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는 태블릿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섰다.평온하고 부드러운 자태와, 생각보다 더 덤덤한 얼굴에 세훈은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다.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기까지 했다.그는 발걸음을 뚝 멈춰 섰다.그의 이상 반응에 경호원 팀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세훈은 손을 올려 넥타이를 쭉 잡아당겼다. 차분하던 얼굴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여러분 죄송하지만, 자리 좀 비켜 주시죠.”차분하고 진정성 있는 독일어가 들려왔다. 조각 같은 얼굴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제 아내가 마중을 와서요. 이만 돌아가 주세요.”그 말에 소란스럽던 주변이 조용해졌다.그러나 이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그러니까 저 잘생긴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거지?][가자, 가자, 유부남이래.]사람들이 속속히 자리를 떠나고, 공항에도 정상적인 질서가 찾아왔다.경호원 팀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아내가 마중을 나왔다는 말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서있던 세훈은 이미 그 틈에서 나왔다.세훈은 청아의 앞으로 우뚝 섰다.두 사람 모두 비즈니스 룩이었고, 멀리서 보아도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하지만 가까워진 거리와는 달리, 두 사람은 오히려 모르는 사람처럼 서먹했다.세훈은 말없이 청아를 바라만 보다가, 겨우 한마디를 짜냈다.“오랜만이에요.”청아는 살풋 미소를 짓더니,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였다.“강세훈 대표님, 오랜만입니다.”대표님이라는 호칭을 들었을 때, 세훈은 심장이 칼로 난도질을 당한 것 같았다. 마음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마치 3년 전 그날, 사랑스럽게 쳐다보던 눈에 차가운 냉기를 담고 헤어짐을 고하던 그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 청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강세훈 도련님, 제가 너무 오랫동안 괴롭혀서 죄송하네요.”그날의 기억은 매일 밤 세훈을 괴롭혔고, 누구에게도 꺼낼 수 없는 아픔이 되었다.카페에서.청아는 고개를 숙여 메뉴판의 커피를 살폈다.세훈은 시선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몰라, 조심스레 청아의 얼굴을 살폈다.“그동안 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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