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251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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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백아영은 백승구를 데리고 이씨 가문을 떠났다.별장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고급차 한 대가 그녀의 곁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민우진이 안에서 내렸다.연회색 슈트를 차려입은 그는 얼굴이 초췌하고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왔는데, 누가 봐도 그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모습이었다.그러나 백아영을 발견한 순간 눈빛이 반짝이더니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아영 씨, 드디어 나왔군요!”민우진은 남원에 있는 백아영의 유일한 친구였다. 무일푼으로 백승구까지 데리고 이씨 가문에서 나온 이상 한밤중에 길거리를 떠돌 수 없는지라 민우진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청했다.“이 아이가 승구예요? 너무 귀여운데요?”민우진이 다정한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지만, 깜짝 놀란 백승구는 잽싸게 백아영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백아영이 서둘러 말했다.“저랑도 친해진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낯선 사람을 두려워해요.”민우진은 허공에 멈춰선 팔을 다시 내리면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며칠 지나면 금방 친해질 거예요.”그동안 백아영이 가끔 민우진과 문자를 주고받은 덕분에 그는 백아영의 근황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민우진은 모자를 데리고 한 아파트로 향했다.“며칠 전에 내가 대신 계약한 집인데 환경도 좋고 조용하고 월세도 비싸지 않아서 두 사람이 살기 딱 좋죠.”원래 그는 백아영을 자신이 사는 별장으로 데려가거나 그가 살던 집에서 지내게 하려고 했지만, 백아영의 성격으로 너무 많이 퍼주면 오히려 불편하게 생각해서 거절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나름대로 배려한다고 그가 대신 계약했다고 말했다.덕분에 백아영도 심리적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우진 도련님,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요. 정말 고마워요.”“우리 사이에 고맙다는 말이 필요할까요?”민우진은 백아영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섰다.집은 거실이 달린 투룸 구조로서 인테리어도 깔끔했고, 아기자기한 장식품과 어린이 장난감이 가득했는데 마치 평범한 가정집처럼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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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물론 두려움은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백승구는 아직 그녀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그가 잠잘 때 백아영은 차마 방에 남아 있지 못했다.왜냐하면 백아영이 나갈 때까지 그는 절대로 눈을 감지 않았기 때문이다.백아영은 귀여운 양 인형을 백승구의 품에 안겨주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잘 자, 승구야.”그러고 나서 불을 끄고 밖으로 나갔다.백아영이 나가자마자 이불을 덮고 얌전히 누워있던 백승구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손에 양 인형을 들고 있는 아이의 커다란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음산하고 살벌한 빛을 띠었다.이내 가위를 들고 양 인형의 뿔과 팔다리를 싹둑 잘라낸 다음 배까지 갈라 솜을 모조리 꺼냈다.바닥에 널브러진 솜뭉치를 보자 그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아늑하고 편안한 집,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이까지 이 모든 건 백아영이 꿈속에도 그리던 생활이다.침실에 누워있는 백아영은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속으로 실망과 우울함이 몰려왔다. 이쯤이면 이성준은 그녀가 남긴 쪽지를 읽고도 남았을 것이다.워낙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 설령 면전에서 거절당한 게 아니더라도 불쾌함에 화가 나기 마련이지 않겠는가?여태껏 그녀에게 연락이 없다는 자체가 이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어쩌면 앞으로도 그녀를 찾지 않을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은 아마도 여기까지가 끝일 테니까....다음 날 백아영은 아침 일찍 일어나 죽을 만들었고, 시간을 체크해보더니 그제야 백승구에게 밥을 먹이려고 깨우러 갔다.그러나 방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침대와 바닥에는 온통 솜뭉치와 천 쪼가리뿐이고, 가위로 자른 듯한 인형의 잔해만 남았다. 물론 어젯밤 그녀가 백승구의 품에 안겨줬던 양 인형도 포함했다.비록 인형에 불과하지만 난장판이 된 바닥과 잘려나간 사지를 바라보니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한참이 지나서야 백아영은 침착함을 되찾고 말했다.“승구야, 네가 다 잘라버린 거야?”백승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침대로 다가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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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이성준이 고개를 돌리자 창문 밖으로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흰색 치마에 가려진 여자의 가녀린 몸매는 청순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는데 수수해 보이기는커녕 오가는 사람 중에서 유독 빛이 났다.이성준의 안색이 문득 어두워졌다. 그녀는 맑음 유치원 입구에 서서 경비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사장님, 차 세울까요?”위정이 물었다.이성준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무심하게 시선을 돌렸다.“아니.”위정은 백미러를 통해 이성준의 쌀쌀맞은 모습을 보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마이바흐는 맑음 유치원에서 점점 멀어졌다.차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 마치 무언가를 느낀 듯한 백아영이 무의식중으로 고개를 돌리자 눈에 익은 마이바흐를 발견했다.순간 넋을 잃은 그녀는 차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졌다.분명 이성준의 차인데, 설마 차에 탄 사람이 이성준이란 말인가?비록 여기까지 끝이라고 더는 아무 관계가 아니라는 마음의 준비까지 마쳤지만, 설령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 얼굴도 보지 못 한 상황일지라도 그동안 했던 마인드 컨트롤이 무색하게 마치 폭풍우가 한바탕 휘몰아친 것처럼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다.“승구 어머님, 이제 들어가셔도 된대요.”경비원의 말에 백아영은 상념에서 깨어났다.백아영은 서둘러 마음을 가다듬고 유치원에 들어섰다.두 유치원은 전부 민우진이 추천해준 것으로 직접 확인해본 결과 다 나쁘지 않았는데, 비교를 거쳐 둘 중에서 맑음 유치원을 선택했다.그녀는 선생님에게 백승구의 상황을 설명한 뒤 다음 날부터 유치원에 보냈다.등원 초기에 백아영은 끊이지 않은 걱정 때문에 마음이 안절부절못했다. 어쨌거나 백승구는 특이한 케이스인 지라 적응하지 못해서 두려워할 줄 알았다.그래서 백아영은 유치원 CCTV 영상을 수시로 확인하며 백승구를 시시각각 감시했다. 다행히도 그는 혼자서 조용히 앉아있을 뿐, 무리에 어울리려 하거나 그렇다고 딱히 거리를 두지도 않았다.보아하니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환경 자체가 그에게 어느 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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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우리 집에서 새로 오픈한 곳이 성남구에 있는데 여기랑 가깝거든요. 마침 옆집이 월세를 구한다 해서 바로 계약했죠.”민우진이 미소를 지었다.“아영 씨, 앞으로 이웃이 되겠네요? 잘 부탁드려요.”민우진은 재벌 2세로써 소유한 부동산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일 보기 편한 장소에 집을 찾는 것쯤이야 당연히 별일 아니었다.다만 백아영은 갑자기 이웃이 될 줄은 몰랐기에 아직도 얼떨떨했다.“제가 방금 만든 샌드위치인데 영양가 풍부한 식자재를 써서 건강에도 좋아요. 승구 데리고 아침 사러 가지 말고 이거 먹어요.”말을 마친 민우진은 샌드위치가 든 쇼핑백을 백아영에게 건넸고, 일거수일투족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가요, 어차피 가는 길이라서 데려다줄게요.”“내가 일하는 병원 근처에 새로 오픈했다는 곳이 민씨 가문 거였어요?”백아영이 문득 깨달았다. 이런 우연이 있다니?물론 그가 말했다시피 둘은 같은 방향이었다.민우진은 백아영 모자를 유치원까지 데려다줬을 뿐만 아니라 차에서 내려 같이 들어가려고 했다.“우진 도련님은 안 오셔도 돼요.”민우진이 고개를 저었다.“같이 가요. 승구가 어느 반에 다니는지 알아두면 좋잖아요. 나중에 아영 씨가 바쁘면 내가 대신 픽업해도 되니까.”계속되는 호의에 백아영도 거절하기 어려웠다.두 사람이 유치원을 향해 걸어가는 순간 최고급 마이바흐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뒷좌석에 앉아 있는 이성준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이내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민우진이 여기 왜 있지?”위정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식은땀을 닦았다.“당, 당장 조사해볼게요.”그날 맑음 유치원 입구에서 백아영을 본 이후로 이성준은 아침마다 유치원을 들렀다가 회사로 출근했다. 심지어 회사는 정반대 방향인데 말이다.오로지 맑음 유치원에 가서 멀리서라도 백아영을 한 번 보기 위해 아침마다 끝에서 끝을 가로질렀다.사실 위정은 속으로 사장님이 언젠가 생각을 바꿔 차에서 내려 백아영을 찾아갈 거로 은근히 기대했지만, 그때가 오기도 전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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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맞아요!”이현무는 흥분해서 고개를 끄덕였다.“아줌마, 설마 승구 형도 여기 다녀요? 정말 다행이네요, 그렇다면 앞으로 매일매일 볼 수 있겠네요!”물론 그렇긴 하다만...이현무를 만나게 되어서 백아영은 진심으로 기뻤다.그러나 머뭇거리며 이성준의 눈치를 살폈다. 며칠 만에 보는 남자는 주위에 마치 보이지 않은 얼음벽으로 둘러싸인 듯 유난히 낯설었다.두 사람의 관계는 우주의 행성처럼 멀게만 느껴졌다.한참을 망설이다가 백아영은 어색하게 입을 열고 횡설수설했다.“성준아, 정말 현무를 여기로 전학시키려는 거야?”어쨌거나 평범한 유치원에 불과한지라 귀족 학교와 비교할 바가 안 되었다.이성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쌀쌀맞게 말했다.“안 돼?”얼음장처럼 차가운 그의 말투에 백아영은 오싹한 느낌이 들어 몸이 부르르 떨렸다.“안, 안 될 건 없지?”이성준은 무심한 눈빛으로 백아영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이현무를 힐긋 쳐다보더니 인내심이 바닥난 듯 말했다.“혼자 갈 수 있지?”말을 마치고는 긴 다리를 움직여 성큼성큼 걸어갔다.백아영은 어이가 없었다. 이현무는 오늘 등원 첫날일 텐데 고작 세 살짜리 아이한테 혼자서 교실을 찾아가라니?역시 아버지한테 육아를 맡기면 믿을 만한 게 안 되었다.“현무야, 네가 어느 반에 다니는지 알아?”백아영은 이현무를 데려다주려고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그는 야무진 얼굴로 대답했다.“유아반 하얀반이요!”“승구랑 같은 반이네?”백아영은 깜짝 놀라면서 속으로 이런 우연이 있냐고 생각했다.“앞으로 둘이 같은 반 친구가 되겠구나!”“아줌마, 이제부터 승구 형이랑 친하게 지낼게요. 형을 지켜주고 챙겨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이현무는 진지한 얼굴로 호언장담했다. 유치원에 오기 전부터 아빠는 백승구가 몸이 불편하니 잘 돌보라고 하지 않았는가?이현무의 듬직한 모습에 백아영은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이내 다정한 손길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현무는 왜 이렇게 착해? 승구야, 너도 현무랑 잘 지내면서 서로 챙겨줘야 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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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찢긴 교복은 이현무의 몸에 걸려있었고 예쁘고 하얀 얼굴에는 피 묻은 손톱자국과 멍이 남아있었다.“현무야...”목이 메인 백아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이현무에게 달려가 그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붙잡고 물었다.“아파?”이현무는 백아영을 바라보며 서러움을 삼키고는 씩씩하게 고개를 저었다.“안 아파요.”그의 모습에 더 괴로워진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현무야, 미안해. 내가 승구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네가 이런 괴롭힘을 당한 것 같네.”말을 이어가던 백아영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백승구를 바라봤다.교복이 지저분한 것 외에는 무표정한 모습이 평소와 다름없었고 사람을 때린 것에 대한 죄책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백아영은 화가 치밀어올랐다.“백승구, 현무 왜 때렸어?”그는 입술을 깨문 채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마치 감정을 못 느끼는 목각인형이라도 된 듯 자신의 세계에 잠겨 모든 사람을 적대시했다.그러나 지금 현무가 다쳤고 자신이 다치는 것보다 더 싫었던 백아영은 싸늘하고 단호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말해! 당장!”백아영이 지금처럼 화내는 걸 처음 본 백승구는 깜짝 놀라 몸을 떨었고 눈에서는 두려움이 느껴졌다.이내 몸을 돌려 모퉁이로 달려가더니 쪼그려 앉아 벌벌 떨며 경계에 찬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고 처음 만났을 때의 불쌍한 모습이 떠오른 그녀는 순간 심장이 뭔가에 찔린 듯 아팠다.“아영 씨, 너무 혼내지는 마요.”민우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재빨리 달려왔다.“이제야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있는데 이렇게 혼낸다면 모든 게 무용지물로 돌아갈 거예요. 또 다시 아영 씨를 두려워할 수도 있어요.”민씨 가문의 새 약국은 바로 옆 거리에 있었다. 두 곳은 서로 사이가 좋았고 사적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던 덕분에 백아영이 휴가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따라올 수 있었다.민우진의 말에 백아영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3년 동안 제갈연준에게 학대당하며 많은 고통을 겪은 백승구한테 빚졌다는 생각에 사랑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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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백승구가 현무를 다치게 했으니 그 어떤 벌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현무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잖아. 때리든 벌을 주든 마음대로 해. 일단 상처부터 치료하자.”“현무는 내 아들이야. 상처를 치료하든 말든 너랑 아무 상관 없다고!”백채영은 무자비하게 이현무를 끌어갔고 그는 몸부림치며 저항했다.“저 안 갈래요...”아직 키가 작고 어린 탓에 몸부림쳐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지만, 그 모습이 백채영을 화나게 만들었다.“야, 맞고 싶어?”험악한 표정인 백채영한테서 모성애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잔인함과 공포가 가득했다.겁에 질린 이현무는 몸을 벌벌 떨었지만 백채영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를 번쩍 안아 올렸고 가엾은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무지막지하게 밖으로 나갔다.“현무야!”백아영은 걱정이 되어 막으려고 쫓아갔지만, 학교 경비원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그녀를 막았다. 어찌 됐든 이현무는 백채영의 아이이고 그녀는 ‘가해자’의 부모였다.민우진은 그녀를 위로했다.“짐승도 제 새끼 귀한 줄 안다고 그래도 현무 엄마인데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마음이 심란해진 백아영은 분노에 이를 악물었다.“백채영은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에요.”백채영이 그동안 이현무에게 가했던 학대들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이대로 이현무를 다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던 백아영은 재빨리 이성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회의실.이성준은 메인석에 앉아있었다. 순간 옆에 놓인 핸드폰이 켜지더니 백아영의 전화가 걸려 왔고 백아영이라는 세글자를 본 그는 동공이 흔들렸다.그동안 백아영한테서 먼저 전화가 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알 수 없는 감정이 스친 이성준은 재빨리 손을 들어 업무 보고하던 임원들을 제지했고, 쥐 죽은 듯 조용해진 현장에 수백 명의 직원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이성준을 바라봤다.‘무슨 일 있나? 왜 갑자기 회의를 멈추신 거지?’직원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핸드폰을 손에 넣은 이성준은 허스키하고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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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백채영은 피를 흘리는 이현무를 데리고 돌아와 눈물을 흘리더니 과장하며 말했다.이영철과 오미란이 화를 내며 당장 백아영을 잡아 올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이영철은 그저 소파에 앉아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평소에 잘 챙겨주던 오미란마저도 지금은 이현무의 상처에만 관심을 두고 백아영에 대한 처벌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그들의 모습에 백채영은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백아영이 일부러 아들 시켜서 현무 때린 게 틀림없어요. 현무가 이렇게 다쳤는데 이번 일은 절대 넘어가면 안 돼요!”오미란은 붕대를 감은 이현무를 품에 안더니 차가운 시선으로 백채영을 바라봤다.“넘어가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당연히 지금 바로 잡아 와야죠! 현무가 당한 10배 아니 100배를 돌려줄 거예요! 자식 잘못 가르친 건 백아영이니 이 또한 전부 감당해야죠!”백아영이 벌을 받는 것보다 이씨 가문에서 그녀를 증오하게 만들고 싶었던 백채영은 흥분하며 말했고 그 말을 듣고 있던 이현무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할머니, 승구 형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영 아줌마 절대 다치게 하지 마세요. 제발요.”백채영은 죽일듯한 눈빛으로 이현무를 노려봤다.“닥쳐!”“닥쳐야 하는 건 너야!”오미란은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현무도 백아영의 보살핌에 감사할 줄 알고 은혜를 갚으려고 하는데 너는 어쩜 이러니? 질투로 가득 차서 어떻게 백아영을 괴롭힐지만 생각하고 4년 전에 널 구해준 사람이 누군지는 잊었나 봐? 백아영 아니었으면 네가 지금까지 살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모두 백아영한테 목숨 하나 빚지고 있어! 오늘 일은 백아영이 의도적으로 사주한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생명의 은인을 절대 해치지 않을 거야!”백아영의 편을 들어주며 그녀를 감싸는 오미란의 모습에 백채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던 그때 이성준이 밖에서 걸어왔고 그녀는 갑자기 눈이 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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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백아영은 본가에 도착하고 나서야 이성준이 이현무를 데리고 떠났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재빨리 이성준의 별장으로 향했다.경비원과 경호원 아무도 그녀를 막지 않았고 뚱보 아줌마는 더욱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맞이했다.“사모님, 오셨네요.”매번 돌아올 때마다 느끼는 어색함에 백아영은 몸 둘 바를 몰랐다. “현무는요?”“잠들었어.”뚱보 아줌마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남자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계단에서 들려왔다.이성준은 회색 셔츠를 입고 계단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잘생긴 얼굴에는 서늘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그의 모습에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고 현무가 맞았다는 사실에 무조건 화가 났을 이성준을 보며 당황한 듯 입을 열었다.“내가 좀 봐도 될까?”이성준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안을 뒤덮은 정적에 백아영은 마음이 조급해서 몸 둘 바를 몰랐고 초조한 듯 손을 뜯었다.“미안해... 내가 승구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현무가 다쳤어. 내일 승구 데리고 전학 갈게.”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전학 보내는 게 네가 이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야?”이거 외에는 이현무의 마음을 달랠 방법을 찾지 못했다.“현무가 뭘 원하는지 정말 몰라?”이성준은 긴 다리로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내려왔고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함과 분노로 가득했다.“백아영, 넌 도망칠 줄밖에 모르지?”백아영은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고 순간 머릿속에는 기쁨으로 가득 찬 이현무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현무는 그녀와 함께 있기를 원한다.가슴이 쓰라린 듯 코끝이 찡해진 백아영은 목이 메여 괴로워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그때 이성준이 옆으로 다가와 절제된 목소리로 속삭였다.“정말 죄책감이 든다면 오늘 밤 나 대신 현무랑 있어 줘. 아마 제대로 못 잘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현무가 다친 게 나랑 연관 있을 수도 있는데 오늘 밤에 같이 자라고? 이 정도로 날 믿는 거야?’“성준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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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그것은 백아영에게 다시 용기를 주었고 현실은 도망치는 것보다 마주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성준은 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차를 멈췄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별장을 바라봤다.위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사장님, 사모님이 모처럼 돌아왔는데 왜 별장에 함께 머물지 않는 거죠?”조용하고 깊은 밤에 함께 있는 건 감정을 북돋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나 다름없다.이성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불편해하잖아.”이성준 앞에서 백아영은 줄곧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백승구 한번 조사해 봐. 보통 아이가 아니야.”...백씨 일가.돌아온 백채영은 테이블을 뒤집으며 화를 냈고 분이 풀리기도 전에 리사가 나와서 그녀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힘이 너무 센 탓에 백채영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입가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리사, 네가 감히 날 때려?! 미쳤어?”백채영은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리사를 때리려고 했지만, 일어나기도 전에 리사에게 어깨를 짓밟혔고 뼈를 부러뜨릴 기세로 힘을 주자 백채영은 고통에 몸부림쳤다.리사는 거만하고 싸늘한 눈빛으로 백채영을 내려봤다.“백채영, 너 죽고 싶어?”소름 끼치는 공포감에 모골이 송연해진 백채영은 비명조차 내지 못한 채 겁에 질린 눈으로 리사를 바라봤고 그녀는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누가 유치원에 가래? 너 때문에 계획을 망칠뻔했잖아! 다시 한번 내 일을 망치면 죽여버릴 거야.”백채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몸을 벌벌 떨었고 리사를 남겨두고 그녀를 건드린 걸 후회했다.“유치원에 간 건 백아영을 괴롭히려고 했던 것뿐인데 어떻게 계획에 영향을 줬다는 거야? 무슨 계획을 하고 있는 건데?”“알 필요 없으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다시 한번 마음대로 행동하면...”리사는 있는 힘껏 그녀의 어깨를 짓밟았다.“아!”백채영은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질렀다....백아영은 이현무와 함께 하룻밤을 보냈고 날이 밝을 무렵에 이성준이 돌아오자 자리를 떴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거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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