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선의 안색도 어두워지긴 마찬가지였다.“병천이가 그렇게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니, 일단 들어가 보고 얘기해요.”“미련한 놈인 건 사실 아닌가요?”이때, 옆에 있던 한준웅이 입을 열었다.“아버지, 그만하세요. 이미 예약한 자리니 일단 들어가 보죠.”한준웅의 마누라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그래요, 아버님. 오늘은 좋은 날이잖아요. 마음 가라앉히시고 일단 지켜보세요.”아들과 며느리의 설득에 한태진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풀린 듯했다.호텔에 들어서자 송병천 부부도 일찍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이 호텔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송병천은 서해금에게 따져 물었다.“호텔을 왜 이런 곳으로 예약한 거야?”“전 더 좋은 데 예약하려고 했죠. 근데 현진이가 이 호텔을 고른 거예요. 현진이를 위한 자리이니 현진의 뜻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모든 걸 현진의 뜻에 맞춘 거고요.”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송병천은 유현진이 고른 호텔이라고 하자 입을 삐죽거렸다. 아이의 뜻도 중요하지만 이런 호텔을 예약한 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바로 이때, 한씨 가문의 두 어르신이 걸어왔다.그들을 발견한 송병천이 급히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장인어른, 장모님. 오셨습니까?”한태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편, 공영선은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준비는 다 되었는가?”“네, 장모님.”“병천, 현진이가 송씨 가문의 자식인 건 맞지만 우리 한씨 가문의 자식이기도 하네. 자네가 그 아이의 부친이니 이번 피로연은 자네가 맡아서 하는 게 맞아. 그러나 어떻게 하든 현진이가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하네.”“걱정하지 마세요. 장모님.”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엄청 오네요. 송씨 가문에서 오늘 피로연으로 정한 게 불길한 건지?”주아름은 몸에 묻은 빗방울을 털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새로 들어온 딸이 송씨 가문과 맞지 않는 거 아니에요? 하필 이런 날에 비가 왜 이렇게 많이 오는 건지? 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