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은 강연을 위아래로 훑더니, 질투 어린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강연의 말을 무시하고 스태프와 대화를 주고받았다.“원정희 배우님이 뭐가 아쉬워서 저런 신인 배우를 만나겠어요? 원정희 배우님은 그쪽을 만나고 싶어 하세요. 그러니 저랑 가시죠.”“저요? 하지만…….”스태프가 거절하려는데 이승연이 말을 잘랐다.“여자 주인공이 중요한가요? 아니면 저런 엑스트라가 중요한가요?”이승연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휴게실 내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여기 할 일 없는 사람들 모두 날 따라와요.”그 말이 끝나자, 강연은 바로 이승연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원정희는 강연을 괴롭히려는 것이었다. 스태프를 뺏어가 제시간에 메이크업을 완성할 수 없게 하려는 심산으로 보였다.그리고 이런 사소한 일은 감독님에게 꼰질러 봤자 해결될 리가 없었다.스태프들은 이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고, 이런 눈치 싸움에 익숙해했다. 신인 배우와 탑 배우, 누굴 선택해야 할지는 아주 간단한 문제였다.다들 빠르게 따라가는데 강연의 메이크업 스태프만이 아직 머뭇거리고 있었다.“괜찮아요, 가보세요.”강연이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저 혼자 할 수 있어요.”스태프는 강연의 굳건한 표정에 고개를 끄덕였다.이승연은 스태프들과 떠나기 전, 강연을 향해 가소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강연은 그녀의 행동에 얼굴을 싸늘하게 굳혔다.옆의 다른 신인 배우가 말했다.“강연 씨, 잠시만 기다려요. 제 메이크업이 끝나는 대로 제 스태프가 돕게 할게요.”“아니에요.”강연은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저 혼자 할 수 있어요.”원정희는 이미 자신을 타켓으로 찍었고, 누군가 돕는다면 그 사람마저 눈 밖에 날 수 있었다.강연은 촬영 현장에서 더 큰 트러블이 생기질 않길 바랐다.그래서 거울 앞에 자리를 잡고, 아이브로우를 들었다.타고난 바탕이 좋다 보니, 어제 스태프가 해준 메이크업은 아주 기본만 살리는 메이크업이었다. 그러니 비슷하게 하는 건 무리가 없었다.
촬영은 백연주가 넘어지기 전까지 하기로 했다.컷을 외친 조감독이 몸을 돌려 말했다.“강연 씨 내려오시고, 대역 올라가세요.”더 실감이 나는 연기를 위해 넘어지는 촬영 씬은 대역이 촬영하기로 했다.하지만 강연이 자리에서 벗어나기 전, 원정희가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남들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원정희가 강연을 힘껏 밀었고, 강연은 정말 계단에서 떨어졌다.“강연 씨, 조심해요!”매니저 나이란이 소리를 질렀고, 주변 사람들도 술렁였다.비록 높지 않은 계단이었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떨어진다면 다치는 건 당연했다.직원이 그녀를 부축하려고 달려갔지만, 그보다 더 빠른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람처럼 계단을 타고 올라가 넘어지는 강연을 품에 안았다.강연은 예상했던 고통 대신, 뜨거운 품 안에 안겨버렸다.의아한 마음에 조심스레 눈을 뜨니 차갑고 깊은 눈망울과 시선이 마주쳐버렸다. 그의 눈동자에서 실핏줄이 보였다.“전, 전서안 씨?”강연이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날 품에 안은 사람이 전서안?’‘전서안이 어떻게 이곳에?’‘아니, 낯선 사람과 스킨십을 제일 꺼리는 사람이 아닌가? 근데 왜?’허리를 끌어안은 힘이 너무 단단해 강연은 조금 당황해했다. 하지만 전서안은 강연을 놓아주려는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는 끈질기게 강연의 얼굴을 쳐다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그의 주변으로 살기가 넘쳤고, 그 분위기에 사람들도 입을 다물었다.시끌벅적하던 현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예전에 전서안과 촬영 종료 후 스킨십을 시도했던 사람들은 모두 경호원에게 실려 밖으로 내쫓아졌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전서안이 먼저 행동을 취했다.그의 경호원도 깜짝 놀라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김성재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계단을 올라가 긴장한 얼굴로 전서안에게 말했다.“전서안 씨, 강연 씨도 무사하고 일단 손부터 놓을까요?”강연은 전서안의 눈에 초점이 없어진 게 보였다.“전서안 씨?”강연이 낮은 소리로 그를 부르자, 그는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전서안
급히 달려온 김준석 총감독은 아무말 없이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조감독과 원정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전, 전서안 씨. 모두 오해입니다.”조감독은 전서안이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전서안의 성격상 추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꾸역꾸역 말을 뱉기 시작했다.“그, 그게 원정희 씨가 수정하고 싶다고 하셔서.”이제 모든 사람의 시선이 원정희를 향했다.그 속에는 짐승을 노리는 포식자의 눈빛을 한 전서안도 있었다.원정희는 높은 계단 위에 서서 그들을 내려보았지만, 자기 온몸이 시선으로 난도질을 당하는 것 같았다.전서안의 눈빛에 원정희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연예계를 주름잡던 그 권위는 온데간데없이 다리를 후들후들 떨기 시작했다.“죄,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원정희가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가득 채웠다.“이건 정말 실수예요.”“허.”전서안이 헛웃음을 지었고, 짧은 한 글자에 사람들은 소름이 돋았다.“이런 실수 좋아하시나 봐요.”그리고 전서안은 차갑게 몸을 돌렸다.그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원정희는 그 말에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버렸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아니야, 아닐 거야.’‘지금은 법치 사회고, 나는 탑 배우인걸.’원정희는 그렇게 자신을 위로했으나, 매섭던 전서안의 시선은 좀처럼 잊히지 않았다.……다른 한편, 강연은 전서안의 이상을 느꼈다.방금 전 자리를 뜨는 건 오히려 그가 도망을 쳤다는 느낌을 줬다.‘대체 차갑고 무뚝뚝하기만 하던 남자가 이렇게까지 적대감을 보인 이유가 뭘까?’‘감정을 많이 억누르는 모습이었어. 마치 마음속 무언가와 싸우는 느낌이랄까?’강연은 주저 없이 전서안을 따라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전서안은 휴게실로 돌아가는 대신, 촬영장을 벗어나 차에 올랐다.검은색 벤틀리는 당장 출발할 것처럼 문이 굳게 닫혔다.“잠시만요!”강연이 급하게 외쳤다. 너무 급하게 달려온 탓에 강연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전서안 님?”강연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전서안은 많은 신인 배우의 신과 다름없었으니, 전서안 님이라고 부른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는 강연과 같은 팬들에게는 큰 자랑거리였다.하지만 강연은 좀처럼 기쁜 마음이 들지 않았다.전서안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리를 떠나던 그 순간만 떠올리면 마음이 시큰거렸다.“그래, 전서안 님, 연기의 신!”강연의 앞에 자리를 잡은 그녀는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늘 차갑고 사람을 곁에 두지 않던 전서안 님이 어떻게 널 구했는지 말해줘! 널 안아 들고, 너한테 화도 내고, 이거 완전 로맨스 드라마 속 설정 아니야?”상대의 어처구니없는 소리에 강연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별 볼 일 없는 일이었지만, 이 사람의 입을 통해 다시 전해 들으니 조금은 마음에 걸리는 게 생겼다.그리고 그녀의 아는 사이냐는 물음에, 강연은 데뷔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강연 혼자 기억을 품고 있는 사이였다.전서안은 강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를 무시하고, 자리도 피하는 것이겠지.강연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아니에요. 모르는 사이예요. 아마 정의감으로 날 구해준 것이겠죠.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따라 나갔는데 차도 세우지 않고 가셨어요. 날 엄청 귀찮아하세요.”강연은 꾸밈없이 솔직하게 말했다.주변 모든 사람, 심지어 전서안의 팬들조차 전서안은 차갑고 무뚝뚝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연은 전서안이 사실 따뜻하고 예쁜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했다.그러니 3년 전에도 자신을 구해줬던 것이겠지.여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강연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강연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녀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더욱 수상한 눈길을 보내왔다.하지만 강연에게 질문했던 신인 배우의 눈빛은 금세 동정으로 변했다. 그녀는 강연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괜찮아. 걱정하지 마! 세상에 널린 게 남자니까, 안 넘어가는 나무에 너무 마음 쓰지 마.”“네?”‘이게 대체 무
흰 롤스로이스의 등장에 강연과 나이란이 걸음을 멈췄다.강연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나이란이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감탄했다.“세상에, 너무 잘생겼잖아!”“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 현장에 넘쳐나는 게 잘생긴 배우였다.하지만 차 안의 남자는 좀 더 여유롭고, 시원시원한 인상을 주었다. 그의 온몸에서 자유가 넘쳐 흘렀는데, 그럼에도 귀티가 보이는 게 정말 남다른 사람이었다.외모로는 연예계의 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사람과 견주어 볼 수 있는 건 어쩌면 전서안 뿐일지도 모른다.나이란은 하트 뿅뿅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그쪽도 배우인가요?”나이란이 흥분에 얼굴을 붉혔다.“혹시 아직 계약하지 않았다면 우리 회사로 올래요?”“죄송해요, 매니저님.”남자가 나이란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 잘생긴 얼굴의 그는 안타깝다는 액션을 취하며 말했다.“저는 연예계 활동에 관심은 없고, 옆에 서 있는 이 여성에게만 관심이 있는걸요.”거절의 말에 나이란은 금세 풀이 죽었다.“아, 그렇군요. 아쉽네요…… 아, 잠시만요! 지금 우리 연이를 넘보시는 거예요?”나이란은 금세 전투력이 강해져 강연의 앞을 막아서고,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우리 연이는 이제 겨우 18살이에요. 그쪽은 얼핏 보아도 20살은 넘긴 듯싶은데, 감히 새파랗게 어린 우리 연이를 넘봐요? 짐승!”‘짐승?’‘지금 날 말하는 건가?’봄날의 햇살처럼 미소를 짓던 강세윤이 얼굴을 굳혔다. 세윤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사정없이 흩날렸다.옆에서 어리벙벙한 얼굴로 서있던 강연만이 웃음을 터뜨렸다.더 있다가는 둘째 오빠가 미칠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세윤이 얼굴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여유가 넘치는 얼굴은 부득부득 이를 갈고 있었다.“뭐라고요? 방금 바람이 너무 세서 잘 듣지 못했어요.”‘지금 이 여자 날 늙었다고 말한 거지?’‘내 매력이 겨우 이 정도인가?’‘제훈이 들었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겠어.’갑자기 넘치는 차가운 냉기에 나이란은 뒤로 한
나이란의 마음속엔 한 가지 생각 밖에 없었다. ‘연이가 날 보고 웃었어!’ 나이란은 기뻐서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래서 강연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들리지도 않았다. 강연은 설명을 하고 성격이 활달한 오빠를 보았다. “둘째 오빠, 오랜만이에요. 드디어 저를 데리러 오셨네요.” 아름다운 소녀는 수려한 코를 찡그리며 고양이 같은 눈동자로 교활하게 웃었다. 여동생을 이뻐하는 강세윤은 이런 애교를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강세윤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두 사람을 위해 차문을 열고 차에 태웠다. “연아, 오빠가 드라이브시켜 줄게.” 한정판의 차가 거리를 질주하자 엔진소리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매니저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왜 차에 올라탄 건지 반응하기도 전에 빠르게 스치는 풍경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우아아아, 살려주세요!” 나이란은 손잡이를 꽉 잡고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강연은 나이란을 한 눈 보고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둘째 오빠!” “알았어, 알았어!” 강세윤은 입을 삐죽거리며 속도를 줄였다. 나이란은 가슴을 두드리며 헛구역직을 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당신 납치로 고소할 거야! 우리를 납치하다니!” 강세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란아, 무서워하지 마.” 강연은 나이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둘째 오빠가 우리를 해치지는 않을 거야.” “뭐? 둘째 오빠?” 나이란은 멍해졌다. “너 둘째 오빠도 있었어?” 강연은 영리하고 귀여워서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여동생처럼 대했다. 나이란 조차도 강연을 동생으로 여겼었다.그런데 그런 동생에게 오빠가 있다니? 그는 나이란에게 있어서 동생을 빼앗아가려는 원수나 다름없었다. 나이란은 강세윤을 째려보며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한 입 깨물고 싶었다. 강세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나이란을 째려보았다. 오빠로서의 위엄은 조금도 없었고 강씨 가문의 성숙함도 없었다. 강세윤은 웃으며 유치하게 맞받아쳤다. “미안, 나는 연이의 둘째 오빠야.
“둘째 오빠, 어떡해?” 큰 오빠 강세훈의 차를 보자 강연은 조급해서 말했다. “나 절대로 큰 오빠한테 잡히면 안 돼!” ‘큰 오빠에게 말하지 않고 몰래 귀국해서 다시 연예계에 들어갔다는 것을 들키면 큰 오빠가 틀림없이 내 옷깃을 질질 끌고 다시 외국으로 보낼 거야. 난 지금 떠날 수 없어. 아직 전서안에게 고맙다는 말도 전하지 못했는데!’ “연아, 조급해하지 마!” 강세윤은 강연을 달래려 하지만, 결국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채 머리를 긁적거리며 막막해했다.‘큰 형이 내가 작업실과 함께 새로운 AI시뮬레이션 로봇을 개발해서 강연의 얼굴을 하고,강연 대신 외국에서 생활하게 해 강씨 가문의 눈을 속인 걸 알게 된다면 큰 형이 날 죽일 거야.’ 하지만 도망가기엔 이미 늦었다. 뒤로는 강씨 저택으로 가는 길이고, 앞에는 강세훈의 차가 오고 있었다. “아니면 이렇게 하자!” 강세윤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연아, 넌 차 뒷좌석에 숨어. 그리고 옆에 있는 아가씨가 조수석으로 와서 우리가 데이트 중인 척하는 거야. 일단 큰 형부터 속이고 다시 얘기하자.” “뭐?” 나이란은 멍하니 두 남매의 초조한 얼굴을 보다 마침내 강세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창밖에는 강세훈의 차가 점점 접근하고 있었다. “빨리!” 강세윤은 낮은 소리로 재촉했다. 나이란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낮추고 앞으로 이동해서 맞은편 차량이 다가오기 전에 조수석에 앉았다. 맞은편의 검은색 고급차는 강세윤의 차와 나란히 멈추었다. 조수석의 나이란은 맞은편 차 안의 남자의 미모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무난한 검은색 하이리무진 안에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는 은색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시선을 들어 힐끗 쳐다보자 마치 거대한 산처럼 사람을 위축되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남자의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고 옆에 있는 강세윤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상대방의 위압감은 연예계의 나이 지긋한 다른 대선배보다 더 강했다.아무리 활달한 사
‘세상에! 이런 절세미남이 나한테 말을 걸다니!’ 나이란은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올해 스무 살이에요!” 강세훈은 나이란이 성인이 되었다는 말에 다소 의외였지만 미간만 살짝 찌푸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세훈은 다시 강세윤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은 아직 나이가 어리고 철이 없어서 이런 감정은 끝까지 갈 수 없어. 각자 알아서 잘해.” 강세훈은 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앞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차창이 조금씩 닫히더니 강세훈의 침착한 얼굴을 막았다. 검은색 차량은 시동을 걸어 그들 곁을 떠나갔다. 강연은 웃으며 구석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큰 오빠의 손에서 또 성공적으로 살아남았다!’ 두 남매는 마주 보며 기뻐서 하이파이브를 했다. 옆에 있던 나이란은 두 사람보다 더 흥분해서 말했다. “대박! 연아, 저 사람 네 큰 오빠야? 너무 잘생겼잖아! 성숙하고 목소리도 멋있어. 나 기절할 것 같아. 빨리 인공호흡 해줘!” 옆에 있던 강세윤은 이해할 수 없어 입을 삐죽거렸다. “쯧, 왜 형을 보고는 연이의 오빠라고 질투하지 않는 거지?” “나도 저런 오빠 갖고 싶다.” 나이란은 소리쳤다. 강세윤은 냉소하며 말했다. “하여간 여자란!” “그런데 왜 그런 철없는 감정은 끝까지 가지 못한다고 한 걸까?” 나이란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저런 완벽한 남자도 실연의 상처를 입었었나?” 강세훈의 감정을 말하자 강세윤과 강연의 표정이 모두 어두워졌다. 강연이 설명했다. “큰 오빠가 강씨 가문을 상속받기 전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끝까지 가지 못하고 헤어졌어. 헤어진 후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우리는 오빠가 그 여자에게 별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상속식을 하던 날 밤 술을 마시고 그 여자의 이름을 계속 불렀었어. 그건 오빠가 난생처음 술에 취해서 감정을 들어낸 날이었지. 그 모습을 보고서야 우리는 오빠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일 뿐 마음속으로는 깊이 사랑했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