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211 - 챕터 220

916 챕터

제211화

이성준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뿌리치려고 했다.그러나 손가락에서 전해지는 촉감 때문에 전류가 찌릿 흐르면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자그마한 손은 마치 백아영이 붙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진 이성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지만, 눈에 들어온 거라고는 요염하기 그지없는 얼굴뿐이었다.하지만 걱정으로 찌푸린 눈썹은 어딘가 익숙했고, 날까지 어두워서 그런지 문득 넋을 잃고 말았다.백아영은 이성준이 멈춰서자 꾸물댈 틈도 없이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안 들리겠지만, 현무가 왜 음식을 한 입만 먹고 배불리 먹지 못하냐 잘 생각해 봐. 대체 누가 가르쳤을까? 그 의도는 뭐지? 게다가 한창 천진난만하고 장난기가 많은 세 살배기가 우울하고 소심해 보이는 이유를 정녕 모르겠어? 당신이 그렇게 쌀쌀맞게 대하는 것도 아닌데, 아이가 왜 아빠라고 하면 두려움에 떨까? 이성준, 당신도 알 만큼 아는 사람인데 마음만 먹는다면 반드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 거로 믿어.”말을 마친 백아영은 그의 손을 놓아주었다.“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야. 내가 속셈이 있다는 둥 이간질한다는 둥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지만, 현무만큼은 잘 보살펴주길 바랄게.”물론 이성준은 이성적으로 백아영의 말을 믿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쁜 심보를 가진 여자라는 사실을 입증한 적도 있고 입만 열면 거짓말이지만, 그녀의 말을 잠자코 듣다 보니 그동안 품어 왔던 의구심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다음날은 세 번째로 침을 맞는 날이다.백아영은 일찍이 이현무의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연날리기하러 나갔던 일가족은 시간이 다 되어서야 밖에서 돌아왔다.백채영이 이현무의 손을 잡고 앞장섰고, 이성준이 그 뒤를 따랐다.세 식구의 모습은 너무나도 행복하고 잘 어울렸다. 만약 백채영의 진면목을 몰랐더라면 백아영은 진심으로 축복했을 것이다.반대편에서 오미란과 선우경진이 걸어왔는데, 오미란은 걱정이 된 나머지 세 번째 치료에서는 직접 지켜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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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안 그래도 갑작스러운 상황인데, 게다가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백아영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 줄은 아무도 몰랐다.“샹들리에부터 치워요!”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이성준은 성큼성큼 걸어가 샹들리에를 번쩍 들어 올렸다.그의 시선은 샹들리에 아래에 깔린 가녀린 몸집에서 떠나질 않았다.샹들리에 크리스털에서 반사하는 빛 때문에 유난히 빨간 선혈을 바라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두려움과 공포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이는 마치 백아영을 찾지 못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심지어 걱정스러운 마음은 이현무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그녀 때문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다른 이들도 뒤따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내 선우경진이 재빠르게 달려와 이성준을 도와 샹들리에를 옮겼다.그제야 샹들리에 아래에 가려진 상황을 확인한 사람은 저도 모르게 숨을 헉하고 들이마셨다.백아영의 등 전체가 파편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채 선혈이 낭자했다.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웅크린 자세를 유지하며 이현무가 다치지 않도록 팔로 완전히 감싸 안았다.이성준의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리더니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 생각이 점점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현무야, 내 새끼!”샹들리에를 치우자 오미란이 달려와서 백아영의 품에 안긴 이현무를 잽싸게 끌어냈고, 이현무가 무사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한시름을 놓았다.하지만 그녀가 뿌리친 탓에 백아영은 균형을 잃고 옆으로 쓰러지게 되었는데, 이대로 땅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타박상까지 입게 될 것이다.하지만 기운이 하나도 없는 그녀는 통증 때문에 감각조차 무뎌졌다. 그나마 이현무가 멀쩡해서 천만다행이었다.이성준은 거의 무의식중으로 다리를 움직여 백아영이 바닥에 쓰러지기 전에 상처 입은 부위를 정확하게 피해 조심스럽게 받쳐주었다.그녀를 끌어안은 이성준은 손가락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려왔고, 심장은 마치 찢길 듯 아프면서 패닉에 빠졌다.이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경진 씨, 사람 살려요!”이성준은 백아영을 안고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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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모성본능?굳이 따지자면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백채영은 어떻게 했는가? 이현무의 생모로서 위험이 닥치자 자식을 버리고 나 몰라라 도망가는 꼴이라니?이에 이성준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상처를 치료하고 나서 이성준은 백아영을 부축하여 침대에 옆으로 눕혔다.백아영은 불편한 나머지 안절부절못했다.“다른 방으로 바꿔줘. 여기서 지내면 안 되는 거 아니야?”그녀는 이성준의 안방임을 알아차렸다.이성준은 조심스럽게 이불을 끌어당겨 그녀에게 덮어주었다.“그 상처로 어딜 갈 수나 있겠어? 그냥 여기 있어.”“하지만 백채영이...”언제든지 들어올 텐데 말이다.백아영은 몸까지 다쳤는데 괜히 백채영을 마주쳤다가 기분마저 잡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백채영과 이성준이 함께 썼던 침대에 누워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이성준은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여기 올 일은 없을 테니까 편히 쉬어.”결국 자기 할 말만 내뱉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방문을 나서는 순간 눈물이 그렁그렁한 백채영과 맞닥뜨렸다.백채영은 눈이 빨개질 정도로 울었고, 미안한 얼굴로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다.“성준 씨, 미안해. 아까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피했나 봐. 미처 현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었어. 이게 다 겁이 많은 내 탓이야. 잘못했어, 설령 다치더라도 현무를 지켜줘야 했었는데...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돼?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았으니까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이성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백채영을 바라보았다. 사실 눈앞의 여자한테 오래전부터 혐오감이 들었지만, 오늘에 와서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비록 그녀가 탐욕스럽고 악랄하며 품행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짐승도 제 새끼를 아끼는 만큼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이현무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라고 믿었다.그러나 지금은...“만약 현무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나한테 용서를 구하러 찾아오는 게 아니라 현무가 겁을 먹었는지부터 확인해 봐야지 않을까?”백채영은 흠칫 놀랐다. 그제야 무슨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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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그러고 나서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현무를 돌본단 말이지?이런 친어머니라면 없어도 그만이었다.“저도 생각이 있습니다.”이성준은 단호하게 말했다.물론 이성준을 믿고 있는 오미란은 설득하기를 포기했다. 나중에 이현무가 잠이 든 뒤 백채영을 불러왔다.그러나 태도만큼은 쌀쌀맞기 그지없었다.“현무의 친엄마만 아니었다면 평생 못 만나게 했을 텐데! 잘 보살피고 있어. 현무가 잠에서 깨면 트라우마가 남지 않도록 똑바로 사과하고 위로해줘.”백채영은 미안한 표정으로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어머님, 알겠습니다. 친엄마로서 당연히 그 누구보다 현무를 사랑하지 않겠어요?”오미란을 보내고 문을 닫은 뒤, 백채영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침대에서 자는 이현무를 바라보았다. 온종일 꾹꾹 눌러 담았던 분노가 폭발하면서 곧장 화풀이할 곳이 필요했다.“이게 다 네 탓이야. 네가 사고를 친 바람에 성준 씨가 날 싫어하고, 다른 사람도 무시하잖아! 대체 무슨 낯짝으로 잠을 자는 거야? 얼른 일어나지 못해?”이내 가방에서 가느다란 바늘을 꺼내 이현무의 팔을 세게 찔렀다.이현무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지만, 백채영이 입을 틀어막았다.“입 다물어!”잠에서 깨어나 눈앞에 있는 사람이 백채영이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한 이현무는 겁을 먹은 나머지 찍소리도 못했다.백채영을 보자 저도 모르게 벌벌 떨었다.“엄마, 잘못했어요...”그는 무의식중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었다.그러나 백채영은 한 치의 연민도 없이 모든 화를 이현무한테 풀었다.“잘못하면 그만이야? 이게 다 네 탓이야! 네 놈을 찔러 죽여야지, 원!”그녀가 바늘로 이현무을 찌르기 직전 방문이 갑자기 벌컥 열렸다.깜짝 놀란 백채영이 손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 이내 입구에 서서 싸늘한 얼굴로 냉기를 뿜어내는 이성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또박또박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지금 뭐 하는 거지?”“그,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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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이성준은 백채영을 쫓아내면서도 시종일관 무표정이었다.서운함은 물론 미련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나마 따지자면 아마도 차마 티를 낼 수 없는 후련함 정도였다.이에 이성준은 저도 모르게 후회가 밀려왔다. 이상한 낌새를 일찌감치 알아차렸다면 여태껏 백채영이 이현무를 학대한 것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현무야, 앞으로 겁먹지 않아도 돼. 저 사람은 더는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이현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머뭇거리다가 쭈뼛쭈뼛 물었다.“아빠, 혹시 스파이 누나 보러 가도 돼요?”방금 일어난 일 때문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될까 봐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오후에 약속했잖아요.”백아영을 언급하자 아이의 눈빛이 그제야 생기가 돌았다.이성준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줄래? 솔직하게 얘기해줘야 해.”“네!”“며칠 전 밤에 엄마가 널 데리고 꽃방에 가서 연을 만들라고 한 적이 있어?”이현무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면서 안절부절못했다.무언가를 눈치챈 이성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엄마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든 앞으로 신경 쓰지 마. 아빠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줄래?”방금 백채영을 쫓아내면서 다시는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장담하는 이성준을 떠올리자 이현무도 용기를 내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네, 엄마가 아빠한테 얘기하지 말라고 했어요.”그동안 품어왔던 의심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그제야 이성준은 백아영이 했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 여태껏 그녀를 오해하고 있었다니!그는 이현무의 말랑한 손을 붙잡고 말했다.“아빠랑 같이 가자.”이현무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침실과 가까워질수록 이성준의 마음속에는 풀리지 않는 의혹과 모순으로 가득했다.그녀를 처음 봤을 때는 이현무에게 독약을 먹였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거만한 모습으로 등장해 심사위원을 매수하기 위해 비열한 수법까지 동원했다. 이런 여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무리 훑어봐도 악녀가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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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결국 제 발 저린 나머지 횡설수설 말했다.“현무한테 마지막으로 침을 놔주려고 찾아가던 참이었어. 마침 먼저 찾아왔으니 안방에서 놔줄게. 은침 좀 줄래?”이성준은 선우경진한테 은침을 부탁하는 대신 방으로 걸어 들어가 침대맡에 있는 서랍에서 정교한 박스를 꺼냈다.안에는 은침이 몇 개 들어 있었는데 예전에 백아영이 사용했던 것으로 그동안 보물처럼 간직하고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눈에 익은 은침을 보자 백아영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성준한테 그녀의 은침이 왜 있냐는 말이지?하지만 감히 대놓고 물어보지는 못하고 그냥 아무것도 모른 척했다.“그, 그럼 시작할게?”그녀가 물었다. 날카로운 시선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불안함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영문을 알 수 없어 섬뜩할 지경이었다.이성준은 그녀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응.”숨이 막히는 압박감 속에서 백아영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이현무를 침대에 눕히더니 침을 놓기 시작했다.어쨌거나 그녀의 전문분야인 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자 확실히 이성준을 덜 신경 쓰게 되면서 해독하는 데 전념했다.마지막이자 제일 중요한 치료인지라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이성준은 계속해서 그녀를 관찰했다.의심이 드는 순간 침을 놓는 수법만 봐도 백아영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얼굴만 빼고 분위기, 느낌, 의술까지 너무 흡사했다.이때 황당무계한 가설이 마치 땅에 뿌린 작은 씨앗이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로 자라나는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한 시간 뒤, 백아영은 마지막 은침을 뽑아냈다.그녀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다 됐어, 현무야. 완쾌한 걸 축하해!”말을 마치고 나서 침대에 기댔는데, 제집처럼 편해서가 아니라 상처가 회복되기도 전에 고도의 집중력까지 발휘해서 침을 놓는 바람에 극심한 정신적, 체력적 소모로 인해 얼굴에 피곤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고, 눈조차 뜨기 힘들었다.“스파이 누나, 고생하셨어요. 얼른 누워서 쉬세요.”이현무는 얌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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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백아영은 경직된 몸으로 침대에 누워 감히 꼼짝도 못 했다.비록 이름을 듣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한편으로 제일 큰 반응이라고 볼 수 있었다.만약 제 발 저린 게 아니라면 못 들은 척하는 대신 비아냥거리기 바빴을 테니까.이성준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이내 꿀잠 자는 선우경진을 이불 속에서 끌어냈다.선우경진은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채 원망이 담긴 눈빛으로 쏘아봤다.“대체 무슨 일인데 이 야밤에 깨우는 거죠?”“가서 제갈미연의 얼굴이 문제없는지 확인 좀 해줘요. 칼을 댄 건지 아니면 시술한 건지.”이성준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에 손을 댄 이상 의사의 눈썰미를 무사히 피해 가지는 못할 것이다.선우경진은 하품을 크게 했다.“현무를 구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의심하는 거예요? 성형했다 쳐도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요즘 성형수술 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지 않은가? 대체 왜 한밤중에 찾아와서 잠까지 깨우면서 들쑤신단 말이지?이성준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변했다.“백아영 같아서 그래요.”“뭐라고요?”이 말에 선우경진은 졸음이 싹 사라졌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근거는 뭐죠?”이성준이 대답했다.“경진 씨의 검증이 필요해요.”그동안 항상 믿음직스럽게 일 처리해온 만큼 이성준이 의심한 이상 십중팔구 들어맞는다고 볼 수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제갈미연의 침술법을 떠올리자 선우경진은 조급함을 참지 못하고 얼른 침대에서 뛰어내려 바람을 쌩 일으키며 밖으로 뛰쳐나갔다.그와 동시에 전화를 걸면서 말했다.“얼른 우리 집 혈액 검사 기계를 이씨 가문 본가로 보내. 지금 당장 쓸 거야!” 선우 일가 아가씨는 특이한 혈통 때문에 전용 장비에 의존해야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만약 성형이 아니라면 혈액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오늘 밤 그는 제갈미연의 정체를 파헤치리라 다짐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안방에 도착했을 때 문을 열자 안에서 코를 찌르는 냄새가 풍겼고, 선우경진은 경악을 금치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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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그러나 앞장서서 쫓아가려는 순간, 가슴에 엄청난 통증이 전해지며 난데없이 피를 쿨럭 토해냈다.“도련님!”위정은 아연실색하며 말했다.“왜 그래요?”선우경진은 이현무를 해독해주고 나서 제갈미연의 행방을 찾기 위해 부랴부랴 달려왔다가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이내 이성준의 맥박을 짚어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당신 중독되었어요!”이성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안방에 들어섰을 때 중독되었나 봐요. 해독부터 해주세요.”선우경진이 짧은 시간 안에 이현무를 해독해주고 찾아왔다는 건 독성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그러나 선우경진의 표정은 도무지 펴지지 않았다.“당신이 중독된 독은 현무랑 달라요. 여러 가지 독성을 지닌 독으로써 매일 매일 조금씩 중독되어 조금 전 독가스에 의해 유발되었죠.”“도련님께서 그동안 본가에만 계셨고, 제갈 일가 사람은 접촉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중독될 수가 있죠?”위정이 깜짝 놀라면서 일을 이어가다가 안색이 점점 변해갔다.“설마... 제갈미연? 겉으로는 현무 도련님을 치료해주면서 순진하고 착한 척은 다 하더니 사실 몰래 도련님에게 독약을 먹인 건가요? 이렇게 비열한 사람이 있다니!”이성준은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나한테 독약을 먹인 적은 없어.”몸수색도 했는데, 독성이 지닌 물건을 발견하지는 못했다.선우경진은 시무룩한 어조로 대답했다.“무색무취에 형태도 없는 독이 있는데 몸에 숨긴다면 쉽게 발견하지는 못할 거예요. 따라서 독약을 먹이는 건 불가능하고 가까이 접촉할 때면 중독이 되는 거죠.”그동안 이성준이 유일하게 가까이 지낸 사람은 제갈미연밖에 없었다.그녀가 다치자 품에 끌어안기도 하지 않았는가?이현무를 구해줬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어딘가 익숙한 듯, 심지어 백아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기 때문이다.이제 곰곰이 되새겨보니 그녀의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은 행동들은 전부 애초에 계획된 연기이자 속임수일 가능성이 컸다. 어쩌면 그를 독살하기 위해서였다.이제 목적을 달성했으니 그녀는 뒤도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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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제갈 일가 기지에 도착하자 백아영은 가슴 속에 뜨거운 불덩이가 있는 듯 고통스러웠고, 목구멍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너무나도 익숙한 느낌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금세 눈치챘다.그녀는 즉시 맥박을 짚었다.비록 독성이 아주 강한 치명적인 독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중독은 이제 그녀의 일상이 되다시피 했으니까.다만 머릿속에는 의문투성이며, 심지어 언제 중독되었는지조차 몰랐다.“아영아, 내가 방법을 좀 바꿔봤는데 어때? 깜짝 놀랐지?”흰색 셔츠를 입은 제갈연준은 단추를 4개 풀었다. 복근까지 훤히 드러난 상반신은 은근히 자극적이며, 손에 와인 두 잔을 들고 다가오더니 우아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한 잔 건넸다.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극심한 고통을 견뎌내면서 힘겹게 와인잔을 건네받았다.대충 한 모금 마시는 척하며 계속 추궁했다.“대체 언제 독을 탄 거예요?”따지고 보면 중독된 지 3시간도 안 되었다.그동안 검은 옷 사내들이 이성준의 방으로 찾아와 그녀에게 아무 소용 없는 독가루를 살포했을 뿐, 기지로 향하는 와중에도 독약을 먹일 만한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제갈연준은 느긋하게 와인을 음미하면서 백아영의 창백한 얼굴과 피로 물든 입가를 흐뭇하게 감상했다.바로 이런 망가진 모습이 그를 설레게 했다.그는 손가락으로 백아영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더니 애무하듯 조금씩 아래로 내려 피어싱을 살며시 빼냈다.백아영은 문득 깨달았다. 이 피어싱이 독성을 지닌 탓에 자기도 모르는 틈에 중독되었단 말인가?“내가 최근에 새로 개발한 독이야. 무색무취에 형태까지 없거든? 가까이 접촉할 때만 중독되는데, 평소에는 체내에 잠복해 아무런 위협이 안 돼.”제갈연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아냥거렸다.“촉진제 역할을 해주는 독분말이 있어야 중독돼. 게다가 독성도 강하고 아직 해독제는 없어. 보통 사람은 중독되면 24시간 이내로 목숨을 잃지만, 당신은... 내가 만든 가장 완벽한 걸작이니 독성이 혈액까지 침투했어도 3일 정도는 거뜬히 버틸 거야. 3일 안으로 해독제를 개발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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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그러고 나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내뱉었다.“비켜!”순간 그녀를 붙잡으려고 다가오던 검은 옷의 사내는 깜짝 놀라 제 자리에 얼어붙어 옴짝달싹 못 했다.제갈연준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아영아, 지금 이성준 때문에 나한테 반항하는 거야? 기분이 정말 나쁜데? 내가 기분이 안 좋으면 네 아들이 무슨 벌을 받을지 알고 있기나 해?”은침을 잡은 백아영의 손이 저도 모르게 살짝 떨렸다.그녀의 얼굴은 핏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창백했다. 아들은 그녀의 약점이자 아킬레스건이다.“제갈연준, 내 손을 빌려 살인을 저지르는 건 꿈도 꾸지 마! 오늘 무슨 수를 쓰든지 갈 테니까, 날 막는다면 너부터 죽여버릴 거야! 같이 죽자.”그녀는 최후의 승부수를 띄웠고, 제갈연준이 타협하도록 밀어 붙었다.그가 아직 죽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데 올인했다.다만 제갈연준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여전히 음산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악마가 따로 없었다.그는 피식 비웃었다.“오늘 도망간다면 네 아들을 다시는 못 볼 줄 알아. 아들의 목숨을 희생하더라도 이성준을 살리겠다는 건가?”이는 선택지가 아니라 백아영을 사지로 몰아넣었다.겉보기에 그녀가 제갈연준을 협박하는 듯싶지만, 사실 패는 제갈연준의 손에 있었다.백아영은 제갈연준에게 강요할 자격은 물론 그럴 급도 안 되었다.“게다가 하루 만에 해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스스로 제일 뻔하지 않아?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성준은 죽은 목숨이야.”제갈연준의 웃음소리가 점점 더 음침해졌다.“어차피 죽을 사람인데 아들의 목숨까지 희생하는 건 수지가 안 맞잖아?”죽을 사람.제갈연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백아영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고, 마지노선까지 무너뜨렸다.그녀의 손은 점점 더 심하게 떨리더니 결국 은침을 놓쳤고, 그대로 바닥에 툭 떨어졌다.마침내 기력을 다한 그녀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피를 쿨럭 토해냈다.“착하네.”제갈연준은 무릎 꿇고 마치 애완동물을 다루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번에 큰 공을 세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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