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마음이 사뭇 무거웠다.당장 쫓아가서 안가연을 밀어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면서 이성준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성은 마치 보이지 않은 싸늘한 철벽처럼 그녀를 가로막아 한 발짝도 옴짝달싹 못했다.이성준을 믿어야만 했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백아영은 묵묵히 김범준을 따라 별채로 향했고, 가는 길에 주변 환경과 동선, 그리고 경호원들까지 몰래 관찰하며 언제든 공격할 태세를 갖췄다.본채 바로 옆에 위치한 별채는 3층짜리 유럽식 건물인데, 캐슬처럼 생긴 저택은 한 채가 아니라 적어도 다섯 채가 나란히 붙어있다.“여기가 다 별채야.”김범준이 말했다. 그의 말투는 뿌듯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백아영은 여섯 번째 건물로 향했고, 안에 들어서자 으리으리한 거실에 앉아 있는 20~30명의 젊은 사내를 발견했다.다들 외모면 외모, 몸매면 몸매,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다. 아무나 데리고 밖에 나간다면 여자들의 감탄을 자아냈을 것이고,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 절세 미남 도감이 따로 없다.그동안 잘생긴 남자를 꽤 많이 봐온 백아영도 지금은 눈 앞에 펼쳐진 ‘장관’ 때문에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충격적인 비주얼에 어안이 벙벙했고, 꽃미남의 향연이 이처럼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할지는 상상도 못 했다.놀란 기색이 역력한 백아영의 얼굴을 태연하게 쳐다보며 김범준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다들 누님의 컬렉션이야.”안가연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남자를 밝힌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거실에 있는 20~30명뿐만 아니라 2층, 3층 복도에서도 새로운 미남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눈에 얼핏 보이는 사람만 해도 100명에 가까웠다.백아영은 더듬거리며 물었다.“설마... 앞에 있는 다른 다섯 채 별채에도...”김범준이 끼어들었다.“꽉 찼어.”그래서 자신을 여섯 번째 건물로 안내한 건가?백아영은 충격을 금치 못해 입이 떡 벌어졌다.“김범준, 왜 여자를 데려왔어?”
최신 업데이트 : 2024-02-21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