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천이 제임스의 말에 멈칫했다. 물론 그도 지금의 장소가 마음에 내키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입을 달싹였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서해금이 입을 열었다. “제임스는 모르시겠지만, 이 호텔은 현진이 뜻대로 고른 거예요. 친딸을 공개하는 피로연인 만큼, 저희도 당연히 성대하고 열어 현진이를 모든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었죠. 하지만 아무래도 주인공은 현진이잖아요.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현진이의 의견을 물었고, 여긴 현진이가 직접 고른 호텔이에요. 아무래도 밖에서 자랐으니 현진이에겐 5성급이면 제일 좋은 호텔이었나 봐요. 그리고 이 호텔도 너무 나쁜 건 아니었고, 또 애가 좋아하니까, 현진이 뜻에 따랐죠.”휴지를 꺼내던 송민준의 손이 멈칫 허공에 굳어버렸다. 그의 눈꼬리가 미세하게 처졌다. 유현진은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말솜씨 하나는 정말 빼어나네.’호텔을 고르라고 했을 때부터 이 순간을 기다린 것일지도 몰랐다. 현진이에게 5성급이면 제일 좋은 호텔이었나봐요 라니, 결국 유현진은 시야가 좁고 세상 물정을 몰라 뭐가 좋고 나쁜지도 구분 못 한다는 뜻이었다. 옆 테이블에선 이미 귀를 쫑긋 세우고 이쪽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서해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이곳으로 선택했다 했어. 유현진이 직접 고른 거라잖아. 설마 한주에서 어느 호텔이 제일 좋은지도 모르는 거 아냐? 5성급이면 다 좋은 줄 아나 봐?”“지난번 송가람이 생일 파티를 했던 온천리조트도 여기보다 나아.”“아무래도 유씨 집안 같은 졸부집에서 자랐으니, 식견이 짧은 것도 어쩔 수 없지, 뭐.”“아무리 그래도 강씨 집안 며느리로 3년을 있었잖아. 그 정도 분별력도 없다고?”“백조를 오리로 키우면, 그건 백조일까 오리일까?”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던 고여정이 차갑게 말했다. “모르죠. 하지만 제아무리 오리를 백조처럼 기른다 한들, 결국은 날지도 못하는 오리일 뿐이잖아요. 아무래도 유전자는 못 속이니까.”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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