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221 - 챕터 230

916 챕터

제221화

백아영은 살이 더 빠졌지만, 정성스럽게 스타일링한 덕분에 여신이 따로 없었고 얼굴에 혈색마저 감돌았다.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10cm가 넘는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제갈연준과 팔짱을 낀 채 미모를 한껏 뽐내면서 눈부신 자태로 뇌 연구 프로젝트 입찰이 진행하는 접수센터로 향했다.이내 뭇사람의 주목을 받으면서 뇌 연구 프로젝트 지원서를 제출했다.그녀가 대표하는 제갈 일가는 그제야 뇌 연구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할 자격이 생겼고, 오늘 내로 지원서를 접수하지 않은 사람은 해당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다.제갈연준과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늦게 온 편에 속하지만, 지금까지 이씨 가문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10분 뒤면 신청이 마감되는데, 뇌 연구 프로젝트 입찰을 포기하려는 건가?이때, 누군가 백아영의 어깨를 우악스럽게 붙잡더니 억지로 돌려세워 뺨을 날렸다.짝-!맑은소리와 함께 고개가 돌아간 백아영은 볼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귀싸대기를 날린 사람은 바로 백채영이다.데일리룩 차림의 그녀는 화장도 하지 않은 채 다크서클이 보기 흉할 정도로 짙었다. 얼굴은 병적으로 초췌하고 창백하면서도 사납고 광기가 넘쳤다.“제갈미연, 이 천하고 지독한 년아!”그녀는 이미지 따위 안중에도 없는 듯 미친 사람처럼 백아영을 두들겨 패려고 했다.“어떻게 이성준을 죽일 수 있지? 어찌 감히! 그 사람은 내 미래의 남편이자 유일한 희망이란 말이야! 앞날이 창창해야 마땅한데, 너 때문에 미래가 엉망진창이 되었어. 죽여버릴 거야! 당신 죽여버린다고.”백아영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백채영의 공격을 손쉽게 피했다.그러나 악을 쓰는 백채영을 보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두 눈에 씁쓸함이 가득했다.백채영이 이처럼 난리 친다는 건...백아영의 풀이 죽은 모습에 제갈연준은 피식 비웃으며 그녀를 끌고 가라고 손짓했다.“내가 얘기했잖아? 이성준은 죽었다고.”제갈연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가 없으니 이씨 가문을 이끄는 사람도 사라져서 난장판이 되었을 테니까 뇌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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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이성준은 기다란 다리를 움직여 그들을 향해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1m 90cm에 육박하는 키 때문에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고, 온몸으로 싸늘한 기운을 풍겼다.차가운 시선은 마치 서늘한 칼날처럼 백아영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제갈미연, 이제 결판을 좀 내볼까?”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그녀가 속으로 아무리 안도하고 뒤에서 애를 쓴다 하더라도 이성준의 눈에는 단지 악독한 제갈미연이자 자신을 독살하려던 살인자에 불과했다.이제 와서 복수한다면 그녀는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 게 뻔했다.“이성준.”제갈연준은 백아영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끌어안았는데, 그녀를 지키려는 모습과 소유욕을 드러내는 자세이기도 했다.“어떤 결판을 내든지 지금은 타이밍이 아닌 것 같은데? 뇌 연구 프로젝트는 참가자끼리 사적으로 다투는 경우 입찰 자격을 상실한다는 규정이 있거든.” 제갈연준이 오늘 겁도 없이 모습을 드러낸 이유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이성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옆에 서 있는 선우경진을 바라보았다.선우경진은 난처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규정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나저나 제갈미연 씨가 다쳤나 본데요? 얼굴에 피가 나는 것 같은데, 마침 지혈제가 있어서 제가 대신 치료해줄까요?”말을 마치자 백아영의 얼굴을 만지려고 손을 뻗었다.제갈연준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백아영은 방금 백채영의 손톱에 긁혀 얼굴에 상처가 나서 피가 살짝 배어 나왔다. 언뜻 보기에 전혀 문제없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피부층이 두 겹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의학을 전공한 선우경진은 눈썰미가 예사롭지 않았기에 당연히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고, 지혈해주겠다고 제안한 이유도 따로 있었다.제갈연준은 즉시 앞으로 나서더니 선우경진을 가로막았다.“고양이 쥐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형식적인 선심은 집어치우지? 우선 본인부터 살고 보는 게 어때? 이번에 절대로 프로젝트를 따낼 일은 없을 테니까! 가자!”말을 마친 그는 백아영을 끌고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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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접수센터를 떠나자 아무도 없는 통로에서 제갈연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변하더니 커다란 손으로 백아영의 목을 움켜쥐고는 벽으로 밀쳤다.“대답해! 네가 이성준 구해줬지?”목이 당장이라도 으스러질 듯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면서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본능적으로 두려움이 몰려온 그녀는 온몸이 흠칫 굳었다.다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사실 이미 제갈연준의 의심을 살 거로 예상한지라 지금 같은 상황은 머릿속으로 수만 번 시뮬레이션해 본 덕분에 거짓말도 술술 할 수 있게 되었다.“나 아니야.”“너 아니면 누가 있겠어? 선우경진은 해독할 능력조차 없는데!”“이번 만이 아니잖아?”백아영은 힘겹게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이번에는 대충 얼버무린다고 해서 쉽게 넘어갈 상황이 아니기에 뭐라도 얘기해야 했다.“지난번에 이현무를 독살했을 때도 선우경진은 독성을 완화하는 방법을 찾아냈잖아? 심지어 예전에는 우리가 새로운 독약을 개발할 때마다 선우 일가는 해독제를 연구해냈어. 정녕 선우 일가에 숨은 고수가 있다고 의심해본 적은 없어?”제갈연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무슨 뜻이지?”“이 세상에 재능 있는 사람이 어찌 나뿐이겠어? 당신 아직 선우 일가 아가씨가 누군지도 모르잖아?”백아영이 피식 비웃었다.“여기서 나랑 실랑이할 시간에 선우 일가에서 아가씨를 찾았는지부터 알아보는 게 더 낫지 않겠어?”제갈연준이 제일 두려워하는 사람은 바로 선우 일가 아가씨였다.만약 선우 일가 아가씨를 찾아 낸다면 제 아무리 백아영이라고 해도 상대가 안 될지 모른다.이번 뇌 연구 프로젝트 입찰은 제갈 일가의 생사가 달린 일이라 선우 일가 아가씨가 불쑥 튀어나와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걸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만약 진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죽여버릴 작정이다.“그 말이 사실이길 기도해. 감히 날 속인다면 네 새끼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니까.”백아영을 홱 뿌리치고 제갈연준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자유를 되찾은 백채영은 바닥에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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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백아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지금 가면 안 돼요.”“왜요?”“제갈연준한테 납치당한 우리 아들을 구해줘야 해요.”백아영은 그녀가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성준이 우리 아들을 찾아주면 난 자유를 되찾을 수 있어요.”그동안 제갈연준이 보여준 영상을 통해 날씨와 불빛을 기록한 그녀는 각 지역의 기상 조건에 따라 일일이 제외한 결과, 마침내 한 영상에서 가능성이 제일 큰 5개의 지역을 발견했다.비록 찾을 기회가 여전히 희박하지만, 그래도 이성준에게 희망을 걸었다.“우진 도련님, 제갈연준은 자비가 없기로 유명해서 도련님까지 연루시키고 싶지 않아요. 오늘은 그냥 저를 못 본 거로 하면 안 될까요?”이는 또한 민우진 앞에서 순순히 정체를 인정한 이유이기도 했다.일단 의심한 이상 괜히 아니라고 했다가 옆에서 얼쩡거려 제갈연준의 심기를 건드릴 바에 차라리 상의해서 처리하는 게 나았다.하지만 민우진은 처음부터 수수방관하거나 한발 물러서 백아영을 위험에 빠뜨릴 생각이 없었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영 씨를 당장 데려가고 싶은 내 맘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아요? 의식을 잃게 만들더라도 절대로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방금 제갈연준이 무자비하게 목을 졸라 그녀를 죽이려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는가?“그렇다고 매정하게 아영 씨한테 아이를 포기하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죠.”그는 백아영의 손을 꼭 붙잡았다.“아영 씨, 어찌 됐든 아영 씨 곁에서 도움을 줄 수 있게 해줘요.”울먹이는 목소리는 거의 애원에 가까웠다.순간 말문이 막힌 백아영은 잠깐 고민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제갈연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백아영은 항상 메일을 보내기만 했지, 상대방의 회신을 받지 못하도록 설정했다.따라서 이성준이 사람을 찾아주기로 했는지, 어느 정도로 진행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결국 그녀는 민우진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부탁했다.그러나 민우진이 이성준을 찾아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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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뇌 연구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한 사람은 원서를 접수하고 나서 전부 같은 건물에 배정받았다.다음 날 아침 일찍 미팅을 통해 주제를 정했는데, 바로 5일 동안 지정된 주제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연구 방안을 발표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심사를 거쳐 가장 우수하고 잠재력까지 갖춘 방안을 발표한 자에게 뇌 연구 프로젝트를 실시하게 되는 영광이 주어진다.미팅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실험실로 향했다.팀장인 백아영이 실험실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 찰나 문득 싸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는데, 마침 싸늘한 시선으로 훑어보는 이성준을 발견했다.이씨 가문의 실험실이 바로 옆에 붙어있다니?그는 입구에 서서 고개를 돌려 백아영을 빤히 쳐다봤다. 더 정확하게는 모든 팀원을 관찰하고 있었다.서늘한 눈빛은 마치 레이저처럼 그들을 꿰뚫어 볼 기세였는데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은 백아영은 단 1초라도 더 머물러 있고 싶지 않은 듯 잽싸게 문을 열고 쏙 숨어버렸다.‘죽을 맛이 따로 없네.’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백아영, 이번 연구 결과는 뇌 연구 프로젝트 성패의 관건이야. 만약 실패한다면 네 아들의 목숨도 날아간다는 걸 잊지 마.”제갈연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위협했다.“그러니까 잡생각 하지 말고 오로지 연구에 몰두해!”이성준 때문에 상념에 빠진 백아영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주먹을 꼭 쥔 채 나지막이 말했다.“알아.”옆방에서 선우경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성준을 바라보았다.“성준 씨, 제갈 일가 연구팀을 한참 쳐다보던데 뭐 좀 알아냈어요?”이성준의 표정이 싸늘해졌다.“3명은 아예 다른 사람이고, 나머지 3명 중에서 그녀를 찾아봐야죠.”“제갈 일가 연구팀에 여자가 총 7명 있는데 3명에 3명을 더하면 6명이잖아요. 나머지 한 명은 누구죠?”이성준이 피식 웃었다.“제갈미연.”그녀는 아예 범주에 속하지도 않았다.선우경진은 할 말을 잃었다.고작 5일밖에 없는지라 시간이 꽤 촉박한 편이다. 각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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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식사하던 중 이성준은 갑자기 젓가락을 멈추더니 손가락으로 위를 지그시 눌렸고 이마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위경련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이성준의 모습에 백아영도 괴로웠다.‘멍청한 거 아니야? 매운 걸 못 먹으면서 이걸 왜 먹어!’속으로는 그를 원망했지만, 재빨리 따듯한 물 한 잔을 건넸다.“그만 먹어, 그러다 탈 나.”컵을 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다름 아닌 제갈미연이었다. 그녀의 모습에 이성준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고 눈빛에서는 감출 수 없는 분노가 느껴졌다.일부러 매운 음식을 먹은 게 제갈미연을 떠보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하필 그녀가 나타났다.탁!화가 난 이성준은 수저를 내려놓더니 싸늘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갔고 백아영은 화난 채 자리를 뜨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참 알 수 없는 남자네!’식당의 다른 한편에는 제갈연준과 리사가 나란히 서서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었고 리사는 이해가 안 되는 듯 의아해하며 물었다.“이성준 왜 저러는 거죠?”제갈연준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떠보는 거야. 백아영 찾으려고.”“백아영이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죠?”“어쩌면 추측일지도 모르지, 아니면...”제갈연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스파이가 있던지.”리사의 표정은 순식간에 험악하게 변했다.“설마 백아영이 말한 건가요?”“아니, 백아영은 그걸 말할 엄두조차 없을 거야. 이성준이 의심한 이상, 정체가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 만약에 들킨다면 원하는 대로 백아영 돌려줘야지.”...닷새째 되던 날, 늦은 새벽.연속 5일 동안 지속된 고된 작업으로 백아영은 체력은 물론 정신까지 극도로 지쳐있었고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도 몽유병을 하는 것처럼 흐릿했다.화장실로 가던 중 우연히 난간 옆에 서 있는 이성준을 발견했다.그는 팔꿈치로 난간을 짚고 몸을 반쯤 기댄 채 칠흑 같은 어둠을 바라보며 입가에서는 연기를 내뿜었다.연기가 흩어지며 하늘로 피어오른 모습은 나름 이뻤다.‘담배 안 피우던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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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도대체 왜 또 백아영인 척 연기를 하는 거지?”그의 말투에서는 단호함과 더불어 왠지 모를 살기도 느껴졌다.‘백아영? 지금 날 의심하는 건가?’어리둥절하던 백아영은 흠칫 놀라더니 쓴웃음을 띠며 이성준을 바라봤다.“들켰네.”그녀의 말에 이성준은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더 있다가는 이성준의 분노에 목 졸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위경련이 완화된 듯한 그의 모습에 이만 돌아가려고 했다.계획이 실패한 것처럼 완벽하게 연기를 마친 그때, 이성준의 핸드폰이 울렸고 이현무한테서 걸려 온 영상통화였다.핸드폰에 이현무의 얼굴이 뜨자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며칠 못 본 사이에 그녀는 자신이 이현무를 너무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이성준은 아무렇지 않게 통화를 받았고 화면에는 이현무의 귀여운 얼굴이 나타났다.기분이 언짢았던 그는 무덤덤하게 물었다.“무슨 일 있어?”그런 그의 모습을 본 이현무는 갑자기 주춤했다.백아영이 갑자기 사라진 후, 안전하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이현무는 2, 3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용기 내 입을 열었다.“스파이 누나도 아빠랑 같이 경쟁한다고 들었는데... 저 누나랑 얘기해 봐도 돼요? 잠깐이어도 괜찮아요.”이성준은 고개를 들어 백아영을 바라봤고 그 눈빛은 싸늘하고 어두웠다.사악함으로 가득 찬 그녀와 이현무의 접촉을 줄여야 한다는 걸 이성준도 알고 있었기에 단칼에 거절하려고 했으나 겁에 질린 와중에 기대하는 이현무의 모습을 보고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머뭇거리는 사이에 백아영은 먼저 다가가 핸드폰 속의 이현무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현무야, 누나 보고 싶어? 누나는 현무가 너무 보고 싶었어.”백아영이 나타나자, 이현무는 순식간에 두 눈이 반짝였고 작은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보고 싶어요!”그는 우렁찬 목소리로 답했다.“현무도 스파이 누나 너무 보고 싶어요.”백아영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살이 빠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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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그의 확신마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제갈미연의 모든 행동이 강요로 인한 위장이 아닐까 싶은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무슨 신분으로 현무를 만나겠다는 거지?”이성준은 주의 깊게 그녀를 바라봤고 레이저처럼 예리한 눈빛으로 모든 걸 꿰뚫어 보려고 노력했다.“제갈미연? 아니면...”그는 한 걸음 다가가 고개를 숙이더니 얇은 입술을 그녀의 귓가에 대고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백아영의 신분으로?”백아영은 순간 두피가 저렸고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내가 연기를 너무 못해서 이성준이 의심하는 건가?’이 일이 제갈연준에게 들킨다면 목숨은 둘째치고 아들도 벌을 받게 된다!“내가 독살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떤 신분이든 상관없지 않을까?”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마음이 심란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침착함을 유지했다.“현무가 많이 보고 싶긴 하네. 괜찮다면 내일 초대 해줘.”말을 마친 그녀는 오만한 척하며 자리를 떠났다.떠나는 백아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성준은 눈빛이 점점 더 깊어졌다. 오만한 척 짓는 웃음 속에서 일말의 죄책감이 느껴졌고 완벽한 듯한 연기에는 허점이 많았다.제갈미연에 대한 의심이 점점 더 커졌다...모퉁이를 돌아 이성준의 날카로운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난 백아영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며 멈출 줄 몰랐다.그녀는 그제야 이성준이 함께 식사했던 이유를 깨달았고, 알고 보니 모든 건 백아영을 찾기 위함이었다.그런 줄도 모르고 백아영은 바보처럼 이성준만 걱정했다.다행히 마지막 밤만 남았다!오늘 밤만 무사히 버틴다면 아이를 찾든 못 찾든 이제 그들은 각자 자기의 길을 가게 된다. 제갈연준에게 들키지만 않는다면...“이성준이 곧 네 정체를 알아낼 것 같은데?”악마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돌려보니 제갈연준이 서 있었다.그의 등장에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공포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너, 너...”제갈연준이 모든 일을 지켜봤다는 생각에 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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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온몸이 저려온 백아영은 목소리마저 떨렸다.“너, 무슨 짓 하려고 이러는 거야?”“곧 알게 될 거야.”제갈연준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백아영’이 방에서 나갔다.그녀의 불안함은 더욱 짙어졌고,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려다 제갈연준에게 가로막혔다.그는 문을 잠그고 그녀를 소파로 데리고 가더니 TV를 켰다.“저 여자가 저지르는 일, 여기서도 볼 수 있어.”화면에는 보이는 건 ‘백아영’에게 설치된 카메라였고 위치를 보아하니 백아영을 감시했던 귀걸이와 비슷했다!...새벽 3시, 이씨 일가의 연구실 밖에서 갑자기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똑똑똑!’“누구야?”연구실 문을 열자 제갈 일가의 작업복을 입은 강이나가 배에 칼이 꽂힌 채 피를 흘리며 애원하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살려줘...”이제 연구의 마지막 순간이라 연구 데이터와 결과는 철저히 비밀로 보장되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어떠 경우에도 외부인을 들여서는 안 되고 라이벌인 제갈 일가는 더더욱 안 됐다.상대가 목숨이 위태로워 보일지라도...문을 연 사람이 거절하려 할 때, 선우경진과 논의하던 이성준의 눈빛은 흔들렸다.“백아영?!”백아영의 목소리다! 틀림없다!그는 성큼성큼 문으로 달려갔고 피투성이가 된 강이나를 보며 동공이 흔들렸다.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이성준이 제갈 일가에서 백아영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 세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성준아...”강이나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두 눈에 눈물이 고여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연구 끝났다고 이제 필요 없대. 제갈연준이 나 죽이려고 해. 살려줘... 날 살릴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말을 이어가던 그녀는 손가락을 떨며 자기 얼굴을 만졌고 간신히 피부 가죽 한 조각을 떼어냈다. 피 대신 안에서는 그녀의 속살이 드러났다.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초췌함이 극에 달했다. 가죽을 벗기는 순간 완전히 힘을 잃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백아영!”이성준은 재빨리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토록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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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감시 화면에는 이씨 가문의 연구 자료가 하나도 빠짐없이 훤히 보였고, 그 모습에 백아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간신히 입을 열었다.“연구 결과를 훔치려고 이런 짓을 꾸민 거야?”제갈연준은 흥미로운 듯 입을 열었다.“훔치다니? 네가 연구한 게 있는데 저 사람들의 결과가 탐이 나겠어? 단지 참고의 의미로 우리의 단점을 보완하고 싶을 뿐이야.”선우 일가는 남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연구 결과를 가져와 프로젝트에 추가한다면 승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제갈 일가가 차지하게 된다.제갈연준의 비겁하고 더러운 수법에 백아영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그의 모든 행동은 예상 밖이었고 백아영이 세웠던 계획은 무용지물이 되었다.어떻게서든 이성준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만 한다!백아영은 기회를 엿봐 선우경진에게 메일을 보낼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그럼 연구 결과를 조금 더 수정해야겠네. 난 지금 바로 연구실로 갈게.”“그럴 필요 없어.”제갈연준은 다시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이런 사소한 일로 귀찮게 할 수는 없지. 오늘 밤은 여기서 푹 쉬면 돼.”휴식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연구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녀를 가둬놓는 거나 다름없었다. ...다음날, 뇌 연구 프로젝트 대회가 마침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참가한 가문들은 잇달아 대회장으로 모였다.밤새도록 갇혀있던 백아영은 소식을 전할 방법이 아예 없었고 대회장에서 민우진을 만나면 살짝이라도 귀띔해 주려고 계획했다.그러나 대회가 시작될 때까지 민우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들은 서로 암호를 정했고 대회 당일에 아이가 구조되었는지 알려주기로 약속했다. 그 소식을 들어야만 도망갈지 아니면 계속 머무를지 결정할 수 있는데 민우진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무슨 일이 생긴 건가?’불안한 마음을 안은 채 대회가 시작되면서 그녀는 더욱 절망에 빠졌다.제갈 일가의 연구는 선우 일가와 맞붙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기에, 충분히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그러나 제갈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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