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희는 시선을 떨구었다. 호흡 속엔 온통 김신걸의 숨결로 가득 차 원유희의 의식을 황홀하게 했다. 원유희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절대로 여기에 계속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김신걸에게 내가 그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착각을 줘서는 안 돼.’ 이때, 방송에서 탑승하라는 안내음이 들려오자 원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김신걸을 밀치며 말했다. “나 가야 돼.” 말을 마친 원유희는 김신걸 곁을 지나 밖으로 나갔다. VIP는 줄 서지 않아도 되어서 원유희는 바로 탑승했다. 관문을 넘을 때 원유희는 김신걸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원유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뒤에 김신걸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비행기까지 따라오지도 않았다. 원유희는 좌석에 기대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기분이 좋지 않은 거지? 나와 김신걸은 미래가 없어. 예전이라면 몰라도, 임지효의 존개를 안 이상 우린 가능성이 없어.’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올라서야 원유희는 김신걸이 정말 따라오지 않았다는 걸 확신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원유희는 눈을 감고 긴장을 풀어야 할지 실망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10시간을 비행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니 마침 밤이었다. 원유희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유미에게 전화를 했다. “유미야, 어디야?” “집에 있어. 너 돌아왔어?” “응. 거기에 너무 오래 있었어. 나도 내 삶을 살아야지.” 원유희는 통화하며 택시를 잡았다. ‘내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잖아. 내 삶에 김신걸이 있어서는 안 돼. 우린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일 뿐이야.’ “나 지금 밥 하고 있어. 얼른 와서 같이 먹자.” 유미가 말했다. “난 방금 택시를 타서 너한테까지 가려면 한 시간 넘게 걸려. 그러니까 너 먼저 먹어.” “아니야. 어차피 나도 별로 배고프지 않아, 영화도 못 다 봤는데 네가 도착해서.” “알았어, 그럼 얼른 갈게.”원유희는 한 시간이 넘어
Last Updated : 2024-02-13 Read more