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21 - 챕터 1030

1347 챕터

제1021화

지연은 휴게실에서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생각보다 커피가 입맛에 맞았다.그녀는 휴게실 가장자리에 앉아, 마침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았다. 금색 햇살이 온 도시를 비추고, 고층 빌딩의 유리에 햇살이 반사되어 더욱 반짝반짝 빛이 났다.휴게실 문이 딸깍하고 열리더니 누군가 안으로 들어섰다.지연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켜 인사했다.“강현석 씨, 좋은 아침이네요.”현석은 조용히 지연을 바라보았다.창가에 가까운 곳이라, 따스한 햇살이 그녀의 얼굴에 비쳤고, 부드러운 빛이 그녀의 이목구비를 밝혔다.미처 정리하지 못한 잔머리가 삐쭉 솟아난 지연을 보며, 현석은 손을 뻗어 정리해 주고 싶었지만, 행여나 지연이 놀랄까 그렇게 하지 못했다.“여지연 씨, 좋은 아침입니다.”현석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새로운 프로젝트에 관해서 얘기를 나눠보죠.”지연은 절로 한숨이 나갔다.방금까지 현석이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봐, 그녀는 한껏 긴장 되었었다.그러나 얌전히 맞은편에 자리 잡는 현석을 보며 지연도 자리에 앉았다.“이건 초보적으로 잡은 방안입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현석이 서류를 펼쳤다. 몇 초 내에 한 페이지를 쑥 훑던 그는 3분 만에, 전체 방안을 읽었다.덤덤한 얼굴로 현석이 말했다.“여지연 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군요. 짧은 며칠 사이에 이렇게 완벽한 방안을 세우다니, 만족스럽습니다.”지연이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강현석 씨, 정말 방안을 모두 읽어 보셨나요?”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그렇다면 방안에 적은 시뮬레이션 시스템이 어느 언어로 작성이 되었는지 아십니까?”지연이 입술을 매만졌다.현석은 서류를 탁자 위로 올려 두고, 몸을 살짝 앞으로 당겼다. 이어 차가운 얼굴이지만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그게 중요한가요?”가깝게 다가온 탓에 그의 숨결이 지연에게 닿았다.뜨거운 숨결이었다.지연은 바로 뒤로 몸을 눕히고, 애써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강현석 씨, 이번 방안에 사용된 시스템 언어도 모르시고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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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강현석 씨!”지연이 놀라서 뒤로 빠지며 말했다.“이런 장난은 삼가세요.”“장난 아닙니다.”현석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여지연 씨, 지연 씨라고 불러도 돼요?”다정한 그의 말투에 지연은 거부감이 들었다.하지만 현석의 까만 눈동자를 보고 있자 니 말문이 막혔다.마른침이 넘어가고, 심장도 두근대기 시작했다.“강, 강현석 씨. 아직 남은 일이 있어서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지연은 가방만 챙기고 허겁지겁 도망치듯 방을 나섰다.현석은 가만히 손으로 턱을 괴고, 입꼬리를 올렸다.기억을 잃은 예나라고 할지라도, 현석이 가까이 다가가면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보였다.지연은, 4년 전 그의 아내, 예나가 맞았다.현석은 몸을 일으켜 휴게실을 벗어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정재욱이 그의 뒤를 따랐다.“대표님, 조금 있다가 반드시 참석하셔야 하는 해외 미팅이 있습니다.”“하루만 미뤄 줘요.”현석이 큰 보폭으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아침 일찍, 세훈이와 제훈이 방에서 여씨 가문을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현석은 빨리 두 아이를 저지하러 가야 했다.20여 분 후, 현석의 차가 별장 앞으로 멈춰 섰다.양 집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걸어왔다.“대표님이 이 시간에는 무슨 일인가요?”현석이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세훈이와 제훈이는 안에 있나요?”양 집사가 고개를 저었다.“큰 도련님과 셋째 도련님은 회사로 가셨고, 둘째 도련님은 집에서 쉬고 계십니다. 작은 아가씨는 피아노 연습 중이고요.”현석이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차에 올라탔다.급하게 돌아온 현석이 다시 빠르게 눈앞에서 사라지는 광경에, 양 집사는 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별장안으로 돌아온 양 집사는 세윤이 수상한 표정으로, 베란다에서 누군가 통화를 하는 모습을 확인했다.며칠 동안, 도련님들과 아가씨의 상태가 많이 수심 쩍었다.“삼촌, 오늘 오전 업무는 내가 모두 대신해 줄게요. 그러니까 그 사람한테 물건 하나만 배달해 줘요.”세윤이 베란다에 몸을 기대며 핸드폰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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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지수는 핑크 오픈 숄더 원피스를 입었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살짝 숙인 지수의 두 볼이 불그스레했으며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지수는 장명훈과 함께 카페로 향했고, 둘은 마주 향해 앉았지만, 지수는 감히 장명훈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손에 쥔 선물 박스를 건넸다.“장명훈 씨, 이건 제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장명훈은 조금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여씨 가문 아가씨가 자신에게 선물을 준비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괜찮다고 거절하려고 했으나, 마땅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지금 거절한다면, 오늘 전해줘야 할 선물을 지수가 마다할 수도 있었다.“감사합니다.”장명훈은 대수롭지 않게 선물 박스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지수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제가 뭘 준비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장명훈은 이런 그녀의 시선에 조금 마음이 설레 왔다.마른기침한 한 장명훈이 선물 박스를 열어보니, 푸른빛이 도는 넥타이였다. 체크무늬가 그려져 있는 조금 독특한 무늬였다.“마음에 들어요.”장명훈이 진심으로 말했다.“그럼 다행이네요.”지수는 눈꼬리를 살짝 올려 말했다.“저한테 여씨 가문 아가씨라고 거창하게 부르실 필요 없으세요. 지수라고 불러주세요.”“지수 아가씨.”“장명훈 씨, 뒤의 아가씨는 빼도 되지 않을까요? 너무 거리감이 느껴져요.”장명훈이 마른기침을 하며 말했다.“그럼, 지수 씨도 저를 명훈 씨라고 불러주세요.”“저보다 나이가 있는 듯싶은 데, 명훈 오빠라고 부르면 어떨까요?”지수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명훈 오빠, 만나서 반가워요.”지수가 손을 내밀었고, 명훈이 이에 응했다.맞잡은 두 손에 마치 전기가 통한 것처럼 두 사람은 심장 언저리가 찌릿해 왔다.그렇게 분위가 점점 무르익어 갔다.장명훈은 옆에 내려놓은 쇼핑백을 지수에게 내밀었다.“몇 가지 골라봤어요. 마음에 드는지 봐요.”“명훈 오빠, 또 선물을 준비한 거예요?”지수가 자칫 진지한 표정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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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지수는 문득 지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모든 선물은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는 말이.‘내가 이 선물을 받고 무슨 대가를 치르게 될까?’‘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물인가?’지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명훈을 살폈다.“명훈 오빠, 왜 자꾸 저에게 선물을 주는 거예요? 진짜 이유가 궁금해요.”그 말에 명훈은 말문이 막혔다.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다.대답을 갈구하는 소녀의 눈을 바라보며 명훈은 억지로 말을 지어냈다.“연회에서 당신이 난처해지는 게 싫었어요. 이건 그냥 지수 씨 생각이 나서 산 거예요.”지수의 눈이 반짝였다.“그러면 정말 절 위해서 산 거예요?”“내가 직접 산 건 아니고요.”명훈이 솔직하게 말했다.“다른 사람이 산 거니까 너무 고마워하지는 마세요.”지수는 아마도 비서가 대신 구매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역시 명훈의 지시로 진행된 일이 아닌가?‘설마 정말 나한테 첫눈에 반한 건가?’하트가 넘치는 분위기에서 지수는 더 이상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점심시간이 되자, 둘은 식사를 함께했고, 명훈이 지수를 아파트로 데려다 주었다.……강씨 그룹에서 도망친 지연은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렸다.와인 한 잔을 따라 베란다에서 선 지연은 와인을 홀짝홀짝 마셨고, 점차 마음이 진정되었다.주방으로 가서 점심 준비를 하려는 데 아파트에 차 한 대가 들어서는 게 보였다.남자가 차에서 먼저 내려 젠틀하게 좌 수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지수는 그제야 차에서 내리며 양손 가득 선물을 쥐었다.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수는 그곳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는 지수의 두 볼이 발그레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사랑에 빠진 모습 같아 보였다.지연은 팔짱을 척 끼며 물었다.“저 남잔 누구야?”지수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이 대낮에 왜 아직 집에 있는 거예요?”“다시 물어볼 게. 저 사람 누구야?”지연의 목소리가 차가웠다.“니가 성수시에서 뭘 하든 난 절대 상관하지 않았어. 하지만 여긴 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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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지연은 선물 박스를 쭉 훑어보았다. 모두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품이었다.모든 선물을 합한다면 5~6억은 되어 보였다.대체 지수의 어디가 좋아 이런 선물 공세를 하는지 지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장씨 가문은 절대, 작은 가문이 아니에요. 씀씀이가 크고, 식사 매너도 좋고, 정말 만화에서 튀어나온 왕자 같아요. 그런 사람이 절대 나쁜 사람일 리가 없어요.”지수가 입을 열었다.“제 사적인 일에 그만 신경 써요. 아, 오빠는요?”지수는 빠르게 말을 바꿨다.이 대화가 이어져서 그녀에게 좋을 게 없었다.지연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할수록 지수는 불안해졌다. 갑자기 떨어진 행운이 사라질지 걱정이 된 탓이었다.지연은 입꼬리를 매만지며 말했다.“오빠는 일 보러 갔어. 조금 있다가 올 거야.”같은 시간, 여민우는 강씨 그룹의 계열사에 있었다.이 회사의 대표는 강세훈이었다. 세훈은 1년 전 강씨 그룹의 가장 큰 계열사를 물려받았으며, 강씨 그룹과의 중점 사업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민우는 눈앞의 아홉 살 된 두 아이를 보며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강씨 그룹엔 사람이 없는 거야? 어떻게 어린 두 아이와 프로젝트 회의를 진행하라고 하는 거지?’“여민우 씨, 저는 프로젝트 총책임자, 강세훈이라고 합니다.”세훈이 침착하게 자기소개를 했다.제훈도 입을 열었다.“저는 기획을 담당하는 강제훈이라고 합니다.”“안, 안녕하세요.”민우가 어정쩡한 미소를 지었다.“혹시 계획서를 읽어 보셨나요?”“구역 개조 프로젝트이더라고요. 이미 거주민 이사 작업은 마쳤으니, 남은 건 건축사 문제이네요. 여씨 가문이 보낸 계획서는 이미 읽어보았습니다. 다만 아직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세훈이 계획서를 펼치며 자세히 말했다.“녹지 면적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가는 인공 호수가 망가지는 건 시간 문제에요. 그리고…….”세훈이 침착하게 나열하는 모습에 민우의 얼굴은 당황에서 경악으로 변해갔다.‘성남시의 아이는 모두 영재인 건가? 겨우 아홉 살 같아 보이는데 왜 성인인 나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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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제훈이 입꼬리를 올렸다.“여민우 씨가 소개시켜 주실 수 있을까요?”“네, 바로 지연에게 말씀 전하겠습니다.”민우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강씨 그룹을 떠났고, 그는 아파트로 돌아와서도 한참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성수시를 떠나기 전, 그의 아버지는 강씨 그룹 관리층이든, 일개 직원이든 오만하기 그지없다고 경고했었다. 민우 같은 외부 직원을 경멸하고 배척할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두 번의 만남 모두 순리로웠으며, 전혀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심지어 순조롭게 미래의 사업도 약속을 받았다.강씨 그룹이 세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겸손한 마인드 때문이 아닐지 생각하는 민우였다.민우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설 때, 지연과 지수는 점심을 먹고 있었다.민우는 식탁 맞은편에 앉으며 애써 감격스러운 마음을 누르며 말했다.“지연아, 오늘 강씨 그룹 프로젝트 책임자를 만나고 왔어. 그런데 겨우 아홉 살 된 두 아이가 온 거야. 강씨 그룹에서 날 무시하는 줄만 알았는데, 두 아이의 재능이 남달라. 둘의 의견 제시에 나는 한마디도 못 뱉었다니까.”지연의 두 눈이 반짝였다.조사를 거쳐, 현석에게 아이가 네 명이 있다는 것과, 그중 세 아들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었다.“작은 대표님이 너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하시 더라고, 너와 사업 얘기를 하고 싶으시대.”민우가 말했다.지연은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강현석 씨 아들이 나와 사업을?’목소리를 낮춘 지연이 물었다.“아이들이 나를 알아요?”“당연하지. 너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봤는 걸.”민우가 턱을 긁적거렸다.“아이들이 널 엄청 만나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지연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시간을 정해 만나보자고 전해줘요.”지연은 아이들의 의도가 뭔지 전혀 알지 못했다.‘아이들이 나한테 아빠와 가깝게 지내지 말라는 말을 하려는 걸까? 아니면 강수아처럼 눈물 젖은 눈으로 날 쳐다볼까?’왠지 지연은 아이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졌다.……강씨 저택.날이 어두워지고, 강씨 가문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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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현석이 입꼬리를 매만졌다.강씨 가문 아이들은 대체로 지능이 높았다. 세훈도, 제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떻게 세윤이만 이렇게 멍청한 지 현석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현석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네 선물이 엄마에게 전해졌다고 생각해?”세윤이 화를 참지 못하고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설마 삼촌이 엄마한테 줄 선물을 꿀꺽 삼킨 거에요?”“…….”‘정말 답도 없네.’“아빠, 정말 엄마가 오는 거예요?”수아가 조심스레 물었다. 눈빛에 기대가 가득했다.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엄마의 과거 기억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호칭은 지연 이모로 통일하는 게 좋겠어. 대화를 많이 하다 보면 의심을 살 수 있으니까 적당히 하고.”“엄마가 예전에 살던 익숙한 곳을 찾으면 예전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까요?”제훈이 천천히 말했다.“엄마가 과거 기억을 되찾지 않길 바란다면, 집으로 초대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현석이 고개를 저었다.“나와 너희 네 명은 예나 씨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었어. 너희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예나 씨와 인사를 주고받게 하려면 집으로 초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거야. 고작 살던 집을 찾았다고 기억이 돌아온다면, 우리 다섯 명 모두 예나 씨 앞에 나타나서는 안 돼.”“알겠어요.”세훈이 말했다.“엄마를 이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엄마가 모든 걸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는 말씀인 거죠? 그러니 일단 엄마라고 부르면 안 되고, 천천히 해야 하는 거겠죠.”“어쨌든 엄마가 집으로 돌아온 다니 너무 좋아요!”세윤이 덩실덩실 춤을 췄다.“엄마에게 선물을 많이 준비할 거예요!”“적당히 해.”제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엄마의 의심을 사면 엄마가 다시 집으로 오지 않을 거야.”“그, 그래.”세윤이 금세 풀이 죽었다.4년 동안, 예쁜 원피스만 보면 세윤은 구매했고, 엄마의 옷장에는 모두 화려한 원피스로 장식되었다.‘엄마가 정식으로 강씨 저택으로 돌아온다면, 꽉 채운 옷장을 엄마에게 선물할 거야!’밤은 점점 깊어져 갔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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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지금 안 내려오면 내가 직접 위층으로 올라갈 거예요.”현석이 조금 뻔뻔스럽게 말했다.“절대 올라오지 마요!”지연이 다급하게 그를 말렸다.‘낮에 지수의 연애사를 뭐라고 타일렀는데, 한밤중에 남자가 나를 찾아온다면, 앞으로 무슨 얼굴로 지수를 보겠어?’“옷만 갈아입고 내려갈 게요. 5분만 기다려요.”전화를 끊고, 지연은 회색 츄리닝으로 갈아입었고, 온몸을 꽁꽁 싸매고 밖으로 향했다.봄 저녁 날씨는 아직 쌀쌀했다. 저녁 바람이 불어와 방금 말린 머리를 헝클어뜨렸고, 머리카락이 반쪽 얼굴을 가렸다. 오직 반짝이는 두 눈만 드러났다.현석은 지연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걸 천천히 지켜보았다.겨우 세 발짝을 남기고 지연이 걸음을 멈췄다.현석이 다리를 뻗어 두 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두 사람 사이에는 겨우 한 발짝 남짓한 거리가 남았다.“현석 씨, 무슨 일로 이렇게 오신 겁니까?”지연은 조금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3년 동안 지연은 늘 평정심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현석을 만나고 지연은 자신의 평정심이 무너져가는 걸 느꼈다.이런 느낌은 지연에게 불안감을 가져다주었다.하지만 현석이 아래층에 있다는 걸 확인했을 때 지연은 몰래 기쁜 마음이 들기도 했다.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감정이었다.“지연 씨, 나 보고 싶지 않았어요?”현석이 나른한 얼굴로 지연을 바라보았다.무슨 이유인지 지연은 그의 얼굴에서 애틋함을 느꼈다.지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말했다.“강현석 씨, 우리가 겨우 몇 번을 만났다고, 강현석 씨를 보고 싶어 해야 하나요?”“정말 마음 따로 말 따로 하시는군요.”현석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날 보고 기분 좋으면서 퉁명스럽게 굴긴 요. 당신의 눈에 설레는 마음이 담겨있어요.”“…….”지연이 두 눈을 내리깔고 마음을 숨겼다.늘 마음을 잘 숨긴다고 생각했던 지연은 조금 당황한 마음이 들었다.항상 현석의 앞에만 서면 모든 게 엉망이 되었다.한 걸음 뒤로 물러선 지연이 말했다.“강현석 씨,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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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밤바람이 솔솔 불어왔다.현석의 그윽한 시선에 지연은 옷을 더 꽁꽁 싸맸다.“그럼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뒤로 두 걸음 물러선 지연이 말했고, 현석은 너무 아쉬워했다.내일 점심이면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일단 지금 헤어지는 건 너무 싫었다.4 년도 기다렸지만, 현석은 오늘 밤을 견디기 제일 힘들었다.“지연 씨, 잠깐만요.”현석이 떠나려는 지연을 잡았다.너무 끈적한 시선에 지연은 시선을 어디로 두면 좋을지 몰라 했다.고개를 숙인 지연은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바라보았다.낮은 목소리로 지연이 물었다.“강현석 씨, 더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현석은 억지로 말을 지어냈다.“미리 준비하도록 할게요.”사실 예나가 뭘 좋아하는지, 현석은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달빛이 너무 아름답고, 남자의 목소리는 또 너무 부드러워서, 지연마저 더 이상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지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한식 좋아합니다. 간단한 가정식이면 돼요. 너무 애쓰지 마세요.”물음에 답을 했으니, 이 주제는 이제 끝이 났다.현석은 여전히 미련이 남았다.“그럼 좋아하는 음료수는 뭐예요?”“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차도 있어요.”“물이면 돼요.”지연이 웃음을 터뜨렸다.“일할 땐 커피 마시고요, 연회에서는 레드 와인을 마셔요. 하지만 밥 먹을 땐 물만 마셔요.”“알겠어요. 그렇게 준비하도록 할게요.”꿈에서만 수천 수백 번을 본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으니, 미련이 남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이렇게 강렬한 시선을 지연이 의식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고개를 숙인 지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강현석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세요.”“올라가는 거 보고 갈게요.”현석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어쩌면 달빛보다도 더 부드러웠다.지연이 고개를 돌리고, 천천히 아파트로 발걸음을 옮겼다.뒤 정원에는 들장미가 있었다.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장미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그녀의 뒤로는 이글이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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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현석을 그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여 지연의 입술에 키스했고, 이어 귀 끝, 목덜미로 향했다.꿈속의 현석은 지연의 모든 걸 소유하려고 했고, 지연은 얌전히 그의 손길에 이끌렸다.그때, 안개가 갑자기 핏빛으로 물들었다.“엄마, 엄마.”아이가 엉엉 울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너무 처량하고 공포에 휩싸인 목소리였다.“아이! 내 아이야!”지연이 꿈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아이는 점점 멀어지고 핏빛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예나야, 예나야!”여민우가 지연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깨웠다.지연은 눈을 번쩍 뜨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그녀의 옆에는 민우와 지수가 서 있었다. 지연은 다시 고개를 돌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하늘을 바라보았다.꿈이었다.“지연아, 무슨 꿈이길래 그렇게 무서워한 거야?”민우가 마른 수건을 건넸다.“아이라고 소리를 지르던데, 꿈에 아이가 나온 거야?”지연은 마른 수건으로 푹 젖은 이마를 닦아냈다. 지연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꿈속에 아이가 나를 엄마라고 불렀어요. 아이의 온몸에 피가…….”옆에 선 지수는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자신을 살리다가 죽은 아이가 지연의 꿈에 나온 것이었다.아이가 죽었을 때, 지수는 아직 중환자실에 있었다. 아이를 잃어본 적이 없는 지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하지만 아이에 대해 모르는 지연이 왜 온몸이 피로 물든 아이를 본 거지?’‘설마, 아이가 꿈에 나타나서 사실을 말해주려는 건가?’그 생각에 지수는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걱정하지 마, 그냥 꿈일 뿐이야.”민우가 지연을 토닥였다.“겨우 새벽 5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야. 2시간만 더 자고 일어나.”민우는 몸을 돌려 지연에게 미지근한 물을 건네고, 지수를 끌고 밖으로 향했다.지연은 뒤통수가 조금 아파졌다. 머릿속엔 아직도 아이의 모습이 생생했다. 겨우 잠에 들었는데 밖의 소란에 지연이 눈을 떴다.머리를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지수가 머리를 말리고 있는 게 보였다.머리를 말리면서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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