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271 - Chapter 280

916 Chapters

제271화

백승구는 입을 꾹 닫고 침묵을 유지하는 대신 백아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다들 죽어 마땅한 사람이에요.”순간 소름 끼치는 공포감이 몰려왔고, 깜짝 놀란 백아영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눈앞의 아이는 분명 애지중지 키워도 모자랄 사랑스러운 친아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이내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 마치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대체 왜? 백승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이게 그의 본모습이란 말인가?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면서 여태껏 그를 제대로 알아보려고 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백아영.”이성준은 백아영의 어깨를 잡고 살포시 끌어안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로했다.“아마도 심리적으로 문제 있을 수 있어. 물론 불치병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이미 심리상담사랑 연락했어.”심리적인 문제라니?그러나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이냐는 말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는 몇 번이고 사람을 죽이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너무나도 끔찍한 상황에 소름이 끼치질 지경이다.더 중요한 건 심리가 비정상일수록 치료가 더 어렵다는 점인데, 백승구는 이미 구제 불능의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한 치의 희망도 보이지 않은 백아영은 절망이란 늪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었다.“원인을 찾아서 꼭 치료해줄 테니까...”이성준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백아영, 날 믿어.”그녀를 집어삼킬 듯한 패닉과 절망은 마법처럼 한순간에 잠잠해졌고, 서서히 평정심을 되찾기 시작했다.백아영은 이성준의 품에 안긴 채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는데, 마치 안전한 피난처를 찾은 듯 편안함이 몰려왔다.이성준은 두 사람을 자신의 별장으로 데려갔고, 심리상담사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이성준이 사적으로 일을 부탁하는 사람인데 능력이 꽤 뛰어나다고 했다.심리상담사는 백승구를 방으로 데려가서 상담을 시작했고, 백아영은 방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시간이 이렇게 늦게 지나가는 느낌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9
Read more

제272화

나인은 고개를 저었다.“사실 그게 제일 골치 아픈 일이에요. 워낙 특별한 케이스라서 최면을 건 사람만이 최면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거든요.”최면을 건 사람은 제갈연준일 가능성이 컸다.이성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갈연준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게.”아직 제갈연준한테서 알아내야 할 것도 많고, 이용할 가치도 있는지라 그동안 지하실에 가둬뒀다.지하실에 있는 제갈연준은 비좁은 방에 갇혀 쇠사슬에 묶인 채 십자가에 매달려 있었다.온몸은 상처투성이에 어떤 부위는 이미 딱지가 앉았고, 아직 덜 아문 곳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퀭한 얼굴은 초췌할 정도였고 살이 빠져서 피골이 상접했지만, 검푸른 눈동자만큼은 여전히 어둡고 침침한 기운을 뿜어냈다.마치 체내의 모든 수분이 날아가 마른 가죽만 남은 뱀처럼 어떻게든 공격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듯싶었다.심지어 같이 죽을 수만 있다면 그 누구도 상관없는데, 뼛속까지 악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를 보자마자 백아영은 살인을 저지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이내 달려가 그의 목을 조르고 이를 악물며 물었다.“우리 아들한테 최면을 건 사람이 너지?”“그래.”제갈연준은 대수롭지 않게 인정했고, 섬뜩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빤히 쳐다보며 호탕하게 웃었다.“잔뜩 화가 난 모습을 보아하니 네 아들의 손에 드디어 피가 묻었나 본데? 왜? 사람을 죽였대? 하하하, 아영아, 내 곁에 있어야만 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했을 텐데, 날 떠나서 자유를 되찾았다고 생각해? 네 앞에 놓인 건 천국이 아니라 오로지 지옥뿐이야!”백아영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손가락을 점점 더 꽉 조였다. 제갈연준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숨이 막히는 느낌에 흰자위까지 뒤집혔다.그녀는 진심으로 제갈연준을 죽이려고 했다.다시는 남을 해치지 못하게 악마 같은 사람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릴 작정이었다.“백아영, 진정해.”이성준이 다가와 백아영의 손을 잡았다.“백승구를 최면에서 깨어나게 하려면 제갈연준이 필요해.”백아영은 애써 이성을 되찾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9
Read more

제273화

백아영은 넋을 잃고 말았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실속까지 챙기다니?이내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그럴 생각은 없는데?”이성준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지금부터 생각해도 늦지 않았어.”“...”정신이 멀쩡한 상황에서도 이처럼 직설적으로 말할 줄이야! 당당하게 밀어붙이는 그의 모습에 백아영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성준아, 장난도 참, 세상에 널린 게 여자야. 난 고작 애 달린 미혼모에 불과한데, 나보다 좋은 여자가 어찌 한 둘뿐이겠어?”이성준이 피식 웃었다.“만약 다른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굳이 널 4년 동안이나 찾아다녔을까? 백아영, 너 자신을 비하하지 마. 이미 내 눈에 들어온 이상 너한테 두 가지 선택권밖에 없어.”그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강하고 위압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나중에 받아들이든지.”...결국, 제갈연준의 요구에 따라 임의로 산 하나를 선택해서 풀어주기로 했다.주위는 크고 작은 산이 굽이굽이 이어졌고, 무성한 나무로 둘러싸였다.차에서 내린 제갈연준은 고개를 들어 화창한 하늘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오늘 날씨 참 좋네.”“쓸데없는 소리 작작 하고 얼른 시작해.”이성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하자 위정이 백승구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백승구는 현재 미지의 변수 같은 존재라서 나이는 어리지만 위험천만했다. 결국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위정에게 그를 맡겼다.백아영은 초조한 얼굴로 옆에 서 있었다.제갈연준은 고개를 숙여 백승구를 내려다보았고, 창백한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백승구라... 엄마가 좋은 이름을 지어주셨네? 너에 대한 엄마의 기대가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군.”백승구는 얌전한 모습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곧이어 눈빛이 탁하고 공허하게 변하더니 최면 상태에 빠져들었다.백아영은 분한 마음에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고작 그의 말 한마디에 최면에 걸리다니, 그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9
Read more

제274화

다만 백아영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성준의 앞에 막아설 줄은 몰랐다. 그녀가 생각보다 이성준을 많이 좋아하는 듯싶은데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백아영은 그의 소유물로서 언젠간 자신한테로 돌아오기 마련이니까.위정 일행은 제갈연준을 따라 숲으로 들어갔고, 이내 점점 멀어졌다.이성준은 백아영을 안고 차에 올라탔고, 재빨리 구급상자를 꺼내 상처를 치료해줬다. 이미 검게 물든 상처를 바라보며 이성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비록 고통에 못 이겨 식은땀이 흘러내렸지만, 백아영은 겉으로 아픈 티를 전혀 내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상처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이 정도 고통은 그동안 너무나도 많이 겪어 봤기에 무감각해질 정도였다.곧이어 의식을 잃은 건지 아니면 잠이 든 건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나인의 품에 안긴 백승구를 바라보며 물었다.“우리 승구 괜찮아요?”“최면에 걸려 기절했을 뿐, 의식을 회복하면 괜찮을 거예요. 최면술에서 이미 깨어났고, 앞으로 저랑 심리상담을 몇 번만 하면 여느 아이처럼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죠.”나인이 대답했다.가슴이 조마조마하던 백아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제갈연준이 도망갔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성준아, 제갈연준이 독을 다루는데 능하니 위정 씨한테 조심하라고 해.”제갈연준이 숲속으로 도망친 순간부터 그를 다시 붙잡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사실을 직감했다.이성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너 자신이나 걱정해!”“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그만! 푹 쉬어.”백아영은 말문이 턱 막혔다. 분노로 가득한 이성준의 두 눈을 바라보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그녀가 중독되어 힘들어할 때 드디어 걱정하는 사람이 나타나다니!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이 저도 모르게 느슨해지면서 백아영은 이성준의 품에 안겨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소식을 전해 들은 선우경진이 별장으로 부랴부랴 달려와 백아영을 해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9
Read more

제275화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제 발 저린 탓에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순간 호흡마저 흐트러지고 당황한 나머지 백아영은 뒤로 한발 물러섰다.“아, 아니?”“아니라면서 왜 당황하는데?”이성준은 그녀의 턱을 움켜잡고 살짝 들어 올리더니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백아영, 대체 뭘 걱정하는 거야? 만약 백승구 때문이라면 심리상담을 받고 나서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하잖아. 나랑 현무와 잘만 지낸다면 나도 당연히 아들처럼 예뻐하겠지. 혹시라도 다른 이유가 있다면 편하게 얘기해, 내가 대신 처리해줄 테니까. 우린 이미 4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했는데 어떻게 단 한 번이라도 시도해보지 않고 지레 포기할 수 있어?”이성준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몸조리하는 동안 잘 생각해 봐.”백아영이 쌓아 올린 마음의 벽이 적극적인 공세에 못 이겨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이내 머릿속도 뒤죽박죽되었다.밤이 되자 이현무는 베개를 끌어안고 백아영의 방으로 찾아가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아영 아줌마, 오늘 저녁에 같이 자도 돼요? 전 잠버릇이 얌전해서 맹세하건대 꼼짝도 안 하거든요. 물론 걱정된다면 저 끌어안고 자도 돼요.”사랑스러운 녀석의 모습에 백아영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 그를 향해 손짓했다.“자, 이리 와.”이현무는 자연스럽게 백아영의 품에 파고들어 고개를 들고 상처가 난 부위를 호 하고 불어줬다.“이렇게 후후 불면 안 아프다고 했어요.”“그러네, 진짜 안 아파.”백아영은 웃으면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현무가 유난히 좋았고, 녀석을 안고 있노라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안도감이 몰려왔다.심지어 이현무와 떨어져 있겠다고 생각할 때면 이루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아줌마...”이현무는 백아영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세상에서 아빠만큼 아줌마가 제일 좋은데, 혹시...”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아이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최대한 용기를 끌어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0
Read more

제276화

최면에서 깨어난 백승구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말수도 많아졌고, 백아영과의 스킨십은 물론 다른 사람과 교제하는 것도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더는 뚱하고 무표정한 목각 인형이 아니었고, 가끔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바닥에 앉아 블록을 가지고 즐겁게 노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자 백아영은 진정한 행복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조용히 백아영의 곁에 나타난 이성준이 그윽한 시선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곧이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랑 함께 한다면 아이들이 매일 저렇게 놀 수 있을 텐데.”화들짝 놀란 백아영이 고개를 돌리자 햇빛을 머금은 이성준의 눈동자와 맞닥뜨렸는데, 반짝이는 두 눈은 생기가 넘치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그녀는 더는 자기 마음을 통제할 수 없었다.밤이 되자 백아영은 백승구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물었다.“승구야, 현무가 좋아?”백승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맑고 낭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백아영이 다시 물었다.“성준 삼촌은 어때?”백승구는 이성준을 떠올렸다. 비록 그의 아우라 때문에 조금 겁이 났지만, 요 며칠 동안 지내본 결과 좋은 사람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백아영의 심장이 점점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살짝 붉어진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렇다면 앞으로 두 사람이랑 같이 살고 싶어?”“네.”백승구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백아영의 마지노선이 드디어 힘없이 무너졌다.그녀는 이성준과 행복을 논할 가능성이 있는지 시도해보고 싶었다.이내 마음을 먹고 백승구를 재운 다음 이성준의 방으로 찾아가 살며시 문을 두드렸다.“성준아, 할 얘기가 있어.”곧바로 문이 열리더니 이성준의 커다란 몸이 떡하니 나타났다. 허리에는 타올만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었고, 훤히 드러난 탄탄한 가슴에는 물기가 촉촉했다.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에 그녀는 코피가 터질 뻔했다.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백아영은 서둘러 눈을 가렸다.“옷은 왜 벗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0
Read more

제277화

이성준의 안색이 돌변하더니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갔다.조마조마하던 백아영의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 역시나 이럴 줄 알았다. 구역질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그녀는 시무룩한 얼굴로 눈을 내리깔았다.“없던 일로 해...”“대체 언제부터 이도하가 마음에 든 거지?”이성준은 이를 악물고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순간 어리둥절한 백아영은 무슨 상황인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부인했다.“마음에 든 적이 없는데?”“하! 그렇다면 내가 알아서 포기하도록 핑곗거리를 대는 건가?”이성준의 눈빛이 점점 사나워지더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백아영, 날 거절하려고 고작 이따위 구실을 지어낸 거야?”백아영은 할 말을 잃었다.오만 가지 가능성을 상상해본 적이 있지만, 이성준이 믿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백아영은 어이가 없었다.“성준아, 진짜 아니...”“됐어! 지금은 얼굴조차 보고 싶지 않으니까.”이성준은 씩씩거리며 방문을 쿵 하고 닫았다. 귀청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별장마저 뒤흔들리는 듯싶었다.백아영은 어안이 벙벙한 채 문 앞에 서서 넋을 잃고 말았다.결과는 그녀의 예상과 달리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이성준이 믿지 않은 이상 그의 태도는 물론 받아들이는 여부조차 모르는데 무슨 수로 이도하를 만나 그날 밤의 일에 대해 알아보겠는가?순간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방 안에서 이성준은 홧김에 티 테이블을 걷어찼다. 초조한 마음으로 백아영의 답변만 기다려왔는데 결국은 완곡하게 거절당하지 않았는가?게다가 구실까지 찾으려고 이도하를 끌어들이다니! 이도하를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건가?“위정.”이성준이 전화를 걸어 싸늘한 말투로 명령했다.“이도하를 아프리카 탄광에 보내버려.”백아영은 이성준의 방문 앞에 한참 서 있었지만, 도무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그녀의 눈길이 닿지 않은 곳에 빼꼼 열렸던 백승구의 방문도 슬그머니 닫혔다.앙증맞은 얼굴에 핑크빛이 감도는 입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0
Read more

제278화

제갈연준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영은 곧 내 곁으로 돌아올 거야. 이제 백채영이 나설 차례니까 준비하라고 해.”...다음날 백아영은 기회를 봐서 이성준에게 다시 말을 꺼낼 계획이지만, 아침부터 일 보러 회사에 갔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게다가 저녁에도 늦게 들어오니까 기다리지 말고 이현무를 대신 돌봐달라고 했다.다시 말해서 그녀를 만날 의향이 없다고 못을 박아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백아영은 애간장이 탔다. 이성준이 단단히 오해한 듯 화가 나서 대화 자체를 거부할 줄이야!‘이대로는 안 돼.’어렵게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아이 아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또한 받아들일 수는 있는지 얼른 알고 싶었다.만약 백승구를 받아들인다면 이성준과 함께 할 생각이고, 아니라면 하루빨리 그의 별장에서 나와 헛된 망상에서 깨어날 작정이다.백아영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나마 제일 잘하는 죽을 만들어서 이현무와 백승구를 데리고 이성준의 회사로 찾아갔다.집을 나설 때 덩치가 산만 한 검은 옷차림의 경호원이 따라붙었다.“요즘 밖이 흉흉해서 도련님께서 사모님을 경호하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제갈연준이 도망친 이상 마치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독사처럼 수시로 튀어나와 그녀의 목숨을 노릴지 모른다.백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생이 많네요.”이성그룹에 도착하자 이현무 덕분에 백아영은 순조롭게 내부로 진입해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 사무실이 있는 꼭대기 층을 향해 올라갔다.대표 사무실 밖에는 여비서가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나이도 어리고 얼굴도 예뻤다.그녀는 이현무를 발견하자 공손하고 친절한 태도로 인사를 건넸다.“도련님, 대표님 뵈러 오셨어요? 대표님께서 지금 미팅 중이시라...”이현무는 고개를 들어 백아영을 올려다보며 똘망똘망한 눈으로 의견을 물었다.“아영 아줌마, 회의실에 찾으러 갈 거예요? 아니면 아빠한테 여기로 오라고 할까요?”시간을 확인한 백아영은 곧 점심 먹을 때라서 미팅이 끝나갈 거로 예상했다.“미팅 끝날 때까지 여기서 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0
Read more

제279화

비서한테서 이성준이 급한 일 때문에 회사를 떠났다는 소리를 듣자 백아영은 그가 또 도망쳤다는 사실을 눈치챘다.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사람을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멀리할 이유가 있냐는 말이다.결국 도시락을 까서 아이들과 죽을 먹기 시작했다.물론 백아영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위정한테 넌지시 물어본 덕분에 저녁이 다 되어서 드디어 이성준이 어디로 갔는지 알게 되었다.“실장님, 성준한테는 제가 간다고 얘기하지 말아 주세요.”위정이 머뭇거렸다.“사장님은 아영 씨가 떠나는 걸 원치 않아서 그러는 거예요.”“저도 알아요.”백아영이 한숨을 내쉬었다.“직접 만나서 해야 할 중요한 얘기가 있는데 대화를 나눠보고 나서야 떠날지 말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그렇다면 떠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네요?”위정이 기쁜 마음에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단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사장님 대신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MG 클럽 입구에서 기다릴게요!”이성준이 외출하기 전에 신신당부했기에 백아영은 그를 찾으러 클럽에 간다 한들 이현무를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다만 아이가 클럽에 드나든다는 자체가 보기 안 좋았기에 근처에 있는 키즈 카페에 맡겼다.두 꼬맹이가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본 백아영은 한시름을 놓았다.“실장님, 현무와 승구를 잘 좀 부탁드립니다.”위정은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아영 씨,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들은 저한테 맡기세요. 도련님은 088번 테이블에 있어요.”백아영이 이성준을 찾으러 갔기에 두 경호원도 남아서 아이들을 돌보았다.백아영은 MG 클럽으로 걸어 들어갔다.짙은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찔렀고,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조명이 번쩍이고 남녀 할 것 없이 한데 섞여 리듬에 몸을 맡겼다.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라 금세 절정에 치달았다.그러나 백아영한테는 너무 시끄러워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어쨌거나 이런 시끌벅적한 곳은 그녀의 스타일이 아니었다.백아영은 한 웨이터를 붙잡고 물었다.“저기, 혹시 0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1
Read more

제280화

술을 입에 대는 찰나 가느다란 손가락이 불쑥 나타나 그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피부는 백옥처럼 하얗고, 심지어 손바닥마저 솜처럼 부드러웠다. 순간, 이성준은 술에 취해서 환각이라도 보이는 듯싶었다.그러나 곧이어 누군가 손에 든 술잔을 홱 빼앗아 갔다.머리 위에서 백아영의 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성준아, 그만 마셔. 위경련이 아직 다 나은 것도 아니잖아.”깜짝 놀란 이성준이 고개를 들자 백아영을 발견했다.이내 눈웃음을 짓더니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생떼를 부렸다.“어차피 네가 치료해줄 거면서.”만약 매일 아프면 그녀도 떠나지 않을 테니까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백아영은 말문이 막혔다. 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지? 설마 또 취한 건 아니겠지?재빨리 그의 맥박을 짚어서 취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말을 이어갔다.“성준아, 일단 나가자. 할 말 있어.”두 눈에 가득하던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지더니 이성준은 백아영을 놓아주었다. 곧이어 표정도 싸늘하게 식어갔는데 괜히 소원해진 느낌이 들었다.“백아영, 흥이나 깨지 말고 앉아서 술이나 마시던지, 아니면 그냥 가.”백아영은 어이가 없었다.“이성준! 내 말 한 번이라도 들어주면 안 돼?”“듣고 싶지 않아.”그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무뚝뚝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러고 나서 백아영을 쳐다보지도 않고 다시 술병을 들어 한 잔 가득 따르더니 마시려고 했다.사람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은 고집스러운 그의 모습을 보자 백아영은 열 받아서 머리에 술이나 확 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이내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좋아. 술 마시고 싶다는 거지? 같이 마셔줄게.”그녀는 술잔을 들고 이성준의 술잔에 ‘쨍’하고 부딪혔다.이성준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드는 순간 술을 단숨에 털어 넣는 백아영을 발견했다.술을 마시자마자 그녀는 사레가 들려 연신 기침했다.“이 바보 같은 여자가!”이성준은 화가 나서 호통을 쳤지만, 손놀림만큼은 재빠르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11
Read more
PREV
1
...
2627282930
...
92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