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 Chapter 1051 - Chapter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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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1화

“여지수 씨, 답장 없으시면 제가 직접 여씨 저택을 찾아가겠습니다.”문자 메시지 여러 통과, 전화도 여러 번 걸려 왔다.지수는 모두 받지 않았다.명훈이 지수가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을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지금의 지수는 오직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지수야, 무슨 일 있어?”백소은이 걸어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지수는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보았다.4년 전 자신을 살리기 위해 뭐든지 했었던 엄마는, 또래 다른 귀부인들보다 나이가 있어 보였다.지수가 완치된 후 꾸미기 시작한 백소은은, 천천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성수시의 귀부인은 성남시의 귀부인과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여씨 가문은 성수시에서는 떵떵거리며 살진 몰라도, 강씨 가문이나 장씨 가문이 힘도 들이지 않고 무너뜨릴 수 있었다.“괜찮아요.”지수는 몸을 일으켜 머리카락과 옷을 정리하며 말했다.“엄마, 친구 만나고 올게요.”백소은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친구를 만나? 남자, 여자?”“엄마, 그냥 평범한 친구예요. 뭘 그렇게 꼬치꼬치 물어요?”지수는 가방만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백소은은 지수의 뒷모습을 보며 주절거렸다.“성남시에서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엄마랑 같이 있어주지도 않고, 친구 만나러 가는 거야.”지수는 그 말을 듣고 코끝이 찡해냈다.감히 엄마에게 우리 가문이 정말 망할 것 같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지수는 말없이 명훈이 보낸 장소로 운전했다.5성급 호텔이었다.무사히 주차하고, 지수는 터덜터덜 안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지수는 꼭대기 층 버튼을 눌렀다. 호텔의 스위트 룸이었다.이어 지수가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목소리는 낮지만 다정했다.지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문을 열었다.소파에 앉아있는 남자가 허리를 한번 치켜세우더니 차를 따르고 있는 게 보였다.차 향이 방안을 감싸고, 불안하던 지수의 마음도 조금 진정이 되었다.“지수 씨, 여기 와서 차 한잔 마셔요.”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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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지수 씨, 어릴 때부터 몸이 안 좋았다고 전해 들었습니다.”명훈이 차 한모금을 마시며 조용히 물었다.지수는 손가락을 덜덜 떨렸다. 벌써 그것까지 알아낼 줄은 몰랐다.그렇다면 진실을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였다.‘명훈 씨가 찾아내길 기다리는 게 나을지, 내가 직접 밝히는 게 좋을지 모르겠어.’‘하지만 내가 직접 밝힌다고 해도, 죽은 지연 언니의 아이는 되돌릴 수가 없잖아.’“그리고, 4년 전 지수 씨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여씨 가문이 제때 맞는 혈액을 구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명훈이 계속 말을 이었다.지수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날 뒷조사해서 뭐 하시게요?”명훈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게요, 제가 과연 뭘 하려고 그럴까요?”지수는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겨우 스무 살을 넘긴 지수는 이런 시험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머릿속으로 온갖 시뮬레이션을 한 지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대체 무슨 속셈으로 그러시는지 알 수 없으나, 명훈 오빠가 하는 행동을 제가 제지할 수는 없겠죠.”지수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그녀의 뒤로 명훈이 조용히 말했다.“여지수 씨, 지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는 겁니다.”지수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가 빠르게 방을 벗어났다.호텔 문이 쾅-하고 닫혔다.스위트 룸 방에서 다른 사람이 걸어 나왔다. 강현석이었다.“여지수 씨는 알고 있는 게 분명해.”명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기사가 나오고, 여지수 씨는 분명히 눈치를 챘어요. 누나가 기억을 잃은 건 어쩌면 여씨 가문과 상관이 있을 거예요. 그러니 저렇게 두려워하는 거겠죠.”“그렇다면 정말 손을 댈 수밖에.”현석의 눈빛이 차가웠다.“이곳에 남아 할 일이 없다면 이만 성남시로 돌아가.”명훈이 세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여기에서 누나랑 있을 거예요.”비록 만나지는 못해도,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명훈은 일단 아버지에게 이 일을 알리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안다면 밤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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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두 가문은 여씨 가문이 평생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가문이었다.여씨 가문은 성수에서도 충분히 여유로운 생활을 했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처럼, 강씨 가문은 바로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었다.“지수야, 그게 정말이야?”백소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에요. 지연 언니의 친동생이 지금 성수시에 있어요. 지금 우리 여씨 가문을 조사하고 있다고요! 내가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것과, 4년 전 수술한 것까지 알고 있어요. 얼마 뒤면 언니가 수술했다는 것도 알아낼 거고, 그러면…….”백소은의 손가락이 허공에 멈춰 섰다.그러면 여씨 가문은 그대로 끝장이 날것이다. 성수시의 꼭대기에서 개미보다도 못한 존재로 산산조각이 날것이다.그리고 그때, 여진석이 집으로 돌아왔다.“무슨 일 있어? 두 모녀가 꼭 끌어안고?”여진석의 등장에 백소은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평정심을 되찾고 말했다.“성남시 강씨 그룹의 사모님이 바로 우리 가문 양녀, 여지연이라고 해요.”“뭐라고?”여진석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며칠 전 민우가 성남시에서 강씨 그룹과 우호적으로 지내는 모습을 보며, 여진석은 여씨 가문이 정말 강씨 그룹의 마음에 들은 줄만 알았다.하지만 알고 보니, 지연이 강씨 그룹 사람이었 다니.‘그런데 왜 강씨 가문은 여지연을 데리고 가지 않은 거지?’“아빠, 만약 우리 가문이 언니의 피를 뽑아 날 살리고, 아이를 죽인 사실이 들통이 난다면, 강씨 그룹은 절대 우리를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지수의 얼굴에 공포가 가득했다.온화하고 다정한 명훈의 얼굴이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다정했던 만큼, 방금의 대화가 더 무섭게 느껴졌다.“침착해. 두려울 게 뭐가 있어?”여진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지연의 모든 흔적은 내가 지워버렸어. 강씨 가문이 찾아낼 수 없을 거라고!”“여씨 가문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요? 성수시의 허접한 가문이 지운 걸 강씨 가문이 되돌리지 못한다는 보장이 있어요?”백소은이 천천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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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점점 밤이 깊어져 갔다.그때, 누군가 호텔 스위트 룸을 두드렸다.이번에는 강현석이 직접 문을 열었고, 여진석이 안으로 들어섰다.새벽 2시를 넘긴 늦은 시간이었다.여진석은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정말 누군가 하룻밤 사이에 회사를 무너뜨린다고 하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처음에는 반항하고 싶었다. 하지만 1분 1초가 지나고, 여씨 그룹 주가 몇 백억이 공중분해가 되었다.그리고 현재, 여씨 그룹은 거의 빈껍데기만 남았다.시간이 더 지체된다면 해가 뜨기도 전에 여씨 그룹은 아예 공중 분해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여씨 가문 모든 사람이 빚더미에 내려앉게 될 수도 있었다.현석은 노트북을 꺼내 들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그러다가 고개를 들고 차갑게 말했다.“대표님, 여기 앉으시죠.”비록 공손한 태도였지만, 지금껏 현석이 벌이고 있는 일은 끔찍하기만 했다.여진석은 별말 없이 끝자리에 앉으며 말했다.“강현석 씨, 여씨 가문의 양녀에 대해 알고 싶으신 건가요?”현석이 노트북을 닫으며 말했다.“대표님, 드디어 솔직하게 고백하실 생각인가요?”여진석은 말문이 막혔다.‘이제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건가.’지연의 진짜 신분을 알고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여씨 가문은 보복당하고 말았다.“여지연은 저희가 4년 전 입양한 아이입니다. 바닷가로 여행을 갔다가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갔었죠.”여진석의 목소리가 방안에 작게 울렸다.현석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들었다.오래 공을 들였지만, 최근 3년 동안의 사건만 찾을 수 있을 뿐, 전 1년의 진실은 찾을 수가 없었다.온갖 해커를 총동원해도 찾을 수 없는 1년이었다.다크웹에서 더 많은 해커를 찾아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여진석이 솔직히 말한다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네다섯 날 동안 잠겨 있었던 지연은 혼수상태에 빠졌고, 저희가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를 받았어요. 그리고 지연이 그때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임신한 지 한 달을 넘겼다고 하는데, 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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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4년 전, 제훈이 현석에게 혈액 교체 치료 방법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온몸의 피를 바꾼다면, 몸속 바이오 칩을 배출할 수 있다고 했다.그때는 마냥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거절했었지만, 뜻밖에도 예나는 피를 바꾸게 되었다.‘이제 예나 씨는 정상으로 돌아온 걸까? 4년 전과 다르게 이제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게 된 걸까?’현석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출혈량이 얼마였습니까?”여진석이 잠시 고민하는 것처럼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3,000~4,000밀리리터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지연의 혈액형이 아주 희소한 편이라, 같은 혈액형 10명을 구해 겨우 지연의 목숨을 구했었죠.”현석이 잠시 침묵했다.인체의 혈액량은 3,000~4,000밀리리터 정도였고, 출혈이 3,000밀리리터 이상이라면, 그 정도 양은 충분히 필요했다.그렇다면, 예나는 정말 온몸의 피를 바꿨다는 말이었다.드디어 4년 전 후유증에서 정말 벗어날 수 있었다.이 사실은 수많은 고통 속 유일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수술 후, 지연은 또 2개월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은 모두 잃은 뒤였죠. 지연에게 아이의 일은 알려주지 않았고, 그렇게 3년이 지나갔습니다.”여진석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지연은 정말 똑똑한 아이였습니다. 해킹도 할 줄 알고, 그러다가 어느 날 의료 시스템에서 아이를 낳은 진단서를 찾아낼까, 모든 진단서를 폐지시켰습니다.”“저희는 지난 3년 동안 매주 지연에게 건강검진을 받게 했고, 여씨 가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여진석의 목소리는 거의 애원에 가까웠다.“저희 여씨 가문이 수십 년을 아득바득 만들어온 여씨 그룹입니다. 제발 대표님, 저희 여씨 그룹에게 기회를 주세요.”현석이 차가운 얼굴로 여진석을 노려보았다.“만약 이 대화 속에 거짓이 하나라도 있다면…….”“절대, 절대 그럴 리가 없습니다!”여진석은 거의 바닥에 주저앉을 것처럼 몸서리쳤다.“그러니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현석이 손가락으로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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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현석이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고, 천천히 조심스레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그러나 낯선 환경에 선잠에 들었던 지연이 눈을 떴다.그녀는 멍하니 현석을 바라보다가 황급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당신이 여긴 왜?”“지연 씨 보러 왔어요.”현석이 지연의 옆자리로 앉으며 말했다.희미한 햇빛이 현석의 얼굴에도 쏟아졌다. 햇빛이 그의 얼굴 윤곽을 비췄고, 현석이 그윽한 눈빛으로 지연을 바라보았다.지연은 갑자기 심장이 떨리기 시작했고, 살짝 고개를 틀며 말했다.“많이 바쁘실 텐데 굳이 저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왜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현석이 지연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은 여지연이 아니라, 도예나이니까요.”“네?”방금 잠에서 일어난 지연은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웠다.멍하니 현석을 바라보며 지연이 말했다.“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네요.”“강씨 가문의 사모님이자, 장씨 가문의 장녀이고, 내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네 아이의 엄마인 당신이 바로 도예나라고요.”현석이 낮은 목소리로 구구절절하게 말했다.“우린 당신을 4년 동안 찾아 헤맸어요. 그리고 드디어 당신을 찾았어요.”현석은 참지 못하고 지연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뜨거운 온도가 전해지자, 지연은 정신이 확 들었다.빠르게 뒤로 몸을 뺀 지연이 현석의 손길에서 벗어났다.“왜 첫 만남에 저한테 말하지 않았나요? 왜 하필 기사가 터지고 나서 말해주는 거예요?”차마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하지만 그의 진심 어린 표정이 거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그동안 있었던 일이 너무 복잡해 어디부터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현석이 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피터에게 연락했어요. 아마 두 시간 뒤면 성수시에 도착할 거예요. 그러면 모든 사실을 알 수 있을 거예요.”지연이 인상을 찌푸렸다.“지금 말해주면 안 돼요?”“이해하기 힘들 거예요.”현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피터는 최면술에 능한 정신과 의사예요. 최면으로 지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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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강씨 그룹 사모님의 기사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4년 전 도예나에 대한 기사는 아주 많았다. 성남시 최고 미녀인 예나는 온갖 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지연은 천천히 기사를 읽어갔다.그녀의 시선은 기자가 포착한 예나의 미세한 표정과 움직임을 향했다.이어 지연은 자신이 예나와 많이 닮았음을 발견했다. 심지어 술 마시는 습관마저 똑같았다.지연은 자신이 정말 강씨 그룹 사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첫 만남부터 현석을 보고 마음이 떨렸었다. 이건 아마 뼛속까지 남은 사랑이 보낸 신호일지도 몰랐다.지연은 노트북을 닫고 생각에 잠겼다.10 분이 채 되지 않아, 현석은 따끈한 죽을 포장해 왔다.“새벽 다섯 시를 겨우 넘긴 시간이라 문을 연 매장이 죽 매장밖에 없었어요. 일단 이거라도 먹고, 조금 있다가 맛있는 거로 다시 사 올게요.”“고마워요.”지연이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죽을 떠먹었다.갓 완성된 따끈따끈한 죽은 천천히 그녀의 마음을 녹였다.죽 한 사발을 비우고 나니, 하늘이 점점 밝아졌다. 아침노을이 보이고, 이어 오늘의 해가 떠오를 것이다.현석이 자연스레 지연이 비운 그릇을 넘겨받으며 물었다.“일출 보고 싶어요?”지연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다가, 마음보다 몸이 앞서며 말했다.“그래요, 가요.”지연은 침대에서 내려왔고, 현석이 그녀의 어깨에 외투를 걸쳐주었다.“아침은 아직 쌀쌀해요. 이거라도 걸쳐요.”“고마워요.”지연은 아침부터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지 몰랐다.며칠 전, 지연은 자신이 어쩌면 대체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날 밤 성남시를 급하게 떠났다.그러나 자신이 강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그녀는 또 현석과 함께하고 싶어졌다.여자의 마음을 갈대라고 하지 않던가?사실 지연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몰랐다.둘은 나란히 병원 옥상으로 올라갔다. 병원은 12층까지 있었고, 옥상에 서면 천천히 떠오르는 해를 구경할 수 있었다.노을이 하늘 절반을 수놓고, 달걀 노른자 같은 해가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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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마주친 눈에 불꽃이 튀기 시작했지만, 지연은 빠르게 현석을 밀어냈다.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지연이 말했다.“아침에 검사가 있다고 했어요. 이만 병실로 돌아가 볼게요.”지연은 외투를 둘러싸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현석은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지연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으나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게 보였다.‘괜찮아, 천천히 하면 돼.’두 사람은 나란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병원도 잠에서 깬 시간이었다. 의사와 환자들이 복도를 걸어 다니며, 새로운 하루에 활기를 불어넣었다.지연이 병실로 들어서려 는데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이상하다, 이 병실이 맞는데?”“그런데 엄마가 없잖아. 먼저 퇴원한 거 아니야?”“엄마 가방도 아직 여기 있으니까 퇴원한 건 아닐 거야.”“의사한테 물어볼까?”그때, 병실 문이 활짝 열렸다.네 아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지연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너희들이 여긴 무슨 일로?”“엄마…… 아니, 지연 이모.”세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모 보러 왔어요.”제훈이 고개를 들어 지연을 바라보았다.“괜찮아요? 아직도 아파요?”수아가 걸어가 지연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침대에 누워 좀 더 쉬세요.”세훈은 어디에 선가 따뜻한 물을 따라와 지연에게 건넸다.“이모, 입술이 너무 창백해요. 물 마시세요.”그 순간, 지연은 부족했던 마음이 꽉 채워지는 걸 느꼈다.지연은 자연스레 침대에 누워 세훈이 건네 준 물을 한 모금 마셨다.평범한 물이지만, 지연은 애틋한 마음이 들어 자꾸 홀짝였다.네 아이가 침대 옆을 빙 둘러싸자, 빈틈이 하나도 없었다. 이에 현석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이 틈을 타 지연과 좋은 감정을 쌓으려고 했으나, 아이들이 먼저 선점하고 말았다.현석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학교는 안 가도 되는 거야?”세윤이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한 달 병가 냈어요.”현석은 할말을 잃었다.애교가 많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세윤이 이 자리에 함께 있는다면, 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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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들어온 사람은 주선희였다.주선희는 도시락을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서다가, 방 안의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주선희 씨, 오셨어요?”지연이 몸을 일으키며 인사를 했다.주선희는 병실 앞에서 쭈뼛거렸다. 키가 큰 남자는 얼음처럼 차가워 보이고, 네 아이마저 다가가기 어려웠다.주선희는 이마를 긁적거리며 말했다.“새벽에 지연 씨를 위해 삼계탕을 끓였어요. 아직 따끈한데 맛 좀 보세요.”주선희가 삼계탕을 책상 위로 올렸다.아까 겨우 죽 한 사발을 먹은 지연은 벌써 허기가 졌고, 고개를 숙여 맛을 보았다.“고마워요, 주선희 씨.”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다시 열었다.“송이는 좀 어때요?”그 말에 주선희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의사가 수술 후 24시간 안에 눈을 뜰 수 있다고 해서 안심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눈을 번쩍 뜬 거예요. 아이 아빠가 지금 병실에 같이 있어요. 지연 씨, 정말 너무 고마워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으면 좋을지 모르겠어요.”지연은 삼계탕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송이가 깨어났다고요? 제가 가봐도 되나요?”주선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송이의 목숨을 살려주신 분인데, 송이의 두 번째 엄마가 되어 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런데 그러면 너무 주책일까 봐 그전에는 감히 말하진 못했어요. 제가 부축해서 데려가 줄게요. 우리 같이 송이 보러 가요.”지연이 슬리퍼를 신고 아이들에게 말했다.“병실에서 잠시만 기다려줘. 금방 다녀올게.”그리고 지연은 밖으로 걸어갔다.송이가 고비를 넘겼다는 말을 들어도, 직접 보지 않은 이상 안심이 되지 않았다.병실에 남겨진 현석과 네 아이는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세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송이가 바로 엄마가 수혈해 주다가 입원하게 된 그 아이지?”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근데 엄마가 왜 다른 집 아이를 저렇게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어.”“우리도 가서 보자.”세훈이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수아도 빠르게 뒤를 따랐다.“송이는 여자아이야.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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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지연의 병실로 돌아오자, 피터가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피터는 지연을 확인하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정말 당신이군요. 난 당신이 죽은 줄만 알고…….”피터는 현석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고 뒷말을 삼켰다.“빨리 최면을 시작하도록 하죠.”지연은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성수시에서 지내는 몇 년 동안 진짜 자신의 이름이 무엇일지 계속 생각했었다.전에는 어디에서 지내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며 지냈는지 너무 궁금했다.지연은 피터의 말을 고분고분 따랐고, 10분도 되지 않아 최면에 성공했다.누군가가 강제로 기억을 지웠다면 기억을 되찾기 어려울지 몰라도, 건강의 이유로 기억을 잃었다면 얼마든지 최면을 통해 되찾을 수 있었다.지연은 최면을 스스로 받아들였기에, 전체적인 과정은 아주 순탄했다.보통 최소 1시간은 걸리지만, 지연은 1시간도 되지 않아 최면을 종료했다.지연이 천천히 감은 두 눈을 떴다.눈을 뜨자 보이는 건 다섯 얼굴이었다. 강현석, 강세훈, 강세윤, 도제훈, 그리고 도수아.아니, 이제 강제훈과 강수아였다.파편 같은 화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연…… 아니 예나의 기억이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많은 기억이 돌아오고 있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천천히…….18살 전, 예나는 아무런 고민도 없는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모든 행복은 성인식 그날 깨져버렸다.그다음 기억은 동생 때문에 임신하고, 창고에서 8개월 동안 갇혀 지내다가 어렵게 네 아이를 낳은 기억이었다.그 후 예나는 제훈과 수아를 데리고 도망치듯 해외로 갔고, 4년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그리고 세윤을 만나고, 세훈도 만났다.이어 세상이 떠들썩하던 결혼식…… 기억의 파편은 천천히 퍼즐처럼 맞춰갔다. 기억은 예나의 과거가 되고, 예나의 인생을 만들었다.그때, 예나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아이가 있어요!”예나가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너무 생생한 기억이었다.바다에 빠져 바닷가까지 떠밀려왔을 때, 여씨 가문이 그녀를 살려준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지연은 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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