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03화

Author: 조십일
강한서는 최연서를 신경 쓰지도 않았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유현진을 위로했다.

“괜찮아. 곧 병원에 도착해. 나중에 의사에게 제대로 검사하라고 할게.”

유현진은 피어오르는 걱정을 억누르며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곧 병원에 도착했고 유상수는 문을 열고 들어서며 최연서를 산부인과로 데려다 달라고 소리쳤다.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두 아들 중, 하나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야 했다.

강한서의 지시로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층의 수술실로 보내졌다.

어찌 되었든 유상수는 백혜주의 남편이었고 아무리 최연서 뱃속의 “아들”이 걱정된다 해도 지금은 백혜주 수술실 앞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유상수는 대체 강한서를 얼마나 친근하게 생각한 것인지, 그에게 최연서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최연서는 병원에 도착하고부터 구토를 멈추지 않았다. 의사도 여러 검사를 해봤지만 문제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더니 곧 최연서가 하혈하는 것을 발견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현진과 강한서는 의사의 말에 당황하고 말았다.

“임신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피가 나요?”

의사도 당연히 환자가 임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니 의사는 대답 대신 다른 질문을 건넸다.

“환자분이 뭘 먹었는지 아실까요?”

유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어요. 식중독이에요?”

의사가 입술을 짓이겼다.

“식중독은 하혈을 일으키지 않아요. 복통과 구토를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미페스테론, 미소프로스톨과 같은 약물을 복용했을 것으로 의심됩니다.”

유현진이 놀라며 물었다.

“그게 무슨 약이죠?”

“유산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에요. 지금 환자분 증상은 제가 전에 진료했던 다른 환자분의 증상과 비슷해요. 방금 채혈해 검사하러 갔어요. 구토물도요. 곧 원인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의사의 말에 유현진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서가 어떻게 그런 약물을 복용한 것인지 유현진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만약 의사의 추측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04화

    “내가 얘기 안 했나? 백혜주, 우리 엄마가 후원하던 학생이었어. 그 중 유일하게 입시에 떨어져서 산업대학에 들어갔던 학생이기도 했고.”입시에 떨어졌던 원인은 그 당시 유상수를 만나느라 학업을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산업대학도 당시로는 너무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었다. “백혜주는 의학지식이 있는 사람이야. 내 기억으론, 엄마는 몸에 이상이 없었는데도 계속 임신이 되지 않았어. 시험관 시술에 한 번 성공했지만 얼마 못 가 유산했지.”강한서는 그 순간, 유현진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눈치챘다. “넌 백혜주가 어머님에게 손을 썼다고 생각하는 거야?”유현진이 고개를 들었다.“네 생각은 어때?”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처방 약은 아무 곳에서나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특히 낙태약 같은 건, 잘못 복용하면 의료사고가 날 수도 있어.”그러니 최연서가 복용한 약은, 백혜주가 아는 사람을 통해,불법적인 루트로 손에 넣은 것일 수 있었다. 지금도 가능한 일이라면 전에도 당연히 약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백혜주가 그 약을 어디서 구한 것인지 알아낼 수만 있으면 당시 하현주의 유산이 백혜주에 의한 것인지도 알아낼 수 있었다.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 “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볼게. 만약 정말 백혜주가 한 짓이면, 그 죗값까지 치르게 하면 돼.”바로 그때, 차미주가 계단으로 내려오며 소리쳤다. “백여우 유산했대.”한성우가 그런 차미주를 뒤따르며 말했다. “인간아, 목소리 좀 낮춰.”차미주가 얼른 입을 틀어막았다. 요리조리 눈치를 보더니 그제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여우 배 속에 있던 아이, 유산됐대. 간호사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남자아이라고 하더라고. 네 그 멍청한 아빠는 지금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 넌 모를 거야. 지금 자기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통곡하며 울고 있다니까.”유현진과 강한서가 눈을 마주치더니, 강한서가 말했다. “가볼래?”유현진이 말했다. “내가 가는 건 좀 그렇지 않아? 백혜주가 의심할 거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05화

    흠칫 몸을 떨던 백혜주는 무의식적으로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유상수는 그녀를 등지고 있었던 터라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다. 이제 막 아들을 잃은 유상수는 CCTV를 볼 마음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괜찮아요, 시은 씨. 괜한 걸음 하셨네요.”양시은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한 번 보시죠, 대표님. 저도 사업하는 사람이라,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은 피하고 싶거든요. 터놓고 얘기를 끝내야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겨 대표님께서 저를 찾아오는 일이 없죠.”모두 사업하는 사람이라 유상수도 양시은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는 양시은의 말에 아무런 의심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백혜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양시은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오지랖을 부리는 양시은을 원망했다. 유현아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모님,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지 않나요? 저희 엄마, 방금 수술 마쳤어요.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해요.”수술을 마쳤다는 말에, 양시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유현아는 양시은이 눈치껏 자리를 피할 줄 알았지만 양시은은 오히려 말했다. “그럼 더더욱 CCTV를 확인해야죠. 아이가 왜 떠나게 된 건지, 모르고 지날 수는 없잖아요.”양시은의 집요함에 유현아는 혈압이 오르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은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시비를 걸려고 온 건가?’그러나 유상수는 오히려 양시은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유산된 것이 남자아이라는 생각만 하면 그의 분노는 무서운 속도로 끓어올랐다. 그는 대체 누가 자신의 아들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 꼭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상수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부탁드리죠, 시은 씨.” 양시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 저도 책임져야 하는 일은 피하고 싶기도 하고요.”그러더니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CCTV 영상을 유상수에게 보여주었다. 백혜주는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06화

    “에이~ 전 그냥 이상해서 하는 말이에요. 그런 뜻은 없었어요.”말이 오가는 사이,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강한서 일행이었다. 연기하는 사람 한 명, 구경꾼 세 명이었다. “유 대표님, 최연서 씨 태아를 살리기 위해 보호자 사인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대표님께서 가족분께 연락 좀 해주시죠.”유상수는 깜짝 놀라 굳어버렸고, 백혜주가 먼저 충격에 휩싸여 입을 열었다. “어떻게 유산이 안 됐을 수 있어요?!”유상수는 “아들이 살아있다”는 기쁨에 백혜주가 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유현진이 고개를 들어 백혜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줌마는 꼭 최연서 씨가 유산됐다고 확신하시는 것 같네요?”백혜주는 순간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얼른 침착한 척 하며 입을 열었다. “내 아이는 죽었는데, 걘 뭔데 아무 일도 없는 거야?”유현아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람들에게 반감이 들었다. 특히 유현진에게 말이다. 그녀는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말했다. “넌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왜 왔어?”유현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다른 사람 결혼에 끼어들어 내연녀가 되었던 인간이, 이젠 그 인간 결혼 생활에 내연녀가 나타났다는데, 내가 구경하러 왔겠지, 설마 병문안이라도 왔겠어?”“이 년이...”강한서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더니 손을 들어 테이블 위에 있던, 이미 다 맞은 링거를 던져버렸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링거는 정확하게 유현아의 발 옆에서 터졌고, 액체가 유현아의 발 옆 여기저기에 튀었다. 상황 파악도 못 한 유현아의 귓가로 강한서의 냉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한테 욕지거리야?”유현아는 깜짝 놀랐고, 당장 입 밖으로 내뱉으려던 육두문자가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그녀는 입을 뻐금거리더니, 결국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막 아래층에서 입원 수속 절차를 마치고 돌아온 유현아의 남자친구 지정욱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당하고 있는 모습에 얼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07화

    강한서는 시선을 돌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아이는 아직 괜찮아요. 하지만 최연서 씨가 너무 많은 양의 약물을 복용해서, 언제든 유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의사가 최대한 아이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했어요.”유상수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약물? 무슨 약물?”유현진이 심드렁하게 백혜주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백혜주는 약물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강한서도 굳이 숨길 것 없이 말했다. “약물 유산에 쓰이는 약이요.”“유산?”유상수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연서는 넘어진 거잖니?”강한서가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그건 직접 의사한테 물어보시죠. 저도 잘 모르니까요.”어떤 말은 굳이 그들이 많이 할 필요는 없었다. 아무리 멍청한 머리라도, 의심하게 될 테니까. 최연서의 주치의가 곧 다가와 유상수에게 최연서의 상태를 설명했다. 의사를 설명을 들을수록 유상수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상황을 전부 설명한 의사가 말을 이었다. “최연서 씨에게 물었더니 전에 유산용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해요. 다만 오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맛이 이상한 주스를 마셨다고 하더라고요. 주스가 상한 줄 알고 많이 마시지는 않아, 다행히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은 것 같아요.”잠시 머뭇거리던 의사가 말했다. “유 대표님, 만약 누군가 이 약물을 결혼식장에 탄 거라면, 사모님께서도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모님이 유산하신 것도 그 약물 때문일 가능성이 있어서요.”의사의 말을 듣자마자 백혜주는 최연서가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가 얼른 입을 열었다. “약물 유산용 약은 미페스테론과 미소프로스톨, 두 가지가 있잖아요. 하나는 뱃속의 태아를 죽이는 거고, 다른 하나는 자궁수축을 촉진해 태아를 체외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하는 건데, 이 두 가지 약물을 하루에 복용한 게 아니라면, 누가 그 두 가지 약물을 탈 능력이 있겠어요?”의사가 멈칫하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전 어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08화

    백혜주는 심장이 꽉 조여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백혜주는 유상수의 손을 잡고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 아이는 당연히 우리 아이죠.”유상수가 냉소를 지었다. “그래? 수술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직 미처 처리하지 못했을 텐데, 친자 확인이라도 해볼까?”백혜주는 움찔 손가락을 떨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오빠, 저 못 믿어요?”유상수는 여전히 냉담한 태도로 말했다. “내가 널 너무 믿어서, 그래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너한테 놀아났잖아.”그러더니 유상수는 백혜주를 뿌리치고 성큼성큼 병실을 나갔다. 유현진은 병실 문에 기대어 서서 느긋한 태도로 병실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걸려있었다. “얼마나 감정이 깊은 커플인가 했더니, 그저 이 정도였네요.”백혜주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꾸민 짓이야?”유현진이 고개를 들었다. “차라리 제가 한 짓이었으면 좋겠어요, 전. 저였다면, 애초부터 아줌마 내연남을 유상수 앞에 데려다 놓았을 거예요. 지가 얼마가 눈이 어두운 멍청한 놈이었는지 알라고요.”유현진의 냉담하고 분노에 가득 찬 말에, 백혜주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대체 유현진과 관련이 있는 일이 맞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너랑 상관없는 일이라면, 넌 왜 결혼식에 나타난 거야?”유현진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 “유상수가 말 안 해요? 사실 오늘 두 분 결혼식에서 절 양녀로 받아들인다고 공개할 생각이었어요. 비록 제가 원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에요. 아줌마 기분을 나쁘게 만들 수 있다면, 전 상관없었거든요. 하지만 아줌마가 내연녀를 상대할 일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하늘도 그렇게 무심하지는 않나 봐요.”유현진의 말을 들은 백혜주의 얼굴은 역시나 일그러졌다. “이 계집애가!”강한서가 또 링거를 집어 들자 유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너 그러다 사람이라도 다치면, 다 네가 책임져. 나랑은 관계없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09화

    ‘사모님이 오늘 어쩌다 풀이 죽은 강아지처럼 고분고분하시지?’게다가 강한서는 어쩐 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조금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민경하는 조금 전 한성우에게서 두 사람이 얼마나 호흡이 잘 맞았는지 들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어쩐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라니?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들리네.”강한서가 차갑게 말했다. 유현진이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그런 거 전혀 아니야. 완전 진심이야.”강한서가 콧방귀를 뀌었다.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유현진이 강한서 앞으로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애교부렸다. “대표님, 저랑 연기하느라 힘드셨죠? 다리 좀 주물러 드릴까요?”강한서는 유현진을 힐끔 쳐다보더니 다리를 유현진 쪽으로 움직였다. 유현진이 얼른 강한서의 다리를 주물렀다.그 모습에 민경하는 눈을 떼지 못했다. ‘대표님이 갑자기 이런 대접을 받는다고?’“꾹꾹 좀 눌러봐. 밥 안 먹었어?”강한서가 불만스럽게 요구를 제출했다. 유현진이 빠득 이를 갈았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그래, 잘못은 내가 했으니까.’이 질투쟁이에게 이런 위세도 부리지 못하게 했다간 나중에 더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그녀는 강한서의 비위를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래. 꾹꾹 눌러줄게~”유현진은 눈꼬리가 휘도록 예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될까요, 대표님?”강한서가 “흥”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뭐, 그럭저럭.”추석이 지난 뒤라, 날씨는 점점 쌀쌀해졌다. 하지만 유현진의 콧등에는 땀방울이 맺혔고, 그걸 본 민경하가 눈치껏 에어컨을 틀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유현진이 얼른 말했다.“민 실장님, 에어컨 꺼주세요.”민경하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사모님 안 더우세요?”유현진이 머리를 가로저었다. “안 더운 게 아니라, 전 그럴 자격이 없어요. 대표님께서 이렇게 절 위해 연기하시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10화

    유현진은 강한서를 노려보았다.“고마운데, 전혀 위로가 안 됐어.”그러더니 유현진은 획 고개를 돌렸다.‘개자식, 날 깎아내려서 자기를 칭찬해? 이럴 줄 알았으면 달래지 않는 건데.’유현진을 놀린 강한서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차는 곧 아름드리 펜션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릴 때, 민경하가 강한서를 불러세웠다. “대표님, 아까 한 대표님이 가실 때 대표님께 드리는 거라면서 차에 놓고 가셨어요.”민경하가 강한서에게 봉투를 건넸다.강한서가 다가와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하려는데, 유현진이 그를 불렀다. “강한서, 비밀번호 잊어버렸어.”강한서는 봉투를 다시 닫고 민경하에게 운전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유현진에게로 향했다. 이혼 후, 강한서도 거의 아름드리에 돌아오지 않았고 도우미 아주머니도 굳이 이곳에 자주 있을 필요가 없었다. 며칠에 한 번 들러 청소하는 것이 전부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썰렁한 분위기가 집을 감싸고 있었다. 신발을 갈아신은 강한서가 손에 든 봉투를 소파 위에 올려놓고 물을 뜨러 주방에 들어갔다. 유현진은 현관에서 고개를 내밀고 집안을 둘러보더니 그제야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분명 3년이나 살았던 곳이지만 오랫동안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니, 어쩐지 낯선 곳에 온 듯한 이상한 기분이었다. 집안은 사실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강한서는 모든 인테리어를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소파 위에 놓인 커플 쿠션 한 쌍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마치 집 주인이 헤어진 적 없다는 듯. 유현진이 다가와 소파에 앉아 쿠션으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유현진의 손에 강한서가 소파 위에 놓아두었던 봉투가 닿았다. 유현진이 손을 뻗어 봉투를 가져왔다. 봉투 위에는 병원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강한서 어디 아픈 거야?’유현진은 고개를 들어 주방 쪽을 쳐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너 약 샀어?”“뭐?”주방에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현진이 말했다. “소파 위에 병원 봉투가 있길래...”강한서는 컵을 씻으며 대답했다. “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11화

    멈칫하던 유현진은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헛기침하더니 말했다. “너만 괜찮으면, 그래 뭐.”강한서는 생각했다. ‘내가 안 괜찮을 게 뭐가 있어? 당연히 괜찮지.’30분 뒤, 침실에서는 유현진의 발악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한서, 너 뭐 하는 거야!”강한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연하는 거잖아.”유현진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걸 왜 나한테 하냐고.”강한서는 사용 설명서를 들고 말했다.“이거 women’s sex toys라고 쓰여 있던데. 난 못 써.”유현진의 눈에 핏기가 어렸다. “왜 진작 얘기하지 않은 거야.”강한서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묻지 않았잖아.”그러더니 그는 유현진을 누르며 말했다. “움직이지 마. 어떻게 조절하는 건지 확인하게.”유현진이 울먹이며 말했다. “안 하고 싶어. 이거 놔.”강한서가 고개를 숙여 유현진에게 입 맞추었다.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궁금하지 않아?”유현진은 그를 감싸 안고 작은 목소리로 흐느꼈다. “너한테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궁금했어.”유현진이 만약 이 용품이 자기에서 쓰는 물건인 줄 알았다면 죽어도 그런 호기심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강한서: ...‘아주 위험한 발상이군.’‘어쩐지 사용하지 못해서 안달이더니.’강한서는 당연히 마음이 아파 침대에서 유현진을 막대할 수는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코끝을 문지르며 나지막이 물었다. “그럼 시도해 볼래?”유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거 안 해.”그러더니 그녀는 강한서의 입술에 입 맞추며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널 원해.”순간 멍해진 강한서는 마음이 벅차오르는 것 같았다. 그는 손에 들린 용품을 버리고 한 손으로 셔츠 단추를 풀더니 다시 몸을 숙였다. 그날 밤, 강한서는 유난히도 자제력을 잃고 유현진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의 질투심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매번 절정의 순간에, 그는 유현진에게 몇 가지 질문을 캐물었고 견딜 수 없었던 유현진은 강한서를 껴안고

Latest chapter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0화

    식사 자리가 마무리된 후 홍혜림을 배웅하러 나온 서해금의 뒤를 오성빈이 따라나서며 나지막이 물었다. “서 대표님이 말씀하신대로 했으니 약속하신 건...”“걱정마세요.”서해금이 시선을 거두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만 잘 마무리 되면 약속드린 건 꼭 지켜드리죠.”“그럼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할게요. 질질 끌어봐야 좋을게 없으니까요.”“부탁드려요.”고개를 끄덕인 서해금이 성월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서해금의 뜻을 바로 알아들은 성월이 곧바로 오성빈을 배웅했다. 사실 학교에서는 진윤의 부정행위에 관해 아무런 결론도 내린 것이 없었다. 여론은 여전히 뜨겁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여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만약 조사 결과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 여론은 오히려 학교에 독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은 학교 임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며칠 동안이나 홍혜림의 연락을 무시했다. 물론 그 역시도 최대한 빨리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진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이 모든 증거 수집을 마치고 드디어 진윤의 누명을 벗겨주는 쇼를 하려던 그때, 경찰이 갑자기 학교로 찾아왔다. 진수 그룹에서 진윤의 시험 부정행위 문제로 경찰에 신고를 한 탓이었다. 교장의 연락을 받은 오성빈은 그만 멍해졌다. 제일 먼저 서해금이 떠올랐지만 그녀가 약속했던 일을 떠올린 그는 곧 주먹을 꽉 움켜쥐고 서해금에게 연락하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홍혜림의 연락처를 눌렀다. 홍혜림이 전화를 받자마자 오성빈이 물었다. “사모님, 어제 분명 진윤 학생 일은 잘 처리해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왜 신고를 하신 거예요?”홍혜림이 놀란 말투로 말했다. “신고라뇨? 전 신고한 적 없어요.”“사모님이 신고하신 게 아니라고요?”의아한 듯 묻는 오성 빈에게 홍혜림이 대답했다. “전 신고한 적 없어요. 교수님께서 이미 윤이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으셨다면서 조치를 취하시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계속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9화

    장준의 아버지는 요직을 맡고 있었고 장씨 가문엔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랬기에 가족 중 단 한명이라도 꼬리를 밟힌다면 그의 가문은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장준이 저질렀던 인간 같지도 않은 일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했다. 폭행, 음주 운전, 도박, 성폭행...피해자들이 하나둘 인터넷에 장준의 진짜 모습을 폭로했다. 수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누를 수 없었던 장씨 가문의 스캔들이 결국 전부 드러나고 말았다. 홍혜림 역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곧 회사 계정으로 진윤은 그날 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와 함께 그와 관련된 증거들과 범죄경력증명서를 전부 공개 했다. [그러니까 진윤은 또 다른 도련님의 기사를 막기 위해 총알받이가 됐다는 거네?][어쩐지 뭔가 이상하더라니.][그렇게 심각한 교통사고에 진윤 한 사람만 공개 처형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여론을 부추기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네요.][발 빼려고 하지 마. 장준이 주범이었다고 하더라도 진윤이 그 경기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건 아니잖아. 끼리끼리는 과학이라고 했는데 그놈이 그놈 아니겠어? 서화 대학에서도 진윤의 재시험 부정행위를 인정 했잖아.][학교엔 이미 소문을 파다해요. 이번 일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비슷한 사고를 쳤을 거예요. 장준이나 진윤이나 크게 다를 거 없잖아요.][저기요. 두 사람을 싸잡아 욕 하지는 마요. 한 명은 범죄자고 다른 한 명은 그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뿐이에요. 그게 어떻게 같아요? 얼른 진상 규명이나 하시죠. 피해자에게 피해 보상은 해야 하잖아요.]...휴대폰을 한 쪽으로 던져버린 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준이었어? 어쩐지...”성월이 그녀에게 차를 건네며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진윤 씨 일은 이미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아요. 그럼 저희 계획은 어떻게 해요?”“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서해금이 찻잔을 들어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홍혜림은 누구보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8화

    장씨 가문 아들이라는 이유로 여론이 들끓는 것을 염려한 탓인지 기사는 간단한 몇 마디 말로 상황을 간결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감추려고 할수록 일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드디어 주강운이 손을 쓴 모양이었다.고개를 들어 강한서를 바라보는 한현진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여보, 장준이 잡힌 것 같아.”강한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래?”한현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강한서에게 한성우가 보낸 기사를 보여주었다. “시간, 교통사고, 장 모 씨, 약물. 이 단어들만 봐도 누군지 뻔하잖아.”강한서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장 모 씨가 정말 장준이야? 어떻게 잡힌 거지? 누가 신고라도 한 건가.”“나쁜 짓을 그렇게 많이 했으니 벌을 받는 거지. 피해가 한두 명이면 집안 세력으로 어떻게든 막을 수 있겠지만 그 수많은 피해자를 전부 막을 수는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기사에 다른 얘기는 없어?”“없어. 그냥 언급만 한 수준이야. 하지만 이 기사를 시작으로 진실을 밝혀 나가려는 사람은 분명 있을 거야. 그건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장준과 관련된 기사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 사모님께 이 기회를 빌려 진윤 씨에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하시라고 말씀 드려.”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연락드릴게.”강한서는 이상할 정도 순순히 대답했다. 예전이라면 어떻게 된 일이냐며 꼬치꼬치 캐 물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처럼 쉽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현진의 시선에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한현진에게 물었다.“왜?”하지만 한현진은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산책 가자.”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옷 가지고 올게.”강한서의 뒷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던 한현진이 휴대폰을 들어 한성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강한서가 좀 이상해요. 평소엔 꼬치꼬치 따지더니 오늘은 기사를 보여줘도 아무것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7화

    멈칫한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강한서의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순간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곧 어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한서야, 야근 안 했어? 오늘은 일찍 퇴근했네.”강한서는 화제를 돌리는 한성우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 “방금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방금 내가 뭐라고 했어?”한성우가 모른 척 대답했다. “갑자기 네가 튀어나오는 탓에 다 잊어버렸잖아.”강한서가 말했다. “강운이가 장준을 처넣었다며.”한성우: ...후회 막심한 얼굴로 자신의 입을 툭 친 한성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 맞아. 바로 그거야. 나도 방금 어디서 그 소식을 듣고 형수님과 수다나 떨려고 전화한 거야. 너도 알잖아. 형수님과 내가 뒷담화 할 땐 죽이 척척 맞는 거.”“그래?”강한서가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난 두 사람이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줄 알았지.”“그럴 리가 있겠어?” 한성우가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가 널 속일 수는 있고? 두 사람 요즘 진윤 씨 일 때문에 걱정이 많잖아. 그래서 나도 신경 좀 썼지. 봐, 소식을 듣고는 바로 알려 주려고 전화했잖아.”“그래.”강한서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한성우의 귓가로 곧 다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진이가 강운이한테 뭐라고 했는데?”한성우: ...한성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뭐? 형수님이 강운이와 연락했어?”잠시 침묵하던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한테 전해달라고 한 말이 뭐냐고.”의심이 아닌 확신에 찬 말투에 한성우는 머리가 찌릿, 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조금만 참았다가 나중에 전화할 것이지, 난 왜 하필 지금 한 거야?’어차피 한강서가 전부 눈치 챈 마당에 더는 숨길 필요가 없어진 한성우는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형수님이 너한테 숨겼다고 뭐라고 하지 마. 형수님이 강운이에게 연락한 게 아냐. 나한테 눈치를 주라고 부탁하셨어. 강운이네는 줄곧 장씨 가문과 사이가 안 좋았잖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6화

    “실망이라니. 엄마는 단 한 번도 널 창피하게 여긴 적 없어. 넌 엄마가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야. 내가 널 몰라? 엄마는 그냥 네가 이번 일 때문에 힘들어 할까봐 그래. 엄마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즘 네가 말도 없고 조용하기만 해서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진윤의 등을 어루만지며 홍혜림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 살면서 이런 일 안 겪는 사람은 없어. 이겨내면 돼.”고개를 끄덕인 진윤이 홍혜림을 꽉 끌어안았다. ...아름드리.“그러니까 아주머니가 뒤에서 여론몰이에 동조했다는 거야?”한현진이 자몽을 까며 강한서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서 알아봤더니 오성빈 교수라는 사람, 성 비서님의 먼 친척이시더라고. 그러니까 그분이 나서서 얘기만 해주면 잘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홍혜림 씨가 신세를 질 수밖에 없게 만드시겠다? 홍혜림 씨를 다시 뺏어가려는 거야?”“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한현진이 눈을 반짝이며 강한서 곁으로 다가갔다. 꿍꿍이 가득한 얼굴로 한현진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는 그걸 지켜보면 되겠네. 본인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다음대체 뭘 하려는 생각인지 지켜보자고.”강한서가 어쩐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에 어리둥절해진 한현진이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 뭐야, 그 음흉한 웃음은.”강한서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근묵자흑이라는 단어가 너무 맞는 말인 것 같아서.”한현진: ?“설명 똑바로 해. 누가 그 묵인데?”강한서는 씩 웃으며 한현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한현진이 깐 자몽을 가져가 한 입 베어 문 강한서의 표정이 곧 강한 신맛에 잔뜩 일그러졌다. 자몽을 겨우 삼킨 강한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넌 이걸 대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거야.”한현진이 눈을 깜빡였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5화

    [그래도 학교 측에서 끝까지 부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재수강하라고 하면 어떡해요?]강한서가 웃으며 말했다. [넌 언제든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내가 대신 신고해줘?]진윤은 그제야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인터넷에 도배된 악플로 잔뜩 지친 진윤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일에만 몰두해 있었다. 그는 심지어 학교 측에 새로운 시험 문제를 내도록 제안한 후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부정행위가 없었음을 증명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서의 한마디는 진윤의 모든 고민을 한 방에 해결했다.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하는 건 결국 그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에 뛰어 드는 것 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애초부터 그가 부정행위를 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 진윤이 라이브 방송으로 결백을 증명한다고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또 미리 답을 알고 있으면서 카메라 앞에서 쇼를 하는 것이라며 의심하게 뻔했다. 부정행위의 증명해야 할 사람은 진윤이 아니라 그를 의심한 사람들이었다. 진윤이 순간 눈을 반짝였다. [얼른 엄마를 말려야겠어요. 교수님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요. 전 당당하니까 얼마든지 조사하라고 해요.][잠깐만.]강한서가 진윤을 불렀다. [잠깐만 기다려 봐.][왜요?]입술을 깨물던 강한서가 중얼거렸다. [고작 학생인 네가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이 이 정도로 들끓는게 처음부터 이상했어. 이제야 의문이 조금 풀리는 것 같네.][그게 뭔데요. 얼른 얘기 해줘요.]성격 급한 진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강한서 때문에 괜히 마음만 조급해졌다. 강한서가 말했다. [넌 지금 아무것도 하지 마. 어머님께도 오 교수님이라는 분 만나보라고 해. 뭐라고 하는지 얘기나 들어 보고 다시 대책을 세워야해.]진윤이 조금 전처럼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형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 인간들의 계략을 역이용하시려는 거예요?]강한서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매형이라고 불러]진윤: ...홍혜림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4화

    법적 장모님이라는 여섯 글자에 멍한 표정을 짓던 강한서가 물었다. [서해금 대표 말하는 거야?][네. 그 분, 현진 누나 새엄마잖아요. 그럼 형님에겐 법적 장모님 아녜요?]강한서: ...‘맞긴 하네.’[난 오성빈 교수님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야.]멈칫하던 강한서가 물었다. [그건 왜 묻는데?]강한서의 말에 기분이 축 처진 진윤이 한참만에야 대답했다. [학교에서 제 재시험 성적을 취소하더니 재수강하래요.]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학교에서는 네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거야?][명백하게 얘기한 건 아닌데 사실은 그런 셈이죠. 하지만 다른 처분은 없이 그냥 재수강만 하래요. 친한 친구에게 들은 건데 학교에 신고 전화가 빗발쳤었데요. 홈페이지에도 전부 부정행위 진상 규명을 바라는 댓글로 도배됐다고 하더라고요.][아마도 학교의 이미지 회복을 위한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적당한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고 대중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던 조치를 취했다고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강한서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그럼 교수님에게는 무슨 일로 연락을 하려는 거야?][조교님께서 이번 일은 오 교수님 담당이라고 하셔서요. 비록 재수강으로 결론이 났다고 하지만 아직 완전히 결정된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엄마는 오해를 풀기 위해 오 교수님을 한 번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세요.][아는 분께 부탁해 오 교수님과의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결국은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하지만 마침 형님 법적 장모님께서 제 병문안을 오셨다가 그 얘기를 들으시더니 오 교수님과 아는 사이라고 하더라고요.][꽤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아 엄마는 만약 가능하다면 그분께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세요.]진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워낙 지적인 얼굴을 하고 계서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던데요. 딸인 현진 누나에게도 가식적으로 대하는 것 같던데 전 그런 사람이 진심으로 저희를 도와줄 리가 없잖아요.][방금 형님과 얘기를 하면서 혹시 형님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3화

    홍혜림이 서해금에게 얘기를 꺼내려던 그때, 진윤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잠깐 실례할게요.”홍혜림이 곧바로 하려던 말을 삼키고 몸을 일으켰다. “엄마가 부축해줄게.”“네.”진윤이 대답했다. 진윤을 부축하며 병실을 나서는 홍혜림을 쳐다보던 서해금이 고개를 돌려 성월에게 물었다. “아무 문제없이 잘 해결했죠?”성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했어요.”멈칫하던 성월이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정말 사모님께서 저희에게 부탁하러 오실까요?”서해금이 덤덤하게 말했다. “평소라면 부탁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면 분명 부탁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홍혜림은 지금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니 저를 통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아무리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어요.”“조향 대회의 마지막 경기는 OM향 협회의 투표로 승패가 결정돼요. 홍혜림은 OM향 협회의 오래된 회원이에요. 게다가 이번 조향 대회 열 명의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고요.”“홍혜림은 누구보다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큰 도움을 준다면 어떻게든 그 빚을 갚으려고 할 거예요. 전 준비가 안 된 싸움은 시작하지 않아요.”피식 웃음을 흘린 서해금의 눈빛이 멸시로 가득했다. “전 조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어요.”성월은 이토록 치밀한 서해금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성빈의 친척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를 꺼내는 서해금의 모습에 성월은 그녀가 단지 빼앗긴 고객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 던지는 미끼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서해금이 바라는 것은 자신에게 마음에 빚을 진 홍혜림이 조향대회에서 관건적인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었다. 서해금이 이렇게까지 서포트 해주고 있으니 송가람은 조금만 노력해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순간 뭔가를 떠올린 성월이 목소리를 잔뜩 낮추며 물었다. “대표님, 인터넷에서 진윤 씨에 관한 여론이 들끓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2화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가면 걔들은 거짓말을 들킨 네가 양심에 찔려서 해외로 도피하는 거라고 생각할 거야.”진윤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걔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어차피 출국하면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할 텐데.”“그럼 너 평생 해외에만 있을 거야? 안 돌아올래?”입술을 달싹인 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그럴 수는 없었다. 부모님도, 집도, 가족도 전부 한주에 있으니 지금 당장 해외에 나간다고 해도 결국 돌아와야만 했다. 홍혜림이 의미심장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윤아, 사람의 명성이라는 게 한 번 나빠지면 다시 좋아진다는 건 어려운 일이야. 해외로 도망쳐 이번 일을 지나보낸다고 해도 졸업하면 결국 여기 동기들과 다시 마주해야 한 텐데, 걔들이 널 보고도 옛날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 같아?”“다들 널 안 좋게 보고 있는 지금, 네가 끝까지 네 결백을 증명해야 나중에 걔들이 다시 이 얘기를 꺼내도 억울하지는 않을 거야. 알겠어?”“결백을 뭐로 증명해요? CCTV도 없고 아무것도 없잖아요. 전 당당하다는 걸 아무도 증언해줄 사람이 없어요. 절 믿는 사람도 없다고요.”진윤이 잠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저 어떡해요?”홍혜림은 미어지는 가슴을 붙잡고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로를 건넸다. “아무도 널 안 믿어도 엄마는 널 믿어. 네 아빠, 형 그리고 네 형수님도 널 믿어. 그러니까 아들, 괜찮아. 엄마가 있는 한 아무도 우리 아들 못 건드려. 엄마가 꼭 네가 정정당당하게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할게.”홍혜림이 말에 진윤이 대답하려던 그때,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진윤이 고개를 돌려 얼굴을 닦으며 감정을 추슬렀다. 홍혜림 역시 심호흡을 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열자 보이는 의외의 인물에 홍혜림의 눈이 동그래졌다. 서해금이었다.서해금은 성월과 함께 진윤의 병실로 찾아왔다. 두 사람은 손에 선물을 잔뜩 들고 서 있었다. 병실 문이 열리자 서해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