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 Chapter 1061 - Chapter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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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네 아이는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세윤은 조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엄마, 우리에게 남동생이나 여동생이 있다는 말이에요?”예나가 잠시 고민했다.여자아이였다.“여동생이야.”“와, 저 언니 되는 거예요?”수아가 웃음을 터뜨렸다.“드디어 막내 탈출!”비록 세 오빠와 동갑이었지만, 수아는 늘 막내 취급을 당했다.막내여서 좋은 점도 많았지만, 항상 어린애로 보여 늘 보호를 받는 점에서 단점이 있었다.하지만 예나는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그동안 예나는 여씨 가문은 가족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깨달았다.그래서 자신들의 죄악을 감추기 위해 이미 제 딸을 죽였을 수도 있었다.예나가 두 눈을 감자 아이들도 덩달아 걱정하기 시작했다.똑똑.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명훈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예나를 향해 조심스레 떠보듯 말했다.“여지연 씨……?”“엄마에요!”세윤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삼촌, 엄마 기억이 돌아왔어요!”명훈이 깜짝 놀라더니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 그럼, 저도 기억해요?”“4년 전보다 많이 성숙해졌구나.”예나가 명훈을 향해 말했다.“장씨 그룹 대표는 네가 맡고 있는 거니?”명훈은 순식간에 눈시울을 붉혔다.“누나, 저 많이 컸죠? 이제 혼자 장씨 그룹도, 누나도 지킬 수 있어요.”‘다시는 누나를 잃지 않을 거야.’‘다시는 아무도 누나를 다치지 못하게 할 거야.’예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그녀의 가족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찾아 헤맸다.그게 바로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싶었다.예나의 몸은 거의 회복이 되어 반나절 쉬고 나니 퇴원해도 괜찮았다.떠나기 전 예나는 또 송이를 보러 갔다.송이는 두 눈을 꼭 감고 깊은 잠에 빠졌다.주선희와 전여욱이 병실 앞을 꼼짝하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이런 양부모를 만난 건 송이의 행운일 것이다.예나는 성남시로 돌아가지 않고 성수시에 남았다.네 아이와 현석이 그녀와 함께 있고 싶어 했지만 예나는 모두 거절했다.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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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이 일은 그 누구한테도 발설하면 안 된다.”박정순이 가장자리에 앉아 차갑게 말했다.“이건 우리 여씨 가문의 가장 큰 비밀이야. 감히 한마디라도 발설한다면 여씨 가문에서 호적을 파버릴 거야!”그 말에 모든 사람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문밖에서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씨 가문의 비밀이라. 그런데 저도 여씨 가문 사람이 아닌가요? 저는 알면 안 되는 비밀인가 보죠?”그 말에 모든 사람이 고개를 돌려, 작고 마른 예나를 바라보았다.캐주얼차림에 자연스레 늘어뜨린 머리카락, 차가운 눈매, 살짝 올린 입꼬리, 평소와 다를 법 없는 모습이었지만, 여씨 가문 사람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박정순은 예나가 홀로 이곳을 찾은 걸 보며 안심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지연아, 네 아버지의 말을 들어보니 진짜 가족을 찾았다고 그러던데.”예나는 의자를 끌고 와 털썩 앉았다.그동안 여씨 가문에서 지내며 예나는 단 한 번도 예의가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았다.여씨 가문 사람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현석에게 거짓말을 했던 여진석은 땀을 비처럼 쏟아냈다.“강현석 씨가 제 남편이었어요.”예나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 말에 여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알고 있었지만, 예나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니 체감이 달랐다.겨우 양녀였던 지연이 알고 보니 그렇게 고귀한 신분의 사람이었다니.“아버지께서 제 남편한테 제가 출산 중 대출혈이 왔고, 그래서 모든 피를 바꿨다고 말씀하셨다면서요?”“그리고 아이는 조산이라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렸고, 이는 여씨 가문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고 하던데.”예나가 차가운 미소를 짓더니, 눈에서도 차가운 기운을 뽑아냈다.여진석은 진땀을 흘리며 말을 떠듬었다.“그, 그래.”쾅!예나가 탁자 위의 주전자를 세게 내려놓았다.“내가 기억을 잃었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지어내시면 안 되죠.”예나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뼛속까지 소름이 돋았다.“여진석 씨. 정말 여씨 가문이 끝까지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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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예나 씨에게 화낼 수 있는 기회를 줘.”현석이 덤덤히 말했다.“3년 동안 얼마나 힘들게 지냈겠어? 그러니 화풀이할 곳이 있어야지.”4년 전 예나는 마음을 비우기 위해 바닷가 크루즈에 올랐고, 실수로 발을 헛디뎌 그만 물에 빠지고 말았다.그리고 예나는 가족들과 4년을 떨어져 지내야 했다. 한 사람에게 4년 같은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여씨 가문은 예나를 살렸지만, 예나의 딸을 죽였고, 또 과거의 기억을 잃게 했다.이런 원한은 쉽게 몇 마디로 정리가 될 수 없었다.그러나 분노는 반드시 터뜨려야 했다.30분 후, 예나는 차가운 얼굴로 집을 나섰다. 그러다가 정원에 서있는 두 남자를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당신들이 여긴 어떻게?”“형부가 누나 걱정된다고 저 데리고 왔어요.”명훈이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말했다.“누나, 괜찮아요?”예나의 눈시울이 붉었다.“마지막 아이를 처리한 사람은 서 간호사예요. 병원에 가서 물어봐야겠어요.”여씨 가문은 아이가 죽었을 거라고 확신했다.사지에 몰린 여씨 가문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예나는 죽은 아이의 시신을 찾아 좋은 곳에 묻어주고 싶었다.대부분 병원에서 목숨을 잃은 아이는 병원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들었다.예나는 그 생각을 하니 가슴 언저리가 아파졌다.현석이 명훈에게 시선을 보냈다.“넌 먼저 병원으로 가, 서 간호사를 찾아. 나와 누나는 천천히 갈게.”명훈은 둘 사이 방해꾼이 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명훈이 빠르게 자리를 피하자, 현석이 예나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몇 년 동안 긴 악몽을 꿨다고 생각해요. 이제 악몽에서 깨어났으니, 모든 게 잘 될 거예요.”예나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래, 긴 악몽이었어.’어느 날 꿈에서 예나는 임신했지만, 아이를 잃었었다. 그러나 현실 속 그녀는 네 아이가 있는 엄마였고, 행복한 가정이 있었다.돌아가는 길 내내 예나는 침묵했다. 하지만 그녀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해 갔다.4년 전 바다에 빠지지 않았다고 해도, 그녀의 몸 상태로는 정상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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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서인애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현석은 대수롭지 않게 손을 뻗어 서인애의 손목을 비틀었다.그녀가 아이를 받아 처리했으니, 서인애도 벌을 받아야 했다.고통에 몸부림치던 서인애가 소리를 쳤다.“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신고할 거예요!”예나는 차갑게 옷깃을 내려놨다.“그래요, 신고해 봐요. 3년 전 당신의 불법 행위도 샅샅이 조사를 할 테니까.”그날 수술은 불법으로 진행되었다. 수술에 가담한 모든 사람은 여씨 가문의 뒷돈을 받았다.그러니 조사를 한다고 해도 쉽게 증거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서인애는 부러진 손목을 감싸 쥐고 감히 크게 숨을 내쉬지도 못했다.자신이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눈앞의 남자가 바로 발목도 부러뜨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아이가 저한테 넘어왔을 때 이미 숨이 멎은 뒤였어요.”서인애는 두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그래서 빨리 뒤처리하려는데, 아이가 갑자기 다시 울음을 터뜨렸어요. 아이가 스스로 살아났어요.”예나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을 꼭 잡고, 서인애의 말을 열심히 들었다.“되살아난 아이를 여씨 가문에 돌려주려고 기다렸는데 하루 종일 기다려도 여씨 가문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어요. 그 사람들은 다른 일로 바빠 보였거든요. 그런데 마침 버려진 여자아이가 필요하다는 부부를 만났고, 5,000만 원을 주고 아이를 데려갔어요.”“뭐라고요?”예나가 분노를 터뜨렸다.하루 사이에 너무 많은 감정 기복을 겪은 예나의 얼굴에 감정이 사라졌다.현석은 예나의 어깨에 손을 올려 다독이며 말했다.“그 부부의 인상착의를 말해줘요.”서인애는 골똘히 고민했다.“남자가 키가 크고, 턱에 큰 점이 있었어요. 두 사람은 나한테 돈만 건네주고 아이를 데리고 빠르게 떠났어요.”예나는 머리가 부서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고작 5,000만 원에 아이를 팔다니!예나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명훈아, 누나 바람 좀 쐬게 해줘.”현석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명훈은 예나를 부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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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명훈아, 누나랑 커피 마시고 있어. 지금 바로 친자 확인하러 가볼게.”현석은 빠르게 병원으로 달려갔고, 예나는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이런 예나를 부축해 명훈은 부근의 카페로 향했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예나는 천천히 진정할 수 있었다.예나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카페에서 기다렸다.명훈 역시 조용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한 달이 지나, 송이가 퇴원하는 날이 왔다.병실 앞이 북적거렸다.“큰 오빠, 둘째 오빠, 셋째 오빠, 그리고 언니!”송이가 배시시 웃으며 한 사람 한 사람 인사를 했다.세 살 된 송이는 무슨 행동을 해도 귀여웠다. 큰 두 눈은 포도처럼 맑고 깨끗했다.세 오빠와 언니는 송이를 둘러싸고 말했다.“송이야, 너한테 엄청 큰 방을 준비했어. 방안에 바비 인형이랑 각종 인형도 두었으니까, 앞으로 오빠랑 언니랑 재밌게 놀자!”송이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정말요? 너무 행복해요!”그 옆에서 주선희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다행이에요, 송이가 친부모를 찾아서 너무 잘됐어요. 너무 기뻐서 자꾸 눈물이 나네요.”예나는 주선희의 어깨를 다독였다.“성남시 의료진이 좋아요. 만약 주선희 씨가 치료를 받고 싶다면 성남시로 와서 저한테 연락주세요. 제가 미리 연락을 해두었으니까 바로 치료받을 수 있을 거예요.”예나는 주선희가 가장 사랑하는 송이를 데려갔고, 주선희가 자신의 아이를 낳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주선희는 전여욱의 품에 안겨 아쉬운 얼굴로 송이를 눈에 담았다.송이는 고개를 돌려 주선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엄마, 앞으로 엄마 아빠 보러 자주 올게요!”송이는 여전히 두 사람을 엄마 아빠라고 불렀다. 그리고 예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송이가 물었다.“엄마, 그래도 되죠?”예나가 송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당연하지. 방학하면 엄마가 직접 데려다줄게.”그렇게 그들은 이별했다.현석은 퇴원한 송이를 품에 안아 들었고, 네 아이가 그의 옆에 섰으며, 예나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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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15년 후 어느 공항.수많은 인파를 뚫고 귀여운 외모의 여자아이가 빠르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이는 그제야 한참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울려대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좋은 오후예요, 오빠.”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애교가 넘쳤다.“방금 수업이 끝났어요. 무슨 일 있어요?”핸드폰 너머로 낮지만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스케줄 보고해.”“스케줄이요?”아이는 맞은편의 인파를 슬쩍 확인하고 몰래 구석으로 들어가며 말했다.“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는 하루죠. 방금 경제학 수업이 끝났고, 오후에는 발표 준비해야 해요. 저녁에는 친구들이랑 근처에 새로 생긴 샤부샤부 가게에 가보려고 해요. 이상 사랑스러운 동생의 하루 보고입니다!”“그래, 착하지.”드디어 핸드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은 마치 재판처럼 그녀의 하루를 심사했다. 아이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 넘겼다. 그때, 상대편이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송이야.”“네?”아이는 얼어붙어 겨우 한마디만 내뱉었다.“왜, 왜 그래요, 오빠?”“매운 거 많이 먹지 마. 뾰루지 생겨.”“…….”‘정말 너무 해. 그러니까 첫사랑이나 놓치지!’핸드폰 너머의 사람은 바로 강세훈이었다. 세훈은 동생이 속으로 자신의 험담이나 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몇 번의 잔소리를 늘여 놓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을 내려놓은 강연은 흥분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드디어 몰래 한국으로 돌아왔어!’‘오빠라는 큰 산도 넘었으니 이제 제대로 연예계 일을 할 수 있겠어!’15년 전, 강연은 3년 동안 잃어버렸던 가족을 찾아, 아빠, 엄마, 세 오빠와 언니가 있는 행복한 강씨 가문으로 돌아왔다.그러나 이런 행복은 가끔 부담으로 느껴지곤 했다. 모든 사람이 행여나 자신이 다칠까 노심초사 과잉보호를 했다. 대학교 학점을 미리 다 채워 조기 졸업할 수 있었음에도, 큰오빠는 그녀를 해외의 학교에 묶어 두고 돌아오지 못하게 했다.그러니 이건 강연의 첫 번째 일탈이었다!당연히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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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강연은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맨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다 비켜! 아무도 우리 전서안 오빠 건드리면 안 돼!”‘이게 바로 진정한 사랑이 아니겠어?’‘사랑하는 사랑을 위해 이런 일은 기꺼이 할 수 있어.’‘이런 빌어먹을 사생팬, 다 떨어져!’강연은 고함소리와 남다른 기세로 그녀는 성공적으로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다들 어리둥절해할 때, 강연은 가장 중간으로 돌진해, 직원의 마이크를 뺏어 들었다.“자리에 계신 모든 전서안 팬 분들, 잘 들으세요.”“절대 밀지 마시고, 차례대로 양옆으로 물러서서 중간의 공간을 만들어주세요!”“저희 오빠 괴롭히지 말고, 다른 여행객들의 통행을 방해하지도 마세요!”“다들 할 수 있죠?”공항은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정적이 끝나고 팬들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얌전히 길 양 켠으로 물러서 중간의 공간을 비워뒀다.인파에 머리 아파하던 매니저는 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런 천사 같은 팬이 어디 있어?”주변 소음에 머리를 푹 숙이고 있던 전서안도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은, 높게 머리를 올려 맨 활기찬 소녀를 향했다. 소년의 까만 눈동자가 천천히 일렁였다.그러나 겨우 한 번만 확인하고, 전서안은 다시 고개를 숙여 소음 속에서 자신을 숨겼다.한참 동안 질서 정리에 열을 올리던 강연은 뜨거운 시선을 가끔 느꼈다.고개를 돌려 시선을 확인해 보면, 전서안이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빠르게 밖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소년은 계속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강연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았다.다만 옆의 매니저는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강연은 빠르게 미소를 살짝 지어 인사를 대신했다. 소녀의 흰 피부와 발그레한 두 볼, 예쁘게 감긴 눈꼬리와, 반짝반짝 빛이 나는 눈동자, 그녀는 어둠 속 반짝이는 별 같았다.매니저는 강연의 미소를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는 빠르게 시선을 거두고 귀를 붉힌 채 묵묵히 앞으로 걸었다.공항을 나서고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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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강연이 친구 송예은이 보낸 주소를 확인했을 때, 날은 이미 저물었다.호텔 예약을 하면 집안 잔소리 대마왕들에게 들킬 게 뻔했으므로 호텔에 들 수도 없었다.예은이 보낸 주소로 찾아가는 건 길치 강연에게 있어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다행히 근처까지 가자 예은이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익숙한 그림자가 눈에 보이자 강연은 트렁크를 내팽개치고 바로 친구를 향해 달려갔다.“예은아!”“강연아! 드디어 만나네!”예은도 강연을 향해 달려와 그녀를 품에 안았다. 둘은 달밤에 서로를 끌어안고 소리를 질렀다.“근데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한참 기다렸잖아!”예은이 살풋 표정을 구기며 투정을 부렸다.“이게 다 둘째 오빠 탓이야. 공항으로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갑자기 못 온다고 그러는 거야. 혼자 길을 찾다가 주소를 잘못 적어서 한참 빙빙 돌다가 겨우 도착했어.”“정말? 너무 고생했네. 빨리 올라가자.”두 사람은 나란히 트렁크를 끌고 폴짝폴짝 뛰며 집으로 향했다.짐을 풀고 있는데 예은이 강연에게 연락처를 넘겼다.“이 사람은 내 매니저인 조혜영 씨야. 3년 전 네가 찍은 광고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엄청 마음에 들어 하셨어. 네가 한국으로 돌아와 마음먹고 이쪽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더니, 나더러 너 꼭 잡아 두라고 하시더라. 혹시 다른 회사가 채갈까 걱정이 된다면서 말이야.”“음, 일단 할말이 있어.”강연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내가 연예인이 되려는 건 이쪽 일로 성공하고 싶어서가 아니야. 나는 그저 그 사람을…….”“알아. 그 오빠 때문이라는걸.”예은이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손에 쥔 문서를 건넸다.“이건 조혜영 언니가 선물로 주는 거야. 전서안 오빠랑 같이 연기할 수 있는 씬을 추가해 준다고 했어.”그 말에 강연의 눈이 반짝였다.‘전서안과 함께 촬영할 수 있다니!’이건 수많은 여자 연예인이 꿈에도 그리던 일이었다.3년 전 18살이던 전서안은 데뷔작으로 초대박을 쳤고, 바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유명 감독들의 러브콜이 끊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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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혜영 언니는 정말 너랑 계약하고 싶어 하셔. 사적인 인연으로 전서안 드라마의 작은 배역을 따오셨는데, 절대 작은 배역이라고 무시하지 마. 남자 주인공의 첫사랑 역할이라 전서안과 함께 찍는 컷이 많아. 경쟁률이 얼마나 높다고!”“비록 전에 cf 경력이 있다고 해도, 네 가문이 방송 전에 칼차단을 해버렸잖아.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촬영 경력을 누가 알아준다고 그래? 그리고 3년 동안 연예계를 떠났으니, 연기도 서툴 거고, 전문적인 인력이 옆에서 널 도우면 좋잖아. 그러니까 너도 진심으로 고민해 줬으면 좋겠어.”“응…….”강연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나도 고민해 볼게.”“그래, 천천히 해.”예은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혜영 언니가 그랬는데 이번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계약해도 된다고 하셨어.”강연이 웃음을 터뜨렸다.“그게 뭐야?”드라마 촬영을 했으면 이미 조혜영과의 거래가 성사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계약을 그전에 하든 그 후에 하든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하지만 강연은 조혜영의 진심을 느낄 수 있어 딱히 별말을 하지 않았다.예은은 배시시 웃으며 대본을 펼쳐 강연에게 보였다.“자, 이게 바로 전서안 새 작품의 내부 공개된 대본이야.”그 말에 강연이 바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전서안의 새 작품은 유명 방송사의 거대 투자금을 받고 제작이 되었다. 내용은 전쟁의 불꽃이 계속 이어지던 그해, 한 가문을 홀로 책임지게 된 소년의 이야기였다.정극이라 방송사의 관심이 뜨거웠다. 전서안의 출연 확정 소식에 팬들도 많은 환호를 보냈다.다만 지금까지 공개된 출연진은 전서안 뿐이었으며, 다른 배역은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다.사람들은 여주인공 역을 맡게 될 사람을 궁금해했을 뿐만 아니라, 첫사랑의 역에도 관심을 보였다. 죽어버린 남 주인공의 첫사랑이라, 잘하면 큰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죽어버린 첫사랑?”강연이 혀를 쯧-찼다.“정말 찝찝하게 왜 우리 오빠한테 이런 배역을 추천한 거야?”“넌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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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강연은 그날 밤 깊은 잠이 들었다.그러나 이튿날, 아침 댓바람부터 눈을 뜬 예은이 강연을 일으켜 차에 태워 소속사로 향했다.조혜영은 30살 초반의 여성이었다. 세련된 정장 차림의 그녀는 딱 보아도 책임감이 넘쳐 보였다.이미 연예인의 화려한 외모에 적응된 조혜영이었지만, 그녀는 강연을 보고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조혜영은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에 만족스러워했다.3년 전 카메라 앞에서 끼를 펼쳤던 소녀는 어느새 앳된 모습을 지우고 좀 더 성숙해져 있었다. 올해 18살, 나이부터 아름다웠다.“안녕하세요, 강연 씨.”조혜영이 손을 건넸다.“저는 QC 엔터의 신인 개발팀의 실장 조혜영입니다.”강연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살짝 접은 눈에 장혜영은 마치 홀린 것 같았다.“안녕하세요, 장혜영 씨.”그 이후로 이어진 대화도 아주 순조로웠다.전서안의 새 작품 제목은 “그 시절, 우리는” 이였다. 강연이 출연을 확정하고 한 주일 후, 조혜영은 그녀에게 전문적인 연기 선생님을 찾아 연기 지도를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강연은 피타는 노력을 거쳐 빠르게 성장해 갔다. 이에 지도 선생은 많이 흡족해했다.전서안과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생각에 강연은 잠도 자지 않고 연습에만 몰두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또 지나고, 촬영 날이 다가왔다.조혜영은 강연에게 따로 매니저와 밴을 준비해 줬다.촬영 장소에 도착하자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스태프가 그녀를 맞이했고, 다들 강연의 미모에 감탄을 감추지 않았다. 강연은 일단 옷을 갈아입고 간단한 메이크업을 받았다.강연의 배역은 첫사랑 역이었지만, 실제 극 중 비중은 적은 편이었다. 배역의 역할은 남자 주인공의 성장을 끌어오는 것이다. 전쟁이 터지고, 나라가 위험해진 배경에서 첫사랑이 남자 주인공을 정확한 길로 인도를 한다. 그렇게 남자 주인공은 나라를 되찾기 위한 결심을 하게 되고, 독립운동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첫사랑은 목숨을 바쳐 남자 주인공을 구하고, 남자 주인공은 더 혹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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