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의 병실로 돌아오자, 피터가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피터는 지연을 확인하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정말 당신이군요. 난 당신이 죽은 줄만 알고…….”피터는 현석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고 뒷말을 삼켰다.“빨리 최면을 시작하도록 하죠.”지연은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성수시에서 지내는 몇 년 동안 진짜 자신의 이름이 무엇일지 계속 생각했었다.전에는 어디에서 지내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며 지냈는지 너무 궁금했다.지연은 피터의 말을 고분고분 따랐고, 10분도 되지 않아 최면에 성공했다.누군가가 강제로 기억을 지웠다면 기억을 되찾기 어려울지 몰라도, 건강의 이유로 기억을 잃었다면 얼마든지 최면을 통해 되찾을 수 있었다.지연은 최면을 스스로 받아들였기에, 전체적인 과정은 아주 순탄했다.보통 최소 1시간은 걸리지만, 지연은 1시간도 되지 않아 최면을 종료했다.지연이 천천히 감은 두 눈을 떴다.눈을 뜨자 보이는 건 다섯 얼굴이었다. 강현석, 강세훈, 강세윤, 도제훈, 그리고 도수아.아니, 이제 강제훈과 강수아였다.파편 같은 화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연…… 아니 예나의 기억이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많은 기억이 돌아오고 있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천천히…….18살 전, 예나는 아무런 고민도 없는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모든 행복은 성인식 그날 깨져버렸다.그다음 기억은 동생 때문에 임신하고, 창고에서 8개월 동안 갇혀 지내다가 어렵게 네 아이를 낳은 기억이었다.그 후 예나는 제훈과 수아를 데리고 도망치듯 해외로 갔고, 4년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그리고 세윤을 만나고, 세훈도 만났다.이어 세상이 떠들썩하던 결혼식…… 기억의 파편은 천천히 퍼즐처럼 맞춰갔다. 기억은 예나의 과거가 되고, 예나의 인생을 만들었다.그때, 예나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아이가 있어요!”예나가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너무 생생한 기억이었다.바다에 빠져 바닷가까지 떠밀려왔을 때, 여씨 가문이 그녀를 살려준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지연은 병원에서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