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오후에 회사 임원이랑 회의 있다며? 지난번에 이미 한 번 미뤘는데, 이번에도 미룰 수 있어?”멈칫하던 강한서가 말했다. “그럼, 내일 같이 가.”“그래, 그럼.”강한서는 오늘따라 유난히 고분고분한 유현진에 의구심이 들 때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디 가서 하는지 알아? 절차는? 누구한테 부탁해야 하는지는? 그 부서 사람들, 까다롭다고 하던데, 만약 그 사람들이 기분 나쁘게 얘기하면 화내지 않겠다고 다짐할 수 있어?”유현진이 질문을 하나 던질 때마다, 강한서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주강운은 널 도와줄 수 있고, 난 도와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유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난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야. 넌 반도체 산업 연구 개발에서는 최고잖아. 인공 지능 로봇이든, 드론이든, 내 남편과 비교가 되겠어?”강한서의 유현진의 아부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특히 “내 남편”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는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내 능력을 알면서도 주강운을 찾아가겠다?”유현진이 살풋 웃음을 터뜨렸다.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있잖아. 넌 비록 돈 버는 데는 일가견이 있지만, 인간관계를 처리하는 방면엔, 강운 씨가 더 낫지.”강한서가 불퉁하게 말했다. “내가 어딜 봐서 못하다는 거야?”“이것 봐. 내가 말하자마자 화내잖아. 넌 성격이 너무 세. 회사에서도 제일 애쓰고 수입도 제일 좋은 건 너희 팀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엔, 넌 둘째 삼촌보다 못하잖아.”강한서가 반박하려 하자 유현진이 얼른 말을 이었다. “네가 빌붙으려는 사람 싫어하는 거 알아. 편 가르는 거 싫어하는 것도 알고. 하지만 사회는 원래 정이 있는 곳이잖아. 너무 융통성 없이 정하면 안 돼.”“내가 강운 씨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건, 강운 씨가 발이 넓고 사람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야. 변호사라 이런저런 사람과 많이 만나봤잖아. 특히, 공직에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불필요한 번거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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