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01 - 챕터 1010

1347 챕터

제1001화

지연이 차문을 쾅-하고 닫고, 빠르게 어린아이에 게로 향했다.여자아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왔다. 까만 눈동자는 유리처럼 반짝였고, 그 눈동자에 지연이 담겼다.“이모, 금태양 보육원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귀여운 꼬마의 목소리는 마치 우유 사탕에 시럽이 발라진 것 같았다.지연은 금세 마음이 약해졌고, 무릎을 숙여 시선을 맞춘 지연이 말했다.“당연하지, 이모가 금태양 보육원으로 데려다 줄까?”아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이모!”그 말에 지연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빠르게 아이를 품에 안고 조심스레 뒷좌석에 앉혔고, 안전벨트까지 해주었다.“꼬마야, 왜 혼자 금태양 보육원을 떠났어?”“서윤 언니가 솜사탕 먹고 싶다고 제게 1,000원을 줬어요. 제가 솜사탕 대신 사주기로 했어요.”아이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이모, 솜사탕만 사고 보육원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지연이 운전대를 그러쥐고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지. 하지만 꼬마야, 나이가 어린 애는 혼자 솜사탕 사러 나오면 안 돼.”“그렇지만 서윤 언니가 먹고 싶다고 했단 말이에요.”아이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언니가 나도 한입 먹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는데.”지연은 갑자기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보육원에 버리다니. 솜사탕도 먹기 어려워 다른 아이의 한입을 구걸하며 살아가는데.’지연은 백미러를 통해 아이를 바라보았고, 가슴이 바늘로 찌르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꼈다.하지만 아이는 전혀 자신의 처지를 불쌍하다고 여기지 않은 듯, 포도같이 큰 눈을 뜨며 말했다.“이모는 엄청 상냥해요. 우리 원장 어머니보다 상냥해서 좋아요.”지연이 부드러운 미소로 물었다.“나도 네가 좋아. 그런데 이름이 뭐야?”“저는 송이라고 해요. 눈이 포도알 같아서 원장 어머니가 포도 한송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그런데…….”아이가 침을 꿀꺽 넘기며 말했다.“사실 아직 포도를 먹어보지 못했어요.”지연이 몰래 주먹을 꼭 쥐었다.기억을 잃은 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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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지연은 시린 마음을 애써 감추고 미소를 지었다.“이모가 바래다 줄게. 다른 아이들에게도 선물해 주는 게 어때? 첫 만남 선물인 거야.”보육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자주 선물을 들고 왔었다. 이에 송이도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이모.”지연은 다시 아이를 데리고 보육원으로 향했다.성수시의 작지 않은 규모의 보육원이었지만, 비교적 낡은 두 건물이 전부였다. 건물의 외벽에는 노란색, 하늘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고, 많은 아이가 뛰놀고 있었다.“원장 어머니, 송이 돌아왔어요!”송이가 차 문을 박차고 내리며 40여 살로 보이는 여자의 품에 안겼다.“송이야, 왜 이렇게 위험하게 혼자 나갔던 거야. 다들 너 찾는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원장이 일부러 얼굴을 굳히고 아이를 혼냈다.“만약 다음에도 이런다면 정말 혼낼 거야!”송이는 몰래 혀를 내밀고 익살 굳은 표정을 짓더니, 원장 뒤의 다섯 살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향해 달려갔다.“서윤 언니, 솜사탕 사 왔어요.”송이는 지연의 손에서 핑크색 솜사탕을 받아 쥐고 서윤에게 건넸다.원장은 그제야 누군가 송이를 데리고 왔음을 알아차리고 빠르게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우리 송이를 데리고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평소에는 말 잘 듣던 아이였는데, 오늘에는 왜 몰래 나갔는지는 모르겠네요.”지연이 부드러운 얼굴로 송이를 바라보았다.“서윤 언니에게 솜사탕을 사준다고, 1,000원을 들고 온 성수시를 돌아다닌 모양이에요.”지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섯 살로 보이던 서윤이 손을 들어 송이의 손등을 때렸다.핑크색 솜사탕이 바닥 위로 떨어졌고, 흙이 사방에 묻어버렸다.“누가 이렇게 빨리 돌아오라고 했어!”서윤은 이성을 잃고 소리 질렀다. 애티 나는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원장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지연이 한걸음 앞섰다. 그녀는 울먹거리는 송이를 품에 안고 차가운 얼굴로 서윤에게 말했다.“네가 바로 서윤이구나. 송이가 너를 위해 몰래 나가서 솜사탕을 사 왔는데, 왜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이렇게 쌀쌀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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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지연은 아이들에게 많은 인형과 간식을 선물했고, 보육원 아이들은 기뻐 폴짝폴짝 뛰었다.송이를 보육원에 데려다 줬으니, 지연도 이젠 떠나야 했다.하지만 유리알처럼 맑은 송이의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30분 뒤면 부부가 아이를 입양하러 온다고 했고,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송이가 입양될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지연은 생각했다.그리고 어떤 사람이 송이를 입양할지 궁금하기도 했다.“이모,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요?”송이가 지연의 옷자락을 잡으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지연이 송이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당연히 되지.”멀지 않은 구석에 다섯 살 정도 되는 아이가 숨어 있었다. 그 아이가 바로 아까 성을 내며 자리를 떠난 서윤이였다.예전의 서윤은 보육원에서 제일 많은 관심을 받던 아이였다. 하지만 송이가 하루하루 커가며 송이에게 관심을 빼앗겨버렸다.보육원을 찾은 삼촌, 이모들은 좋은 거, 맛있는 거를 제일 먼저 송이에게 건넸다.매번 아이를 입양하러 온 가족들은, 송이를 함께 입양하지 못해 아쉬워했다.그동안 대부분 가족은 남자아이 입양을 원했고, 서윤은 송이에게 질투가 났지만, 과분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어제 원장 엄마의 말을 서윤이 엿듣게 되었다. 보육원에 남은 남자아이는 대체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었고, 건강한 아이를 입양하고자 하면 여자아이를 입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서윤은 자신에게도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그래서 아침 일찍 송이를 시켜 밖으로 내보냈지만, 입양하는 부부가 찾아오기도 전에 송이가 먼저 돌아와 버렸다.심지어 송이의 옆에는 아주 예쁘고 상냥한 이모가 있었다.지연과 송이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에 서윤은 질투심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구석에 몸을 숨겼던 서윤이 손을 저었다.“송이야 이리로 와봐. 내가 사과할 게.”송이는 빠르게 지연의 품에서 뛰쳐나왔다.“이모, 서윤 언니가 나한테 할 말이 있대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둘은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서윤이 바로 송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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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송이가 두 눈을 부릅뜨고 눈물을 삼켰다.웅웅-여지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전화를 받고 지연은 아쉬운 얼굴로 송이를 찾았다.“이모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 송이야, 이모한테 뽀뽀해 줄 수 있을까? 우린 다음에 또 만나자.”송이는 바로 지연의 목을 끌어안았다.“이모, 가지 마요.”가장 아끼는 목걸이를 서윤에게 뺏겨도 울지 않던 송이였지만, 지연이 떠난다는 말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우리 송이, 착하지? 이모가 또 보러 올 게.”“하지만 서윤 언니가 오늘 내가 입양될 거라고 했어요. 그럼 다시 이모 못 보는 거 아니에요?”“이모가 원장님을 찾아서 우리 송이 어디로 갔는지 물어보면 되지.”지연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송이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데, 자꾸 울면 못생겨 진다?”송이가 콧물을 훌쩍이더니 눈물을 삼켰다.지연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아쉬운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보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지연이 막 떠나자, 어느 부부가 스쿠터를 타고 보육원을 찾았다.서른 살 정도 되는 부부였다. 남자는 듬직하고, 여자는 단정해 보였다. 두 사람의 등장에 원장은 극진하게 대접했다.보육원 아이가 입양된다면, 이건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이었다.그렇다 보니 원장은 입양이 성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고, 부부도 아이를 입양할 수 있기를 바랐다. 보육원에 남은 남자아이는 선천성 심장병이 있거나, 청각 장애인이었다. 아이들을 빙 둘러본 부부는 시선을 송이에게로 향했다.“삼촌, 이모. 저 입양해 주세요.”서윤이 송이의 어깨를 툭 건드리고 뒤로 밀어버렸다.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간 서윤이 말했다.“저는 서윤이라고 합니다. 다음 해면 다섯 살이 되고요. 착하고 말도 잘 들을 게요. 집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시키는 건 다 할 게요. 저 데리고 가주세요.”서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억지로 눈물을 짜냈다.무뚝뚝해 보이는 남자의 이름은 전여욱이었다. 늘 아내의 말을 고분고분 듣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선희 씨, 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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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이모, 저를 딸로 입양하고 싶은 거예요?”송이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또박또박 물었다.주선희가 잠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렇다고 하면, 이모랑 같이 갈래?”송이는 옆에 선 서윤을 가리키며 말했다.“서윤 언니는 저보다 착하고 예쁜데, 삼촌 이모가 서윤 언니 입양하면 안 돼요?”송이는 서윤이 가족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이 기회를 서윤에게 넘겨주고 싶었다.“송이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원장이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이모가 널 마음에 들어 하는 건 너무나 큰 행운이야. 이런 행운을 왜 다른 사람한테 넘기는 거니?”송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불안한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흥! 다들 나만 미워해요!”서윤은 낮게 한마디 하고 고개를 돌려 밖으로 향했다.전여욱은 아내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서윤이라는 아이는 정말 눈치가 너무 빠른 아이였고, 눈에 욕심이 가득해 보였다. 이렇게 평범한 가족이 키울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송이야, 이모는 네가 마음에 들어. 너만 좋아. 이런 마음은 양보하면 안 되는 거야.”주선희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너도 이모가 좋다면, 삼촌 이모의 딸 할래? 이모네 집엔 아이가 없어. 입양된다면, 우리 가족의 하나뿐인 딸이 될 거야. 너한테도 예쁜 방이 생기고, 다른 아이들처럼 유치원도 다닐 수 있어. 그리고 너한테 인형도 아주 많이 사줄 수 있어. 더 중요한 건 너한테도 엄마, 아빠, 그리고 가족이 생길 수 있다는 거야.”송이의 두 눈이 반짝였다.“정말 저한테도 가족이 생기는 거예요?”“당연하지.”주선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전여욱도 무릎을 숙이고 말했다.“삼촌 이모의 딸이 되어준다면, 하늘의 별도 달도 따 줄게.”송이가 입꼬리를 올리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아빠, 엄마!”“정말 너무 잘됐네요.”원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주선희 씨와, 전여욱 씨는 저와 입양 절차에 대해 알아보러 가실까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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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꼭 기억할 게요!”주선희는 송이를 스쿠터 중앙에 앉혔다. 송이는 아쉬운 마음을 담아 2년 넘게 지냈던 보육원을 눈에 담았다.커서 어른이 되면 송이는 이곳 아이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겠다고 다짐했다…….지연의 차가 회사 입구에 도착했다.그녀가 안으로 들어서자, 비서가 바로 그녀를 맞이했다.“대표님, 강씨 그룹 대표 비서가 찾아왔습니다.”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비서가 정재욱이 찾아왔다고 전화를 걸어왔고, 지연은 어쩔 수 없이 보육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송이가 입양되었는지도 모르겠네.’지연은 잠시 이 생각을 접고 덤덤한 표정으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가방을 내려놓은 지연은 문서 하나를 가지고 다시 접대 실로 걸어갔다.정재욱은 여유만만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으나, 가까워지는 구두 소리에 허둥지둥 커피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여지연 씨.”이런 정재욱의 모습에 지연은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어제 강현석의 호텔 방안에서, 정재욱의 태도는 더 공손했으므로.지연의 침착한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옆에 선 비서는 거의 돌처럼 굳어갔다.세계 최고 주가를 자랑하는 강씨 그룹은 세상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강현석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모시는 비서는 사실 그룹의 중대한 사항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쉽게 말한다면, 성수시의 시장이 정재욱을 만나도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소리였다.이런 몸값을 자랑하는 정재욱이였지만, 지연을 향해 고개를 숙여 공손히 인사를 하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여지연 씨, 오늘 이렇게 찾아온 건, 여지연 씨 회사와 프로젝트 협력을 제안하기 위해서입니다.”정재욱이 문서를 건넸다.“이건 새로운 유형의 AI 개발 프로젝트인데요. 여지연 씨가 검토해 보시고, 관심 있으시면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여지연은 손을 휘휘 저어 비서를 내보내고 침착하게 말했다.“당신은 강현석 씨의 수행 비서이고, 저도 곧 비서가 될 예정인데, 이런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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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지연은 3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고민을 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보름 뒤면 지연은 성남시에서 현석의 비서로 일해야 했다. 이 프로젝트의 수익은 아마도 그 일에 대한 수고비로 추정되었다.정재욱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여지연 씨, 그럼, 보름 뒤에 뵙죠.”지연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렇게 머지않은 시간에 또 만나게 될 겁니다. 이틀 뒤 성남시 인터넷 협회에 참가할 예정이거든요.”“정말 잘됐네요.”정재욱은 진심으로 기뻐했다.“그러면 저희 강씨 그룹에서 직접 모시겠습니다.”“미리 고맙다는 인사를 하죠.”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정재욱을 배웅했다.강씨 그룹 대표의 비서가 되는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미리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아봐야 했다.그래야만 수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었다.성남시.강씨 저택은 인적 드문 산 중턱에 자리 잡았다. 베란다에 서면 먼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거실에는 누군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고,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이었다.하얀색 레이스 치마를 입은 아이가 피아노 앞에 앉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피아노 연주에 몸을 맡겼다.“형, 요즘 수아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세윤이 손에 쥔 책을 덮으며 조용히 물었다.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연주회가 아직 두 번이나 남았는데 모두 취소 했잖아.”“수아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어.”제훈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내가 물어보긴 했는데 대답하지 않아.”피아노 리듬이 점점 느려지더니 무겁고 낮은 음이 이어졌다. 마치 거센 파도가 바위를 철썩철썩 때리는 소리 같기도 했는데, 듣는 사람의 기분이 가라앉았다.세윤이 몸을 일으켰다.“수아야, 연주는 이만하고 오빠들이랑 얘기 좀 해.”수아가 손가락을 멈추자, 연주가 뚝 멈춰 섰다.수아가 고개를 들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얼굴이 보였다. 수아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았다.“수아야, 무슨 일 있었어?”세윤이 허둥지둥 수아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세훈과 제훈도 빠르게 달려와 수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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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둘째 오빠, 오빠랑 상관없는 일이야.”수아가 세윤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엄마가 돌아오지 않은 게 아니라, 돌아올 수가 없었던 거야.”제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수아야,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수아가 고개를 들고 눈앞의 세 오빠를 향해 말했다.“엄마가 사실은 사고가 생겨서 돌아오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잖아.”“그릴 리가 없어.”제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엄마한테 사고가 생길 리가 없어. 절대 그럴 리 없어.”제훈은 엄마가 평생 돌아오지 않는 한이 있어도, 엄마에게 사고가 생기지 않았기를 바랐다. 엄마가 세상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을 거라고 그는 믿었다.“오빠,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내 말은…… 엄마가 기억을 잃었을 수도 있잖아.”수아가 작은 입술을 오므리다가 말을 이었다.“기억을 잃어서 우리도, 아빠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잊어버린 거야.”제훈이 말없이 수아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수아야, 넌 뭘 알고 있는 거 아니야?”“그게…….”수아는 말문이 막혔다.아직 친자확인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도 했고, 그날 본 게 엄마가 아닐 수도 있었다.비록 수아는 지연이 엄마가 맞다고 확신했지만, 정말 아니라면?4년 동안 그들은 너무 많은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었다. 누군가 엄마를 닮은 사람을 봤다고 하면, 그들은 밤새 달려가 확인했고, 실망을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수아는 다시 세 오빠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아빠가 새로운 소식을 찾았다고 했어. 비록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수아가 손가락을 배배 꼬며 말했다.“4년도 기다렸는데, 며칠만 더 기다려보는 게 어때?”제훈이 입을 열었다.“수아야, 아주 피곤해 보이는데 이만 올라가서 쉬는 게 어때?”수아는 행여나 말실수할까,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다.“안 되겠어. 당장 아빠를 찾아 물어봐야 겠어.”세윤이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그러나 제훈이 세윤을 제지했다.“아까 수아가 거짓말을 한 걸 눈치 못 챘어?”수아에게는 거짓말을 할 때 손가락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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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비행기는 구름층을 뚫고 날아 성남시 공항에 착륙했다.“드디어 도착했어!”여지수가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오빠 나랑 쇼핑 가자. 성남시에 핫플이 있는데…….”“가려면 너 혼자 가.”여민우가 말했다.“일단 아파트로 가서 짐을 풀고, 너 가고 싶은데 가.”지수가 바로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엄마가 날 잘 살피라고 그랬는데, 벌써 나 몰라라 하는 거야?”민우는 지수를 힐끗 보며 말했다.“나와 지연은 모두 볼일이 있어 성남시로 온 거야. 그러는 넌? 무슨 할 일이 있는데? 방해 말고 너 할거해.”“흥!”지수는 캐리어를 끌고 앞장섰고, 민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사촌 동생 지수는 어릴 때부터 사고뭉치였다. 사고를 치는 건 여민기 못지않았는데, 왜 작은어머니가 굳이 지수를 함께 보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지연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젠 스무 살이 넘었으니,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여씨 가문은 몇 년 전 성남시에 아파트 한 채를 구매했고, 큰 거실에, 방 세 개 딸린 집은 그들이 살기에 적합했다.성남시 중심거리에 있는 아파트의 창가에서 서면, 매혹적인 성남시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지수는 베란다에 앉아 감탄했다.지수는 성수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라, 늘 여씨 가문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성남시에 와보니, 여씨 가문 따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성남시의 가장 작은 가문도 여씨 가문보다 대단할지도 모른다.성수시의 권씨 가문은 이제 성에 차지도 않았다.지수가 입을 열려는데 지연이 캐리어에서 드레스를 꺼내 옷걸이에 거는 게 보였다.“언니, 왜 드레스까지 들고 온 거에요?”지연이 덤덤하게 말했다.“저녁 7시 파티에 초대 받았어.”“성남시 상업 파티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나도 데리고 가면 안 돼요?”지수가 빠르게 걸어와 애교를 부렸다.“절대 창피하게 굴지 않을 게요. 그러니까 나도 데리고 가요.”지연은 지수에게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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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성남시에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출몰했으니, 또 어느 도련님의 마음을 빼앗을까?]지연은 이런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했다.3년 동안 백소은과 수많은 연회에 참석하며 그녀는 늘 연회의 중심이 되었다.지연은 시선에 개의치 않고 침착하게 또각또각 걸어 연회장 입구로 걸어갔다.“손님, 초대장을 보여주시죠.”문 앞 경호원이 의례적으로 초대장을 확인했다.주변 사람들도 몰래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초대장을 확인하면, 이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가방을 연 지연이 깜짝 놀랐다. 초대장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고개를 숙이고 가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초대장도 없이 연회장에 오다니, 남자 꼬시러 온 거 아니야?][요즘 여자들은 얼굴만 반반하면 시집 잘 가 신세를 고치려고 그런다 잖아.][정말 무슨 대책으로 여길 찾아왔을 지.]……경호원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초대장 없이는 입장이 불가합니다.”지연이 입꼬리를 올렸다.“괜찮아요. 전화 한 통 하고 올 게요.”초대한 사람에게 연락한다면, 누군가 그녀를 입장시켜줄 수 있었다.지연이 한걸음 물러서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세상에!][저게 누구야?][강현석, 강씨 그룹 대표 맞지? 이게 얼마 만에 공식 석상에 참여하는 거야?][강씨 그룹이 몇 년 동안 인공지능 업계에 투자를 많이 했다더니, 이번 연회에 참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수많은 인파를 뚫고 현석이 천천히 다가왔다.네다섯 명의 경호원이 그를 위해 길을 만들어주었고, 현석이 레드 카펫을 밟고 천천히 지연을 향해 걸어왔다.날카로운 눈매에 담긴 차가운 시선, 온몸을 휘감은 카리스마. 그가 지나가는 곳은 정적이 찾아왔다.수군거리던 사람들도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고 나타난 현석이 지연의 옆에 섰다.“제 파트너입니다.”현석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경호원이 어리벙벙한 얼굴로 물었다.“왜요? 저도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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