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 Chapter 1041 - Chapter 1050

1347 Chapters

제1041화

현석의 등장에 모든 상황이 반전되었다. 손님은 물론, 직원들마저 모두 그림자를 감췄다.지연은 심장이 또 쿵쿵대기 시작했다.‘심장에 정말 문제가 생긴 거 아니야? 왜 심장이 이렇게 멋대로 뛰는 거야!’“여긴 강씨 그룹 소유의 건물이에요.”현석의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이 건물도 선물로 줄 수 있어요.”“…….”지연이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늘 침착하고 차갑던 남자가 이렇게 충동적인 말을 할 줄은 몰랐다.‘한 층에 100억이 넘는데, 총 30층이니 3,000억이 넘는 건물을 어떻게 말 한마디로 선물할 수 있겠어?’현석이 손을 들자, 매니저가 황급히 달려왔다.“대표님.”“소유권 변경 서류는 가지고 왔나요?”현석이 덤덤하게 물었다.매니저가 바로 한 뭉텅이의 문서를 건넸다.“네, 모두 준비를 마쳤습니다. 지금 여지연 씨가 사인만 하면 됩니다.”그리고 매니저가 공손히 지연에게 펜을 건넸다.지연의 표정이 한층 더 굳었다.“지금 뭘 하려는 거예요?”현석이 조금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이 건물 소유권 변경 계약서예요.”지연이 고개를 숙여 소유권이 자신으로 된 문서를 확인했다.[여지연.] 세 글자가 ‘떡’하니 첫 줄에 쓰여 있었다.지연은 심장이 쿵쿵대기 시작했다.“강현석 씨, 지, 지금.”“사인해요.”현석이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착하죠? 거절 말고 사인해요.”지연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억지로 지연의 손에 펜을 쥐여준 현석은 지연이 여전히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자, 직접 손을 잡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자, 이제 이 건물은 여지연 씨 건물이 되었습니다.”매니저가 공손하게 말했다.“앞으로 건물에 관한 일은 직접 여지연 씨에게 말하면 될까요?”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당분간만 예전의 시스템대로 움직이세요.”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서를 챙겨 떠났다.어리벙벙 해하던 지연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강현석 씨, 지금 대체 뭘 했는지 아세요?”“내가 뭘 했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요. 그러는 여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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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2화

현석이 지연을 안아들고 휴게실 소파로 걸어갔다.현석은 지연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구두를 벗겼다. 이어 그의 표정이 굳었다.“발뒤꿈치가 까졌어요.”새로 산 구두의 첫 개시였다. 새 구두는 좀 딱딱해 뒤꿈치가 까지는 건 거의 당연한 일이었다.괜찮다고 하려는 데 지연은 바로 말을 바꿨다.“그러게요, 조금 아프네요. 반창고라도 사줄래요?”어둡던 현석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늘 거절만 하던 지연이 무언가를 사달라고 처음으로 부탁했다. 이건 그녀와의 거리가 조금 가까워졌 음을 의미했다.“그래요, 잠시 기다려요. 바로 다녀올게요.”현석이 몸을 일으켜 건물을 벗어나자, 지연은 드디어 한숨을 돌렸다.다시 구두를 신은 그녀는 가방만 챙겨 옆문으로 도망쳤다.도망, 결국 또 도망이었다.만약 지금 도망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도망갈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현석은 정말 마약처럼 그녀의 온몸을 파고들고, 자신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지연은 이런 본인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택시를 탄 지연이 빠르게 건물을 떠났다.다른 한편, 현석은 근처 약방에 도착했다.그의 등장에 약방 안의 손님과 약사 모두 입을 다물고 몰래 그를 훔쳐보았다.“혹시 반창고 있어요?”현석의 차가운 목소리에 약사가 정신을 번뜩 차렸다.“네, 있어요!”약사가 빠르게 반창고를 꺼내 보였다.“이건 항염 작용이 있는 반창고, 이건 방수 반창고이고요, 이건 좀 가격이 싸요.”현석이 입술을 매만지며 물었다.“여성이 구두를 신어 발뒤꿈치가 까졌을 땐 어느 반창고가 낫나요?”그 말에 약방에 작은 탄성이 나왔다.[저렇게 잘생긴 남자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니 마음이 아프네.][잘생긴 남자가 여자 친구를 위해 반창고를 사러 오다니. 왜 내 남자 친구는 저렇게 다정하지 않은 거야.][어, 저 사람 어딘가 조금 낯익지 않아?][나도 그런 느낌이 들어. TV에서 봤었나?][혹시 연예인?][연예인이었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어. 연예인은 아닐 거야.][몰라, 일단 사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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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3화

지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현석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받고 싶지 않았으나, 작별 인사 없이 떠나는 건 실례라고 생각되었다.통화 버튼을 누르고 지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강현석 씨, 오빠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집에 일이 생겼다고 하네요. 먼저 가볼게요.”그리고 말 한마디를 보탰다.“다시 날 찾아오지 마세요. 정말 만날 시간 없어요.”내일이면 지연은 성수시로 돌아갔다. 오늘은 돌아가 짐 정리를 해야 했으니, 현석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그래요, 조심해요.”현석은 더 이상 매달리지 않고, 지연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었다.지연은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다.택시는 빠르게 아파트 앞에 멈춰 섰고, 지연은 빠르게 방안으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어제 술에 잔뜩 취해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으나, 사실은 점점 더 깊게 빠져들고 있었다.현석 혼자라면 몰라도, 네 아이까지 그녀를 유혹하자, 지연은 정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강현석은 왜 나한테 잘해주는 걸까?’‘왜 네 아이들은 날 이렇게 좋아해 주는 걸까?’성수시에서 3년을 지내며 이렇게 아무 이유 없는 호감을 받아 본 적은 없었다.지연은 애써 감정을 짓누르며 짐 정리를 시작했다.옷을 정리하고 있는데 여민우가 문을 두드렸다.민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들어섰다.“지연아, 오늘 오전에 어디 갔었어?”“부동산 갔었어요. 왜요?”지연이 짐 정리하며 대답했다.“강씨 그룹 부동산?”“오빠가 어떻게 알아요?”지연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기사 떴어.”민우가 핸드폰을 꺼냈다.“지금 성남시 헤드라인이 바로 너와 강현석 씨야.”지연이 깜짝 놀라며 핸드폰을 받아 쥐었다.부동산에서 현석이지연을 안아 드는 찰나 외부인이 사진을 찍었다. 심지어 동영상도 있었다.[강씨 그룹 대표 강현석, 베일에 감춘 여인과 부동산에서 스킨십.]기사는 성남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댓글은 순식간에 10만을 달성했다.[강씨 그룹 대표가 정말 이혼하긴 했구나. 새 연인인 건가?][저 여자가 너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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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4화

지연이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가늘고 하얀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빠르게 두드렸다.몇 년 사이 그녀의 해킹 기술은 더 성장해, 이 정도 문제는 전혀 큰일이 아니었다.인터넷에 남긴 흔적이 있다면, 뭐든지 찾아낼 수 있었다.5 분 뒤, 성남시 최고 미인, 강씨 그룹 사모의 사진이 지연의 눈앞에 나타났다.“세상에, 강씨 그룹 사모와 너랑 똑같게 생겼잖아!”민우가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사진 한번, 지연을 한번, 번갈아 보던 민우는 경악을 표했다.지연은 말없이 사진을 쳐다보았다.사진 속 여자는 차가운 눈빛, 빨간 입술,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보이고 있었다.완전히 똑같게 생겼다고는 할 수 없어도, 기세가 거의 비슷했다.그제야 왜 강씨 가문 네 아이가 엄마가 되어 달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애초에 자신이 엄마와 많이 닮았었다.그리고 강현석이 왜 자신에게 첫눈에 반했는지도 이해가 되었다.결국 자신도 지수처럼, 누군가의 대체자일 뿐이었다.지연은 노트북을 닫고 차가운 눈빛으로 민우에게 말했다.“오늘 저녁 성수시로 돌아가고 싶어요.”원래 계획대로면 내일 아침에 떠날 테지만, 지연은 단 한 순간도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나도 같이 가요!”지수가 트렁크를 끌고 거실로 나왔다.겨우 두 날 사이 지수의 얼굴이 많이 초췌 해졌다. 두 눈은 퉁퉁 부었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많은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민우가 인상을 쓰고 물었다.“넌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뭔 일이 있었든지 오빠는 아무 상관없잖아요!”지수가 톡 쏘아붙이더니 지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언니, 기사 났더라고요? 네티즌들이 언니랑 강씨 그룹 전 사모랑 닮았다 던데, 그게 사실이에요?”지수의 말이 끝나자, 창밖으로 차 한 대가 급정거하는 소리가 들렸다.너무 큰 소리에 베란다 앞에 선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운전석에서 검은색 정장의 한 남자가 내렸다. 오후의 햇빛이 그의 온몸으로 흩어졌다.햇빛은 그 사람만 편애하는 건지, 마치 아우라처럼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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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5화

지연이 입꼬리를 올렸다.‘예나.’‘전에 잘못 불렀던 그 이름.’‘정말 우연인 걸까?’핸드폰을 내려놓은 지연이 다시 짐 정리를 시작했다.“세상에 장명훈도 왔어요!”어느새 옆에 하얀색 차가 들어섰고, 회색 정장을 입은 명훈이 차에서 내렸다.그는 바로 현석 앞으로 걸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형부.”짧은 한 단어에 많은 마음이 담겼다.현석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예나 씨가 나와 만나고 싶지 않아 해. 다른 방법이 있을까?”명훈이 핸드폰을 꺼내 들고 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수신자를 확인한 지수가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그러면 그렇지. 명훈 오빠가 날 버릴 리가 없어.’조금 기다린 후에 지수가 전화를 받았다.“네, 여보세요?”차가운 척했지만, 기쁜 마음이 묻어난 목소리였다.“저예요. 장명훈.”여전히 낮고 다정한 목소리였다.두 날 동안 명훈 때문에 망가졌지만, 지수는 또 명훈의 목소리에 힐링 했다.머리를 배배 꼬며 입꼬리를 올렸지만, 지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사람 착각했다면서요. 왜 저한테 연락하는 거예요?”명훈이 말했다.“한번 만나고 싶어서요.”지수의 머릿속에 폭죽이 펑 터졌다.더 이상 입꼬리를 숨길 수도 없었고, 결국 웃음을 터뜨린 지수는 민우와 지연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았다.“그래요, 올라와요. 하지만 3분만 시간 줄 거예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지수는 무심결에 베란다 아래를 바라보았으나, 방금까지 서있던 두 사람이 어느 샌가 사라져 버렸다.지수는 핸드폰을 들고 빠르게 문을 열었다.“명훈 오빠.”지수는 목이 메어왔다.“강, 강현석 씨는 왜?”현석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집 안에 들어섰다.거실 입구에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자신을 쳐다보는 지연이 보였다.지연은 핸드폰을 꽉 쥐었다.언젠간 꼭 직면해야 할 일이었다.현석이 자신을 찾아낼 방법은 수천수만 가지였으니.고개를 든 지연이 현석과 시선을 마주했다.두 눈이 마주친 순간, 주변 공기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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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6화

방안에 석양이 비춰 들고, 방 안은 온통 오렌지 빛이었다.지연은 창가에 서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강현석 씨, 저한테 하실 말씀이 뭔가요?”“저도 인터넷 기사를 확인했어요. 하지만 제 진심을 믿어줘요. 네티즌들이 하는 말은 사실이 아니에요.”현석이 목소리를 낮춰 천천히 진심을 담아 말했다.지연은 그가 이렇게 솔직하게 해석할 줄은 몰랐다. 오히려 회피할 줄만 알았는데…….지연이 고개를 돌려 살짝 미소를 지었다.“호기심에 사모님 사진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저와 사모님이 정말 많이 닮았 더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실 건가요?”그녀의 말에 현석은 침묵했다.수천억이 오가는 프로젝트에서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던 현석이였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했다.‘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고 어떻게 말해.’‘사실을 알아버린다면 4년 전 기억이 돌아올까?’‘그러다가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면 또 어떡하지?’‘차라리 모든 기억을 다 잃어도, 다시 그런 고통에 시달리게 하고 싶지 않아.’“죄송합니다, 강현석 씨. 제가 너무 사적인 질문을 했나 보군요.”지연이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정말 제가 사모님과 닮았다는 이유로, 강현석 씨의 애정을 받다니, 이게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어요.”현석이 말없이 지연을 바라보았다.지연의 까만 눈동자로는 아무 감정이 읽히지 않았다.고개를 다시 돌린 지연이 말했다.“강현석 씨, 이만 돌아가 주세요. 쉬고 싶네요.”“지연 씨,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요. 하지만 이 말만 기억해 줘요.”현석이 잠시 뜸을 들였다.“사랑해요.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도 더 사랑해요.”현석은 지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방을 나섰다.거실에서, 장명훈은 여전히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애꿎은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지수는 자신이 못생긴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연의 등장 이후로,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 된 것 같았다.성수시에서도, 성남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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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화

‘설마 정말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지수가 고개를 돌려 민우를 바라보았다.“오빠, 명훈 오빠랑 강현석 씨랑 무슨 사이인지 알아요?”최근 들어 민우는 강씨 그룹 사람들과 자주 만났으니, 내부 사정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강씨 그룹 사모님이 장씨 가문 첫째 딸이야. 장명훈의 친 누나. 그러니까 강현석 씨는 장명훈의 형부가 되지.”펑!지수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그녀는 휘청거리며 소파에 풀썩 주저앉았다.“왜 그래?”민우가 황급히 다가가 지수를 살폈다.“아, 아니에요. 괜찮아요.”지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았다.순간, 그녀는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지연은, 어쩌면 강씨 그룹 사모일 수도 있었다.그러니 현석이 지연에게 첫눈에 반했고, 명훈이 급하게 집을 찾아왔을 것이다.그런데 지연이 정말 강씨 그룹 사모가 맞다면, 강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4년 동안 지연을 찾아 헤맸다는 것을 의미했다.만약 성남시의 제일 큰 두 가문에게 여씨 가문이 지연에게 한 짓을 들킨다면, 특히 지연을 만나고 첫해의 일을 들킨다면, 여씨 가문은 정말 끝장이 났다!지수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그때, 지연이 트렁크를 끌고 방에서 나왔다.“짐 정리는 다 했어? 이제 갈까?”지연은 하루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지수는 떨리는 목소리를 누르며 말했다.“네, 다했어요. 가요.”이곳에서 더 지내다 가는 여씨 가문이 지금껏 한 일을 모두 들키고 말 것이다.지수는 부모님에게 어떻게 이 일을 밝힐지 고민되었다.민우가 비행키 티켓을 구매했다.공항으로 도착하니, 직원이 둘을 일등석으로 안내했다.지수가 조금 놀라며 말했다.“오빠가 구매한 건 이코노미석이 아니에요?”그렇게 급하게 티켓을 구매했으니, 일등석은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직원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10분 전, 누군가 두 분의 티켓을 업그레이드시켰어요.”직원의 말이 끝나자, 지수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조심해서 가요.”지수는 마음이 착잡했다.핸드폰을 꼭 쥔 지수의 얼굴에는 아무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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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8화

저녁 9시가 넘어서 비행기는 성수시 공항에 도착했다.여씨 가문은 두 사람이 이 야심한 시간에 돌아올 줄은 전혀 몰랐다. 그러니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았다.지수가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언니는 여씨 저택으로 갈 거예요, 아니면……?”지연이 택시 한 대를 멈춰 세우고, 지수를 도와 짐을 트렁크에 넣으며 말했다.“난 내가 지내던 곳으로 돌아갈 게. 조심해서 돌아가.”지수는 허리를 숙여 차 안으로 들어갔다.지수는 자신이 지연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4년 동안 두 사람의 사이는 화목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지연이 지수를 보듬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여씨 가문이 그녀의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으니, 지연은 늘 생명의 은혜를 갚기 위해 참고 견뎠다. 하지만 사실상, 이득을 본 건 여씨 가문이었다.지수는 손이 떨렸다.명훈이 이 사실을 안다면, 명훈과 지수는 끝이 날것이다.아니, 어쩌면 명훈과 지수는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했다.지수는 멍하니 창문에 머리를 기대, 빠르게 사라지는 지연을 바라보았다.지연은 바로 다음 택시를 타고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그동안 많이 피곤했는지, 그녀는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들었다.이튿날, 눈을 뜨니 아주 화창한 날이었다.지연은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한 송이 포도 알 같았다.그러다가 지연은 자신이 며칠 동안 잊은 사실을 떠올렸다.눈이 포도처럼 동그랗던 그 여자아이, 송이가 보고 싶어졌다.딱히 할 일도 없었고, 지연은 옷만 갈아입고 보육원으로 향했다.보육원이 쉽게 아이의 정보를 유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원장 엄마를 구워삶을지 고민하며 보육원 안으로 들어서는데, 지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원장 엄마가 입을 열었다.“어, 전에 송이를 보육원으로 데려다준 그 분이시죠?”원장 엄마가 한숨을 내쉬었다.“송이가 입양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사고가 생겼어요.”지연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사고인데요?”“양부모가 송이를 데리고 놀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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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9화

낯선 목소리에 주선희가 고개를 돌렸다. 주선희는 단번에 지연을 알아보았다.평범한 가정의 주선희는, 얼핏 보아도 부자 같아 보이던 지연이 깊게 인상이 남았었다.입을 벙긋거린 주선희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으나,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너무 많이 울었는지, 목소리가 다 쉬었다.만약 송이가 본인의 머리를 감싸지 않았다면,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건 본인이었다.송이를 입양한 지 얼마되지 않았어도, 모녀의 사이는 아주 좋았다.송이의 생사가 오가고 있는데, 주선희는 이곳을 한순간도 떠나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주선희는 이곳에 산송장처럼 앉아있었다.이런 그녀의 모습에 지연은 눈물이 갑자기 흘러나왔다.지연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눈물을 숨겼다. 그리고 유리창 밖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여자아이를 살폈다. 온몸에 각종 기구를 달고 겨우 숨을 내쉬고 있었다.지연은 마음이 아파왔다. 그리고 천천히 주선희에게 물었다.“주선희 씨, 송이 혈액형이 뭐예요?”주선희는 겨우 물 한 모금을 넘기며 말했다.“세상에 몇 없는 희귀한 혈액형이래요. 송이 부모님을 찾아야만 수혈할 수 있을 텐데.”지연의 까만 눈동자가 조금 반짝였다.그러나 감히 주선희에게 말하지는 못하고, 의사를 찾아갔다.의사에게 이곳을 찾은 이유를 말하니, 그녀는 빠르게 혈액형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결과는 20분 정도 걸렸다.지연은 주선희 옆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주선희는 지연이 피를 지혈하고 있는 모습에 당황한 듯 물었다.“여지연 씨, 지금 뭐한 거예요?”“혹시나 해서요.”지연이 등받이 허리를 기대며 물었다.“송이를 살리기 위해 돈을 많이 쓰셨을 것 같아요.”주선희가 고개를 저었다.“돈이 뭐가 중요한가요? 송이만 무사했으면 좋겠어요.”지연은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사실 그녀는 조금 더 무서운 생각을 했었다. 주선희가 송이를 파양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그렇게 되면 지연이 순리롭게 송이를 입양할 수 있었다.“의사 그러던데, 하루빨리 수혈하지 않는다면, 우리 송이가 정말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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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0화

송이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려 400ml도 사실 부족했다.하지만 간호사는 지연의 피를 감히 더 채혈하지 못했다.“여지연 씨, 괜찮으세요?”지연은 조금 머리가 어질했다.자꾸 몸이 휘청거려 지연은 머리를 감싸며 말했다.“저는 괜찮아요. 송이 살리는 게 더 중요하죠. 계속하세요.”간호사는 큰마음을 먹고 200ml를 더 채혈했다.총 600ml도 충분한 양은 아니었다. 만약 의외의 상황이 생긴다면 더 채혈해야 할지도 모른다.간호사가 조심스레 물었다.“혹시 연락처를 남겨 주실 수 있을까요? 앞으로 치료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여지연 씨에게 채혈을 더 부탁드려야 할지도 몰라서요.”지연은 빠르게 연락처를 읊었다.면봉으로 지혈하며 몸을 일으킨 지연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져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간호사는 빠르게 설탕물을 건넸다.“이걸 마시고 잠시 더 누워 계세요. 너무 급하게 움직이지 마시고요.”건장한 남자라고 해도 600ml 채혈 후 어지럽기 마련이었다. 지연처럼 마른 여성에게는 당연히 더 많은 무리가 갔다.송이가 많이 위험하지 않았다면 간호사는 굳이 이런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지연은 설탕물을 마시고, 다시 잠이 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분명히 병원을 찾을 때는 아침이었지만, 벌써 저녁이 되어버렸다.간호사가 옆에서 살뜰히 그녀를 살폈다.“여지연 씨, 왜 3년 전 수술한 적이 있다고 밝히지 않으셨나요? 여지연 씨는 이렇게 많은 피를 한 번에 채혈하면 목숨이 위험해진다고요!”지연이 천천히 말했다.“주의 사항에 최근 1년 동안 수술 경험이 없으면 된다고 해서 괜찮은 줄 알았어요.”비록 수혈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지연은 꿋꿋이 했을 것이다.자신이 위험해진다고 해도, 그 아이를 살리고 싶었다.무슨 감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마음을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간호사는 조금 의아해졌다.3년 전의 수술이 평범한 수술이었다면, 절대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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