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431 - 챕터 1440

2289 챕터

제1431화

공영선의 안색도 어두워지긴 마찬가지였다.“병천이가 그렇게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니, 일단 들어가 보고 얘기해요.”“미련한 놈인 건 사실 아닌가요?”이때, 옆에 있던 한준웅이 입을 열었다.“아버지, 그만하세요. 이미 예약한 자리니 일단 들어가 보죠.”한준웅의 마누라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그래요, 아버님. 오늘은 좋은 날이잖아요. 마음 가라앉히시고 일단 지켜보세요.”아들과 며느리의 설득에 한태진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풀린 듯했다.호텔에 들어서자 송병천 부부도 일찍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이 호텔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송병천은 서해금에게 따져 물었다.“호텔을 왜 이런 곳으로 예약한 거야?”“전 더 좋은 데 예약하려고 했죠. 근데 현진이가 이 호텔을 고른 거예요. 현진이를 위한 자리이니 현진의 뜻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모든 걸 현진의 뜻에 맞춘 거고요.”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송병천은 유현진이 고른 호텔이라고 하자 입을 삐죽거렸다. 아이의 뜻도 중요하지만 이런 호텔을 예약한 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바로 이때, 한씨 가문의 두 어르신이 걸어왔다.그들을 발견한 송병천이 급히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장인어른, 장모님. 오셨습니까?”한태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편, 공영선은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준비는 다 되었는가?”“네, 장모님.”“병천, 현진이가 송씨 가문의 자식인 건 맞지만 우리 한씨 가문의 자식이기도 하네. 자네가 그 아이의 부친이니 이번 피로연은 자네가 맡아서 하는 게 맞아. 그러나 어떻게 하든 현진이가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하네.”“걱정하지 마세요. 장모님.”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엄청 오네요. 송씨 가문에서 오늘 피로연으로 정한 게 불길한 건지?”주아름은 몸에 묻은 빗방울을 털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새로 들어온 딸이 송씨 가문과 맞지 않는 거 아니에요? 하필 이런 날에 비가 왜 이렇게 많이 오는 건지?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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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2화

한씨 가문의 두 어르신은 원래 기분이 안 좋았지만 외손녀가 온 것을 보고는 이내 환하게 웃었다. 두 사람은 유현진과 안부를 주고받았다.유현진은 그들에게 자신의 친구들을 소개해 줬다. 잠시 후, 옆에 있던 송민준이 입을 열었다.“외할아버지, 외할머니. 현진이 데리고 먼저 올라갈게요. 메이크업 받으려면 꽤 시간이 걸릴 거예요.”“얼른 올라가거라. 예쁘게 꾸며서 이따가 손님들에게 잘 보여야지.”공영선은 잡고 있던 유현진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네.”자리를 뜨려 할 때, 서해금을 발견한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위층에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 서해금은 그녀의 눈빛을 되새기며 입술을 깨물었다. 유현진이 자리를 비운 뒤, 호텔 사장인 전 여사가 손님들을 접대하기 시작했다. “어르신, 일단 쉬고 계시죠. 음식들 준비해 두었으니 좀 드세요. 연회는 저녁때가 되어서야 시작할 겁니다. 두 분께서 기다리시기 조금 힘들 수도 있으실 거예요.”전 여사의 정성 어린 접대에 두 사람은 조금 마음이 누그러졌다. 열정적인 전 여사를 보며 다들 호텔을 선정한 일에 대해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송병천은 마음속에 응어리가 생겨 줄곧 얼굴이 굳어있었다 . “여보, 이 일은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현진이의 뜻에만 따르는 게 아니었어요. 어쨌거나 피로연은 우리 송씨 가문과 한씨 가문의 두 집안의 큰 행사인데. 내가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했어요. 지금이라도 신라호텔 사장한테 연락해 볼까요? 돈을 더 쓰더라도 현진이한테 섭섭지 않게 해줘야죠.”송병천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이제 와서 무슨. 장소를 바꾼다고 해도 언제 또 연회장을 꾸밀 거야? 복잡하게 할 거면 차라리 안 바꾸는 게 낫지.”“미안해요. 내 탓이에요.”그의 말에 서해금은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실 송병천은 그녀를 원망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딸아이한테 가장 좋은 것을 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일처리가 깔끔한 서해금이 스스로 호텔을 예약하고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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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3화

“설마 어디 시골에서 데려온 거 아닐까요? 너무 촌스러워서 어디 내놓기 부끄러워 대외에 공표하지 않은 게 아닌지?”“글쎄요. 호텔은 별로지만 연회장 인테리어를 보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뭔가 다른 생각이 있겠죠.”“미운 오리 새끼가 하루아침에 백조가 되다니. 참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시나리오네요.”“그건 아니죠. 미운 오리 새끼가 처음부터 백조였으니까.”“이 친딸이 송가람의 지위에 영향을 줄까요?”“글쎄요. 송씨 가문은 원래 아들보다도 딸들을 그렇게 중히 여긴대요. 송가람이 집안에서 송민준보다 더 대우받고 살잖아요. 양딸도 그런데 하물며 친딸은 얼마나 더 귀하게 여기겠어요?”“송가람은 송씨 가문의 딸로 20년 넘게 살았어요. 20년이라면 키운 정이 얼만데요. 게다가 딸로 얼마나 많은 총애를 받고 자랐나요. 난 친딸이 와도 송가람의 자리를 빼앗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송씨 가문이 아니더라도 한씨 가문도 있잖아요. 어쨌든 인생이 환하게 폈네요.”...한편, 한성우가 술잔을 들고 강한서를 찾아갔다.“방금 너희 작은외삼촌이 호텔 때문에 하마터면 현진 씨 아버님이랑 싸울 뻔했다고 하던데.”“작은외삼촌? 한준웅?”그의 말에 한성우가 고개를 끄덕였고 강한서는 의하한 표정을 되물었다. “언제부터 친해진 거야? 그런 얘기까지 다 듣고?”한성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인격이 매력이랄까? 우리 두 사람 꽤 대화가 잘 통해. 아까는 나한테 동생이라고 부를 뻔했어. 하도 옆에서 사모님이 말리는 바람에 결국은 못 했지만. 안 그러면 너 나한테 삼촌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몰라.”“꺼져.”“대신 소식 좀 알아봐 줬더니 꺼지라고?”한성우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이어갔다.“이 호텔 말이야. 네 와이프가 새어머니한테 당한 거지? 참 대단한 분이야. 당사자에게 직접 선택하게 하고는 자신은 이 일에서 쏙 빠진 거잖아.”“전 여사라는 사람도 되게 똑똑한 사람인 것 같아. 연회장을 이렇게 꾸민 걸 보면. 그러나 아무리 꾸민다고 해도 호텔 레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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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4화

정인월을 생각하면 자꾸만 자신이 강씨 가문에서 쫓겨났던 일이 떠올라 원망밖에 들지 않았다. 그녀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네 할머니가 날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니까 귀찮게 안 하는 게 좋겠어. 이번에 송씨 가문에서 찾은 친딸을 넌 본 적 있어?”강민서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오빠는 봤어요.”“한서는 봤다고? 뭐라고 했어?”송씨 가문에서 찾은 친딸에 대해 다들 많이 궁금해했고 강민서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그날 송민준과 강한서가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을 듣다가 왜 강한서가 송씨 가문의 피로연에 대해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 한 마디 물어봤었다.강한서가 자신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예쁘고 마음씨도 착한 여인이야. 이제 보면 너도 알게 될 거야.”신미정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네 오빠가 정말 그런 얘기를 했다고?”고개를 끄덕이는 강민서를 보며 신미정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입이 무거운 아들이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칭찬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짧은 말이었지만 그가 이 송씨 가문의 친딸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아들과 송가람에게 만남을 주선해 주었지만 그는 전혀 별다른 뜻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 송씨 가문의 친딸에 대해 이렇게 높이 평가하는 걸 보면 그 여자에 대해 아들이 마음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신미정은 기뻤고 마음속으로 강한서가 송가람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가짜 딸을 집안에 들였으면 얼마나 큰일인가?이따가 어떻게 하면 송씨 가문의 친딸과 친분을 쌓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중 귓가에서 송가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머니.”신미정은 고개를 돌리고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신미정의 속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송가람은 그녀에게로 다가와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저쪽에 금방 나온 디저트가 있어요. 저랑 함께 가요.”그녀는 담담하게 거절했다.“아니야. 요즘 혈당이 높아서 단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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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5화

“근데 송씨 가문에서 이 자리에 널 초대한 걸 보면 요즘 네 표현이 좋았나 보다.”“현진이가 집안사람들한테 똑똑히 말해두었거든요. 저와의 사이를 허락하지 않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그가 아주 자랑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잠깐 침묵하던 정인월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아직 연회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취한 거니?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현진이가 널 달래는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어떡해?”물론 강한서도 진심으로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그저 한바탕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늙은이의 눈은 못 속인다고 그가 유현진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할머니가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마음이 조금 아팠다. “한서 오빠.”갑자기 뒤에서 송가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칫하던 강한서가 돌아서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정인월도 자세를 가다듬고 단정하게 앉았다. 송가람은 은은한 블루 컬러의 롱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부드러운 포니테일을 하고 있었다. 목에는 화려한 디자인의 블루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하고 있었고 귀에도 같은 스타일의 블루 다이아가 박힌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기품 있는 메이크업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한껏 끌어올렸다. 가냘픈 허리에 늘씬한 몸매, 스타일리쉬한 그녀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오늘 밤도 역시 그녀는 눈부신 존재였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가 정인월을 향해 다정하게 입을 열였다.“할머니, 언제 오셨어요?”정인월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방금 도착했어. 가람이 오늘 정말 예쁘네.”그녀의 말에 송가람은 부끄러워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여동생을 찾은 걸 축하하는 자리잖아요. 가문의 큰 경사이니 당연히 예쁘게 차려입어야죠.”유현진은 그녀보다 3개월 어렸고 나이로 따지면 그녀한테는 여동생이었다. 정인월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방금 네가 걸어올 때 정말 빛이 났어. 이 늙은이가 눈이 안 좋아서 처음에는 널 알아보지 못했지 뭐야. 이렇게 고귀한 모습의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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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6화

‘왜 강민서랑 날 비교하는 거지?’그녀가 입을 열려는 찰나 정인월이 말을 이어갔다.“가람아, 넌 가서 손님 접대해.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오늘은 손님이 많으니까 송씨 가문의 일을 그르치지 말거라.”“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할머니,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절 부르세요.”정인월은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그래, 얼른 가봐.”송가람이 자리를 뜬 후, 정인월은 테이블 위에 있는 간식을 먹으며 입을 열었다.“가람이가 꽤 세심한 아이인 것 같아.”이 간식들은 모두 그녀가 평소에 즐겨 먹던 것들이었고 미리 알아본 게 아니라면 이런 것을 준비했을 리가 없었다. 정인월은 지금껏 살면서 별의별 사람들을 다 봐왔었다. 송가람이 자신을 앞쪽 테이블로 데리고 가려고 할 때 그녀는 송가람이 만만치 않은 계집애라는 걸 눈치챘다. 앞쪽 테이블들은 송씨 가문과 한씨 가문의 사람들 그리고 서해금 쪽의 친인척들이 앉는 자리였다. 만약 한서와 현진이가 이혼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자연히 앞쪽 테이블에 앉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의 관계는 대외적으로 비밀이었다.만약 그녀가 송가람의 뜻에 따라 앞쪽 테이블에 앉는다면 분명 사람들에게 한서와 송가람 사이에 대해 오해를 받게 될 것이다. 정인월은 똑똑한 아랫사람들을 좋아하지만 마음 씀씀이가 못된 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송가람은 어릴 적부터 강한서를 쫓아다녔고 민준이와 함께 집으로 놀러 와서도 무의식적으로 강서한에게로 시선을 돌렸었다. 처음에는 그저 어릴 때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 아직도 마음이 식지 않을 줄을 몰랐다. 강한서가 누구와 결혼하는지 어떤 집안의 딸과 결혼하는지 정인월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한서의 마음이었으니까.때문에 송가람을 차갑게 거절한 건 그녀가 송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어서가 아니었다. 정인월이 강한서를 힐끗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네놈이 인기가 많네.”그녀의 말투를 들어보면 전혀 칭찬 같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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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7화

“넘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저렇게 뻔뻔스럽게 꼬리치는 걸 두고만 볼 수는 없잖아. 두 사람이 사이좋게 지내는 데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서 꼬치 쳐봐. 얼마나 밉겠냐? 저 여자가 허튼짓 못하게 내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 남의 남자는 뺏는 게 아니라고 단단히 일러주면 좋겠는데.”한성우는 가슴이 싸늘해졌다. 사귀는 사이지만 남자친구인 그는 이 여자 앞에서 전혀 존재감이 없는 듯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보다도 절친이 더 중요한 것 같았다. 예전에 사귀던 여자들은 행여나 그가 다른 여자와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봐 걱정하곤 했었다. 사귀면서 바람을 피운 적은 없지만 워낙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 그를 좋아하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다른 여자와 말을 섞으면 전 여자친구들은 질투심에 불타서 그와 자주 다투었다. 근데 이번에 이 여자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고 심지어 다른 여자에게 그를 양보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관대했다. 차미주를 강요해서 먼저 자신에게 고백하라고 한 건 맞지만 그녀가 그렇게 자신을 좋아하지 않은 줄은 몰랐다. 그냥 호감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 다른 사람을 찾아 그녀를 자극하고 그녀와 애써 거리를 두면서 그녀가 자신에 대한 마음을 깨닫게 했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는 느낌에 한성우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반응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차미주는 사람들이 송가람을 둘러싸고 그녀에게 아부하는 걸 보고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또 허풍 떨고 있는 거겠지.”말을 하면서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았다.“가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들어봐야겠어.”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자마자 한성우가 그녀의 팔목을 잡아당겼다. 한성우가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둑아. 너...나 좋아하긴 해?”차미주는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갑자기 왜 그래?”그는 그녀의 손을 내리며 정색하며 말했다.“똑바로 대답해 봐.”그의 이런 모습에 차미주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안 좋아하는데 왜 당신이랑 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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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8화

고개를 돌리자 한껏 멋을 부린 한 남자가 송가람의 옆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은 바로 송가람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도휘였다.송가람이 손을 뻗어 귀걸이를 만지려는데 이도휘가 그녀를 말렸다.“내가 할게요.”그는 송가람의 귀걸이를 정리해 주고는 그녀의 귀밑머리도 정리해 줬다.“바로 옆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날 불러요.”그의 말에 송가람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도휘가 자리를 뜬 후 사람들이 다시 수군대기 시작했다.“저 사람 이도휘 씨 맞죠? 업계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어쩐지 오늘 송가람 씨의 메이크업이 달라 보인다고 했어요. 이도휘 씨의 솜씨였군요. 역시 최고의 아티스트는 솜씨가 다르네요.” “이도휘 씨 예약 잡기 엄청 힘들다고 하던데. 전에 친구가 생일 때 메이크업 예약하려고 한 것도 결국은 실패했어요.”“가람 씨 오늘 메이크업 정말 예뻐요. 이따가 송씨 가문의 친딸이 가람 씨 옆에 서면 가람 씨의 미모에 묻히고 말겠는데요.”“송가람 씨가 이렇게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모셨으니 그분도 이도휘 씨 못지않은 사람으로 모셨겠죠.”“이도휘 씨는 업계에서 최고예요. 이도휘 씨보다 더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없을 거라고요.”이때, 송가람이 입을 열었다.“파티 메이크업일 뿐이에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건 송씨 가문의 피로연이었다. 친딸이 찾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만약 송가람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보다 못하면 이건 정말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 이런 수준 이하의 호텔을 정한 것도 모자라 업계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초대하지 못한다면 기른 정이 낳은 정보다 더 깊다는 걸 말해주는 꼴이 아니겠나? 아무리 친딸이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송가람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옆에서 몰래 듣고 있던 차미주는 핸드폰을 꺼내 녹음된 오디오를 유현진에게 보내줬다. 그러고는 이내 일부러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여기 지금 엄청 시끄럽고 난리니까 오지 마.”그녀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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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9화

문자를 확인한 차미주는 아무 말이 없었다.‘이 빌어먹을 자신감은...’한편, 송병천은 환한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현장에 와서 축하를 전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돈봉투라도 쥐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내가 죽은 후, 20여 년 동안 오늘이 그에게 있어서는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걸어오다가 갑자기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남자가 강한서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흠칫하던 송병천은 급히 다가가 말을 걸었다.“제임스 씨?”그의 말에 그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오뚝한 콧날, 깊은 눈매를 가진 그 남자는 송병천을 발견하고는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으며 영어로 그와 인사를 나누었고 송병천에게 악수하였다. 제임스는 얼마 전 그와 사업 얘기가 오고갔던 북미 쪽의 한 고객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과 사업을 할 생각이 없었던 제임스였기 때문에 그 사업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제임스는 기획안을 보는 것조차 거부했고 그들과 대화를 나눌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얼마 전, 송민준이 외국에 자주 간 것도 이 일 때문이었다. 도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은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하였다.그는 제임스가 최근 여자친구와 이곳에서 여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초대장을 보냈다. 사실 제임스가 참석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었다. 다만 사업 파트너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자주 만나다 보면 친구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송씨 가문에서 친딸을 찾게 된 일에 대해 송병천은 온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러니 제임스한테까지 그 얘기를 한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그는 상대방이 정말로 초대에 응할 줄은 몰랐다. 이곳에 온 손님이니 송병천은 당연히 환영이다. 제임스는 강한서에게서 딸아이의 얘기를 들었다고 하면서 자신도 하마터면 아이를 잃을 뻔한 적이 있어 송병천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송병천은 조금 의외였다. 한편, 강한서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별다른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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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0화

신미정의 자리는 뒤쪽에 있어서 한참을 비집고 나와야만 송민준이 데리고 나온 여인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여인의 실루엣이 왠지 낯익다는 생각이 들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 여인이 고개를 들자 깜짝 놀란 신미정은 소리를 질렀다.“유현진?”쥐 죽은 고요하던 장내에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크게 울려 퍼졌다. 흠칫하던 유현진이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무대 아래를 훑어보았다. 한편, 유현진의 담담한 눈빛을 마주한 신미정은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떻게 유현진이야? 이게 무슨 일이냐고?’강한서와 유현진을 갈라놓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건만 결국 아들을 위해 찾은 송씨 가문의 친딸이 바로 자신이 쫓아낸 전 며느리였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신미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강민서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신미정을 부축하며 입을 열었다.“엄마, 괜찮아요?”신미정은 예전에 유현진에 대한 자신의 온갖 악행과 송씨 가문의 친딸에게 아부했던 일들이 떠올라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송씨 가문에서 만약 자신이 유현진에게 약을 먹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어찌 나올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엄마?”옆에 있던 강민서가 또다시 그녀를 불렀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신미정은 급히 입을 열었다.“나 좀 피곤해서 그러는데. 먼저 갈게.”말을 마친 그녀는 강민서가 뭐라 하기도 전에 황급히 자리를 떴다. 멀지 않는 곳에서 신미정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전 여사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다가가서 한껏 조롱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한편, 송민준은 유현진의 손을 잡고 무대 위에 서 있었고 송병천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자신의 딸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며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아이가 바로 제 딸입니다. 많은 분께서 이 아이를 알고 있거나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 아이에게 어떤 신분이 있든지 오늘 이 자리에서 이 아이는 단지 이 송병천의 딸일 뿐입니다.”“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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