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준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뿌리치려고 했다.그러나 손가락에서 전해지는 촉감 때문에 전류가 찌릿 흐르면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자그마한 손은 마치 백아영이 붙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진 이성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지만, 눈에 들어온 거라고는 요염하기 그지없는 얼굴뿐이었다.하지만 걱정으로 찌푸린 눈썹은 어딘가 익숙했고, 날까지 어두워서 그런지 문득 넋을 잃고 말았다.백아영은 이성준이 멈춰서자 꾸물댈 틈도 없이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안 들리겠지만, 현무가 왜 음식을 한 입만 먹고 배불리 먹지 못하냐 잘 생각해 봐. 대체 누가 가르쳤을까? 그 의도는 뭐지? 게다가 한창 천진난만하고 장난기가 많은 세 살배기가 우울하고 소심해 보이는 이유를 정녕 모르겠어? 당신이 그렇게 쌀쌀맞게 대하는 것도 아닌데, 아이가 왜 아빠라고 하면 두려움에 떨까? 이성준, 당신도 알 만큼 아는 사람인데 마음만 먹는다면 반드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 거로 믿어.”말을 마친 백아영은 그의 손을 놓아주었다.“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야. 내가 속셈이 있다는 둥 이간질한다는 둥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지만, 현무만큼은 잘 보살펴주길 바랄게.”물론 이성준은 이성적으로 백아영의 말을 믿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쁜 심보를 가진 여자라는 사실을 입증한 적도 있고 입만 열면 거짓말이지만, 그녀의 말을 잠자코 듣다 보니 그동안 품어 왔던 의구심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다음날은 세 번째로 침을 맞는 날이다.백아영은 일찍이 이현무의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연날리기하러 나갔던 일가족은 시간이 다 되어서야 밖에서 돌아왔다.백채영이 이현무의 손을 잡고 앞장섰고, 이성준이 그 뒤를 따랐다.세 식구의 모습은 너무나도 행복하고 잘 어울렸다. 만약 백채영의 진면목을 몰랐더라면 백아영은 진심으로 축복했을 것이다.반대편에서 오미란과 선우경진이 걸어왔는데, 오미란은 걱정이 된 나머지 세 번째 치료에서는 직접 지켜보기로
최신 업데이트 : 2023-09-2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