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771 - 챕터 780

916 챕터

제771화

하루 종일 호텔에 있던 백아영은 저녁 연회 초대장을 받게 되었다.비밀리에 하남에 온 탓에 그녀의 신분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고 이런 연회에 초대받을 정도는 아니었으니 이성준이 주선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연회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백아영은 자신이 어떻게 초대받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다름 아닌 하지연 덕분이다.“지연 씨가 친구분한테 엄청 잘해주시네요. 명문가 연회에 참석하고 싶어 하는 친구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친히 춤까지 춘다고 합니다. 지연 씨는 절대로 연회에서 춤을 추시는 분이 아닌데 아영 씨를 위해서 이런 큰 결정을 내리신 모양입니다. 이런 친구가 곁에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 아닌가요?”길을 안내하던 집사는 부러움이 가득한 말투로 걸으며 말했다.하지연의 신분은 비밀로 유지되지만, 이곳에서 연회를 열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뜻했다.집사는 잘 알고 있었다. 비록 하씨 가문과의 관계를 끊었지만, 가문의 외동딸이자 유일한 아가씨이니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하지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건 최고 명문가에 발을 디딘 거나 다름없었다.말하는 동안, 백아영은 사람들 사이에서 마치 밝은 태양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하지연을 발견했다.그녀는 장신구 하나 없이 그저 붉은색의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고상하고 빼어난 기품만으로 자리에 있는 여자들을 압도했다.남자들의 시선도 모두 그녀에게 쏠렸고 다들 눈을 떼지 못했다.백아영이 다가오자, 하지연은 그녀가 말기도 전에 거만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이성준이 부탁하니까 도와주는 것뿐이에요.”백아영은 흠칫 놀랐다. 이성준이 사정을 하다니?“방시운도 올 거예요. 오늘 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말지는 아영 씨에게 달려있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하이힐을 신은 채 연회장의 가장 중앙으로 향했다.모든 조명이 꺼지고 스포트라이트가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감미로운 음악을 곁들어 하지연은 천천히 춤을 추었고 그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연회에서의 하지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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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하지연은 자신의 손목을 잡은 손을 혐오스럽게 바라봤고 눈빛에서는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안 그래도 한동안 사람을 때리지 못해 근질근질했는데 이참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그녀가 막 손을 쓰려던 찰나 백아영이 앞을 가로막으며 남자를 밀어냈고 남자는 화를 냈다.“넌 또 뭐야? 남 일에 참견하지 말고 저리 꺼져.”백아영은 꼿꼿이 하지연의 앞에 서 있었다.“남원의 선우 일가, 백아영입니다. 지연 씨는 제 친구이니 건드리지 마세요. 경고하는데 또다시 이렇게 함부로 행동하시면 선우 일가에서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남자는 흠칫 놀라며 본능적으로 두려워했으나 곧장 선우 일가의 현재 상황이 생각났는지 더욱 담대해지고 오만해졌다.“남원에서 곧 파산 위기에 처한 그 선우 일가? 이봐,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남 일에 끼어드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남자는 거들먹거리며 말을 이었다.“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말 못 들어봤어? 지금의 선우 일가는 내가 손가락 하나만 까닥해도 무너지는 상황이야. 알아? 그러니까 화내기 전에 당장 꺼져.”남자는 귀찮다는 듯 백아영을 밀치려고 하다가 손을 뻗자마자 날카로운 따끔거림이 손가락 사이로 전해져왔다.곧이어 그의 손가락에는 핏방울이 맺혔다.백아영은 가느다란 손에 은침을 쥐고 싸늘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봤다.“부자는 망해도 3년 간다는 말 몰라요? 아무리 선우 일가가 파산 직전이라도 해도 제 의술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한발만 더 가까이 다가온다면 고자가 되는 게 어떤 기분인지 느끼게 해줄게요.”남자는 갑자기 사타구니가 싸늘해짐을 느꼈다.그는 움츠러들어 뒤로 두 걸음 물러서더니 화가 잔뜩 난 채로 백아영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백아영이라고 했나? 선우 일가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적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역시나 망해가는 집안은 이유가 있네. 내가 집에 가서 아빠한테 말하는 순간 선우 일가는 끝장이야. 그때 가서도 이런 태도인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남자는 쓸데없는 말을 주야장천 늘어놓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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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떠나기 전까지 모진 말들을 내뱉으며 하지연을 희롱하던 남자는 너덜너덜해진 인형처럼 피투성이 된 채로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상처로 인한 고통으로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고 두려움이 커질수록 자존심과 위엄을 내려놓은 채 개처럼 엎드려 애원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남자의 피 묻은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그곳에는 정장 차림의 방시운이 있었는데 그는 잔인한 눈빛으로 남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내 사전에 용서라는 단어는 없어.”곧이어 남자의 얼굴을 세게 걷어차자,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 한채 몇 바퀴를 뒹굴더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 미동 없이 그대로 쓰러졌다.백아영은 눈앞의 펼쳐진 피비린내 나는 살벌한 광경에 정신이 아찔했으나 애써 감정을 추스르고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지연 씨를 대신해서 화풀이하고 있는 모양이네요?”방시운이 그녀에 대한 분노는 단지 파혼에서 온 수치심뿐만이 아니었다.“내가 왜 그 여자를 대신해서 화풀이하겠어?”방시운은 손수건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경멸적인 웃음을 지었다.“너처럼 멍청한 사람인 줄 알아? 명문가 외동딸이 왜 이성준을 도와주는지 모르겠어? 고작 친구를 위해서 하지연이 이런 일까지 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방시운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백아영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아직 모르는 모양이네? 하지연은 이성준 전 여자 친구야.”전 여자 친구라니?그 말을 들은 백아영은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너처럼 멍청한 사람이 하지연의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두 사람이 다시 눈맞으면 넌 바로 쫓겨나는 신세야.”방시운은 아이러니하게 웃으며 백아영의 곁을 지났고 순간 차가운 바람과 함께 피비린내가 풍겨왔다.백아영은 마음이 심란했지만 애써 이성의 끈을 바로 잡았다.“시운 씨, 거래해요. 저와 손잡고 온씨 가문을 무너뜨린다면 엄청난 이익을 얻게 될 거예요. 사업가로서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는 않겠죠?”그는 백아영이 이런 자극에 휘둘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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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그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극도로 분노하던 방시운은 별안간 뒤돌아서 제 갈 길 갔다.백아영은 싸늘함을 내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어리둥절했다.‘무슨 뜻이지? 동의한다는 건가?’도저히 이 남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던 백아영은 큰 소리로 외쳤다.“시운 씨, 연락 기다릴게요.”...“부드럽게 설득도 해보고 충격요법도 써봤는데 도와줄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아예 모르겠어.”백아영은 우울한 표정으로 이성준에게 불만을 토했고 할 수 있는 걸 다했으니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연함만 가득했다.방시운을 상대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이성준은 부드럽게 그녀를 위로했다.“원래 그런 사람이야. 방시운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니까 너무 낙담할 필요 없어. 넌 지금 아주 잘하고 있거든.”방시운에 대해 잘 아는듯한 이성준의 말투에 백아영은 그의 전 여자 친구인 하지연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전에 그들 세 사람의 관계를 설명할 땐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하지연에게 부탁하느라 뭔가 대가를 치른 줄 알았는데 그게 감정팔이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백아영은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고 울화가 치밀어 올라 기분이 언짢았다.“잘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 방시운 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너랑 비교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도 아무것도 해낸 게 없잖아.”이성준과 하지연이 그런 사이인 줄 알았더라면 굳이 이런 신세를 지지 않게 했을 것이다.이성준은 잠깐 멈칫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아영, 왜 그래?”이성준은 원망 섞인 그녀의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챘고 백아영은 그저 기분이 안 좋은 것뿐이었다.“아무것도 아니야. 할 말 없으면 이만 끊을게.”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기에는 감정이 너무 격한 그녀의 모습에 이성준은 한숨을 내쉬었다.“좋은 소식 있어. 사모님이 날 치료할 수 있대.”“진짜?”백아영의 우울한 기분은 순간 바뀌었고 두 눈이 반짝 빛났다.“그럼 이제 심보라 씨를 돌려보내도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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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백아영은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렸고 순식간에 위기감이 밀려왔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남원에는 왜 가시는 거죠?”“제가 춤추러 가는 곳마다 방시운이 쫓아와서 소란을 피웠거든요. 제가 남원에서 춤을 추면 온씨 가문이 방시운의 미움을 사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요?”하지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렇게 되면 사적인 원한으로 온씨 가문을 무너뜨릴 수도 있어요.”누가 봐도 도우려는 상황에 백아영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왜 이렇게까지 저를 도와주시는 거죠?”하지연은 눈빛을 반짝였다.“아영 씨가 아니라 이성준을 돕는 거예요. 도와달라고 부탁했거든요.”백아영의 기분은 순식간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성준이 또 하지연에게 도움을 청하다니, 심지어 이번에는 얘기도 안 해주고 신세 지는 행동을 일삼았다.“지연 씨, 그럴 필요까지는...”거절이 끝나기도 전에 하지연은 이미 혼자서 비행기에 올라탔다.백아영은 자신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단번에 좌석에 앉은 그녀를 바라보며 기분이 착잡했다.남원.비행기는 선우 일가의 개인 잔디밭에 착륙했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백아영은 그녀를 데리러 온 이성준을 발견했다.그는 며칠 전보다 안색이 훨씬 좋아졌는데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윽하게 백아영을 바라봤다.백아영은 여전히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이성준이 그녀를 속였다는 것에 화가 났고, 의논도 없이 하지연을 남원으로 데려온 게 화가 났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의 전 여자 친구와 만나게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아영은 재빨리 이성준에게 다가가 그를 안았다.어찌나 격하게 안겼는지 상처가 채 낫지 않은 이성준은 저도 모르게 뒤로 밀려났다.상처가 아프긴 했지만 단번에 백아영을 끌어안고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이렇게 보고 싶었어?”백아영은 괘씸해서 꿀밤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곧바로 애교섞인 목소리로 답했다.“엄청 보고 싶었어. 넌? 나 안 보고 싶었어?”이성준은 흠칫 놀랐다. 그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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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백아영은 이 악물고 ‘네 친구’라는 말을 내뱉은 후 뒤돌아 나갔다.“아영! 백아영! 빨리 와!”이성준은 욕구불만이었다. 적극적으로 유혹할 땐 언제고 이제는 나 몰라라 도망치는 백아영을 보며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쯧쯧, 남원에 와서 많은 걸 보게 되네. 이성준 네가 여자에게 잡혀 사는 날도 오는구나.”하지연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자연스럽게 문에 기대어 있었다.이성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보고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헝클어진 옷을 정리했다. 곧바로 이성을 되찾은 그는 냉정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여긴 무슨 일로 왔어?”이성준은 그녀가 남원에 올 줄 몰랐다. 그러니 하지연이 백아영에게 말했던 이성준의 부탁은 전부 거짓말이다.그녀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방시운 처리하는 거 도와줄게.”이성준은 의심스러운 듯 그녀를 바라봤다. 전에 연회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솔직히 하지연은 단지 방시운을 끌어들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도움 준 게 없다.하지연은 불필요한 일에 열정을 쏟아 넣는 사람이 아닐뿐더러 남 일에 간섭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기에 자발적으로 남원에 온건 분명 의도가 있을 것이다.“목적이 뭐냐?”하지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섰고 가기 전에 가볍게 말 한마디를 남겼다.“목적은 없는데 원하는 건 있어. 아영 씨 화 많이 난 것 같은데 잘못한 게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 토끼도 화나면 사람 물 수 있다는 걸 잊지 마.”...그 시각 유럽.방시운은 앞에 놓은 테이블을 걷어찼고 그의 얼굴은 끔찍할 정도로 흉악했다.“정말 이성준 만나러 간 거야? 심지어 그 집에서 지내고 있다고?”부하는 진땀을 빼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정확히 말하자면 선우 일가에서 지내고 계십니다.”이성준도 그곳에 있으니 다를 바가 없다.“하지연, 감히 날두고 바람을 펴? 지금 당장 남원에 가서 이성준 죽여버릴 거야. 전 남친이랑 어떻게 이어지는지 한번 지켜보자고.”방시운은 화를 내며 남원으로 돌진했다....선우 일가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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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말이 떨어지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심보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성준을 찾아왔다.“성준아, 내가 화장실 간 틈에 또 이렇게 혼자 나왔어? 너 매일 사모님 만나러 갈 때마다 단향 맡지 못해서 이미 약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하면 나도 완치할 수 있다고 장담을 못하겠네.”이성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선 짜증 내며 말했다.“알겠어.”심보라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말은 그렇게 해도 또 함부로 행동할 게 뻔하다.지난 며칠 동안 이성준이 방에 있는 시간이 점점 불규칙해졌고 향을 맡는 시간이 부족하여 최면 효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백아영까지 돌아왔으니 음식에 손을 쓰는 것도 불가능해졌고 정말로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불안함이 밀려온 심보라는 가만히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계획을 앞당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그 시각 제호 클럽의 앞에 차가 멈춰 섰다.하지연은 차에서 내리기 전에 고개를 돌려 백아영을 보며 말했다.“오늘 밤에 누가 저한테 접근하면 절대로 저번처럼 지켜준답시고 달려들어서는 안 돼요.”하지연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건 맞지만 흔쾌히 돕기 위해 이곳에 온 이상 그녀가 위험에 처한다면 백아영은 망설임 없이 도와줄 것이다.이건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다.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난 백아영을 보며 하지연은 귀여운 듯 입가에 미소가 번졌지만 아주 잠깐뿐이었다.“방시운이 있는 한, 아무도 절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백아영은 순간 그날 밤 핏빛 정원에서 두들겨 맞은 남자가 떠올랐다. 방시운은 정말로 그녀를 대신하여 화풀이하고 있었고 하지연은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전혀 대수롭지 않았다.그런데 서로 죽일 듯이 원망하는 사이 아니었나?“미친놈의 사고방식은 일반인이랑 달라요. 미워하는 마음이 크지만, 오직 그 사람만이 날 괴롭힐 수 있다는 변태적인 성향을 가졌어요. 다른 사람이 괴롭히는 건 용납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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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흉악한 남자들로 에워싸인 상황에서도 하지연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앞길 가로막지 말고 꺼져.”“생긴 거랑 다르게 입이 아주 거치네.”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는 키가 크고 우람했다. 얼굴에는 지네 같은 흉터 세 개가 있었고 드러난 팔과 어깨에도 상처투성이인 걸 보니 남원에 오기 전에 한바탕 싸운 게 분명하다.그는 매우 난폭했고 목소리마저 거칠었다.“내 스타일이야. 거칠수록 더 흥분되거든. 마지막으로 기회 줄게. 직접 따라올 거야, 아니면 내가 업고 갈까?”하지연은 혐오감을 드러내며 두 글자를 내뱉었다.“꺼져.”남자는 거만하게 웃고선 곧바로 손을 뻗었다.하지연은 몸을 피했지만,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바람에 빠져나갈 구석이 없었다.남자는 독 안의 든 쥐를 잡듯 거칠게 그녀의 팔을 잡았고 하얀 손목에 붉은 자국이 생겼다.“가자. 내가 재밌게 해줄게.”남자가 팔을 뻗어 하지연을 품 안으로 끌어당기려던 그때 과일칼이 날아와 그의 팔에 꽂혔다.남자는 괴로워하며 하지연을 놓았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 노발대발했다.“감히 날 공격해? 죽고 싶어 환장했냐? 누구야, 당장 나와!”방시운은 천천히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고 극도로 잘생긴 그의 얼굴은 마치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처럼 싸늘한 살기를 내뿜었다.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살벌하게 경고했다.“내 사람에게 손대는 순간 너희는 다 죽어.”키 크고 건장한 흉악범이 6명이나 되어 인원수에서 한참이나 밀렸지만, 그건 숫자에 불과할 뿐 몇 분 만에 그들은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에 쓰러졌다.순식간에 피가 온 바닥에 흘렀다.클럽 안의 사람들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도망쳤다.오직 방시운만이 여유롭게 피 묻은 과일칼을 들고 사과 껍질을 벗기듯 남자의 몸에 칼을 그었다. 사활을 건 전쟁터나 다름없는 곳에서 살아온 남자는 처참하게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처지가 됐다.“당장 멈추지 못해?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온씨 가문 출신이야. 온씨 가문에서 널 가만둘 거라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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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지금 당장 남원에서 떠나.”그의 싸늘한 명령과 사나운 표정을 처음 마주한 사람이라면 곧바로 꼬리를 내리겠지만 아무리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해도 하지연은 이미 익숙해진 듯 대수롭지 않았다.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내가 어디에 있든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그렇게 말하고 뒤돌아 떠나려던 순간, 남자의 주먹이 그녀 앞의 문을 세게 내리쳤고 순간 문짝이 산산조각나며 그의 손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강력하고 살벌한 기운이 압도적으로 엄습해 왔다.방시운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당장 떠나라고!”“싫다면?”하지연은 두려울 게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거만한 태도로 예쁜 얼굴을 들이밀며 도발했다.“문 부수는 게 무슨 대수야?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거면 어디 한번 날 때려봐.”“하지연, 내가 여자 못 때릴 것 같아?”분노를 이기지 못한 방시운은 주먹을 높이 들더니 하지연을 향해 휘둘렀다.피비린내가 나는 주먹이 코앞까지 다가왔으나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쳐다보며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렇게 주먹은 그녀의 얼굴 옆에서 멈췄다.하지연을 칼로 조각내고 싶은 욕망이 밀려오며 분노로 표정이 일그러지고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됐지만 핏줄이 불끈 솟은 손은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겁쟁이.”하지연은 비꼬면서 무릎을 치켜세우더니 그의 중요 부위를 가격했다.고통으로 안색이 창백해진 방시운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하지연은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조금의 미련도 없이 쿨하게 떠났다.“하지연!”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방시운의 부하인 서원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도련님,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시죠.”“안가!”방시운은 이를 악물고 손사래를 친 후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하지연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다음번에는 정말 죽여버릴 거야.”서원은 그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는 듯 표정이 착잡했다.‘죽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때린 적을 본 적이 없네. 매일 얻어맞기만 하고, 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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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백아영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모욕감을 선사하기에는 충분했다.“성준이의 능력이라면 재기하는 건 시간문제야. 넌 그냥 이 상황을 즐겨. 어차피 얼마 못 가서 전부 빼앗기게 될 거거든.”말을 마친 백아영은 걸음을 옮겨 차에 올라탔다.전보다 잘나가지는 못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위엄과 자신감은 명품 옷을 걸친 백채영을 짓밟기에는 충분했다.백채영은 자신이 광대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백아영!”그녀는 이를 갈았다.“성준 씨가 재기할 것 같아? 꿈도 꾸지 마. 절대 그럴 일 없어. 온씨 가문에서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까 성준 씨랑 선우 일가는 이제 완전히 끝장이야. 지옥이라고! 알겠어?”‘온시혁이 이미 작전을 짠 건가?’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라서 초조함이 밀려왔다. 아직 방시운을 설득하지 못했는데 말이다.불안감이 밀려왔지만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백채영, 알려줘서 고마워. 미리 준비해야겠네?”백채영은 흠칫 놀라더니 순간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 채 욕설을 퍼부었다.“백아영, 진짜 뻔뻔하네.”백아영은 더 이상 상대하기 귀찮은 듯 선우철에게 얼른 가자고 말했다.온시혁이 손을 쓸 준비를 마쳤으니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온씨 가문에서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알아내고 그에 맞는 대비책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오빠.”백아영은 선우경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사람 시켜서 온씨 가문 쪽에 수상한 낌새 없는지 알아봐요.”백아영은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솜사탕 같은 녀석이 달려 나와 그녀의 허벅지를 끌어안았다.“엄마~”다리에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지자 불안하고 긴장하던 기분이 한순간에 풀렸다.백아영은 단번에 이현무를 품에 안았다.“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자고 있었어?”매일 밤 이성준의 방에서 심보라와 신경전을 겨루고 있으니, 며칠동안 이현무는 홀로 옆방에서 자고 있었다.“엄마...”이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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