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에 이제는 그들이 안 오는 게 이상할 지경에 이르렀다.백승구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고 비록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이현무와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었다.가끔 두 아이를 바라보며 네 식구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이 있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그날 밤, 저녁을 먹은 후 창밖으로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이현무가 감기 기운이 있던 탓에 이성준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고 가겠다고 말했다.물론 이현무가 자는 건 전혀 개의치 않았지만, 이성준이 그녀의 집에서 자고 간다는 건 왠지 모르게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했다.“집에 네가 입을 만한 남자 잠옷이 없어.”“벗고 다닐까 봐 걱정돼?”이성준은 마치 백아영이 그를 탐내는 듯 놀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보고 싶었을 텐테 아쉽게도 위정이 지금 옷 챙겨서 오는 중이야.”백아영은 순식간에 말문이 막혔다.‘아주 작정했네! 똑똑한 줄 알았는데 내가 거절하는 의미로 말했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한 시간 후, 위정은 큰 캐리어를 들고 오더니 웃으며 말했다.“사장님과 도련님이 갈아입을 옷들이 들어있어요.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하룻밤을 자는 것뿐인데 엄청난 크기의 캐리어를 보고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백아영, 옷 가져와.”욕실에서는 이성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일찌감치 씻고 있었다.마침 위정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닫고 떠났다.할 수 없이 백아영은 캐리어를 열어 잠옷 한 벌을 찾았고, 욕실 문으로 가서 가볍게 노크하자 이성준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들어와.”백아영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고 알몸으로 씻고 있는 상황에 들어오라는 이성준의 말에 어쩔 줄 몰랐다.“네가 가지러 나와.”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이성준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잠시 고민하고 망설이던 백아영은 타협점을 찾았다.“내가 이렇게 넘겨줄게.”말을 마친 그녀는 옆으로 돌아서서 문을 열었고 틈 사이로 잠옷을 넣으려고 손을 뻗었다
최신 업데이트 : 2023-10-0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