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 Chapter 1071 - Chapter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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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1화

강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햇빛 아래 반짝반짝 빛이 나는 강연의 눈동자를 도하경은 넋을 잃고 바라만 보았다.그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서서히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허공에서 손을 뚝 멈췄다.갑자기 알 수 없는 한기가 도하경을 감쌌고, 그는 뼛속까지 소름이 돋아 몸을 웅크렸다.마치 사나운 짐승의 먹이로 된 기분에 감히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할 수조차 없었다.도하경은 창백해진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이에 강연도 도하경의 이상을 발견하고 조용히 물었다.“갑자기 왜 그래?”대답이 없는 도하경을 바라보던 강연이 경계하며 그의 등 뒤를 살폈다.그러나 도하경의 뒤로는 스태프 한 명도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착각인가 싶었지만, 어딘가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강연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도하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드디어 도하경을 감싸던 오한이 사라졌고, 그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괜찮아.”그는 뒤를 한번 살피고 창백해진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아무 이유 없이 무서워했다면 날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하지만 강연은 그의 이상증세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도하경의 휴식 시간은 길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태프가 그를 데리고 갔다.도하경이 떠나고, 강연은 몸을 일으켜 방금 그곳으로 걸어갔다. 캠퍼스 복도의 모퉁이 벽에는 작은 스크래치가 있었다. 마치 누군가 세게 움켜쥔 듯 바닥에는 부스럼이 가득 떨어져 있었다.하지만 주위를 돌아보아도 수상한 사람은 없었다.‘누가 이곳에서 우릴 지켜본 걸까?’‘설마 우리 가족이 사람을 붙인 걸까?’여기까지 생각하던 강연의 얼굴에도 불안과 당황이 떠올랐다. 그녀는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들고 메시지를 보냈다.“강연 씨, 다음 씬 준비할게요.”멀지 않은 곳에서 스태프가 그녀를 찾았고, 강연은 짧게 대답하고 그곳으로 총총 달려갔다.후반 촬영은 전과는 조금 달랐다. 주변을 둘러싼 스태프의 수가 거의 두 배가량 늘었고, 총감독도 촬영장에서 조명을 배치하고 있었다.강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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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전서안이 눈을 뜨자 강연과 눈이 마주쳤다.그러나 강연은 전서안의 눈빛에서 짜증과 혐오를 느꼈다.‘저 눈빛은 혐오가 틀림없어.’강연은 조금 당황했다.이런 시선으로 다시 재회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이게 바로 혐오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촬영 준비하실게요. 바로 촬영 시작하겠습니다.”감독의 명령에 모든 스태프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서안도 몸을 일으켰고, 강연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촬영장으로 들어섰다.극 중 강연의 배역은 백연주였고, 전서안 배역 이름은 이후안이었다. 드라마는 한 민족이 나라를 되찾는 투쟁을 담았다.교복을 입고,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백연주는 그 시대 부드럽지만, 강인했던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비쳐 들고, 그 아래에 백연주가 서있었다.그녀가 당당한 얼굴로 조곤조곤 말했다.“나라가 흔들리고, 백성들이 위험에 빠졌지만,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은 백성들의 안위에 관심이 없으니, 이 나라를 구하는 사람들이 대체 어디 있다는 말입니까? 우리 땅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나라를 구해야 합니다.”깊은 눈망울의 소년은 가만히 소녀를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놓은 자세로 조금은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무슨 수로? 대체 어떻게 나라를 구할 수 있단 말입니까? 나라를 구하는 것도 자본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지금 사회가 얼마나 혼란한지는 아십니까? 왜군들이 나라를 점령하려고 하려는데, 정부는 부패해 가고, 민심을 잃은 나라는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당신처럼 아무것도 손에 쥔 게 없는 아녀자가 마음만으로 대체 뭘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정부는 손가락 한번 사용하지 않고 당신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당신이 나라를 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백연주를 향했고, 차가운 말투가 그녀의 가슴에 박혔다.촬영장의 모든 사람이 전서안의 연기에 몰입해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그리고 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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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화

오후 촬영에서 강연은 자꾸 멘탈이 흔들려 감독에게 여러 번 깨졌다. 전서안의 차가워지는 얼굴을 보며 강연은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촬영이 끝나고 매니저가 물을 건네 주었고, 강연은 눈물이 글썽해졌다.“제가 망친 거죠?”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삐죽이는 모습이 버림받은 고양이 같았다.매니저는 강연을 혼내려다가, 이런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다.“아니에요, 신인은 실수할 수 있어요. 충분히 잘하셨어요.”“내일 전서안 씨와의 촬영은 취소되겠죠?”강연의 물음에 매니저는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오늘 촬영할 수 있었던 건, 여주인공과의 촬영이 순조롭게 빨리 끝나 반나절이 비었기 때문이었다.어쩌면 내일은…….강연은 속상한 마음에 얼굴을 움켜쥐었다.‘오빠와 첫 번째 촬영인데, 이렇게 망가뜨리다니.’‘좋은 인상을 남겨 멋지게 인사하고 싶었는데, 이제 날 만나주지도 않겠지?’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전서안을 보며 강연은 갑자기 용기를 내어 빠르게 걸어갔다.“전서안 씨!”사람들로 둘러싸였던 전서안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강연은 긴장한 얼굴로 천천히 다가갔다.누군가 강연을 막아서려고 했으나, 매니저 김성재가 그를 말렸다.그렇게 강연은 무사히 전서안의 앞에 설 수 있었고, 그녀는 얌전히 앞으로 모은 두 손에 힘을 꽉 주었다.“전서안 씨, 촬영 시간을 지체해서 정말 죄송합니다!”전서안의 시선은 강연의 새하얘진 손끝을 향했다.전서안이 아무 말없자 분위기는 점점 어색해지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들었다.전서안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눈치챈 강연은 이를 악물고 두 손에 더 힘을 쥔 채로 허리를 숙였다.“정말 죄송합니다.”그리고 몸을 돌려 서려는데 누군가 손목을 잡아당겼다.소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손 놔요.”“네?”강연이 조금 당황해서 되물었다가 이내 손을 풀었다.“다음에는 이렇게 손에 힘주지 마요.”너무 평온하고 덤덤한 그의 말투에 강연은 종잡을 수가 없었다.의문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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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그날 밤, 강연은 좀처럼 잠에 들 수 없었다.밤은 깊어져 가고, 방안에 달빛이 은은하게 비춰 들었으나, 강연의 머릿속에는 전서안과의 첫 만남이 계속 떠올랐다.3, 4년 전 전서안이 연예계 일을 시작하기 전, 강연은 길거리 캐스팅으로 유명한 향수 cf를 찍게 되었다.어느 지독한 스토커가 강연을 2개월 동안 쫓아다녔고, 심지어 친구 생일 파티에 참석한 강연의 술잔에 약을 풀어 옆방으로 데려가는 극악무도한 짓을 벌였다.15살이던 강연은 비록 호신술을 배웠으나, 성인 남성을 상대하기는 무리였고, 약효 때문에 점점 정신을 잃어갔다.위기의 순간, 방안을 쳐들어온 사람이 바로 전서안이었다.파란 후드티에 마스크를 뒤집어쓴 전서안은 괴롭힘을 당할 뻔한 강연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이어 소년의 주먹이 그 남자를 향해 거침없이 꽂혔고, 소년은 정말 남자를 죽일 듯이 내몰았다.강연은 어렴풋이 피범벅이 된 카펫과, 얼굴이 피범벅으로 인사불성이 된 남자를 확인했다.소녀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자, 소년의 행동이 뚝 멈춰 섰다.고개를 돌린 전서안의 얼굴에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강연의 시선을 의식적으로 피했다.이런 소년을 보며 소녀는 점차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강연은 자리에 주저앉아 이를 악물며 말했다.“저 사람 죽이지 마요. 그러다가 당신 인생만 망가질 거예요.”소년은 겨우 17~18살로 보였다. 정말 사고가 생긴다면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전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빛을 등지고, 마스크를 쓴 그의 얼굴을 비록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으나, 침을 꿀꺽 넘기는 전서안이 겨우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강연은 심장이 떨려왔다. 그의 두 눈에서, 사실 그도 두려워하고 있는 게 보였다.“걱정하지 마요. 제 부모님이 알아서 잘 처리해 줄 거예요. 절대 당신이 다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강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했다.“혹시 저 좀 일으켜줄 수 있을까요?”소년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조금 고민하다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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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지금 이름은 전서안이야.”불빛 아래에 서있던 소년은 바로 발길을 옮겼다.그 뒷모습은 강연의 마음속에서 3년 넘게 자리 잡았다.강연의 사고는 강씨 가문 전체를 놀라게 했다.해외여행 중이던 강현석과 도예나는 가장 빠른 비행기로 돌아왔고, 연예계에서 강연의 흔적을 빠르게 지워냈다.평소 무뚝뚝하고, 인생에 피아노밖에 없던 그녀의 언니 강수아도, 해외 정상급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직을 사표 내고 그녀의 곁을 지켰다.늘 경쟁하던 큰 오빠 강세훈과 셋째 오빠 강제훈은 함께 힘을 합쳐 강연을 해외 연수를 보내버렸다.제일 얄미운 건 둘째 오빠 강세윤이었다. 평소에 온갖 사탕 발린 말로 강연의 자유를 북돋웠지만, 그녀가 해외 연수를 떠났을 때, 본인이 만든 AI 기계로 몰래 감시했다.강연은 너무 화가 나서 세윤의 얼굴을 할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솔직히 말하면 세윤을 제외한 다른 가족 성원에게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해외 연수를 떠난 강연은 매일 매일 전서안의 소식을 알아보려고 애썼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3개월 후, W-N 그룹이 세상에 나오게 되고, 아시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강연은 꿈에서도 잊지 못하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다만 전서안은 그녀를 잊어버렸다.평행선처럼 교점이 없던 둘이었지만, 강연은 전서안이 자신을 구해줬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전서안은 자신의 선행을 이미 잊어버린 듯싶었다.강연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뒤척였다.그때, 안방의 전등이 켜졌다.강연은 깜짝 놀라, 손등으로 빛을 가렸다.송예은은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강연! 이 야심한 밤에 안 자고 뭐 해!”강연은 입을 삐죽였다.“나 잠이 하나도 안 와. 나랑 얘기 좀 해.”“싫어, 너무 늦은 시간이고, 우린 내일 출근해야 하잖아.”송예은이 서랍에서 약 한 병을 건넸다.“수면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야. 이거 먹고 자. 배우는 일찍 자는 것도 관리야.”“그래.”강연은 한숨을 내쉬며 약을 한 알 삼켰다.침대에 다시 누운 강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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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이승연은 강연을 위아래로 훑더니, 질투 어린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강연의 말을 무시하고 스태프와 대화를 주고받았다.“원정희 배우님이 뭐가 아쉬워서 저런 신인 배우를 만나겠어요? 원정희 배우님은 그쪽을 만나고 싶어 하세요. 그러니 저랑 가시죠.”“저요? 하지만…….”스태프가 거절하려는데 이승연이 말을 잘랐다.“여자 주인공이 중요한가요? 아니면 저런 엑스트라가 중요한가요?”이승연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휴게실 내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여기 할 일 없는 사람들 모두 날 따라와요.”그 말이 끝나자, 강연은 바로 이승연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원정희는 강연을 괴롭히려는 것이었다. 스태프를 뺏어가 제시간에 메이크업을 완성할 수 없게 하려는 심산으로 보였다.그리고 이런 사소한 일은 감독님에게 꼰질러 봤자 해결될 리가 없었다.스태프들은 이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고, 이런 눈치 싸움에 익숙해했다. 신인 배우와 탑 배우, 누굴 선택해야 할지는 아주 간단한 문제였다.다들 빠르게 따라가는데 강연의 메이크업 스태프만이 아직 머뭇거리고 있었다.“괜찮아요, 가보세요.”강연이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저 혼자 할 수 있어요.”스태프는 강연의 굳건한 표정에 고개를 끄덕였다.이승연은 스태프들과 떠나기 전, 강연을 향해 가소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강연은 그녀의 행동에 얼굴을 싸늘하게 굳혔다.옆의 다른 신인 배우가 말했다.“강연 씨, 잠시만 기다려요. 제 메이크업이 끝나는 대로 제 스태프가 돕게 할게요.”“아니에요.”강연은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저 혼자 할 수 있어요.”원정희는 이미 자신을 타켓으로 찍었고, 누군가 돕는다면 그 사람마저 눈 밖에 날 수 있었다.강연은 촬영 현장에서 더 큰 트러블이 생기질 않길 바랐다.그래서 거울 앞에 자리를 잡고, 아이브로우를 들었다.타고난 바탕이 좋다 보니, 어제 스태프가 해준 메이크업은 아주 기본만 살리는 메이크업이었다. 그러니 비슷하게 하는 건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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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촬영은 백연주가 넘어지기 전까지 하기로 했다.컷을 외친 조감독이 몸을 돌려 말했다.“강연 씨 내려오시고, 대역 올라가세요.”더 실감이 나는 연기를 위해 넘어지는 촬영 씬은 대역이 촬영하기로 했다.하지만 강연이 자리에서 벗어나기 전, 원정희가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남들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원정희가 강연을 힘껏 밀었고, 강연은 정말 계단에서 떨어졌다.“강연 씨, 조심해요!”매니저 나이란이 소리를 질렀고, 주변 사람들도 술렁였다.비록 높지 않은 계단이었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떨어진다면 다치는 건 당연했다.직원이 그녀를 부축하려고 달려갔지만, 그보다 더 빠른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람처럼 계단을 타고 올라가 넘어지는 강연을 품에 안았다.강연은 예상했던 고통 대신, 뜨거운 품 안에 안겨버렸다.의아한 마음에 조심스레 눈을 뜨니 차갑고 깊은 눈망울과 시선이 마주쳐버렸다. 그의 눈동자에서 실핏줄이 보였다.“전, 전서안 씨?”강연이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날 품에 안은 사람이 전서안?’‘전서안이 어떻게 이곳에?’‘아니, 낯선 사람과 스킨십을 제일 꺼리는 사람이 아닌가? 근데 왜?’허리를 끌어안은 힘이 너무 단단해 강연은 조금 당황해했다. 하지만 전서안은 강연을 놓아주려는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는 끈질기게 강연의 얼굴을 쳐다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그의 주변으로 살기가 넘쳤고, 그 분위기에 사람들도 입을 다물었다.시끌벅적하던 현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예전에 전서안과 촬영 종료 후 스킨십을 시도했던 사람들은 모두 경호원에게 실려 밖으로 내쫓아졌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전서안이 먼저 행동을 취했다.그의 경호원도 깜짝 놀라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김성재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계단을 올라가 긴장한 얼굴로 전서안에게 말했다.“전서안 씨, 강연 씨도 무사하고 일단 손부터 놓을까요?”강연은 전서안의 눈에 초점이 없어진 게 보였다.“전서안 씨?”강연이 낮은 소리로 그를 부르자, 그는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전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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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8화

급히 달려온 김준석 총감독은 아무말 없이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조감독과 원정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전, 전서안 씨. 모두 오해입니다.”조감독은 전서안이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전서안의 성격상 추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꾸역꾸역 말을 뱉기 시작했다.“그, 그게 원정희 씨가 수정하고 싶다고 하셔서.”이제 모든 사람의 시선이 원정희를 향했다.그 속에는 짐승을 노리는 포식자의 눈빛을 한 전서안도 있었다.원정희는 높은 계단 위에 서서 그들을 내려보았지만, 자기 온몸이 시선으로 난도질을 당하는 것 같았다.전서안의 눈빛에 원정희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연예계를 주름잡던 그 권위는 온데간데없이 다리를 후들후들 떨기 시작했다.“죄,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원정희가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가득 채웠다.“이건 정말 실수예요.”“허.”전서안이 헛웃음을 지었고, 짧은 한 글자에 사람들은 소름이 돋았다.“이런 실수 좋아하시나 봐요.”그리고 전서안은 차갑게 몸을 돌렸다.그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원정희는 그 말에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버렸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아니야, 아닐 거야.’‘지금은 법치 사회고, 나는 탑 배우인걸.’원정희는 그렇게 자신을 위로했으나, 매섭던 전서안의 시선은 좀처럼 잊히지 않았다.……다른 한편, 강연은 전서안의 이상을 느꼈다.방금 전 자리를 뜨는 건 오히려 그가 도망을 쳤다는 느낌을 줬다.‘대체 차갑고 무뚝뚝하기만 하던 남자가 이렇게까지 적대감을 보인 이유가 뭘까?’‘감정을 많이 억누르는 모습이었어. 마치 마음속 무언가와 싸우는 느낌이랄까?’강연은 주저 없이 전서안을 따라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전서안은 휴게실로 돌아가는 대신, 촬영장을 벗어나 차에 올랐다.검은색 벤틀리는 당장 출발할 것처럼 문이 굳게 닫혔다.“잠시만요!”강연이 급하게 외쳤다. 너무 급하게 달려온 탓에 강연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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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화

“전서안 님?”강연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전서안은 많은 신인 배우의 신과 다름없었으니, 전서안 님이라고 부른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는 강연과 같은 팬들에게는 큰 자랑거리였다.하지만 강연은 좀처럼 기쁜 마음이 들지 않았다.전서안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리를 떠나던 그 순간만 떠올리면 마음이 시큰거렸다.“그래, 전서안 님, 연기의 신!”강연의 앞에 자리를 잡은 그녀는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늘 차갑고 사람을 곁에 두지 않던 전서안 님이 어떻게 널 구했는지 말해줘! 널 안아 들고, 너한테 화도 내고, 이거 완전 로맨스 드라마 속 설정 아니야?”상대의 어처구니없는 소리에 강연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별 볼 일 없는 일이었지만, 이 사람의 입을 통해 다시 전해 들으니 조금은 마음에 걸리는 게 생겼다.그리고 그녀의 아는 사이냐는 물음에, 강연은 데뷔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강연 혼자 기억을 품고 있는 사이였다.전서안은 강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를 무시하고, 자리도 피하는 것이겠지.강연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아니에요. 모르는 사이예요. 아마 정의감으로 날 구해준 것이겠죠.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따라 나갔는데 차도 세우지 않고 가셨어요. 날 엄청 귀찮아하세요.”강연은 꾸밈없이 솔직하게 말했다.주변 모든 사람, 심지어 전서안의 팬들조차 전서안은 차갑고 무뚝뚝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연은 전서안이 사실 따뜻하고 예쁜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했다.그러니 3년 전에도 자신을 구해줬던 것이겠지.여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강연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강연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녀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더욱 수상한 눈길을 보내왔다.하지만 강연에게 질문했던 신인 배우의 눈빛은 금세 동정으로 변했다. 그녀는 강연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괜찮아. 걱정하지 마! 세상에 널린 게 남자니까, 안 넘어가는 나무에 너무 마음 쓰지 마.”“네?”‘이게 대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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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흰 롤스로이스의 등장에 강연과 나이란이 걸음을 멈췄다.강연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나이란이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감탄했다.“세상에, 너무 잘생겼잖아!”“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 현장에 넘쳐나는 게 잘생긴 배우였다.하지만 차 안의 남자는 좀 더 여유롭고, 시원시원한 인상을 주었다. 그의 온몸에서 자유가 넘쳐 흘렀는데, 그럼에도 귀티가 보이는 게 정말 남다른 사람이었다.외모로는 연예계의 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사람과 견주어 볼 수 있는 건 어쩌면 전서안 뿐일지도 모른다.나이란은 하트 뿅뿅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그쪽도 배우인가요?”나이란이 흥분에 얼굴을 붉혔다.“혹시 아직 계약하지 않았다면 우리 회사로 올래요?”“죄송해요, 매니저님.”남자가 나이란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 잘생긴 얼굴의 그는 안타깝다는 액션을 취하며 말했다.“저는 연예계 활동에 관심은 없고, 옆에 서 있는 이 여성에게만 관심이 있는걸요.”거절의 말에 나이란은 금세 풀이 죽었다.“아, 그렇군요. 아쉽네요…… 아, 잠시만요! 지금 우리 연이를 넘보시는 거예요?”나이란은 금세 전투력이 강해져 강연의 앞을 막아서고,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우리 연이는 이제 겨우 18살이에요. 그쪽은 얼핏 보아도 20살은 넘긴 듯싶은데, 감히 새파랗게 어린 우리 연이를 넘봐요? 짐승!”‘짐승?’‘지금 날 말하는 건가?’봄날의 햇살처럼 미소를 짓던 강세윤이 얼굴을 굳혔다. 세윤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사정없이 흩날렸다.옆에서 어리벙벙한 얼굴로 서있던 강연만이 웃음을 터뜨렸다.더 있다가는 둘째 오빠가 미칠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세윤이 얼굴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여유가 넘치는 얼굴은 부득부득 이를 갈고 있었다.“뭐라고요? 방금 바람이 너무 세서 잘 듣지 못했어요.”‘지금 이 여자 날 늙었다고 말한 거지?’‘내 매력이 겨우 이 정도인가?’‘제훈이 들었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겠어.’갑자기 넘치는 차가운 냉기에 나이란은 뒤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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