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751 - Chapter 760

916 Chapters

제751화

조향사가 급히 뛰어와 한참 동안 향을 자세히 연구한 끝에 단호하게 말했다.“잘못 만든 게 아니에요. 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만약 정상이라면 이성준이 왜 통제 불능이 되겠어요?”백아영은 초조한 듯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지금 능력이 부족해서 괜히 거짓말이나 하는 건 아니겠죠?”그녀의 청순하고 귀여운 겉모습과 달리 화가 나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무서워서 조향사는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다.이내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고 맹세했다.“포뮬러 시트에 따라 제작한 향이라 절대로 문제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굳이 따지자면 성준 씨 본인 탓이겠죠. 참...”조향사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싶었다.“비록 이 포뮬러 시트대로 만든 향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력을 집중시킬 수 있지만, 동일 효능을 가진 향 중에서도 특히 이러한 최상급에 속하는 제품은 워낙 종류가 다양하고 차이가 미세한지라 서로 다른 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죠. 또한, 그에 상응한 증세도 천차만별이에요. 성준 씨는 이미 향독에 중독되었기에 증상을 완화하는 향이 아니라면 병세가 악화할지도 몰라요.”백아영은 휘청거리며 소파에 주저앉았고, 안색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변했다.“온씨 가문에서 일부러 다른 포뮬러 시트를 줬단 말인가?”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방금 일어난 일과 강제로 기절 당하고도 눈살을 찌푸린 채 혼수상태에서 발버둥 치는 이성준을 보자 차마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위정은 자책하는 표정으로 말했다.“비밀키를 교환할 때 사장님께서 이 가능성을 진작에 예측했는데, 워낙 긴급한 상황이라서 진위를 확인할 시간이 미처 없었어요.”왜냐하면 당시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백아영 때문에 진위를 확인하게 되면 시간을 지체하기 마련이므로 그녀가 위험에 빠질 게 뻔했다.그는 자신의 안위가 아닌 백아영을 선택했다.비록 속으로 뒤통수 맞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자기 목숨까지 내건 셈이었다.백아영은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온씨 가문을 떠나면 고통뿐인 마굴을 벗어난 줄 알았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6
Read more

제752화

나머지는 어차피 그녀에게 달려 있다.목표가 생기자 백아영은 열심히 조향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그녀가 타격을 입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아영 씨, 정말 미안한데 거짓말하는 건 더 아니라서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조향 면에서는 영 재능이 없네요. 성준 씨를 구하는 향을 연구하기는커녕 최고의 조향사 레벨에 도달하는 것조차 이번 생에는 그른 듯싶어요. 일반적인 향은 노력만 하면 만들어낼 수 있지만, 최고급 향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 않은 한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조향사의 말에 백아영은 모든 희망이 처참히 무너졌다.그녀는 차가운 벽에 몸을 기댄 채 눈앞이 캄캄해졌다.쿵!이때, 쇠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눈을 뜬 이성준이 또다시 버둥거렸다.몸부림치는 동작이 점점 격해지자 방금 치료를 끝낸 손목에서 상처가 찢어진 듯 피가 배어 나왔다.“성준아...”백아영은 그의 곁으로 다가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나 이제 어떡해야 하지?”하지만 돌아온 거라고는 이성준의 포악하고 광기 어린 시선뿐이었다.사실 고난과 시련은 거뜬히 이겨낼 수 있지만, 이러다 희망도 방향도 잃을까 봐 너무 두려웠다.이성준을 구해주기 위해 그녀는 모든 걸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아영 씨.”조향사 이예지가 다시 돌아와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을 이어갔다.“성준 씨는 결코 평범한 케이스가 아니라서 일반인은 성준 씨를 치료할 만한 향을 만들기 어려울 거예요. 어쨌거나 정신적으로 비정상인 상황이라... 하지만 그 사람이라면 가능할지 모르겠네요.”“누구요?”“심보라 상담사님이요. 비록 심리상담사로 유명하지만, 조향 면에서도 일가견이 있어서 최고의 조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치료할 때 항상 단향과 함께 심리 상담을 진행해 왔는데 효과가 좋다고 소문이 자자해요.”백아영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성준과 한태윤이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심보라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이성준이 실연의 아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6
Read more

제753화

심보라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백아영을 노려봤다.하지만 결국에는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워낙 심각한 상황이라서 일단 시도는 해볼게요.”곧이어 이성준의 증상에 따라 조향실에 가서 단향을 조제했다. 모든 제작 과정은 감시하에 진행되었고, CCTV 모니터 앞에 3명의 최상위 조향사가 지켜보고 있었다.“향을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요. 괜히 심 선생님, 심 선생님 하는 게 아닌가 봐요. 역시 대단하십니다.”백아영은 심보라의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딱히 관심이 없고 오로지 결과만 바랐다.“소용이 있을까요?”조향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비록 조제 방법은 훌륭하지만 효과는... 글쎄요.”백아영이 다시 물었다.“혹시 성준의 상태를 더 악화하게 하는 건 아니겠죠?”조향사가 대답했다.“그렇진 않아요.”백아영은 그제야 안도하며 심보라에게 향을 피우라고 했다.하얀 연기가 피어오르자 심보라는 침대 옆에 앉아 무언가를 계속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비록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마치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청량하고 잔잔해서 저도 모르게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이 이완되면서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심보라를 경계하듯 바라보던 백아영마저 긴장을 풀고 소파에 몸을 기댔다.그리고 혼수상태인데도 악몽에 시달린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린 이성준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이내 호흡도 차츰 규칙적으로 변했다.백아영은 감격스러운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이게 대체 며칠만인가! 깨어있든 꿈속이든 항상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날뛰던 이성준인데, 이처럼 편안하게 잠을 자는 모습은 최근 들어서 처음이었다.심보라의 향이 정말 효과가 있다니!비록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말했다.“보라 씨, 고마워요.”심보라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성준을 도울 수 있어서 저도 기뻐요.”백아영이 말했다.“고생했어요. 손님방은 이미 마련했으니 가서 좀 쉬어요.”심보라는 고개를 저었다.“성준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6
Read more

제754화

백아영은 소파 옆에 서서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바라보더니 서럽게 흐느꼈다.이성을 잃고 날뛰는 모습만 며칠 동안 지켜보다가 이제 정신을 차린 이성준을 다시 마주하자 마치 딴 세상에 온 듯싶었다.그동안의 설움과 슬픔이 물밀듯이 밀려왔고, 목이 메는 느낌에 숨쉬기 힘들 지경이었다.“아영아, 울지마.”이성준이 벌떡 일어나 다가가려는 순간, 백아영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그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가만히 있어.”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성준은 그녀를 품에 덥석 끌어안았다.남자의 익숙한 향기가 오감을 자극해 온몸에 스며들자 위태위태하던 백아영의 마음도 비로소 안식처를 찾은 것 같았다.“미안, 그동안 걱정 많이 했지?”이성준이 미쳐 날뛰었을 때 사실 아직 이성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워낙 얄팍한 수준이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충 짐작만 했을 뿐,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었다.그는 여태껏 백아영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지 고스란히 느꼈다.물론 정신을 차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반항하면 할수록 이성은 끝없는 심연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갔다.그의 말 한마디에 백아영은 그동안 참아왔던 설움이 폭발하면서 눈물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한참을 울다가 힘겹게 목소리를 쥐어짜 내며 말했다.“성준아, 너한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게.”심보라 역시 옆에 앉아 있었지만, 마치 스크린 밖에서 구경하는 아무 상관 없는 방관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이성준의 눈에 들지도 못했다.이내 질투심이 거센 불길처럼 활활 타올랐다.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꼭 끌어안은 두 사람을 바라보자 속으로 사악한 욕망이 마구 날뛰었다.‘백아영, 지금은 행복해 죽겠지? 넌 언젠간 이성준의 눈 밖에 날 거야. 왜냐하면 성준은 내 남자니까!’오랫동안 통제 불능의 상태로 지낸 이성준은 아직 완벽히 회복된 게 아니라 정신을 차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잠이 들었다.심보라는 방 안에서 향을 피우고 이따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6
Read more

제755화

“취조실에 끌고 가서 확인해볼게.”선우경진이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으며 심보라를 붙잡으러 가려고 하자 백아영이 서둘러 막아섰다.“성준은 아직 보라 씨가 필요해요. 우선은 건드리지 마요.”선우경진은 눈살을 찌푸렸다.“만약 진짜 심보라가 벌인 짓이라면 이번에 치료해주러 온 게 절대로 호의는 아닐 거야.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텐데, 이성준의 상태가 더욱 악화할까 봐 걱정되네.”물론 백아영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 이성준이 깨어났다고 한들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보라 씨랑 여러 번 접촉해봤는데 겉과 속이 다르고 야망도 꽤 크더라고요. 단순히 무력을 행사해서 고문하는 방법으로는 쉽사리 입을 열지 않을 거예요. 만약 끝까지 모른 척 버틴다면 우리도 딱히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 지금은 괜스레 들쑤시기보다 치료법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이죠.”백아영은 잠깐 고민하더니 결정을 내렸다.“실력 있고 믿을 만한 최면술사 몇 분 모셔 와서 몰래 심보라의 최면술을 익히라고 해요.”최면을 배운 적도, 더욱이 재능도 없는지라 그녀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귀를 쫑긋 기울였지만, 심보라가 대체 이성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알아듣지 못할 정도였다.따라서 몰래 배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비록 그녀에게 하늘의 별 따기일지라도 전문가라면 가능할지 모른다.선우경진과 대화를 마친 후 백아영은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눈앞의 광경을 목격하는 순간 안색이 대뜸 어두워졌다.심보라는 이성준에게 물을 가져다주더니 자연스럽게 침대맡에 앉았다.“성준아, 두피 마사지해줄게. 그러면 좀 괜찮아질 거야.”섬섬옥수가 이성준의 머리에 살포시 닿았다.이성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거절하기도 전에 고개를 드는 순간 문 앞에 서 있는 백아영을 발견했다.심보라는 즉시 입을 열었다.“아영 씨, 성준이 머리 좀 식히라고 마사지하려던 참이었어요. 설마 이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쓰는 건 아니겠죠?”마사지를 해준다는 사람이 거의 몸에 딱 붙어있다시피 하다니?심지어 백아영이 마사지해 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7
Read more

제756화

“성준 씨와 인연이 있으니까 이씨 가문 본가를 낙찰받아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켜주려는 게 아닐까요?”“이제 재산도 다 잃어서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강아지보다 못한 신세이지 않아요? 이씨 가문 본가를 손에 넣는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성준도 더는 남원을 쥐락펴락하지 못하는데, 별거 없잖아요.”“이성준이 글쎄 온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온씨 가문에게 강제로 자산을 빼앗긴 거래요. 그건 온씨 가문이 이성준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는 뜻이지 않겠어요? 이성준도 결국 같잖은 존재에 불과하죠.”“그러니까, 맞아요!”잘 나갈 때는 아부하기 급급하더니 별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헐뜯기 바쁜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백아영은 속으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당장이라도 나불대는 주둥아리를 찢어버리고 싶었다.“아영 씨, 진정하세요. 오늘의 임무는 본가를 낙찰받는 거라고요.”선우철이 낮은 목소리로 귀띔했다.백아영은 분을 삭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이내 싸늘한 얼굴로 안내 데스크로 다가가 번호표를 뽑았다.“경매 번호 부탁드립니다.”“어머? 이게 누구야? 백아영?”새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고급 이브닝드레스 차림의 백채영이 하이힐을 신고 득의양양한 얼굴로 다가왔다.그녀는 건방지게 웃으며 말했다.“여기서 날 마주칠 줄은 몰랐지? 드디어 나한테도 전세 역전이 되는 순간이 오는 건가? 백아영, 성준 씨 권세를 믿고 날 쫓아낸 게 엊그제 같더니 이제는 돌고 돌아 똑같이 당하게 생겼네? 돈도 권력도 다 잃은 이상 이성준은 이제 끝장이야. 더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너도 성준 씨를 등에 업고 위세 부릴 생각하지 마.”백채영은 보기만 해도 짜증을 유발하는 사람이다. 지금 이 순간 마주치게 되자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그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결국은 너한테 져서 성준 씨의 옆자리를 꿰차지 못했으나 지금은...”백채영은 득의양양하게 웃으면서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말했다.“성준 씨 아내가 되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7
Read more

제757화

“남원은 널 가둬두는 더 큰 새장에 불과할 뿐이야. 따라서 네 목숨 따위 앗아가는 건 나한테 일도 아니지.”온시혁이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이씨 가문 본가는 나한테 고작 애피타이저야.”“자! 이제 경매를 시작할게요.”온시혁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고, 말투에는 조롱과 비아냥거림이 담겨 있었다.“입찰가는 200원부터!”200원이라니?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내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떡 벌리고 혹시라도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이씨 가문 본가가 지닌 명예와 유구한 역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위치와 면적만 따져 보더라도 수천억의 가치는 훌쩍 넘었다.그런데 200원을 언급했다는 자체는 누가 봐도 헐값에 팔아넘겨 이성준의 체면을 깎아내리겠다는 심보였다.이보다 더한 굴욕이 어디 있겠는가?백아영은 주먹을 꽉 쥐고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온시혁, 적당히 해!”“벌써 화내면 안 되지. 이제 시작인데?”온시혁은 빈정거리는 표정으로 백아영을 쳐다보았다.“이성준은 어차피 패배자라서 이제 빈털터리 신세야. 망신 주든 말든 결국 내 마음이지 않겠어? 그런 남자 옆에 있어 봤자 차려지는 것도 없고, 너만 고생할 게 뻔해. 만약 네가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면 내 아내가 되도록 허락해줄게, 즉 온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는 거야, 어때?”당시만 해도 아이를 낳기 위한 도구로만 취급하더니 지금은 온씨 가문 사모님을 운운하다니? 상상을 초월하는 은혜를 베풀어줘서 무릎 꿇고 감사라도 해야 하는 건가?백아영이 피식 비웃었다.“온시혁,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우쭐거리는 거야? 지금 네가 누리고 있는 모든 건 한때 성준의 소유였어. 성준은 사업의 귀재야, 언젠간 재기해서 다시 빼앗아 올 테니까 두고 봐. 하지만 넌 고작 사람이나 죽이는 멍청한 남자에 불과할 뿐, 앞으로도 마찬가지야. 살육밖에 모르는 무능한 자식, 개만도 못한 놈!”온시혁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내 주먹을 꽉 쥐자 힘줄이 불끈 솟아올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7
Read more

제758화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했고, 무시무시한 기세에 눌려 찍소리도 못했다.안 그래도 남원에서 이성준과 대적할 만한 세력이 없는지라 이제 이성준의 권세는 물론 기존에 우강에서 온씨 가문의 입지까지 더해 아무도 감히 토를 달 수가 없었다.어쨌거나 반항하게 되면 중병을 앓고 있는 가족뿐만 아니라 가문 전체가 멸족당할 위기에 직면했다.백아영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온시혁! 무려 목숨과 직결된 일인데 아무리 날 상대한다고 해도 무고한 사람을 끌어들이면 되겠어?”“목숨 따위 뭐 그리 대단하다고?”온시혁은 단검을 살랑살랑 흔들며 아무렇지 않게 무자비한 말을 내뱉었다.“이 칼로 앗아간 목숨이 어디 한둘뿐이겠어? 우리 착한 아영이, 정녕 무고한 사람 때문에 걱정된다면 내 아이를 낳아줘. 그럼 살려줄 테니까, 어때?”백아영의 동공이 문득 커졌다.이내 자신을 향한 시선을 발견했는데 하나같이 눈빛으로 애원하는 듯싶었다.혹여나 거절이라도 한다면 그녀의 매정함과 무자비함에 많은 가족이 죽게 되는 것과 다름없었다.“아영 씨는 무려 선우 의가 명문가 출신이잖아요. 심성이 착하고 바르기 마련일 텐데 제발 우리 가족 좀 살려주세요.”“저는 아영 씨를 믿으니까 아픈 어머니를 선우 일가 병원에 보내 치료받게 했죠. 우리 엄마의 생사를 끝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잖아요.”“아영 씨 한 명만 희생한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데 시혁 씨 요구에 응해주세요, 네? 온씨 가문 아이를 낳는다고 나쁠 건 없잖아요?”“맞아요, 아영 씨는 앞으로 남원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온씨 가문 사모님이 될 거예요.”이기적이고 양심이란 찾아보기 힘든 말들이 잇달아 백아영의 귀에 흘러 들어갔다.하지만 그녀는 막상 비난할 입장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온시혁이 노리는 건 자신인지라 무고한 환자들마저 연루된 상황이었다.이 사달의 원흉은 분명 온시혁인데 말이다.“당신들 인간 맞아? 대체 무슨 낯짝으로 이런 뻔뻔스러운 말을 할 수 있지?”선우철이 버럭 화를 냈다.“선우 일가에서 불치병 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7
Read more

제759화

하지만 선우 일가에 도착한 백아영에게 또 다른 악재가 닥쳤다.“아영 씨, 죄송해요. 제가 방심한 탓에 함정에 빠져서 선우 일가에 막중한 손해를 안겼어요. 현재... 엄청난 빚이 생겼습니다.”선우 일가에서 재정 관리를 담당하는 사람이 백아영 앞에서 무릎 꿇고 비통한 얼굴로 자책했다.백아영은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제야 온시혁이라는 남자가 얼마나 비열한지 알게 되었다. 대놓고 방해할뿐더러 몰래 악랄하고 더러운 수법까지 동원했다.그는 선우 일가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진작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모든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그녀가 스스로 항복해서 자발적으로 애 낳는 기계로 전락하게 했다.“선우 일가 사업이 모든 분야에서 발목이 꽉 잡혀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이렇게 큰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한단 말이죠?”선우철은 답답한 듯 자기 머리를 내리쳤다.백아영은 다리가 나른해지는 느낌이 들었으나 애써 괜찮은 척 말했다.“50조도 갚았는데 이 정도 빚은 금방 해결할 거예요. 우선 비밀로 하고 성준한테도 알리지 마세요.”말을 마치고 나서 굳은 표정을 풀기 위해 볼을 톡톡 치더니 그제야 방으로 들어섰다.이성준은 이미 잠이 들었고, 침대 옆에 앉은 심보라가 상체를 숙이고 그의 귓가에 입을 바짝 대고는 나지막이 무언가를 속삭였다.눈앞의 광경은 마치 아내가 남편을 재우는 듯 화기애애했는데, 왠지 모르게 심기가 불편했다.“아영아, 왔어?”선우경진이 소파에서 일어나 뻐근한 관절을 풀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성준도 눈을 떴다.이내 그윽한 시선으로 백아영을 빤히 쳐다보았다.“무슨 일 있어?”백아영은 흠칫 놀랐다. 감쪽같이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한눈에 간파당하다니.이성준이 말을 이어갔다.“지금 거짓 웃음이잖아.”백아영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고 침대로 다가가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환자 상태가 심각해서 내일 또 가야 하는데 정작 집에 남아서 널 케어해주고 싶거든.”이성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언제부터 나한테 이렇게 집착했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8
Read more

제760화

“대체 무슨 일인데?”이성준이 다시 한번 물었지만, 백아영은 애먼 소리만 하더니 얼렁뚱땅 넘어갔다.점점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성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 애초에 환자를 치료한다고 했을 때부터 안 믿었다.하지만 굳이 대답하기 싫은 사람을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고, 스스로 해결하도록 시간을 주기로 했다.물론 전제는 그녀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그러나 지금은 누가 봐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인 듯싶었다.이성준은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선우철의 연락받은 백아영이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아영 씨, 큰일 났어요. 빚쟁이들이 돈을 갚으라고 집까지 찾아와서 독촉하고 있어요.”선우철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초조하면서도 화가 난 기색으로 말했다.“누가 봐도 온시혁이 보낸 사람 아닌가요? 일부러 행패 부리는 게 틀림없어요.”그런데 하필이면 진짜 채권자라서 명분까지 있었다.선우 일가 철 대문 밖에 수십 명의 사람이 몰려들어서 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로 난간을 잡고 흔들며 고래고래 소리쳤다.일단 돈을 갚으라는 게 요점인데, 그렇지 않으면 선우 일가 물건이라도 압류하겠다고 들어와서 가져간다고 외쳤다.“아영 씨, 경호팀 불러서 쫓아낼까요?”선우철이 제안했다.그러나 백아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선우 일가 경호원의 실력으로 빚쟁이들을 쉽게 내쫓을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안 그래도 시비를 걸려고 작정한 사람이라서 되레 얻어맞았다고 누명을 뒤집어씌울지도 모른다.그때가 되면 선우 일가만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게 뻔했다.하지만 현재는 일촉즉발인지라 난동이 길어지면 언젠간 쳐들어오기 마련이다.“어차피 돈 달라는 거잖아? 난 가진 게 돈밖에 없어. 썩 꺼지지 못해?”성무열의 오만방자한 목소리가 인파 뒤쪽에서 울려 퍼졌다.그는 빨간색 오픈카에 꼿꼿이 앉아 손에 현금 뭉치를 들고 공중에 높이 던졌다.순간, 하늘에서 지폐가 우수수 떨어졌다.백아영은 깜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고, 눈살은 여전히 찌푸리고 있었다.“무열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8
Read more
PREV
1
...
7475767778
...
92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