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은 총 네 시간을 거쳐 끝이 났다.그중 여러 검진 결과는 며칠 뒤에 받을 수 있었고, 지연은 모든 결과를 함께 받기로 했다.어느새 저녁노을이 서쪽 하늘에 나타나고, 거리의 네온 등이 켜졌다.병원 입구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지연은 고개를 돌려 현석에게 말했다.“강현석 씨, 오늘은 고마웠어요.”강씨 그룹의 대표, 한 시간 몸값이 몇 백억은 되는 사람이 자신의 검진을 함께 했다니, 지연은 마음 한구석이 말랑해지는 걸 느꼈다.비록 다른 꿍꿍이가 있는 듯싶지만, 평범한 여자였다면 이런 그의 보살핌에 마음이 설레 왔을 것이다.하지만 지연은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다.“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다음에 뵙죠, 강현석 씨.”“그게 고마워하는 사람 태도인가요?”현석이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파졌어요.”“…….”검사를 하기 위해 검진 줄을 서고, 여러 수속을 위해 현석은 온 병원을 누비고 다녔다. 정말 많이 애를 쓰긴 했다.입꼬리를 올린 지연이 말했다.“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제가 살게요.”“지연 씨는 뭐 먹고 싶은데요?”현석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지연을 바라보았다.“병원 근처에 유명한 한식 관이 있는데, 가실래요?”“그래요, 가요.”한식 관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둘은 도보로 갔다.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깜깜한 하늘에 별빛이 반짝였다.현석과 나란히 거리를 걸으며 지연은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녀는 이 길이 끝이 없이 계속 이어지길 바랐다.현석과 알고 지낸 지 겨우 며칠이 지났다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지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조심해요!”스쿠터가 지연의 옆으로 날아 지나갔고, 현석이 빠르게 지연의 허리를 감싸 쥐었다.그 힘에 지연은 현석의 품 안으로 안겨 버렸다.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자, 쿵쿵대는 심장 소리가 들렸다.지연이 살며시 고개를 들자, 마침 고개를 숙여 지연을 바라보던 현석의 시선과 마주쳤다. 두 사람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