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더 이상 미룰 구실이 없었다.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지만 받지 않으면 상대방의 화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결과가 이미 결정되었으니, 미루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다만 어젯밤을 임동현과 보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조현영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그에게 주고 그 순간을 평생 추억하고 싶었다.‘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여자로 보였을까? 붙잡아도 뿌리칠 만큼 싫었던 걸까?’조현영의 마음속에서 일말의 분노가 솟구쳤다.‘임동현,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조금 뒤, 조현영이 전화를 받았다.“현영 씨! 준비하고 있어요?”모세와크의 들뜬 목소리가 전화에서 들려왔다.“방금 일어났어요! 이제 좀 꾸미고 준비되는 대로 전화할게요.”조현영이 쌀쌀맞게 대답했다.“그래요! 현영 씨,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돼요, 제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거든요.”모세와크와 통화를 마치고 조현영은 캐리어 앞으로 가서 화장품을 꺼낸 뒤 침실로 들어갔다.그녀는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시작했다.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모세와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제대로 꾸미고 오라고 말까지 했으니, 원해서든 원해서가 아니든, 그의 요구대로 예쁘게 꾸미고 가야 했다.만약 모세와크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아질 테니까.한 시간 후, 조현영은 일어서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거울 속에 비친 그녀는 천사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마음에도 없는 사람에게 더럽혀지게 될 운명이었다.이어서 그녀는 침실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었다.조현영은 모세와크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현영 씨, 준비됐어요?”“어디예요?”“스타 스카이호텔의 디럭스 스위트룸이에요, 서둘러줘요, 못 기다리겠어요!”조현영은 어리둥절했다.“밥 먹자고 하지 않았어요?”조현영이 물었다.“밥은 무슨? 어제저녁엔 식사 한번 하자고 했지만 오늘은 상황이 좀 달라졌어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나는 이미 기다릴 만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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