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201 - 챕터 1210

2303 챕터

제1201화

백혜주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녀는 양시은에게 휙 시선을 돌렸다.‘여기에 왜 CCTV가 있어?’결혼식장을 꾸밀 당시, 그녀는 분명 이곳을 여러 번 확인했었다. 식물이 무성하여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좋은 장소였다. 물론 CCTV도 없어 손을 쓰기 제일 좋은 곳이었다.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백혜주는 일부러 정원 관리사에게 용호 공원 근처에 있는 모든 CCTV의 위치를 물었다. 이곳에 CCTV가 없다는 것을 백혜주는 확신했다. 하지만, 양시은은 왜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걸까?백혜주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시은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제가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건가요?”양시은은 억울할 표정을 지었다.“혜주 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용호는 저희가 제공한 장소예요. 고객님이 만약 이곳의 설비 문제로 사고를 당하면 저희가 책임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곳곳에 전부 CCTV를 설치했어요. 전 그저 두 분이 서로 다른 입장이니 CCTV를 확인하자고 제안한 것뿐이에요. 그게 어떻게 혜주 씨를 의심하는 거겠어요?”최연서도 얼른 눈치를 채고 울먹거렸다. “대표님, 정말 제가 밀지 않았어요. 사모님이 절 여기로 부르셔서 몇 마디 나누었을 뿐인데, 갑자기 사모님께서 절 끌고 난간 밖으로...”유현아가 급히 최연서의 말을 끊었다. “닥쳐! 네까짓 게, 지금 이 상황에 아직도 다른 사람한테 뒤집어씌우려고 들어?”한성우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CCTV도 확인하지 않았는데, 현아 씨는 이분이 사모님을 밀었다고 확신하는 거예요?”유현아가 이를 갈며 말했다. “우리 엄마 임신했어요. 계단 올라가기도 버거워하는 임산부가, 어떻게 사람을 밀겠어요?”한성우가 여유롭게 말했다. “그러게요. 계단 올라가는 것도 버거워하는 고령 산모이신 사모님이, 어떻게 이렇게 높은 곳에 왔을까요? 설마 이분이 사모님을 굳이 여기까지 안고 와서 밀어버린 건가요?”멈칫하던 유현아가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 “무슨 뜻이요? 설마 우리 엄마가 저 계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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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유상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다행히 앰뷸런스가 도착해 얼른 백혜주와 최연서를 병원으로 옮겼다. 유현진의 계획은 이제 겨우 절반밖에 성공하지 못했으니 그녀도 핑곗거리를 찾아 자리를 떠야 했다. 그녀는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강한서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남산 병원으로 가자. 거기 의료시설이 더 좋아. 내가 준비해 두라고 할게.”그는 유현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현진아, 어머님 유품도 아직 그곳에 있어. 내가 정리해 두라고 할 테니까, 같이 가서 가져올래?”유현진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 “정리하라고 시키실 거면, 그냥 택배로 보내시지 그러세요?”강한서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냥 그 핑계로 너 한 번 더 보려고 그러지.”강한서의 말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너무 질척거리잖아...’한 무리 사람들이 남산 병원으로 들어섰다. 유현진과 일행은 민경하가 운전한 차로 함께 이동했다. 차에서 차미주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까 백여우가 앰뷸런스에 실려 갈 때, 걔 동생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있는 거 봤어? 배 속의 애가 자기 애라도 되는 듯 말이야.”아무도 차미주의 말을 받아치지 않자 당황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왜 그래? 내가 뭐 틀린 말 했어?”한성우가 차미주의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너 못 알아본 거야? 지난번 백혜주가 병원에 검사하러 갔을 때, 너 내 차에서 백혜주랑 어떤 남자가 다정하게 있는 거 봤었잖아. 그 남자가 바로 그 동생이야.”“아니야. 차에 있던 그 사람은 백혜주 내연남이고, 아까 그 사람은 동생...”멈칫하던 차미주가 갑자기 욕을 지껄였다. “제길!”“백여우 동생이 바로 그 내연남이었어? 바로 눈앞에서, 간도 크네. 어쩐지 아까 또 다른 백현석이 나타났을 때 그렇게 긴장하더라니. 유상수는 정말 제대로 배신당했네.”차미주의 말에 차 안엔 정적이 흘렀다. 강한서가 유현진에게 물었다. “정자 쪽에 정말 CCTV가 있어?”유현진이 나지막이 대답했다. “원래는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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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강한서는 최연서를 신경 쓰지도 않았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유현진을 위로했다. “괜찮아. 곧 병원에 도착해. 나중에 의사에게 제대로 검사하라고 할게.”유현진은 피어오르는 걱정을 억누르며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곧 병원에 도착했고 유상수는 문을 열고 들어서며 최연서를 산부인과로 데려다 달라고 소리쳤다.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두 아들 중, 하나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야 했다. 강한서의 지시로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층의 수술실로 보내졌다. 어찌 되었든 유상수는 백혜주의 남편이었고 아무리 최연서 뱃속의 “아들”이 걱정된다 해도 지금은 백혜주 수술실 앞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유상수는 대체 강한서를 얼마나 친근하게 생각한 것인지, 그에게 최연서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최연서는 병원에 도착하고부터 구토를 멈추지 않았다. 의사도 여러 검사를 해봤지만 문제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더니 곧 최연서가 하혈하는 것을 발견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현진과 강한서는 의사의 말에 당황하고 말았다. “임신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피가 나요?”의사도 당연히 환자가 임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니 의사는 대답 대신 다른 질문을 건넸다. “환자분이 뭘 먹었는지 아실까요?”유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어요. 식중독이에요?”의사가 입술을 짓이겼다. “식중독은 하혈을 일으키지 않아요. 복통과 구토를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미페스테론, 미소프로스톨과 같은 약물을 복용했을 것으로 의심됩니다.”유현진이 놀라며 물었다. “그게 무슨 약이죠?”“유산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에요. 지금 환자분 증상은 제가 전에 진료했던 다른 환자분의 증상과 비슷해요. 방금 채혈해 검사하러 갔어요. 구토물도요. 곧 원인을 알 수 있을 겁니다.”의사의 말에 유현진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서가 어떻게 그런 약물을 복용한 것인지 유현진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만약 의사의 추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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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내가 얘기 안 했나? 백혜주, 우리 엄마가 후원하던 학생이었어. 그 중 유일하게 입시에 떨어져서 산업대학에 들어갔던 학생이기도 했고.”입시에 떨어졌던 원인은 그 당시 유상수를 만나느라 학업을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산업대학도 당시로는 너무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었다. “백혜주는 의학지식이 있는 사람이야. 내 기억으론, 엄마는 몸에 이상이 없었는데도 계속 임신이 되지 않았어. 시험관 시술에 한 번 성공했지만 얼마 못 가 유산했지.”강한서는 그 순간, 유현진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눈치챘다. “넌 백혜주가 어머님에게 손을 썼다고 생각하는 거야?”유현진이 고개를 들었다.“네 생각은 어때?”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처방 약은 아무 곳에서나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특히 낙태약 같은 건, 잘못 복용하면 의료사고가 날 수도 있어.”그러니 최연서가 복용한 약은, 백혜주가 아는 사람을 통해,불법적인 루트로 손에 넣은 것일 수 있었다. 지금도 가능한 일이라면 전에도 당연히 약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백혜주가 그 약을 어디서 구한 것인지 알아낼 수만 있으면 당시 하현주의 유산이 백혜주에 의한 것인지도 알아낼 수 있었다.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 “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볼게. 만약 정말 백혜주가 한 짓이면, 그 죗값까지 치르게 하면 돼.”바로 그때, 차미주가 계단으로 내려오며 소리쳤다. “백여우 유산했대.”한성우가 그런 차미주를 뒤따르며 말했다. “인간아, 목소리 좀 낮춰.”차미주가 얼른 입을 틀어막았다. 요리조리 눈치를 보더니 그제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여우 배 속에 있던 아이, 유산됐대. 간호사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남자아이라고 하더라고. 네 그 멍청한 아빠는 지금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 넌 모를 거야. 지금 자기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통곡하며 울고 있다니까.”유현진과 강한서가 눈을 마주치더니, 강한서가 말했다. “가볼래?”유현진이 말했다. “내가 가는 건 좀 그렇지 않아? 백혜주가 의심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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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흠칫 몸을 떨던 백혜주는 무의식적으로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유상수는 그녀를 등지고 있었던 터라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다. 이제 막 아들을 잃은 유상수는 CCTV를 볼 마음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괜찮아요, 시은 씨. 괜한 걸음 하셨네요.”양시은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한 번 보시죠, 대표님. 저도 사업하는 사람이라,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은 피하고 싶거든요. 터놓고 얘기를 끝내야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겨 대표님께서 저를 찾아오는 일이 없죠.”모두 사업하는 사람이라 유상수도 양시은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는 양시은의 말에 아무런 의심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백혜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양시은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오지랖을 부리는 양시은을 원망했다. 유현아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모님,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지 않나요? 저희 엄마, 방금 수술 마쳤어요.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해요.”수술을 마쳤다는 말에, 양시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유현아는 양시은이 눈치껏 자리를 피할 줄 알았지만 양시은은 오히려 말했다. “그럼 더더욱 CCTV를 확인해야죠. 아이가 왜 떠나게 된 건지, 모르고 지날 수는 없잖아요.”양시은의 집요함에 유현아는 혈압이 오르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은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시비를 걸려고 온 건가?’그러나 유상수는 오히려 양시은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유산된 것이 남자아이라는 생각만 하면 그의 분노는 무서운 속도로 끓어올랐다. 그는 대체 누가 자신의 아들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 꼭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상수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부탁드리죠, 시은 씨.” 양시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 저도 책임져야 하는 일은 피하고 싶기도 하고요.”그러더니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CCTV 영상을 유상수에게 보여주었다. 백혜주는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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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에이~ 전 그냥 이상해서 하는 말이에요. 그런 뜻은 없었어요.”말이 오가는 사이,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강한서 일행이었다. 연기하는 사람 한 명, 구경꾼 세 명이었다. “유 대표님, 최연서 씨 태아를 살리기 위해 보호자 사인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대표님께서 가족분께 연락 좀 해주시죠.”유상수는 깜짝 놀라 굳어버렸고, 백혜주가 먼저 충격에 휩싸여 입을 열었다. “어떻게 유산이 안 됐을 수 있어요?!”유상수는 “아들이 살아있다”는 기쁨에 백혜주가 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유현진이 고개를 들어 백혜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줌마는 꼭 최연서 씨가 유산됐다고 확신하시는 것 같네요?”백혜주는 순간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얼른 침착한 척 하며 입을 열었다. “내 아이는 죽었는데, 걘 뭔데 아무 일도 없는 거야?”유현아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람들에게 반감이 들었다. 특히 유현진에게 말이다. 그녀는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말했다. “넌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왜 왔어?”유현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다른 사람 결혼에 끼어들어 내연녀가 되었던 인간이, 이젠 그 인간 결혼 생활에 내연녀가 나타났다는데, 내가 구경하러 왔겠지, 설마 병문안이라도 왔겠어?”“이 년이...”강한서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더니 손을 들어 테이블 위에 있던, 이미 다 맞은 링거를 던져버렸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링거는 정확하게 유현아의 발 옆에서 터졌고, 액체가 유현아의 발 옆 여기저기에 튀었다. 상황 파악도 못 한 유현아의 귓가로 강한서의 냉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한테 욕지거리야?”유현아는 깜짝 놀랐고, 당장 입 밖으로 내뱉으려던 육두문자가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그녀는 입을 뻐금거리더니, 결국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막 아래층에서 입원 수속 절차를 마치고 돌아온 유현아의 남자친구 지정욱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당하고 있는 모습에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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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강한서는 시선을 돌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아이는 아직 괜찮아요. 하지만 최연서 씨가 너무 많은 양의 약물을 복용해서, 언제든 유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의사가 최대한 아이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했어요.”유상수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약물? 무슨 약물?”유현진이 심드렁하게 백혜주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백혜주는 약물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강한서도 굳이 숨길 것 없이 말했다. “약물 유산에 쓰이는 약이요.”“유산?”유상수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연서는 넘어진 거잖니?”강한서가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그건 직접 의사한테 물어보시죠. 저도 잘 모르니까요.”어떤 말은 굳이 그들이 많이 할 필요는 없었다. 아무리 멍청한 머리라도, 의심하게 될 테니까. 최연서의 주치의가 곧 다가와 유상수에게 최연서의 상태를 설명했다. 의사를 설명을 들을수록 유상수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상황을 전부 설명한 의사가 말을 이었다. “최연서 씨에게 물었더니 전에 유산용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해요. 다만 오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맛이 이상한 주스를 마셨다고 하더라고요. 주스가 상한 줄 알고 많이 마시지는 않아, 다행히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은 것 같아요.”잠시 머뭇거리던 의사가 말했다. “유 대표님, 만약 누군가 이 약물을 결혼식장에 탄 거라면, 사모님께서도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모님이 유산하신 것도 그 약물 때문일 가능성이 있어서요.”의사의 말을 듣자마자 백혜주는 최연서가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가 얼른 입을 열었다. “약물 유산용 약은 미페스테론과 미소프로스톨, 두 가지가 있잖아요. 하나는 뱃속의 태아를 죽이는 거고, 다른 하나는 자궁수축을 촉진해 태아를 체외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하는 건데, 이 두 가지 약물을 하루에 복용한 게 아니라면, 누가 그 두 가지 약물을 탈 능력이 있겠어요?”의사가 멈칫하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전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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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백혜주는 심장이 꽉 조여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백혜주는 유상수의 손을 잡고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 아이는 당연히 우리 아이죠.”유상수가 냉소를 지었다. “그래? 수술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직 미처 처리하지 못했을 텐데, 친자 확인이라도 해볼까?”백혜주는 움찔 손가락을 떨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오빠, 저 못 믿어요?”유상수는 여전히 냉담한 태도로 말했다. “내가 널 너무 믿어서, 그래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너한테 놀아났잖아.”그러더니 유상수는 백혜주를 뿌리치고 성큼성큼 병실을 나갔다. 유현진은 병실 문에 기대어 서서 느긋한 태도로 병실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걸려있었다. “얼마나 감정이 깊은 커플인가 했더니, 그저 이 정도였네요.”백혜주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꾸민 짓이야?”유현진이 고개를 들었다. “차라리 제가 한 짓이었으면 좋겠어요, 전. 저였다면, 애초부터 아줌마 내연남을 유상수 앞에 데려다 놓았을 거예요. 지가 얼마가 눈이 어두운 멍청한 놈이었는지 알라고요.”유현진의 냉담하고 분노에 가득 찬 말에, 백혜주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대체 유현진과 관련이 있는 일이 맞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너랑 상관없는 일이라면, 넌 왜 결혼식에 나타난 거야?”유현진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 “유상수가 말 안 해요? 사실 오늘 두 분 결혼식에서 절 양녀로 받아들인다고 공개할 생각이었어요. 비록 제가 원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에요. 아줌마 기분을 나쁘게 만들 수 있다면, 전 상관없었거든요. 하지만 아줌마가 내연녀를 상대할 일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하늘도 그렇게 무심하지는 않나 봐요.”유현진의 말을 들은 백혜주의 얼굴은 역시나 일그러졌다. “이 계집애가!”강한서가 또 링거를 집어 들자 유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너 그러다 사람이라도 다치면, 다 네가 책임져. 나랑은 관계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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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사모님이 오늘 어쩌다 풀이 죽은 강아지처럼 고분고분하시지?’게다가 강한서는 어쩐 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조금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민경하는 조금 전 한성우에게서 두 사람이 얼마나 호흡이 잘 맞았는지 들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어쩐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라니?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들리네.”강한서가 차갑게 말했다. 유현진이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그런 거 전혀 아니야. 완전 진심이야.”강한서가 콧방귀를 뀌었다.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유현진이 강한서 앞으로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애교부렸다. “대표님, 저랑 연기하느라 힘드셨죠? 다리 좀 주물러 드릴까요?”강한서는 유현진을 힐끔 쳐다보더니 다리를 유현진 쪽으로 움직였다. 유현진이 얼른 강한서의 다리를 주물렀다.그 모습에 민경하는 눈을 떼지 못했다. ‘대표님이 갑자기 이런 대접을 받는다고?’“꾹꾹 좀 눌러봐. 밥 안 먹었어?”강한서가 불만스럽게 요구를 제출했다. 유현진이 빠득 이를 갈았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그래, 잘못은 내가 했으니까.’이 질투쟁이에게 이런 위세도 부리지 못하게 했다간 나중에 더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그녀는 강한서의 비위를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래. 꾹꾹 눌러줄게~”유현진은 눈꼬리가 휘도록 예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될까요, 대표님?”강한서가 “흥”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뭐, 그럭저럭.”추석이 지난 뒤라, 날씨는 점점 쌀쌀해졌다. 하지만 유현진의 콧등에는 땀방울이 맺혔고, 그걸 본 민경하가 눈치껏 에어컨을 틀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유현진이 얼른 말했다.“민 실장님, 에어컨 꺼주세요.”민경하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사모님 안 더우세요?”유현진이 머리를 가로저었다. “안 더운 게 아니라, 전 그럴 자격이 없어요. 대표님께서 이렇게 절 위해 연기하시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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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유현진은 강한서를 노려보았다.“고마운데, 전혀 위로가 안 됐어.”그러더니 유현진은 획 고개를 돌렸다.‘개자식, 날 깎아내려서 자기를 칭찬해? 이럴 줄 알았으면 달래지 않는 건데.’유현진을 놀린 강한서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차는 곧 아름드리 펜션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릴 때, 민경하가 강한서를 불러세웠다. “대표님, 아까 한 대표님이 가실 때 대표님께 드리는 거라면서 차에 놓고 가셨어요.”민경하가 강한서에게 봉투를 건넸다.강한서가 다가와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하려는데, 유현진이 그를 불렀다. “강한서, 비밀번호 잊어버렸어.”강한서는 봉투를 다시 닫고 민경하에게 운전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유현진에게로 향했다. 이혼 후, 강한서도 거의 아름드리에 돌아오지 않았고 도우미 아주머니도 굳이 이곳에 자주 있을 필요가 없었다. 며칠에 한 번 들러 청소하는 것이 전부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썰렁한 분위기가 집을 감싸고 있었다. 신발을 갈아신은 강한서가 손에 든 봉투를 소파 위에 올려놓고 물을 뜨러 주방에 들어갔다. 유현진은 현관에서 고개를 내밀고 집안을 둘러보더니 그제야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분명 3년이나 살았던 곳이지만 오랫동안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니, 어쩐지 낯선 곳에 온 듯한 이상한 기분이었다. 집안은 사실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강한서는 모든 인테리어를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소파 위에 놓인 커플 쿠션 한 쌍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마치 집 주인이 헤어진 적 없다는 듯. 유현진이 다가와 소파에 앉아 쿠션으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유현진의 손에 강한서가 소파 위에 놓아두었던 봉투가 닿았다. 유현진이 손을 뻗어 봉투를 가져왔다. 봉투 위에는 병원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강한서 어디 아픈 거야?’유현진은 고개를 들어 주방 쪽을 쳐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너 약 샀어?”“뭐?”주방에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현진이 말했다. “소파 위에 병원 봉투가 있길래...”강한서는 컵을 씻으며 대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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