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65화

작가: 도토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2-09 18:00:00
“아영 씨, 방시운을 못 만나면 어떡해요?”

선우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백아영은 골치가 아팠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할 텐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이야.

이내 잠깐 고민하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래도 도전은 해봐야지 않겠어요?”

30분 뒤.

백스테이지 탈의실, 선우철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백아영을 힐끔거리더니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

결국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아영 씨, 정말 이렇게 입고 올라갈 거예요? 성준 씨가 알면 난리 날지도 몰라요.”

백아영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된 클럽 직원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교복에 가까운 디자인은 노출이 심한 부분이 은근히 많아서 꽤 자극적이다. 신체 부위 중 어느 하나 가리지 않고 훤히 드러났는데, 치마는 허벅지를 간신히 덮을 지경이다.

게다가 청순한 외모와 반전되는 의상을 입으니 갓 졸업한 대학생처럼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인데 보기만 해도 흥분 지수를 끌어올렸다.

자칫 결례라도 범할까 봐 선우철은 흔들리는 동공으로 시선을 피하며 눈 둘 곳을 몰랐다.

하지만 클럽 안에 드나드는 개나 소나 쳐다볼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정신이 아찔했다.

백아영은 어색하게 치맛자락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이게 대체 어딜 봐서 건전한 클럽인지 어이가 없었다.

이내 선우철에게 신신당부했다.

“이성준한테 비밀로 해줘요.”

아니면 침대에서 골골대는 이성준이 충격을 받은 나머지 벌떡 일어나 하남까지 찾아올지도 모른다.

백아영은 술 서빙 웨이터 대신 고급 양주를 쟁반에 받치고 마침내 2층으로 발을 들였다.

2층에는 vip 룸이 여러 개 있는데 방시운이 통으로 빌린 듯싶었다. 룸 안은 하나같이 고요했고 인기척이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편, 가장 안쪽에 있는 룸만 불이 켜져 있었다.

백아영은 양주를 들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의 상상 속 여자들이 떼를 지어 방탕하게 즐기는 화끈한 광경과 정반대로 은은한 파란색 무드등만 켜져 있는 내부는 어두컴컴해서 시야 확보가 어려울 지경이다.

룸 안에도 방시운 혼자만 있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766화

    심리적 변태라는 말은 어쩌면 과소평가일지도 모른다.이런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기에 백아영은 그를 직접 만났어도 감히 협상의 목적을 밝히지 못했고 자리에 서서 머뭇거렸다.일반적인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정신이 돌아버려서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망설이는 동안 방시운은 갑자기 술잔을 유리창에 내던지며 깨뜨렸다.그는 온몸으로 분노와 살기를 내뿜고 있었고 그윽하던 눈동자는 빨간 실핏줄로 뒤덮여있어 극도로 무서운 모습이었다.백아영은 겁에 질린 채로 뒷걸음질 쳤다.이제야 극강의 외모를 가진 방시운을 사람들이 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지 깨달았다. 그의 광기에 비하면 외모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백아영은 협상할 생각을 단념하고 떠나기로 결정했다.“잠깐!”방시운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 자리에 굳은 채로 고개를 돌린 백아영은 살의를 표하는 그의 눈동자와 마주치고선 겁에 질렸다.‘설마 화풀이할 곳이 없어서 날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 미친 건가?’백아영은 잔뜩 긴장하며 손가락 사이로 은침을 움켜쥐었다.다행히 방시운은 곧장 문밖의 경호원에게 명령했다.“하지연 올라오라고 해. 지금 당장!”아래층에 있던 하지연은 춤과 물아일체가 되었다. 타이밍 좋게 하이라이트에 맞춰 긴 치마가 허벅지 바깥쪽으로 찢어졌고 곧이어 그녀의 늘씬하고 새하얀 다리가 드러났다.이에 남자들도 흥분했다.모두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분위기가 고조되는 순간, 갑자기 경호원들이 무대로 달려들어 춤추고 있는 하지연을 강제로 잡아갔다.남자들은 불만스러운 듯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방시운의 명령인 걸 알고서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하지연은 룸에 도착하기도 전에 욕설을 퍼부었다.“그 더러운 손 좀 치우지? 다시 한번 내 몸에 손대면 죽여버릴 거야.”아름다운 외모와 고상한 분위기는 그녀의 거친 목소리와는 정반대였다.하지연이 확실하다.백아영은 그녀에게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을 직감하고 구석에 웅크리고 숨어있으려

    최신 업데이트 : 2024-02-09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767화

    방시운은 경멸적으로 비웃었다.“꼭 무능한 것들이 이렇게 나댄다니까.”하지연의 예쁜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고 옆에서 듣고 있던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덜덜 떨렸다.“지연아, 사람은 자기 주제를 아는 게 제일 중요해. 너 같은 여자는 천박한 남자들을 현혹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우아함을 얻지는 못할 거야.”말을 이어가는 동안 그녀의 노출된 허벅지를 경멸의 시선으로 쓸어내렸다.“몸으로 사람을 꼬시려는 너 같은 여자가 제일 저질스러워.”백아영은 불편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연은 명문가 출신인 게 티가 났고 996클럽에 와서 춤을 추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런 굴욕적인 말들을 수없이 들어서 무감각해졌는지 하지연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방시운은 이것만으로는 모자라 힘껏 백아영을 안으며 그의 품으로 끌어당겼다.“봤어? 노출 많은 저질스러운 유니폼을 입어도 청순함을 감출 수가 없잖아. 이 여자가 꽃이라면 넌 주제도 모르고 그 옆에서 발악하는 잡초 같은 존재라고 해야 하나?”차가운 손가락이 백아영의 턱을 감쌌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방시운과 눈이 마주쳤다. 요염한 눈매는 매우 아름다웠지만 그 속에 감춰진 싸늘함에 등골이 오싹해졌다.“남자들은 이런 여자를 좋아한다고.”백아영은 그의 고백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더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었다.역시나 소문대로 방시운은 어딘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하지연은 분노로 인해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순식간에 다시 태연한 모습으로 돌아왔다.“할 말 다했어?”그녀는 비꼬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좋은 시간 보내.”또각또각.그녀는 쿨하게 몸을 돌렸고 하이힐 소리는 점점 멀어졌다.그리고 하지연이 떠나자마자 방시운은 혐오감을 드러내며 끌어안았던 백아영을 밀어내더니 곧바로 물티슈를 꺼내 손을 닦았다.더러운 걸 만진 듯한 그의 행동에 백아영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초인간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미친놈과 상대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시운 씨

    최신 업데이트 : 2024-02-10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768화

    백아영은 의아해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방금 방시운이 일부러 백아영을 이용하여 하지연을 모욕했고 당시 그녀는 감정변화를 겪은 듯 표정이 어두워졌었다.하여 백아영을 원망하거나 미워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이곳에서 기다리며 좋은 말로 설득하고 있을 줄이야.그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백아영은 재빨리 해명했다.“지연 씨가 떠나자마자 절 밀어냈어요. 다 일부러 자극하기 위해 하는 말이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하지연은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빨았고, 내뿜은 연기는 백아영의 앞에서 번졌다.연기에 가려져 조금 흐릿하고 몽환적인 그녀의 얼굴에서는 오만함에 가려진 슬픔과 우울함이 엿보였다.그러나 자세히 살펴보기도 전에 연기는 사라졌고, 그녀는 다시 도도하고 싸늘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치 방금 전의 화면은 연기에 일그러진 착각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얼른 가요.”하지연은 무덤덤하게 말 한마디를 하고선 아래층으로 걸어갔다.방시운을 한번 마주친 후로 영혼마저 두려움과 적대심을 느껴 다시는 그를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못가요.”백아영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지켜야 할 가족이랑 애인이 있거든요. 무조건 방시운 씨랑 손을 잡을 거예요. 설사 그게 하늘의 별 따기일지라도, 그 과정이 험난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하지연은 멈칫하더니 계속 걸어 내려가며 싸늘하게 말 한마디를 남겼다.“마음대로 해요.”호텔로 돌아온 백아영은 피곤한 듯 침대에 누워 이성준과 통화했다.“방시운 씨가 왜 하남에 자주 오는지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아.”“무슨 이유?”“996클럽에 하지연이라는 여자가 있는데 방시운 씨와 뭔가 원한이 있는 것처럼 보였어.”이성준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서로에게 원한이 있는 건 사실이야.”백아영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알고 있어? 무슨 원한인데?”돌아오는 길에 사람을 시켜 방시운과 하지연 사이를 조사하게 했지만, 방시운이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친 사람이라는 것 외에 하지연과의 그 어떤

    최신 업데이트 : 2024-02-10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769화

    이성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아무것도 안 했어.”이성준은 절대 방시운에게 해를 끼치거나 배신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갑작스러운 그의 태세 전환에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백아영은 곰곰이 생각했다.“그때 방시운이 미치게 된 원인을 찾아낸다면 두 사람은 어쩌면 화해할 수도 있어.”이성준은 헛웃음이 나왔다.“이미 죽을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비록 그 당시에는 형제애가 있었지만, 수년 동안 미친개처럼 서로 물고 뜯으며 싸우다 보니 감정은 닳은 지 오래였고 이성준은 그를 극도로 혐오했다.이성준이나 방시운이나 두 사람 모두 까칠하고 자존심 강한 남자이기에 화해를 시키는 건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백아영은 한숨을 내쉬었다.“방시운 씨와 하지연 씨는 오랫동안 알던 사이였고 결혼도 했었는데 왜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는 거지?”아무리 안 좋은 상황이라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친구였고 결혼을 원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상의해서 파혼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그러나 백아영의 추측과는 정반대로 용병 부대에 있을 때부터 두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만날 때마다 물불 가리지 않고 다투거나 싸우기 일쑤였다.죽일 듯이 싸우던 두 사람은 오히려 결혼할 때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방시운은 그녀가 시집오면 매일 방안에 가두어 고문하며 용병 부대에서 겪었던 수모들을 되갚아 주리라 다짐했고 하지연도 이에 질세라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누가 이기는지 한번 지켜보자는 기세였다.그렇게 결혼 후 서로를 죽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두 사람은 결혼식 전날 문제가 발생했다.하지연이 갑자기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번복했다.하씨 가문의 강요와 협박이 이어졌지만, 그녀는 아가씨 신분마저 버리고 도망쳤다.결혼식 당일 신부가 도망치는 바람에 체면이 구겨진 방시운은 하지연을 잡으면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며 큰소리쳤다.“어쩐지 오늘 방시운 씨가 엄청 모욕적인 말들을 내뱉는다 했어.”알고 보니 방시운은 하지연 때문에 체면을 잃었던 기억이 떠올라

    최신 업데이트 : 2024-02-10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770화

    단지 수면을 돕는 의사이자 외부인에 불과하니 그 어떤 사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를 날렸다.아무리 자연스러운 척해도 이성준은 용납할 수 없었다.끝없는 서러움이 마음속에서 끓어올랐지만, 심보라는 젓가락을 꽉 쥐고 이를 악물며 감정을 추슬렀다.그녀는 온화하고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싫어하면 다음부터는 안 물어볼게. 일단 밥부터 먹어.”심보라는 곧바로 이성준에게 젓가락을 건네주었지만, 그녀의 눈빛에서는 섬뜩함이 번쩍였다.이성준이 그녀에 대한 적대심을 내려놓고 저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게 하기 위해서는 단향과 최면에 손을 써야 하는데 선우경진이 지키고 있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하는 처지가 됐다.백아영이 떠난 지금이 그녀에게는 절호의 기회다.단향과 최면으로 이성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니 타깃을 돌려 음식에 손을 썼다. 이성준이 먹고 있는 음식들 전부 심보라가 정성껏 손수 준비한 것이기에 일정 기간 먹으면서 단향과 최면의 상호작용까지 더해지면 효과는 극에 달한다.곧 이성준은 그녀의 남자가 된다. 몸과 마음 전부.이성준이 막 젓가락을 들려던 그때 선우정현이 온유성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왔다.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돌아온 선우정현은 며칠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이제는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몸이 많이 허약하여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 정도였다.이성준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재빨리 몸을 뒤척이며 침대에서 내려왔다.“사모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선우정현의 야윈 얼굴에는 인자가 미소가 가득했고 애정이 어린 눈길로 이성준을 바라봤다.“우리 사위 보러 왔어요.”이성준은 사위라는 말에 깜짝 놀랐지만 낯설면서도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그는 앞으로 다가가 선우정현을 조심스럽게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사모님, 제가 찾아뵈러 갔어야 하는데...”“아파서 몸이 불편하잖아요. 마침 너무 오래 누워있어서 움직이고 싶었어요.”선우정현은 자애로운 눈매로 그를 바라보더니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였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2-10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771화

    하루 종일 호텔에 있던 백아영은 저녁 연회 초대장을 받게 되었다.비밀리에 하남에 온 탓에 그녀의 신분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고 이런 연회에 초대받을 정도는 아니었으니 이성준이 주선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연회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백아영은 자신이 어떻게 초대받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다름 아닌 하지연 덕분이다.“지연 씨가 친구분한테 엄청 잘해주시네요. 명문가 연회에 참석하고 싶어 하는 친구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친히 춤까지 춘다고 합니다. 지연 씨는 절대로 연회에서 춤을 추시는 분이 아닌데 아영 씨를 위해서 이런 큰 결정을 내리신 모양입니다. 이런 친구가 곁에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 아닌가요?”길을 안내하던 집사는 부러움이 가득한 말투로 걸으며 말했다.하지연의 신분은 비밀로 유지되지만, 이곳에서 연회를 열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뜻했다.집사는 잘 알고 있었다. 비록 하씨 가문과의 관계를 끊었지만, 가문의 외동딸이자 유일한 아가씨이니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하지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건 최고 명문가에 발을 디딘 거나 다름없었다.말하는 동안, 백아영은 사람들 사이에서 마치 밝은 태양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하지연을 발견했다.그녀는 장신구 하나 없이 그저 붉은색의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고상하고 빼어난 기품만으로 자리에 있는 여자들을 압도했다.남자들의 시선도 모두 그녀에게 쏠렸고 다들 눈을 떼지 못했다.백아영이 다가오자, 하지연은 그녀가 말기도 전에 거만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이성준이 부탁하니까 도와주는 것뿐이에요.”백아영은 흠칫 놀랐다. 이성준이 사정을 하다니?“방시운도 올 거예요. 오늘 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말지는 아영 씨에게 달려있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하이힐을 신은 채 연회장의 가장 중앙으로 향했다.모든 조명이 꺼지고 스포트라이트가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감미로운 음악을 곁들어 하지연은 천천히 춤을 추었고 그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연회에서의 하지연은

    최신 업데이트 : 2024-02-1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772화

    하지연은 자신의 손목을 잡은 손을 혐오스럽게 바라봤고 눈빛에서는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안 그래도 한동안 사람을 때리지 못해 근질근질했는데 이참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그녀가 막 손을 쓰려던 찰나 백아영이 앞을 가로막으며 남자를 밀어냈고 남자는 화를 냈다.“넌 또 뭐야? 남 일에 참견하지 말고 저리 꺼져.”백아영은 꼿꼿이 하지연의 앞에 서 있었다.“남원의 선우 일가, 백아영입니다. 지연 씨는 제 친구이니 건드리지 마세요. 경고하는데 또다시 이렇게 함부로 행동하시면 선우 일가에서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남자는 흠칫 놀라며 본능적으로 두려워했으나 곧장 선우 일가의 현재 상황이 생각났는지 더욱 담대해지고 오만해졌다.“남원에서 곧 파산 위기에 처한 그 선우 일가? 이봐,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남 일에 끼어드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남자는 거들먹거리며 말을 이었다.“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말 못 들어봤어? 지금의 선우 일가는 내가 손가락 하나만 까닥해도 무너지는 상황이야. 알아? 그러니까 화내기 전에 당장 꺼져.”남자는 귀찮다는 듯 백아영을 밀치려고 하다가 손을 뻗자마자 날카로운 따끔거림이 손가락 사이로 전해져왔다.곧이어 그의 손가락에는 핏방울이 맺혔다.백아영은 가느다란 손에 은침을 쥐고 싸늘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봤다.“부자는 망해도 3년 간다는 말 몰라요? 아무리 선우 일가가 파산 직전이라도 해도 제 의술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한발만 더 가까이 다가온다면 고자가 되는 게 어떤 기분인지 느끼게 해줄게요.”남자는 갑자기 사타구니가 싸늘해짐을 느꼈다.그는 움츠러들어 뒤로 두 걸음 물러서더니 화가 잔뜩 난 채로 백아영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백아영이라고 했나? 선우 일가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적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역시나 망해가는 집안은 이유가 있네. 내가 집에 가서 아빠한테 말하는 순간 선우 일가는 끝장이야. 그때 가서도 이런 태도인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남자는 쓸데없는 말을 주야장천 늘어놓고선

    최신 업데이트 : 2024-02-1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773화

    떠나기 전까지 모진 말들을 내뱉으며 하지연을 희롱하던 남자는 너덜너덜해진 인형처럼 피투성이 된 채로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상처로 인한 고통으로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고 두려움이 커질수록 자존심과 위엄을 내려놓은 채 개처럼 엎드려 애원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남자의 피 묻은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그곳에는 정장 차림의 방시운이 있었는데 그는 잔인한 눈빛으로 남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내 사전에 용서라는 단어는 없어.”곧이어 남자의 얼굴을 세게 걷어차자,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 한채 몇 바퀴를 뒹굴더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 미동 없이 그대로 쓰러졌다.백아영은 눈앞의 펼쳐진 피비린내 나는 살벌한 광경에 정신이 아찔했으나 애써 감정을 추스르고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지연 씨를 대신해서 화풀이하고 있는 모양이네요?”방시운이 그녀에 대한 분노는 단지 파혼에서 온 수치심뿐만이 아니었다.“내가 왜 그 여자를 대신해서 화풀이하겠어?”방시운은 손수건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경멸적인 웃음을 지었다.“너처럼 멍청한 사람인 줄 알아? 명문가 외동딸이 왜 이성준을 도와주는지 모르겠어? 고작 친구를 위해서 하지연이 이런 일까지 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방시운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백아영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아직 모르는 모양이네? 하지연은 이성준 전 여자 친구야.”전 여자 친구라니?그 말을 들은 백아영은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너처럼 멍청한 사람이 하지연의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두 사람이 다시 눈맞으면 넌 바로 쫓겨나는 신세야.”방시운은 아이러니하게 웃으며 백아영의 곁을 지났고 순간 차가운 바람과 함께 피비린내가 풍겨왔다.백아영은 마음이 심란했지만 애써 이성의 끈을 바로 잡았다.“시운 씨, 거래해요. 저와 손잡고 온씨 가문을 무너뜨린다면 엄청난 이익을 얻게 될 거예요. 사업가로서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는 않겠죠?”그는 백아영이 이런 자극에 휘둘리지 않고

    최신 업데이트 : 2024-02-11

최신 챕터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6화

    분명 맛있는 음식인데도 백아영은 입맛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몇 입 먹고 난 뒤 배가 아플 정도였다. 그녀는 이성준의 품에 안겨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이성준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껴안고 자리에서 크게 화를 냈다. “윌리엄스, 혹시 음식에 독을 넣은거예요?!”윌리엄스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져서 급히 변명했다.“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 백아영은 힘겹게 이성준의 손목을 잡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 “윌리엄스가 독을 넣지 않았어. 내가...”“너 왜 그래?” 이성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백아영을 안은 팔뚝을 가볍게 떨었다. 백아영은 몹시 아팠지만 눈길은 부드러웠고 약간 희색을 띠었다. “윌리엄스에게 실례지만, 국왕께 하룻밤 묵을 방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줘.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를 불러줘.”이성준이 눈치를 채지 못하자 백아영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방금 맥을 짚었는데, 나 임신했어.” 이성준의 동공은 움츠러들었다가 한참 만에 겨우 회복되었다. 찰나의 놀라움 뒤에는 오히려 걱정이 밀려왔다.“임심했는데 통증이 이렇게 심해?”그는 조바심이 나서 윌리엄스에게 의사를 불러오도록 재촉했다. 백아영은 아파서 힘이 없었던 나머지 그의 품에 푹 기대어 있었다. 전에 백아영은 이런 비슷한 환경에서 한 아이가 강제로 유산되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산에 가서 실랑이를 벌였고, 이로 인해 병세가 심했다. 이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고생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아영은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상적이야.”‘정상이라니?’ 이성준은 다른 여자가 임신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몰랐지만, 백아영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둘째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8개월 후. 산부인과 수술실 문이 열리자 이성준이 급히 달려들였다. 점잖던 남자는 안달복달한 얼굴로 물었다.“제 마누라는 어때요? 무사한가요?”“모녀는 무사합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5화

    집사는 경악했다.“폐하, 그들은 굴러들어 온 복도 차버리니 분명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윌리엄스의 안색을 본 집사는 목이 메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윌리엄스는 조금 전까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성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경외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간신히 이빨 사이로 글자를 밀어냈다.이, 이 대표?” 이성준은 경멸하듯 그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윌리엄 집안의 자식이 확실히 다 컸네.” 윌리엄스의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엄청난 두려움이 엄습했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 이성준을 처음 만났다. 그때 이성준은 아직 소년이었지만, 기세가 등등하고, 과감하며, 감히 국왕인 윌리엄스의 아버지와 거래를 논했다. 그 당시 그의 아버지조차도 이성준을 대단하게 여겼다. 심지어 윌리엄스에게 앞으로 절대 이성준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온 나라의 세력이 처참하게 약해질 것이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부터 이성준은 악마라고 마음에 새겨 두었다. 게다가 윌리엄스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 이성준은 그의 나라에 협조하지 않는 대신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반년 동안 누워계셨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윌리엄스는 일찌감치 이번 생은 절대 H 국에 가지 않기로 했고, 절대로 이성준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기존의 거래 협력을 모두 점진적으로, 완곡하게 해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항상 악마를 멀리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다. 백아영은 뜻밖에도 이성준의 아내였다! 어떤 생명의 은인 규칙, 첫눈에 반한 사랑 따위는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어떤 계획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의 왜 행동을 하기 전에 백아영의 신원을 조사하지 않았는지 후회되었다! 악마를 끌어들여 버렸다... “복을 차버린다나 뭐라나,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 윌리엄스가 집사를 발로 매우 세게 찼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4화

    차에 타고 있던 남자들도 일어서더니 기세등등하게 백아영과 이성준을 포위했다. 험상궂은 얼굴의 한 남자가 환영 반 협박 반인 어투로 말했다. “두 분, 차에서 내리십시오.”차 밖에서는 윌리엄스가 활짝 웃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백아영이 차에서 내리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곁에 있던 집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폐하, 궁전의 수비를 모두 강화 완료했습니다. 궁전 주위에 800명의 호위 병사를 추가로 파견했어요. 이분들은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되셔서 도망갈 수 없습니다.” “이혼 변호팀 사람들은 이미 도착하셨고 두 분이 차에서 내리시면 바로 처리할 수 있어요.”“폐하, 곧 미인을 품에 안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윌리엄스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갔다. 산 위에서 백아영의 워낙 강인한 모습에 사람도모자라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은 백아영의 대단한 솜씨도, 그녀의 남편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단념할 수밖에 없다. 모두 생명의 은인으로 보고 첫눈에 반하게 만든 백아영 탓이었다. 그는 이 나라의 왕이다. 그가 마음에 드는 한 반드시 그의 것이다. 또한 결혼 후 백아영을 자신의 매력에 매료시켜 점차 이성준을 잊게 할 자신이 충만했다. 윌리엄이 생각을 하던 중, 차 문이 열리고 관광버스에서 백아영이 내렸다. 윌리엄스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그녀를 반겼다.“아가씨, 또 뵙네요.”윌리엄스가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고 백아영은 입을 다물었다. 백아영의 뒤로 큰 덩치의 이성준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머리 위로 이성준은 차갑게 말했다.“내 아내를 뺏으려는 게 너야?” 이성준은 포위망 속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의 구역에서 그는 독 안에 든 쥐였지만 그는 움츠러들지도 않고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이성준의 기는 모두를 앞질러 버려 마치 모든 것을 장악하는 왕인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서늘한 몇 글자가 사람을 더욱 섬뜩하게 했다. 집사는 높은 인물들을 많이 보았었기에 즉시 이성준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이곳은 그들의 궁전이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3화

    윌리엄스는 어안이 벙벙했다.백아영의 솜씨는 정말 놀라웠다. 그녀의 기묘한 침을 꽂는 기술이 더욱 놀라웠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백아영의 몸에는 빛이 보였다.그녀의 아름다움은 남달라서 비길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백아영은 여전히 은침을 손에 들고 윌리엄스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만 좀 건드리세요. 알아들으셨죠?”“저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윌리엄스의 의욕 넘치는 말은 눈앞으로 가까워져 오는 침에 놀라 목이 메었다. 순식간에 덮쳐 온 위험과 두려움이 그를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게 했다.백아영은 다시 경고했다.“잘 가세요. 바래다 드리지는 않을게요.”젊고 고집스러운 윌리엄스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위협은 그를 이성적으로 뒤로 물러나 타협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백아영은 바늘을 다시 집어넣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네 부하는 경련을 일으키다가 10여 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그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몸을 일으키자 멀리 떨어진 곳에 백아영이 보였다. 비록 뒷모습뿐이었지만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폐하,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부족했어요.”윌리엄스는 백아영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너희 탓이 아니야. 저 소녀가 너무 강할 뿐이야. 가자. 이제 내려가야지.”부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여왕님을... 그냥 이렇게 포기하시려고요?”윌리엄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그럼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겠어?”말이 통하지도 않고 싸워서 이기지도 못하니 부하는 조용히 입을 꾹 닫았다.하지만 윌리엄스는 미소를 띠었다.“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이야.”이성준은 열매 한 봉지 가득 따왔다. 그는 열매를 깨끗이 씻은 뒤 쟁반에 담아 백아영 앞에 대령했다. 하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방금 돌아오는 길에 들었는데 누가 너를 귀찮게 했다면서?”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도리도리 저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문제를 일으켰어.”이성준은 자초지종을 듣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2화

    백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아파서 머리까지 다쳤나. 걱정 마세요, 위험했지만 목숨은 건졌어요. 돌아가시면 의사부터 보세요. 잘 케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에요.”백아영은 진지하게 당부했지만 상대방은 한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백아영이 그만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년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저 지금 진지해요.”“이것은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규칙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은 반드시 몸으로 갚아야 합니다.”윌리엄스 왕족?백아영은 입헌군주제인 국가에 왔다. 이곳은 현대사회와 어우러졌지만 여전히 왕권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의 왕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듬직하고 성숙하며 상당한 재주를 가졌다고 전해졌다. 왕은 1년 넘게 국가 정무를 질서 있게 처리했다.다시 이 풋풋하고 고집 센 청년을 본 백아영은 목이 메었다. 왕은 소문과는 좀 다른듯했다.백아영은 청년한테 잡힌 손을 빼냈다.“그냥 눈에 보여서 구해준 거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으세요. 그리고 저는 결혼까지 한 여자에요.”“결혼하셨군요...”청년은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젊고 예쁜 백아영이 일찍 결혼했으니 흔치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청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저는 재혼에 대해 편견이 없어요. 남편분과 이혼해도 그대를 왕후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저는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청년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그제야 난처한지 땅바닥에서 일어나 앉아서는 백아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슨 복잡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백아영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년이 이해가 되지 않아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했다.곧이어 청년도 벌떡 일어났다. 너무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인지 몸을 휘청거리자 곁에 있던 남성이 얼른 그를 부축해 주었다.청년은 휘청거리는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막아섰다. 그의 맑은 눈은 어느새 포악해졌다.“아가씨, 억양을 들어보면 외국인인 것 같네요. 아직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룰에 대해 잘 모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1화

    하지만 백아영은 현무가 힘들어할까 봐 차마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관광지 한 곳만 더 돌고 남원에 돌아갈 생각이었다.이성준은 진지하게 말했다. “출산 장려 정책은 참 옳아.”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자식이 많아야 집도 떠들썩하고, 현무도 동생이 생기지.”어린 노동자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그의 뜻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이성준은 방긋 웃으며 백아영을 벽에 바짝 붙였다. “여보, 우리 현무에게 동생 만들어주자.”이날 현무와 백아영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파?”화면 속에서 백아영의 안색은 살짝 하얗게 보였다.하지만 별다르게 불편한 곳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낮에 산에 오르느라 피곤해서 그런가 봐. 괜찮아, 좀 쉬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럼, 내일 일단 산을 내리지 말고 호텔에서 쉬는 거예요?”내일 하산할 예정이었지만 백아영은 단호하게 답했다.“맞아.”그제야 현무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통화를 끊고 백아영의 이마에 길쭉한 손이 닿았다. 이성준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실제로 봤을 때 백아영은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이성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 내가 의사인데 모르겠어?”“하룻밤을 묵어도 좋으니까, 난 네가 좋아하는 열매를 좀 따올게.”이 산의 열매는 특산물이었기에 백아영이 매우 좋아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한 후, 이성준은 혼자 산꼭대기에 가서 열매를 땄고, 백아영은 아름다운 산기슭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침 풍경을 감상했다. 그녀는 조용히 열매를 기다리고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찻집 안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도와주세요! 여기 도와주세요!”“의사 없어요? 응급처치할 줄 아는 사람 혹시 있어요? 좀 살려주세요! 저의 도련님을 살려주세요...”식당에서 대략 이십 대 초반의 한 청년이 땅에 누워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0화

    한 달 뒤.인천공항에서 현무는 양복을 차려입고 반듯하게 서서 웃음을 가득 머금고 백아영을 배웅했다.“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놀다 와요. 여기 일은 저한테 맡겨요.” 현무는 이성준의 아들답게 한 달 만에 기본적인 경영 업무를 배웠고, 심지어 위정을 도울 수 있었다.또한 그는 이성준의 외아들인 만큼 이성그룹의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도 모든 주주와 직원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기에 일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성준의 한 달간 밑받침을 잘 깔아놓은 덕에 안심하고 현무와 위정에게 이성그룹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위정의 불평도 적어졌다. 그는 앞으로 일할 날에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내 아들 최고.”백아영은 현무를 꼭 끌어안고 그의 볼에 쪽 뽀뽀했다.“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영상통화 해. 날마다 기분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누가 감히 너를 괴롭히면, 엄마와 아빠가 바로 날아와서 때려 놓을 거야.”백아영의 품에서 현무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순간 엘리트에서 어린 아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하지만 이성준의 말과 백아영의 행복을 생각하며 현무는 마음을 가다듬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엄마 걱정하지 마, 외삼촌과 위정 아저씨가 계셔서 아무도 날 못 괴롭혀. 내가 좀 더 크면 내가 엄마를 보호해야 해.”백아영은 감동되어서 감정이 벅차 놀랐다. 현무는 너무 든든한 아들이었다.선우경진은 팔짱을 낀 채 한쪽에 서 있었다. “이씨 가문의 일은 해결됐지만 아직 선우 일가가 남아있다는 것을 잊지 마.”“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새로운 아이템도 많이 생각해 둬.”한 달 동안 그들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급한 불은 거의 다 껐다. 하지만 의학은 끝이 없고 신약 연구는 더 중요했기에 선우경진은 수시로 백아영을 감시했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다른 곳에서 시야를 넓히고 영감을 얻으면 신약을 개발하는데 더 쉬웠다.이성준은 한쪽에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9화

    현무는 계획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지만,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는 좀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이성준은 그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이성준의 엄숙한 표정을 보니 바로 계획을 하나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았다.현무는 골똘히 생각했다.“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매일 엄마와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요.”“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것과 함께 있는 것을 동시에 이룰 수 없어.”“왜요?”현무가 공부해서 잘하고 매일 학교 갔다 오면 자연스레 백아영을 볼 수 있고 그녀도 즐거워하는 게 일상이었다.“너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잊었어?”현무가 네 살 되기 전까지 백아영은 그의 곁에 있어줄수 없었다. 백아영이 돌아온 후, 비록 온 가족이 드디어 모였지만,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고 때마다 백아영은 떠나야 했고, 항상 바쁜 일상에 기쁠 때도 있었지만 힘들 때가 더 많았다. 현무는 그런 백아영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엄마는 나와 함께 있어서 기분이 나쁜 거예요?”어린 현무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돌기도 전에 이성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 때문이 아니야. 엄마가 놓인 상황 때문이지. 남원에서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일들과 언제든지 생기는 변화 때문이야.”“만약 누군가가 이 짐을 대신 나눠주고, 그런 일들을 완전히 해결해 주고, 엄마가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준다면 매일 즐거워할 거야.”현무는 어리지만 총명해서 즉시 이성준의 뜻을 알아차렸다.“아빠, 제가 엄마의 일을 나누어서 해도 돼요?”이성준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너는 할 수 있어.”“그런데 힘들 거야. 엄청 힘들 수 있어. 대신에 엄마를 오랫동안 못 볼 텐데, 그래도 할래?”현무는 힘든 것은 두렵지 않지만, 오랫동안 백아영을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현무는 머뭇거렸다. 그는 섭섭해서 고뇌했다.“나 그냥 엄마랑 여행 가면 안 돼?”이성준은 자애로운 아버지의 미소를 지었다. “네가 경영대를 일찍 졸업하면 돼.”현무는 지능이 높아서, 월반하는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8화

    이성준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은퇴할 생각이야.”‘역시!’백아영이 머릿속으로만 하던 황당한 추측을 이성준 입으로 직접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왜 이성준이 갑자기 도망 오려 했던 건지, 그리고 왜 그 큰 짐을 위정과 선우경진한테 내던졋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성준은 그들을 훈련하고 있었다.수단이 좀 잔인했을 뿐이다.“왜 갑자기 은퇴하고 싶은 거야?”백아영은 아직 앞날이 밝은 이성준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성준은 백아영을 응시하며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쓱쓱 만졌다.“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이성준은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아 수많은 고통을 겪었다.이성준의 괴로운 심정은 눈에 훤히 비쳤다. 그는 사실 오래전부터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영아, 앞으로 남은 생 동안 나는 네가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은퇴하고 쇼핑센터를 떠나면 원한도 모두 훨훨 털어 버릴 수 있다. 두 사람은 세계 여행하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백아영의 머릿속은 멍해졌다.백아영은 이성준이 은퇴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자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성준이 계획한 미래에 항상 그녀가 있었다. 그의 미래는 온통 백아영 한사람이었다.백아영은 감동되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가 환상하던 미래는 정말 기대할 만한 것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내가 선우경진과 위정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아.”겨우 보름밖에 안 되었는데, 그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참지 못하는데 정말 큰 일이라면 더 감당하기 어려워할 게 뻔했다.이성준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사색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현무 이제 다섯 살이니까 남자 다 됐지.”백아영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현무에게 맡길 생각은 아니지?”이성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안 될 게 뭐가 있어?”‘안 될 게 뭐가 있겠냐고? 현무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이성준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다섯 살 때, 이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