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781 - Chapter 790

916 Chapters

제781화

백아영은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연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아닌데 왜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선단 말이지?춤을 가르쳐준다고? 그것도 전 여자친구한테서 춤을 배우라니?머리털이 쭈뼛 서는 상황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괜찮아요, 난...”“아니에요, 아영 씨라면 전 좋아요.”하지연은 백아영의 팔을 덥석 붙잡고 우아한 몸짓으로 단호하게 춤을 리드하기 시작했다.스텝을 밟으면서 턴까지 도는 모습은 마치 한 쌍의 나풀거리는 나비를 연상케 했다.선우철은 연신 손뼉 치며 감탄했다.“너무 아름다워요!”태어나서 한 번도 춤을 춰 본 적이 없는 백아영은 하지연의 리드에 따라 몸을 맡겼다. 바람을 가르는 듯한 동작 하나하나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쾌감을 선사했다.“재밌죠?”하지연이 묻자 백아영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못을 박았다.“그럼 앞으로 춤은 내가 가르쳐 줄게요. 아영 씨는 기본기가 좀 있으니까 잘만 따라온다면 나중에 저보다 춤을 더 잘 출 수 있을 거로 장담해요.”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거절하면 예의가 아니었다.하지만 속으로는 어이가 없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냐는 말이다.비록 울며 겨자 먹기로 마지못해 춤을 배우기 시작했으나 하지연의 리드에 따라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자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안무에 집중을 하다 보니 잡생각이 싹 사라졌다.이렇게 후련하고 기분 좋은 느낌은 여태껏 처음이었다.“춤추는 게 생각보다 재밌네요? 지연 씨의 마음도 이해가 되네요.”하지연은 백아영이 건네준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아무리 좋아해도 평생 춤을 출 수는 없죠.”백아영이 물었다.“왜요?”“전 하씨 가문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교양과 품격을 갖출뿐더러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죠.”하지연은 물을 홀짝이며 말했다. 아리따운 얼굴에는 보기 드문 서글픈 기색이 어려있었다.“사실 춤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지만, 집안 사정상 폼 나는 귀족 춤만 배웠거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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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아영 씨는 내가 키우고 싶은 딸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하지연은 문득 손을 뻗어 백아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애정이 듬뿍 담긴 미소를 지었는데 언뜻 후광이 비치는 듯싶었다.백아영은 어이가 없었다.“딸이요...?”“네, 연회장에서 날 지켜준답시고 바보같이 나설 때부터 아영 씨를 딸로 삼기로 결심했거든요.”하지연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고, 잔뜩 신이 나서 말했다.“어리석은 애송이가 따로 없는데, 만약 내가 아니라면 여기저기서 괴롭힘을 당할 게 뻔해요. 하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앞으로 엄마 노릇을 톡톡히 할 테니까 아영 씨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게요.”딸? 엄마? 이게 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백아영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연예계에서 아이돌을 마치 아들딸처럼 애지중지 키우는 중장년층 팬들이 많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온라인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데 불과하지 않은가? 게다가 그녀는 연예인도 아니었다.결국 짜증 난 얼굴로 하지연의 손을 탁 쳐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급히 거리를 두었다.“지연 씨, 농담하지 마세요.”하지연은 미소를 싹 지우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농담 아닌데요? 엄마로서 인정받기 위해 우선 방시운부터 공략해 줄게요.”백아영은 할 말을 잃었다.이내 온몸에 소름이 쫙 돋으며 두 손 두 발을 들더니 도망치듯 뒤돌아서 빠져나갔다.하지연의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언젠간 기꺼이 내 딸로 되게 해주죠.”백아영의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졌다.하지연도 제정신이 아닐 줄이야!한 아이의 엄마로서, 심지어 전 남자 친구의 애인이라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관계인 여자를 딸로 삼고 싶다니?‘미쳤나?’“왜 그래?”이성준이 휴지를 들고 백아영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백아영은 황당한 와중에 양녀 사건을 이성준에게 털어놓으며 어이없다는 듯 투덜거렸다.“대체 뭐 하자는 거지? 엄마가 되어준다고? 나한테 망신 주려고 작정한 건가?”단지 헤어졌다는 이유로 전 남친의 애인에게 복수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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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쟁반을 들고 있는 심보라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두 눈에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여태껏 이성준의 곁을 지키며 정성을 다해 보살펴 줬는데도 안중에 없었다는 건가? 고작 백아영이 질투할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이유로 또다시 거리를 두다니?당최 납득이 안 가는 상황에 백아영을 향한 원망이 극에 달했다.띠링!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더니 심보라는 일그러진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시혁 씨, 무슨 일이죠?”“잘 되어 가고 있어?”심보라는 발작 시간을 단축하려고 음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원래는 일주일 정도 지나면 이성준의 마음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 그가 매일 같이 밖으로 돌아다니는 탓에 워낙 비협조적으로 나오다 보니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보름 정도 더 걸렸다.심보라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보름은 더 걸릴 것 같아요.”온시혁이 발끈했다.“왜 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이성준을 곧 처리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지 않았나?”심보라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했다. 하지만 아직 본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성급한지라 안간힘을 써서 화를 꾹꾹 눌러 담았다.온시혁은 한마디 보탰다.“난 이미 준비 완료했어. 이제 너만 남았는데, 혹시라도 실수를 저지른다면...”이건 적나라한 협박이었다.심보라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정량보다 더 넣을 테니까 일주일 뒤에는 꼭 내 말 듣게 할게요.”이성준과 트러블이 생긴 백아영은 그가 요즘 뭘 먹고 사는지 신경조차 안 썼기에 용량을 조금만 더 늘려도 알아채는 사람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다음 날.이성준은 여느 때처럼 선우정현을 보러 무균실에 갔다.사실 말로만 면회지, 선우정현의 치료받으러 가는 셈이었다.선우정현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용량을 늘렸네요.”“죽여버릴까요?”백아영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성준이 그녀의 손을 살포시 붙잡고 나지막이 위로했다.“괜찮아, 사모님이 있잖아. 약을 아무리 많이 추가해도 난 끄떡없을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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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온씨 가문은 비록 세력이 막강했지만 우강에서 데려온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괜스레 남원에서 소동을 벌였다가 경찰에 신고라도 당하면 감옥 갈 일밖에 없지만, 지금은 득실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잠깐만요, 내가 갈게요.”하지연은 10cm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다가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깽판 쳐서라도 경호원을 데려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지연 씨가요?”백아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무려 목숨이 달린 일인데, 농담할 시간 없어요.”이내 그녀를 스쳐 지나가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지연이 대뜸 막아서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혼자가 아니잖아요. 방시운이 내 뒤를 봐주고 있다는 거 잊었어요? 마침 이번 기회에 손을 쓰도록 유도해서 온씨 가문과의 정면충돌을 노려보죠.”백아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지금은 클럽에서 시비 붙는 상황과 전혀 다른 케이스예요. 만약 방시운이 도와주지 않는다면...”“그럴 리가 없어.”이성준이 느긋하게 다가와 확고한 말투로 끼어들었다.백아영은 흠칫 놀랐다. 어디까지나 하지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서 썩 믿음직스럽지 않았지만, 이성준마저 못을 박은 이상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하지연을 죽도록 미워하면서 방시운은 왜 몇 번이고 그녀를 구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백아영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측을 늘어놓았다.“시운 씨는 사실 지연 씨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하, 말도 안 돼요.”하지연이 코웃음 치더니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거든요.”이제 두 사람 사이를 대체 무슨 관계로 정의해야 할지 점점 더 오리무중이 되었다.이성준은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사이코패스의 생각을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마. 단지 방시운이 하지연에게 병적인 소유욕이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돼. 이 세상에서 하지연을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본인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놈이거든.”백아영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 정도로 집착하는 데도 사랑이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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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공장 안.직원들은 벌벌 떨며 숨어 있기 바빴고, 우강에서 온 사람들이 주도권을 꽉 잡은 상황이었다.덩치도 큰데다가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는 두 남자는 공격하는 족족 치명타만 노려서 하지연은 맥을 못 췄다.결국 피하는 게 상책인지라 몸 사리며 사방으로 도망치기 급급했다.하지만 공장을 벗어나지는 못했다.“넌 독 안에 든 쥐야!”남자는 하지연을 막다른 코너로 몰아넣더니 쇠 파이프를 낚아채고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지옥에나 떨어져.”남자는 쇠 파이프를 번쩍 들어 하지연을 향해 휘둘렀다.이 한 방에 죽지는 않아도 심하게 다칠 게 뻔했다.하지연은 바짝 긴장했지만, 이내 환하게 웃었다.“죽는 사람은 내가 아닌걸?”말이 끝나기 무섭게 쇠 파이프를 들고 있던 남자가 발길질에 저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그러고 나서 벽에 쿵 부딪히고 갈비뼈 몇 대가 부러진 듯 피를 쿨럭 토해냈다.이내 하지연의 앞에 방시운이 떡하니 나타났다.등 뒤로는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경비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 공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다.하지만 그의 눈에는 하지연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녀를 노려보는 싸늘한 눈빛은 분노가 이글거렸고, 몸에 난 상처를 찬찬히 쓸어내리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이성준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이 지경이 돼도 괜찮다는 거야?”온몸이 상처투성이인 것도 모자라 목숨까지 잃을 뻔하지 않았는가?하지연은 지친 듯 벽에 털썩 기대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들이키고 나서 느긋하게 대답했다.“우리 딸을 위해서거든?”방시운은 어안이 벙벙했다. 극도의 충격을 받은 탓인지 표정이 점점 더 흉측하게 일그러졌다.“뭐?! 언제 딸까지 생겼어? 젠장! 이게 다 마음만 약한 내 탓이야. 오늘 저녁 당장 선우 일가에 찾아가서 쑥대밭으로 만들어 이성준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죽을래?!”하지연이 즉시 호통쳤다.“선우 일가 사람을 건드리기만 해 봐. 너부터 죽여버릴 테니까.”그녀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이는 방시운도 좀처럼 보기 힘든 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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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하지연의 연약한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방시운은 고개를 돌렸고, 거친 욕설을 퍼붓는 그녀를 마주했다.“당장 부축하지 않고 뭐해? 젠장, 아파서 죽을 것 같다고.”이내 투덜거리다가 그대로 기절했다.“어서 병원으로 출발해!”방시운은 하지연을 안아 들고 빨개진 눈으로 뛰쳐나갔다.팔이 골절된 하지연은 깁스했다.병실에서 방시운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침대 곁을 지켰다. 물론 하지연이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그의 손을 너무 꽉 잡은 탓에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서원이 음식을 가져다주며 말했다.“도련님, 온종일 꼼짝도 못 하셨는데 좀 드세요.”방시운은 하지연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싸늘한 냉기를 내뿜는 모습은 흡사 북극에 있는 빙산을 연상케 했다.그나마 하지연이 멀쩡히 누워 있어 천만다행이지, 아니면 벌써 살인을 저지르고도 남았을 것이다.서원은 한숨을 내쉬며 음식을 옆에 내려놓았다.“도련님, 전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요.”방시운의 차가운 시선이 순식간에 서원을 향했고, 살인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서원은 목을 움츠리고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더니 용기를 쥐어짜 내고 말했다.“지연 씨가 평소에는 퉁명스럽게 대해도 정작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자 자신의 목숨 따위 안중에도 없이 오히려 도련님을 지켜줬잖아요. 그렇다면 지연 씨의 마음속에 도련님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을까요? 게다가...”서원은 방시운의 손을 꼭 잡은 하지연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봐봐요, 의식을 잃은 와중에 도련님을 꽉 붙잡고 놓지 않는 건 그만큼 도련님을 많이 사랑한다는 증거죠.”그를 사랑한다니?방시운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자기 손을 잡은 하지연을 내려다보았다. 매정해 보이는 입술은 한일자로 꾹 닫혀 있었다.그녀의 마음속에 정말 자신이 있는 건가...?커다란 손바닥이 자그마한 손을 더욱 꽉 움켜잡았다.하지연은 무언가를 느낀 듯 낮은 신음을 내뱉으며 눈을 떴고, 시선이 가장 먼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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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용병 부대에 있을 때부터 하지연과 방시운은 하루가 멀다고 하게 싸웠다. 그러나 이성준은 예외인 듯 꽤 친하게 지내면서 찰떡 호흡을 자랑했고, 가끔 사적인 대화도 나눴다.옆에서 부추기는 부대원들이 점점 늘어났고, 둘이 서로 좋아하는 거 아니냐며 얼른 사귀라고 농담까지 던졌다.정작 하지연과 이성준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고, 호형호제하며 지냈다.어느 날 임무 수행에 나선 두 사람은 커플 행세했는데, 임무를 완수하고 나면 해명하기로 했다. 그러나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방시운은 이성준과 등을 돌렸고, 용병 부대도 곧이어 해체됐다.결국 커플 사건도 흐지부지 끝이 났고, 이성준과 하지연의 머릿속에서도 점점 잊혀갔다.그런데 방시운이 지금까지 그 일을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심지어 일부러 백아영 앞에서 언급하다니?이성준의 싸늘한 얼굴에 분노로 가득했다.“제정신이 아닌 데다가 멍청하기까지 하네? 만약 하지연과 사귀고 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을까?”“진작 물어볼 걸 그랬어.”백아영은 죄책감이 밀려와 후회막급했다.그동안 혼자 꽁해서 이성준을 오해했으니 날벼락이 따로 없지 않은가?이성준은 백아영을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가끔 화내는 모습도 보니까 괜찮은데?”백아영은 감동하여 가슴이 뭉클했다.“보상해줄게.”“응? 보상?”이성준의 눈빛은 갑자기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처럼 점점 날카로워졌다.“난 육체적으로 보상해주는 게 더 좋은데?”점점 가까워지는 입술을 보며 백아영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리더니 서둘러 품에서 빠져나왔다.“병원에 들어갈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가볼게. 지연 씨를 보기 전까지는 안심이 안 돼. 물론 사과도 해야 하고.”품이 허전해지자 이성준은 상실감에 한숨을 쉬면서도 걱정스럽게 물었다.“그렇게 보고 싶어?”“당연하지.”“내가 들여보내 줄게.”예전 같았으면 백아영은 신이 나서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을 텐데, 지금은 권력도 힘도 없는 이성준이 대체 무슨 수로 방시운의 코앞에서 그녀를 들여보낸단 말인가?“네 남자 무시해?”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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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지연 씨, 나랑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데 그냥 친구가 될 수는 없나요?”“안 돼요!”하지연은 조금의 망설임도, 협상의 여지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난 남을 챙겨주는 걸 좋아하거든요.”백아영은 어이가 없었다.더는 언쟁을 벌이기 싫은 듯 조심스럽게 병동 밖을 둘러보더니 간호사 유니폼 한 벌을 더 꺼냈다.“이거 갈아입고 같이 나가요.”그러나 하지연이 거부했다.“아직은 너무 일러요. 방시운과 상의할 일도 있고.”평소라면 몰라도 방시운이 병원 전체를 통제하고 있는 와중에 하지연은 거의 감금당한 상태이지 않은가? 그런데 어찌 안심하고 그녀를 혼자 두고 가겠냐는 말이다.“걱정하지 마요. 방시운은 날 절대로 다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아영 씨와 선우 일가로 가는 것보다 병원에 남아 있는 게 더 안전할지 몰라요.”백아영은 입만 벙긋했을 뿐,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결국 한참 동안 눈살을 찌푸리다가 마지못해 결정을 내렸다.“그럼 침을 놓아줄게요. 그나마 상처가 좀 더 빨리 회복될 거예요.”하지연은 순순히 옷을 벗고 그녀가 침을 놓도록 했다.침을 제거하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백아영은 오래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다시 돌아온 방시운과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그러자 하지연이 나중에 직접 침을 제거하겠다면서 백아영에게 먼저 가라고 재촉하며 열쇠를 슬쩍 건넸다.“공장에 선우 일가 사람을 가둬둔 방 키니까 우선 그분들부터 먼저 구해줘요.”백아영은 깜짝 놀라며 별안간 감동이 북받쳐 올랐다. 이렇게 심하게 다친 와중에도 여전히 선우 일가 일을 까먹지 않았다니.“고마워요, 지연 씨.”하지연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엄마라고 불러주면 고마움이 배가 될 것 같은 느낌인데...?”백아영은 할 말을 잃었다.이내 허탈하게 웃더니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연락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고 나서 그제야 자리를 떴다.백아영이 떠난 지 10여 분 후, 얼추 때가 되었겠다는 생각에 하지연은 스스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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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왜라니?하지연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자 방시운은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하지만 불쾌한 티는 내지 못하고 속으로 혼자 삭일 수밖에 없었다.그럴수록 이성준을 향한 원망은 점점 더 커졌다.“헛수고하지 마. 어차피 이성준과 난 누구 하나 죽기 전까지 화해할 일은 없으니까 절대 협력하지 않을 거야.”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하지연의 안색이 사뭇 어두워졌다. 오만 가지 가능성을 다 떠올려 봐도 방시운이 이성준을 이토록 단호하게 물고 늘어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따라서 그녀가 아무리 애를 써도 방시운의 성격으로 백아영과 힘을 합치는 건 가망이 없지 않은가?실망감이 덮쳐오자 짜증이 스멀스멀 났다. 그동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에는 물거품이 되는 신세라니.그렇다면 굳이 여기 남아 있을 필요도 없었다. 이내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방시운의 얼굴이 대뜸 일그러지더니 그녀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가려고? 아직 상처가 회복되지도 않았잖아. 병원에 남아서 치료해!”하지연은 붙잡힌 팔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어차피 더는 설득해도 소용없으니까 포기했어. 나도 알잖아?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걸.”당시 용병 부대에 지원한 사람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지라 하지연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리 병원을 통제했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빠져나갈 방법은 있다.그 누구도 강제로 곁에 붙잡아 두기 힘들었고, 차이점은 단지 얼마큼의 대가를 치르냐에 달렸다.방시운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녀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갔다. 하지만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마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알을 잡은 것처럼 힘을 줄수록 더 빨리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익숙한 무력감이 물밀듯이 밀려왔고, 또다시 그녀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되었다.“이거 놔!”하지연은 반동을 이용해 능숙하게 방시운의 손에서 벗어났다.이내 발걸음을 옮겨 찬바람을 쌩하니 일으키며 눈길도 주지 않고 앞을 스쳐 지나갔다.텅 빈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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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절호의 기회를 굳이 발로 뻥 차버릴 필요가 있는가?“방시운, 후회하지 마.”병실 문을 닫고 잠그기까지 하는 하지연의 모습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이내 팔을 뻗어 하얗고 늘씬한 손가락으로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 헤쳤는데 예쁜 쇄골 라인과 글러머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비록 다쳐서 한쪽 어깨를 붕대로 칭칭 감았지만, 섹시한 이미지에 전혀 타격이 없었다. 심지어 셔츠 아래로 노출되는 부위가 많아질수록 눈을 떼기 힘들었다.설령 방시운이라고 할지언정 저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다.두 눈에 욕망이 일렁거렸지만,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꽉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뭐 하는 거지?”하지연이 마지막 단추를 풀고 방시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눈앞의 광경은 마치 벚꽃이 만개한 봄날처럼 설렘을 금치 못했다.늘씬한 손가락은 방시운의 벨트 버클에 닿았고, 눈썹을 까딱하며 대답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네가 원하는 대로...”딸칵하는 소리와 함께 벨트 버클이 풀리자 매력적인 하지연의 목소리가 감미롭게 울려 퍼졌다.“시중을 들고 있잖아?”방시운은 숨이 턱 막혔다. 그제야 하지연이 ‘시중을 들라’라는 말을 이런 쪽으로 이해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이성준을 도와주려고 자기 몸을 내주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대체 이성준이 얼마나 좋았으면 이 지경까지 한단 말인가!마치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황홀했던 순간은 온데간데없어졌고,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나머지 방시운은 하지연을 단숨에 밀쳤다.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표정은 극도로 혐오스러웠다.“천! 한! 년!”무방비 상태로 밀려나 바닥에 털썩 쓰러지면서 어깨를 부딪친 하지연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져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곧이어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들어 방시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경멸이 담긴 무심한 시선은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날아와 그녀의 심장에 깊숙이 박히는 것 같았다.그렇다면 단지 떠본 건가?자신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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