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은 도련님, 아가씨라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왠지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 들기도 했고 정인월 곁에 있던 진씨 아저씨가 떠오르기도 했다. ‘대체 왜 이런 호칭을 좋아하는 거야.’송민준 역시 도련님이라는 말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그냥 이름 부르세요.”손정숙이 대답했다. “네, 도련님.”“...”송민준은 체념하고 고개를 돌려 유현진에게 소개했다. “여긴 도우미 아주머니이신 손정숙 씨야. 전에 가람이를 보살펴 주시던 간병인이셨어.”유현진이 손정숙에게 인사를 건넸다. 열정적으로 유현진을 맞이한 손정숙은 두 사람을 집안으로 안내했다. 기다리다 못한 송병천은 입구에서 들려오는 엔진 소리에 얼른 두 사람을 맞이하러 나왔다. 유현진이 막 현관에 들어서자 송병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리러 가랬더니, 왜 이제야 돌아오는 거야?”송민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들어가시자마자 데리고 왔어요. 제가 운전한 건 차에요, 비행기가 아니라.”기분이 좋았던 송병천은 대드는 아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유현진을 불렀다. “현진아, 배 안 고프니? 아직 식사 준비가 덜 됐어. 아빠가 직접 깎은 과일이야. 앉아서 먼저 먹어.”송민준이 엉망으로 깎여있는 과일을 보며 쯧 혀를 찼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버지처럼 과일을 낭비하진 않을 거예요.”송병천의 입가가 파르르 떨리더니 욕설을 지껄였다. “이 개자—”욕을 내뱉기 전에, 송병천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유현진과 눈이 마주쳤다. 멈칫하던 그가 말을 바꿨다. “현진이가 개띠라, 강아지 모양으로 깎은 거야.”유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아빠, 저 호랑이띠에요.”“...”“호랑이가 개를 잡아먹으니, 딱이네.”"..."송민준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억지로 말 돌리지 마세요.”송병천이 막 화를 돋우는 아들을 당장 혼내려는데, 서해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현진이, 왔니?”송병천의 웃음이 조금 굳어졌다. 오히려 유현진은 태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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