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연의 연약한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방시운은 고개를 돌렸고, 거친 욕설을 퍼붓는 그녀를 마주했다.“당장 부축하지 않고 뭐해? 젠장, 아파서 죽을 것 같다고.”이내 투덜거리다가 그대로 기절했다.“어서 병원으로 출발해!”방시운은 하지연을 안아 들고 빨개진 눈으로 뛰쳐나갔다.팔이 골절된 하지연은 깁스했다.병실에서 방시운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침대 곁을 지켰다. 물론 하지연이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그의 손을 너무 꽉 잡은 탓에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서원이 음식을 가져다주며 말했다.“도련님, 온종일 꼼짝도 못 하셨는데 좀 드세요.”방시운은 하지연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싸늘한 냉기를 내뿜는 모습은 흡사 북극에 있는 빙산을 연상케 했다.그나마 하지연이 멀쩡히 누워 있어 천만다행이지, 아니면 벌써 살인을 저지르고도 남았을 것이다.서원은 한숨을 내쉬며 음식을 옆에 내려놓았다.“도련님, 전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요.”방시운의 차가운 시선이 순식간에 서원을 향했고, 살인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서원은 목을 움츠리고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더니 용기를 쥐어짜 내고 말했다.“지연 씨가 평소에는 퉁명스럽게 대해도 정작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자 자신의 목숨 따위 안중에도 없이 오히려 도련님을 지켜줬잖아요. 그렇다면 지연 씨의 마음속에 도련님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을까요? 게다가...”서원은 방시운의 손을 꼭 잡은 하지연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봐봐요, 의식을 잃은 와중에 도련님을 꽉 붙잡고 놓지 않는 건 그만큼 도련님을 많이 사랑한다는 증거죠.”그를 사랑한다니?방시운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자기 손을 잡은 하지연을 내려다보았다. 매정해 보이는 입술은 한일자로 꾹 닫혀 있었다.그녀의 마음속에 정말 자신이 있는 건가...?커다란 손바닥이 자그마한 손을 더욱 꽉 움켜잡았다.하지연은 무언가를 느낀 듯 낮은 신음을 내뱉으며 눈을 떴고, 시선이 가장 먼저
Last Updated : 2024-02-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