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영은 멍하니 있다가 두 눈이 반짝였다.“맞네, 몸을 파는 게 훨씬 더 많이 벌겠네.”밤이 깊어지자 네온사인들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조용하던 거리와 골목들이 시끌벅적해졌다.특히나 술집이 있는 거리는 오가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마을에서 가장 큰 술집 바로 옆 몇미터 떨어진 가로등 밑에 백아영이 서 있었는데 그녀는 「5유로면 만질 수 있어요」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H 국 최고의 훈남,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를 가진 남자가 지금 소매치기를 당해서 어쩔 수 없이 싼 값에 얼굴을 팔아요. 기회는 단 한 번, 미남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이대로 놓치실 건가요? 정말 후회 안 해요? 솔직히 TV 속의 잘생긴 연예인들은 손을 뻗어도 만질 수 없고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환상 같은 존재잖아요. 하지만 오늘은 단 5유로만으로 미남을 만질 수 있어요. 5유로만으로 아이돌 못지않은 잘생긴 남자와 스킨십을 할 수 있는데 정말 엄청난 이벤트 아닌가요? 언니들, 얼른 이쪽으로 모여요.”목청이 터지라 소리치며 호객행위를 하는 백아영의 곁에는 분장을 지우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이성준이 있었다. 잘생긴 얼굴은 잔뜩 어두웠고 살기를 뿜어내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하지만 그런 두려움을 이겨낼 만큼 이성준의 외모는 환상적이었다.이성준에게 시선이 사로잡힌 젊은 아가씨들이 떼를 지어 주위에 몰려들었고 하나같이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세상에, 너무 멋있잖아. 연예인보다 잘생긴 사람은 정말 처음이야.”“한번 만져보면 평생 못 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정말 5유로면 만져도 돼요?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혹시나 화내면...”백아영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절대 화내지 않아요. 언니들이 너무 늦게 찾아오니까 기분 안 좋은 거예요. 이렇게 잘생겼는데 5유로를 내줄 사람이 없어서 얼마나 속상했는데요.”백아영은 이성준을 대신하여 말하는 듯 슬픈척하며 울먹였다.“착하고 이쁜 언니들이 만져주면 기분이 엄청 좋아져서 웃을지도 몰라
Last Updated : 2024-02-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