷쪽이 솟아오른 상황에서 다급하게 창문으로 점프한 백아영은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발목이 따끔거렸다.그러나 아픈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목청을 돋우어 영어로 소리쳤다.“창문을 깨고 뛰어내려요! 문 말고 창문으로 나오라고요!”곧 유리창을 깨는 소리가 잇달아 들리더니 여러 사람이 창문으로 뛰어내려 탈출했다.문 앞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미처 도망칠 틈도 없이 버스와 함께 갈라진 구렁텅이로 떨어졌다.쿵!귀청이 터질듯한 굉음이 들려오며 사람들 모두 두려움에 휩싸였다.갈라진 도로 틈을 멍하니 바라보던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덜덜 떨었다. 무고한 생명들이 눈앞에서 죽음을 맞이하자 자연 자해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고 마음속 깊은 곳에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언제든지 또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어. 이곳은 위험하니까 얼른 가자.”이성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며 비교적 안전한 길을 찾았다.백아영이 그를 따라가려고 걸음을 옮기자 이성준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허리를 숙였다.“업혀.”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진 탓에 멀쩡한 길조차 없는 상황이다. 혼자 걷기도 힘든 울퉁불퉁한 이곳을 사람을 업고 걷는다면 얼마나 힘들까.백아영은 괜찮다며 거절했으나 이성준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발 다쳤잖아. 무리하지 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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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순간 머리를 굴린 백아영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제 남편은 군인이 아니에요. 평소에 야외 스포츠를 즐겨하는 덕분에 위기 대처 능력이 남들보다 조금 뛰어난 것뿐이에요. 저희가 여행을 너무 오래 하는 바람에 비자가 만료됐거든요. 절대 들키면 안 되니까 구조대를 만나도 저희는 모른 척 해주세요.”사람들은 생명의 은인인 이성준과 백아영에게 매우 관대했고 흔쾌히 그들의 부탁에 응했다.이성준은 백아영을 등에 업은 채로 일행을 이끌고 위험을 피해 안전한 길을 찾았다. 그렇게 산을 내려오다가 인근 마을에 도착한 구조대와 마주쳤고 생존자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차량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병원에 도착해서 치료받기 시작한 생존자들은 백아영과 이성준 두 사람이 빠져 있는 걸 눈치챘다.“총 몇 명이 탈출한 거죠?”구급대원이 물었다.생존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세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아마 열두 명, 열세 명 정도 됐을 거예요.”구급대원은 재빨리 병원에 이송된 사람을 세어보았고 마침 열세 명이었다.마을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골목.백아영은 큰 바위에 앉아있었고 이성준은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넓은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발목을 문지르고 있었다.어두컴컴한 분위기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예전에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발을 삐끗하면 남자 주인공이 주물러주는 게 엄청 로맨틱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었거든? 이제 나도 그걸 경험해 보네.”백아영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어떡하지? 우리 이제 빈털터리네.”이성준은 의아해하며 물었다.“빈털터리?”백아영은 답답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크로스백을 열었고 그 안에는 얼굴보다 더 큰 구멍이 뚫려있었다.“아까 창문으로 뛰어내리면서 긁힌 것 같아. 갖고 있던 소지품 전부 다 떨어졌어.”백아영은 현금과 카드를 챙겨서 핸드폰과 함께 가방에 넣었다. 그 말인즉 그들은 구조 요청조차 할 수 없는 무일푼 상태라는 뜻이다.“A 국에 도착하려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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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백아영은 멍하니 있다가 두 눈이 반짝였다.“맞네, 몸을 파는 게 훨씬 더 많이 벌겠네.”밤이 깊어지자 네온사인들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조용하던 거리와 골목들이 시끌벅적해졌다.특히나 술집이 있는 거리는 오가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마을에서 가장 큰 술집 바로 옆 몇미터 떨어진 가로등 밑에 백아영이 서 있었는데 그녀는 「5유로면 만질 수 있어요」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H 국 최고의 훈남,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를 가진 남자가 지금 소매치기를 당해서 어쩔 수 없이 싼 값에 얼굴을 팔아요. 기회는 단 한 번, 미남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이대로 놓치실 건가요? 정말 후회 안 해요? 솔직히 TV 속의 잘생긴 연예인들은 손을 뻗어도 만질 수 없고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환상 같은 존재잖아요. 하지만 오늘은 단 5유로만으로 미남을 만질 수 있어요. 5유로만으로 아이돌 못지않은 잘생긴 남자와 스킨십을 할 수 있는데 정말 엄청난 이벤트 아닌가요? 언니들, 얼른 이쪽으로 모여요.”목청이 터지라 소리치며 호객행위를 하는 백아영의 곁에는 분장을 지우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이성준이 있었다. 잘생긴 얼굴은 잔뜩 어두웠고 살기를 뿜어내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하지만 그런 두려움을 이겨낼 만큼 이성준의 외모는 환상적이었다.이성준에게 시선이 사로잡힌 젊은 아가씨들이 떼를 지어 주위에 몰려들었고 하나같이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세상에, 너무 멋있잖아. 연예인보다 잘생긴 사람은 정말 처음이야.”“한번 만져보면 평생 못 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정말 5유로면 만져도 돼요?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혹시나 화내면...”백아영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절대 화내지 않아요. 언니들이 너무 늦게 찾아오니까 기분 안 좋은 거예요. 이렇게 잘생겼는데 5유로를 내줄 사람이 없어서 얼마나 속상했는데요.”백아영은 이성준을 대신하여 말하는 듯 슬픈척하며 울먹였다.“착하고 이쁜 언니들이 만져주면 기분이 엄청 좋아져서 웃을지도 몰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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