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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1화

백정원은 충격 가득한 표정으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임동현을 바라봤다. 계영탁의 전력이 계주급 중급이라는 것은 비밀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흔적 하나 없이 죽여버렸으니 어찌 충격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백정원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 오직 명월궁의 궁주만 임동현과 겨뤄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부궁주를 포함한 다른 사람은 계영탁과 마찬가지로 일초 컷일 것이다.이런 사람이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는 모두에게 의문이었다. 계씨 가문이 원주민 행성을 노역하려는 것을 보고 흔쾌히 나서서 도왔다는 말을 듣자니, 그는 요즘 세월에 참 보기 힘든 실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정의감도 넘치는 사람인 듯했다.백정원은 명월궁으로 돌아가자마자 궁주에게 임동현에 관해 물어볼 생각이었다. 은색 가면에 빨간색 검은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특징이었다. 게다가 계주급 장성에 달한 사람이 몇 없었기에 그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쯤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백정원은 또 임동현의 몸을 찬찬히 훑어봤다. 보아하니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노인은 절대 아니고, 중년도 아닌 것 같았다. 가면을 벗은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지 그녀는 저도 모르게 기대하기 시작했다.계씨 가문의 은하전함.계씨 가문의 핵심 임원들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겁을 먹고 말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임동현을 바라봤다.공포의 분위기는 점점 더 넓게 퍼져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쳤다. 가주인 계주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지금까지 막강하다고 믿어온 자신들의 창시자가 이토록 허무하게 죽었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계씨 가문의 유일한 믿을 구석이었던 창시자가 죽었으니, 앞으로 누가 자신들을 지켜줄지 덜컥 걱정되기도 했다.‘하늘도 무심하지. 우리 가문은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라는 말인가!’“가... 가... 가주님! 저... 저... 저희 이제 어떡해요?”한 사람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른 임원은 물론이고 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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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창시자가 죽었으니 계씨 가문은 망한 것과 다름없었다.임동현은 반으로 쪼개진 채로 서서히 갈라지고 있는 커다란 행성을 묵묵히 바라봤다. 이 행성에는 주민이 없었다, 임동현이 미리 정신력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틀림없었다. 만약 주민이 있었더라면 그는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임동현은 파사검의 위력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파사검에 파사검법까지 더해지자 더욱 막강한 위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것도 파사검의 위력을 전부 끌어내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사실 이번 공격은 파사검과 파사검법의 조합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임동현도 이 정도의 위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계씨 가문의 창시자를 해결했으니, 이제는 핵심 임원만 남은 셈이었다. 임동현은 머리를 돌려 계씨 가문의 은하전함을 바라봤다. 전함 안에 있는 핵심 임원들은 심정지가 올 지경이었다. 그들에게 임동현은 이미 죽음의 신과 다를 바 없었다.“당신들이 먼저 약자를 개미 취급하며 짓밟았으니, 저도 똑같이 행동해도 문제없겠네요?”임동현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또다시 검을 휘둘렀다.“안돼!”계씨 집안사람들이 설명을 덧붙일 새도 없이 빨간색 빛이 은하전함을 뚫고 지나갔다.“쾅!”계씨 가문의 은하전함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먼지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전함 안에 있던 핵심 임원들은 그렇게 창시자의 뒤를 따르게 되었다.볼일을 끝낸 임동현은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는 같은 자리에 있던 백씨 가문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 싸늘한 허공에 남겨진 백씨 집안사람들은 한참이나 넋이 나간 채로 있었다.얼마 후, 백선후가 한숨을 쉬며 물었다.“정원아, 조금 전의 남자와 명월궁의 궁주를 비교할 수 있겠냐?”“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두 사람 다 계주급 장성인 것 같은데, 누가 더 강한지는 비교할 수 없어요. 유일하게 확정 지을 수 있는 건 궁주님 못지않게 강하다는 거예요.”“명월궁의 궁주 못지않다는 것만 해도 이미 대단한 평가야. 그 정도 되는 사람이 은하계에 몇이나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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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계씨 가문을 해결하고 난 임동현은 속이 얼마나 후련한지 몰랐다. 드디어 다른 차원의 자신과 지구를 위해 복수했으니, 어깨의 짐도 조금 덜 수 있었다.임동현을 포함한 다른 차원의 지구인이 노예의 인장으로 인해 시달리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들은 평생 노예로 살아가야 하는 한 편, 계씨 가문의 계우진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해 은하계의 자랑으로 거듭났다. 수천 년 뒤에는 은하계의 주인으로 자리 잡아 무한한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반대로 이번 차원의 계우진은 일찍이 퇴장당했다. 계씨 가문도 오늘부로 퇴장당하고 말았다. 아직 살아 있는 계씨 집안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핵심 임원도 없이 눈에 띄는 업적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하려거든 백씨 가문에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가문 사이의 경쟁에서 뿌리를 뽑는 것은 기본 상식이기 때문이다.백씨 가문이 계씨 가문에 대한 견제 덕분에 임동현은 시름 놓고 팔각신함 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유진희는 그를 보자마자 쪼르르 달려와서 말했다.“오셨어요, 동현 씨.”“네, 계씨 가문 일은 잘 해결됐어요. 이만 출발하죠.”“어디로 갈 건가요?”유진희가 물었다. 그녀가 가장 궁금한 것은 임동현이 계씨 가문을 해결하는 과정이었지만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지금껏 은하계에서 살아오면서 이 정도의 눈치는 억지로라도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임동현을 따라다니려면 그를 주인처럼 대해야만 했다.“제왕성으로 가요. 이제는 열아홉째 공주 전하와의 약속을 지켜야죠. 그다음에는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임동현은 잠깐 고민하다가 답했다.“알겠어요. 그러면 제왕성으로 출발할게요. 근데... 제가 의견 하나 드려도 될까요?”“진희 씨, 그렇게 조심스럽게 물을 필요 없어요. 좋은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줘요. 저는 그런 평등한 관계가 좋아요.”임동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동현의 따듯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유진희는 자신이 최고의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번 생은 임동현을 따르는 게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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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임동현은 실력이 제고되었을 뿐만 아니라 막강한 파사검까지 얻었다. 덕분에 손쉽게 계씨 가문을 없애버렸으니, 계중원과 계서월은 완전히 쓸모를 잃고 말았다.임동현은 살생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절대 살려둘 수 없었다. 그들이 지구의 위치를 알고 있는 한 위협은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임동현은 지구를 상대로 하는 그 어떤 위협도 용납할 수 없었다.계중원은 임동현과 유진희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임동현, 너 도대체 어쩔 생각이야? 내가 경고하는데 당장 우리를 풀어줘. 안 그러면 계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계씨 가문은 이미 망했어. 난 너희들도 보내주러 온 거야. 이만 가족들을 만나러 가.”임동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럴 리가! 우리 계씨 가문에는 거물급 창시자가 있어. 절대 망할 리가 없다고!”계중원은 큰 소리로 반박했다.“닥쳐, 헛소리를 해도 정도가 있어야지. 우리는 절대 네 말을 믿지 않을 거야. 죽기 싫으면 당장 우리를 풀어줘.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고 지구인이고 전부 멸망하게 될 거야. 너는 천고의 죄인이 될...”계서월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임동현의 차가운 눈빛에 겁먹고 입을 다물었다.임동현은 더 이상 설명하기도 귀찮아 그냥 작은 은침 두 대를 휙 날렸다. 은침은 계중원과 계서월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들의 미간으로 박혀 들어갔고 그들의 뇌는 순식간에 터져 버렸다.“너... 너...”두 사람은 눈을 크게 뜬 채로 숨을 거뒀다. 임동현은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유진희는 아무 말 없이 따라다닐 뿐이었다. 사실 그녀는 아직도 수많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임동현이 먼저 알려주기 전까지는 절대 묻지 않을 예정이었다.풍왕성.계씨 가문 핵심 임원의 명패를 관찰하던 호위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눈을 의심했다. 계씨 가문의 창시자뿐만 아니라 가주에 핵심 임원까지, 집안사람의 명패 중 90%가 깨졌기 때문이다.“큰일 났어! 큰일 났어! 이번에는 진짜 큰일 났어!”호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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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제역.거류성.이곳은 8대 가문 중 서열 2위에 있는 류씨 가문의 거주지이다. 류씨 가문의 본가 저택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건물 안에는 류성주가 조용히 누워있었다.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가문에 돌아온 류성주는 가치를 잃고 이곳에 방치당하게 되었다. 그의 주변에는 하인도 몇 없었다. 지금은 사나 죽으나 별반 다를 게 없는 처지이니 대우가 예전에 비해 완전히 달라졌다. 유명 세력은 어디를 가나 똑같다. 가치가 있을 때는 금이야 옥이야 받들다가도 가치를 잃은 순간 서슴없이 버리고는 한다.류성주는 이래 봬도 한때 가문에서 서열 3위에 있는 후계자였다. 차기 가주의 유력 후보로서 수많은 핵심 임원의 지원을 받았고, 특별 대우 또한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몸이 이렇게 된 이후로는 지원은커녕 문안 오는 사람 한 명 없었다. 폐기된 건물에 폐기된 쓰레기 취급받는 게 현실이었다.류성주를 지원하던 핵심 임원은 벌써 다른 사람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류성주는 그저 차별과 괴롭힘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가주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후계자들이 특히 심하게 괴롭혔다. 하인들도 대놓고 무시하는 마당에 딱히 불만이라고 할 건 없었다.자기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폐인은 아무리 류씨 가문의 직계 자제라고 해도 가치가 없었다. 더구나 가문에서 버림까지 받은 신세이니 말이다. 그래서 류성주는 이 모든 것을 묵묵히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흑포인의 주사를 맞고 지옥 같은 고통을 견뎌낸 뒤로 류성주의 몸은 완전히 회복했다. 회복뿐만 아니라 전보다 훨씬 강해지기도 했다. 환골탈태하고 난 류성주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해 전과 다른 존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목숨을 건진 류성주는 흑포인이 사실 천조의 잔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조의 잔당은 또 스카이 괴물에 속하는 구두교족과 합작했는데, 그에게 주사한 약물은 구두교의 DNA라고 했다.류성주의 DNA는 구두교의 DNA와 완벽히 결합하였다. 구두교의 힘을 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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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네 사람을 삼켜버리고 난 류성주는 만족스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이는 마치 눈앞에 산해진미를 두고 한 입만 맛본 기분이었다.류씨 가문의 서열 3위 후계자로서 류성주는 못 먹어본 음식이 없었다. 스카이 괴물마저도 여러 종류를 먹어봤으니 말이다. 비록 서열이 많이 뒤처진 약한 종족이었기는 하지만 그것도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류성주는 스카이 괴물을 먹었을 때도 느껴본 적 없는 새로운 감각에 휩싸였다. 인간을 먹고 나니 실력이 강해진 느낌이 들 뿐만 아니라 기분마저 좋아졌다. 육체와 정신이 동시에 승화된 것 같은 느낌을 한번 겪어보면 누구든 사랑하게 될 것이다.“지금 어때요?”한 목소리가 류성주의 귓가에서 맴돌았다. 흑포인이 어느샌가 그의 뒤에 와 있었다. 류성주는 그가 나타날 줄 진작에 알았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아주 좋아요. 다시 태어난 것만 같은 느낌이에요. 이런 느낌은 진짜 처음이라니까요.”“역시 구두교의 DNA와 완벽히 결합한 사람은 다르네요. 미래가 아주 창창해요. 우리 천조가 제국을 밀어내고 통치를 시작하기만 한다면 성주 씨는 황족으로서 지고지상의 권력을 갖게 될 거예요.”“고마워요,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얻었어요. 여러분이 없었더라면 저는 지금쯤 가만히 누워서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거예요. 하인들의 무시나 당하면서 말이에요. 이렇게까지 된 이상, 저에게 다른 선택이란 없어요. 오직 천조만이 제 귀착이에요.”“천만에요. 우리는 이제 같은 편이에요, 그러니 빨리 움직이죠. 하운천이 천조의 공세를 막지 못하고 다쳤다고 해요. 우리는 이번 기회에 제국을 뒤엎고 새로운 주인으로 거듭날 생각이에요. 구두교족한테 지원 요청도 했으니, 지원군이 도착하는 순간 제왕성을 공격해 하씨 가문을 끌어내리고 천조의 것이었던 모든 것을 되찾을 거예요.”흑포인은 약간 격앙된 말투로 말했다. 천조의 잔당은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다려 왔다. 지난 수천 년 동안 꿈에서도 그려올 정도로 말이다.시간의 흐름과 함께 천조의 잔당은 점점 희망을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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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우주 공약조차도 둘 사이의 동맹을 막지 못했다.천조가 성공한 후에 말을 바꿀 걱정도 없었다. 구두교족은 스카이 괴물 중 서열 10위 안에 드는 종족으로서 이 정도 자신은 있었다.“하운천이 다친 틈을 타서 그냥 죽여버리지 그랬어요. 하운천만 죽는다면 은하 제국도 함께 망할 텐데요. 그러면 일이 훨씬 쉬워질 거예요. 반항하려는 이도 줄어들 테고요.”류성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번 전투에서 다친 건 하운천뿐이 아니에요. 신왕께서도 심하게 다치셨거든요. 우리는 구두교족의 허린 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신왕은 다르죠.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이고, 당분간은 제왕성을 떠나지도 못할 거예요. 그리고 지금이 바로 우리의 기회에요.”흑포인이 답했다.“상처를 회복한 신왕과 허린 님이 계신다면 지원군이 없다고 해도 하운천을 죽일 수 있지 않아요? 왜 굳이 지원군을 기다리는 거예요?”“성주 씨의 지위로는 은하계의 주요 사항에 대해 모르는 것도 당연해요. 이제는 천조에 가입하고 구두교의 DNA까지 받았으니 알려줘도 괜찮겠네요. 사실 하씨 가문에 반보영생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하운천 한 명뿐이 아니에요. 신왕과 허린 님으로는 이기지 못할 수도 있어요.”“네? 하씨 가문에 하운천 못지않은 반보영생의 실력자가 또 있단 말이에요? 그게 누구예요?”류성주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줄곧 하운천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뿐만 아니라 은하계의 대부분 세력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은하 제국 황제 하운천의 명성은 아주 드높았다. 류성주의 마음속에서는 무적에 가까운 존재이기도 했다. 구두교의 DNA를 얻고 실력이 대폭으로 증가했다고 해도 하운천은 하늘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하운천 못지않은 사람이 또 한 명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하운천의 삼촌쯤 될 거예요. 우리가 모은 정보에 의하면 당시 황자 중에서 서열 9위에 있었고, 이름은 하운구라고 해요. 능력으로 따지자면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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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임동현과 유진희는 팔각신함을 타고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제왕성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생명이 살고 있는 행성도 많아졌다. 그들은 이미 은하계의 번화가에 들어섰고, 곧 있으면 최중심에 있는 제왕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이때 유진희가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시가가 400조 정도 되는 대형 상회가 판매를 원한다는 메시지였다.유진희는 곧바로 임동현에게 소식을 알렸다. 400조 은하 화폐라는 말에 그는 눈이 다 반짝이기 시작했다. 400조 은하 화폐는 2만 리치 포인트를 의미했다. 비록 현 단계를 돌파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거래가 두 번만 더 성사된다면 10만 리치 포인트를 모아 황제 하운천을 능가하는 은하계 제일 고수가 될 수 있었다.은하계의 전설에 따라 전력이 영생 경지에 도달하기만 한다면 모두의 인정을 받아 은하계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은하계를 한 단계 높은 4성급 문명으로 이끌 수 있었다. 이는 은하계의 수많은 선조가 목표로 삼는 일이었다.지금까지 미래 주인의 기개가 보이는 천재는 많았지만 실제로 영생 경지에 들어선 사람은 없었다. 보다시피 영생 경지로 돌파해서 은하계의 주인이 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치 반보영생이 인류의 종점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임동현은 이와 같은 한계의 제한을 받지 않았다. 신급 문명의 산물인 슈퍼 리치 시스템이 있는 한 리치 포인트만 있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었다. 영생 경지에 들어서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계를 깨부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었다.임동현은 유진희에게 빨리 상회의 주인과 연락을 취하라고 했다. 어떤 값을 부르든 무조건 사겠다는 의지로 말이다.유진희의 조사에 따르면 상회를 운영하는 세력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행성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래서 임동현은 지금 당장 방향을 돌려 그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상회부터 사들이고 제왕성으로 가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비록 리치 포인트를 모으는 일이 예전처럼 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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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여보세요?”통화가 연결되고 유진희의 휴대폰 건너편에서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동현과 유진희가 있는 곳과 달리 전화 건너편은 아주 조용했다. 임동현은 순간 판매자에게 바람맞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선녀님, 오셨어요?”“네, 저희 투각장에 도착했어요. 어디에서 만날까요?”유진희가 공손하게 물었다. 이는 그녀가 언제나 일관하는 태도이기도 했다. 은하계에서 지내온 오랜 시간 동안 정체를 모르는 사람을 공손하게 대하는 것은 틀린 적이 없었다. 더구나 상대는 400조짜리 상회가 있는 사람이니 평범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투각장 직원한테 말해서 1번 VIP룸로 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네.”유진희는 짧게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머리를 들어 임동현을 바라봤다.“가요.”임동현이 말했다. 그리고 유진희가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얼굴을 가리라고 했다. 혹시라도 알아보는 사람이 생긴다면 소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투각장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1번 VIP룸 얘기가 나오자, 직원은 곧바로 책임자를 불러왔다.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VIP룸에 데려갈 수는 없었다. 자칫 VIP룸에 있는 거물의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야수의 밥으로 버려질 수도 있었다. 게다가 1번 VIP룸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거물 중의 거물에 속했다.“두 분 따라오세요.”투각장 책임자가 공손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확인이 끝난 듯했다.임동현과 유진희는 책임자를 따라 조용한 VIP 통로를 지나 투각장의 가장 위층으로 갔다. VIP룸은 전부 이곳에 모여 있었다.세 사람은 한 방문 앞에서 멈춰 섰다.“이곳이 바로 1번 VIP룸입니다. 해성 도련님은 안에 계십니다. 들어가 보세요.”책임자가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해성 도련님?’잘 아는 이름을 들은 유진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설마 8대 가문 서열 4위에 있는 은씨 가문의 은해성은 아니겠지? 만약 은해성이라면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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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은해성은 어쩌면 상회를 파는 것이 아닌 유진희를 만나는 것을 목적으로 이번 거래를 제안했을 수도 있었다. 유진희를 잊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사실이 어찌 됐든 여기까지 온 이상 불확실한 미래를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유진희 혼자 왔더라면 포기하고 돌아갔을 수도 있겠지만 임동현과 함께 있으니 은해성쯤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용기 내 손을 들어 짧게 노크했다.“똑똑똑.”“들어와요.”VIP룸 안에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조금 전 휴대폰에서 들려오던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였다.유진희가 먼저 들어가고 임동현이 뒤따랐다. 투각장의 책임자는 문이 잘 닫고서는 바로 자리를 떴다. 이곳은 허락 없이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남자는 출입문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VIP룸의 한쪽 벽면을 차지한 커다란 통유리 밖으로는 여전히 전투 중인 야수들이 보였다. 남자의 양쪽에는 또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왼쪽에는 중년 남자, 오른쪽에는 노인이 있었는데 실력 좋은 부하로 보였다.VIP룸은 크고도 화려했다. 또 투각장의 가장 위층에 있어서 전투 상황이 한눈에 알렸다. 전투를 구경하기에 최고의 장소라고 할 수도 있었다. 비명과 환호로 가득한 바깥과 달리 이곳은 조용하기만 했다.세 사람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을 법도 한데 몸을 돌리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눈치챈 유진희는 혹시라도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을까 가만히 있기만 했다. 물론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닌,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 임동현을 귀찮게 할까 봐서 말이다.은해성은 류성주보다 훨씬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은씨 가문이 8대 가문에서의 서열이 류씨 가문보다 낮기는 하지만 실력은 엇비슷했다. 게다가 은해성은 가문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다. 이것 하나만으로 류성주보다 대단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VIP룸에는 정적이 맴돌았다.10초...20초...30초...시간이 사정없이 흐르는 와중에도 상대가 몸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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