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441 - Chapter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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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1화

유현진은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녀는 울고불고하며 20여 년간의 서러움을 토해내지도, 송씨 가문으로 돌아와 신분 상승을 이룬 것에 대한 흥분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평온하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심경의 변화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동안 조심스럽게 다가와 준 가족의 사랑과 관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화려한 언변이나 감동적인 서사는 어니었지만 유현진의 말에는 가족과 친구를 향한 고마움이 가득했다. 한태진과 공영선은 눈시울을 붉혔다. 비록 하현주가 유현진을 잘 가르쳤지만 20여 년을 생이별했으니, 마음이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서해금은 위에서 말을 이어가는 유현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콧등에 점 하나만 더 있었다면, 정말 똑같겠어...’“엄마, 올라가서 사진 찍어야지.”송가람의 목소리에 서해금이 생각을 멈췄다. 서해금이 정신을 차리니 이미 유현진이 말을 마친 뒤였다. 한태진과 고영선 그리고 한중웅은 이미 무대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었다.입술을 앙다물던 서해금이 말했다. “가자.”공영선이 입을 열었다. “현진이가 내 옆에 서고 당신은 열이와 민준이 중에서 하나 골라요.”한태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현진이가 내 옆에 서야지. 그 두 놈은 키가 너무 커서 내 옆에 서면 숨쉬기가 벅차다고.”송민준과 한열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편애가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두 어르신이 고집을 꺾지 않자 송민준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몇 장 더 찍으면 되잖아요? 카메라 필름이라도 아끼시려고 그러시는 거예요?”한태진과 공영선이 송민준을 노려보았다. “네 놈이 뭘 알아. 가족사진은 한 장만 걸어야 하잖니.”두 버전으로 사진을 찍었다간 어느 사진을 가족으로 걸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로 언쟁을 벌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애초부터 유현진을 쟁취해야 했다. 한참을 투덕거리던 두 분은 결국 유현진을 가운데 세우고 손자와 외손자를 두분 양쪽에 세웠다. 유현진은 순간 자신이 이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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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2화

‘그럼 지난번 돈 봉투는? 에피타이저 같은 건가?’유현진이 막 거절하려는데 송민준이 말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마음이니까, 받아.”그 말에 유현진은 거절할 수 없어 선물을 받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고마워요.”한준웅도 다가와 선물 박스를 건넸다. “현진아, 이건 나와 외숙모가 준비한 선물이야. 네가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곧 가족들 전부 하나둘 유현진에게 선물을 건넸다. 심지어 12살인 한열의 동생이자 유현진의 사촌 동생인 한승도 선물을 준비했다. 무대에서 내려오기도 전에, 유현진은 이미 가족들의 “마음”을 한 아름 안고 있었다. 송민준이 그녀 대신 선물을 들어주며 나지막이 물었다. “내가 먼저 가지고 있을게. 피로연이 끝나면 네가 선물 리스트를 확인해야지.”유현진이 움찔하더니 물었다. “무슨 선물 리스트요?”송민준이 웃으며 말했다. “넌 이 피로연에 사람들이 그저 구경이나 하려고 온 줄 알아?”송병천은 상권에서는 꽤 지위가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는 성격이 시원시원했고 발이 넓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줬다. 해외로 갔을 때도 그는 국내의 경조사를 전부 챙길 정도였다. 참석하지는 못해도 축의금이나 조의금은 늘 전해주었다. 송병천이 그렇게 많은 축의금을 냈지만 송씨 가문에서는 어떤 연회도 연 적이 없었으니 사람들은 이번 피로연을 통해 송병천에게서 받은 마음을 돌려주려고 할 것이었다. 유현진은 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만약 이 사람들 전부 선물을 준비했다면 그게 다 얼마야...’“좋으면 좋다고 해.”귓가에 송민준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렇게 티가 났나?’송민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강한서가 널 옆에 둘 수 있는 이유겠지.”입술을 짓이기던 유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 이유만은 아니에요. 전 얼굴도 보거든요.”“...”선물을 정리한 뒤 송민준은 유현진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 이때, 송병천은 제임스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송민준과 유현진을 본 그가 그들에게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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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3화

제임스는 유현진을 훑어보았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한국어로 자신과 대화를 나누려는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제임스는 유현진이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현진 씨 말에도 일리가 있네요.”그러더니 제임스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제게 한국어를 하라고 하는 건, 현진 씨가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인가요?”사람들이 하나둘 유현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영어를 잘 못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제임스가 많은 말을 한 뒤에 유현진은 그에게 한국어를 할 수 있는지 물었고 또 한국어를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러니 어쩐지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그녀의 옆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송가람과 비교되니 사람들은 생각했다. ‘친딸이면 뭐 또 어쩔 거야. 오랫동안 밖에서 자랐으니 교양뿐만 아니라 교육도 보는 눈도 딸리는 거겠지.’송병천이 딸을 위해 변명이라도 하려는데, 유현진이 당당하게 인정했다. “영어가 유창하지 못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말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어요.”영어는 당연히 영어가 익숙한 환경에서 연습해야 빨리 느는 법이었다. 하지만 유현진은 토픽 시험을 마친 뒤로는 영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는 강한서가 있었다. 강한서는 평소 해외 고객들과 전부 영어로 통화했고 유현진도 많이 듣다 보니 듣기능력은 제법 제고되었다. 다만 회화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일상적인 대화는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긴 문장을 구사하려면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제임스 이 사람은... 어제 강한서가 유현진에게 팁을 알려주었다. 제임스는 직설적인 화법을 좋아했다. 어차피 상대방이 질문을 던졌으니, 굳이 핑계를 댈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그런 일은 결국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었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다 들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창피한 일이었다. 유현진의 말이 끝나자 서해금이 얼른 설명했다. “현진이는 어렸을 때 저희가 곁에 없어서 가람이처럼 해외 유학을 다녀오지 못했거든요. 국내 교육으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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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4화

제임스는 따지려 파트너를 찾아갔지만 결국 쫓겨나고 말았다. 그는 어떻게 해도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2년간 집에서 피폐한 시간을 보냈다. 아내도 그와 이혼 후 딸을 데리고 그를 떠났다. 하지만 그 파트너는 두 사람의 성과로 새 회사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다. 동창 모임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파트너는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제임스를 비웃으며 그의 모든 노력과 공헌을 부인했다. 그는 초라한 제임스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일은 제임스의 투지를 자극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너무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파트너에게 배신당한 과거를 떠올리며 그는 자신을 다그쳤다. 지금의 여자친구는 바로 두 번재 창업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이었다. 그녀는 제임스와 함께 그의 제일 어두웠던 시간을 함께 견뎌냈고 그에게 많은 격려와 도움을 줬다. 하지만 파트너에게 배신당한 일로 그는 여전히 한국인을 믿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여자친구와 9년째 연애 중이었지만 결혼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파트너가 결과물 갈취해 새로운 회사로 간 것을 원망하는 게 아니었다. 그의 마음을 아프게 건 몇 년간의 우정이 처참히 부서졌다는 것이었다. 파트너는 제임스를 발판 삼아 성공한 뒤 그를 친구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그를 깎아내렸다. 이익 앞에서, 그들의 우정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무용지물일 뿐이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했던가, 그는 사업이 성공한 뒤에도 유독 한국인과의 사업을 추진하기를 꺼렸다. 그의 여자친구는 한국인이었고, 심지어 그 바닥에서도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마침 송민준과 아는 사이였고, 송민준을 제임스에게 소개해준 것이었다. 제임스는 송병천 부자를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슴 한편에 남아있는 경계심은 여전히 그들과의 사업 추진을 보류하고 있었다. 그에게 한국인은 허위적이고 교활하며 인정사정 봐주지 않으며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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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5화

송병천이 제임스의 말에 멈칫했다. 물론 그도 지금의 장소가 마음에 내키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입을 달싹였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서해금이 입을 열었다. “제임스는 모르시겠지만, 이 호텔은 현진이 뜻대로 고른 거예요. 친딸을 공개하는 피로연인 만큼, 저희도 당연히 성대하고 열어 현진이를 모든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었죠. 하지만 아무래도 주인공은 현진이잖아요.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현진이의 의견을 물었고, 여긴 현진이가 직접 고른 호텔이에요. 아무래도 밖에서 자랐으니 현진이에겐 5성급이면 제일 좋은 호텔이었나 봐요. 그리고 이 호텔도 너무 나쁜 건 아니었고, 또 애가 좋아하니까, 현진이 뜻에 따랐죠.”휴지를 꺼내던 송민준의 손이 멈칫 허공에 굳어버렸다. 그의 눈꼬리가 미세하게 처졌다. 유현진은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말솜씨 하나는 정말 빼어나네.’호텔을 고르라고 했을 때부터 이 순간을 기다린 것일지도 몰랐다. 현진이에게 5성급이면 제일 좋은 호텔이었나봐요 라니, 결국 유현진은 시야가 좁고 세상 물정을 몰라 뭐가 좋고 나쁜지도 구분 못 한다는 뜻이었다. 옆 테이블에선 이미 귀를 쫑긋 세우고 이쪽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서해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이곳으로 선택했다 했어. 유현진이 직접 고른 거라잖아. 설마 한주에서 어느 호텔이 제일 좋은지도 모르는 거 아냐? 5성급이면 다 좋은 줄 아나 봐?”“지난번 송가람이 생일 파티를 했던 온천리조트도 여기보다 나아.”“아무래도 유씨 집안 같은 졸부집에서 자랐으니, 식견이 짧은 것도 어쩔 수 없지, 뭐.”“아무리 그래도 강씨 집안 며느리로 3년을 있었잖아. 그 정도 분별력도 없다고?”“백조를 오리로 키우면, 그건 백조일까 오리일까?”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던 고여정이 차갑게 말했다. “모르죠. 하지만 제아무리 오리를 백조처럼 기른다 한들, 결국은 날지도 못하는 오리일 뿐이잖아요. 아무래도 유전자는 못 속이니까.”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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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6화

“현진 씨도 참. 피로연은 현진 씨에겐 중요한 일인데,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어요. 서로 도우면서 사는 게 당연하죠. 가족을 찾은 현진 씨가 이렇게 저까지 신경 써주시고, 전 이미 너무 기뻐요. 아는 사람들이야 현진 씨가 저를 생각해서 이곳으로 피로연 장소를 선택했다는 걸 알고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현진 씨가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다고 할지도 몰라요. 만약 저 때문에 현진 씨가 그런 말을 듣는다면, 제가 너무 미안할 것 같아요.”한참 동안 듣고 있던 제임스는 그제야 피로연을 그랜드호텔에서 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유현진 씨와 호텔 대표가 아는 사이라, 이젠 진짜 가족을 찾았으니 친구 비즈니스를 도우려던 거였군.’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일과 지금의 유현진을 떠올리며 제임스는 순간 자신이 그동안 계속 예전의 그 일로 눈과 귀를 가리고 살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나라든, 어떤 인종이든 모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기 마련이었다. 의리를 저버리고 배신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의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나쁜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의 한국인 여자친구는 제일 어려웠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 그리고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유현진은 가족을 찾아 완전히 신분 상승했지만 여전히 옛정을 잊지 않았다. 그녀의 인품이 어떤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제임스는 생각하더니 미소 지으며 송병천에게 말했다. “미스터 송, 따님이 정말 훌륭한 것 같아요. 마음에 들어요.”제임스는 한국어 표현능력이 뛰어나지 않았던 터라 특별한 단어로 유현진을 칭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음에 든다’라는 말로 그가 유현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 수 있었다. 송병천은 다른 사람이 자기 딸을 칭찬하면 바로 딸 자랑하기를 좋아했다. 그가 쉬지 않고 유현진의 칭찬을 늘어놓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유현진이 생각했다. ‘나와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콩깍지가 너무 씌인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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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7화

유현진은 을 들어 서해금과 짠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 여사님, 감사해요.”유현진은 친절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순간 고맙다는 그 말이 가짜인지, 진심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서해금도 웃으며 자애로운 말투로 말했다. “가족끼리는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넌 병천 씨 딸이니까 나와 가람이 가족이기도 해. 앞으로 집에서 필요한 거 있으면 나에게 말해.”유현진이 시선을 내리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제임스와 인사를 마치고 송병천은 또 유현진을 데리고 다른 테이블로 향했다. 송민준은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유현진은 송병천을 따라다니며 말주변 없는 자신이 괜한 말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현진은 말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 술을 몇 잔 마신 송병천은 완전히 수다쟁이가 되었다. 그녀는 그저 옆에서 인사만 하면 되었다. 누가 유현진을 칭찬하기만 하면 송병천은 옆에서 맞장구쳤다. 모든 테이블을 한 번 돌고 나서야 그들은 다시 무대 중앙으로 돌아왔다. 이때 송민준도 다시 자리로 돌아와 송병천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그러자 송병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말했다. “여러분, 잠시 집중해 주세요.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요.”송병천의 표정을 확인한 서해금은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건 미리 얘기된 부분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집중하자 송병천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오늘 여러분이 귀한 시간 내주셔서 참석해 주신 덕분에 피로연을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현진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어 아버지로서 너무 기쁩니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센트, 그러니까 지금의 caline은 저의 전아내가 창립한 브랜드에요. 전아내가 세상을 뜬 후 제가 caline의 경영을 맡았죠. 딸을 찾았으니, 이젠 엄마의 것을 딸에게 맡기려고 합니다.”잠시 말을 멈춘 송병천은 송민준에게서 서류를 받아 유현진에게 건넸다. “이건 caline의 주식 증여와 브랜드 설립에 관련된 서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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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8화

한씨 가문에는 계열사가 많았다. 두 어르신은 말년에 딸을 잃었으니 회사를 경영할 여력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회사를 보면 자연스레 한아름이 떠오르기도 했으니 회사를 맡을 수가 없었다. 결국 송병천이 한씨 가문과 계약을 작성해 한아름 이름으로 되었던 지분을 사들였다. 그러니 비록 서해금이 caline의 경영에 더 많이 참여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대주주는 여전히 송병천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 지분을 전부 유현진에게 넘기면서 회사에서 유현진과 서해금을 같은 위치에 놓이게 했다. 서해금은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되는 것 같았다. 이건 송병천이 호텔에 대한 불만이자, 유현진에게 주는 보상이었다. 그리고, 송가람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송가람은 이미 여러 번 송병천에게 caline의 임원이 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었다. 하지만 송병천은 늘 송가람의 건강을 핑계로 거절해 왔다. 하지만 지금, 유현진은 먼저 입을 열지 않았음에도 송병천이 먼저 두 손으로 송가람이 그토록 원하던 것을 유현진에게 내주었다. 송가람은 순간 자신이 20여 년 동안 아빠라고 불렀던 사람이 낯설게 느껴졌다. 옆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작게 수군거렸다. “송가람이 caline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어요?”“경영이라뇨. 송가람이 경영진이었으면 송 대표가 다시 유현진에게 줬겠어요?”“caline에 있는 친구에게 들었는데 송가람 씨가 전부터 계속 caline의 임원으로 들어오고 싶어 했대요. 하지만 송 대표가 계속 허락하지 않았었죠. 하지만 이렇게 친딸을 공개하자마자 바로 지분을 선물할 줄은 몰랐네요.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더니, 양딸이 감히 비교나 되겠어요?”“갑자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네요.”“불쌍하긴요. 그동안 송씨 가문 딸 대접을 극진히 받아왔잖아요. 이미 운은 충분히 좋았어요. 우린 우리 처지나 생각하자고요.”...송가람이 주먹을 꽉 움켜쥐고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어둡게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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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9화

유현진이 송병천, 그리고 송민준과 함께 무대에서 내려와 자리에 앉자, 무대의 불빛이 어두워졌다. 곧이어 관현악기 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 갑자기 무대의 조명이 밝게 빛나며 배경도 고전풍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노랫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줄줄이 무대로 올랐다. 노래가 점점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며 판소리의 시작을 알렸다. 익숙한 창법에 정인월이 고개를 들었다. 무대에 오른 사람을 확인하더니 정인월이 잔뜩 흥분해 손자를 잡아끌었다. “은영! 은영이 어떻게 이곳에! 너 이 할미한테 은영 씨가 온다는 말 없었잖니.”강한서는 팔을 잡고 있는 정인월의 손을 내려놓으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나이 드실 만큼 드신 분이 덕질하는 애들처럼 흥분하세요.”정인월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놈 자식이, 누구더러 나이 먹을 만큼 먹었다는 거냐?”만약 집이었으면 정인월은 강한서의 뺨을 한 대 쳤을 것이다. 정인월은 진짜 가족을 찾은 유현진을 보려고 피로연에 참석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국악가의 무대를 보게 될 줄이야. 정인월은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다. 정인월이 강한서를 나무랐다. “네가 일찍 알려줬더라면 오늘 더 꾸미고 나왔을 텐데.”강한서가 말했다. “은영 선생님께서는 아버지보다도 어리세요. 그러니 할머니 같은 늙은 팬이 뭘 입었는지는 관심도 없으실 거예요.”늙은 팬이라는 말에 정인월은 더 이상 참지 않고 자리에 앉아 강한서를 차버렸다. 그러자 강한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도 얘기 못 해?’은영이 무대에 오르는 건 강한서도 모르는 일이었다. 잠시 생각해 보니 아마도 양시은이 모신 것이라 생각되었다. 무대를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역시나 기쁨과 충격에 사로잡혀 있었다. 은영은 이 바닥에서 인기가 꽤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은영이 더 이상 공연을 하지 않을 거라고 공식 발표했으니 그의 판소리를 듣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은영을 모시는 건 돈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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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0화

그 어르신은 자신을 훑어보는 시선을 빤히 쳐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유현진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유현진 앞에 선 어르신이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유현진 씨. 저는 오늘 피로연의 메인 셰프인 장우라고 합니다. 오늘 현진 씨와 가족분들을 위해 피로연을 준비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음식이 현진 씨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어요.”유현진이 얼른 일어나 장우와 악수했다. “안녕하세요. 음식은 정말 최고였어요. 수고 많으셨어요.”정우가 미소 지었다. “현진 씨 피로연을 준비할 수 있어서 제가 영광이죠.”그러더니 정우가 손을 들자 제자들이 곧 밀차에서 음식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장우가 소개했다. “이건 제가 현진 씨를 위해 준비한 음식이에요. 음식 이름은 고진감래에요. 앞으로 현진 씨 삶이 이 음식의 이름처럼 쓴 고생 뒤엔 달콤한 행복만 가득하길 바라요.”“말도 안 돼. 장우? 장씨 가문의 후계자이자 연속 5년 전국 요리 대회 대상 수상자인 그 장우? 장우를 메인 셰프로 모셨다고?”“누구? 누구라고?”“전에 기사에 났던 사람 말이야. 대통령님께서 X국 수상을 모시고 갔던 그 맛집 대표. 당시 장우 님이 직접 요리를 했는데 그 수상이 귀국하고도 계속 음식이 생각나 한 번은 일부러 장우 님을 모셔갔었잖아.”“어쩐지 오늘 음식이 너무 맛있더라니. 역시 셰프 솜씨였어.”“그냥 셰프가 아니라 전국 요리 대회 대상 수상자. 대통령마저도 그리워하는 손맛.”“은영 선생님에 요리 대회 대상이라니. 대체 누가 송씨 가문에서 유현진의 지위가 낮아서 이런 작은 호텔에서 피로연을 한다고 한 거야? 장우 셰프를 모시는 돈만 해도 신라호텔에서 3날이나 묵을 수 있는 가격이라고.”양시은은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역시 어젯밤 새벽까지 동분서주하고 아침 일찍 연락을 돌린 보람이 있었다. 피로연을 그랜드호텔로 정한 터라 장소는 바꿀 수 없었다. 그러니 작은 장소에서 호화로운 피로연을 준비하려면 당연히 다른 곳에 더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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