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861 - Chapter 870

916 Chapters

제861화

이성준은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운동회면 신체적인 접촉이 필수일 텐데 이성준은 지금 모자와 스킨십을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하지만 기대에 찬 이현무의 얼굴을 보니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건 이현무의 첫 운동회였으니까.“운동회? 엄청 재밌겠네? 엄마랑 아빠가 현무랑 놀아줄 수도 있는 거잖아? 예전부터 엄청 가고 싶었는데 잘됐다.”백아영을 몸을 웅크리고 앉더니 활짝 웃으며 이현무를 끌어안았다.“그런데 현무도 알겠지만 지금 아빠 회사 상황이 엄청 복잡해. 그래서 엄마랑 아빠 두 사람 다 너무 바빠. 하루라도 일 안 하면 회사가 다른 사람한테 넘어갈 수도 있거든. 그래서 말인데...”“엄마랑 아빠 못 오는 거예요?”이현무는 순식간에 눈물을 글썽였다.“당연히 가야지!”백아영은 서둘러 그를 달랬다.“엄마가 해야 할 일은 다 아빠한테 넘겨줄 테니까 엄마만 가도 될까?”그 말을 들은 이성준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선생님이 엄마랑 아빠 같이 와야 한댔어요. 그리고 달리기에 3인 4각이 있어서 무조건 세 명이어야 한다고요.”백아영은 고개를 들어 이성준을 힐끗 보고선 단호하게 말했다.“그날 삼촌이 시간 된대. 삼촌이랑 같이 갈게.”엄마랑 아빠와 함께 있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백아영은 간신히 이현무를 달래고 나서야 그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닫힌 서재 문을 보고 있노라니 이성준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며 기분이 울적했다.유치원 운동회조차 참석하지 못하는 그가... 과연 백아영과 이현무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이성준은 스스로를 쓸모없는 쓰레기라며 원망하기 시작했다.유치원 운동회 당일.백아영은 이현무와 함께 일찌감치 도착했으나 약속한 시간이 한참 지나도 선우경진은 보이지 않았다.“현무야, 아빠는 안 와?”주변 친구들이 천진난만하게 묻자 이현무는 백아영의 손을 꼭 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백아영은 그를 품에 안고 부드럽게 말했다.“올 거야.”어린아이들은 자신이 또래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걸 제일 싫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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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악의 없이 내뱉은 말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된다.특히나 어린아이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녀 열등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백아영도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리더니 서러워하는 이현무를 품에 꼭 껴안았다.“누가 그렇게 말하라고 가르쳤니? 현무 아빠는 현무를 엄청 사랑하니까 말 함부로 하지 마.”백아영은 싸늘하고 위협적인 눈빛으로 아이들과 그들의 무능한 부모를 째려봤다.“다시 한번 아이들이 헛소리 지껄이면 당신들 입을 모조리 찢어버릴 거예요.”싸늘함을 내뿜는 그녀의 모습에 겁을 먹은 몇몇 아이들은 겁에 질려 울부짖었다.상대가 어른이든 아이든 이현무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아이들이 뭘 알고 얘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뭘 그렇게 따지고 들어요?”“그러니까 말이에요. 아이들이 잘못 말한 건 없잖아요. 이렇게까지 기다렸는데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거면 솔직히 안 오는 게 맞는거죠.”“누가 안 온다고 했어요?”남자의 낮고 위엄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곧바로 빨간색의 정장을 입은 남자가 이현무에게 다가왔다.그는 다정하게 백아영과 이현무를 껴안고 한없이 부드러운 말투로 얘기했다.“여보, 미안해요. 차가 막혀서 조금 늦었네요.”백아영은 흔들리는 눈빛과 함께 잔뜩 경계하며 남자를 바라봤다.“제이슨 씨가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그녀는 제이슨이 가까이 다가오는 게 혐오스러운지 몸을 피했으나 제이슨은 대수롭지 않은 듯 다가가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사람들 지금 보고 있는 거 몰라요? 지금 절 밀어내면 현무는 유치원에서 웃음거리가 될 거예요.”백아영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이성준과 선우경진이 정말로 못 오는 상황이라면 유치원 선생님께 사정을 설명하고 3인 4각에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제이슨이 이현무의 아버지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지금 그를 거절한다면 사람들의 웃음거리는 물론이고 이현무는 아빠가 없어 일부러 사람을 고용했다고 낙인찍히게 된다.그러면 앞으로 남은 유치원 생활은 그에게 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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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제이슨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불평을 늘어놨다.“힘들게 도와줬는데 왜 이렇게 매정해요?”“도와달라고 부탁한 적 없잖아요?”백아영은 그의 말에 딱 잘라서 답하고선 이현무와 함께 차에 올라타 자리를 떴다.자동차 배기가스가 마침 제이슨을 향해 뿜어졌고 그는 연신 헛기침하더니 이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넌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거야.”차 안의 이현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엄마, 예의상 저 아저씨한테 식사 대접을 하는 게 맞지 않나요?”백아영은 부드럽게 답했다.“아빠가 찾은 사람이니까 아빠가 대접하실 거야.”이현무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현무와 함께 집으로 들어선 백아영은 잔뜩 죽상이 된 얼굴로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위정을 발견했다.백아영이 오늘 회사에 나가지 않았으니, 이성준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그에 비해 한없이 여유로운 위정의 모습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무슨 일 있어요?”백아영이 초조하게 물었다.“큰일났어요.”다급하게 백아영에게 다가가던 위정은 이현무를 보고 멈칫했다.순간 눈치챈 백아영이 입을 열었다.“아줌마, 현무 좀 씻겨줘요.”뚱보 아줌마가 이현무를 데려가자마자 위정이 말했다.“유치원에서 제이슨 씨랑 함께 있었다는 걸 사장님이 알게 되었습니다. 방금까지 엄청 화내셨어요.”제이슨이 유치원에 나타난 순간부터 백아영은 이 일을 이성준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제가 직접 가서 얘기할게요.”“아영 씨.”위정의 표정은 진지했다.“제이슨 씨와 아무 사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만... 사장님은 남자로서 아영 씨와 작은 도련님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고 아영 씨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게 많이 힘드실 겁니다. 당연히 사장님도 아영 씨를 믿겠지만...”비록 말끝을 흐렸지만 위정의 뜻은 매우 명확했다. 이성준은 모든 걸 이해하며 그녀를 믿고 있었지만 자극을 받을 때마다 고통스러워했다.천하무적인 이 남자에게 백아영은 치명적인 약점이다.마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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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이성준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자 우울하던 그의 기분은 금세 호전되었다.하루 24시간이 모자랐던 백아영은 회사의 긴급한 일들을 다 처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생화학 바이러스 연구에 전념할 시간이 생겼다.선우경진을 필두로 한 이 연구는 아직까지 큰 진전이 없었다.늘 그렇듯 급할수록 더 많은 장애물과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고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회사 경영에 대한 실력이 나쁘지 않다며 자부해왔지만, 이성준이 뒷받침해 주고 있음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주주들마저 난처하게 만들기 일쑤였다.“사장님, 동성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위정이 급히 서재로 들어왔다. 동성 프로젝트는 현재 백아영이 담당하고 있다.“주주들이 이 틈을 타 아영 씨를 난처하게 만들더니 심지어 해임하겠다며 아우성치고 있습니다.”이성준의 표정은 순식간에 서리가 내린 듯 싸늘하게 돌변했다.“이것들이 하나같이 간이 부었나... 죽고 싶어 환장했네. 지금 당장 회사로 가자.”위정은 난처했다.“그렇지만 사장님 몸이...”이성준은 망설임 없이 코트를 집어 들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그는 자신이 바이러스 보균자이기에 밖에 나가는 게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설령 마지막 숨이 붙어있는 상태라 할지라도 자신의 여자를 괴롭히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그가 없는 틈을 타 백아영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최신형 고급 롤스로이스가 가장 빠른 속도로 이성그룹을 향해 질주했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리려던 이성준은 입구에 있는 낯익은 뒷모습을 발견했다.백아영이다.그녀는 제이슨의 품에 안겨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몸을 떨었고 제이슨은 부드러운 말로 그녀를 위로하며 등을 토닥였다.백아영은 다른 사람에게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데, 아무리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 한들 어찌 제이슨의 품에 안겨서 울고 있냐는 말이다.며칠 전 절대 제이슨을 만나지 않겠다던 백아영의 맹세가 아직도 선명하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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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하지만 점검해야 하는 상황인 건 분명하다.“아영 씨.”제이슨은 벽에 기대어 그윽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다.“공교롭게 또 만나게 된 걸 보니 우리는 인연인가 봐요.”이성그룹의 지하 주차장에서 만난 걸 공교롭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인가? 어이가 없었다.백아영은 엘리베이터의 고장이 제이슨과 관련된 건가 싶은 합리적인 의심이 생겼다.“보안관님.”백아영이 보안관을 향해 손짓했다.“지하 주차장이라도 회사와 관련 없는 외부인의 출입은 막아주세요. 내일부터 당장 관리를 강화했으면 좋겠네요.”보안은 곧바로 제이슨을 바라봤다.“나가주시죠.”제이슨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백아영을 바라봤다. 농담이라도 몇 마디 건네고 싶었으나 백아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참 무자비한 여자네.”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기고 주주들과 실랑이하다 보니 백아영은 완전히 지쳐버렸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지친 몸을 이끌고 곧바로 이성준을 만나러 서재로 향했으나 서재의 불을 꺼져있었다.“도련님 주무셨습니다.”뚱보 아줌마가 말했다.이성준이 이렇게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예전에도 단 한 번뿐이었다.많이 피곤한가?백아영은 뻐근한 어깨를 누르며 별생각없이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그런데 그 후로 백아영이 퇴근해서 돌아올 때마다 이성준은 이미 자고 있었다.비록 늦게 돌아온 것도 사실이지만 이성준이 한 번도 그녀를 기다리지 않는 게 어딘가 꺼림칙했다.뭔가 이상함을 느낀 그녀는 반드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고 싶었다.문 밖에서 10여분간 서 있던 그녀는 발코니로 걸어가 위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시죠?”거리감을 유지하는 위정의 차가운 말투에 백아영은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성준이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아무 일 없습니다.”‘무슨 일 있는 건 아영 씨가 아닌가요?’라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애써 꾹 참았다.“위정 씨, 저한테는 전부 말해주셔도 되잖아요.”최근 몇 년 동안 백아영의 기세는 점점 더 강해졌고 그녀가 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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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다음날, 이성준은 여느 때처럼 백아영보다 늦게 일어났고 그가 방에서 나왔을 때 백아영은 이미 출근한 뒤였다.그는 문을 바라보며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서재에 들어갔다.그런데 들어가자마자 향기로운 꽃향기가 풍겼고 테이블을 보니 활짝 핀 백합꽃이 한 다발 놓여있었다.감히 그의 서재에 함부로 물건을 놓을 사람이 없었기에 이 꽃은 백아영이 준비한 게 틀림없다.그는 멍하니 백합꽃을 바라보며 눈빛이 흔들렸다.저녁 무렵, 해가 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아영이 돌아왔고 밥을 먹고 있던 이현무는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엄마, 오늘 왜 이렇게 일찍 퇴근했어요?”“별로 안 바빴어.”백아영은 자연스레 이현무에 곁에 앉아 밥을 먹었고 오랜만에 같이 밥을 먹는 게 즐거운 듯 이현무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서류를 손에 든 채 서재에서 나오던 위정은 그 장면을 보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성준이 몇 명의 주주들을 처리해 준 건 맞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시간이 없어야 하는 상황인데 너무 일찍 퇴근하니 오히려 이상했다.무의식적으로 이성준에게 보고하려던 위정은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가 생각나 말을 아꼈다. 그러고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그러니까 아영 씨가 새벽 3시에 나가서 점심도 안 먹고 모든 일을 처리했다고요?”위정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밥을 먹고 있는 백아영을 바라봤다.‘미친 건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 백아영은 곧바로 위정을 발견했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성준이 밥 먹었어요?”위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그 말에 백아영은 이현무와 함께 식사를 마친 후 손수 음식을 차려 이성준에게 가져갔다.서재로 향하는 백아영을 보자 위정은 그녀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 하는 이성준이 떠올라 무의식적으로 막으려 했다.“왜 그래요?”할말이 많았지만 한 글자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던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를 악물었다.“아무것도 아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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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백아영은 목에 두른 실크 스카프를 풀어 이성준에게 건넸다.“여기 잡아.”이성준은 말없이 스카프를 바라봤다.“이렇게 같이 스카프를 잡고 있으면 뭔가 마음을 나누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대. 너무 로맨틱하지 않아?”이성준은 할말을 잃었다. 도대체 뭔가 로맨틱한 건지 몰랐지만 백아영이 원하는 대로 맞춰줬다.스카프는 매우 가벼웠지만 두 사람이 끝을 잡자 팽팽하게 늘어졌다.서로의 감정이 연결된 듯한 묘한 기분이 들어 이성준은 고개를 돌려 백아영을 바라봤다.요즘 들어 부쩍 우울해지며 죄책감을 느꼈고 백아영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은 서로 맞잡은 스카프처럼 하나로 연결된 듯싶었다.마음을 나눈다는 말이 맞았다.타이타닉호가 침몰되며 남녀주인공은 영원한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이성준은 애초에 이런 영화에 관심조차 없었는데 곁에서 함께 보는 사람이 백아영이어서 그런지 슬펐다.“생이별 당하는 게 제일 고통스러울 것 같아.”백아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뚫어져라 이성준을 바라봤다.“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미워해도 상대방이 죽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성준아, 난 너를 살려준 하나님께 너무 감사해.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어.”이성준이 손에 힘을 주자 스카프가 더욱 팽팽하게 늘어졌다.틀리다니?차라리 생이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제 와서 후회하나?이성준의 눈빛은 더없이 어두웠다. 그는 백아영이 잔인한 말을 할 건가 싶어 입술을 깨문 채 묵묵히 그녀를 바라봤다.백아영은 손바닥에 스카프를 묶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을 엄청 많은 단위로 쪼갤 수 있는 거 알아? 난 회사 일을 다 마무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몇 시간을 쉬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지금은 눈앞의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소홀히 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결심했어.”백아영은 반짝이는 두 눈으로 말을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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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이번 강원 프로젝트는 백아영이 직접 출장 갈 필요가 없었지만, 생화학 바이러스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하고 있다는 교수님이 있어 직접 그를 만나러 왔다.그동안 백아영은 수많은 전문가와 교수를 만나면서 자문을 구했다. 비록 아무런 진전이 없었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약속된 시간에 맞춰 백아영은 교수의 집을 방문했다.그는 생화학 바이러스에 대해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었고 백아영에게 몇 가지 아이디어를 건네주기도 했다.백아영이 기쁨에 겨워 몸 둘 바 모를 때 교수가 입을 열었다.“연구하고 싶으면 열심히 해. 난 집중 못하고 딴마음 품고 있는 사람들이 제일 싫으니까 여기서 연구할 생각이면 모든 연락을 끊고 전념해.”이성그룹의 일을 맡고 있기에 손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하지만 이제야 진전을 보이는 생화학 바이러스도 포기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해독제를 연구해 낼 절호의 기회였으니까.어려운 선택이기에 백아영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성준아, 당분간은 회사 일을 도와주지 못할 것 같아. 네가 고생 좀 해야겠네.”영상 속의 이성준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가장 힘들 때 네가 도와준 덕분에 이제는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연구에 전념해.”말을 마친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연락은 아예 못 하는 거야?”“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 정도 못할 것 같아. 교수님한테 얘기해서 늦어도 보름에 한 번씩은 전화할게.”“알겠어.”이성준의 표정이 차분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보름 후.백아영은 교수님께 간곡하게 부탁했다.“교수님, 통화 한 번만 해도 될까요? 5분, 아니 2분이면 됩니다. 절대 연구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습니다.”지난 보름 동안 생화학 바이러스 해독제의 연구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희망을 본 백아영은 매우 기뻐하며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했다.그 와중에도 이성준과의 약속은 잊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리 애원해도 교수는 동의하지 않았고 되레 화를 버럭 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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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성준아,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교수님이 다른 사람이랑 연락하는 걸 엄청 싫어하셔서 어쩔 수가 없었어. 전에 한 달이라고 약속했었지? 그것보다 며칠 더 늦어질 것 같아. 해독제를 개발하는 데 곧 성공할 것 같거든! 아마 일주일 정도 더 걸릴 거야. 화내지 말고 나 기다리고 있어. 교수님 오니까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 사랑해.」메시지를 본 이성준은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고 갑작스러운 그녀의 연락에 손까지 떨렸다.해독제는 적어도 몇 년이 더 걸릴 거라고 생각해서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제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드디어 백아영을 품에 꼭 껴안을 수 있게 된다.“위정, 강원에 별장 하나 알아봐. 그쪽으로 가서 아영이를 기다릴 거야.”백아영을 만나고 그녀를 끌어안는 걸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쏜살같이 강원으로 달려간 그는 교수의 별장 외곽에 차를 세운 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들어가서 방해하지 않았고 그저 시간이 있을 때마다 멍하니 불 켜진 방을 주시했다.그렇게 닷새가 지난 후, 바쁜 일과를 마친 이성준은 밤늦게 운전해서 별장으로 왔다.평소처럼 길가에 주차한 그는 별장 가까운 곳에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서 있는 걸 발견했다.교수가 워낙 괴팍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 이웃도 없는 외진 곳에 살고 있었다. 그러니 이곳에 주차했다는 건 교수를 만나러 온 지인임이 분명하다.그런데 연구할 때는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한다고 하지 않았나?이상한 느낌이 든 이성준은 재빨리 빨간 스포츠카의 차주가 누구인지 알아보라고 위정에게 명령했다.위정은 재빨리 확인했다.“제이슨 백작입니다.”그 이름을 들은 순간 눈빛이 싸늘하게 돌변하더니 살기가 치솟았다.강원까지 찾아온 걸 보면 아무래도 간이 부은듯하다. 안씨 일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이곳에 온 목적은 해독제 개발을 방해하여 백아영을 난처하게 만드려는 게 분명하다.곧바로 차에서 내린 이성준은 살기를 내뿜으며 별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문에 다다르자 별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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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그때는 성준이한테 다가가지 못하니까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나도 여자예요. 욕구가 있다고요.”짜증 섞인 말투였지만 백아영은 또박또박 단호하게 말했다.“이제 곧 성준이가 회복할 테니까 당신 같은 인간은 필요 없어요. 제이슨 씨, 쿨하게 정리하죠?”말을 마친 그녀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매정하게 문을 닫았다.“참 단호하네.”제이슨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입가에는 사악한 웃음이 걸려있었다.“어쩌면 또 기회가 있을 수도? 몸정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백아영, 넌 절대 날 잊지 못할 거야.”웃으며 별장 입구에 이르자 주먹이 불쑥 들이닥쳤다.퍽!제이슨이 반응하기도 전에 또 한 방 날아왔고 죽일듯한 기세로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그 사람이 이성준인 걸 발견하고 나서는 흠칫 놀라더니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다 들었어요? 어떻게 말해줄지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차라리 잘됐네요. 이제 백아영이 바람피운 걸 알게 되었으니 헤어지는 게 어때요?”그는 백아영을 만나고 싶다는 사심을 감추지 않았다.“성준 씨가 이런 일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스타일인 거 알고 있어요. 굳이 바람피운 여자와 계속 만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헤어져요.”이성준은 주먹으로 답했다.그는 제이슨을 죽이고 싶었다.연달아 주먹을 얻어맞은 제이슨은 반격이 아니라 도망을 택했고 전력을 다해 달렸다.이성준은 극도로 추악한 얼굴로 어둠 속에 서서 살벌한 살기를 내뿜었다....다음날, 백아영이 환호했다.“드디어 해독제를 연구해 냈어!”계속되는 고강도의 밤샘 연구로 인해 얼굴이 극도로 창백하고 초췌했지만, 입가에 걸린 미소는 모든 걸 날려버렸다.그녀의 두 눈은 생기로 가득 차서 반짝 빛나고 있었다.“교수님, 감사합니다. 나중에 꼭 성준이랑 함께 와서 감사 인사를 전하겠습니다.”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던 백아영은 해독제를 챙기고 재빨리 남원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이성준을 꼭 껴안고 싶었다.“성준아, 나왔어.”집에 도착하자마자 서재로 달려갔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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