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 Chapter 1111 - Chapter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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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1화

“큼큼.”제훈이 이마를 살짝 짚으며 말했다.“일단 형은 없고, 청아 누나만 보여.”제훈이 천천히 턱을 치켜들었다.그러자 그들은 제훈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멀리 서 있는 저 늘씬하고 아름다운 뒤태의 주인공이 바로, 형의 전 여자 친구이자, 평생 잊지 못한 첫사랑, 송청아가 아닌가?’비록 간단한 셔츠와 청바지 옷차림에 옅은 화장을 했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지적인 분위기가 넘쳤다.그녀는 대기실에서 한 손에 태블릿을 들고 서 있었다. 시간을 한번 확인한 청아는 자리를 찾아 앉은 후 일에 집중했다.“와, 청아 언니 일하는 모습도 너무 멋있어요.”강연이 감탄했다.“그동안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전보다 더 성숙해 보여요.”수아도 말을 보탰다.3년 전,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청아는 태양처럼 밝고 명랑했다. 그녀는 스스럼없이 세훈의 구역을 침범하고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하지만 지금의 청아는 좀 더 성숙하고, 침착해 보이고, 지적이며 진지해 보였다. 3년 전과는 아예 다른 모습이었다.“만약 청아 누나가 이성적이었다면 왜 형이랑 헤어졌겠어? 그리고 어떻게 떠나고 3년 동안 소식 한번 전하지 않을 수가 있어?”제훈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런데 제훈아, 넌 형이랑 청아 누나가 헤어진 이유를 알고 있는 거야?”세윤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물었다.“아니, 나도 몰라.”제훈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래도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아. 형 성격을 오래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그 말에 주변이 조용해졌다.세훈은 능력이 출중할 뿐만 아니라 외모도 넘사벽이였지만 성격이 너무 차갑고 곁을 주지 않았다. 형제자매들에게만 친절할 뿐, 여자 친구였던 청아에게도 상냥하게 대하지 않았다.태어나기를 오만하고 여유롭게 태어난 세훈이였다. 더구나 세훈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청아가 먼저 대시했으니, 청아는 세훈의 모든 응석을 받아주었다. 하지만 세훈은 청아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았다.그러니 두 사람의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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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청아는 태블릿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섰다.평온하고 부드러운 자태와, 생각보다 더 덤덤한 얼굴에 세훈은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다.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기까지 했다.그는 발걸음을 뚝 멈춰 섰다.그의 이상 반응에 경호원 팀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세훈은 손을 올려 넥타이를 쭉 잡아당겼다. 차분하던 얼굴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여러분 죄송하지만, 자리 좀 비켜 주시죠.”차분하고 진정성 있는 독일어가 들려왔다. 조각 같은 얼굴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제 아내가 마중을 와서요. 이만 돌아가 주세요.”그 말에 소란스럽던 주변이 조용해졌다.그러나 이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그러니까 저 잘생긴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거지?][가자, 가자, 유부남이래.]사람들이 속속히 자리를 떠나고, 공항에도 정상적인 질서가 찾아왔다.경호원 팀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아내가 마중을 나왔다는 말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서있던 세훈은 이미 그 틈에서 나왔다.세훈은 청아의 앞으로 우뚝 섰다.두 사람 모두 비즈니스 룩이었고, 멀리서 보아도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하지만 가까워진 거리와는 달리, 두 사람은 오히려 모르는 사람처럼 서먹했다.세훈은 말없이 청아를 바라만 보다가, 겨우 한마디를 짜냈다.“오랜만이에요.”청아는 살풋 미소를 짓더니,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였다.“강세훈 대표님, 오랜만입니다.”대표님이라는 호칭을 들었을 때, 세훈은 심장이 칼로 난도질을 당한 것 같았다. 마음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마치 3년 전 그날, 사랑스럽게 쳐다보던 눈에 차가운 냉기를 담고 헤어짐을 고하던 그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 청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강세훈 도련님, 제가 너무 오랫동안 괴롭혀서 죄송하네요.”그날의 기억은 매일 밤 세훈을 괴롭혔고, 누구에게도 꺼낼 수 없는 아픔이 되었다.카페에서.청아는 고개를 숙여 메뉴판의 커피를 살폈다.세훈은 시선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몰라, 조심스레 청아의 얼굴을 살폈다.“그동안 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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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만나고 싶어 하니, 그럼 만나지 뭐, 라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나온 청아였다.그녀는 더 이상 순수하고 열정이 넘치던 과거의 송청아가 아니었다. 오늘 이 자리에 나올 용기조차 없었다면, 이 관계를 이겨낼 수도 없었을 것이다.그녀의 쌀쌀맞은 말투에 세훈이 침묵했다. 잠시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지만, 세훈은 빠르게 표정을 지웠다.“배가 고파서요.”세훈은 그녀의 업무 요청을 피했다.청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세훈을 쳐다보았다. 태평하게 배고프다는 말을 할 줄은 예상 못 했다.예전의 강세훈은 사람의 마음에 칼을 수십 번 꽂고도,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짓고, 차갑게 떠나던 사람이었다.그는 절대 먼저 숙이는 법이 없었다.청아는 조금 당황했지만, 세훈의 제안을 거절하지도 않았다. 오늘 이 자리에 청아는 회사를 대표해 나왔고, 식사 대접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그녀는 메뉴판의 몇 가지 요리를 체크해 웨이터에게 넘겼고, 정통적인 독일어 발음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웨이터가 자리를 떠나고, 청아가 고개를 돌리자 한참 전부터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세훈과 시선이 마주쳤다.그의 얼굴에는 전에 본 적이 없던 깊은 감정이 담겼다. 몇 년 전 유치하고 오만하던 소년은 이미 사라지고, 어딘가 낯선 모습만 남았다.아무렴 괜찮았다. 이제 본인과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으니.3년 전부터 청아는 강씨 대 가문의 첫째 아들이자, 미래 강씨 그룹 후계자와 어울리는 짝이 아니었다. 더구나 가문이 망하고, 홀로 해외에서 아픈 동생을 돌보고 있는 현재로서는 관계의 저울이 더 기울어졌다.지금의 세훈은 이미 강씨 그룹의 실권자로 되어 회사를 전 세계로 이끌었다. 세훈이 기침을 해도 비즈니스계가 술렁였다.서로 다른 세상 사람이니 더 감정을 섞을 필요가 없었다.더구나 세훈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니.커피가 서빙되고, 청아는 가볍게 커피를 저어주고 우아하게 한 모금 마셨다.그녀의 커피잔에 설탕을 추가해 주려던 세훈만 자리에 굳어버렸다.“전에는 커피 맛이 쓰다고 꼭 설탕을 넣어 먹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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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청아는 감정 조절에 실패한 세훈의 모습을 처음 목격했다. 이에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지금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당신을 버렸다니.”입꼬리는 올렸지만, 눈빛은 서늘했다.“당신은 무려 강씨 그룹의 후계자였어요. 저같이 아무 볼일 없는 사람이 무슨 용기로 감히 당신을 버리고 떠나겠어요?”“송청아!”세훈은 손목을 잡은 손에 더 힘을 주고, 이를 악물었다.그는 자신이 성숙한 사랑을 주지 못해 그녀가 상처받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모든 게 사실이 아니었다.자신을 떠날 때 뱉은 이유마저 거짓이었다.세훈은 자신이 쓰레기처럼 쉽게 버려졌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강세훈 대표님, 여긴 밖이고 행동 조심하세요.”청아는 잡힌 손목이 아파왔지만,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말을 뱉었다.“날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마요!”세훈이 그녀의 말을 자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강청아 씨, 몇 년 전의 일은 모두 지나갔지만, 아무 이유 없이 날 그곳에 버리고 떠난 이유를 똑바로 말해줘요.”청아는 너무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조용히 쳐다보았다. 그의 깊은 눈망울에도 분노가 담겼으나, 그보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슬픔이 더 생생했다.3년이 지나도, 세훈은 알지 못했다.청아는 점점 반항하던 몸짓을 멈추고, 차갑고 무뚝뚝하지만, 상처를 꾸역꾸역 참는 얼굴로 말했다.“아무 이유 없습니다.”세훈의 눈이 흔들렸다.청아는 입술을 살짝 달싹이다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전에도 말했었지만, 당신의 연인이 되었던 건 모두 제 승부욕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인이 되었으니, 승부는 끝이 났죠.”세훈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더니 온몸에 살기가 넘쳤다.그는 청아의 턱을 확 움켜쥐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송청아, 당신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마저 드네요.”문 앞에서.네 형제는 이런 대화를 엿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수아와 강연이 아직 어리둥절해할 때, 세윤과 제훈은 재빨리 동생의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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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세훈의 개인적인 사정이었으므로 강씨 형제들이 개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또한 세훈은 자신의 개인적인 상처를 형제들이 아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제훈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감았다.“그래, 알겠어.”그래서 그 역시 먼저 청아를 찾아가지도, 이 일에 개입하지도 않을 것이다.강씨 형제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세훈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청아 언니한테도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강연이 조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치 지금 세훈의 편을 들지 않는 게 미안한 듯 겸연쩍어 보였다.“송이야 지금 뭐라는 거야? 넌 너무 단순해!”세윤이 혀를 끌끌 찼다.“순진하기 짝이없어.”‘형도 속고, 송이도 속았어.’“난 사실…… 송이의 의견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수아는 부드러운 말투로 천천히 말했다.“청아 언니가 우리 오빠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다들 직접 봤었잖아. 절대 승부욕 따위로 보이지 않았어. 오빠를 보는 언니의 눈이 얼마나 반짝였고, 또 얼마나 사랑이 가득했는데.”“그게 다 연기였다면 정말 두 손 두 발 들고 말테지만, 고작 승부욕 하나로 완벽한 연기를 보인 여자가 또 어떻게 오빠처럼 권력과 재부를 모두 가진 남자를 버리고 떠나겠어? 심지어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어렵게 돈을 벌어 아픈 동생을 치료시키고 있잖아. 언니는 단 한 번도 오빠한테 도움을 구한 적이 없어.”수아가 침착하게 분석했다.“청아 언니는 그런 비열한 사람이 아니야. 강하고, 정직하긴 오빠 못지않은 사람이지.”강씨 형제는 침묵했다. 다들 기억 속의 청아를 떠올리는 중이었다. 생각해 보니 청아는 정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예나도 청아를 만나본 적이 있었다. 예나는 청아를 해바라기처럼 밝고 따뜻한 아이라며 칭찬했었다.저들이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 한들, 예나의 눈이 틀렸을 리가 없었다. 청아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청아가 왜 세훈에게 이별을 고하고, 이렇게 아픈 말을 하는지, 아직 이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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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똑똑똑-문을 세 번 두드렸으나 방안에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세훈은 불을 켜지 않은 채, 네온 등이 반짝거리는 창밖이 보이는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문밖의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렸다.세훈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문 쪽을 쳐다보았다.비서에게 일러 뒀으니, 사소한 일로 문을 두드릴 리가 없었다. 이렇게 계속 문을 두드리는 것을 보아 무슨 일이 생긴 듯싶었다.세훈은 인상을 쓰고 지친 몸을 일으켜 세웠다.곧은 허리와 치켜세운 턱, 여전히 세훈은 강씨 그룹 대표다운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슬픔 감정에 자신을 오래 방치할 여유가 없었다.그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니.그래서 그는 한시도 틈을 보이거나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어떡하지?”귀를 문 앞에 가져다 대도 여전히 방안은 조용했다.“오빠 잠든 건 아니겠지?”그 말에 세윤도 귀를 가져다 대고, 이리저리 자세를 고쳐 방 안의 상황을 살폈다.수아와 강연은 그의 뒤에 서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제훈은 가장 뒤에 서서 팔짱을 척 끼고 벽에 몸을 기댔다.“계속 두르려, 형은 나올 거야.”“제훈아, 확신해?”세윤이 물었고, 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다시 두드려볼게.”문에서 귀를 떼고 다시 두드리려는데, 갑자기 인기척이 들리더니 여차 없이 문이 벌컥 열렸다.손을 들고 문을 두드리던 세윤과 어두운 표정의 세훈이 눈을 딱 마주쳐버렸다.세윤은 심장이 벌렁거렸다.세훈은 주위를 쭉 살펴보더니 살벌한 표정으로 물었다.“여기서 뭘 하는 거야?”“그... 그게...”세윤은 긴장한 얼굴로 동생들의 도움을 구하려 고개를 돌렸다.그런데 세 사람은 언제 떠났는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세윤은 눈물이 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형, 그게...”“다시 문 두드리지 마!”세훈이 쌀쌀맞게 말했다.“지금 네 말을 들어줄 기분 아니야.”“그게 아니라, 형...”세훈은 그의 말을 더 듣고 싶지 않아 바로 문을 닫으려 했다.그러나 문이 닫히기 전 어느 작은 몸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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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강연은 배를 문지르며 불쌍한 고양이 표정을 지었다.세훈은 더는 거절할 수가 없어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세윤에게도 물었다.“너도 같이 먹을래?”세윤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형 고맙지만 사양할게. 송이랑 잘 먹어!”그리고 세윤은 강연을 향해 의문 모를 눈빛을 주고 빠르게 문을 닫았다.세훈은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덤벙대긴.”“오빠가 좋아하는 갈비찜이랑, 고등어구이랑 새우도 있어요! 빨리 먹어봐요, 오빠.”강연이 도시락 뚜껑을 열자, 향기가 방안 가득 퍼졌다.강연은 길게 숨을 들이쉬다가 눈꼬리를 예쁘게 접었다.“엄청 향기롭죠? 맛있겠다!”“내가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네가 좋아하는 거야?”세훈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둘 다 좋아하는 거죠. 우린 형제니까!”강연이 젓가락을 꺼내 세훈의 손에 쥐어주었고, 그의 밥 위로 갈비를 올리고, 새우도 까서 올렸다.밥 한 끼를 든든하게 먹으니 방금까지 우울했던 기분이 모두 사라지고, 따뜻한 온기만 남았다.강연은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나른하게 의자에 몸을 기댔다.“배가 너무 불러서 터질 것 같아요. 내 음식 솜씨 너무 좋은 거 아니에요? 셰프를 하지 않은 건 이 사회의 손해예요.”세훈은 도시락을 정리하다가 강연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잘났네.”“당연하죠, 내가 잘난 구석이 어디 한두 군데인가요??”강연이 개구쟁이처럼 혀를 내밀었다.“제 소원은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고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세훈은 아무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차갑던 그의 얼굴이 조금은 온화해졌다.강연은 세훈을 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러니까 오빠,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오빠 옆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요. 우린 언제나 오빠를 지켜주고 응원하고 있어요.”세훈이 하던 행동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돌려, 강연의 당찬 얼굴을 바라보았다.머릿속에는 다른 동생들이 똑같은 얼굴로 이러한 말을 하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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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청아 누나랑 형이 헤어지기 전, 누나는 보름 동안 잠적했었어.”제훈이 말했다.“보름 전, 사업이 망한 누나 아버지는 동생을 차에 태우고 강으로 동반 자살을 시도했어.”“뭐라고?”그 말에 강연을 비롯한 강씨 형제는 소름이 끼쳤다.“내 기억 속 청아 누나 집안 형편은 괜찮은 편이었어. 비록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셨지만, 동생이랑 아버지랑 사이도 좋아 보였고, 그래서 청아 누나가 그렇게 밝고 당차다고 생각했었는데.”세윤이 참지 못하고 탄식했다.“그런데... 그런 일이 있었다니.”눈시울이 붉어진 강연도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일을 겪고 사람이 어떻게 멀쩡할 수 있겠어요? 그때 언니도 겨우 20살일 텐데.”“오빠는 이 사고를 몰랐던 걸까?”수아가 물었다.‘이 일이 있었던 직후 헤어졌다면, 오빠는 그동안 대체 뭘 하고 있었던 말인가?’“형은 몰랐을 거야. 심지어 청아 누나가 실종된 그 시간 동안 형도 잠적했어.”“뭐? 왜?”세윤과 수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강연도 마찬가지였다.늘 책임감이 넘치던 세훈이였다. 그때 청아와 사이도 좋았는데, 청아의 사정을 모른척하고 보름 동안 잠적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그때는...”제훈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강씨 그룹 내부에 문제가 생겼고, 형은 회사에 모든 시간을 퍼부었어. 그래서 청아 누나의 이상을 눈치채지 못했을 거야.”“그래서 언니는 이 일 때문에 상처를 받은 걸까?”수아가 물었다.“형이 회사 일을 누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누나의 감정은 눈치도 채지 못했으니.”제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수아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폭 내쉬었다.“오빠가 청아 언니의 옆에 있어주지 못한 건 오빠의 잘못이 커. 하지만... 오빠는 헤어지고 오랫동안 힘들어했잖아. 그래서 자꾸 오빠가 너무 가여운 마음이 들어.”“우리가 청아 누나를 찾아가 말을 전하면 어떨까? 오해가 풀리면 형을 용서해 줄지도 모르잖아.”머리를 긁적이며 뱉은 세윤의 말에, 제훈이 바로 그를 흘기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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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차갑다 못해 냉기가 도는 제훈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수아가 그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저었다.“오빠 지금 너무 흥분했어. 사랑했기 때문에 상처도 주고 상처를 받는 거야. 오빠가 잠적했던 보름 동안 청아 언니는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어. 그리고 어떤 특별한 이유로 오빠에게 이별을 고했겠지. 이 관계에서 상처받은 건 오빠뿐만이 아니야.”제훈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언니 말에 동의해요.”강연도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청아 언니한테 오빠와 헤어진 이유를 물어보고 싶어요. 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못된 말을 했는지 알아야겠어요. 아까 카페에서 언니도 많이 힘들어하는 걸 봤거든요.”“송이야.”제훈이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절대 먼저 나서지 마! 네가 끼어들 일 아니야.”“네?”강연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제훈을 바라보았다.수아와 세윤도 제훈의 급발진에 놀란 모습이었다.“야, 할말 있으면 똑바로 해, 괜히 애 겁주지 말고.”세윤의 말에 제훈은 애써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타일렀다.“송이야, 오빠 말 들어. 이 일은 우리가 개입해서는 안 돼.”강연은 두 눈을 깜빡이며 얌전히 대답했다.“네.”“오늘은 많이 늦었으니까 이만 돌아가서 쉬는 거로 하자.”수아가 말하며 세윤과 강연을 방 밖으로 끌었다.제훈도 밖으로 향하려는데 수아가 그를 붙잡았다.“오빠, 아직 할말 남았지?”제훈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오빠가 보름 동안 잠적한 거 혹시 송이랑 연관 있는 거 아니야?”수아는 제훈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추측하고, 자신의 추리를 늘려 놨다.“시간을 계산해 보니, 그쯤 송이가 납치당했어. 오빠는 그놈을 처리하고, 아빠가 지시한 대로 강씨 그룹의 위협 세력도 정리하느라 바빴을 거야.”“그래서 청아 언니가 오빠를 가장 필요로 할 때 오빠가 옆에 없었던 거지, 맞지?”제훈은 수아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귀신을 속여도, 너는 못 당해내겠어.”“내 추측이 정말 맞구나.”수아도 길게 한숨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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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알겠어.”제훈은 두 손 두 발 들고 말았다. 주머니 안에 있던 담배와 라이터를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제훈이 수아를 향해 물었다.“나도 감정적인 문제는 잘 모르겠어. 너만 믿어.”“내가 청아 언니 만나볼 게.”수아가 말했다.“송이 일을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언니가 서운해했던 부분이 뭔지는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오빠가 옆에 있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헤어진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 다른 이유가 또 있을 거야.”“응, 그래.”“하지만 네가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움직일 거야.”제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듣는 이는 소름이 끼쳤다.“오빠, 사이버 수사 일을 하는 사람이 폭군 같은 말을 하면 어떡해? 무섭게.”“별소리를 다 해.”‘내가 뭐가 무서워?’‘나는 정정당당해.’“우리도 이만하고 일찍 쉬고, 내일 보자.”제훈이 기지개를 켜며 방을 나섰다.수아도 바로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그러나 얼마 뒤, 제훈의 옆방이 달깍- 열리고 멍한 얼굴의 강연이 걸어 나왔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엿들은 것인데, 엿듣지 않았다면 언니와 오빠가 뭘 숨기려고 했는지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오빠가 3년 동안 마음 고생했던 이유가 나 때문이라니.’강연은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아파왔다. 목이 답답해서 점점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무슨 헛생각 하는 거야, 꼬맹이?”늘 여유만만한 세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세윤이 마음 아프지만 꾹 참고 멋있는 척하는 얼굴이 보였다.“설마 모든 책임을 자신한테 돌리고 눈물이나 짜고 있으려고?”세윤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오빠가 어떻게 여기 있어요?”강연은 조금 놀라 되물었다.“너처럼 순진한 애도 엿듣는 걸 나라고 왜 못 하겠어?”세윤이 팔짱을 척 끼며 말했다.“제훈이 이 녀석은 아직도 어릴 때처럼 날 속이려고 들어. 셋이 합세해서 날 놀려먹던 세월은 다 지나갔다고, 이젠 나도 호락호락하지 않아!”둘째 오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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