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261 - 챕터 270

916 챕터

제261화

민우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렸을 때부터 안 좋은 환경에서 자란 탓에 모든 것에 경계심이 있어요. 아영 씨는 유일하게 잘 대해주는 사람이고 심지어 혈연관계까지 있으니 아마 의지하고 소유하고 싶었을 거예요. 다른 사람한테 뺏길까 봐 무서운 거죠.”이현무를 좋아하는 백아영의 모습에 백승구는 질투심이 생겨 그를 때렸다. 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정인데 극도로 불안한 상태인 백승구는 더할 나위 없었다.백아영은 설명할 수 없는 착잡함을 느꼈다. 지금껏 이현무와 백승구가 서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길 원했지만,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을 줄은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그녀의 소홀함으로 두 아이가 동시에 상처받았다.“아영 씨, 승구를 위해서라도 이현무는 멀리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백아영이 이현무를 멀리한다면 최대의 라이벌인 이성준도 멀리할 수 있기에 민우진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조언을 건넸다.그녀 역시도 같은 생각이 들었고, 상처 주지 않도록 백승구를 전학시키려고 했으나 어젯밤 자신의 손을 꼭 붙잡고 자는 이현무의 모습이 떠올라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백아영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고개를 저었고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지금은 상대가 현무겠지만 나중에는 제 주변의 누구라도 될 수 있어요. 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까 승구가 깨달을 수 있게 교육해야죠. 현무를 받아들일 수 있게 타이르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가르쳐줄 거예요.”이건 백승구를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드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백아영은 그의 방으로 다가갔고 백승구는 이미 일어나 스스로 씻은 뒤 교복을 입고 있었다.그녀를 본 백승구는 뒤로 물러나더니 작은 몸을 벽에 기댔고 눈빛에서는 두려움과 불안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어제 호통친 탓에 겁을 먹은 듯싶다.백아영은 괴로웠지만 마음을 독하게 먹고 단호한 표정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은 채 그의 두 눈을 바라봤다.“승구야,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백승구는 입술을 깨물고 꼿꼿이 선 채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돌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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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이현무의 얼굴에는 여전히 반창고가 붙어있었지만 어젯밤보다 한결 좋아진 모습이었다.여전히 반짝이는 두 눈으로 환하게 웃는 백아영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녀의 허벅지를 껴안고 싶었으나 백승구가 생각났던 이현무는 다시 주눅 들어 자리에 멈춰 섰다.다가가고 싶은데 차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다.백아영은 백승구의 손은 잡고 그들 앞으로 갔다.“승구도 이제 잘못을 깨달았어. 앞으로 현무랑 사이좋게 지내기로 나랑 약속했어.”“정말요?”이현무는 기뻐하며 백승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승구 형.”백승구는 자신의 앞에 놓인 작은 손을 보며 표정이 굳은 채 움직이지 않았고 이현무의 기대에 찬 모습도 시간이 지날수록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자신의 아들이 무던한 성격이란 걸 백아영도 알고 있었다. 잘 지내겠다고 약속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을 걸 예상하고 설명을 덧붙이려던 그때 백승구가 손을 내밀었다!그렇게 두 손을 맞잡았다!이현무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승구 형이 드디어 저랑 친구 한대요.”조마조마했던 백아영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그녀는 백승구가 친구를 사귀었다는 게 너무 뿌듯했고 점점 나아지는 모습에 위로를 얻었다.이 모습이 지속된다면 이제 유치원과 친구들에게 녹아들 것이고 평범하고 행복한 아이로 자라면서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게 된다.백아영은 두 아이를 교실로 보냈고 아이들을 타이른 뒤 곧바로 유치원 담임 선생님이 밖으로 나왔다.“승구 어머니, 두 아이를 화해시킬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해요. 과묵한 승구한테 어쩌면 활발한 현무가 마음을 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담임 선생님은 멀지 않는 곳에 있는 이성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작은 제안이 있는데... 여건이 허락한다면 두 아이가 사적으로도 많이 접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좋을 거예요.”고개를 들자 이성준과 시선이 마주쳤고 불편한 마음에 거절하려고 입을 열려던 찰나 이성준이 침착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뭘 알았다는 거지?’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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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당황한 백아영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내가 요리를 잘 못하는데 배달시켜도 괜찮을까?”백아영과 함께 먹는 거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던 이현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성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요즘 계속 배달 음식만 먹었어?”혼자라면 상관없겠지만 아이와 함께 살면서 계속 배달을 시켰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요리 연습하고 있어.”의술에 재능이 뛰어난 것과 달리 요리에는 아예 재능이 없었고, 지금껏 그녀가 만들었던 음식은 차마 먹을 수조차 없는 요리였다.이성준은 뻘쭘해하는 백아영의 모습을 보며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내가 할게.”“그래도 그건...”이성준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거리를 좁히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사람을 매혹시켰다.“처음도 아닌데 왜 그래?”분명 요리에 관한 얘기인데 귀에 들어온 순간 저도 모르게 이상한 상상이 든 백아영은 뒤로 물러섰고 그 틈을 타 이성준이 안으로 들어갔다.“...”이성준은 부엌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야채를 꺼내 씻기 시작했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면은 그녀에게 꿈같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었다.그녀는 이현무가 손을 잡을 직전까지 멍하니 이성준을 바라봤다.“아줌마, 집 구경해도 돼요?”처음 온 이현무는 호기심으로 가득 찼고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백아영은 이성준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이현무를 데리고 백승구를 찾아가 놀았다.곁눈질로 백아영의 모습이 보였던 이성준은 흐뭇한 듯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한 시간 후, 이성준은 다섯 가지 요리와 두 가지 국을 준비했다. 수북이 쌓인 한 상차림을 보며 백아영은 안타까움과 감동을 느꼈고, 이렇게 푸짐한 식사는 정말 오랜만이었다.이성준과 이현무와 함께 앉자 싸늘하던 그녀의 작은 집은 순식간에 활기를 되찾았고 떠들썩한 분위기는 훈훈하게 느껴졌다.“현무랑 승구도 많이 먹어.”백아영은 반찬을 집어주었다. 백승구는 늘 그렇듯 미각 잃은 사람이 살기 위해 밥을 먹는 것처럼 무표정이었고 그와 달리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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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반복되는 일상에 이제는 그들이 안 오는 게 이상할 지경에 이르렀다.백승구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고 비록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이현무와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었다.가끔 두 아이를 바라보며 네 식구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이 있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그날 밤, 저녁을 먹은 후 창밖으로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이현무가 감기 기운이 있던 탓에 이성준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고 가겠다고 말했다.물론 이현무가 자는 건 전혀 개의치 않았지만, 이성준이 그녀의 집에서 자고 간다는 건 왠지 모르게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했다.“집에 네가 입을 만한 남자 잠옷이 없어.”“벗고 다닐까 봐 걱정돼?”이성준은 마치 백아영이 그를 탐내는 듯 놀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보고 싶었을 텐테 아쉽게도 위정이 지금 옷 챙겨서 오는 중이야.”백아영은 순식간에 말문이 막혔다.‘아주 작정했네! 똑똑한 줄 알았는데 내가 거절하는 의미로 말했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한 시간 후, 위정은 큰 캐리어를 들고 오더니 웃으며 말했다.“사장님과 도련님이 갈아입을 옷들이 들어있어요.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하룻밤을 자는 것뿐인데 엄청난 크기의 캐리어를 보고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백아영, 옷 가져와.”욕실에서는 이성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일찌감치 씻고 있었다.마침 위정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닫고 떠났다.할 수 없이 백아영은 캐리어를 열어 잠옷 한 벌을 찾았고, 욕실 문으로 가서 가볍게 노크하자 이성준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들어와.”백아영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고 알몸으로 씻고 있는 상황에 들어오라는 이성준의 말에 어쩔 줄 몰랐다.“네가 가지러 나와.”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이성준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잠시 고민하고 망설이던 백아영은 타협점을 찾았다.“내가 이렇게 넘겨줄게.”말을 마친 그녀는 옆으로 돌아서서 문을 열었고 틈 사이로 잠옷을 넣으려고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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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예리한 칼날은 백승구의 목을 스쳤고 하얀 목덜미에 옅은 핏자국이 그려졌다.그러나 백승구는 자신이 당할 뻔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얌전하게 잠든 모습은 정말 순진무구하게 느껴졌는데 정말 그럴까?이성준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생사의 위험에 직면했을 때 아무것도 모른 채 순진하게 잠을 자는 게 아니라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하는 정도의 극악무도함을 갖고 있다.“백승구. 경고하는데 네가 감히 백아영을 다치게 만든다면 아들이라 할지라도 죽여버릴 거야!”싸늘한 경고와 함께 이성준은 칼을 거뒀다.문이 닫히는 순간 ‘잠자던’ 백승구가 눈을 번쩍 떴고 작은 손으로 목에 난 상처를 감싸며 사악한 눈빛을 보였다.‘의심하네? 계획을 앞당겨야겠어.’...집에 온 손님들을 위해 백아영은 아침밥을 사러 가려고 일찍 일어났다.그러나 방문을 나서자마자 향기로운 밥 냄새가 풍겨왔고 부엌에서 아침을 만들고 있는 이성준이 보였다.이성준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입을 열었다.“조금만 더 기다려.”따스한 아침 햇살 덕분에 집안은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잠옷을 입은 채 부엌에서 바삐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이성준의 모습을 보며 문득 그와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웠다. 너무 행복할 것만 같았다.생각하던 중 갑자기 잠금 해제 소리가 들려왔고 문이 열리더니 민우진이 손에 뭔가를 든 채 들어왔다.“아영 씨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랑 우유...”말을 마치기도 전에 깜짝 놀란 눈으로 부엌에 있는 이성준을 바라봤다.“당신이 여기 왜 있어?!”막 샌드위치를 자르던 이성준은 민우진을 본 순간 차갑고 싸늘하게 변했다.민우진은 곧 그가 잠옷을 입고 있다는 걸 알아챘고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아영 씨, 저 사람 여기서 잔 거예요? 설마...”“오해하지 마세요. 현무가 감기 기운 있어서 하룻밤 자고 간 것뿐이에요!”어쩌면 자신이 불순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탓에 서둘러 해명했다.그녀의 반응에 민우진은 기분이 조금 풀렸지만,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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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당연하죠.”사람을 죽일듯한 이성준의 냉혹한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렸다.“오늘은 저 기다리지 말고 먼저 들어가요.”민우진은 침울한 눈빛으로 방문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아영 씨, 성준 씨랑 만날 생각 있어요?”그 시각 마침 문을 열려던 이성준은 손잡이를 잡은 채 멈춰 섰고 숨을 죽이고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순간 수백 가지의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지만 백아영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농담도 참. 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민우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됐어요.”민우진을 엘리베이터에 태우고서야 백아영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부엌에 칼은 든 이성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큰 싸움을 피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곧바로 이현무의 손을 잡은 채 방에서 나온 이성준의 모습이 보였다.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고 함부로 다가설 수 없을 정도의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던 그는 이현무를 데리고 그녀의 앞을 지나며 밖으로 나갔다.“성준아, 아침 안 먹어?”그녀를 응답하는 건 문 닫는 소리뿐이었다.충격받아 자리에 얼어붙은 백아영은 이성준이 화가 났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무의식적으로 그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발걸음이 떼지지 않았고 뭐 때문에 화가 났든 그녀가 쫓아갈 입장은 아니었다. 둘은 아무 사이 아니니까....저녁 무렵 백아영은 평소와 다름없이 백승구의 하교를 위해 유치원에 갔으나 오늘은 이성준과 이현무를 만날 수 없었다.선생님께 물어보니 현무가 아파서 오늘 유치원에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현무가 아프다고?’걱정을 멈출 수 없었던 백아영은 백승구를 집에 보낸 후 서둘러 별장으로 향했다.도착했을 때 이미 날은 어두워졌다.별장 밖에는 가로등이 켜져 있어 문을 밝히고 있었지만 줄곧 환하게 불이 켜져 있던 별장 안은 오늘따라 어두컴컴했다.백아영은 의심스러워 문을 두드렸지만 잠기지 않았던 문은 저절로 열렸다.“아줌마?”백아영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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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그의 키스는 짙은 술 냄새를 풍기며 미치도록 거칠었고 마치 짐승한테 잡아먹힐 듯한 느낌이 들었다.순간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정신이 멍해졌고 온몸이 나른해져 그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술 취한 사람처럼 미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정신을 붙잡았고 이를 악문 채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아!”이성준은 고통을 느끼며 입술을 떼더니 그윽한 눈으로 백아영을 노려보다가 더욱 난폭하게 행동했다.“지금 내가 건드렸다고 이렇게 반항하는 거야? 민우진이랑 키스할 때도 이래?”백아영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성준아,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백아영. 그 사람이랑 같이 있을 생각하지 마!”이성준은 이를 악물더니 백아영을 어깨에 얹은 채 성큼성큼 위층으로 향했고 거꾸로 매달려 불편함을 느낀 그녀는 겁에 질려 이성준을 쳤다.“이성준.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주정뱅이야!”이성준은 그녀를 침대에 던지더니 넥타이를 풀어 두 손을 머리 위에 묶었고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말했다.“이제부터 넌 아무 데도 못 가. 내 옆에만 있어야 돼!”백아영은 충격에 휩싸여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너 지금 취했어!”“취했다고 뭐가 달려져?”이성준은 고집을 부렸다.“어쨌든 나는 네가 민우진이랑 키스하는 꼴을 못 보겠어. 날 미워하든 원망하든 상관없는데 넌 무조건 내꺼야!”그는 고개를 숙이더니 격렬하게 키스했고 몸놀림은 마치 한 마리의 늑대라도 된 것 같았다.백아영은 남자의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고 당혹감에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듯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이성준의 모습은 처음이었다.“이성준. 이제 그만해!”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계속하다가 내일 후회할 거야!”이성준은 멈추지 않았다.“널 가질 수 없는 게 더 후회돼!”백아영을 거절하고, 멀리하고, 싸늘하게 대하면서 감정을 억제하면 조금이라도 무뎌질 줄 알았는데 민우진과의 관계를 본 순간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게 무너졌다.이 감정은 추스를 수 없었고 그녀를 놓을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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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이번에 백아영은 손쉽게 그를 밀어냈다. 이성준은 흐트러진 상태로 침대 곁에 앉아있었고 마음이 혼란스러웠던 그녀는 떠나려고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때 두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더니 뒤에서 끌어안았고 이성준은 그녀의 등에 얼굴을 기댄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두운 공간에서 그의 유혹은 치명적이었다.“백아영. 널 좋아해. 어떻게 하면 받아줄래?”백아영은 감전된 듯 몸이 얼어붙었다. 일찍이 짐작하고 이성준의 마음을 알아챘지만 직접 말하는 걸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었고 도저히 당해낼 수 없게 만든다.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마음 깊은 곳에서 퍼져나갔지만 백아영은 정신을 차려 힘겹게 입을 열었다.“난 다시 가족 이룰 생각이 없어. 승구랑 둘이서 남은 인생 살고 싶고 그 누구도 좋아하고 싶지 않아. 받아주지 못해서 미안해.”백아영은 이성준의 손을 조금씩 떼어내더니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이성준은 침대에 걸터앉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참 독한 여자네.”하지만 그럴수록 백아영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고 그 감정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백승구는 과묵했지만 여전히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갈망하고 있었고 백아영이 선우소훈을 만나러 간다고 했을 때 스스로 과일바구니까지 준비했다.점점 철이 드는 백승구의 모습에 그녀는 흐뭇했다.그녀는 과일과 우유를 손에 든 채 백승구와 함께 이씨 가문의 개인병원으로 향했고 어느 VIP병동에서 선우소훈을 만날 수 있었다.4년 만에 만난 그는 너무 많이 변해 있었고 열 살은 족히 늙어 보였다. 백발의 머리에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고 초췌하고 기운 없는 모습은 언제 세상을 떠도 이상하지 않은 평범한 노인에 불과했다.백아영은 순간 코끝이 찡해지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아영이 왔구나.”그녀를 발견한 선우소훈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네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되는구나.”불과 4년 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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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선우 의가는 존재만으로도 모두가 존경하는 전설이었다. 4년 전에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를 이겨냈고 이씨 가문의 도움으로 훨씬 성장했다.다시 정상의 자리로 돌아와 명성이 자자한 선우 일가의 가주가 된다면 평민에서 피라미드 꼭대기로 단번에 올라설 수 있고 만인의 부러움을 한 번에 받을 수 있게 된다.다들 이 자리를 탐냈지만...“저는 권력이나 부에 욕심이 없습니다. 아무 경쟁 없이 승구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요. 할아버지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세요.”백아영은 백승구의 손을 잡고 떠났다.백승구는 조용히 그녀를 따라나섰고 고개를 돌리더니 섬뜩한 눈빛으로 과일 바구니를 쳐다봤다.선우소훈은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힘없이 침대에 쓰러졌다.“할아버지...”선우경진은 걱정하며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할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서 저러는 거니까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거예요.”“선우 일가가 아영이한테 빚진 게 너무 많아. 경진아, 내가 그때까지 버티지 못한다면 너라도 꼭 포기하지 말고 선우 일가의 가주 자리를 아영이한테 넘겨줘야 돼.”선우경진은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선우소훈은 과일 바구니를 바라보며 말했다.“아영이가 가져온 과일 좀 먹어볼까? 귤 하나 까줘.”...병원에서 진찰 중이던 백아영은 갑자기 유치원 담임 선생님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어머니, 큰일 났어요. 승구 미친것 같아요. 하마터면 현무를 목 졸라 죽일 뻔했어요. 지금 바로 이쪽으로 오세요!”백아영은 충격으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동안 둘은 사적으로도 많이 만났고 사이좋게 친구로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백아영은 서둘러 학교로 갔다.“선생님, 현무는 괜찮아요?”백아영이 다급하게 묻자 선생님은 교실 한구석을 가리켰다. 그는 의자 위에 누워있었고 얼굴은 창백하게 질린 채, 금방이라도 깨질 도자기처럼 상처가 가득한 모습은 위태로워 보였다.담임 선생님은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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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백아영이 절망적인 마음으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던 그때, 갑자기 인파가 몰려들었고 한 학부모가 외쳤다.“성준 대표님 오셨네!”이성준은 깔끔한 수트 차림에 긴 다리를 뻗으며 다가왔고 이현무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쪼그려 앉더니 의자에서 그를 번쩍 안아 올렸다.담임 선생님은 서둘러 이현무의 상황을 다시 한번 설명했고 걱정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이 일은 유치원도 책임이 있으니 저희가 감당할게요.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신고할 필요 없어요.”단호하게 말하는 이성준의 모습에 담임 선생님은 이해가 안되는 듯 의아했다.‘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 신고를 안 한다고? 사적으로 해결하실 생각인가?’이런 일이 일어났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백아영은 알고 있었고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미안해...”“네 탓 아니야.”이성준은 손을 뻗어 백아영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울지마. 우리 나가자.”말하던 그는 한 손으로 백아영의 어깨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 말 없이 편을 들어주며 자신을 보호하는 이성준의 모습에 그녀는 정신이 멍해졌다.줄곧 혼자서 맞섰던 무기력한 슬픔과 고통에 문득 힘이 생겼고 그 모습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대표님이랑 저 여자 무슨 사이예요?”“보면 몰라요? 집안싸움인 거지!”“어쩐지 신고 안 하더라.”“그래도 이건 너무 감싸는 거 아니에요? 도련님이 죽을 뻔했는데 저 여자를 탓하지 않는다니, 참 팔자좋은 여자네!”북적거리는 사람들 뒤로 눈에 띄지 않는 어느 은밀한 구석에 백채영과 리사가 숨어있었다.현무가 다쳤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달려왔고 이성준이 반드시 화내며 백아영을 몰아붙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백아영한테 이렇게 친절하다니!”현무가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백아영을 믿어주며 감싸는 모습에 백채영은 질투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와 함께 있었을 때는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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