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친구…….” 강연은 어조를 길게 늘이며 눈에 한줄기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알았어, 오빠. 그럼 조심히 가.” 전화를 끊은 후 강연은 포도 같이 검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둘째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강세윤이 용서를 비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아, 미안해! 오빠가 아직 큰 오빠한테 스케줄을 못 물어봤어.” 강세윤의 소리는 날아갈 것 같이 듣기 좋았다. “어제 너무 늦게 집에 들어가서 큰 형이 내 몸의 여성용 향수냄새를 맡고 네 매니저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추궁해서 날 밝을 때까지 방에 숨어 있었어.” “괜찮아, 둘째 오빠.” 강연은 너그럽게 말했다. “둘째 오빠가 이렇게 믿음직하지 못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뭐.” “연아, 그렇게 말하면 오빠가 속상해.” “아이고.” 강연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강세윤을 상대하지 않았다. 장난을 다 친 강연은 그제야 말했다. “둘째 오빠, 내가 큰 오빠 스케줄 물어봤어. 그랬더니 오늘 저녁에 베를린으로 출발한대.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미리 출발한대.” 강연은 계속 말했다. “내가 보기엔 큰 오빠는 틀림없이 청아 언니 만나러 가는 것일 거야. 청아 언니 말고 큰 오빠가 시간 쪼개서 만나러 갈 사람이 어디 있어? 그것도 원부 같은 말투로 말하면서 말이야.” “정말? 확실한 거야?” 송청아는 큰 오빠 강세훈의 첫사랑이자 지금까지 잊지 못한 여자이다. 강세윤은 전 형수의 이름을 듣자마자 흥분해서 말했다. “그럼 우리도 지금 출발해서 공항에 가서 기다리자!” “어? 뭐가 그렇게 급해?” 강연은 강세윤의 열정에 놀라서 말했다. “지금 가다가 큰 오빠를 만나기라도 하면 우리가 함께 있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건데?” “오빠한테 방법이 다 있지.”강세윤은 방금 일어나서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연아, 너도 빨리 일어나서 준비해. 내가 지금 티켓사서 너 데리러 갈게!” 끊긴 전화를 보며 강연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둘째 오빠의 행동력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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