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구는 입을 꾹 닫고 침묵을 유지하는 대신 백아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다들 죽어 마땅한 사람이에요.”순간 소름 끼치는 공포감이 몰려왔고, 깜짝 놀란 백아영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눈앞의 아이는 분명 애지중지 키워도 모자랄 사랑스러운 친아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이내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 마치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대체 왜? 백승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이게 그의 본모습이란 말인가?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면서 여태껏 그를 제대로 알아보려고 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백아영.”이성준은 백아영의 어깨를 잡고 살포시 끌어안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로했다.“아마도 심리적으로 문제 있을 수 있어. 물론 불치병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이미 심리상담사랑 연락했어.”심리적인 문제라니?그러나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이냐는 말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는 몇 번이고 사람을 죽이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너무나도 끔찍한 상황에 소름이 끼치질 지경이다.더 중요한 건 심리가 비정상일수록 치료가 더 어렵다는 점인데, 백승구는 이미 구제 불능의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한 치의 희망도 보이지 않은 백아영은 절망이란 늪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었다.“원인을 찾아서 꼭 치료해줄 테니까...”이성준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백아영, 날 믿어.”그녀를 집어삼킬 듯한 패닉과 절망은 마법처럼 한순간에 잠잠해졌고, 서서히 평정심을 되찾기 시작했다.백아영은 이성준의 품에 안긴 채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는데, 마치 안전한 피난처를 찾은 듯 편안함이 몰려왔다.이성준은 두 사람을 자신의 별장으로 데려갔고, 심리상담사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이성준이 사적으로 일을 부탁하는 사람인데 능력이 꽤 뛰어나다고 했다.심리상담사는 백승구를 방으로 데려가서 상담을 시작했고, 백아영은 방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시간이 이렇게 늦게 지나가는 느낌은
Last Updated : 2023-10-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