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761 - 챕터 770

916 챕터

제761화

백아영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서둘러 뛰어가 그를 부축했다.“밖에는 왜 나왔어? 얼른 누워있어.”이성준이 다정하게 말했다.“아영아, 방시운 찾아가 봐.”“제정신이에요? 어떻게 그런 미친놈을 찾아가라고 할 수 있죠?”성무열이 버럭 외쳤다.“아영아, 그냥 무시해. 절대로 가지 마.”백아영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방시운이 누군데?”성무열이 대답했다.“나도 잘은 모르지만, 워낙 소문을 많이 들어서...”방시운은 방씨 일가 사생아로서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다. 반면, 바람둥이 아버지는 어차피 자식이 한두 명이 아닌지라 그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다. 결국 어렸을 때부터 형제들의 괴롭힘은 물론 심지어 도우미의 학대도 당할 지경이었다.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구타와 욕설은 어린 시절 방시운의 일상에 빠져서는 안 되었다.물론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가는 것도 늘 있는 일이었다.학대를 견디지 못해 목숨을 잃은 방씨 일가 사생아는 결코 적지 않았고, 방시운도 그 중 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강한 생존 욕구를 지닌 그는 매번 병원에서 다시 살아서 돌아왔다.그리고 어둠의 세계에서 자란 탓에 성격도 점점 극단적이며 악랄하게 변해갔다. 12살이 되는 해에 그는 불을 지펴 방씨 일가 사람을 모조리 태워 죽였다.당시 모든 창문과 대문은 철판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했다.잔혹한 살인 사건을 저지른 바람에 순순히 자백했지만, 미성년자라는 점과 방씨 일가가 온갖 악행을 일삼아 왔다는 점을 감안하여 20년 유기 징역을 선고받았다.그러나 12살의 악마는 설령 감옥에 있다 나왔다고 한들 여전히 악마였다.감형받고 출옥하자마자 곧바로 해외로 가서 용병이 된 방시운은 잔인한 수단과 무수한 살인을 저지르며 악명을 떨쳤고, 나날이 승승장구했다.하지만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 듯 사업까지 확장하여 무자비하고 거침없는 스타일로 비즈니스 탄탄대로를 걷게 되었다. 곧이어 유럽 전체를 꽉 잡아 막강한 상업 제국을 수립했다.이런 사람은 어디를 가든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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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온시혁이 선우 일가를 억압하는 바람에 엄청난 빚을 떠안아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는 소식을 저도 전해 들었어요. 선우 일가에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거액의 생활비는 물론 사모님의 천문학적인 약값도 감당해야 할 텐데...”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아영 씨, 이대로 가다가 망하는 거 아니에요? 무슨 계획이라도 있어요?”백아영이 무심하게 대답했다.“아니요, 하루하루 버티는 거죠.”심보라가 한마디 보탰다.“그러면 안 되죠.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마냥 손 놓고 있으면 언젠간 바닥나기 마련이에요.”백아영이 되물었다.“그렇다면 보라 씨가 좀 지원해 줄래요?”심보라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더니 말문이 턱 막혔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백아영이 고개를 돌리자 입구에 서 있는 온유성을 발견했다.그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안 좋았던 기억이 다시 스쳐 지나가 괜스레 적대감이 들어 미소도 서서히 굳어갔다.온유성도 백아영이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그동안 선우정현의 병문안을 갈 때마다 일부러 자리를 피해줬다.그는 뻘쭘한 표정으로 조심조심 입을 열었다.“아영아, 전화했더니 안 받아서 직접 알려주려고 찾아왔어. 네 엄마가 깨어났거든.”선우정현이 깨어났다니?백아영은 벌떡 일어나 한껏 격앙된 모습으로 뛰어나갔다.점점 멀어져가는 백아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심보라는 반짝이는 눈동자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침내 이성준과 단둘이 있을 기회를 얻게 되다니!이 틈을 타서 이성준에게 최면술을 이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바뀌게 해야만 했다.“성준아, 밖에 나갔다 왔더니 힘들지? 얼른 누워서 쉬고 있어. 최면 걸어줄 테니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구에서 발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내 선우경진이 걸어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걸어가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난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해요.”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던 기대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화가 나서 그를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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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온씨 가문에서 선우정현은 온유성의 연기에 가담해 20년 전에 이미 배신당했다고 거짓말했다.“알고 있어요.”백아영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온유성이 저지른 모든 일이 선우정현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선우정현은 눈물이 그렁그렁했다.“하지만 네 아이까지 희생할 줄은 몰랐어.”“엄마!”백아영이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이미 온씨 가문에 갇힌 상황에서 무엇을 하든 똑같은 결과를 초래했을 거예요. 물론 엄마 탓도 아니고, 아버지를 원망한 적도 없어요.”백아영은 착잡한 얼굴로 구석에 뻘쭘하게 서 있는 온유성을 힐긋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단지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에요. 엄마가 다시 깨어나서 정말 기뻐요. 하지만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한동안 자리를 비워야 해요. 그동안 병문안 오기도 힘드니까 몸조심하고, 제가 올 때까지 기다려요.”선우정현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누구 만나러 가는데?”“방시운.”선우정현은 20년 넘게 갇혀 있으면서 요즘 시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몰랐기에 백아영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하지만 이름을 듣자마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방시운? 귀에 익은데?”그러나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곰곰이 생각해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백아영이 서둘러 말했다.“됐어요, 이름이 똑같아서 익숙한 느낌이 들었을지도 몰라요. 아마도 다른 사람일 거예요. 제가 만나러 가는 방시운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방시운은 제 친구거든요.”백아영은 선우정현을 재우고 나서 방을 나섰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눈을 뜬 선우정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온유성을 바라보았다.“여보, 내가 감금당했을 때 비몽사몽 한 와중에 방시운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것 같아. 혹시 온씨 가문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그녀는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아영이가 그 사람을 만나러 가면 위험할지도 몰라.”온유성이 눈살을 찌푸렸다.“우선 진정해. 당장 가서 알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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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그녀를 본 백아영은 감탄하면서도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사람이 왜 클럽 같은 곳에 나타났단 말이지?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그녀의 고귀한 품격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하지연! 하지연! 하지연!”사람들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함성을 지르며 스테이지를 에워싸고 포효했다. 하늘에서는 지폐가 쏟아져 내렸고 흡사 최고조에 접어든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후끈한 열기 속에서 백아영은 2층 불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싸늘한 시선이 느껴졌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착각인가 싶었다.“아영 씨, 알아냈어요. 방시운은 2층에 있대요.”백아영은 무대에서 시선을 떼고 손에 든 계약서를 움켜쥐었다.“가시죠.”하지만 방시운을 만나기도 전에 1층 계단 입구에서 험상궂은 인상의 경호원에게 제지당했다.“도련님께서 손님은 안 받습니다.”백아영은 서둘러 명함을 건네주었다.“남원 선우 일가에서 온 백아영이라고 해요. 중요한 사업건 때문에 방시운 씨를 찾아뵈려고 하는데 이 명함을 보여주면 무조건 절 만나겠다고 하실 거예요.”경호원은 반신반의하며 마지못해 명함을 들고 올라갔다.반면, 백아영은 1층에서 기다렸다.이 명함은 위정이 준비해준 것이다. 그동안 이성준과 방시운의 만남에서 항상 사용했던 명함인지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서로 아는 증표 같은 물건이다. 따라서 방시운에게 전달되는 이상 100% 만날 수 있을 거로 확신했다.경호원이 다시 내려오기 전까지 백아영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이따가 할 말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이번 거래의 성공 여부는 선우 일가와 이씨 가문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에 반드시 성사해야만 했다.그러나 다시 내려온 경호원의 입에서 예상외의 대답이 들려왔다.“도련님께서 안 보신답니다.”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 위정은 무조건이라고 하지 않았는가?경호원이 한마디 보탰다.“오늘 기분이 안 좋으셔서 누구든 똑같을 거예요.”‘그렇군.’어차피 도움을 청하는 입장이라 그녀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내일 다시 찾아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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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아영 씨, 방시운을 못 만나면 어떡해요?”선우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백아영은 골치가 아팠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할 텐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이야.이내 잠깐 고민하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래도 도전은 해봐야지 않겠어요?”30분 뒤.백스테이지 탈의실, 선우철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백아영을 힐끔거리더니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결국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아영 씨, 정말 이렇게 입고 올라갈 거예요? 성준 씨가 알면 난리 날지도 몰라요.”백아영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된 클럽 직원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교복에 가까운 디자인은 노출이 심한 부분이 은근히 많아서 꽤 자극적이다. 신체 부위 중 어느 하나 가리지 않고 훤히 드러났는데, 치마는 허벅지를 간신히 덮을 지경이다.게다가 청순한 외모와 반전되는 의상을 입으니 갓 졸업한 대학생처럼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인데 보기만 해도 흥분 지수를 끌어올렸다.자칫 결례라도 범할까 봐 선우철은 흔들리는 동공으로 시선을 피하며 눈 둘 곳을 몰랐다.하지만 클럽 안에 드나드는 개나 소나 쳐다볼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정신이 아찔했다.백아영은 어색하게 치맛자락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이게 대체 어딜 봐서 건전한 클럽인지 어이가 없었다.이내 선우철에게 신신당부했다.“이성준한테 비밀로 해줘요.”아니면 침대에서 골골대는 이성준이 충격을 받은 나머지 벌떡 일어나 하남까지 찾아올지도 모른다.백아영은 술 서빙 웨이터 대신 고급 양주를 쟁반에 받치고 마침내 2층으로 발을 들였다.2층에는 vip 룸이 여러 개 있는데 방시운이 통으로 빌린 듯싶었다. 룸 안은 하나같이 고요했고 인기척이란 찾아보기 힘들었다.한편, 가장 안쪽에 있는 룸만 불이 켜져 있었다.백아영은 양주를 들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녀의 상상 속 여자들이 떼를 지어 방탕하게 즐기는 화끈한 광경과 정반대로 은은한 파란색 무드등만 켜져 있는 내부는 어두컴컴해서 시야 확보가 어려울 지경이다.룸 안에도 방시운 혼자만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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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심리적 변태라는 말은 어쩌면 과소평가일지도 모른다.이런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기에 백아영은 그를 직접 만났어도 감히 협상의 목적을 밝히지 못했고 자리에 서서 머뭇거렸다.일반적인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정신이 돌아버려서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망설이는 동안 방시운은 갑자기 술잔을 유리창에 내던지며 깨뜨렸다.그는 온몸으로 분노와 살기를 내뿜고 있었고 그윽하던 눈동자는 빨간 실핏줄로 뒤덮여있어 극도로 무서운 모습이었다.백아영은 겁에 질린 채로 뒷걸음질 쳤다.이제야 극강의 외모를 가진 방시운을 사람들이 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지 깨달았다. 그의 광기에 비하면 외모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백아영은 협상할 생각을 단념하고 떠나기로 결정했다.“잠깐!”방시운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 자리에 굳은 채로 고개를 돌린 백아영은 살의를 표하는 그의 눈동자와 마주치고선 겁에 질렸다.‘설마 화풀이할 곳이 없어서 날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 미친 건가?’백아영은 잔뜩 긴장하며 손가락 사이로 은침을 움켜쥐었다.다행히 방시운은 곧장 문밖의 경호원에게 명령했다.“하지연 올라오라고 해. 지금 당장!”아래층에 있던 하지연은 춤과 물아일체가 되었다. 타이밍 좋게 하이라이트에 맞춰 긴 치마가 허벅지 바깥쪽으로 찢어졌고 곧이어 그녀의 늘씬하고 새하얀 다리가 드러났다.이에 남자들도 흥분했다.모두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분위기가 고조되는 순간, 갑자기 경호원들이 무대로 달려들어 춤추고 있는 하지연을 강제로 잡아갔다.남자들은 불만스러운 듯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방시운의 명령인 걸 알고서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하지연은 룸에 도착하기도 전에 욕설을 퍼부었다.“그 더러운 손 좀 치우지? 다시 한번 내 몸에 손대면 죽여버릴 거야.”아름다운 외모와 고상한 분위기는 그녀의 거친 목소리와는 정반대였다.하지연이 확실하다.백아영은 그녀에게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을 직감하고 구석에 웅크리고 숨어있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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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방시운은 경멸적으로 비웃었다.“꼭 무능한 것들이 이렇게 나댄다니까.”하지연의 예쁜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고 옆에서 듣고 있던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덜덜 떨렸다.“지연아, 사람은 자기 주제를 아는 게 제일 중요해. 너 같은 여자는 천박한 남자들을 현혹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우아함을 얻지는 못할 거야.”말을 이어가는 동안 그녀의 노출된 허벅지를 경멸의 시선으로 쓸어내렸다.“몸으로 사람을 꼬시려는 너 같은 여자가 제일 저질스러워.”백아영은 불편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연은 명문가 출신인 게 티가 났고 996클럽에 와서 춤을 추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런 굴욕적인 말들을 수없이 들어서 무감각해졌는지 하지연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방시운은 이것만으로는 모자라 힘껏 백아영을 안으며 그의 품으로 끌어당겼다.“봤어? 노출 많은 저질스러운 유니폼을 입어도 청순함을 감출 수가 없잖아. 이 여자가 꽃이라면 넌 주제도 모르고 그 옆에서 발악하는 잡초 같은 존재라고 해야 하나?”차가운 손가락이 백아영의 턱을 감쌌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방시운과 눈이 마주쳤다. 요염한 눈매는 매우 아름다웠지만 그 속에 감춰진 싸늘함에 등골이 오싹해졌다.“남자들은 이런 여자를 좋아한다고.”백아영은 그의 고백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더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었다.역시나 소문대로 방시운은 어딘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하지연은 분노로 인해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순식간에 다시 태연한 모습으로 돌아왔다.“할 말 다했어?”그녀는 비꼬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좋은 시간 보내.”또각또각.그녀는 쿨하게 몸을 돌렸고 하이힐 소리는 점점 멀어졌다.그리고 하지연이 떠나자마자 방시운은 혐오감을 드러내며 끌어안았던 백아영을 밀어내더니 곧바로 물티슈를 꺼내 손을 닦았다.더러운 걸 만진 듯한 그의 행동에 백아영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초인간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미친놈과 상대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시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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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백아영은 의아해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방금 방시운이 일부러 백아영을 이용하여 하지연을 모욕했고 당시 그녀는 감정변화를 겪은 듯 표정이 어두워졌었다.하여 백아영을 원망하거나 미워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이곳에서 기다리며 좋은 말로 설득하고 있을 줄이야.그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백아영은 재빨리 해명했다.“지연 씨가 떠나자마자 절 밀어냈어요. 다 일부러 자극하기 위해 하는 말이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하지연은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빨았고, 내뿜은 연기는 백아영의 앞에서 번졌다.연기에 가려져 조금 흐릿하고 몽환적인 그녀의 얼굴에서는 오만함에 가려진 슬픔과 우울함이 엿보였다.그러나 자세히 살펴보기도 전에 연기는 사라졌고, 그녀는 다시 도도하고 싸늘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치 방금 전의 화면은 연기에 일그러진 착각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얼른 가요.”하지연은 무덤덤하게 말 한마디를 하고선 아래층으로 걸어갔다.방시운을 한번 마주친 후로 영혼마저 두려움과 적대심을 느껴 다시는 그를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못가요.”백아영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지켜야 할 가족이랑 애인이 있거든요. 무조건 방시운 씨랑 손을 잡을 거예요. 설사 그게 하늘의 별 따기일지라도, 그 과정이 험난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하지연은 멈칫하더니 계속 걸어 내려가며 싸늘하게 말 한마디를 남겼다.“마음대로 해요.”호텔로 돌아온 백아영은 피곤한 듯 침대에 누워 이성준과 통화했다.“방시운 씨가 왜 하남에 자주 오는지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아.”“무슨 이유?”“996클럽에 하지연이라는 여자가 있는데 방시운 씨와 뭔가 원한이 있는 것처럼 보였어.”이성준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서로에게 원한이 있는 건 사실이야.”백아영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알고 있어? 무슨 원한인데?”돌아오는 길에 사람을 시켜 방시운과 하지연 사이를 조사하게 했지만, 방시운이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친 사람이라는 것 외에 하지연과의 그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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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이성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아무것도 안 했어.”이성준은 절대 방시운에게 해를 끼치거나 배신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갑작스러운 그의 태세 전환에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백아영은 곰곰이 생각했다.“그때 방시운이 미치게 된 원인을 찾아낸다면 두 사람은 어쩌면 화해할 수도 있어.”이성준은 헛웃음이 나왔다.“이미 죽을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비록 그 당시에는 형제애가 있었지만, 수년 동안 미친개처럼 서로 물고 뜯으며 싸우다 보니 감정은 닳은 지 오래였고 이성준은 그를 극도로 혐오했다.이성준이나 방시운이나 두 사람 모두 까칠하고 자존심 강한 남자이기에 화해를 시키는 건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백아영은 한숨을 내쉬었다.“방시운 씨와 하지연 씨는 오랫동안 알던 사이였고 결혼도 했었는데 왜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는 거지?”아무리 안 좋은 상황이라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친구였고 결혼을 원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상의해서 파혼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그러나 백아영의 추측과는 정반대로 용병 부대에 있을 때부터 두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만날 때마다 물불 가리지 않고 다투거나 싸우기 일쑤였다.죽일 듯이 싸우던 두 사람은 오히려 결혼할 때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방시운은 그녀가 시집오면 매일 방안에 가두어 고문하며 용병 부대에서 겪었던 수모들을 되갚아 주리라 다짐했고 하지연도 이에 질세라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누가 이기는지 한번 지켜보자는 기세였다.그렇게 결혼 후 서로를 죽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두 사람은 결혼식 전날 문제가 발생했다.하지연이 갑자기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번복했다.하씨 가문의 강요와 협박이 이어졌지만, 그녀는 아가씨 신분마저 버리고 도망쳤다.결혼식 당일 신부가 도망치는 바람에 체면이 구겨진 방시운은 하지연을 잡으면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며 큰소리쳤다.“어쩐지 오늘 방시운 씨가 엄청 모욕적인 말들을 내뱉는다 했어.”알고 보니 방시운은 하지연 때문에 체면을 잃었던 기억이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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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단지 수면을 돕는 의사이자 외부인에 불과하니 그 어떤 사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를 날렸다.아무리 자연스러운 척해도 이성준은 용납할 수 없었다.끝없는 서러움이 마음속에서 끓어올랐지만, 심보라는 젓가락을 꽉 쥐고 이를 악물며 감정을 추슬렀다.그녀는 온화하고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싫어하면 다음부터는 안 물어볼게. 일단 밥부터 먹어.”심보라는 곧바로 이성준에게 젓가락을 건네주었지만, 그녀의 눈빛에서는 섬뜩함이 번쩍였다.이성준이 그녀에 대한 적대심을 내려놓고 저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게 하기 위해서는 단향과 최면에 손을 써야 하는데 선우경진이 지키고 있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하는 처지가 됐다.백아영이 떠난 지금이 그녀에게는 절호의 기회다.단향과 최면으로 이성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니 타깃을 돌려 음식에 손을 썼다. 이성준이 먹고 있는 음식들 전부 심보라가 정성껏 손수 준비한 것이기에 일정 기간 먹으면서 단향과 최면의 상호작용까지 더해지면 효과는 극에 달한다.곧 이성준은 그녀의 남자가 된다. 몸과 마음 전부.이성준이 막 젓가락을 들려던 그때 선우정현이 온유성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왔다.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돌아온 선우정현은 며칠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이제는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몸이 많이 허약하여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 정도였다.이성준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재빨리 몸을 뒤척이며 침대에서 내려왔다.“사모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선우정현의 야윈 얼굴에는 인자가 미소가 가득했고 애정이 어린 눈길로 이성준을 바라봤다.“우리 사위 보러 왔어요.”이성준은 사위라는 말에 깜짝 놀랐지만 낯설면서도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그는 앞으로 다가가 선우정현을 조심스럽게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사모님, 제가 찾아뵈러 갔어야 하는데...”“아파서 몸이 불편하잖아요. 마침 너무 오래 누워있어서 움직이고 싶었어요.”선우정현은 자애로운 눈매로 그를 바라보더니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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