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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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서로의 관계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는 말에 백채영은 민망하지만, 괴로우면서도 화가 났다.“성준 씨, 어떻게 나한테 모질게 대할 수 있어? 어쨌거나 성준 씨 아이를 낳아준...”“현무만 아니었다면 벌써 죽이고도 남았을 거야!”이성준은 짜증이 섞인 몸짓으로 손을 흔들며 명령했다.“끌어내!”“성준 씨...안 돼, 성준 씨!”백채영은 포기하지 않고 발악을 하더니 경호원의 힘에 못 이겨 억지로 끌려갔다.울부짖는 소리도 점점 멀어지면서 끝내 사라졌다.방안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았지만, 백아영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이성준과 백채영이 4년 전에 결혼도 안 하고 애초에 갈라섰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여태껏 세 식구가 화목하게 잘 사는 줄 알았다.백채영을 쫓아내고 이성준은 고개를 돌려 백아영을 바라보았다. 싸늘하던 눈빛은 순식간에 사르르 녹으면서 그윽하게 변했다.“그동안 나에 대한 오해가 있었나 본데, 이제 알겠어? 나 솔로야.”그의 입에서 솔로라는 단어를 듣자 왠지 모르게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다.백아영은 마치 심장이 감전된 것처럼 온몸이 찌릿했다.선우경진은 백아영에게 플러팅하는 이성준을 보자 괜히 신경이 거슬러 차가운 말투로 찬물을 끼얹었다.“솔로면 다입니까? 이미 애도 있잖아요.”싱글대디는 그다지 매력 포인트는 아니었다.그러나 이성준은 대수롭지 않게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백아영도 애가 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사랑을 선택할 권리가 없는 건 아니잖아요?”선우경진은 할 말을 잃었다.“백아영.”이성준이 갑자기 앞으로 몸을 기대자 백아영과 바짝 붙어 있게 되었고, 입술이 당장이라도 코끝에 닿을 지경이었다.“그러고 보니 우리 다 애가 있네? 꽤 잘 어울리겠는데?”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더니 마치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날뛰었다.넋을 잃은 백아영은 얼굴이 화르르 달아올랐다....백채영은 울면서 집에 도착했고, 화가 도무지 가시지 않아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집어 던졌다.“백아영, 죽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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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리사는 살의를 최대한 억누르고 쌀쌀맞게 말했다.“도련님을 구할 거야. 네 도움이 필요해.”백채영은 당황한 얼굴로 거절했다.“성준 씨가 붙잡아 간 이상 완벽한 방어벽을 구축할 텐데 제갈연준을 어떻게 구해? 난 또 무슨 수로 당신 도와주고? 말도 안 돼.”“백채영, 이성준 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리사가 초강수를 던졌다.“나한테 좋은 방법이 있으니까 도와주기만 한다면 백아영을 다시는 나타나지 못하게 할게. 그렇다면 이씨 가문의 사모님은 네가 되지 않겠어?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딴 곳에 죽을 때까지 있을래? 아니면 부귀영화와 눈부신 미래를 위해 마지막 발악을 할래?”리사는 백채영의 목을 놓아주며 사악하게 유혹했다.“알아서 정해.”백채영은 멍하니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음속에서 피어오른 욕망은 곧 두려움을 집어삼켰고, 눈빛이 위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점심시간이 지나고 이현무도 도착했다.그는 짜리몽땅한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방을 향해 총총 뛰어가면서 외쳤다.“스파이 누나! 너무 보고 싶...었...”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목구멍으로 삼켜버렸다.커다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으로 백아영을 쳐다본 그는 무의식중에 중얼거렸다.“엄마...?”강원에서 백아영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진 이후로 이현무는 영웅 엄마를 잊을 수가 없었다.나중에 똑같이 편안함과 따스함을 안겨준 스파이 누나를 만나고 나서 서서히 잊히더니 온종일 회상하는 일도 드물었다.그러나 오늘 여기서 다시 만날 줄이야!이내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민망한 듯 말했다.“미, 미안해요!”철이 일찍 든 덕분에 그는 아무한테나 함부로 엄마라고 했다가는 상대방이 불쾌해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이현무는 백아영의 기분이 나빠지는 걸 원치 않았다. 어쨌거나 그녀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였다.다시 만날 수 있다는 자체가 그는 너무 기뻤다.분명 모습은 조심스럽지만, 별빛처럼 반짝이는 아이의 두 눈을 보자 백아영은 마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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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따라서 어찌 애먼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고민에 잠긴 백아영이 문득 이성준과 시선이 마주쳤고, 웃음기가 언뜻 보이는 남자의 그윽한 눈빛은 마치 불덩이처럼 뜨거웠다.백아영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더니 당황한 마음을 애써 숨기고 이현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그녀의 모습을 본 이성준은 희미한 눈웃음을 지었고, 속으로 아직 기회는 많다고 몰래 생각했다.이현무와 한창 놀다가 백아영도 슬슬 할 일을 시작했다.그녀는 온종일 혼수상태에 빠진 제갈연준을 강제로 깨웠다.제갈연준의 손과 발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고, 밧줄로 온몸을 감싼 모습은 한 마리의 번데기를 연상케 했다. 심지어 움직이고 싶어도 제자리에서 꿈틀거릴 수밖에 없었다.무슨 상황인지 깨달은 그는 표정이 일그러지며 점점 흉악하게 변했다.이내 험악한 눈빛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간덩이가 부었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벌써 잊었나 본데?”지난 몇 년 동안 겪었던 고통은 백아영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악몽이지만, 아무리 잊기 힘들어도 오로지 아들 하나만 보고 여태껏 버텨왔다. 그녀는 이제 두려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침대 옆으로 다가간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최대 얼마 정도 떨어져야 폭발이 일어나지?”곧 있으면 아이가 도착할 텐데 제갈연준과 만난 적은 있으려나? 만약 서로 일면식이 있다면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분명 제갈연준을 보자마자 겁에 질릴 테니까.백아영은 아이가 다시 겁을 먹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그래서 이따가 아이를 만날 때 제갈연준을 숨겨놓고 단둘이 볼 생각이다.제갈연준은 백아영의 손목에서 반짝이는 은팔찌를 바라보며 사악하게 비웃었다.“이성준이 그렇게 대단하다면서 폭탄쯤은 그냥 제거하면 되는 거 아니야? 나한테 왜 물어봐? 아영아, 아직도 날 몰라? 지금 이 지경이 되었는데 누구 좋은 노릇 해주려고 순순히 알려줄 거로 생각해? 만약 폭발하는 게 두렵다면 내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같이 있으면 되잖아. 어차피 그동안 껌딱지처럼 딱 붙어서 사이좋게 지냈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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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성준의 마지노선을 도발하고 있었다.자제력은 물론 이성이 찰나에 와르르 무너졌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 때문에 제갈연준을 죽여버릴 작정으로 단검을 깊숙이 찔렀다.“안 돼!”백아영은 황급히 이성준의 손을 잡았고, 다행히 제갈연준이 죽기 직전에 단검이 우뚝 멈추었다.새빨개진 이성준의 눈동자는 냉혹하다 못해 등골이 서늘할 지경이었다.“저 자식이 널 가둬두고 괴롭히고 다치게까지 했는데 대체 왜 살리려고 하는 거지? 설마 그동안 같이 지내면서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거야?”백아영은 경악한 얼굴로 이성준을 바라보았다. 이 황당무계한 질문은 뭐지? 질투에 눈이 멀어 보이는 것도 없는 건가?“4년 동안 죽이고 싶은 순간이 어찌 한두 번뿐이겠어? 심지어 죽이는 방법도 각양각색으로 구상했지. 그러나 지금은 마음을 접었어.”백아영은 이성준의 손을 꼭 붙잡았다.“난 이미 구원받고 자유를 되찾았거든. 게다가 곧 아들도 만나지 않겠어? 이제부터 진짜 삶이 시작되는데, 저런 사람의 더러운 피 때문에 내 인생에 오점과 트라우마를 남기고 싶지 않아. 그럴 자격조차 없거든! 저런 쓰레기 같은 놈 때문에 당신이 왜 손을 더럽혀? 워낙 악랄한 짓을 많이 해서 언젠간 법의 제재를 받을 거야.”백아영의 말은 마치 시원한 바람처럼 한껏 흥분해 있는 이성준의 마음을 차분히 다스렸다.다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살의는 거친 파도처럼 그를 집어삼킬 듯싶었다.“물론 당신의 새로운 삶에 오점을 남길 자격은 없지만, 그동안 받았던 상처 때문에 평생 힘들어할 바에는 차라리 내 손을 더럽히고 싶어.”이성준은 그윽한 시선으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백아영, 기억해. 지나간 일은 이미 되돌릴 수 없어.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든 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아껴주고 걱정해줄 테니까. 앞으로 저 자식의 입에서 다시는 이런 말을 듣지 않게 하도록 약속할게.”이성준과 눈이 마주친 백아영은 심장이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가슴이 쓰라린 아픈 기억은 봄비를 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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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거기 서!”백아영은 걸음을 우뚝 멈추고 쇠사슬을 내려다보았다.“성준아, 이게 대충 몇 미터 정도 돼?”“3m.”이성준은 미리 준비한 3m짜리 쇠사슬을 챙겨와서 교체해줬다.결국 목적을 이룬 두 사람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자 제갈연준은 분노가 가득 찬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날 붙잡았다고 안심하지 마. 내가 순순히 봐줄 거로 생각해?”백아영은 괜스레 불안해서 눈살을 찌푸렸다. 권모술수가 워낙 많은 사람인지라 대체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오후 3시 반이 되자 아이가 도착했다.유리창 너머로 아이를 발견한 순간 백아영은 눈시울이 빨개졌고,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3년 동안 생이별을 당하면서 밤낮으로 시달렸던 그리움이 밀물처럼 몰려왔다.드디어 아들을 만나게 되다니!한 뼘만 한 아이는 이현무와 나이가 비슷해 보였지만, 훨씬 왜소하고 심각한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커다란 두 눈에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 찼고, 자그마한 몸은 긴장감 때문에 얼어붙었는데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불쌍한 내 새끼...”백아영은 미어지는 가슴에 목이 메었다.이성준은 눈물을 닦아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얼른 가. 널 기다리고 있잖아.”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선우경진은 또다시 의식을 잃은 제갈연준을 등에 업고 문 앞에 내동댕이치더니 문짝에 바짝 갖다 댔다.그의 손목은 백아영과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백아영이 나가자 옆에 서 있던 이현무는 무의식중으로 이성준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고, 잔뜩 긴장한 채 표정이 점점 초조하게 변했다.이성준은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왜 그래?”이현무는 문틈으로 백아영을 바라보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시무룩하게 말을 이었다.“아빠, 아영 아줌마가 진짜 아들을 되찾았으니 앞으로 날 싫어하면 어떡해요?”자그마한 얼굴에는 불안함과 부러움이 섞여 있었다.이성준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허리를 숙여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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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미안해, 많이 놀랐어? 겁먹지 않아도 돼. 여기에만 있을게.”그녀는 재빨리 소파에 앉았다. 눈높이가 맞으면 아이가 덜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여기 앉아 있을게, 우리 얘기나 좀 나눠보지 않을래?”녀석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가시 돋친 아이의 모습에 백아영의 가슴이 아팠다.얼른 친해지려고 속으로 꾹꾹 눌러 담았던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는데 차마 내뱉지는 못했다.그녀가 다가갈수록 심지어 존재 자체는 아이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백아영은 마냥 지켜볼 수가 없었다. 비록 당장이라도 뛰어가 꼭 껴안고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고 싶었지만,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알았어, 이제 그만 나가볼 테니까 혼자 잘 있어. 여기서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피곤하면 눈이 저절로 떠질 때까지 자도 돼.”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말을 내뱉었다.“필요한 게 있으면 엄마 불러, 알겠지? 엄마는 항상 네 곁에 있으니까.”말을 마친 백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물러서더니 방문을 살며시 닫았다.문이 닫히고 나서야 녀석은 긴장을 풀고 구석에 주저앉았다. 그와 동시에 피곤함이 몰려오는지 잠을 자려고 고개를 숙였다.그러나 눈빛만큼은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음산한 기운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백아영은 창밖에 서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잠이 든 아이를 보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이성준이 단단한 팔로 백아영의 어깨를 살포시 감싸 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위로했다.“아이는 원래 낯을 가려. 천천히 친해지면 돼. 서서히 익숙해질 거야.”“응.”백아영은 풀이 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속으로는 아들이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다.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란 아이들은 세 살 때 제일 천진난만하고 장난이 심한 시기이며, 아무리 겁이 많다고 해도 눈빛만큼을 살아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의 아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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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수상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백아영의 시선에도 이성준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떳떳한 표정을 지었다.이내 옆에 있는 과일을 가리키며 말했다.“기분 좋아지게 시중을 잘 들어준다면 당연히 빨리 해제해주지 않겠어?”백아영은 할 말을 잃었다.곧이어 허탈을 웃음을 짓더니 포크로 과일 한 조각을 콕 찍어 그에게 건네주었다.과일을 날름 받아먹은 이성준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하루빨리 폭탄을 해제해서 ‘자유’를 되찾기 위해 백승구과 함께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백아영은 이성준의 곁에서 거의 떨어지지 않다시피 했다.그가 폭탄을 연구하고 있을 때 백아영은 옆에 앉아 온갖 시중을 들어줬다.처음에는 어딘가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익숙해졌다.두 사람의 사이가 화기애애해지는 반면,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고 모호한 기운을 풍겼다.그날 밤, 이성준은 PC를 켜고 영상 통화를 하면서 상대편 전문가와 폭탄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그러다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제가 딴 길로 빠지게 되었다.영상 속 노란 머리 청년이 장난스럽게 물었다.“형님, 백옥처럼 뽀얀 팔뚝의 주인은 대체 누구예요?”순간 백아영은 긴장감이 몰려왔다. 이성준이 무슨 대답을 할까?그녀가 알고 있는 이성준이라면 상대방에게 닥치고 일하라고 핀잔을 줬을 게 뻔했다.하지만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영상 속 예쁘장한 여자가 노란 머리 남자에게 딱밤을 날리며 피식 웃었다.“바보야? 보면 몰라? 이렇게 작고 성가신 폭탄을 해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팔목을 잘라내는 거야. 그런데도 보스께서 기꺼이 밤을 지새우며 지금까지 연구했다는 건 그만큼 특별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겠어?”노란 머리 남자는 문득 깨달았다.“백아영 씨? 축하드려요, 보스! 드디어 형수님을 찾았네요.”노란 머리 남자가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형수님,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 나누고 안면 좀 트지 않을래요?”깜짝 놀란 백아영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고,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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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꿈을 꾸고 난 후유증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들킬까 봐 차마 눈을 뜨고 그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러다 연신 심호흡하면서 한참 동안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나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하지만 여느 때처럼 침대 머리맡에 앉아 ‘아침 인사’를 건네는 이성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방에 없는 건가?순간 백아영은 어색한 느낌마저 들었다.곧이어 이성준뿐만 아니라 여태껏 침대 밑바닥에서 지내던 제갈연준도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서둘러 팔을 들었고, 손목에는 희미한 흔적만 남아 있을 뿐 은팔찌가 온데간데없었다!어젯밤에 자고 있을 때 이성준이 이미 폭탄을 제거한 건가?이럴 수가! 그녀는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다.백아영은 감격에 겨워 눈시울이 빨개졌고,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걸어갔다.마침 순찰 중인 경호원을 발견하자 서둘러 물었다.“이성준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그녀는 얼른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경호원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도련님께서 제갈연준을 처리하러 갔는데 끝나면 금방 오신다고 하셨어요.”이성준이 밤까지 새면서 겨우 은팔찌를 제거했을 게 뻔했다.감동을 금치 못한 백아영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답할 생각이었다. 가진 거라고는 이 몸뚱이뿐인 지라 식사를 한 끼 대접하기로 했다.물론 요리 실력은 여전히 볼품없는 탓에 결국 뚱보 아줌마에게 도움을 청했다.두 사람은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였고, 먹음직스러운 요리들이 속속 완성되자 백아영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뚱보 아줌마는 웃으면서 감탄했다.“아영 씨, 욕봤어요. 도련님께서 오시면 정말 기뻐하겠네요.”“고작 밥 한 끼에 불과한데요, 뭘. 목숨을 살려준 은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사실 이성준이 그녀를 위해 해준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지라 백아영은 정말 고마웠지만, 대체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몰랐다.“두 분이 보통 사이도 아니고, 굳이 격식을 따질 필요가 있어요?”뚱보 아줌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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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이성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무려 4년이나 허비했는데, 이젠 단 일 초라도 더 기다리기 싫어요.”“성준 씨한테는 현무가 있잖아요.”선우경진의 말투가 사뭇 진지해졌다.“성준 씨는 여느 싱글 남자와 달라요. 아영이랑 결혼한다면 그녀는 현무의 새엄마가 되는 거예요. 정녕 아이와 비교했을 때 누가 더 중요한지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아영은 승구라는 아들이 있잖아요. 태어날 때부터 아이를 고생시켰다는 생각에 엄마로서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애를 쓸 테니 무조건 아들을 일순위에 놓지 않겠어요? 성준 씨도 아영처럼 똑같이 대해줄 수 있어요? 또한 속으로 아무런 불평불만이 없을 거로 장담해요?”선우경진은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어갔다.“재혼 가정은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죠.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프러포즈하면서 당연히 행복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약속할 텐데, 만약 이룰 수 없다면 괜히 아영에게 해나 끼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네요. 나중에는 서로 상처만 입을 테니까.”안 그래도 온갖 고생을 다 겪었는데, 백아영이 또 다른 불구덩이에 뛰어들기를 원치 않았다.이성준은 장미꽃 가운데 놓인 반지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백아영과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어요. 경진 씨가 걱정하는 건 문제가 되지도 않아요.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 이번 결혼을 통해서는 백아영에게 오로지 행복만을 약속할 거예요.”갈등이 생긴다 한들 그녀가 신경 쓰는 일이 없도록 알아서 해결할 생각이다.이성준의 진지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자 선우경진도 한시름 놓았다.그동안 이성준과 일을 하면서 백아영을 찾기 위해 그가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대가를 치렀는지 똑똑히 지켜봤다. 심지어 선우 일가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다.그의 진심은 이미 지난 4년 동안 충분히 드러났다.이런 남자가 일단 사랑에 빠진다면 상대방을 애지중지 여겨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는 물론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어떻게 보면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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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그러나 결국 충동을 억누르고 그를 놓아주었다.이내 이현무를 데리고 다이닝룸에 가서 밥을 먹이고는 옷 갈아입으러 2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곧장 방으로 가는 대신 복도 창문으로 정원을 내다보았는데, 오늘 저녁의 광경은 평소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반짝이는 네온사인이 줄을 지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눈시울이 점점 붉어지더니 가슴 속에 마치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 답답하고 괴로웠다.지난 4년 동안 그녀는 백승구를 제외하고 오매불망 그리워한 사람이 또 있었는데, 다름 아닌 이성준이다. 끝이 보이지 않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그를 떠올리는 게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했다.다시 만나는 순간 그의 배려에 설렜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부하기 힘들 정도인지라 가까이 다가갈 때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하지만 그렇다 한들 어찌하겠는가?자신을 향한 호감을 깨달았을 때 그녀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근심과 슬픔을 도무지 떨쳐낼 수 없었다.물론 이성준이 그녀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개의치 않아 할 수 있지만, 아이의 아버지가 그의 사촌 남동생인 이도하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결코 그냥 넘어갈 게 아니었다.지난 몇 년 동안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그날 밤 남자가 황도훈이 아니라 한정판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추가로 조사해보니 조건에 부합하는 상대가 바로 이도하이지 않겠는가?만약 나중에 그의 귀에 흘러 들어간다면 분명 혐오감을 느낄 텐데...그때 가서 서로 상처받을 바에는 차라리 지금 떠나는 게 나았다. 아무것도 모른 척 시치미를 떼야지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이 오면 그리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이성준은 30분 넘게 기다렸지만, 선우경진과 백아영의 모습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슬슬 짜증이 밀려오자 선우경진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려고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 그제야 저 멀리서 걸어왔다.그러나 그는 혼자 나타났다.이성준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백아영은 어디 있죠?”선우경진은 어두운 얼굴로 이성준에게 쪽지 한 장을 건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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